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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한국인보다 외국 학생이 더 많은 글로벌 대학원

아시아 유일 전미행정대학원연합회(NASPAA)의 인증받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글 :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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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수대학처럼 학생들 수시로 질문하는 대학원
⊙ 3개 국제기구와 인턴십 체결해 국제감각 살려줘
⊙ 개도국 지원사업으로 개도국 정부 내 친한파(親韓派) 양성
KDI 국제정책대학원.
  프로페서(professor)! 프로페서!
 
  한 강의실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손을 들고 교수를 애타게 불렀다. 이들은 수업 중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거나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것이었다. 교수를 부르던 한 학생을 교수가 호명하자 열의 있게 자기주장을 폈다. 곧장 다른 학생이 손을 들어 앞서 발표한 학생의 주장과는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열띤 토론은 수업 내내 이어졌다. 교수는 학생들의 주장에 한국의 정책사례 등과 비교하고 좋은 방안을 찾는 식으로 수업을 이어나갔다.
 
  강의실의 학생들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이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중앙 및 동남아시아 등 각기 다른 대륙에서 온 학생들이다. 다른 강의실도 절반은 외국인 학생들이었다. 미국의 어느 대학교 강의실을 연상케 한 이곳은 어딜까. 아시아 지역 싱크탱크 중 1위, 세계 싱크탱크 중 8위(미국 내 싱크탱크 제외)를 기록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제정책대학원이다. 국제정책대학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됐다.
 
 
  미국 유수대학처럼 강의실 여기저기서 질문 쏟아져
 
세종시에 있는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전경.
  과거 서울 소재 국내 유명대학을 무작위로 잠입해 취재해 본 바 있다. 당시 국내 대학을 잠입 취재한 배경은 한국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외국 학생의 한 일침 때문이었다. 이 증언은 실제로 확인됐다. 기자에게 한국 학생은 질문이 없다는 말을 전한 외국 학생 A씨는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선 질문은 필수이며, 질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도 함께했다.
 
  이런 사례와 견주어볼 때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수업 분위기는 분명 달랐다. 다른 강의실을 확인해 보고, 무작위로 다른 강의실의 학생들과도 인터뷰를 해봤다. 파키스탄 공무원 출신이라는 한 학생에게 평소에도 이렇게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평소에도 질문이 많다”고 했다.
 
  강의실을 나와 대학원 내 도서관과 카페 등 편의시설을 둘러봤다. 2014년 무렵 세종시로 이전한 KDI대학원은 모든 시설이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도서관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책장 등은 디지털화되어 있었다. 도서관 내 수많은 외국 학생의 모습은 실제 외국의 대학 캠퍼스처럼 느껴졌다.
 
  이번에는 전홍택 국제정책대학원장을 만나 대학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 등을 문의해 봤다. 전홍택 원장은 2014년 1월에 취임해 3년 임기의 절반 정도를 지낸 상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국제정책대학원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국내에 대학원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중 정책(policy)을 특화한 대학원은 KDI대학원이 유일합니다. 정책이라는 분야를 심층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타 대학과 단순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정책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만큼 교수진의 노하우와 연구자료도 상당량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 국내는 그렇다 치고 국제적으로도 유일한 겁니까?
 
  “일본이나 미국 등에도 있습니다만, 전 세계를 통틀어서 봐도 정책을 가르치는 대학원은 그 수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일본에는 그립스(GRIPS: National Graduate Institute for Policy Studies)라는 정책대학원이 있으며 일본 공무원들을 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KDI대학원과 상당히 유사한 기능을 하는 대학원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일본의 그립스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분리해 교육하고 있습니다. 내국인 과정은 일본어로 진행되고 외국인 과정은 영어로 운영됩니다. 한국의 KDI대학원은 모든 과정이 영어로 운영되며 내국인과 외국인 구분없이 공통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전 과정을 가르치기 때문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제치고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NASPAA 인증받은 KDI 국제정책대학원
 
전홍택 KDI 대학원장이 교육과정을 설명 중이다.
  — 과정은 총 몇 가지가 있으며, 어떤 내용을 가르치나요?
 
  “저희 석사 과정은 3가지가 있습니다. MPP(Master of Public Policy), MDP(Master of Development Policy), MPM(Master of Public Management)입니다. 우리말로 정책학, 개발정책학, 공공관리학입니다. 공공관리학은 2015년 개설됐고 타 대학에서는 보통 행정학으로 칭합니다. 저희 KDI대학원에서는 행정학의 범주보다 넓은 범주의 관리 개념을 적용해 과정을 구성하면서 공공관리학으로 개발했습니다.”
 
  — 앞서 언급한 일본의 정책대학원과 견주어봤을 때, KDI대학원의 수준이 어떤가요? 국제적인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나요?
 
  “일본의 그립스와 비교했을 때 누가 더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KDI대학원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NASPAA 인증 획득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저희 KDI대학원만 받은 것입니다.”
 
  — NASPAA가 무엇인가요?
 
  “NASPAA라는 건 전미(全美)행정대학원연합회가 만든 국제인증으로 공공학 분야를 심도 있게 가르치는 경쟁력 높은 학교에만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전미행정대학원연합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만 하죠. 평가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NASPAA의 평가단 실사가 2014년 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KDI대학원의 정책학 석사(MPP) 과정이 이 인증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 인증은 미국의 유수대학인 컬럼비아, 시러큐스 등이 받았습니다.”
 
  — 인증이 얼마나 유효한가요.
 
  “이 인증은 1회성이 아니고 7년간 유효한 것입니다. 2014년 획득한 뒤로 2021년까지 유효한데요, 이 기간 동안 KDI대학원은 교육과정의 운영과 변화에 대해 매년 NASPAA에 보고해야 합니다. NASPAA에서 인증받은 과정을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는 셈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꾸준하게 교육방법 등을 공유 및 개선하여 더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 주로 어떤 분들이 KDI대학원을 찾아오나요?
 
  “아무래도 정책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다 보니 재학생 중 한국 학생들은 공무원이 많은 편입니다. 정부기관이 아닌 곳에서 온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인이나 언론인 등입니다. 공무원들에게는 공무원으로서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추후 실무 등에 적용하기에 유리한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겁니다.”
 
  — 개발도상국 학생들은 어떤가요?
 
  “외국 학생의 경우에도 대다수가 공무원 출신으로 현직 공무원이 많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정책사례 등을 통해 발전의 활로를 개척하고자 한국으로 유학을 온 케이스입니다. 이 개도국 지원은 저희 KDI대학원이 ODA(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통해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도국 정부 내에 친한파(親韓派) 인재를 많이 육성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소프트 외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인에겐 저렴한 학비와 국제화된 교육환경 제공
 
KDI 국제정책대학원의 도서관.
  — 일반인들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요?
 
  “KDI대학원만큼 국제화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또 대학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비용적인 측면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죠. 그런데 KDI대학원은 국립이다 보니 가격 경쟁력도 있습니다. 현재 KDI대학원이 배출한 유명인을 찾아보시면 경영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KDI대학원 출신 인재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 국내 공무원 중에서는 어느 쪽 종사자가 많이 찾나요?
 
  “이게 어느 부서가 딱 많다고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매년 대학원에 입학한 공무원들의 출신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기재부와 산자부 등에서 많이 온 적이 있는데, 그 다음해에는 다른 데서도 많이 와서 정해진 패턴이 없습니다. 정부의 다양한 부처에서 오고 있습니다.”
 
  — 동남아와 같은 개도국이 아닌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학생은 없나요?
 
  “물론 있습니다. 단지 그 수가 다른 개도국에서 온 학생 수보다는 적은 편이고,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좋아지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KDI대학원을 통해서 여러 나라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자체검증으로 새로운 교수법 지속개발해 적용 중
 
KDI대학원에선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 일각에서는 획기적인 새로운 교수법 개발을 하지 않는 고등교육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KDI대학원에선 새로운 교수법을 도입 및 시행하고 있나요?
 
  “아무래도 정책 분야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사례연구) 위주로 구성될 수밖에 없고, 이런 케이스 스터디를 중점적으로 해야만 실무에 도움이 됩니다. KDI대학원은 그래서 현재 실무에 도움이 되는 이런 케이스 스터디 부문을 강화하고 새롭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교수법 개발을 원하는 교수진과 함께 현재 케이스 스터디 형식으로 짜인 새로운 교수법을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부분의 강의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 새로운 교수법이 외국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나요?
 
  “KDI대학원에서 Knowledge Sharing Program(KSP)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하는 ‘KSP 발전경험정리 모듈화 사업’이 있습니다. 한국의 개발연대 경제사회발전 정책사례를 케이스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자료인데, 이를 수업에 활용하여 개도국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경제발전 성과를 알리고 정책결정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든다면요?
 
  “최근 사례를 들자면 인도가 최근 한국 KDI대학원에 공공화장실 분야 개혁을 문의, 정책적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개도국에 대한 정책 자문(bilateral consultation)의 일환이었죠. 아무래도 인도의 입장에서는 공공화장실 개조가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개발 연수실을 통해 개도국의 능력배양(capacity building)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 KDI대학원이 개도국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말은 나오는데, 정말 실효성이 있나요?
 
  “이것은 곧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이며 진행되는 개발협력사업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영향을 측정하여 정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지요. KDI대학원 자체적으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도 개도국 지원의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분명 있습니다. 여기서 도출된 연구 결과를 국제적인 학술지 등에 등재하는 것도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제사회와 지적재산을 공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KDI대학원의 평가능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세계은행(World Bank)이 추진 중인 영유아 발달(Early Childhood Development) 지원 프로그램도 세계은행의 요청으로 저희가 평가하고 있습니다. 즉 KDI대학원의 연구 경험과 역량을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른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개도국인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일종의 국제원조인 셈이죠. 이 개발사업에 대한 영향평가(Impact evaluation)를 올해 2월 저희 KDI대학원에 의뢰해 현재 추진 중입니다. 이것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우리 KDI대학원의 영향평가를 신뢰한다는 것이고 그만큼 실효성 있는 개도국 발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는 방증입니다. 사실 이런 영향평가는 어려움이 많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지 국가의 지원 없이는 자료를 구하거나 조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KDI대학원이 여태껏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해왔다는 뜻입니다.”
 
 
  실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연구와 인턴십 제공해 개도국에서 효과 봐
 
KDI대학원의 기숙사 내부.
  — 주제를 좀 바꿔서 물어보겠습니다. 스위스의 낮은 청년실업률의 유지 비결로 직능전문교육(VET)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방식이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이런 교육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교육현장의 교육방법이 무조건적으로 틀렸다는 게 아니라, 국내 교육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도 직업에 맞게 재교육되고 있는 탓입니다. 이런 점에서 직능교육은 필요하고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KDI대학원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학생들은 대부분이 다른 나라의 공무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교육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 다시 공무원 신분으로 일을 하는데, 여기서 배운 정책교육 과정이 본국의 실무에 곧장 적용되곤 합니다. 그리고 좋은 변화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저희에게 종종 알려옵니다. 결국 KDI대학원은 정책 분야의 직능교육에 특화된 교육을 잘하고 있는 셈이죠. 그 이유는 KDI대학원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케이스 스터디를 많이 가르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KDI대학원에서는 실무에 도움되는 인턴십도 제공하나요?
 
  “물론입니다. 개도국 개발을 위해 학생들이 개도국을 방문해 개발사업 등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세계은행과 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개도국의 탐색 및 분석에 직접 참여할 수 있죠. 이 외에도 국제기구 인턴십에 학생들을 선발해 파견하고 있습니다. 국제농업개발기구(IFAD), 미주기구(OAS), 아프리카 개발은행(AfDB) 등에서 3개월에서 최장 6개월 정도를 일할 수 있습니다. 이 기구들은 대륙별로도 각광받고 있는 주요 국제기구라서 학생들의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국제기구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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