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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의 정치편향

“천주교 위기도 하느님의 계획”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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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중 광주대교구장 “탈핵(脫核)은 그리스도의 소명”… 특정세력 목소리 대변
⊙ 2016년 현재 천주교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여율 19.5%
⊙ “자비의 교회가 대통령을 단죄·탄핵하자는 것이 교회 사목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 교황청, “예수 그리스도와 체 게바라를 동일시하는 해방신학,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천주교 광주대교구(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 8월 26일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에서 ‘탈핵 공동 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김희중 광주대교구장은 “핵무기와 핵발전은 생명과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의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김 대주교는 심지어 “탈핵(脫核)을 위한 노력은 우리 그리스도 신앙과 직결되는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탈핵 행사는 ‘광주환경운동연합’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등 시민단체와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탈핵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란 장상(長上)의 말에 많은 천주교인은 두렵고 당혹스럽다. 한국천주교의 공식 입장일까.
 
  천주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몰라보게 달라졌다. 일부 사제들은 주한미군 철수, 평택 미군기지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4대강 개발 반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세월호 비극,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최근의 대통령 탄핵까지 좌파 정치 세력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해 왔다.
 
  도대체 교회 내부에선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왜 교회 장상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이하 정구사)을 막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과 생각이 일치하는 것일까.
 
  1990년대 이후 한국천주교는 중도적이며 안정된 이미지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정치적으로도 특정 정권과 각을 세우기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방식을 고수했다. 천주교의 중도적이고 안정된 이미지는 지식인과 엘리트 계층, 도시 중산층을 대거 흡수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전원 신부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삶의 안정화를 바라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게 되는데 천주교가 주는 안정감이 사람들을 성당으로 이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지난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천주교 신자는 501만5000명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주교회의(이하 중앙협의회)의 집계는 이보다 적은 466만7283명이었다. 가톨릭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과 신뢰를 짐작할 수 있는 통계였다.
 
  그리고 10여 년이 흘렀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서 천주교 신자는 389만여 명이었다. 10년 전보다 112만명(약 -22%)이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천주교 중앙협의회 집계는 565만명이었다. 10년 전보다 100만명(약 +18%) 가까이 늘었다.
 
  통계청과 중앙협의회 격차는 무려 176만명이다. 한국천주교 자체에서 집계한 신자 수에 비해 통계청 집계 천주교 신자가 훨씬 적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10년 전을 떠올린다면 충격의 강도는 더 세다. 천주교에 실망한 국민이 의외로 많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인천교구 소속 미래사목연구소 차동엽 신부는 “냉담교우가 급속히 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종교적 속박을 싫어하는 세대의 증가, 생활고, 신앙의 회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직자, 수도자에 대한 실망이 크다”며 “사목의 일환으로 가정방문을 할 때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는 ‘적대적 냉담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월간조선》 2006년 7월호에 ‘가톨릭 교세 폭발의 비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10여 년 만에 정반대 기사를 쓰게 됐다. 한국천주교의 교세가 무참히 꺾인 ‘비밀’이 뭘까.
 
 
  한국천주교의 교세가 무참히 꺾인 ‘비밀’
 
새로 출범한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관계자들. 왼쪽부터 김원율, 김계춘 신부, 현안상, 서정숙, 강동순씨.
  한국천주교는 고도로 위계적인 조직이다. 마치 군사 조직, 피라미드 조직과 같다. 그러나 신앙에 있어서는 신과 직접 대면하는 ‘헌법기관’과 같은 존재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여러 종교학자를 만났다. 그러나 직접 교회를 거론하는 것에 부담스러워했다. 신부들 역시 말을 아꼈다. 서울대교구 한 신부의 말이다.
 
  “과거 한국천주교는 군부독재 시절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농민운동과 빈민구제 사업도 적극적이었으나 ‘다양성의 일치’라는 표현 안에 용해시킬 수 있었어요. 그러나 보수 정권 10년간 사회갈등을 치유하기보다 갈등을 부추긴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천주교가 부자와 가진 자들의 종교, 정치적 불의에 침묵하는 종교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타종교에 비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오해를 받게 됐어요.”
 
  기자는 익명의 취재보다 교회와 평신도 내부의 실명 취재를 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하 대수천)’ 관계자를 만난 것은 지난 9월 초다. 신부와 평신도로 구성된 이들 모임은 보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일부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고 정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또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한 일도 있다.
 
  그러나 최근 새롭게 2기 대수천 모임을 꾸리며 정치활동의 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키로 했다. 헌법상의 자유인 개인의 정당 선택을 막을 수는 없지만, 모임 전체의 뜻과 구별키로 한 것이다. 3년 전 모임을 처음 결성할 때의 정신으로 돌아가 “한국천주교를 지키는 수호단체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이 모임의 지도신부인 김계춘 원로 사제는 한국천주교 군종 총대리를 역임한 원로 사제다. 부산교구 총대리도 역임했다. 좌파 사제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원로다. 그의 주장이다.
 
  “요즘 교회를 보면 어지러움을 느껴요. 특히 정치행위에 대해 사제가 어느 편도 들지 말고 기도하며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어느 한 편에 가담하면 국민과 신자들을 갈라놓는 일만 하게 되고 교회 권위 역시 손상됩니다. 이전에 한국의 3대 종교 중 제일 두드러졌던 천주교 증가세가 요즘 제일 꼴찌에다 신자마저 격감한 데 대한 반성이 없는 듯합니다. 시국문제에 교회가 잘못 대응한 일에도 (신자 격감에) 큰 영향이 있음을 성찰해야 합니다.”
 
  김 신부는 이런 말도 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지난 1월 23일 시국미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조기 탄핵과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을 기원한다’고 말했어요. 결국 이 주교의 기원대로 대통령은 탄핵되고 미결수로 구속까지 됐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이 일에 대해 재판관도 아니요, 정치적으로 복잡한 수 싸움에 그 내막을 모두 알 리도 없는 상황에서 ‘자비의 교회’가 미리 단죄하여 탄핵하는 것이 과연 교회 사목과 선교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일부 사제, 교회의 권위인 무류지권(無謬之權) 남용
 
《가톨릭신문》 9월 3일 자 4면에 실린 ‘탈핵은 그리스도인 소명’ 기사.
  과거 정진석 추기경은 “4대강 사업은 과학적·전문적 분야이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는 만큼 비전문가가 나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일부 사제들은 정 추기경을 비난했고 이후 정 추기경은 침묵했다. 일부 사제들은 탄핵 과정에서 어느 종교보다, 어느 정치집단보다 탄핵에 앞장섰다. 정권이 바뀌자 이번에는 탈핵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계춘 신부는 “사제는 교회의 권위인 무류지권(無謬之權·절대 그르침이 없이 신앙과 윤리에 관하여 전하는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사제들은 하느님의 진리를 가르치는 데 오류가 없다는 권리의 달콤함에 빠져 빗나간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천주교회가 나랏일에 합당하지 않게 반대해 교회 내 분열을 일으켰어요. 정치나 사회, 경제적인 문제는 천주교의 교권, 즉 무류지권이 없어요. 하나의 오피니언(의견)에 지나지 않아요. ‘믿을 교리’처럼 신자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할 권한이 없어요. 신자들은 자기 양심에 맞게 판단하면 됩니다.”
 
  김희중 광주대교구장의 “탈핵은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는 말은 ‘믿을 교리’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김 신부의 계속된 말이다.
 
  “그런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처럼 하나의 분과위에 지나지 않은 것을 주교회의 전체 뜻인 양 권위를 내세웁니다. 권위도 없는데 신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요. 정치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교회는 신학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진리에 높고 낮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주교라서, 교회 어른이라서 그들 말이 진리고, 평신도의 외침이라서 진리가 아닌 게 아닙니다. 또 주교가 신부보다 더 낫다고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부가 강론할 때, ‘듣는 이’ 중에 이견이 나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강론이) 기울면 권위가 없어지고 말발이 서지 않아요. 신자들은 분심이 생기고 성당에 오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정치적인 문제는 신자의 양심에 맡겨야 합니다. 천주교 교리에 어긋나는 것만 얘기하면 됩니다.”
 
  대수천 서울본부 현안상(玄安常) 대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직자 선언’을 통해 사제는 정치를 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이렇게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79년 해방신학을 처음으로 단죄하셨는데 ‘예수님을 정치가, 혁명가, 나사렛의 전복 운동자로 보는 해방신학의 개념은 교회의 가르침과 맞지 않다’고 발표하셨어요. 그 말씀으로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교계 내의 해방신학에 대한 공식지지 논쟁에 끝장을 내셨어요.”
 
  당시 요한 바오로 2세는 신앙교리성 장관인 라칭거 추기경(훗날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해방신학을 체계적으로 논박하는 책임을 맡겼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984년과 86년 두 차례에 걸쳐 해방신학의 마르크스주의 경향을 지적하면서 ‘오류’로 결정했다.
 
 
  “한국천주교, 권력 속성이 더 강해지고 소통을 피하고 있어”
 
  대수천 김원율(金元律) 교리연구소장은 “신앙과 도덕의 사안에만 ‘무류지권’을 적용해야 한다”며 “주교회의 의장과 일부 주교들은 자신들이 임의로 결의한 4대강 사업 등 정치현안에 대한 반대를 전체 주교회의의 결정인 양 포장하고서는 평신도들마저 그들의 반정부 선동의 홍위병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반 그리스도적 행태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천주교회가 위기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부님들이 교회 밖에서 정치편향을 하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엄숙했던 성당 분위기가 지금은 퇴색되고 거룩함을 잃게 됐으며 성직자들의 신심 역시 흔들리고 있어요. 2016년 현재 천주교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여율이 19.5%에 불과합니다. 신자 5명 중에서 4명은 미사에 참례하지 않고 있어요.
 
  이제는 평신도들이 ‘성직자 중심주의’를 버리고 자신의 신앙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요. 신앙생활은 교회 성직자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행위에서 나옵니다.”
 
  그는 “정치사제들이 집요하게 강론대를 사적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4대강 반대, 사형제 폐지 및 사형집행 금지, ‘임을 위한 행진곡’ 5·18 행사 기념곡 지정, 노후 핵발전소 연장운행 금지, 세월호 조사위원에 대한 수사권·기소권 부여 등의 각종 서명을 신자들에게 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가톨릭신자 언론인협의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강동순(姜東淳·방송인협회 이사·KBS 감사 역임)씨는 몇 달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교회 언론에 대한 검열 중단과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신부 교체 등을 호소한 일이 있다.
 
  강 전 회장에 따르면 그는 올 초 가톨릭언론인협의회로부터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50년사’ 출판물에 들어갈 원고를 청탁받았고 지난 3월 원고를 협회에 건넸다. 그러나 지난 6월 가톨릭 언론인들로부터 원고의 내용 일부를 삭제·수정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역사적 사실과 일반적인 상식을 원고에 담았는데, 검열위원회와 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마음대로 칼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회장의 원고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크게 4가지다. 교회의 친일역사 언급과 오늘날 천주교의 문제점, 초기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평가, 그리고 함세웅 신부가 김수환 추기경에게 했던 발언 등이다.
 
  강 전 회장은 천주교회의 친일역사에 대해 “안중근 의사가 종부성사를 요청했을 때 교회가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 일제의 신사참배 요구를 천주교가 일사불란하게 받아들인 점, 3·1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인에 천주교 신자가 없는 점” 등을 설명했다.
 
  “교회가 일제에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역사적인 서술은 이해가 아니라, 사실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초기 정의구현사제단이 임의단체였고 소수였던 것도 사실이다. 정구사가 국가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훌륭한 행보를 했음에도 교회는 그들을 소 닭 보듯 했다”고 덧붙였다. “함세웅 신부가 김수환 추기경의 ‘아직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발언을 두고 ‘노망들었다’고 말한 것도 신문에서 찾을 수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교회가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고 포용과 소통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천주교는 권력의 속성이 더 강해지고 소통을 피하고 있어요. 입으로는 ‘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를 외치면서도 뒤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소통하지 않아요. 교회는 특권층 성직자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 평신도적 역할을 하고, 성직자·수도자·평신도가 함께 교회를 이끄는, 수직에서 수평적인 교회로 변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한국교회
 
지난 2014년 2월 3일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가 열렸다. 한국천주교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는 이날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 부정선거 불법당선 대통령 사퇴 등을 촉구했다.
  지난 1세기 동안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62년 개막되어 1965년 폐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다. 급격히 변화된 현대사회에 교회가 현대적 시각에서 복음을 재조명해 보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특히 평신도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제시했다. 성직자·수도자·평신도의 순으로 된 피라미드의 이미지를 역으로 뒤집은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커다란 변화였다.
 
  근대건축보존회 김태우(金泰佑) 회장(한국건축정책학회 부회장)은 “아직도 천주교회 내에서 성직자 위주의 교계 질서는 조금도 바뀐 것이 없다”며 “본당 내에 사목회의를 만들어 성체를 분배하는 일밖에 하는 활동이 없다”고 했다.
 
  “개신교는 교회 장로들이 예산을 갖고 있고 목사님도 새로 모셔옵니다. 천주교는 신부들이 모든 권한을 가집니다. 예산권과 인사권까지 다 갖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민주화가 덜 된 것이죠. 사목회장도 사실상 신부가 지명합니다. 평신도들이 교회 문헌을 연구하고자 하는 열정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교문화권의 영향으로 순종을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어요.
 
  한국의 평신도들은 신부를 믿었고,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개신교 병폐들을 보면서 말이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동적인 믿음이 부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편향 사제들이 교회 내에서 주도권을 가지면서 교회를 위해 예산을 쓰지 않고 정치투쟁에 헌금을 마음대로 집행하는 경우도 생겨났어요.
 
  평신도들이 나서서 그런 문제를 지적해도 장상들의 모임인 주교회의는 신부들 편을 듭니다.”
 
  ― 교회 장상들은 일부 정치편향 사제에 왜 침묵하고 있나요. 많은 신자가 궁금해합니다.
 
  김태우 회장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주 바티칸 교황청 대사가 성염 대사다. 당시 그분 밑에서 주교가 된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주교가 된 뒤 보수적인 주교들도 (신세를 져서) 발언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천주교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계춘 신부는 “추기경(염수정)은 저와 생각이 같아요. 주교 중에 몇 사람만 그렇고, 나머지는 (일부 편향된 사제들과 생각이 다르지만)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 왜 침묵합니까.
 
  김 신부의 말이다.
 
  “그게 나쁘다는 겁니다. (교회 장상들이) 과거보다 권위가 없어졌어요. 일부 교구 주교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해요. 주교는 입법·사법·행정권을 모두 갖고 있지만 전혀 행사를 못합니다. 과거 (교회가) 송기인·함세웅 신부를 처벌하려고 했지만 ‘대통령(노무현)의 멘토’라고 해서 결국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어요. 지금 천주교회는 약한 놈은 조지고, 센 놈에겐 못해요.”
 
  이번에는 김원율 소장의 말이다.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인 청주교구 김인국 신부가 심하게 정치편향 활동을 해서 청주교구장을 찾아가 김 신부의 전출을 요구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주교는 면담신청을 거절했는데 비서신부 말이 ‘번지수 잘못 잡았다’는 겁니다. 주교도 신부에게 손을 못 댄다는 거예요.”
 
  김인국 신부는 시국미사를 주도하고 몇 해 전 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수배되자 그를 ‘한상균 그리스도’라고 찬양한 일이 있다.
 
 
  “신부도 마귀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제는 신의 부르심을 받아야 성직자가 될 수 있다. 사제의 소명이 그리스도에게서 오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 증오와 불신의 사제가 존재하는 것일까. 반정부 강론과 정치 개입을 부추기는 주교들도 있다. 하느님이 이들에게 속은 것일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4년 펴낸 대담집 《하느님과 세상》(성바오로 刊)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일부 사제가) 진정한 소명을 받지 않고서도 받은 척 속이고 들어오는 일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위 ‘기만적인 소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계춘 신부는 “그 소명도 하느님의 계획일 수 있다. 신부도 마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회에서 ‘성인은 마귀가 만든다’는 말이 있어요. 올바른 신앙을 굳히기 위해 때론 억울하게 얻어맞기도 합니다. 마치 순교자들처럼 말이죠. 16세기 가톨릭이 부패로 망하게 됐을 때 프란치스코와 같은 대성인이 나타났듯이 모두가 하느님의 계획입니다. 유다가 예수님을 배반하지 않았나요? 예수님은 당신을 배신한 이들의 손에 오히려 당신을 맡기셨습니다. 그러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말씀하셨듯, 아무리 무능한 연장이라도 그 연장을 통해 교회를 지켜내셨습니다. 저는 한국천주교가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령으로 다시 일어서리라 믿어요. 고통받는 착한 교우들 덕분에 천주교회가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지금의 고통은 몇 년 안 가 사라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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