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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최순실 스캔들

‘최순실과 팔선녀(八仙女)’ 실체는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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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사우나 모임’과 ‘지라시(정보지) 명단’은 다른 것”
⊙ 정보지 명단 중 일부는 실제로 최순실과 친분(親分), 일부는 “말도 안 돼”
⊙ 홍기택 부인, 한화그룹 김승연 부인 등 최순실 사태 이전부터 친분관계설 솔솔
⊙ 현(現) 정권에서 잘나가는 여성들 대부분 최순실 관련설 … ‘신(新)팔선녀’ 등장하나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슈에 ‘팔선녀(八仙女)’가 등장한 것은 10월 말이다. 10월 말 주간신문과 인터넷신문 등 일부 언론이 최순실의 비선조직인 ‘팔선녀’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를 공론화시켰다.
 
  10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는 “최순실씨가 매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보고자료를 전달받고 대통령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는 구조란 증언도 나왔고 심지어 비밀모임인 ‘팔선녀’를 이용해 막후에서 국정개입은 물론 재계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엽기적인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며 “어디까지 국정을 뒤흔들고 헌정 질서를 파괴했는지 전무후무한 의혹 덩어리가 드러날 때마다 국민은 패닉상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팔선녀설(說)은 사정기관에서 출발했다. 올 7월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의혹이 불거질 때 “최순실이 실세”라는 소문이 떠돌면서 사정기관 관계자들이 “최순실을 중심으로 국정에 관여하는 여성 8명, 이른바 ‘팔선녀’가 있고 구성원으로는 유명 기업인, 교수, 공직자 부인 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팔선녀가 과거 ‘정윤회와 십상시(十常侍)’, ‘만만회’처럼 실체는 없고 흥미 위주의 이름만 떠돌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최순실을 중심으로 각계 주요 여성들의 모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압구정 사우나 모임이다”, “월 1000만원짜리 친목계 모임이다”, “신라호텔 중식당(팔선)에서 주로 모여서 팔선녀다”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아직 없다.
 
  팔선녀와 관련해 떠도는 지라시(정보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순실 주변 ‘팔선녀’라는 존재가 언론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대상은 현대그룹 현정은, CJ그룹 이미경, 김종 문체부 차관 와이프 홍진숙, 한화 김승현 회장 와이프, 산업은행 홍기택 와이프, 최순실, 우병우 와이프 이민정, 한 명은 확실하지가 않은데 김정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언뜻 그럴싸하지만 김승현(김승연), 김정주(김성주)라는 주요 인명에 오타(誤打)가 포함돼 있어 신뢰도는 높지 않다. 특히 이미경 CJ 전 부회장은 청와대의 압박으로 경영진에서 물러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역시 최근까지 갖은 고초를 겪었다는 점에서 현재 이 정보지 내용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여성 기업인들 ‘펄쩍’
 
  정보지 등장인물들은 왜 팔선녀로 지목됐을까? 이 명단은 유명 여성 기업인(현정은, 이미경),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물(김성주), 최순실 모녀와 인연이 있는 인물(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부인),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하는 인물의 부인(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부인, 홍기택 부인, 김종 부인)으로 구성된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필요한 경우 모든 법적 조처를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고 다른 인물들도 말도 안 된다며 적극 부인했다. 김성주 회장은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성주그룹은 보도자료를 내 팔선녀설을 부인했지만, 최순실과 김 회장의 친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성주 회장은 2014년 10월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됐다.
 
  정보지 내용 중 실제 최순실과 안면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인물은 우병우 전 수석의 부인과 한화 김승연 회장의 부인이다. 우 전 수석의 부인은 동네(압구정동)와 병원(순천향대병원) 등을 매개로 최순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순실이 우 전 수석을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소문까지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인은 승마선수인 아들(3남 김동선, 27세)과 최순실의 딸 정유라(21세)가 함께 승마를 하고 있어 친분이 있는 사이다. 김동선과 정유라는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성빈 교수는 서금회? 최순실 친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0월 26일 공개석상에서 “최순실이 ‘팔선녀 비선모임’까지 만들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 정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의 부인도 눈길을 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부인과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의 부인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다. 전성빈 교수는 남편인 홍기택 전 회장의 ‘든든한 후원자’로 주목받은 바 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월부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재직하다 6월 말 돌연 6개월짜리 휴직계를 제출하고 잠적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 정권 전에는 평범한 대학교수(중앙대 경제학과)였던 그가 하루아침에 대통령직인수위원, 산업은행 회장, AIIB 부총재로 이어지는 출세가도의 길을 누가 열어 주었느냐”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그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부인인 전성빈 교수라는 설이 나돌았다. 전 교수는 서강대 71학번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고 청와대에서 정기적으로 식사까지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주목받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설도 있었지만 비선 실세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2016년 7월 《여성경제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전 교수가 서금회 멤버 중 한 사람을 추천하면 곧바로 박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C모씨와 청와대 Y비서관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전 교수가 금융계 사외이사와 학계활동 등을 활발히 해 마당발 인맥을 자랑한다”며 전 교수-C씨-Y비서관 연결설이 헛소문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 교수는 “일면식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 전 차관 역시 현 정권에서 ‘잘나갔던’ 인물이다. 2013년 문체부 차관으로 임명된 후 장관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꾸준히 차관직을 유지해 왔다. 김 전 차관의 부인 역시 최순실과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전직 문체부 한 인사는 “김 전 차관의 부인쪽 친지가 최순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전 차관의 집안이 재력이 있고 정치인들도 다수 후원하다 보니 어딘가 연결고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다.
 
 
  CJ 이미경은 왜
 
'팔선녀'로 지목된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팔선녀설이 잠잠해진 것은 정보지 명단에 포함돼 있던 CJ 이미경 부회장이 현 정권이 들어선 직후 청와대 압박에 의해 물러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미경 부회장 등 7인이 최순실과 국정을 논의했다는 ‘팔선녀 정보지 명단’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2013년 말 청와대의 퇴진 압력을 받았고, 2014년 10월께 미국으로 떠났다. CJ가 〈광해〉 등 이른바 좌파 성향의 영화 등을 선보여 미운털이 박혔다는 분석도 있지만, 비선 실세 최순실을 등에 업고 ‘문화 대통령’을 노렸던 차은택씨가 이 부회장을 걸림돌로 여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CJ E&M의 전신인 CJ 엔터테인먼트와 CJ CGV, CJ 미디어 등 CJ그룹의 문화계열사를 맡아 수완을 발휘했고 한국 문화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문화계 최대 권력이기도 했다.
 
  전직 문체부 고위공직자는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에 대해 “일부 영화와 TV 프로그램이 문제가 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CJ 입장에서는 그냥 돈 되는 콘텐츠를 한 것일 뿐이고, 사실은 이 부회장이 문화계에서 누렸던 지위가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14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3년 말 이미경 부회장에게 사퇴하라고 했지만 이 부회장은 버티려 했는데, 2014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이 부회장과 가수 싸이가 (대통령보다) 부각이 됐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그 일로 박 대통령이 불편해했을 것이고 굳이 물러나라고까지는 안 했어도 문고리 3인방 등 주변 인사들의 과잉충성이 이루어지던 때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당시 CJ그룹은 다보스포럼 때 이미경 부회장과 박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가 갑자기 이 부회장 모습을 배제한 사진으로 교체하는 등 소동을 벌여 청와대의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 부회장의 생일 파티에 가수 비를 비롯해 이병헌, 정우성, 서인영, 백지영 등 톱스타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경 부회장이나 현정은 회장이 현 정권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최순실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 한 임원은 “유명한 여성 기업인이 최순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만남을 가졌다는 제보도 있다”며 “서로 기브앤테이크를 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최순실 딸 정유라 부정입학 의혹이 일고 있는 이화여대의 이사회 멤버 중 한 사람이다. 현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순실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여(與) 여성 정치인들도 구설수에
 
2014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미경 CJ 부회장.
 
  한편 최순실이 자주 이용하며 인맥을 쌓은 압구정동 사우나는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해당 사우나를 가끔 이용했다는 압구정동 거주 30대 후반 주부는 “그 사우나는 시설이 좋은 곳도 아니고 좁아서 젊은 여성들은 거의 안 가고 동네에 오래 거주한 어머님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며 “어쩌다 가 보면 50~60대 여성들이 요란하게 모임을 갖고 있어 나 같은 사람은 조용히 목욕만 하고 나와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현정은이니 이미경, 김성주처럼 누구나 얼굴을 알 만한 사람은 본 적이 없고,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대부분 고위직 공직자나 기업인의 부인인 것으로 보였는데 8명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정치와 기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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