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김동길 교수의 발아래엔 석양이 드리워져 있었다. 2020년 3월, 인터뷰 때문에 만나러 간 참이었다. 1928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겪어내고, 유신헌법에 반대하다 15년형을 받았지만,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경제가 이만치나 성장한 걸 알라”며 호통을 치던 분, 제자들을 기르고, 정치판에도 뛰어들어보고, 세계 최고령 시사평론 유튜버로 활약하며 한번의 삶을 재미있게 살아낸 분.
그 모든 설명을 뒤로하고 기자가 조우한 건 특별한 영혼이었다. 순수한 열정, 겸손한 지혜, 티 없는 용기, 무엇보다 어린아이 같은 눈빛.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사람. 그런 이들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김동길 교수는 바로 그런 분이었다. 한참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그의 방을 나서는데, 갖가지 알약이 수북이 든 약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미 그때부터 그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지난 10월 6일 저녁 서울 대신동 김옥길기념관을 찾았다. 전날 세상을 뜬 김동길 교수의 빈소가 그곳에 있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뒤늦게 빈소를 찾은 건, 김옥길기념관과 그 옆에 위치한 김 교수의 자택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싶어서였다. 김 교수는 자택과 기념관은 이대에, 시신은 연세대 의대에 기증했다. 유족들은 “지금처럼 김옥길기념관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 내부는 바뀌지 싶었다.
여느 빈소마다 버티고 있는 지루한 화환들과 계면쩍은 조의금함은 그곳에 없었다. 평생 허위(虛僞)와 반(反)지성, 악습(惡習)과 싸운 그분의 빈소다웠다. 단 하나 놓여 있던 윤석열 대통령의 근조 바구니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2년여간 그의 활약은 한국의 미래가 걱정되어 세상과의 끈을 놓지 못한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김 교수는 ‘영원(永遠)으로 돌아가면 어머니를 가장 먼저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영정 속 그의 미소를 보니 소망이 이뤄졌겠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특별한 영혼에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빈소를 나섰다. 교수님, 안녕히!⊙
그 모든 설명을 뒤로하고 기자가 조우한 건 특별한 영혼이었다. 순수한 열정, 겸손한 지혜, 티 없는 용기, 무엇보다 어린아이 같은 눈빛.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사람. 그런 이들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김동길 교수는 바로 그런 분이었다. 한참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그의 방을 나서는데, 갖가지 알약이 수북이 든 약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미 그때부터 그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지난 10월 6일 저녁 서울 대신동 김옥길기념관을 찾았다. 전날 세상을 뜬 김동길 교수의 빈소가 그곳에 있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뒤늦게 빈소를 찾은 건, 김옥길기념관과 그 옆에 위치한 김 교수의 자택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싶어서였다. 김 교수는 자택과 기념관은 이대에, 시신은 연세대 의대에 기증했다. 유족들은 “지금처럼 김옥길기념관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 내부는 바뀌지 싶었다.
여느 빈소마다 버티고 있는 지루한 화환들과 계면쩍은 조의금함은 그곳에 없었다. 평생 허위(虛僞)와 반(反)지성, 악습(惡習)과 싸운 그분의 빈소다웠다. 단 하나 놓여 있던 윤석열 대통령의 근조 바구니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2년여간 그의 활약은 한국의 미래가 걱정되어 세상과의 끈을 놓지 못한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김 교수는 ‘영원(永遠)으로 돌아가면 어머니를 가장 먼저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영정 속 그의 미소를 보니 소망이 이뤄졌겠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특별한 영혼에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빈소를 나섰다. 교수님, 안녕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