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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추적

마린온 참사 4주기, 남은 의문들

14m 높이서 추락한 헬기, 왜 폭발했나? 연료탱크 둘러싼 의혹과 진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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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검 결과 ‘화재로 인한 사망’인데… 불분명한 화재 원인
⊙ 조사위 관계자 “연료탱크 문제 제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 헬기 제작사 측에 화재 관련 장치 자료 요청도 안 한 조사위
⊙ “조종사가 거부한 화재방지장치 그대로 갖다 썼다”는 증언도
⊙ 제작사 측, “로터마스트 결함으로 화재 발생… 연료탱크 문제 아니다”
⊙ 軍 관계자, “국산 무기체계 戰力化 초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잿더미가 된 마린온. 지난 2018년 7월 17일 14m 높이에서 추락한 헬기가 완전히 타버렸다. 사진=뉴시스
  오는 7월 17일은 마린온 참사 4주기다. 매년 이맘때면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늘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월간조선》 취재 결과 순직자들의 부검 결과가 ‘화재로 인한 사망’이었는데 당시 사고조사위원회에서는 화재 원인을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헬기 제작사 측 또한 “조사위에서 화재 원인에 대한 자료는 일절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군(軍) 내부에서는 당시 연료탱크 결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조종사가 시험비행 후 거부한 화재방지장치가 그냥 장착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5개월간의 사고 조사
 
사고 당시 떨어져 나간 메인로터(회전날개). 사진=박영진 변호사 제공
  지난 2018년 7월 17일. 경북 포항 제6항공전단 비행장에서 시험비행 중이던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추락했다. 이륙 4초 만에 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다. 오후 4시41분. 날자마자 떨어진 헬기는 이후 전소(全燒)됐다. 헬기에 탑승했던 해병대 장병 6명 중 5명이 순직했다. 1958년 해병대 항공부대가 창설된 지 60년 만에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됐다.
 
  해병대는 사고 직후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뒤이어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도 구성됐다. 5개월 뒤인 2018년 12월 21일, 이들이 발표한 사고의 주원인은 프랑스에서 수입한 ‘로터마스트’라는 부품의 결함이었다.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회전날개를 돌게 하는 중심축이다. 조사위는 “제조 공정상 문제로 이 부품에 균열이 발생해 이륙하자마자 메인로터(주 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추락했다”고 밝혔다. 공랭식(空冷式) 대신 수랭식(水冷式) 열처리를 해 균열이 발생했고, 운영과정에서 피로균열이 추가로 생성 및 성장돼 결국 파단에 이르렀다는 설명이었다.
 
  납품사(社)인 프랑스 하청업체 ‘오베르듀발’도 제조 공정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고 조사위는 발표했다. 이어 “잔해분석, 엔진 내시경 검사, 분해검사, 비행기록장치 분석 등 항공기 계통별 조사 결과 조종, 엔진, 동력전달 계통은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비행사고 규명에는 수년이 걸린다. 이에 반해 5개월은 속전속결이었다. 일례로 마린온의 원형 기종인 ‘슈퍼퓨마’의 2016년 노르웨이 추락 사고는 2년간 조사했다. 그래서인지 사고 결과 발표 자료도 단명(單明)했다. A4 4페이지. 이미지를 제외하면 3페이지 분량이다.
 
  프로펠러가 날아갔으니 추락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남아 있는 의문점이 있다. 사망도 당연한 일이었을까. 흔히 ‘추락으로 인한 사망’으로 알고 있지만, 이날 기체는 지상에서 불과 14m 떠 있었다. 아파트 3층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 6명 중 5명이 사망한 거다. ‘추락 후 전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화재 없었다면 살았을 것”
 
  마린온의 제원상 지상고(地上高)는 4.5m다. 군용 헬기가 자기 신장의 세 배 높이에서 떨어진 뒤 완전히 탄 셈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설(說)이 제기됐다. 사고 발생 당시 해당 전대(戰隊) 소속이었던 한 영관급 인사의 말이다.
 
  “처음 추락하자마자 흰 연기가 났다. 흰 연기는 전기 화재를 뜻한다. 약 10초 뒤 검은 연기로 바뀌었다. 유류 화재라는 의미다. 전기 화재는 통상 부분 화재에서 그친다. 그때 장병들은 추락의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을 것이다. 이후 불씨가 엔진으로 옮아 붙으며 유류가 모두 전소됐고, 화재로 인한 사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군 일각에서는 “불만 안 났어도 다들 살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생존자인 김모 당시 상사의 “기체를 빠져나와 바닥에 눕자마자 폭발음이 들렸다”는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기 위해 유족의 법률대리인이었던 박영진 변호사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고(故) 박재우 병장의 숙부(叔父)이기도 하다.
 
  “당시 해병대 헌병대에서 자체 부검을 진행했다. 유족들에게 부검감정서를 나눠주지 않고 구두(口頭)로 ‘화재에 의한 연기 흡입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화재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해달라고 말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고 두 달 뒤인 2018년 9월 17일. 답답한 유족들은 사고조사위원장에게 ‘유족의 추가 조사 요구 사항’을 적어 보내기도 했다. 화재 관련 내용도 상세히 썼다. ▲이륙 수초 만에 불과 10m 높이에서 추락해 화재 및 폭발한 것에 대한 조사(추락할 때 폭발을 막아야 할 여러 안전장비 작동 여부, 자동 소화 장치 등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추락 직후 화재를 진압하는 데 미진한 부분은 없었는지 ▲폭발한 연료탱크에는 화재를 막기 위한 불활성가스 자가생산장치(OBIGGS)가 장착됐는지, 장착됐다면 왜 폭발이 일어났는지 등이다.
 
 
  기체 전소의 이유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조사위에서는 그저 ‘비행기는 떨어지면 원래 불이 난다’는 식으로 유야무야 했다”고 했다.
 
  이후 공개된 4페이지짜리 사고 결과 발표 자료에도 화재와 관련해서는 단 두 줄의 문장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화재는 항공기가 배면 추락함에 따라 연료라인 등이 파손되어 연료가 엔진 주변으로 누출됐고, 엔진 잔열이 발화원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박 변호사는 “유족들이 가진 조사 자료 또한 세간에 공개된 4장 분량의 결과서가 전부”라면서 “5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모두 공유해 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국방부 측에 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중 회의록 등을 정보공개청구도 해봤지만 허사였다”고 했다.
 
  그가 내민 청구 답변에는 ‘우리 군에는 요청 자료가 없기에 정보가 부(不)존재함을 알린다’면서 ‘정보부존재는 정보공개결정의 비공개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비행기는 떨어지면 원래 불이 난다.’ 사실일까. 대형 항공사 소속 베테랑 조종사에게 물어봤다. 그는 “영화에서 추락 후 바로 폭발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특히 10여m 높이에서 추락한 뒤 전소했다는 건 상당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날 소방 장비 등의 현장 도착은 추락 4분 51초 뒤였다. 화염에 휩싸이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내용이 두 줄밖에 없어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단시간 내 전소했다는 건 메인연료탱크에서 대량 누유(漏油)가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화성과 가연성이 높은 내용물을 담는 연료탱크는 추락 시 승무원의 생존성과 직결되는 구성품이기 때문에 그 높이에서는 떨어져도 파손되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도 “연료 계통은 아주 높은 데서 떨어지면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면서 “14m 높이에서 떨어져 폭발이 발생한 건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했다.
 
  ‘석연치 않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료탱크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린온은 국내 업체가 1조3000억원을 들여 2012년 개발한 최초의 국산 육상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량해 만들었다. 바다 건너 해안까지 멀리 날아야 해서 연료탱크 용량을 늘린 게 가장 큰 차이다. 수리온은 연료탱크가 4개(기체 하부에 위치, 항속거리 450km)인 반면 마린온은 2개의 보조연료탱크를 추가해 총 6개다. 이 중 보조연료탱크 1개는 실내 중앙부에 위치하도록 구조변경이 이뤄졌다. 사고 당일은 시험비행이라 보조연료탱크를 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연료탱크는 기본적으로 내층, 섬유층, 밀폐제, 피팅부까지 4겹으로 탄탄히 구성돼 있는데 가장 안쪽은 고무 성분”이라면서 “총알이 박혀도 스스로 밀폐되는 내탄성(耐彈性)은 기본”이라고 했다. 이들 연료탱크를 ‘깨진다’가 아닌 ‘찢어진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이유다.
 
 
  三重 안전장치… 화재 없어야 정상
 
지난 2018년 7월 23일 엄수된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에서 동료 장병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리온 기반 헬기에 장착된 메인연료탱크는 국내 모(某) 대기업에서 만들었다. 헬기용으로는 최초의 국산 연료탱크다. 개발 당시 시험평가서와 방위사업청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 제출 자료(2022.04) 등에 의하면 이 연료탱크는 미(美) 국방부의 세부 성능사양서(MIL-DTL-27422D)의 기준에 따라 제작됐다. 사양서는 약 50페이지에 달하며 수백 가지 요구 조건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이 중 가장 눈여겨볼 항목은 ‘내(耐)추락 조건’이다. ‘연료탱크에 물을 채운 뒤 19.8m(65ft) 고도에서 콘크리트와 같은 견고한 바닥에 자유낙하 시킨 후, 물이 조금이라도 새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방사청은 의원실 제출 자료에 “수리온·마린온 연료탱크는 미 군사 규격인 MIL-DTL-27422D를 적용했으며, 규격에 명시된 내추락, 슬러시(slosh·철벅거림) 및 진동 등에 대한 설계기준으로 개발됐다”면서 “연료탱크에 대한 내추락 성능기준은 ‘높이 19.8m(65ft), 85% 이상 물 충전 후 낙하에서 미(未) 누유’이며, 시험 결과 성능을 만족했다. 또한 가속도, 슬러시, 진동 및 압력 등의 시험에서도 성능을 만족했다”고 적었다.
 
  사고 당시 추락은 14m로 요구 조건(19.8m)보다 훨씬 낮은 높이였다.
 
  설령 연료탱크에 문제가 있더라도 큰 화재로는 잘 번지지 않는다. 삼중(三重) 안전장치 때문이다. 20년 경력 헬기 조종사의 말이다. 예비역 중령인 그는 ‘헬기 전문가’로 통한다.
 
  “추락하면 연료차단밸브가 바로 작동한다. 추락 충격이 있으면 자동으로 기름 공급이 중단되는 거다. 그래도 호스에 남은 기름 때문에 발화가 될 수도 있다. 그때를 대비한 화재방지장치도 따로 있다. 만의 하나 탱크에서 누유가 있더라도 최후로는 연료탱크의 폭발만은 막아야 하므로 질소공급장치(OBBIGS)라는 것도 있다. 탱크에서 연료가 빠지는 만큼 자동으로 질소를 채워줘 공기가 생기지 않게 막아 폭발을 방지하는 장치다.”
 
 
  불은 왜 났을까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헬기 제작사 대표이사이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이 됐다. 사진=뉴시스
  단 두 줄의 화재 원인 설명으로는 부족했다. 의외의 곳에서 이에 대한 추가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유족들은 지난 2018년 헬기 제작사 대표(김조원)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고소했다. 참사 2주기였던 지난 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외교안보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는 2년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고 청와대는 사건 수사의 피고소인인 김조원 전 사장을 민정수석에 임명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검찰은 피의자 전원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참사 3주기를 앞둔 지난해 6월 4일이었다. 그 무렵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은 “피의자가 민정수석이 됐으니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겠느냐는 상식적인 의문이 제기됐었는데, 3년 동안 수사에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던 검찰이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헬기 제작사나 부품을 공급한 업체에 분명한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임 소재를 밝히고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검찰의 임무였다”고 지적했다.
 
  이때 날아온 ‘불기소결정서’에 좀 더 긴 화재 관련 내용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아래와 같다.
 
  “헬기가 (헬기의) 내(耐)추락 설계 기준에서 정한 속도(10.5m/s)보다 약 6.4m/s 빠른 속도(16.9m/s)인데다, 내(耐)추락 설계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배면 상태로 추락하면서 기체 구조물이 변형됨에 따라 엔진 연료 펌프 및 연료 공급 호스 부위가 손상돼 연료가 누설됐으며, 누설 지역 아래에 자연발화온도 이상의 발화 원인 엔진이 있어 화재가 발생했고, 추락 이후 연료가 대량 누설됨에 따라 항공기가 전소됐다.”
 
 
  화재 감식, 제대로 이뤄졌나
 
  불기소결정서를 본 전직 헬기 조종사의 말이다.
 
  “기체 바닥에 있는 연료탱크에서 상부 엔진까지 기름이 자동으로 가는 게 아니다. 물리적인 힘, 즉 펌핑을 해줘야 공급이 된다. 추락 충격이 있으면 누유를 막기 위해 이 기능이 바로 잠긴다. 그 펌프가 손상됐다는 뜻이다. 추락하면서 망가진 기체의 어떤 구조물이 연료 펌프와 호스를 건드려 기름이 새 1차 화재가 났다는 건데, 여기서 그쳤다면 대형 참사는 안 일어났을 수도 있다. 기체 측면에 설치된 연료 호스의 경우 직경이 약 7cm 정도다. 호스에 남아 있는 기름이라 봐야 극히 소량이기 때문이다.”
 
  불기소결정서 내용을 다시 한 번 훑어본 그는 이어 “그러다 추가 설명 없이 ‘연료가 대량 누설됐다’는 문구가 나온다”면서 “어떤 인과관계로 대량 누설에 이르렀다는 경위가 가장 핵심인데, 그 내용이 통째로 생략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화재 감식이 있었다면, 정확히 어떠한 구조물이 호스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손상시켜 최초 누유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펌프 손상도 마찬가지로 수급·공급 밸브의 어느 지점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설명돼야 한다.”
 
  불기소결정서에는 또 이후 작동해야 할 화재방지장치들 또한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다. ‘연료차단장치는 추락 이후 연료의 대량 누설로 인해 그 역할을 할 수 없었고, 소화장치의 경우 또한 이미 지상충돌로 인해 소화액이 대기로 흩어진 후 화재가 발생돼 화재 억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곧바로 ‘위 장치들의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헬기 조종사는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될 대량 누유가 발생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작동해야 할 삼중 안전장치가 모두 제 기능을 하지 않았다면서 결함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양욱 부연구위원은 “사고 당시 연료차단장치, 질소발생장치 등이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연료통이 아주 깨져버렸다는 의미”라면서 “이날 추락의 충격이 컸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다 깨져버렸다는 것은 설계상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김영수 소장은 “불기소결정서는 장병들의 사망 요인을 ‘연료의 대량 누설로 인한 화재와 폭발’이라고 보면서 로터마스트 파단에 대해서만 자세히 다루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 ‘연료의 대량 누설로 인한 화재와 폭발’의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수사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조사위 사정을 잘 아는 한 공군 관계자는 “당시 내부에서 연료탱크 4개 중 1개가 파손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후속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조사기간도 짧았고 다들 로터마스트 부실 여부에만 집중해 서둘러 종결하는 분위기였다”고도 했다.
 
 
  조종사 거절 부품 장착 의혹
 
지난해 10월 국군의날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마린온 헬기에서 내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2017년 12월 처음 해병대에 인도된 마린온은 2018년 7월 17일 오후 4시 41분경 사고 발생 시까지 약 152시간38분 운영됐다. 앞선 시험비행 때 ‘기준미달’ 판정을 받았던 폭발방지장치를 그냥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마린온에 폭발방지 관련 장치를 납품한 업체 사정을 잘 아는 한 방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당시 해당 품목의 경우, 조종사가 장착 시험 후 리젝트(reject·거부)시킨 모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냥 사업이 진행됐다. 소위 말하는 ‘도장 찍는’ 사람들이 조종사 승인 없이 처리해버린 거다.”
 
  납품 업체는 코스닥 상장사로 지난 2017년 마린온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추락 사고 당시 방사청 간부였던 A씨에게 이를 재확인해봤다.
 
  그는 “당시 항공기용으로는 최초의 국산 폭발방지 관련 장치였다.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2018년 사고 시점 이후 해당 제품에 성능 문제가 있어 2018~2019년 이를 보완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다만 그것이 마린온 추락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背面추락의 심각성 정도
 
매년 이맘때면 마린온 사고 재조사의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은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 조사 부실을 규탄하는 내용이다. 사진=유승민 의원 페이스북
  이날 헬기는 배면(背面) 추락했다. 뒤집혀서 떨어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 심각했던 것 아닐까. 양욱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항공기의 불시착은 일반적으로 정면 추락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를 전제로 설계한다. 그러나 공격이 사방에서 올 수 있는 군용항공기의 경우는 민수용과 달리 전제 범위에서 벗어난 대비가 필요하다.”
 
  한 해병대 간부의 말이다.
 
  “마린온의 엔진(쌍발)은 프로펠러 바로 밑, 그러니까 헬기의 위에 있다. 한편 메인 연료탱크는 기체의 하단에 있다. 엔진과 연료탱크 사이 2~3m의 공간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6명이 타고 있었다. 뒤집히면 엔진은 바닥, 연료탱크는 위에 있는 모양이 된다. 경우에 따라 가령 고도가 높은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배면추락은 더 위험할 수 있지만, 평지의 14m 높이에서의 배면추락을 치명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록 또한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 3월 14일 하태경 의원실에서 각 군에 요구해 취합한 ‘1990년 이후 국내 헬기 추락사고 현황’을 살펴봤다. 안전사고로 1명 이상 중상 또는 1억원 이상 재산피해가 발생한 사고 기준, 육군 38건, 해군 7건, 공군 4건, 해병대 1건으로 총 50건의 추락이 발생했다. 이들 중 배면추락은 18건인데, 이 중 연료탱크가 손상된 건은 단 5건이다. 마린온을 제외한 4건의 평균 추락 높이는 654m로 현저히 높았다. 50m 이내에서 추락해 연료탱크가 손상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특히 마린온의 경우 유일하게 연료탱크가 ‘손상’이 아닌 ‘대파(大破)·전소’됐다고 기재돼 있다.
 
  한편 의원실에서는 지난 3월 31일 방사청 등에 아래의 세 사항 등에 관해서도 자료 요청을 했지만 6월 13일 기준,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다.
 
  1. 수리온에서 마린온으로 구조 변경할 당시 실내 중앙부에 연료탱크 1개를 추가했다면 이는 큰 규모의 구조변경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음. 기본설계에 대한 이러한 규모의 구조변경이 있었다면 구조변경으로 인한 안전성 및 특히 추락 시 안전성 변동 여부 등을 세밀하게 기술적으로 사전 검토되었어야 하는바, 구조변경 설계 및 제작 전후에 실시한 구조변경이 헬기의 운행과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검토 자료.
 
  2. 연료탱크가 헬기의 하부에 장착되어 있을 경우와 실내에 장착되어 있을 경우에는 추락 시 충격을 받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보이는데, 특히 상부에 설치된 엔진과 가까운 위치에 있게 되어 추락 시, 특히 배면추락 시 엔진과의 근접성으로 인하여 화재발생 속도와 규모가 더 클 수도 있고, 추락의 충돌로 인한 충격부위가 다를 수 있다고 보이는바, 수리온을 마린온으로 성능개량 및 구조변경 설계 시 실내에 보조연료탱크를 장착하기 위한 설계기준과 근거, 개발 및 운용시험평가 기준과 방법 및 결과 자료.
 
  3. (불기소결정서에서) 연료 대량 누설이라고 했는데, 연료 대량 누설의 원인이 무엇(연료공급 차단장치 파손 또는 연료탱크의 파손 등)이었는지와 관련해, 당시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에서 로터마스트 파단 원인 이외 연료 대량 누설의 원인에 대해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기술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그 결과 자료.
 
 
  제작사, “문제점 개선 완료, 연료탱크는 결함 없어”
 
  마린온을 설계·제작한 업체 측은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던 로터마스트는 엑스레이를 통해 전수검사하도록 철저히 개선했으며, 연료탱크의 결함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당시 조사위에서도 연료탱크와 관련한 자료는 일절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연료탱크에 결함이 없었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내부에서 검토한 화재의 원인이다.
 
  “기체 바닥에 연료탱크가 있고, 기체 윗부분에 엔진, 그 위에 블레이드가 달려 있다. 탱크에서 엔진까지 연료를 전달하는 튜브(호스)가 사람 타는 공간인 캐빈 측면 벽을 따라 위치해 있다. 그런데 헬기가 배면추락하면서 기체 기골이 변형됐고 이것이 튜브를 파손해 누유가 일어났다.”
 
  연료탱크의 내추락 요구 높이(19.8m)보다 훨씬 낮은(14m) 상태에서 추락 후 누유가 일어난 것과 ‘연료의 대량 누설’ 배경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고도가 낮았지만 상승하기 위해 엔진 출력이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관에서 흐른 기름이 고열의 엔진에 닿으면서 화재가 났고, 엔진 옆 연료 구성품들이 배면추락의 충격으로 함께 파손되면서 누유량이 많아진 것이지, 연료탱크의 파손으로 대량 누유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추락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기본적으로 추락 시 만족해야 할 요구도가 있다. 헬기의 내추락 요구도는 초당 10.5m인데, 이날은 초당 16.9m로 동체 자체가 기준범위보다 더 빠르게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며, 게다가 요구도 조건에 없는 배면추락으로 충격이 더 컸다”면서 “요구도 밖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까지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완전무결한 기체를 만들라는 것인데, 그런 기술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결국 화재에 이른 근본적 원인은 조사위의 발표와 같이 불량 부품(로터마스트)의 장착으로 기체가 정상적이지 않게 떨어진 데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연료 호스나 밸브의 결함 여부는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밸브나 호스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밸브가 작동했더라도, 로터마스트의 결함으로 기준 속도보다 빠르게 배면추락하면서, 그 추락 충격으로 호스 손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호스의 결함 아니냐고 묻자 “동체가 파손될 정도의 충격을 받고도 파괴가 되지 않을 연료관은 없다. 그래야 한다는 기준도 없다”고 했다.
 
 
  ‘대파·전소’는 외부 화재 때문
 
  연료탱크가 ‘대파·전소’된 것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먼저 일어난 화재로 인해 연료탱크가 파손된 것이지, 연료탱크에서 먼저 누유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연료탱크가 아무리 내구성이 강하다고 해도 불이 붙었는데도 터지지 않을 정도는 아니며, 그 상황에서는 어떤 연료탱크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작동해야 할 화재방지장치들의 미작동 또한 “이미 외부 충격 범위가 너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작동할 새가 없었던 것이지 이들에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를 들어 총알을 맞아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면 질소 공급이 바로 이뤄졌을 테지만, 당시는 그 충격 범위를 벗어난 상태”라고 했다. 사고 이후 폭발방지장치는 왜 보완했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향후 같은 사례 발생 방지를 위해 개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미국·유럽의 항공안전기준을 인용하고 있는데, 경우의 수가 높지 않은 사고 방지를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한다면 작전 임무 수행에 필요한 다른 중요 성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방규격 모두 준수, 사고는 ‘요구도 밖의 일’
 
지난 2018년 7월 23일 마린온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에서 동료 장병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조사위의 결과를 못 믿겠다고 한다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도 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고 하자 “보안상 모두 공개하지 못한 것일 것”이라면서 “만일 세부 조사가 없었다면 그건 조사위의 불찰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체계종합업체의 숙명이기는 하지만, 수백 개에 이르는 국내외 업체로부터 수많은 부품들을 받아 조립, 적용하다 보니 비록 정품 인증을 받은 것일지라도 연동 운영했을 때 오류가 나기도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면 당연히 하는 게 맞고, 그렇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연료탱크 부분은 요구도 밖의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양욱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업체 측의 말을 정리하면 ‘헬기의 내추락 요구 범위를 약 1.6배 벗어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건데, 이는 ‘규격을 초과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정도다. ‘국방규격 문서상의 숫자와 수치를 그대로 따랐다’는 것은 ‘공학적인 고민을 했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설령 수치를 모두 따른다고 해도 연료탱크의 경우 특히 체계 연관성이 상당히 높은 구성품으로, 수많은 변수가 뒤따를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는 게 바로 노하우다.”
 
  20년 경력의 헬기 조종사는 “업체 측의 말대로 조사위에서 화재 원인 관련 자료를 일절 요청하지 않았다면, 과학적인 화재 감식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 “그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국산 무기의 전력화
 
  한편 지난해 4월. 방사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마린온을 무장시켜 해병대의 상륙공격헬기로 사용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해병대는 당초 미국 바이퍼(AH-1Z)와 아파치(AH-64E) 등의 구매를 희망했다. 실제로 앞서 지난 2020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당시 해병대사령관은 “해병대가 요구한 것은 공격 헬기다. 우리는 기동성과 생존성이 우수한 헬기,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한 헬기가 아닌, 공격 헬기로서 운용되는 헬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호환성과 운영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마린온 무장형을 선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였던 지난 2월, 해병대 발전 공약을 발표하면서 “해병대가 명실상부한 국가전략 기동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병력을 보강하고 첨단 장비를 전력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병력 수준을 충분히 보강하고 상륙공격헬기 등 도입에 있어 실전성이 검증된 무기를 도입하겠다”며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는 해병대원에게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부적절한 무기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 제정 등의 문제로 인해 윤석열 당시 후보의 발언은 말처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고(故) 박재우 병장의 유족은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아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다만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개선할 부분은 보완해 장병들의 추가 희생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한 군 관계자는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을 떠나, 국산 무기체계의 전력화 초기 단계에서 이 같은 문제점은 한 번쯤 반드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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