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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月) 탐사 무기연기를 바라보는 과학계의 불신·불만·불안들

정권 바뀌니 달 탐사 오락가락… 과학자의 자부심 흔들어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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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후보, 2012년 대선공약으로 ‘2020년 달 탐사 사업’ 발표
⊙ “무리한 사업기간 단축. 기술여건 부족해 기간 재연장. 반복적 사업비 증액”
⊙ 과기부 담당과장과 항우연 연구책임자의 잦은 교체로 사업관리 실패
⊙ 현재 달 탐사 1단계 사업은 2018년→2020년 연기. 2단계는 2020년→무기연기
⊙ 우주항공 분야의 민간참여와 혁신 필요… ‘국가우주청’ 신설도 검토해야
2013년 1월 3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가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치솟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을 ‘우주개발의 원년’으로 지정했다. 그해 3월 4일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스페이스 코리아’ 붐을 조성키로 하고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또 2020년 달 궤도선 발사, 2025년 달 착륙선 발사를 포함한 우주개발 사업 로드맵도 처음 수립했다. 우주인 배출 사업 추진을 위해 그해 5월 과학기술부는 러시아 연방우주청 앞으로 공식 사업 서한을 전했으며 6월부터 협상에 돌입해 ‘2007년 무렵, 소유즈호(號)에 탑승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정권이 바뀌고 2008년 4월 한국은 ‘세계 35번째 우주인’을 배출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현재 ‘우주인 이소연’은 한국에 없다. 기자와 만난 한 항공우주 분야 교수는 “제대로 된 준비도 충분한 계획도 없었으며 우주인 배출 사업을 밀어붙였던 정부는 전시성 정책 실패에 반성도 없었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사업’이 시작됐다. 나로호 사업은 러시아산(産) 1단(하단) 로켓에다 한국이 개발한 2단 로켓을 얹은 형태다.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두 번의 실패(2009년 8월, 2010년 6월)를 겪었다.
 
  우주항공 분야에 변변한 성공 경험이 없던 2012년 12월, 박근혜 대선후보가 TV 토론에 출연, 뜻밖의 공약을 내놓았다. “지금 2025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데 저는 2020년까지 앞당기려 합니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하면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될 것”이라며 대선공약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정부의 로드맵대로 2025년쯤 달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술적 역량의 확인 없이 2020년으로 계획을 수정, 무려 5년이나 기간을 앞당긴 것이다. 의욕인지 과욕인지를 두고 과학계 내부에 회의적 시각이 드셌지만 대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2013년 1월 30일 나로호는 3차 발사에 성공했다. 나로호 성공에 사활을 걸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과학자들은 안도했다. 그해(2013년) 10월 기자는 대전 대덕연구단지로 내려가 당시 항우연 원장이던 김승조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달 탐사 사업의 5년 단축을 위해 내부 자문단을 만들어 각 공정이나 부품의 개발 진척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며 “제가 봐도 단축할 부분이 여럿 보인다”고 했다.
 
  그 무렵 반가운 소식이 들렸는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15개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달 탐사 협의회’를 구성, 서로 역량을 공유키로 했다는 것이었다.
 
 
  “항우연은 아마추어 집단”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 2008년 4월 11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국내 텔레비전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달 탐사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본격 추진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추진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고 ‘박근혜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자 달 탐사 사업도 탄력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과기부는 작년 8월 9일 국가우주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0년 달 궤도선(착륙선) 발사계획’의 무기연기를 선언했다. 그동안 항우연과 과기정통부(박근혜 정부 때는 미래부)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사업 연기에 대한 항우연과 과학계 내부의 정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현재 달 탐사 1단계 사업은 2020년 12월로 수정됐다. 1단계는 ‘해외 발사체를 탑재한 달 궤도선 발사 사업’이다. 당초엔 올해 12월쯤 쏘아 올리기로 예정돼 있었다.
 
  2단계 사업은 ‘한국형 발사체를 탑재한 달 궤도선·착륙선 발사 사업’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20년 12월 발사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현재 과학계에선 “2030년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확정된 내용이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결정을 살피는 눈치다.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과기정통위의 항우연 국정감사장.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항우연 김인선 원장대행의 문답이다.
 
  〈… — 신경민 “달 탐사는 지금 시험용 달 궤도선 그리고 달 착륙선, 이렇게 되어 있는데 어떻습니까?”
 
  김인선 “달 탐사 계획은 현재 1단계 계획 일정이 부족했었는데 그 일정이 지금 조정이 돼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 신 “조정된 일정이 언제지요?”
 
  김 “2020년 12월까지입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신 “글쎄요, 그런데 예산도 제대로 안 가고… 이거 달에 태극기를 펄럭이게 하겠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얘기만 펄럭이지 실제로는 잘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인데 이거 확실하세요?”
 
  김 “1단계 사업은 충분히 현재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신 “책임지실 수 있어요? 내부에서도 계속 여러 불신·불만·불안, 이런 것들이 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김 “지금 현재 개발 진도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기자는 과학계 내부서 들리는 항우연을 향한 “불신·불만·불안”에 대해 취재했다. 공교롭게도 취재에 응한 인사들이 익명을 요구했다. 관련 분야 국내 전문가들이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항공우주학과 A 교수는 항우연을 아마추어 집단에 가깝다고 했다.
 
  “항우연은 언제나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점을 내세웠어요. 실패를 과정이라 변호하며 실패에 자극받기보다 합리적인 핑계로 사업기간을 연장하고 예산을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죠. 대개의 경우, 국비 100만원 받기도 힘든데 항우연은 사업 지연과 계획수정을 너무 쉽게 하고 대규모 이월이 생겨도, 천문학적 예산을 증액해도 그저 당당합니다.
 
  또 권력과 정치적인 외풍에 휘둘리는 경향도 있었다고 봐요. 박근혜 대통령이 달 탐사 계획을 2025년에서 2020년으로 단축했잖아요. 그런데 당초 노무현 정부 때 마련한 ‘2025년 달 탐사 사업계획’도 그저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것이었어요. 다시 말해 2025년까지 뭘 준비하겠다는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이 없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갑자기 5년이 단축되자 처음에는 서두르는 듯 보였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빠지자 슬그머니 연기해 버렸어요.”
 
  그는 “고도의 전문분야이고 (항우연의) 독점적 지위 때문에 누구도 기술적인 문제를 깊이 따지고 들어가지 못하니 과학계 내부에서 방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달 탐사 착수가 늦었다. 예산배정이 늦어졌기 때문”
 
2015년 10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찾아 NASA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2020년에 달 탐사 착륙선을 보내겠다고 밝혔었다. 사진=뉴시스
  —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왜 박 전 대통령은 2020년을 공약으로 내걸었을까요. 누가 그런 아이디어를 냈을까요.
 
  “해외 선진국들의 2020년, 혹은 2021년 달 탐사 내지 화성 탐사 계획이 있어요. 중국의 경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 7월 이전에 창정(長征) 5호 로켓을 발사해 탐사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웠어요. 그래서 우주기술 선진국들의 탐사계획을 염두에 두고 2020년으로 기본 목표를 앞당겼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이는 항우연 사람들밖에 없다고 봅니다.”
 
  달 탐사 사업의 갑작스런 기간 단축으로 예산편성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한정된 재원에, 한쪽에 돈이 더 들어가면 다른 쪽 예산은 쓸 수 없게 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재부 고위관료 B씨는 “정부 내에서도 달 탐사에 대한 여러 견해가 엇갈렸다”고 기억했다.
 
  “나로호를 통해 한국형 발사체 기술을 많이 습득했다고는 하나, 아직 기술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런데도 달 탐사 사업을 앞당기면서 사업비가 추가로 들었어요. 당시 (달 탐사 예산편성에) 제가 좀 반대를 했어요.
 
  중요한 건 로켓 엔진기술인데 이 기술(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죠. 솔직히 달에 가 봐야 특별한 게 있나요? 있다면 벌써 세계가 다 달려들어 달 탐사를 했겠죠. 중요한 것은 대기권을 뚫고 나가는, 그리고 다시 재진입하는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이 핵심이잖아요.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달려드는 것도 군사적·상업적으로 돈이 되니까 발사체를 쏘는 것이고요. 그런데 우리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이상한’ 달 탐사를 하겠다고 하니… 당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또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부(현 과기정통부)나 항우연 측은 예산만 충분히 보장되면 일정을 단축해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관료 B씨는 항우연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 사람들은 늘 예산타령만 합니다. 나쁘게 말해 예산만 뜯어먹고 사는 사람들이죠. 다른 데서 돈이 안 나오니까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사업을 하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기술 여건이 성숙 안 됐으니) 사업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합니다. 기간이 늘어난 만큼의 사업비 증액이 반복적으로 이뤄져 총사업비는 더 늘어났죠. 그런데 성과가 뭐냐고요. 그리고 발사체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어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임에도 달 탐사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 예산은 올해도 큰 삭감 없이 책정됐다. 총액은 2155억원. 그중 한국형 발사체 예산은 1760여억원, 달 탐사 예산은 390여억원이다. 작년 말 국회 예결위에서 대규모 감액안이 거론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살벌했다. 발사체 사업 ‘588억원 감액안’과 달 탐사 사업 ‘300억원 감액안’이 상정됐지만 막판에 거의 살아나 삭감 없이 배정됐다.
 
  항공우주 관련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국립대 C 교수의 말이다.
 
  “(달 탐사 사업) 착수가 늦었다고 봐야죠. 대선공약으로 시작했으면 바로 착수해야지 그러지 못했거든요. 2013년, 2014년까지 시간을 까먹다가 2015년 작업을 해서 2016년부터 공식화됐다고 볼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예산투입이 너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에서 정해 놓은 시한은 있으나 달성 시간을 계속 까먹었으니… 그렇다고 공약에서 약속한 시간을 미룰 수는 없고… 그래서 3년간 (달 탐사) 연습을 페이퍼상으로 한 것이죠. 종이로 그리는 것하고, 직접 만드는 것하고 다르잖아요. 물론 항우연 자체도 준비를 잘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작년 10월 정책자료집을 통해 달 탐사 사업의 실패 원인을 몇 가지 꼬집었다. 여러 원인 중에서 과기부와 항우연의 달 탐사 사업 책임자가 수시로 바뀌고 관련 연구인력을 자주 이동시킨 것이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박 의원은 “결과적으로 달 탐사 개발 업무 수행에 따른 비효율과 연구 추진 내용 및 결과에 관한 책임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달 탐사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 운영과 항우연의 R&D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과기부의 달 탐사 담당 ‘우주정책과장’은 2013년 이후 4명이 교체됐다. 평균 재직 기간은 13개월이었다.
 
  항우연도 마찬가지다. 달 탐사 사업 책임자가 3번씩(주광덕→최기혁→최석원) 바뀌고 연구 부서와 조직 명칭(달 탐사기반연구팀→달 탐사연구실→달 탐사연구단→달 탐사사업단)도 수시로 바뀌었다. 또 항우연 원장의 의지도 달 탐사 사업 추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립대 C 교수의 계속된 말이다.
 
  “김승조 원장(2011~2014년 재임)은 달 탐사에 대한 애착이 많았고 성과를 내려 독려했는데 후임 조광래 원장(2014~2017년 재임)부터 달 탐사 사업 비중이 줄어들었어요. 아무래도 기관이 움직이는 데는 예산이 중요한데, 사업 비중이 크지 못하니까 기관장 입장에선 그 이상의 비중을 두기 어려웠겠죠. 관련 예산 비중이 전체 항우연 예산의 10%도 채 안 됐습니다.”
 
 
  달 탐사 사업 책임자의 잦은 교체와 전문성 결여
 
  C 교수는 정권에 따라 우주정책이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기술적 수준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한 일정 변경이 잦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해놓은 타임 스케줄에 따라 우주과학 정책을 차근차근 추진하는 정부 의지도 필요해요.
 
  또 항우연 내부에서도 사업 책임자로위성 쪽 전문가에게 맡길지, 탐사 쪽 전문가에게 맡길지를 두고 갈등이 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항우연 내부의 유기적인 협조 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겠죠.”
 
  C 교수는 “기왕이면 실제 (인공위성) 개발을 하셨던 분을 발탁했으면 어땠을까…”라고 했다.
 
  “1년 동안 하다가 안 되겠다 싶었던지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 개발에 참여했던 책임자로 다시 바꾸었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보입니다.”
 
  아리랑 3A호는 항우연이 2015년 3월 26일 발사한 관측위성으로 다목적 실용위성 3A호(KOMPSAT-3A)로 불린다.
 
  — 우주개발 사업이 장기적 플랜 없이 정치적 이유나 정권 목적에 따라 결정된 측면이 있어요.
 
  “우주인 배출부터 달 탐사 사업까지 어느 정권이든 우주개발 사업은 홍보하기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측면이 있었어요. 개발하는 분들은 어쨌든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러나 기술적 역량이 부족해 사업기간 단축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어요. 결국 시간과 돈이 더 들고, 연구자들의 기술적 자부심마저 흔들고 말았습니다.”
 
  — 어쨌든 항우연의 우주개발 기술은 나로호 성공 이후 상당한 축적이 이뤄진 것이죠?
 
  “그렇죠. 나로호를 하면서 어깨너머로 러시아 엔지니어들과 같이 일하며 배웠어요. 사실 기술자나 엔지니어들은 자기가 아는 것을 자꾸 얘기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비공식적으로 배운 게 많습니다.
 
  로켓 발사대나 발사장, 발사운용 체계 같은 것도 빠르게 배울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발사대는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콘크리트 바닥인데 그 지하에 ‘공장’이 있어요. 발사체 추진연료를 공급 관리하며 체크하는 컨트롤타워가 있거든요. 우리 기술로 발사체는 빨리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발사운용 체계 같은 것은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을 하듯’ 시행착오를 겪었겠지만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던 거죠.
 
  나로호 사업을 하며 러시아에 준 돈이 전체 5000억원 중 2000억원인데, 만약 통째로 발사체 기술을 사려고 하면 몇 조원을 줘도 어려웠을 겁니다. 세 번 발사하면서 얻은 배움이나 발사운용 체계나 시설을 생각하면 분명 남는 장사였다고 봅니다.”
 
 
  “항우연의 독점, 지나쳐”
 
2015년 2월 1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이 공개한 달 탐사 로봇 ‘로버(rover)’의 시험용 모델. 로버는 한국형 발사체에 실려 달로 가, 암석을 시추하고 성분을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 달 탐사 프로젝트와 관련, 항우연과 민간 전문가 사이의 기술적 협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항우연이 지나치게 기술적 내용을 보호하고 있어요. 항우연의 독점 체제가 지나치죠. 보호하다 보니까 (전문가적) 토론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된 것은 전임 원장의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분은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관련 사업에 거의 20년 동안 독재를 하신 분이이에요. 박정희보다 독재 기간이 더 길어요.”
 
  항공기계 분야 전문가인 서울 모 사립대학 D 교수는 달 탐사 사업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그 돈으로 급한 인공위성 개발에 투자하라”고 했다.
 
  “항우연이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했는데 수없이 얘기해도 체질을 못 버리고 있거든요. 냉정하게 말해, 항우연은 ‘항공’하고 ‘우주’ 분야로 나뉘는데 그간 세금이 들어간 것에 비해 자기네 업적이라 할 만한 게 뭐가 있나요? 우주분야는 항우연뿐이니 다른 쪽과 비교할 수 없지만, 항공 쪽은 도대체 국가에 뭘 기여했는지, 국내 항공산업에 뭘 기여했는지 냉정하게 봐야겠죠. 그런데도 그 사람들, 매년 예산타령만 하잖아요.”
 
  — 하지만 나로호 실패를 거치며 분명 얻은 게 있겠죠.
 
  “얻은 것은 있지만 과외비를 너무 많이 냈죠. 청와대에서 빨리 쏘라고 하니, 자체 개발로는 도저히 시간이 안 되니까 러시아 발사체를 가져왔는데 결국은 그러다가 국내 기술개발 기간이 더 걸리고 있지 않나요? 돈도 더 들어가고…. 노무현 정부에서 몇 백억 들여 추진됐던 우주인 배출 사업도 마찬가지예요. 그건 우주인이 아니죠. 수백억 들여 러시아에 우주관광을 보낸 것이죠.”
 
  — 그래도 달 탐사 사업은 국민들에게 우주개발에 대한 긍정적 상상력을 심어 줬잖아요.
 
  “달 탐사 사업은… 항우연이나 좋아하는 아이템이고…. 죄송합니다만, 저는 별로 항우연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항우연이 하도 아마추어 같아서요.
 
  전체적으로 볼 때, 달 탐사는 이미 미국이 한 것인데 우리가 반드시 쫓아갈 필요는 없거든요. 결국엔 달 위에 모선을 띄워 놓고 로버(rover·탐사로봇)를 밑으로 내려보내는 것인데, 이미 남이 해 본 것이고 그건 일종의 ‘취미활동’에 불과해요.
 
  달 탐사에 들어갈 돈으로 인공위성 띄우는 데 써야 하지 않을까요? 제일 시급한 게 정지궤도 위성(Geostationary Orbit, GEO)입니다. 우리는 2개밖에 없는데 이미 수명이 다했어요. 그런 쪽으로 신경을 더 써야 하는데 안타까워요.”
 
 
  10월로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1단 시험발사’에 사활 걸어야
 
2012년 8월 헬기에서 바라본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기자는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국가우주위원회의 E 위원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상당히 조심스레 의견을 개진했다.
 
  E 위원은 “정부의 우주개발 R&D 예산과 관련한 중장기적 전략수립을 위해 현재의 출연연 중심을 탈피, 참여 주체를 다양화하고 예산도 합리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우연 중심의 독점 체제가 아닌 “민간 분야의 참여와 혁신을 유도하는 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달 탐사 계획이 지연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기술력 부족과 짧은 개발 기간이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달 탐사 사업을 국가적으로 처음 시도하다 보니, 기존의 지구궤도 위성에 비해 기술 요소가 복합적이고 미국 나사(NASA)와의 협력, 추진 시스템 개발 등 새로운 현안이 부각되면서 이를 해결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 위원은 또 “ 당초 2020년 달 착륙을 위해서는 1단계(달 궤도선 발사)의 사업 성과를 최종 검토하고 그 바탕에서 2단계 사업(한국형 발사체 탑재한 달 궤도선·착륙선 발사)을 시작해야 하나 1단계 성과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형 발사체 계획마저 연기되고 말았다”고 했다.
 
  “이런 면도 있어요. 당초 정부 예산이 2016년부터 본격 책정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2020년까지 궤도선과 착륙선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힘든 일로 생각됩니다.”
 
  — 한국형 발사체(KSLV-II, Korea Space Launch Vehicle-II) 기술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십니까.
 
  현재 KSLV-Ⅱ 1단 시험발사가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 시험발사체엔 한국의 자체 기술로 제작한 75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나로호 이후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항우연이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이를 토대로 2단계 사업인 300t급(75t×4) 1차 본 발사, 그리고 3단계 사업인 300t급 위성을 탑재한 2차 본발사가 예정돼 있다.
 
  “KSLV-II는 현재 정부 계획으로 2021년 2회, 그리고 2022년 1회 발사가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3차례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발사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2년 10월 2일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상단 로켓(공중에 매달려 있는 부분)과 하단 로켓(사진 뒤쪽)을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향후 국내 저궤도 관측위성(차세대 중형위성)을 KSLV-II를 이용해 발사하면서 본격적인 성능 개선을 통해 달 탐사선(착륙선) 개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수준을 숫자로 표현하기는 힘들고 (10월의) 1단 시험발사 결과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여요.”
 
  — 항우연과 국내 학계와 전문가 사이에 기술적 토론이나 협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어느 정도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항우연의 연구개발 인력이 타 개발 사업에 대부분 투입되고 있어요. 전담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보니 달 탐사를 위한 기반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에 많이 집중을 하지 못했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 달 탐사 사업이 지연되면서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줄어든 것 같아요.
 
  “우주개발 사업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필요해요. 또 관련 비전 창출도 중요합니다. 선진국들이 내부적인 이슈를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확고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우주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려면 우주개발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최상의 자문기구가 필요하고 정부의 R&D 기반 우주개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랫동안 이슈가 돼 왔던 ‘국가우주청’의 신설도 과감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민간 분야의 우주혁신(Space X 등)에 대한 벤치마킹도 시급한 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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