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온갖 논란의 진원지’ 버닝썬의 실소유주는 누구인가? : 월간조선

마약 밀매와 성(性)접대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클럽 ‘버닝썬’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철저 수사’를 지시한 터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폭력’과 ‘마약’ ‘성접대’ 의혹으로 시작된 버닝썬 파문은 이제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수상한 자금의 출처, 탈세 등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는 자신이 버닝썬의 실소유주임을 부인했다. 《조선일보》(3월23일자 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승리라는 이름을 앞세워서 홍보했던 것이 사실이고, 저도 거기에 보태 ‘이거 제가 하는 겁니다’라고 방송에서 언급했기에 아마 실소유주 아니냐는 오해를 산 것 같다”고 밝힌 것이다.

승리 “버닝썬 실소유주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는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

승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전혀 다른 정황이 수사 당국에 포착됐다. 승리의 매니저 월급 수천만원을 버닝썬에서 지급한 것이다. 경찰은 버닝썬 계좌에서 총 3000여만원이 승리의 매니저 지모씨에게 매달 주기적으로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매달 300여만원이 급여 명목으로 입금된 것이다.

지씨는 버닝썬이 아닌 승리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직원으로 확인됐다. 매니저 급여가 승리 개인이나 소속사가 아니라 버닝썬에서 지급됐다면 승리에게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버닝썬 경영과 무관하다’는 승리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YG엔터테인먼트는 지씨를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버닝썬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 가운데 버닝썬의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아온 몽키뮤지엄 전 대표가 승리 파문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사실이 이번 취재 결과 드러났다. 몽키뮤지엄은 승리가 운영하던 힙합 라운지 바(lounge bar)로,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몽키뮤지엄 법인 등기부 등본에서 확인한 설립 목적. 설립 목적이 17개나 된다.

《월간조선》은 말소사항이 포함된 몽키뮤지엄의 ‘법인 등기부 등본’을 통해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아봤다. 몽키뮤지엄의 정식 명칭은 ‘주식회사 몽키뮤지엄엔터테인먼트’로, 2018년 5월 29일 설립됐다. 자본금은 총 5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몽키뮤지엄 등기부 등본의 ‘임원에 관한 사항’을 보면, 사내이사와 대표이사 직위가 버닝썬 사건이 한창일 때 변동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3월 2일’ H씨(1978년생)가 사내이사직을 사임하고, K씨(1990년생)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날 K씨는 ‘주소기입’을 하고 현재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두 사람은 언론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몽키뮤지엄 등기부 등본의 ‘임원에 관한 사항’. 버닝썬 사건이 한창이던 ‘2019년 3월 2일’ H씨(1978년생)가 사내이사직을 사임하고, K씨(1990년생)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음을 알 수 있다. 그날 K씨는 ‘주소기입’을 하고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대표이사·사내이사직에서 퇴임한 ‘3월 2일’을 기준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로부터 나흘 전인 2월 26일에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이튿날 승리는 경찰에 자진 출석해 성접대 및 마약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결국 두 사람은 승리 관련 의혹이 터져나온 직후, 몽키뮤지엄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셈이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승리는 2016년 7월 몽키뮤지엄을 오픈했다. 승리는 이곳에서 수차례 DJ 공연을 펼쳤다고 한다. 버닝썬과 규모만 다를 뿐 분위기는 비슷하다는 게 몽키뮤지엄을 방문한 이들의 공통적인 전언(傳言)이다.

초고가의 VIP 세트가 있다는 점도 버닝썬과 비슷하다. 몽키뮤지엄에서 샴페인 아르망디 10병이 포함된 1800만원짜리 세트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몽키뮤지엄이 오픈 당시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유흥주점처럼 운영했다는 점이다. 통상 일반음식점은 유흥주점보다 세금을 덜 낸다는 점에서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몽키뮤지엄은 영업 정지 대신 과징금 처리를 받았다. 정상적 절차를 밟았다면 과징금 부과와 함께 고발 조치에 따른 형사 처분도 이뤄져야 했지만, 그런 조치는 없었다. 복수의 언론은 몽키뮤지엄이 이런 방식으로 2년여간 8억원 이상 탈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승리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H씨, 승리가 운영하던 ‘아오리에프앤비’의 사내이사직과 감사 역임

아오리에프앤비의 법인 등기부 등본. 승리는 사내이사직을 ‘2019년 1월 21일’ 사임했다. H씨는 승리가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그날, 사내이사직에 올랐다가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2월 15일’ 사임했다. 그는 승리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1월 21일’ 감사직에서도 사임했다.

앞서 언급한 H씨는 몽키뮤지엄뿐 아니라, 승리가 운영하던 일본식 라멘 전문점 ‘주식회사 아오리에프앤비’의 사내이사직과 감사직도 사임했다. 아오리에프앤비는 경찰과 유착 관계라는 의심을 받는 유모씨와 승리가 합작(合作)해 세운 ‘유리홀딩스’와 관련 있는 회사다. 유리홀딩스가 아오리에프앤비 경영에 관여해왔기 때문이다. 아오리에프앤비 본사 소재지는 유리홀딩스와 동일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P타워’이다.

아오리에프앤비의 법인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승리는 사내이사직을 ‘2019년 1월 21일’ 사임했다. H씨는 승리가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날, 사내이사직에 올랐다가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2월 15일’ 사임했다. 앞서 H씨는 승리가 사내이사직을 내놓은 날인 ‘1월 21일’ 감사직도 내려놓았다.

이때는 버닝썬 직원에게 폭행당한 김모씨가 ‘애나’라는 중국인 여성에게 성추행 혐의로 신고(1월 21일)되는 등 버닝썬 관련 각종 의혹이 들끓을 때다. 경찰이 버닝썬을 압수수색한 시기도 이 무렵(2월 14일)이다.

정리하면 H씨는 승리와 관련 있는 2개 회사(몽키뮤지엄, 아오리에프앤비)의 사내이사직에 있다 승리가 궁지에 몰린 시기에 사내이사 직함을 내려놓은 셈이다. K씨도 비슷한 시기에 몽키뮤지엄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가장 민감한 시기에 몽키뮤지엄과 아오리에프앤비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주요 직위에서 물러난 것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물론 통상적인 인사일 수도 있고, 그 시기가 ‘우연의 일치’로 겹쳤을 수도 있다. 초점은 이들이 지금의 버닝썬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다. 두 사람의 실체를 알면, 그들을 연결고리로 버닝썬 사건의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K씨와의 접촉: 그의 페이스북 확인해보니…

그런 의구심을 바탕으로 취재에 들어갔다. 우선 법인 등기부 등본에 기재된 H씨의 주소지를 검색해봤다. 해당 주소지는 경기도 이천의 한 중소기업이었다. 그곳에 연락해 H씨의 소재를 파악하려 했지만, 전화는 신호만 갈 뿐 불통이었다. 한 포털사이트에 기재된 전화번호는 팩스 전용 번호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H씨와 관계된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K씨는 SNS에 몇 가지 단서를 남겨놓고 있었다. 특히 K씨는 버닝썬 사건이 한창이던 2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YTN 인터뷰 기사 링크를 올려놓았다. 버닝썬 직원들에게 폭행당한 김모씨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김씨가) 무대 위 내게 추행을 시도했다”며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으로도 나를 따라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 있던 장 이사(전 버닝썬 관계자)도 이를 발견하고 김씨를 데리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김모씨는 버닝썬 사건을 수면으로 떠 오르게 한 최초의 인물이다. 이후 그는 버닝썬에서 벌어진 ‘은밀한’ 일들을 폭로하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런 김씨에게 불리한 기사를 올려놓은 것으로 보아, K씨는 버닝썬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K씨는 SNS에 휴대전화번호를 비롯해 ‘아오리라멘’의 한 지점 주소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가 승리와 관계된 여러 법인에 관련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3월 20일 몽키뮤지엄과 버닝썬의 관계, H씨와 승리의 관계를 확인해보기 위해 K씨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K씨가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조금 있다가 통화하자”며 이내 전화를 끊었다.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다. 질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버닝썬 사건이 한창이던 지난 3월 2일, H씨가 몽키뮤지엄 사내이사직에서, K씨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유는 뭔가.

▲ H씨는 승리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 현재 H씨는 무얼 하고 있나.

▲ ‘몽키뮤지엄 사단’이 버닝썬의 실제 주인(실소유주)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H씨는 버닝썬과 어떤 관계인가. 〉

K씨는 해당 메시지를 확인했으나, 4월 13일 현재까지 그에 따른 답변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 아오리에프앤비 측에도 같은 취지의 질문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회신이 없는 상태다.

유리홀딩스와 전원산업의 경우, 그리고 경찰

몽키뮤지엄과 함께 버닝썬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기업은 유리홀딩스와 버닝썬이 위치하는 르 메르디앙 호텔 소유주인 전원산업이다.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경찰은 버닝썬의 횡령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유리홀딩스와 전원산업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해 전원산업은 지난 4월 11일 “버닝썬의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전원산업은 입장문을 통해 “전원산업과 버닝썬엔터테인먼트는 전혀 무관한 별개의 기업이며, 전원산업은 단지 가수 승리의 사업을 높게 판단해 투자한 투자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원산업이 “버닝썬의 실질적 소유주라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이러한 추측성 보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간 일부 언론은 전원산업이 버닝썬 창립 당시 버닝썬의 ‘최대주주’였고 ‘1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며 버닝썬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유리홀딩스는 경찰 수사망에 좀 더 가까이 들어온 상태다. 승리와 친분 있는 대표 유모씨가 법인 자금 중 수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입건됐다. 유씨는 몽키뮤지엄 직원 A씨가 형사사건에 연루되자 변호사 비용을 유리홀딩스를 통해 대신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홀딩스는 버닝썬 주식 20%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홀딩스가 몽키뮤지엄 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한 것은, 유리홀딩스를 매개로 버닝썬과 몽키뮤지엄이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경찰이 버닝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버닝썬과 ‘경찰총장’으로 알려진 ‘윤 총경’과의 유착관계 의혹이 그간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은 버닝썬에서 일어난 사건을 상당수 무마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버닝썬 개장 후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는 122건이었다. 신고 내용을 보면 ▲납치감금 1건 ▲마약 1건 ▲성추행 피해 및 목격 5건 ▲폭행 피해 및 목격 33건 ▲미성년자 의심 3건 등이었다. 하지만 이 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는 겨우 8건에 불과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

버닝썬 투자사 대표 최모씨는 최근까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버닝썬이 위치한 르 메르디앙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전원산업 대표다. 복수의 언론은, 경찰청 예규상 최 대표는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최씨를 해촉했다.

지난 3월 23일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버닝썬 의혹에 대해 다뤘다. 제작진 측은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고리로 지목·구속된 전직 형사 강모씨와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강모씨는 버닝썬에서 일어난 미성년자 불법 출입 등을 무마한 혐의를 받았다. 이 인터뷰에서 강씨는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부인했다. 사건을 무마시켜준 게 아니라 친하게 지내는 고향 후배의 부탁으로 강남경찰서에 있는 동료를 통해 ‘말 그대로’ 알아만 봐줬다는 것이다. 문제의 ‘고향 후배’는 몽키뮤지엄 사단 일원으로서 승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마약은 혐의 입증 어려워

이와는 별개로 “경찰이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조직적 마약 유통의 경우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익명을 사용해 점(點)조직으로 거래되는 마약의 특성상 증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지만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는 버닝썬 사건, 경찰이 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