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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의 교통법 why?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기’라는 변명은 이제 그만!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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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가서 “운전 당시에는 알코올 농도 상승기였다”고 주장해 무죄판결 받는 사례들 많아
⊙ 대법원, ‘술 마시기 시작한 시점’을 혈중 알코올 농도 판단 시점으로 제시

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
《(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음주단속에 걸린 한 여성이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 여성은 1시간20분 동안 버티다가 결국 측정에 응했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34%에 달해 면허가 취소됐다.
  음주운전을 처벌하려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의 주취 상태에서 운전했어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그 방법은 호흡측정과 혈액측정 두 가지다. 혈액측정은 운전자가 호흡측정을 한 뒤 자신이 마신 술의 양에 비해 너무 높게 수치가 나왔으니 못 받아들이겠다며 다시 측정하자고 할 때, 또는 건강이나 질병 등의 사유로 호흡측정이 불가능할 때에 이뤄진다.
 
  일반적으로는 음주운전 단속을 할 때 호흡측정을 하는데 이때도 두 가지 경우가 있다. 교통통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찰의 음주단속에 의해 적발되는 경우가 첫 번째다. 교통사고 발생 후 병원으로 옮긴 운전자를 상대로 측정하거나 사고는 없었지만 주변 사람과 시비를 벌이던 끝에 술 냄새를 맡은 사람이 신고하거나 술 취한 차 주인이 대리운전자를 내리게 한 후 직접 운전하는 것을 대리운전자가 경찰에 신고해 측정하는 경우도 있다.
 
  운전 중 현장에서 측정된 경우는 음주운전 직후이기에 측정 수치가 운전 당시의 수치로 그대로 인정돼 다툼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운전자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한참 시간을 끈 뒤 측정하거나 교통사고를 낸 사람을 시간이 흐른 뒤 병원에서 측정하거나 시비를 벌이다 귀가한 사람을 찾아내 측정하는 경우에는 운전시각과 측정시각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생긴다.
 
  이 경우 음주운전자들은 대부분 법원에서 “음주측정할 당시는 운전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때는 알코올 수치 상승기였다. 따라서 운전 당시에 0.05%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 무죄다!”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운전한 시각은 밤 11시였는데 측정시각은 밤 12시로서 1시간 흘렀고 음주측정 수치가 0.06%가 나왔다면 경찰은 1시간 동안 술이 깬, 즉 알코올이 분해된 정도를 역산해 0.068%의 음주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처리한다.
 
 
  음주 후 30~90분
 
  사람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술이 깨는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시간당 0.008%, 많게는 시간당 0.03%씩 수치가 줄어들기에 예전엔 평균인 시간당 0.015%씩 플러스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운전자에게 최대한 유리한 수치인 시간당 0.008%씩 플러스시킨다. 즉 1시간 지난 후에 0.06%면 1시간 동안 0.008% 알코올이 분해됐으니 1시간 전인 운전 시에는 0.06% + 0.008% = 0.068%가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1시간 후에 측정한 게 0.06%로 운전 당시 0.068%이지만 “나는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역산방법을 인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운전할 당시는 취기가 오르는, 즉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기였다”라고 주장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음주를 마친 때로부터 30~90분간은 알코올 농도 상승기로 보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는 멀쩡하다가 집에 오는 중에 차에서 취해 잠들기도 하고 집에 들어올 때까지는 멀쩡했다가 집에 들어와 곧바로 잠에 빠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술은 마실 때 곧 취하는 게 아니고 몸속의 알코올이 혈액을 타고 퍼져나간 후 효과가 나타나므로 사람마다 술 마신 후 30분 내지 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올랐다가 그 후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알코올이 분해되어 술이 깨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밤 10시50분까지 술을 마시고 나와 운전하다가 11시에 사고가 나고 12시에 음주측정한 결과가 0.06%라면 술 마시고 70분 만에 측정된 수치이기에 아직도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는 중일 가능성이 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30분까지 취기가 오르다가 그 이후 술이 깨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90분까지 취기가 더 심해지다가 그 후로 깨는 사람도 있기에 술 마시고 70분 후 운전이라면 아직 술에 더 취해가는 알코올 농도 상승기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2시에 0.06%가 나왔지만 상승기 수치일 수 있고 교통사고가 일어난 11시에는 0.06%보다 더 낮은 수치였을 수 있다. 따라서 술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시각에 0.05% 이상이라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기에 무죄 판결되는 게 보통인 것이다.
 
  순진한 사람들은 “어? 왜 이렇게 수치가 높지? 혈액측정하자”라고 우겼다가 오히려 더 높은 수치가 나와 면허정지될 것이 면허취소로 변하기도 한다. 실제로 호흡측정보다 혈액측정 수치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80% 이상이 혈액측정 수치가 더 높게 나온다. 이런 경우, 음주측정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법원에 가서 “운전 당시에는 알코올 농도 상승기였다”라고 주장하며 무죄판결 받는 사람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
 
 
  대법원, “술 마시기 시작한 때 기준”
 
  2013년 9월 전남 장흥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주차된 차를 들이받아 그 차가 밀리면서 부근의 두 사람에게 각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사고시각은 밤 10시46분이었고 그로부터 35분 후인 오후 11시21분에 음주측정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17%로 나왔다.
 
  확인한 결과 술집에서 나온 때가 오후 10시 반쯤인 것으로 밝혀졌다. 1심 법원은 “마지막으로 술 마신 때가 오후 10시 반, 운전시각은 16분이 지난 10시46분, 음주측정 시각은 51분이 지난 11시21분이며 그때 나온 음주 수치는 0.117%다. 알코올 수치 하강구간이라면 측정 당시보다 운전 당시의 수치가 더 높기에 0.117% 이상에서 운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알코올 수치 상승구간이라면 운전 당시엔 0.117%보다는 낮은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기에 운전 당시 0.05% 이상이었다고 볼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했다.
 
  검찰은 “0.117%는 음주운전 후 얼마 안 되는 35분 만에 측정된 것이기에 운전 당시에는 충분히 0.05% 이상이었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음주운전을 한 시각이 알코올 수치 최고치를 향해 올라가는 상승기였는지 아니면 술이 깨고 있는 하강기였는지 불확실하고 오히려 상승기일 가능성이 농후해 보여 운전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측정한 수치만으로는 0.05% 이상이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도7194 판결). 기록에 피고인이 그날 밤 9시쯤 노래연습장에서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고 되어 있음을 지목한 것이다. 노래연습장에서 술 마시기 시작한 때인 9시를 기준으로 한다면 운전은 1시간46분 후에, 음주측정은 2시간21분 후에 이뤄진 것이기에 운전이나 측정 당시는 모두 90분이 지났기에 알코올 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령 피고인이 처음엔 술을 안 마시다 나중에 마셨다고 하더라도 운전을 종료한 밤 10시46분과 음주측정한 밤 11시1분 사이의 시간 간격은 35분에 불과해 측정 수치가 0.117%로서 처벌기준인 0.05%를 크게 넘는다. 0.05% 미만이던 알코올 수치가 35분 만에 급격하게 상승해 0.117%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경찰이 작성한 ‘주취운전자 정황 진술보고서’에 “피고인의 언행 상태는 어눌하고 보행 상태는 비틀거리며 혈색은 홍조”라고 기재돼 있어 외관상으로도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고 더 나아가 운전면허 취득한 지 25년이 지난 숙련된 운전자로 보이는데도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앞쪽 갓길 주차구획선 안에 세워져 있던 (그때 피해자가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던 중) 승용차를 들이받아 부근에 있던 사람들을 다치게 한 점을 보면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발생키 어려운 사고로 보이며 비록 피고인의 음주운전 시각이 알코올 수치 상승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전 당시의 수치는 적어도 0.05% 이상은 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기에 음주운전은 유죄다”라고 판결한 것이다.
 
 
  음주단속 가이드 라인
 
음주단속에 걸린 이 남성은 경찰에게 “수치가 낮게 나오는 방법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수차례 입을 헹구고 제자리 뛰기도 해봤지만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137%로 면허가 취소됐다.
  이 대법원 판결은 ‘알코올 수치 상승기’를 주장하는 못된 음주운전자들에게 휘둘리는 1심과 항소심 판사들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들에게도 음주단속과 조사의 가이드라인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여기서 음주운전 측정의 몇 가지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가능한 한 운전을 마친 직후에 측정해라. 그래야 “상승기에 있었기에 나중에 측정된 수치보다 운전 당시는 더 낮은 수치였다”라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술집에서 나온 시간뿐 아니라 들어간 시간도 파악해라. 대법원에서는 술집에서 나온 시간뿐 아니라 처음 술을 시킨 시간도 감안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셋째, 음주측정 과정을 녹화해라. 그래야 운전자가 얼굴색이 정상인지, 발음이 똑바른지, 비틀거리는지 아닌지 등을 나중에 영상으로 판사에게 보여줄 수 있고 음주측정 거부의 증거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황보고서는 경찰관의 주관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믿기 어렵다고 할 가능성에 대비한 측면에서 녹화가 최고다.
 
  넷째, 교통사고가 났거나 운전 중 또는 운전 종료 후 시비 되었다면 그 과정을 세세히 조사해라. 멀쩡한 차나 사람을 충격했거나 시비 된 과정을 조사하고 그 과정들을 담고 있는 블랙박스 영상이나 CCTV 영상을 확보해야 맨 정신에서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인지, 아니면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아닌 상태에서 사고가 난 것인지 알 수 있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뿌리 뽑고자 혈중 알코올 농도 0.03%부터 처벌할 수 있도록 법개정 준비 중에 있다. 그동안 힘들게 조사해 검찰을 거쳐 법원에 보내면 판사들은 “알코올 농도 상승기였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쏟아내는 게 현실이었다. 음주운전한 사람은 그에 걸맞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상승기’를 내세워 빠져나가면 순순히 반성하며 처벌받는 사람들과의 형평성뿐 아니라 열심히 조사한 경찰관 또한 힘이 빠져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기억해 경찰이 초기 수사단계에서 외관상 음주운전으로 보이고 측정 수치와 위드마크 공식에 의해 음주운전으로 밝혀지면 음주운전자가 법원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미리 그물망을 촘촘히 침으로써 “음주운전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모든 운전자에게 심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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