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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대구지방환경청과 동행한 밀렵 엽구 수색

녹슨 덫에는 절단된 고라니 앞발이…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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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나절 수색에 獵具 56점 수거…
⊙ 포상금만으로 생계 이어가는 엽사도 있어
⊙ 전문 ‘꾼’들의 밀렵은 줄었지만 농민들에 의한 생활 밀착형 밀렵은 여전
약 15cm 길이의 고라니 앞발이 불법 설치된 덫에 걸려 절단됐다.
  소백산맥의 긴 터널을 지나니 봄의 초입이었다.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절기답게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은 다시금 생명을 잉태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바빠지는 정부 기관이 있다. 환경부다. 이전 해 11월부터 시작된 밀렵·밀수 집중단속 기간이 3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환경부 소속 각 지방 환경청 자연환경과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관할구역을 수색하며 불법 설치된 올무나 덫 등 엽구(獵具)를 수거한다.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을 관할하는 대구지방환경청은 봉화와 울진을 중심으로 주기적인 엽구 수색에 나선다. 이 지역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3월 8일 오후 2시, 영주역을 출발한 무궁화호가 봉화군 석포역에 다다랐다. 기자를 마중 나온 대구지방환경청 직원들과 엽구 설치 제보가 들어왔다는 장소로 이동했다. 김동현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전문위원은 “열흘 전 엽구가 설치된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보통 이런 제보를 받으면 곧장 엽구를 수거하기보단 며칠 지켜보면서 동태를 파악한다. 짐작건대 설치된 엽구가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수색엔 기자와 대구지방환경청 소속 공무원 3명, 그리고 한국조류보호협회 관계자 4명 등 총 8명이 한 팀을 이뤄 움직였다.
 
  야산 입구에 들어서기 무섭게 상수리나무에 묶여 있는 올무를 발견했다. 김동현 전문위원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위로 올라가면 더 많을 거다”고 말했다.
 

  엽구는 주로 야생동물이 지나가는 길목에 설치된다. 일반 등산로가 아닌 산길을 헤치며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경사가 가파른 절벽을 오르니 김 전문위원의 말처럼 한 나무 건너 하나씩 올무가 매어져 있었다. 직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니퍼로 올무의 이음새 부분을 절단한 뒤 이를 수거했다. 올무 주변엔 멧돼지가 머물다 간 흔적도 있었다. 동행한 한국조류협회 관계자는 “여기 희미하게 발자국도 보이고, (낙엽이 흐트러진 부분을 가리키며) 몸을 비빈 자리도 보인다”면서 “이 주변이 참나무 군락지(群落地)라 지난가을에 떨어진 도토리를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올무 주변에선 고라니 뼈도 발견됐다. 김동현 전문위원은 “뼈만 깨끗하게 남은 걸 보니 죽은 지 꽤 된 것 같다”면서 “올무에 걸려서 죽은 것처럼 보이진 않고 자연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시간가량 더 비탈길을 오르며 수색을 이어나갔다.
 
  낙엽 더미 아래에서 녹슨 덫도 찾을 수 있었다. 덫에는 고라니 앞발 한쪽이 절단된 채 붙어 있었다. 털과 살점이 덫에 마구 뒤엉켜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고라니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결국 한쪽 발을 잃고 도망간 것으로 보인다. 김 전문위원은 “덫은 요새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건 설치하는 사람도 리스크가 크다. 만약 사람이 걸려 다치기라도 하면 그땐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무에 산양 죽으면 벌금 물어
 
3월 8일 반나절 수색으로 수거한 엽구. 모두 56점에 달했다. 이 엽구들은 경북 경주의 제철공장으로 옮겨져 용광로 속으로 들어간다.
  이날 수색을 마치며 수거한 엽구는 올무 52점과 덫 4점 등 총 56점에 달했다. 김동현 전문위원은 “한번 수색에 나서면 보통 10~15구 내외의 엽구가 발견된다”면서 “오늘은 평소보다 많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이라며 놀랐다.
 
  동물에 따라 사용하는 엽구의 종류나 형태, 크기는 각각 다르다고 한다. 올무는 주로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대형 포유류 포획에 쓰인다고 한다. 구렁이 등 뱀 포획에는 뱀그물을 쓰고, 오소리 포획에는 오소리 덫을 놓는다고 한다. 김 전문위원은 “올무에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걸려 구조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석포역 인근 소천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몇 년 전 마을 사람이 설치한 올무에 산양이 걸려 죽는 일이 있었다. 몇백만원가량 벌금을 물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올무를 설치하는 이유는 뭘까? 정명환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문적인 밀렵·밀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인근 민가의 주민들이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멧돼지나 고라니를 잡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다. 그러나 이 또한 허가 없이 진행된다면 엄연한 불법이다. 환경부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올무를 설치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엔 올무에 포획 승인 표식이 붙어 있다.”
 
  이날 수색을 하면서 찾은 56점의 엽구 중에 허가받은 엽구는 단 한 점도 없었다.
 
 
  수거한 엽구는 용광로로
 
동행한 한국조류보호협회 관계자가 나무에 걸린 올무를 수거하고 있다.
  김동현 전문위원은 “여긴 농가에서 멀리 떨어진 것으로 보아 이번에 발견된 엽구들은 농가 피해 방지를 위해 설치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인근 어르신의 오랜 ‘습관’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으레 올무를 설치해 멧돼지나 고라니를 잡아서 먹곤 했다”는 것이다.
 
  엽구를 설치한 주민들을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도 했다. 대신 이날처럼 올무가 다량으로 발견된 지역은 특별 감시 지역으로 설정해 몇 년간 모니터링을 지속한다고 했다. 김 전문위원은 “같은 지역을 3년쯤 주기적으로 수색하다 보면 범인들이 ‘나를 감시하고 있구나’를 알아채고 엽구 설치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거한 엽구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대구지방환경청의 경우 수거한 엽구들을 경북 경주의 제철공장으로 보내 용광로에 넣는다고 했다. 김 전문위원은 올무가 재사용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멧돼지 포획만으로 생계 꾸리는 엽사도 있어
 
불법 엽구가 설치된 모습. 주로 멧돼지나 고라니를 잡기 위함이다.
  멧돼지와 고라니는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된다. 특히, 요즘은 환경부와 각 지자체들이 야생 멧돼지를 매개로 확산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조치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시기다. 이 때문에 환경부와 각 지자체들은 엽사(獵師)를 모집해 멧돼지 포획에 힘쓰고 있다. 엽사가 멧돼지를 포획하면 한 마리당 환경부는 20만원, 각 지자체들은 한 마리당 10만~3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김동현 전문위원에 의하면 농촌 및 산간 지역에서는 멧돼지 포획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엽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포상금을 지급받으려면 포획한 멧돼지 몸에 총탄 자국 외 다른 상처가 없어야 한다. 김 전문위원은 “멧돼지 쓸개를 적출해 밀거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예전에는 멧돼지 쓸개 하나가 50만~100만원가량에 밀거래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야생동물을 가공·유통·보관하는 것 모두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유해야생동물 포획 전문 엽사가 되려면 먼저 야생생물관리협회로부터 수렵면허를 취득한 뒤 수렵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유해야생동물 포획 전문 엽사는 환경부가 선발하는데, 5년 이상의 수렵 경력과 과거 유해야생동물 포획 실적이 있는 엽사에게 우선권이 부여된다.
 

  위 과정을 거쳐 동·리·면 단위로 설정된 포획 허가 지역 1곳당 30명 이내의 엽사가 선발·배치된다. 이들은 보통 몇 명씩 팀을 이뤄 포획 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엽사 1명당 엽견(獵犬)은 2마리까지 허용된다. 정명환 과장은 “요즘엔 엽견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엽견이 없으면 포획이 불가능할 정도”라면서 “엽견은 야생동물을 한쪽으로 몰아 엽사가 사격 타이밍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정 과장에 의하면 잘 훈련된 엽견은 1마리당 7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꾼’들의 밀렵은 줄었지만…
 
  예전에 비해 전문 ‘꾼’들의 밀렵은 줄었지만 농민들에 의한 생활밀착형 밀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자는 이날 하루만 수색에 동참했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은 다음 날도 영주시 부석면으로 이동해 수색을 이어갔다. 김동현 전문위원은 이날 올무 12점을 더 수거했다는 소식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김 전문위원은 “이 지역은 3년 전 수색을 했던 지역”이라며 “앞으로는 예전에 엽구를 수거했던 지역을 재방문해 수색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밀렵·밀수 집중단속기간은 3월로 끝이 난다. 계절이 바뀌고 수풀이 우거지면 밀렵도, 수색 활동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색은 계속된다. 김 전문위원은 “집중단속기간이 끝났다고 긴장을 놓을 수는 없다. 봄부터는 제보를 중심으로 수색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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