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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사건으로 본 해외 韓人 매체의 문제점과 대처법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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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당해도 냉가슴으로 침묵하는 유력인사들
⊙ 최근 한국 대기업 고발 관련 기사 증가… 출처와 취재 경위 의심
⊙ 메리 리 미국 변호사, “한국 소송 후, 미국 집행 가능”
태진아 ‘억대 도박설’을 보도한 미국 LA 소재 한인 매체 〈시사저널 USA〉.
  지난 3월 26일 가수 태진아(63·본명 조방헌)는 ‘미국 억대 도박설’을 보도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재 한인(韓人) 매체를 공갈미수 및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3월 17일 미국 LA 소재 한인 매체 〈시사저널 USA〉의 보도내용은 이렇다.
 
  태진아, LA ‘H’ 카지노에서 억대 바카라 게임 들통
  특종/올드 뽕짝 가수들 ‘왜 이러나?’ 도박으로 집안 패가망신 사태
 
  가수 태진아가 LA를 방문해 LA 한인타운 인근 ‘S’ 카지노장에서 고액 베팅 바카라 게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주 초, 아들 이루(본명 조성현)와 매니저를 동반하고 카지노장에 나타나 고액 베팅만 가능한 특별룸에서 하룻밤 동안 해외 원정도박을 즐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략) 이날 게임 중에 가수 태진아를 쉽게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나름 변장을 한 모습에 누구도 쉽게 알아보지 못한 것. (중략) 외환관리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2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송금 받은 경우 은행에 자금 출처, 반입 목적 등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해당 매체의 보도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논란이 계속되자 3월 24일 태진아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억대 도박을 한 사실이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해당 매체 대표가 기사를 내리는 조건으로 2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증거로 녹취록을 공개했다.
 
  태진아 사건을 계기로 해외 한인 매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통 해외로 이민(移民)해, 해당 국가 시민권 혹은 영주권을 획득한 기자와 경영진이 취재·운영하는 해외 한인 매체는 엄연한 ‘외국 언론’이다.
 
 
  해외 한인 매체의 잇단 명예훼손 논란
 
  당연히 해당 국가 언론관계법의 적용을 받아 운영한다. 그러므로 소재지 국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고발해, 명예훼손 등의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소재지 국가의 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해외 한인매체의 행태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소재지 국가 언어(미국의 경우 영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 기사를 쓴다. 해외 한인 또는 국내인을 독자층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루는 주제 자체도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사고가 많다. 결국 당사자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키는 배임, 횡령, 사기 등 형사사건도 많다.
 
  물론 한인 매체의 보도 고발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과 다른 보도를 통해,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혔을 때’ 문제가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조사가 필수적이다. 검찰이 고소·고발 없이 공신력이 떨어지는 해외 한인 매체 보도를 통해 사건을 인지(認知)해서 수사에 착수하는 일은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검찰이 해외 한인 매체 보도가 나올 때마다 수사에 착수한다면, 앙심을 품은 사람들의 악의적인 제보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될 우려도 있다. 미국 사법기관의 공조가 필요한 사안으로 쉽게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힘들다. 공격을 당한 측도 굳이 공개적으로 해당 매체에 대응해 일을 키우는 대신, 해당 매체를 ‘사이비(似而非) 언론’으로 규정하고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실 여부가 규명되지 않고, 끊임없이 인터넷을 통해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는 부작용이 있다. 한국법과 미국법이 동시에 적용되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한인 언론의 의혹 보도가 사실이 아닐 경우,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이냐”는 논란이 수면 위로 올랐다.
 
  본격적으로 피해 대처 방법을 고민하기 이전에, 여러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인 매체가 집중적으로 한국인 혹은 한국 사회 고발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이해가 되나, 어떻게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까지 고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LA 소재 한인 매체 보도 유형

 
  [유형1] 지나친 ‘한국’ 비난기사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 자살 사건 배후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LA 소재 한인 매체 2015년 4월 기사. 해당 매체 캡처.
  美 LA 소재 매체는 4월 말 다음과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성완종 물귀신 정국 막전막후/ 김기춘은 왜 성완종을 죽이려 했을까?
 
  김기춘이 연출하고… 우병우가 극본 짜고… 이완구가 실행에 옮겨
 
  이른바 성완종 물귀신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끝내 총리 취임 63일 만에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압박한 검찰 수사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은 이와 관련 최근 성 전 회장이 생전에 가깝게 지낸 한 측근으로부터 “성 전 회장이 이번 수사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기획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특히 우 수석이 성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1개월 전인 지난 2월경에 김진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접촉했던 사실도 포착했다. (중략) ○○○○○○○은 성완종 지인 단독 인터뷰를 토대로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보았다. (중략) 또한 본보가 만났던 인사는 “우 수석은 사실상 김기춘 전 실장의 오더를 받아서 이번 사정을 기획한 것으로 그는 봤다”고 말했다. 그는 “목숨을 끊기 전 김기춘 전 실장이 집 근처에서 그를 만나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시종일관(始終一貫) 단정적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만일 의혹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이 뻔한 기사였다. 해당 매체 보도 이후 한국의 언론은 이러한 주장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기사는 인터넷을 통해 끝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김기춘 성완종’ 두 단어를 입력하면, 해당 기사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미국 LA 소재 매체는 주장을 하면서, 그 근거로 성완종 전 회장 지인(知人)의 폭로를 제시했다. 지인의 이름과 직책은 밝히지 않았다. 나아가 의혹 당사자들의 반론을 받으려는 시도 역시 하지 않았다.
 
  비슷하게 모국(母國) 정부와 정치 상황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계속되어 왔다. 2015년 2월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태어나선 안 될 朴정권 집권 3년 만에 벼랑 끝 절벽 최대 위기
 
  • 국민들 완전히 朴에 등 돌렸다
 
  오는 2월 25일은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취임 2년 만에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식물대통령은 레임덕과는 또 다른 사실상 무늬만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판은 언론의 당연한 영역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모국 정부를 일관되게 험담하는 것은 언론의 영역을 따지기에도 민망하다. 시종일관 익명의 취재원 뒤에 숨어서 ‘믿거나 말거나’ 식의 내용을 알리는 것을 우리가 뭉뚱그려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지조차 논쟁이 필요한 일이다. 정말 이들은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유형2] 한국 대기업 해외 부동산 실태 고발
 
  전통적으로 미국 한인 매체의 고발은 주요 대기업과 정치인의 해외 부동산 문제를 고발하는 것이 주류였다.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의혹취재’ 부도낸 ○○○ ○○ 회장 NY 맨해튼 팬트하우스 차명 소유 ‘의혹’(2015년 4월)
 
  • 페이퍼 컴퍼니 통해 한 푼의 은행융자 없이 팬트하우스 구입
 
  •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건재하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중 분해됐던 ○○ 그룹의 ○○○ 전 회장이 20년째 뉴욕 맨해튼의 고급 팬트하우스를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정황이 ○○○ 취재팀에 포착됐다. 또 ○ 회장의 딸은 학생임에도 별도로 고가의 콘도미니엄을 은행융자 한 푼 없이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 전 회장 일가의 이 같은 의혹은 기업이 망해도 기업주는 건재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밀착취재’ 2015년 공직자 재산신고를 통해 드러난 해외부동산 보유실태 점검(2015년 4월)
 
  • 그들이 미국 부동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 ○○지사는 29억4천만원 상당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나 미국 등 해외 부동산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여전히 ○ 지사의 LA부동산 차명 보유 소문은 끊이지 않고 퍼지고 있어 사실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철저취재’ ○○ ○○○ 회장, 뉴욕 맨해튼 19층 빌딩 수상한 거래 파헤쳐봤더니…(2014년 12월)
 
  • ○○ 뉴욕부동산 위장거래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 주식회사의 미국법인의 이름은 1990년대 초반까지 ○○USA와 ○○아메리카였다. ○○○○○ 취재 결과 이 두 회사는 지난 1991년 7월 31일 뉴욕 맨해튼 ○○○○ 19층 빌딩을 ○○으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두 회사가 세무보고를 피하기 위해 내부자 위장 내부거래 방식을 통해 불법 매각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 회장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의혹 보도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의혹을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 계약서 혹은 등기 서류를 바탕으로 고발한다. 미국의 경우 일련의 계약서류가 공시되어, 이와 같은 보도가 가능하다.

 
 
  [유형3] 한국 內 사건·사고
 
  한국에서 수사 중인 사안(事案)에 대해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LA에서 전화로 취재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러한 취재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력 인사를 겨냥한 폭로 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해당 정치인 혹은 기업인의 비리를 고발한다면 자연스럽다. 취재원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제 보도 사례 상당수가 한국에서 논란이 되거나, 고소·고발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MB 사위 ○○○의 ○○○, 선물투자실패 날벼락 전모(2015년 4월)
 
  • 기상천외 주가조작 대(代) 물림 내력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 ○○ 사장이 대주주인 ○○○자문이 선물에 투자했다가 실패,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감당할 수 없는 투자손실로 인해 증거금대용으로 맡긴 ○○○주식 2백억 상당이 자동적으로 반대매매로 팔려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특히 ○ 사장은 지난 2008년에도 자원개발업체 주가조작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았으나 바로 이 ○○○을 통해 매입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朴 좌장 ○○○ 사위, 텐프로 마담 내연녀 도청혐의 피소된 내막(2015년 2월)
 
  • 허위 영수증 처리로 공금 빼다가 내연녀들에…
 
  친박 좌장임을 자처하는 ○○○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사위 ○○○씨의 엽색행각 의혹으로 또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씨는 술집 여종업원 내연녀의 전화 통화와 카톡 메시지 등을 도감청한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고발됐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수사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어 장인인 ○씨가 자신의 막강한 파워를 이용, 경찰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특정인의 비리 의혹을 다루는 경우로, 유력 정치인의 친인척이 관련된 사건이 많다. 일련의 보도의 문제점은 일방의 고소·고발장 혹은 주장을 바탕으로 사건을 구성하고, 당사자의 반론은 없다는 점이다.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체의 고발 ‘이유’와 ‘방법’
 
가수 태진아 기자 회견. TV조선 캡처.
  최근 모 대기업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사가 잇달아 미국 LA 소재 매체에 실려 곤욕을 치렀다.
 
  해당 기업 홍보팀장은 “최소한 기사가 나가기 전에 의혹에 대해 물어보고, 반론은 실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도 내용은 한국에서 발생해 한국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었다.
 
  과연 LA현지 매체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취재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LA에서 수십 년 동안 생활했고 한인 사회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A씨를 국제전화로 취재한 결과 이런 설명을 들었다.
 
  “고발은 비즈니스가 목적인 것이죠. 대기업을 상대로 돈을 뜯어낸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또 LA 기자가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취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죠. 문제의 언론사 관계자로부터 전해 듣기로, 한국의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혹은 사이비 언론을 통해 넘겨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화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들 간에 어떤 거래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요.”
 
  이와 관련해, 해당 매체가 대기업을 상대로 뜯어낸 구체적 액수가 미국 LA 한인 사회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소문으로 오르내리는 이야기로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나, 의혹을 증폭시키는 증언도 있다. 현지 교포의 설명에 따르면, 특정 대기업을 비난하는 기사가 몇 달에 걸쳐 나오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인 매체 기사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혹은 한국 유명 정치·경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기사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한인 매체라는 특수한 위치
 
  한국 기자가 미국에 가지도 않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취재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현지 언론 보도를 번역해 소개하는 이상은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LA 소재 매체 기자가 한국의 정치·경제인을 지속적으로 고발한다면, 과연 근거는 무엇인지 혹은 사실확인은 명확히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게 된다. 만약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게 되었을 경우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의문이다.
 
  언론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여기에는 명예훼손 등에 따른 손해배상 등의 법률적 책임 역시 포함된다. 한인 매체의 경우 상황이 특수하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언론사의 소재지는 독자에게 중요하지 않다. 설령 LA에 위치해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로 인터넷에 기사를 작성하면 한국의 보통 인터넷 언론처럼 독자들에게 읽힌다. 미국 한인 언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 인터넷 언론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보도에 따른 책임은 한국 언론과는 다르다. 한국 언론 보도에 명예훼손 시비가 있는 경우, 당사자는 즉각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다.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가 뒤따를 것임은 물론이다.
 
  한국 법원의 경우, 반론권 보장 여부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보도 전에 고발의 당사자에게 의혹에 대해 질문하거나 질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보도하는 것은 어렵다. 여러 경쟁 언론들의 추가 취재가 시작되어, 시간의 문제이지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나아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은 명예훼손 등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원에 녹취록 등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향후 법적 다툼을 고려해 녹취록 등 명확한 증거가 없을 경우 보도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간이 지나다 보면 해당 언론의 보도가 사실관계에 맞는지가 자연스럽게 가려진다. 만일 오보(誤報)로 피해를 당했다면 보상을 받고, 정정보도 등을 청구할 수 있다.
 
  해외 한인 매체의 경우 해결 방법이 복잡하다. 우선 비록 한인 이민자이지만 미국 시민권자가 운영하는 한인 언론의 보도에 대응하는 방법 자체가 낯설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미국 현지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오히려 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을 키울 수 있다. 차라리 해당 언론을 ‘사이비(似而非)’로 규정하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부 한인 매체는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고 더욱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문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국내·해외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한국어로 작성한 기사라면, 해당 언론사의 소재지는 독자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사의 영향력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한국 법’에 의한 피해 구제
 
한국 정부에 대한 지나친 비판 기사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LA 소재 한인 매체 2015년 2월 기사. 해당 매체 캡처.
  만일 이러한 추측 보도로 피해를 입게 될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까. 설명을 위해서는 한국·미국 양국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선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의 자문을 바탕으로 한국 법을 통한 구제 방법을 문답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명예훼손으로 미국에 위치한 언론사를 고소할 수 있나요.
 
  “민사소송의 경우 가능합니다. 소송을 제기하면, 미국 한인 언론사에 민사소송이 있으니 재판에 참석하라는 기일통지서를 법원이 발송합니다. 국가 간의 협정이 이미 맺어져 있어, 대사관 등을 통해 기일통지서를 전달합니다.”
 
  —해당 언론사가 이를 무시하고, 한국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한국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법한데도, 해당 언론사 기자 혹은 경영자가 한국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 무변론 판결로(재판에서 다투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측이 이기는 것입니다.”
 
  —한인 언론이 한국 재판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만약 상대방(한인 언론)이 한국 재판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피해자측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금액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민사소송법 150조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기권(棄權) 패(敗)’와 비슷한 것이죠. 양측이 다툴 경우 법원이 결정하죠.”
 
  —1심 판결로 끝나는 것인가요.
 
  “법원은 판결문을 미국의 한인 언론에 보냅니다. 이를 보고 미국의 한인 언론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그대로 확정됩니다. 만일 이의가 있을 경우, 항소를 하면 됩니다.”
 
  —한국 판결로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나요.
 
  “한국 법원 판결을 받았다고 그대로 미국에서 판결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미국 법’에 의한 피해 구제
 
  결국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미국 법은 어떠한가. 미국 법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유리한지, 혹은 한국에서 미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한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승소했을 경우, 미국에서 한국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집행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기자는 미국에서 20여년 동안 변호사를 하며 관련 사건을 다뤄 온 메리 리(Mary Lee) 변호사에게 자문해, 해결 방안을 정리했다. 메리 리 변호사는 과거 BBK 사건의 변론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5월 말 《알기 쉬운 강의식 설명, 미국 법 총정리》를 발간할 예정이다. 계약법, 부동산법, 회사법을 총망라하고 있는 해당 책의 명예훼손(Defamation)편 일부 내용 역시 참조했다.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미국 명예훼손 대응 방법은 다음과 같다.
 
  —미국 한인 언론 보도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국 법원에 고소하기 위해서는 악의를 갖고 허위사실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기사를 작성했다는 증거가 필요해요. 한국식 증거가 아니라 미국식 증거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국은 공인(公人)에 대한 보도의 경우, 어느 정도 언론의 자율성을 인정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미국에서 명예훼손은 철저하게 민사소송입니다. 특히 연방헌법 제1수정조항, 언론의 자유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특히 공인의 경우 까다롭습니다.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관리이거나 잘 알려진 공인일 경우 기사화한 사실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기자가 허위인지 알면서, 혹은 진실이건 허위이건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악의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캘리포니아의 경우 신문 방송 등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오보를 출판 혹은 방송했을 경우 출판·방송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구체적으로 보도의 틀린 부분을 적어서 해당 언론사에 등기 우편으로 송부해야 합니다.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면 안 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편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한국에는 없는 언론사 방어권
 
태진아 사건은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을 보도 중인 TV조선 뉴스.
  —언론사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캘리포니아의 경우, 언론자유에 속한 소송의 경우 고소장을 받은 뒤 답변을 하는 대신 기각 신청(Anti-Slapp Motion)을 할 수 있어요. 언론사가 언론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명예훼손 피해자는 언론사가 허위인지 알면서 기사를 썼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①한 번도 피해자에게 관련 내용을 문의한 적이 없다(반론권 보장)거나 ②정정 요청을 했는데 더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거나 ③언론사에 연락해 보도가 잘못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언론사가 무시했다는 증거 등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증거를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가요.
 
  “한국에는 없는 제도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피고(언론사)의 방어권을 위해, 피고측 변호사가 고소인(명예훼손 피해자)을 불러 고소 내용과 꼭 관련이 없어도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심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명예훼손법에서는 매우 조금이라도 주장한 내용이 사실임이 입증되면, 언론사가 승소(defense)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 경험으로 볼 때 한국 시민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이해하기 어렵고, 이 과정에서 많은 괴롭힘을 당하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서 고소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느냐’며 분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사의 허위 사실로 인한 피해보다 소송과정에서 받을 정신적 고통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언론사, 발행인 상대로 동시에 損賠 소송해야
 
  —그렇다면 피해를 구제 받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기사의 내용이 한국 정치·경제를 대상으로 했고, 주요 독자가 한국인이고 인터넷 등으로 한국 독자에게 유포되었다면, 당연히 한국법이 적용됩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명예훼손을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면 됩니다. 한국에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액이 명확히 정해진 최종 판결을 받는다면, 미국에서 해당 판결(한국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집행을 위한 소송이 가능합니다. 이 경우 복잡한 미국의 명예훼손법 대신 판결 집행을 위한 간단한 소송을 거치게 됩니다. 이 경우 해당 한국 판결의 집행을 위해 한인 언론사, 기자, 발행인 등의 재산 조사 및 심문 등이 미국에서 진행됩니다.”
 
  메리 리 변호사는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때, 허위 사실을 유포한 언론사뿐 아니라 기자 혹은 사주(社主)에게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언론사가 사실상 빈껍데기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손해배상을 받아 낼 회사 경영자 이름이 명확하게 적혀 있는 판결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언론이건 미국 한인 언론이건 비판 기능 자체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명예훼손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이 영향받을 소지는 많다.
 
  태진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인 매체가 전혀 근거가 없는 사안을 폭로 혹은 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인 혹은 기업과 관련해 무언가 의심스러운 사안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비록 한인들에 의해 운영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외 언론이기 때문에 보도 이후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쉽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반론권 등 한국에서 확립된 권리 역시 행사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만일 해외 매체가 한국에서 언론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거기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태진아 사건을 계기로 정말 고발할 것이 있다면 고발하고, 오보 혹은 취재 과정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지게 만드는 구체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론사의 소재지가 중요하지 않은 인터넷의 발달로 말미암아 앞으로 이에 관한 사회적 탐구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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