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임 사태 촉발 ‘결정적 계기’ 된 메트로폴리탄은 어떤 회사?
⊙ ‘라임 돈’ 들어간 필리핀 리조트의 실체… 인수대금 270억원 돈세탁 후 어디로?
⊙ ‘춘천식구파’ ‘충장OB파’ ‘칠성파’ ‘익산파’… 라임 파다 보니 전국 조폭 다 나왔다
⊙ 不正 인수한 리조트, 현재도 ‘아바타 온라인 카지노’ 송출 중… 매각 움직임도
⊙ 김영홍은 YS 때 철도 로비한 김인태 동남그룹 사장의 장남, 父傳子傳
⊙ 적색수배 직전 出國, 현지서 ‘자금줄’ 미리 작업… “기존 도피자와 차원 달라”
⊙ 김 회장은 어디에? “필리핀 섬 7000개 중 한 곳에 숨어… 검찰도 못 잡는다”
⊙ 정권 연루설의 진실은? …與野 할 것 없는 ‘줄 대기’
⊙ 김영홍 최측근 A씨 “영홍 형은 피해자… 여죄까지 다 뒤집어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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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홍 최측근 A씨 “영홍 형은 피해자… 여죄까지 다 뒤집어쓰고 있어”
뇌관(雷管)이 터진 지 8개월째다. 그간 ‘키맨’으로 알려진 이종필, 김봉현, 메트로폴리탄 채모 대표, 청와대 전 행정관 등이 속속 소환됐지만 이렇다 할 ‘열쇠’는 쥐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 4월부터 틈틈이 만난 라임 사태와 연관이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이런 얘기를 했다.
“이종필, 채모씨는 증권 필드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選手)입니다. 김봉현과 이모씨(연예기획사 대표·도피 중)도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돈을 빼돌리거나 인수합병(M&A)에 강한 거고요. 뒤에서 이 사태를 꾸민 ‘감독(監督)’은 따로 있어요. 차원이 다른 사람입니다.”
흩어진 파편을 모아도,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잃어버린 한 조각 때문이다. 잠적한 김영홍(47) 메트로폴리탄 회장. 실명 대신 ‘메트로 김 회장’으로 알려진 그는 그간 큰 비중 없이 언급되던 인물이다. 하지만 여러 측근에 따르면 그가 바로 라임 사태를 풀 마지막 퍼즐이다. 검찰 또한 김영홍을 핵심 인물로 보고 그의 소재(所在)를 파악하고 있다. 베일의 주범(主犯)인 김 회장과 그의 배후(背後)를 추적해봤다.
수천억이 사라졌다
처음엔 허풍인 줄 알았다.
“곧 3000억원이 들어오니 투자처 좀 알아봐주세요.”
지난 2018년 1월, 스포츠머리에 풍채가 좋은 한 남성이 명함을 건네며 한 말이다.
“그런데 (돈이) 진짜로 들어온 겁니다. 이 사람 대체 뭐지, 싶었어요.”
기업인 A씨가 2년 전 건네받은 명함엔 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돈의 흐름을 쫓다 보면, 언젠가 모이는 지점이 있다. 그게 부정한 자금일 경우, 그 합수점(合水點)에 유력한 용의자가 있기 마련이다. 라임의 돈은 대부분 2018년에 움직였다. 보유자금 4조원 중 2조원이 들어온 시기며, 공격적인 투자도 이때 이뤄졌다. 이 중 ‘뭉칫돈’ 3000억원이 모두 한곳에 고였다. 그리고 이 3000억원은 후에 라임 사태의 단초(斷礎)가 된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라임이 ‘플루토 FI D-1호’를 통해 메트로폴리탄 계열에 투자한 자산의 규모는 장부가액 기준 2854억원이다. 이 돈은 김영홍 회장의 메트로폴리탄 관계사 14곳으로 흩어져 들어갔다. 그리고 필리핀 리조트, 파주 프로방스마을 인수와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맥주 수입 사업 등에 투자됐다. 라임이 투자한 회사들의 전환사채(CB)를 되사는 데도 쓰였다. 돈은 열심히 돌았지만, 어쩐 일인지 불지는 않았다. 외려 증발했다. 2854억원 중 82.1%인 2336억원이 회수 불가 상태인 ‘C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부실(不實)은 라임에서 기초자산이 1조204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플루토 FI D-1호에 5449억원의 손실을 냈다. 김영홍 회장은 현재 라임 투자금 2000억원대를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회수 불가 판정을 받은 금액과 일치한다.
라임 사태의 시작
‘돈맥(脈)’은 높은 확률로 인맥(人脈)과 겹친다. 김영홍은 원래 경남종합건설(현재 존재하는 동명(同名)의 회사와는 관련 없음-편집자 註)의 사장이었다. 지방세 상습 체납으로 지난 2013년 폐업한 회사다. 이후 배우 신은경의 전남편인 김모 전 테트라 사장과의 연으로 2017년 말에 테트라 건설의 시행사를 운영했다. 당시 사무실을 서울 역삼동의 라움아트센터 바로 옆에 두고, 라움의 부회장도 겸했다. 경남 마산 출신의 그는 라움 회장, 김 사장과 동향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라움에서 먼저 제의를 한 걸로 압니다. 그 사업에 돈 많고, 인맥 좋은 김영홍 회장이 적격이었겠죠. 재벌부터 정계 인맥도 빵빵하다고 소문났으니까요.”
김 회장은 이후 2018년 1월, 김 사장의 소개로 라임 이종필을 만나게 된다. 그때 메트로폴리탄이라는 법인을 설립한다. 사무실은 라임자산운용이 있는 IFC 건물에 냈다. 메트로폴리탄이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가 된 배경이다.
“좋게 말하면 배포가 대단한 거죠. 보통은 이런 경우 ‘거리 두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대놓고 라임과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내고 돌려막기를 했으니까요.”
메트로폴리탄은 이어 총 14개 관계 법인을 세운다. 3000억원을 융통하기 위한 창구였다. 이종필은 이즈음 자신의 대신증권 1년 후배인 채모씨를 김영홍에게 소개시켜준다. 채씨는 이윽고 메트로폴리탄 8개사의 대표이사 명함을 판다. 업계에서는 이종필이 자신의 심복을 심어놓고 ‘거래’를 했다고 해석한다.
‘윈윈(win-win)’이었다. 건설 시행 전문이던 김영홍은 ‘증권전문가’ 이종필을 만나면서 발을 넓힌다. 부쩍 상장사(上場社) 관계자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잘못된 만남’은 2018년 3월, 라임 사태의 첫 도미노 조각인 ‘파티게임즈’를 쓰러뜨린다. 파티게임즈사(社)와 소송 중인 D씨의 말이다.
“라임의 첫 사기작(詐欺作)이죠. 2017년 7월에 라임에서 투자한 파티게임즈는 2018년 3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습니다. 상장폐지가 되면서 400억원이 휴지조각이 됐죠. 이걸 일주일 뒤 메트로폴리탄 관계사에서 권면총액 수준에 사들인 겁니다. 이후 폴루스바이오팜, 바이오빌의 전환사채(CB) 매입도 같은 식이었어요. 이득이 나면 두는 거고, 손실이 나면 다른 회사 이름으로 막는 겁니다. 펀드 수익률은 계속 올라갔지만, 겉만 부풀어 오르는 ‘공갈빵’이었던 거죠.”
자취 감춘 김 회장
김영홍은 메트로폴리탄의 14개 관계사에 모두 지인(知人)을 앉혀놓았다. 아이엠지인터내셔널, 엘씨인터내셔날, 메트로폴리탄개발, 메트로폴리탄건설, 메트로폴리탄씨앤디, 엠앤에이치디앤씨, 제주메트로폴리탄, 라움도시개발, 칭따오비어, 코르도바, 시온디앤에이, 플루토스코어에이지, 서밋파크 등이다. 이 중에는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한 곳도 있다. 이 회사들의 대표이사, 사내이사 자리를 주변인들에게 마구 퍼줬다. 등기부 등본을 살펴보니 실제로 겹치는 인물이 대다수다. 14개 법인 대부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A씨는 이에 “명의를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준 것뿐”이라면서 “진짜로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이름만 올려놨고 회사로부터 월급을 1원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집요한 질문에 그는 “이미 검찰에 다 소명한 부분”이라면서 “죄가 있으면 구속시키면 되잖나”라고 말했다.
본인이 만든 회사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는 동안, 정작 자신은 종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영홍의 잠적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몇몇 언론에서 ‘작년 말’이라고 보도했지만, 올해 초까지 서울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도 들려온다.
앞서 지난 5월 12일,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김모씨가 캄보디아에서 자수했다. 김씨는 김봉현과 함께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인물이다. 작년 1월 괌으로 도주한 김씨는 1년 동안 베트남, 마카오, 중국을 돌아다녔다. 적색수배령이 떨어졌고, 작년 3월 비자 갱신을 위해 중국 칭다오에서 마카오로 입국하면서 공항에서 억류됐다.
이때 김봉현은 김씨에게 캄보디아행 전세기를 띄워줬다.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 C씨는 이에 “김봉현 혼자서는 마카오에 전세기를 못 띄운다”면서 “그 배후에 마카오, 필리핀, 중국 등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김영홍 회장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도피 기간이 길어지면 대부분 잡히는 게 아니라 자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막대한 도피자금 때문”이라면서 “그게 아니더라도 본국에서 도피자금을 조달해주는 ‘돈줄’ 때문에 꼬리가 밟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영홍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다. C씨의 말이다.
“기존의 도피자들과 레벨이 다릅니다. 보통 해외 도망자들은 한국에 돈줄을 두죠. 아니면 돈을 싸 들고 간다거나. 싸 들고 간 돈이 떨어지면 자수하는 거 아닙니까. 김영홍은 이미 현지에 완벽한 돈줄을 만들어놨습니다. 도피자금이 마르지 않는 거죠.”
여기서 ‘돈줄’은 카지노를 의미한다.
막탄섬 이슬라리조트
라임 사태를 영화화한다면 해외 로케 촬영은 필수다. 배경은 필리핀 세부의 막탄섬. 메트로폴리탄은 지난 2018년 라임 돈 3000억원 중 300억원을 ‘이슬라리조트’ 인수에 썼다. 작년까지 대형 여행사에서 세부 지역을 담당했던 S씨의 말이다.
“패키지 중에서도 가장 저가(低價) 상품에 끼워 넣는 리조트다. 약간 허름하고 모텔 느낌이다. 공항 근처, 조금 외진 곳에 있다. 이용객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싼 맛에 특히 젊은 층들에게 꽤 잘 팔렸다. 카지노도 잘됐다. 막탄섬에는 카지노가 단 두 개뿐이라, 다른 리조트 투숙객도 이슬라를 찾았다.”
2009년 오픈한 이 리조트는 태생부터 잡음이 있던 곳이다. 설립 당시 투자를 받은 P씨가 채권자들에게 약속이행을 하지 않아 채권추심이 벌어졌고, P씨는 도주했다. 2014년 9월, 잠적 중이던 P씨는 ‘분쟁 방어’ 목적으로 리조트 주식을 김태산(가명), 정호춘(가명)에게 넘긴다. 이후 이들에 의해 유입된 ‘조직’들은 이 리조트를 가지고 수십억원대 분양사기를 쳤다. 예고 등기가 돼 있는 터라 대출도 매각도 안 됐기 때문이다.
분양사기는 김태산의 춘천 고향친구 이춘배(가명)가 주도했다. 지난 2015년 10월 울산 시민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리조트 분양 설명회’에는 유명 배우 이모씨와 가수 이모씨 등도 참석했다. ‘1400만원 상당 분양권 구입 시, 연 숙박 30일, 해외 항공권 연 1회, 수익 연 12%, 3년 뒤엔 원금 반환’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이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된 상태다.
2018년 8월에는 ‘소유권 다툼’으로 총격전도 벌어졌다. 주동자는 앞서 도망쳤던 채무자 P씨였다. 그는 무려 37명의 무장용병과 리조트에 들이닥쳤다. 동원된 불법 무기류들은 100번의 총성(銃聲)을 울렸다. 자신이 일궈논 텃밭에서 새 조직이 ‘다 해먹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였다.
당시 현지 교민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총격전 직전인 2018년 6월, 김영홍 회장은 이 리조트를 다녀갔다. 실사(實査) 차원이었다. 이때 김영홍에게 리조트를 안내한 자가 앞서 분양사기를 주도했던 이춘배다. 그리고 총격전 발생 직후, 김 회장은 이 리조트를 인수했다. 김 회장의 측근 A씨는 “그즈음 김 회장이 ‘바람 쐬러 나오라’ 해서 이슬라리조트를 몇 번 갔었다”면서 “메트로폴리탄에서 인수한 리조트라고 소개하더라”고 했다.
인수대금 300억원은 어디로?
‘메트로폴리탄에서 인수한 리조트’.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돈은 냈지만, 지분 이전 등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이슬라리조트는 3개 법인으로 이뤄져 있다. 토지 및 일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 운영권 및 스파 건물을 소유한 법인, 그리고 카지노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법인이다. 인수 1년이 지난 2019년 10월 날짜의 이 리조트 주주명부를 보면, 기존 주주들이 그대로 등재돼 있다.
설립 당시부터 채권추심을 벌이고 있는 B씨를 만나봤다. B씨는 이슬라리조트의 자금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B씨는 “인수대금을 치렀는데도 지분이 그대로라는 것은 메트로폴리탄 소유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필리핀에 ‘이슬라리조트 인수 비용’으로 신고 및 흘러들어온 자금은 전혀 없다”면서 “김 회장은 300억원 중 30억원은 횡령하고 남은 270억원을 춘천의 P씨(김태산의 지인) 차명계좌를 이용, 자금세탁을 한 후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던 조폭 등 12명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메트로폴리탄 대표이사 채모씨 또한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에서 “2018년 10월 김 회장 지시로 제주메트로폴리탄이 필리핀 카지노 투자 명목으로 투자받은 라임 자금 300억원 중 270억원을 수표로 끊어 인출, 춘천의 김태산에게 지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카지노 인수 자금이 국내로 다시 들어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B씨의 설명이다.
“돈을 받아 간 조직도 다 특정한 상태입니다. 35억원은 총격전을 벌인 P씨가 받았고, 분양사기를 벌였던 이춘배는 14억원을 받았습니다. ‘카지노 총운영대표’인 대구 칠성파 출신 정용민(가명)에게도 20억원이 들어갔고, 그 밖에 강원도 모 나이트클럽에서 살인을 해 복역한 전북 익산파 출신, 사채업을 하며 여성 연체자를 섬에 팔아넘기다 지역 내 모 국회의원과의 연으로 각종 ‘협회장’을 역임하고 결국 법무부 장관 표창장까지 받은 모 조직의 대부 등이 돈을 받았습니다.”
B씨는 김영홍 회장과 채 대표를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김영홍에 대해서는 곧 범죄단체·활동 혐의로도 고발할 예정이다.
이슬라리조트의 원소유자이자 채무자 P씨는 필리핀 대통령 직속기관인 ‘파코유한공사’에서 정식 카지노 라이선스 허가를 받았다. 2015년에는 온라인 카지노 허가증인 ‘e정켓’도 받았다. 필리핀 내에서도 두 가지 라이선스를 다 가진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세력’들이 이슬라카지노를 탐냈던 이유다. 현지 카지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꼬이는 거죠. 그중엔 건달들도 많아요. 예전부터 여기 들어와 있는 롤링업자(카지노 브로커)들이 전부 춘천식구파, 충장OB파, 익산파, 칠성파였고요. 2년 전에 춘천식구파가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하다 불법 송출로 적발되기도 했고요. 이제는 그 관계자들이 다 배당까지 받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 31일 춘천지방검찰청 보도자료는 “춘천식구파 수괴(首魁)와 고문급 조직원이 필리핀에서 추종세력 22명을 거느리고 248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이슬라리조트의 온라인 아바타 카지노)를 운영한 범행을 적발해 1명을 구속기소 하고, 2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이슬라리조트와 카지노업장은 휴업 상태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아바타 온라인 카지노’는 아직도 송출 중이다. 누군가의 주머니에 계속 돈이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2017년 기준, 이 리조트의 온라인 카지노 매출은 2400억원이다.
의외의 곳에서 실제 배당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도 나왔다. 당초 리조트 분양사기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이춘배는 최근 검찰에 “‘카지노 총 운영 대표’인 대구칠성파 출신 정용민(가명)으로부터 카지노 배당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기 피해자들에게) 변제(辨濟)할 능력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운호 원정도박 때 환치기 담당
김영홍은 원래 카지노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라이선스도 있다. 앞서 지난 2014년경에도 카지노를 운영한 적이 있다. 마닐라 ‘M’ 호텔 카지노. 이곳의 역대 운영자 5명은 모두 한국인인데, 김 회장은 3대 운영자였다. 현지 카지노 업계 관계자 얘기다.
“누구보다 카지노 세계를 잘 아는 인물이죠. 특히 차명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음성적으로 움직이는 데 선수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환치기 계좌를 확보할 수 있고, 도박꾼들의 해외 연결 루트를 꿰고 있으며 그들을 로비하는 데 전문가입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필리핀, 마카오 등지에서 원정도박을 할 때도 그의 환치기를 담당했다고 한다.
“카지노판에 큰돈이 들어오면 VIP룸 예약부터 환전 등 현지에서 할 일이 많아요. 정운호 대표의 환치기를 맡았던 사람 중 하나가 김영홍입니다. 아무리 도박판이라도 100억, 200억 되는 거금을 바로바로 굴려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정 대표 원정도박 당시 도박판 브로커 등 11명이 잡혔는데, 그때도 김영홍은 안 잡혔어요. 뒤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죠.”
카지노 운영 전, 김영홍은 한국에서 룸살롱도 몇 군데 운영했었다. ‘라임 일당’들은 청담동의 이른바 ‘텐프로 룸살롱’ 서너 곳을 수년간 드나들었다. 억대 예치금을 걸어놓고 이용하는가 하면 하룻밤에 2000만원을 쓰기도 했다. 앞서 공개된 청와대 전 행정관과 김봉현, 수원여객 김씨 등의 접대 사진의 배경이 김영홍이 운영하던 룸살롱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영홍은 어디에
김영홍은 도피 초기 이슬라리조트에 은닉했다가 현재는 다른 장소로 이동한 상태다. 검찰 또한 그의 은신처를 ‘필리핀 모처’로 특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섬만 7000개가 넘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필리핀은 돈만 있으면 사설(私設) 경호를 받을 수 있다. 군인이 직접 경호하는 초호화 풀빌라도 한 달에 150만원만 내면 된다. 외부인한테는 총부터 들이민다. 검찰이 아니라 검찰 할아버지가 가도 못 잡는다.”
김영홍 회장은 정말 이 모든 걸 꾸민 걸까. 당사자의 입장을 듣고 싶었다. 한때 수많은 이에게 뿌렸을 명함 속 그의 전화번호를 눌러봤지만, 역시 신호음은 울리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그의 최측근인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소식통은 “A씨는 현재 김 회장과 우회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6월 12일 역삼역 인근에서 만난 A씨는 김영홍 회장에 대해 “젊은 시절 어려움에 처했을 때 흔쾌히 도와준 분”이라면서 “안 지는 약 10년이고 친형처럼 따랐다”고 했다. 연을 맺은 계기를 꽤 소상히 설명했지만, 그는 거듭 “이 내용은 신원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기사에는 쓰지 말라”고 했다. A씨는 이어 김 회장의 억울함을 대변했다.
“정과 의리가 많고 한번 자기 사람이라 여기면 끝까지 끌고 가는 형이다. 옆에서 오래 지켜봤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다. 이게 다 이종필과 매트로폴리탄 채 대표와 박모씨가 꾸민 일이다. 채씨와 박씨는 실제로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행동했다. 결재하고 도장 찍는 것도 다 그들이 한 거다. 특히 박씨는 라움에 있던 사람인데, 회사(메트로폴리탄) 만든다고 하니까 애원하면서 자기 좀 데려가달라고 해서 앉혀놓은 거다. 그런데 이들이 모든 죄를 그에게 넘기고 있다. 영홍이 형은 피해자다.”
“억울하면 나와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그는 침묵했다. 김 회장의 ‘로비’에 대해서는 “거물급 정재계 관계자를 만났다고 해도, 그런 자리에 나를 데리고 가겠느냐”면서 “옆에서 보면 술도 즐기지 않고 특히 나와는 일보다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 부분은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다. 연락이 닿고 있는 게 사실이냐고 묻자 “지난해 9월 중국에서 텔레그램으로 전화가 온 게 마지막”이라면서 “긴 말 없이 ‘잘 지내냐’고 하기에 낌새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곧이어 라임 환매 지연 사태가 터졌다”고 했다. A씨는 말미에 “긴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형이 걱정된다”며 염려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회장의 건강 상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동남그룹 김인태 회장의 장남
그의 행적을 밟다 보니, 어딘가 기시감(旣視感)이 들었다. 지난 2002년 10월 18일 《동아일보》 기사다.
“장기간 해외도피 행각을 벌여오던 동남그룹 김인태 전 회장이 결국 국내 송환돼 철창 신세를 졌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에다 업무상배임, 여권위조 등 죄목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은 걸 보면 도피기간이 길기는 길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자신이 운영하던 백화점 운영자금을 계열사에 빌려준 뒤 받지도 않은 걸 보면 회삿돈도 카지노 종자돈밖에는 안 된 듯하다. 정작 그의 이름이 단골로 오르내렸던 안기부 자금세탁 의혹과 고속철 차량선정 로비사건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걸 보면, 정권 말에 슬그머니 잡혀 들어온 게 드러내놓지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같아 찜찜하기만 하다.”
경남종합건설 사주(社主)이면서 《동남일보》 회장, 마산 성안백화점 실질 사주, 경남종합금융 대주주, 마산상공회의소 제15대 회장을 지낸 김인태 회장은 지역 재벌로 당시 문민정부의 정치 자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인물이다. 1999년 2월 국회 IMF 환란특위 청문회에서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경남종금 대주주인 김 회장이 1992년 대선 자금 수백억원을 지원했다”고 했다. 5년간 도피생활을 하던 그는 2년형을 살고 지난 2004년 출소했다.
그는 슬하에 3남을 뒀다. 수배 중이던 당시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장남의 명의로 고급 한식당을 매입한 전력도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장남은 특히 그를 많이 ‘닮았다’고 한다. 풍채 좋은 몸, 까무잡잡한 피부와 어딘가 이국적인 외모, 그리고 새치까지. 김영홍이 바로 그의 장남이다. 한 재계 임원은 “김인태 회장이 1997년 광장동에서 뺑소니 사고를 낼 당시 동승자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인 배모씨였던 게 세간의 큰 화제였다”면서 “교통사고를 내기 전에는 아프리카(가봉)인으로 여권을 위조해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워커힐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김인태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김영홍의 동생인 김모씨는 최근까지 모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연루설, 어디까지?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액만 1조6000억원. 역대 최악의 금융사기로 꼽히는 라임 사태는 누구 혼자 만든 게 아니다. 하나의 목적 아래,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인 이들의 합작품(合作品)이다. 번듯해 보이는 증권맨, 기업사냥꾼, 전주(錢主)를 비롯해 연예기획사와 마담, 조폭, 그리고 대형 스캔들에서 빠질 수 없는 권력자까지. 실제로 현재까지 여러 정치권 인사들이 라임 사태와 연관된 것으로 언급됐다. 김봉현은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이 금감원에 재직할 당시 김씨로부터 라임 검사 계획서를 빼돌렸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 친구 언젠가 청와대에 꽂아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지난 2018년 3월 한 친노(親盧) 인사의 주선으로 이모 전 의원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넘게 해외 도피 중이던 수원여객 김모 전 재무이사는 자수를 권유하는 주변인들에게 “외삼촌이 모 의원이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김영홍의 뒤는 ‘모 게이트’에 연루됐던 검사장 출신 인사가 봐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취재과정에서 언급된 정치권 인사 중에는 의외의 인물도 여럿 있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라임 일당은 여야(與野)를 가리지 않고 ‘줄을 댔다’고 한다. “라임 주범들의 정·관계 로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라는 검찰발 뉴스는 수개월 전부터 연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는 모양새다. ‘마지막 퍼즐’에 이목(耳目)이 쏠리는 이유다.⊙
“이종필, 채모씨는 증권 필드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選手)입니다. 김봉현과 이모씨(연예기획사 대표·도피 중)도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돈을 빼돌리거나 인수합병(M&A)에 강한 거고요. 뒤에서 이 사태를 꾸민 ‘감독(監督)’은 따로 있어요. 차원이 다른 사람입니다.”
흩어진 파편을 모아도,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잃어버린 한 조각 때문이다. 잠적한 김영홍(47) 메트로폴리탄 회장. 실명 대신 ‘메트로 김 회장’으로 알려진 그는 그간 큰 비중 없이 언급되던 인물이다. 하지만 여러 측근에 따르면 그가 바로 라임 사태를 풀 마지막 퍼즐이다. 검찰 또한 김영홍을 핵심 인물로 보고 그의 소재(所在)를 파악하고 있다. 베일의 주범(主犯)인 김 회장과 그의 배후(背後)를 추적해봤다.
수천억이 사라졌다
처음엔 허풍인 줄 알았다.
“곧 3000억원이 들어오니 투자처 좀 알아봐주세요.”
지난 2018년 1월, 스포츠머리에 풍채가 좋은 한 남성이 명함을 건네며 한 말이다.
“그런데 (돈이) 진짜로 들어온 겁니다. 이 사람 대체 뭐지, 싶었어요.”
기업인 A씨가 2년 전 건네받은 명함엔 메트로폴리탄 김영홍 회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돈의 흐름을 쫓다 보면, 언젠가 모이는 지점이 있다. 그게 부정한 자금일 경우, 그 합수점(合水點)에 유력한 용의자가 있기 마련이다. 라임의 돈은 대부분 2018년에 움직였다. 보유자금 4조원 중 2조원이 들어온 시기며, 공격적인 투자도 이때 이뤄졌다. 이 중 ‘뭉칫돈’ 3000억원이 모두 한곳에 고였다. 그리고 이 3000억원은 후에 라임 사태의 단초(斷礎)가 된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라임이 ‘플루토 FI D-1호’를 통해 메트로폴리탄 계열에 투자한 자산의 규모는 장부가액 기준 2854억원이다. 이 돈은 김영홍 회장의 메트로폴리탄 관계사 14곳으로 흩어져 들어갔다. 그리고 필리핀 리조트, 파주 프로방스마을 인수와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맥주 수입 사업 등에 투자됐다. 라임이 투자한 회사들의 전환사채(CB)를 되사는 데도 쓰였다. 돈은 열심히 돌았지만, 어쩐 일인지 불지는 않았다. 외려 증발했다. 2854억원 중 82.1%인 2336억원이 회수 불가 상태인 ‘C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부실(不實)은 라임에서 기초자산이 1조204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플루토 FI D-1호에 5449억원의 손실을 냈다. 김영홍 회장은 현재 라임 투자금 2000억원대를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회수 불가 판정을 받은 금액과 일치한다.
라임 사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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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 5개월의 도피 끝에 지난 4월 검거됐다. 사진=조선DB |
“라움에서 먼저 제의를 한 걸로 압니다. 그 사업에 돈 많고, 인맥 좋은 김영홍 회장이 적격이었겠죠. 재벌부터 정계 인맥도 빵빵하다고 소문났으니까요.”
김 회장은 이후 2018년 1월, 김 사장의 소개로 라임 이종필을 만나게 된다. 그때 메트로폴리탄이라는 법인을 설립한다. 사무실은 라임자산운용이 있는 IFC 건물에 냈다. 메트로폴리탄이 라임의 부동산 시행사가 된 배경이다.
“좋게 말하면 배포가 대단한 거죠. 보통은 이런 경우 ‘거리 두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대놓고 라임과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내고 돌려막기를 했으니까요.”
메트로폴리탄은 이어 총 14개 관계 법인을 세운다. 3000억원을 융통하기 위한 창구였다. 이종필은 이즈음 자신의 대신증권 1년 후배인 채모씨를 김영홍에게 소개시켜준다. 채씨는 이윽고 메트로폴리탄 8개사의 대표이사 명함을 판다. 업계에서는 이종필이 자신의 심복을 심어놓고 ‘거래’를 했다고 해석한다.
‘윈윈(win-win)’이었다. 건설 시행 전문이던 김영홍은 ‘증권전문가’ 이종필을 만나면서 발을 넓힌다. 부쩍 상장사(上場社) 관계자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잘못된 만남’은 2018년 3월, 라임 사태의 첫 도미노 조각인 ‘파티게임즈’를 쓰러뜨린다. 파티게임즈사(社)와 소송 중인 D씨의 말이다.
“라임의 첫 사기작(詐欺作)이죠. 2017년 7월에 라임에서 투자한 파티게임즈는 2018년 3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습니다. 상장폐지가 되면서 400억원이 휴지조각이 됐죠. 이걸 일주일 뒤 메트로폴리탄 관계사에서 권면총액 수준에 사들인 겁니다. 이후 폴루스바이오팜, 바이오빌의 전환사채(CB) 매입도 같은 식이었어요. 이득이 나면 두는 거고, 손실이 나면 다른 회사 이름으로 막는 겁니다. 펀드 수익률은 계속 올라갔지만, 겉만 부풀어 오르는 ‘공갈빵’이었던 거죠.”
자취 감춘 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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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23일 검거 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조선DB |
본인이 만든 회사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는 동안, 정작 자신은 종적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영홍의 잠적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몇몇 언론에서 ‘작년 말’이라고 보도했지만, 올해 초까지 서울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도 들려온다.
앞서 지난 5월 12일,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김모씨가 캄보디아에서 자수했다. 김씨는 김봉현과 함께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인물이다. 작년 1월 괌으로 도주한 김씨는 1년 동안 베트남, 마카오, 중국을 돌아다녔다. 적색수배령이 떨어졌고, 작년 3월 비자 갱신을 위해 중국 칭다오에서 마카오로 입국하면서 공항에서 억류됐다.
이때 김봉현은 김씨에게 캄보디아행 전세기를 띄워줬다.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 C씨는 이에 “김봉현 혼자서는 마카오에 전세기를 못 띄운다”면서 “그 배후에 마카오, 필리핀, 중국 등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김영홍 회장의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도피 기간이 길어지면 대부분 잡히는 게 아니라 자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막대한 도피자금 때문”이라면서 “그게 아니더라도 본국에서 도피자금을 조달해주는 ‘돈줄’ 때문에 꼬리가 밟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영홍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 같다. C씨의 말이다.
“기존의 도피자들과 레벨이 다릅니다. 보통 해외 도망자들은 한국에 돈줄을 두죠. 아니면 돈을 싸 들고 간다거나. 싸 들고 간 돈이 떨어지면 자수하는 거 아닙니까. 김영홍은 이미 현지에 완벽한 돈줄을 만들어놨습니다. 도피자금이 마르지 않는 거죠.”
여기서 ‘돈줄’은 카지노를 의미한다.
라임 사태를 영화화한다면 해외 로케 촬영은 필수다. 배경은 필리핀 세부의 막탄섬. 메트로폴리탄은 지난 2018년 라임 돈 3000억원 중 300억원을 ‘이슬라리조트’ 인수에 썼다. 작년까지 대형 여행사에서 세부 지역을 담당했던 S씨의 말이다.
“패키지 중에서도 가장 저가(低價) 상품에 끼워 넣는 리조트다. 약간 허름하고 모텔 느낌이다. 공항 근처, 조금 외진 곳에 있다. 이용객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싼 맛에 특히 젊은 층들에게 꽤 잘 팔렸다. 카지노도 잘됐다. 막탄섬에는 카지노가 단 두 개뿐이라, 다른 리조트 투숙객도 이슬라를 찾았다.”
2009년 오픈한 이 리조트는 태생부터 잡음이 있던 곳이다. 설립 당시 투자를 받은 P씨가 채권자들에게 약속이행을 하지 않아 채권추심이 벌어졌고, P씨는 도주했다. 2014년 9월, 잠적 중이던 P씨는 ‘분쟁 방어’ 목적으로 리조트 주식을 김태산(가명), 정호춘(가명)에게 넘긴다. 이후 이들에 의해 유입된 ‘조직’들은 이 리조트를 가지고 수십억원대 분양사기를 쳤다. 예고 등기가 돼 있는 터라 대출도 매각도 안 됐기 때문이다.
분양사기는 김태산의 춘천 고향친구 이춘배(가명)가 주도했다. 지난 2015년 10월 울산 시민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리조트 분양 설명회’에는 유명 배우 이모씨와 가수 이모씨 등도 참석했다. ‘1400만원 상당 분양권 구입 시, 연 숙박 30일, 해외 항공권 연 1회, 수익 연 12%, 3년 뒤엔 원금 반환’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이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된 상태다.
2018년 8월에는 ‘소유권 다툼’으로 총격전도 벌어졌다. 주동자는 앞서 도망쳤던 채무자 P씨였다. 그는 무려 37명의 무장용병과 리조트에 들이닥쳤다. 동원된 불법 무기류들은 100번의 총성(銃聲)을 울렸다. 자신이 일궈논 텃밭에서 새 조직이 ‘다 해먹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였다.
당시 현지 교민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총격전 직전인 2018년 6월, 김영홍 회장은 이 리조트를 다녀갔다. 실사(實査) 차원이었다. 이때 김영홍에게 리조트를 안내한 자가 앞서 분양사기를 주도했던 이춘배다. 그리고 총격전 발생 직후, 김 회장은 이 리조트를 인수했다. 김 회장의 측근 A씨는 “그즈음 김 회장이 ‘바람 쐬러 나오라’ 해서 이슬라리조트를 몇 번 갔었다”면서 “메트로폴리탄에서 인수한 리조트라고 소개하더라”고 했다.
인수대금 300억원은 어디로?
‘메트로폴리탄에서 인수한 리조트’.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돈은 냈지만, 지분 이전 등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이슬라리조트는 3개 법인으로 이뤄져 있다. 토지 및 일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 운영권 및 스파 건물을 소유한 법인, 그리고 카지노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법인이다. 인수 1년이 지난 2019년 10월 날짜의 이 리조트 주주명부를 보면, 기존 주주들이 그대로 등재돼 있다.
설립 당시부터 채권추심을 벌이고 있는 B씨를 만나봤다. B씨는 이슬라리조트의 자금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B씨는 “인수대금을 치렀는데도 지분이 그대로라는 것은 메트로폴리탄 소유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필리핀에 ‘이슬라리조트 인수 비용’으로 신고 및 흘러들어온 자금은 전혀 없다”면서 “김 회장은 300억원 중 30억원은 횡령하고 남은 270억원을 춘천의 P씨(김태산의 지인) 차명계좌를 이용, 자금세탁을 한 후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던 조폭 등 12명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메트로폴리탄 대표이사 채모씨 또한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에서 “2018년 10월 김 회장 지시로 제주메트로폴리탄이 필리핀 카지노 투자 명목으로 투자받은 라임 자금 300억원 중 270억원을 수표로 끊어 인출, 춘천의 김태산에게 지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카지노 인수 자금이 국내로 다시 들어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B씨의 설명이다.
“돈을 받아 간 조직도 다 특정한 상태입니다. 35억원은 총격전을 벌인 P씨가 받았고, 분양사기를 벌였던 이춘배는 14억원을 받았습니다. ‘카지노 총운영대표’인 대구 칠성파 출신 정용민(가명)에게도 20억원이 들어갔고, 그 밖에 강원도 모 나이트클럽에서 살인을 해 복역한 전북 익산파 출신, 사채업을 하며 여성 연체자를 섬에 팔아넘기다 지역 내 모 국회의원과의 연으로 각종 ‘협회장’을 역임하고 결국 법무부 장관 표창장까지 받은 모 조직의 대부 등이 돈을 받았습니다.”
B씨는 김영홍 회장과 채 대표를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김영홍에 대해서는 곧 범죄단체·활동 혐의로도 고발할 예정이다.
이슬라리조트의 원소유자이자 채무자 P씨는 필리핀 대통령 직속기관인 ‘파코유한공사’에서 정식 카지노 라이선스 허가를 받았다. 2015년에는 온라인 카지노 허가증인 ‘e정켓’도 받았다. 필리핀 내에서도 두 가지 라이선스를 다 가진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세력’들이 이슬라카지노를 탐냈던 이유다. 현지 카지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꼬이는 거죠. 그중엔 건달들도 많아요. 예전부터 여기 들어와 있는 롤링업자(카지노 브로커)들이 전부 춘천식구파, 충장OB파, 익산파, 칠성파였고요. 2년 전에 춘천식구파가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하다 불법 송출로 적발되기도 했고요. 이제는 그 관계자들이 다 배당까지 받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 31일 춘천지방검찰청 보도자료는 “춘천식구파 수괴(首魁)와 고문급 조직원이 필리핀에서 추종세력 22명을 거느리고 248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이슬라리조트의 온라인 아바타 카지노)를 운영한 범행을 적발해 1명을 구속기소 하고, 2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이슬라리조트와 카지노업장은 휴업 상태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아바타 온라인 카지노’는 아직도 송출 중이다. 누군가의 주머니에 계속 돈이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2017년 기준, 이 리조트의 온라인 카지노 매출은 2400억원이다.
의외의 곳에서 실제 배당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도 나왔다. 당초 리조트 분양사기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이춘배는 최근 검찰에 “‘카지노 총 운영 대표’인 대구칠성파 출신 정용민(가명)으로부터 카지노 배당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기 피해자들에게) 변제(辨濟)할 능력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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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누구보다 카지노 세계를 잘 아는 인물이죠. 특히 차명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음성적으로 움직이는 데 선수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환치기 계좌를 확보할 수 있고, 도박꾼들의 해외 연결 루트를 꿰고 있으며 그들을 로비하는 데 전문가입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필리핀, 마카오 등지에서 원정도박을 할 때도 그의 환치기를 담당했다고 한다.
“카지노판에 큰돈이 들어오면 VIP룸 예약부터 환전 등 현지에서 할 일이 많아요. 정운호 대표의 환치기를 맡았던 사람 중 하나가 김영홍입니다. 아무리 도박판이라도 100억, 200억 되는 거금을 바로바로 굴려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정 대표 원정도박 당시 도박판 브로커 등 11명이 잡혔는데, 그때도 김영홍은 안 잡혔어요. 뒤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죠.”
카지노 운영 전, 김영홍은 한국에서 룸살롱도 몇 군데 운영했었다. ‘라임 일당’들은 청담동의 이른바 ‘텐프로 룸살롱’ 서너 곳을 수년간 드나들었다. 억대 예치금을 걸어놓고 이용하는가 하면 하룻밤에 2000만원을 쓰기도 했다. 앞서 공개된 청와대 전 행정관과 김봉현, 수원여객 김씨 등의 접대 사진의 배경이 김영홍이 운영하던 룸살롱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영홍은 어디에
김영홍은 도피 초기 이슬라리조트에 은닉했다가 현재는 다른 장소로 이동한 상태다. 검찰 또한 그의 은신처를 ‘필리핀 모처’로 특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섬만 7000개가 넘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필리핀은 돈만 있으면 사설(私設) 경호를 받을 수 있다. 군인이 직접 경호하는 초호화 풀빌라도 한 달에 150만원만 내면 된다. 외부인한테는 총부터 들이민다. 검찰이 아니라 검찰 할아버지가 가도 못 잡는다.”
김영홍 회장은 정말 이 모든 걸 꾸민 걸까. 당사자의 입장을 듣고 싶었다. 한때 수많은 이에게 뿌렸을 명함 속 그의 전화번호를 눌러봤지만, 역시 신호음은 울리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그의 최측근인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소식통은 “A씨는 현재 김 회장과 우회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6월 12일 역삼역 인근에서 만난 A씨는 김영홍 회장에 대해 “젊은 시절 어려움에 처했을 때 흔쾌히 도와준 분”이라면서 “안 지는 약 10년이고 친형처럼 따랐다”고 했다. 연을 맺은 계기를 꽤 소상히 설명했지만, 그는 거듭 “이 내용은 신원이 특정될 수 있기 때문에 기사에는 쓰지 말라”고 했다. A씨는 이어 김 회장의 억울함을 대변했다.
“정과 의리가 많고 한번 자기 사람이라 여기면 끝까지 끌고 가는 형이다. 옆에서 오래 지켜봤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다. 이게 다 이종필과 매트로폴리탄 채 대표와 박모씨가 꾸민 일이다. 채씨와 박씨는 실제로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행동했다. 결재하고 도장 찍는 것도 다 그들이 한 거다. 특히 박씨는 라움에 있던 사람인데, 회사(메트로폴리탄) 만든다고 하니까 애원하면서 자기 좀 데려가달라고 해서 앉혀놓은 거다. 그런데 이들이 모든 죄를 그에게 넘기고 있다. 영홍이 형은 피해자다.”
“억울하면 나와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그는 침묵했다. 김 회장의 ‘로비’에 대해서는 “거물급 정재계 관계자를 만났다고 해도, 그런 자리에 나를 데리고 가겠느냐”면서 “옆에서 보면 술도 즐기지 않고 특히 나와는 일보다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 부분은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다. 연락이 닿고 있는 게 사실이냐고 묻자 “지난해 9월 중국에서 텔레그램으로 전화가 온 게 마지막”이라면서 “긴 말 없이 ‘잘 지내냐’고 하기에 낌새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곧이어 라임 환매 지연 사태가 터졌다”고 했다. A씨는 말미에 “긴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형이 걱정된다”며 염려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회장의 건강 상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동남그룹 김인태 회장의 장남
그의 행적을 밟다 보니, 어딘가 기시감(旣視感)이 들었다. 지난 2002년 10월 18일 《동아일보》 기사다.
“장기간 해외도피 행각을 벌여오던 동남그룹 김인태 전 회장이 결국 국내 송환돼 철창 신세를 졌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에다 업무상배임, 여권위조 등 죄목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은 걸 보면 도피기간이 길기는 길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자신이 운영하던 백화점 운영자금을 계열사에 빌려준 뒤 받지도 않은 걸 보면 회삿돈도 카지노 종자돈밖에는 안 된 듯하다. 정작 그의 이름이 단골로 오르내렸던 안기부 자금세탁 의혹과 고속철 차량선정 로비사건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걸 보면, 정권 말에 슬그머니 잡혀 들어온 게 드러내놓지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같아 찜찜하기만 하다.”
경남종합건설 사주(社主)이면서 《동남일보》 회장, 마산 성안백화점 실질 사주, 경남종합금융 대주주, 마산상공회의소 제15대 회장을 지낸 김인태 회장은 지역 재벌로 당시 문민정부의 정치 자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인물이다. 1999년 2월 국회 IMF 환란특위 청문회에서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경남종금 대주주인 김 회장이 1992년 대선 자금 수백억원을 지원했다”고 했다. 5년간 도피생활을 하던 그는 2년형을 살고 지난 2004년 출소했다.
그는 슬하에 3남을 뒀다. 수배 중이던 당시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장남의 명의로 고급 한식당을 매입한 전력도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장남은 특히 그를 많이 ‘닮았다’고 한다. 풍채 좋은 몸, 까무잡잡한 피부와 어딘가 이국적인 외모, 그리고 새치까지. 김영홍이 바로 그의 장남이다. 한 재계 임원은 “김인태 회장이 1997년 광장동에서 뺑소니 사고를 낼 당시 동승자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인 배모씨였던 게 세간의 큰 화제였다”면서 “교통사고를 내기 전에는 아프리카(가봉)인으로 여권을 위조해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워커힐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김인태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김영홍의 동생인 김모씨는 최근까지 모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연루설, 어디까지?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액만 1조6000억원. 역대 최악의 금융사기로 꼽히는 라임 사태는 누구 혼자 만든 게 아니다. 하나의 목적 아래, 각자의 역할에 따라 움직인 이들의 합작품(合作品)이다. 번듯해 보이는 증권맨, 기업사냥꾼, 전주(錢主)를 비롯해 연예기획사와 마담, 조폭, 그리고 대형 스캔들에서 빠질 수 없는 권력자까지. 실제로 현재까지 여러 정치권 인사들이 라임 사태와 연관된 것으로 언급됐다. 김봉현은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이 금감원에 재직할 당시 김씨로부터 라임 검사 계획서를 빼돌렸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 친구 언젠가 청와대에 꽂아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지난 2018년 3월 한 친노(親盧) 인사의 주선으로 이모 전 의원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넘게 해외 도피 중이던 수원여객 김모 전 재무이사는 자수를 권유하는 주변인들에게 “외삼촌이 모 의원이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김영홍의 뒤는 ‘모 게이트’에 연루됐던 검사장 출신 인사가 봐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취재과정에서 언급된 정치권 인사 중에는 의외의 인물도 여럿 있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라임 일당은 여야(與野)를 가리지 않고 ‘줄을 댔다’고 한다. “라임 주범들의 정·관계 로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라는 검찰발 뉴스는 수개월 전부터 연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는 모양새다. ‘마지막 퍼즐’에 이목(耳目)이 쏠리는 이유다.⊙
所聞의 진상 은밀한 매각 시도, 이슬라카지노에 민노총 자금이?
B씨는 “최근 마카오에 있는 지인에게 해당 카지노 매각 의뢰가 들어왔다”면서 “앞서 국내에서도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권리 관계 문제 등으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내부 사정이 시끄러우니 빠르게 손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각자금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묘한 이야기도 들린다. 이 카지노에 민노총 자금 또한 들어와 있다는 것. 최근 매각 의뢰를 받았다는 B씨의 지인은 “정씨 측에서 ‘카지노 실(實)운영권자’가 명기된 확인서를 보여주면서 ‘정용민이 대표자지만, 실제 운영권은 장○○ 회장에게 있다는 증서’라면서 ‘장○○씨는 민노총 소속이며, 카지노에도 민노총 투자금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지인은 또 “정용민 측에서 ‘장○○’라는 실소유주에 대해 구체적인 신원까지 설명했고 나뿐만 아니라 몇몇 관계자도 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B씨를 통해 받은 ‘확인서’에는 정용민 대표가 카지노 운영권을 장씨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며, 이들의 여권번호와 정씨의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정체가 궁금했다. B씨의 지인이 언급한 ‘민노총 관계자’인 장씨에게 지난 6월 8일 전화를 걸어봤다. 카지노 연관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장씨는 “나는 지방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해외에 나가본 지는 10~20년도 더 됐다. 아마 여권도 없을 것”이라며 “동명이인을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 등은 “근거가 있다”며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