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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사면초가에 빠진 방산업계

“방산업체는 ‘슈퍼乙’… 과도한 징벌적 제재 없애야”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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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위산업발전지원법’엔 ▲입찰 참가자격 제한 완화 ▲지체상금 감면 ▲연구개발 기간 연장 등 담겨
⊙ 방위산업엔 ‘국가계약법’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방위산업 특성에 맞는 별도 법안 및 법령 필요
⊙ 절충교역을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개정하면, 국내 방산업체와 해외 업체 간 협력 어려워져
⊙ “방위산업에 대한 규제, 타 산업과 같은 잣대로 해선 안 돼… 정부와 국회가 ‘중첩 제재’ 완화해야”
2018년 9월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방위산업전.
  문재인 정부가 방위산업 육성을 통한 ‘혁신 성장’ ‘일자리 창출’ ‘수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국내 방산업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이러한 괴리를 타개하기 위해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국방예산을 계속 증액해왔다. 그 결과 2020년 전체 예산에서 국방비는 사상 최대 규모인 50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 43조1000억원에서 16%나 증가한 액수다. 방위산업 성장의 주축이 되는 방위력개선비도 같은 기간(2018년→2020년) 23%나 증가해 16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산업계는 침체를 넘은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여파지만, 국내 방산업계가 침체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과도한 규제와 징벌적 제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체는 슈퍼乙”
 
2019년 10월 1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에서 선보인 사거리 500㎞의 독일제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가운데).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비리’라는 프레임하에 징벌적 제재를 가하는 사례가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불가피한 각종 기술 변경이나 성능 보완, 단순 실수, 착오까지도 비리로 처벌한다”며 “이런 광범위하고, 자의적인 규제와 처벌이 계속되면 방산업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산업체는 언제나 ‘슈퍼을(乙)’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자조했다.
 
  이 관계자는 두 가지 사례를 거론했다.
 
  방위사업청은 2016년 방산업체 A사가 협력업체의 착오로 인해 1400만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이유로, 협력업체뿐 아니라 A사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방사청은 A사에 대해 입찰 제한과 함께 징벌적 성격의 추징금(이윤차감)을 매겼는데, 이는 무려 470억원에 달했다. A사는 ‘방사청의 부당 제재를 시정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2017년 11월 권익위는 제도 개선 권고결정을 내렸다. A사는 방사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해 승소(勝訴) 판결을 받았다.
 
  K11 복합형 소총을 제작하는 B사는 정부의 설계 변경으로 납품이 지연돼 방사청으로부터 30억원의 지체상금(遲滯償金)을 부과 받았다. B사는 방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19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납품 지연은 방사청이 K11 복합형 소총의 연구개발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총기의 설계상 결함을 양산 단계에서 보완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 인해 원고(B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까지 ‘외산(外産)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침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5개년도(’15~’19년) 방위력개선비’ 추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기간 방위력 개선비는 총 67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중 해외 무기 도입에 들어간 비용은 20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외국의 경우, 오히려 국내 무기 도입을 통해 내수(內需) 진작을 꾀해왔다. 미국 공군과 보잉사(社) 간 협조가 대표적인 예다. 미 공군은 경영 위기에 처해 있는 보잉사(社)와 230억 달러(한화 약 27조원) 상당의 F-15EX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사는 미 공군의 계약을 따냄에 따라 어려운 재정난에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방산 3법’엔 어떤 내용이 담겼나
 

  코로나19와 함께 진퇴양난에 빠진 방산업계는 소위 ‘방산 관련 3법’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공포된 ‘방위산업발전지원법’과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은 현재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 중이며,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가계약법 적용 시 부적합한 부분, 즉 방산의 특수성을 반영한 ‘방위산업계약특례법’도 제정 추진 중에 있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연구용역을 완료한 상태다.
 
  방위산업발전지원법의 목적은 ‘방위산업의 발전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방산의 발전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기존 방위사업법에서 ‘방위산업 발전 관련 조항’을 분리해, 별도의 단일법으로 제정한 게 바로 방위산업발전지원법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제8조 ‘방위산업 국가정책사업 지정’이다. 고난도 기술개발 및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해 사업 수행 업체에 혜택을 부여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구체적으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완화하고 ▲지체상금을 감면하고 ▲연구개발 기간 연장을 명문화하도록 했다.
 
  방산업계는 이 법안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국가정책사업 혜택’에 관한 세부 조항을 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업계는 그중 ‘부정당(不正當) 업자 제재’ 중 ‘입찰 참가 제한’을 현행 최대 2년에서 최대 1년으로 완화하고 경미한 사유에 대해선 과징금 납부로 대체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착수금·중도금 지급 제한’의 완화도 꾀하고 있다. 현재는 ‘제재 기간 동안’ 업체에 대해 착수금·중도금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이를 ‘국가정책사업 수행 업체에 한해’ 제재 기간 동안이라도 착수금·중도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조율 중이다.
 

 
  지체상금 규정, 계약 금액의 ‘5/100’으로 완화
 
  지체상금 역시 과중하다는 판단하에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체상금이란, 계약 상대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이행 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성격으로 징수하는 금액이다.
 
  현행 법에서는 ‘계약 금액의 10/100’으로 지체상금이 책정돼 있으나, 이를 ‘계약 금액의 5/100’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현행 법에는 ‘성실 수행’을 인정하는 조항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업계는 시행령에 ‘입찰 참가제한 및 지체상금 면제 가능’이 포함되도록 힘쓰고 있다. 업체가 계약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그에 따른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은 신(新)기술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란 점을 감안해 제정된 법이다. 기술발전 속도가 가속화하고, 4차 산업혁명 등 국방과학기술의 혁신 및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국방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혁신적인 연구개발 토대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이 법을 제정한 것이다.
 
  업계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취지에 맞춰 무기체계의 유일한 구매자인 정부가 핵심 기술과 무기체계, 미래도전 기술 등에 대한 개발비를 원칙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경우 최초에 정확한 소요비용 산출이 불가능하다”며 “사업수행 중 발생하는 불특정한 비용을 인정해 정부가 이를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참여제한 제재’(제9조)라는 조항에 ‘성실수행 인정제도 적용’을 삽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행 법에서는 업체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부 측 요구에 미달할 시 모든 국방연구개발사업(계약·협약) 참여가 불가한 것으로 해석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업계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에서는 이에 대한 표현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방산업체가 정부사업 참여에 제한이 따를 경우, 업체에 경영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참여제한 기간을 완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업계는 또 ‘개발성과물 귀속’(제10조)에서 ‘무기체계 연구개발 및 핵심기술·미래도전 기술 연구개발 등의 사업 구분 없이 정부·업체 모두 공동 소유’토록 명문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발 성과물을 공동 소유하게 되면 기술료 등 절감을 통해 국제 경쟁력이 제고되고, 방산물자의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계약법’ 적용 문제점 지적한 방사청장
 
  업계는 현재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방위산업계약특례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방위산업이 일반적인 수요·공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정부와 방산업체 간 협상에 의해 계약이 이루어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국가계약법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방위사업청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왕정홍(王淨弘·62) 청장은 2019년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위력 개선 사업을 위한 계약을 일반 상용품(商用品) 구매와 동일하게 국가계약법을 적용하다 보니 부정당 제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같은 해 9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구매하는 사업은 TV나 냉장고처럼 대량생산을 하는 것과 다르다. (중략) 방위력 개선사업을 하는 법 체계가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모든 무기체계 생산에는 연구개발 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한 법 적용을 해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개발자와 연구자를 장려할 수 있는 시스템, 즉 성실수행인정제도가 정착돼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부정당 업자 제재 완화(입찰 참가자격 제한, 착수금·중도금 제한 등) ▲성실수행 인정 ▲지체상금 ▲품질보증 등 방위산업에 특화된 계약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산업계 “절충교역 의무 면제, 신중해야”
 

  이와 별개로 국회는 방위사업법 개정을 통해 국내 방위산업을 성장세로 이끈 ‘절충교역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산업계는 이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충교역이란 방산 물자 수·출입 시 구매국에 기술 이전을 하거나 해당 국가의 장비 또는 부품 수입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교역을 말한다.
 
  절충교역이 핵심기술 확보와 물량창출을 통해 방위산업 발전의 일익(一翼)을 담당해왔다. 절충교역제도가 도입된 1983년부터 2018년까지 604개 사업을 통해 231억 달러 상당의 효과를 창출했다. 구체적으로 ▲기술확보 107억 달러 ▲수출 70억 달러 ▲장비 획득 54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이러한 창출 효과는 방위사업법 개정에 따라 빛을 보지 못할 형편에 처하게 됐다. 2019년 8월 발의된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보면, 20조 ‘절충교역을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산업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로 개정돼 있다. 동법(同法) 시행령 26조에도 ‘절충교역을 추진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방위사업법 개정안은 절충교역을 ‘산업협력’으로 변경하고,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변경 추진 중이다. 이처럼 절충교역의 비중이 줄어들면 해외 업체가 국내 업체와 협력할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절충교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수출 산업화를 추진 중이다. 반면 정부는 앞서 언급한 방위사업법 개정을 통해 절충교역 의무 면제를 확대하려고 한다.
 
  안상남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대외협력팀장은 “절충교역 적용 시 계약감액이 4% 안팎으로 상승하지만 절충교역을 통해 계약금액의 30~50% 상당의 기술과 물량 확보가 가능해 수출을 통한 무역수지 개선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첨단 무기체계의 수입량은 해가 지날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현실을 감안해 국내 방위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현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절충교역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위산업 규제를 他 산업과 같은 잣대로 해서는 안 돼”
 
  업계 관계자들은 방위사업법과 별개로 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과 수출 산업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시행규칙이 얼마나 수요자 편에서 구체적으로 잘 만들어지느냐에 법 제정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언론 기고문에서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를 위해 극소수의 업체만이 수행하는 특수성을 지닌다”며 “정부의 소요가 있어야만 개발·생산에 착수할 수 있는데다 국방 규격과 고도의 성능이 요구돼 연구개발(R&D)의 불확실성이 늘 존재한다. 방위산업에 대한 규제를 타 산업과 같은 잣대로 들이대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전제했다.
 
  채우석 회장은 “과도한 감시와 규제로 무기체계 연구개발이 제때 수행되지 않으면 국방전력 증강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방위산업을 둘러싼 ‘중첩 제재’에 우려를 표명했다. 채우석 회장의 말이다.
 
  “시들어가는 국내 방위산업을 재도약시킬 수 있도록 우선 방산업체를 옥죄는 중첩된 제재를 완화해야 합니다. 지난 1월 공포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행령 마련도 시급합니다. 마침 청와대에 방위산업담당관이 신설됐습니다. 방위산업 컨트롤타워가 생긴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강력하게 지원하고 총괄해 방위산업이 국가 경제의 효자 산업으로 재도약하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김대석 법무법인 화우 고문(예비역 육군 준장·전 방사청 기동화력사업부장)은 “방위산업발전법 제정으로 우리 방위산업 역량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면서도 “진정한 방산 발전을 위해서는 법 제정 외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방산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의 사기 진작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대석 고문의 말이다.
 
  “장기간에 걸친 수많은 감사와 수사는 안타깝게도 방산 핵심 인력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상실하게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인 비용 절감, 일정 준수, 성능 보장보다는 문제 없는 사업추진이 목적화되는 왜곡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투명성은 기본 덕목이지 방위사업의 수행목적을 훼손해도 괜찮은 방패막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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