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기업을 이끄는 경험이 취업보다 값져
⊙ ‘소심한 문과생’들이 만든 독특한 세계음료카페
⊙ 인력거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情
⊙ 서로 다른 두 형제가 만나 균형을 이룬 가구공장
취재지도 : 崔秉默 月刊朝鮮 편집장
⊙ ‘소심한 문과생’들이 만든 독특한 세계음료카페
⊙ 인력거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情
⊙ 서로 다른 두 형제가 만나 균형을 이룬 가구공장
취재지도 : 崔秉默 月刊朝鮮 편집장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 걱정을 하지 않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의 청년들은 그런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청년 실업(失業). 어느덧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 관문인 입사(入社) 시험을 통과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예 젊은 나이에 창업(創業)에 나설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창업은 취업보다 더 어렵다.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 졸업생들이 섣불리 창업에 나섰다가 좌절을 겪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정부는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한다며 2006년부터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쥐꼬리만 한 예산으로 ‘지속 가능한 창업’에 성공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인지 모른다. 올해엔 정부가 이 예산을 167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렇다고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패기와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기성세대가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터뜨리는 청년 창업자들이 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창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스토리를 담아 봤다.
대학생 상대 모바일 마케팅의 선두주자, 애드투페이퍼 전해나
요즘 많은 대학생들의 수업교재는 책이 아니다. 스크린에 영사기로 띄운 자료를 보고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매주 수업 자료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대학생들은 이것들을 미리 출력하기 바쁘다. 수십 장이나 되지만 이 자료를 가져가지 않으면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 없다. 이제 책보다 인터넷 출력 자료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 그렇지만 대학생들에게는 학교 복사실에서 장당 50~60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은근히 부담스럽다.
모바일 마케팅 회사 ‘애드투페이퍼’는 이런 틈새를 노렸다. 애드투페이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광고를 노출시킨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이 앱에 가입하여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출력할 수 있는 포인트(애딧)를 얻어 출력비를 아낄 수 있다. 애용자인 한 한국외대 학생은 “가까운 교내 복사실에서 잔돈 없이도 무료로 출력하니까 동전 없을 때나 출력장수가 많을 때 엄청 도움이 돼요”라고 했다. 이제 하루 대학생 이용자들만 6만명이고 하루 광고 수도 30건을 넘는다. 애드투페이퍼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광고주들과 출력비를 아끼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 윈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되었다.
‘교양수업 속에서 발견한 창업 아이템’
애드투페이퍼는 우연한 기회에 생겨났다. 2010년 당시 고려대학교 2학년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던 대표 전해나(28)씨가 ‘캠퍼스CEO’라는 교양수업을 듣던 중 ‘무료 출력 서비스’에 대해 듣게 되면서부터다. 전해나씨는 “어렸을 적 꿈은 디자이너였어요. 예고도 나왔고요.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들으니 바로 현실화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예전에 공모전을 함께한 같은 학교 학생이자 현재 애드투페이퍼 PR매니저인 장선향(28)씨를 불러 머리를 맞댔다.
처음에는 인터넷이 아니라 출력물 지면(紙面) 여백의 상하단에 광고를 하는 방식의 모바일 앱을 만들었다. 가진 것은 이 아이디어뿐. 초기자본은 0으로 시작했지만 정부가 시행하는 예비 기술창업자 지원사업에 신청해서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학교 지인을 통해 ‘개발자’를 소개받아 이 돈으로 애드투페이퍼 웹사이트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신생기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에도 창업자금 지원을 신청했다. 아이디어 때문인지 프라이머는 3000만원의 투자금을 선뜻 내주었다. ‘프라이머’는 성공한 1세대 벤처사업가들이 신생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0년에 만든 신생기업 투자회사다.
이제 학생들이 무료로 출력할 컴퓨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교 고려대학교 시설 내 개인이 운영하는 복사실 사장님을 설득했다. ‘무료 출력’은 인쇄업계의 생계를 위협한다. 그래서 복사실 내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하고 거기서 생기는 무료 출력 비용을 애드투페이퍼가 부담하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모교 복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동국대, 연세대, 한양대, 서울대와 고려대 등 5개 학교에 애드투페이퍼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다섯 학교에서 총 1만 명 남짓 해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국내 대학교의 대부분을 직접 방문했다. 그렇게 제휴 학교들을 늘려 나가 2012년 말에는 제휴 대학을 20개 정도까지 늘렸다.
이용자들은 늘어났지만 광고 수주(受注)가 문제였다. 두 사람은 대학생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어학원들부터 학교 주변 식당까지 발로 뛰어 홍보했다. 실적은 미미했다. 처음에는 프라이머에서 소개받은 ‘인크루트’와 같은 몇몇 기업 광고주뿐이었다. 게다가 종이 여백에만 채우는 지면광고의 효과가 시원찮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학생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무료 출력 비용은 늘어나는데 광고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수익을 내기는커녕 적자가 쌓여 가고 있었다. 그들은 절실했고 무언가 찾아야 했다. PR매니저 장선향씨 말이다.
“한 번은 무작정 현대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사옥 앞에 찾아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애드투페이퍼 광고가 실린 출력물을 수십 장 뽑아서 나눠줬어요. 그랬더니 정말 영화처럼 어떤 분이 저희보고 한번 올라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전국 4년제 대학 146개와 제휴해
2012년 말, 전해나씨는 애드투페이퍼를 일으켜세우기 위해 고민하던 중 큰 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광고를 싣는 매체를 종이가 아닌 모바일 앱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때마침 애드투페이퍼는 검색포털서비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3억원을 투자받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대학생들의 생활에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것을 파악했어요. 그래서 두 달 반 만에 앱을 완성해서 광고를 실었어요. 예전에 이용자가 하루 3000명 남짓했는데 모바일 앱으로 바꾸고 나서 10배가 늘어나 하루 모바일 앱 방문자만 3만명이 됐어요. 시대 흐름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했어요.”
모바일 앱으로 바꾼 뒤 이용자 수도 늘고 광고주들도 이용자들의 빠른 반응과 높은 호응에 만족했다. 2013년엔 아산나눔재단과 벤처캐피털에서 벤처캐피털 자금으로 약 9억원을 더 지원해 주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제는 개발자와 영업팀장을 포함해 직원이 14명이다. 모두가 20대 후반이다. 시작할 땐 ‘초보’였지만 애드투페이퍼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2011년 국내 4년제 대학 195개 중 5개로 시작한 애드투페이퍼는 이제 146개의 대학교와 제휴를 했다. 이용자 수도 전국 대학생의 20%인 30만명이다. 학생들이 매일 접하는 광고는 하루에 약 30개. 이번 7월엔 영어인증시험 토익 고득점 수기를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와 전국 대학교 교수 수업평가를 이용자들끼리 공유하는 사이트도 열었다. 애드투페이퍼는 학생들에게 출력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제 대학생활 속 필수적인 앱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좋은’ 대학교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신생기업 대표가 된 전해나씨. 남들과 같은 취직이 아닌 창업의 길을 택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은 일을 하기 위해 휴학을 오래 하다가 자퇴했어요. 주변에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많지만 신생기업을 이끄는 것은 대기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훨씬 더 빨리 경험할 수 있어요.”
학교 동아리에서, 세계음료카페 베브릿지의 조현우・이정욱・김연지
지난 8월 27일, 홍대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밝게 웃고 있는 외국인들의 사진과 경치 사진들이 손님을 맞는다. 밝고 노란 벽지를 붙인 내부에선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국적인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고 있었다. 카페에 들어간 지 20분 만에 다섯 팀이 지나갔고 그 자리를 그대로 다섯 팀이 채웠다.
‘남미 적도 태양의 부드러움을 느끼고 싶으면 베네수엘라의 꼬까다’ ‘헐리우드 여배우처럼 즐기는 브라질의 아사이볼’ ‘엄마가 타 주신 한국의 얼음 동동 미숫가루’ 자리에 앉아 카페의 메뉴판을 보니 다른 유명 커피숍들의 것과는 매우 달랐다. 한국의 전통 음료인 미숫가루를 비롯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의 음료까지 23개 국가의 이색 음료를 각 나라의 국기와 함께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여 판매하고 있었다.
한국외대의 1평 남짓한 동아리방에서 출발한 ‘베브릿지’ 카페는 세계 음료를 테마로 2년간 외대생들의 ‘맛집’이었다. 이어서 올 7월 처음 외부로 나와 홍대 1호 직영점을 시작으로 부평역사점과 명동 아비뉴엘점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 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베브릿지의 놀라운 점은 이것뿐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음식업계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 성공을 이끌어 낸 주역들이 노련한 사업가들이 아니라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15잔 중 10잔은 동아리 회원이 사 줘
2012년, 창업을 꿈꾸던 조현우(29·현 베브릿지 대표)씨와 이정욱(28)·김연지(24)씨의 인연은 외대 창업동아리 HUVE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아리 회장이었던 조현우 학생은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하길 원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각자 팀별로 아이템 및 분야를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 세 사람은 여러 분야 중 가장 ‘쉬울’ 것 같은 카페에 도전하기로 했다. 학교 국제학사 3층에 있는 동아리방에서 말이다. 1층에 인지도가 높은 네스카페가 있었지만 일부러 3층을 고집했다고 한다.
“당시 문과생이 창업한다고 하면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해 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네스카페를 경쟁 상대로 두고 여기서 살아남아야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다는 패기로 시작했죠.”
초기자본으론 동아리 회비 20만원과 아르바이트로 번 30만원을 ‘몽땅’ 털어 넣었다. 동아리방의 벽은 방산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저렴한 가격에 사 온 시트지와 벽지로 장식했다. 소파는 기숙사 옆에서 주워 깨끗하게 씻은 것이다.
그리고 그해 5월, 허브더카페가 문을 열었다. 대박을 꿈꾸며 정한 카페의 테마는 ‘착한’ 공정무역 커피 판매였다. 동아리 부원 아버지가 비정부기구인 ‘기아대책’에서 일하시는 것을 계기로 공정무역 커피회사에 부탁하여 직접 원두를 받을 수 있었다. 무알코올 청량음료인 ‘모히또’에도 동아리방에서 직접 재배한 박하 잎을 넣어 판매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해 음료도 한 잔에 1000원에서 3000원 정도로 주위 카페에 비해 매우 낮았다. 하지만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인지도도 낮았고 학생들이 만드는 음료를 굳이 3층까지 가서 마실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보고 호기심에 들른 학우들의 수도 매우 적었다. 커피 15잔을 판 날, 그중 10잔은 동아리 회원들이 사 준 것이었다. 거기다가 일정하지 않은 수입에 공정무역 ‘착한원두’는 일반 원두 원가의 3배로 큰 부담이 됐다. 회장 조현우씨는 “그래도 당시 업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년 반 정도 커피를 거기서 받았다”고 말했다.
5월에 개업해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결국 휴업했다. 완전한 실패였다. 하지만 조현우 대표는 여름방학 동안 동아리방에 ‘살다시피’ 하며 시장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불현듯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학교 슬로건이 새롭게 다가왔다. 외대는 캠퍼스 사이즈에 비해 약 300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거주하여 내외국 학생들끼리 교류가 많았다.
외국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를 생각
“소비자는 저와 같이 다양한 외국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외대생이었죠. 그래서 학교와 학생들의 특징을 살리는 것을 생각했어요. 주변에 외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 음료’를 테마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시작은 일곱 대륙 국가의 전통음료의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 실제 해당 국가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에게 시음(試飮)을 부탁했다. 본토에서 먹은 맛 그대로를 공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에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수정하는 세 단계를 거쳤다. 동남아 음료들은 보통 너무 달아서 당도를 낮추는 방식과 같은 것이었다. 달달한 맛이 강한 터키 빵류 디저트 ‘바클라와’는 이태원에 터키인이 직접 만드는 곳에서 가져왔다.
다음 학기에 세계음료를 테마로 허브더카페를 새롭게 단장하니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외국인 학생들과 내국인 학생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언어교환 프로그램’도 시행하며 카페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었다. 음료 가격도 원가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우선 동아리로서 ‘남는 장사’를 하기보다 카페를 유지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새롭게 개업한 지 1년 만인 2013년 2학기엔 카페에서 얻은 수익으로 학교에 장학금 1000만원도 기부했다. “사실 목표 액수를 정해 놓고 원래 안하는 방학 때도 일하고 1000만원을 모은 거였어요. 돈을 많이 벌진 못했지만 장학금으로 저처럼 외국에 가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글로벌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또 이때 세계음료를 판매하는 허브더카페 이름을 베브릿지로 바꿨다. 음료를 뜻하는 영어단어 Beverage와 연결하는 다리인 Bridge의 합성어다. 외국음료를 통해 우리나라와 외국을 연결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올해는 정부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정부지원금까지 받았다. 그리고 베브릿지에 프랜차이즈 제의가 들어왔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투자를 받아 약 3억원을 가지고 올 7월 처음으로 학교 밖 홍대에 직영점 1호를 냈다. 첫달부터 하루에 많으면 300명의 손님을 맞는다. 현재는 프랜차이즈인 부평역사점을 8월에 개업했으며 명동 아비뉴엘점과 일산 킨텍스, 수원, 구미, 금천에 있는 롯데마트에 프랜차이즈 입점을 기다리고 있다. 올 연말까지 남은 기간 목표는 20개의 지점을 여는 것. 모교에도 직영점을 낼 예정이다.
조현우씨는 “겁 많고 소심한 문과생 셋이 모여 참 열심히 노력했다. 어렸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했지만 젊었기 때문에 좋게 봐 주신 분들이 많다. 한때 주변에서 취업 안하냐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저는 정말 창업이 천직이라고 느낀다. 너무도 힘들지만 자신의 것을 개척해 나가는 창업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관광 인력거, 독특한 사업가 아띠 인력거 이인재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골목길에서 생소한 ‘인력거’를 볼 때가 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YOLO’(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문구가 쓰인 파란 티를 입은 한 남자가 능숙하게 페달을 밟으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바로 창조관광기업 아띠 인력거 대표 이인재(30)씨다. 인력거 뒷좌석에 앉아 서울 정동길을 따라가니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캐나다 대사관 뒤 한 고목을 지나면서는 이인재씨가 “이게 500년 된 보호수예요. 이 나무를 살리려고 피해서 건물을 지은 거예요”라고 설명해 주었다.
길거리 택시 운전수에게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지나가던 여고생들에게 한번 타 보지 않겠냐고 넉살 좋게 물었다. 순식간에 여고생들이 몰렸고 운 좋은 3명이 정동길 한 바퀴를 돌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밝은 그의 모습에서 ‘대표’라는 호칭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2013 창조관광기업 대상, 아띠 인력거’
인력거로 서울 곳곳을 누비며 ‘관광’을 시켜 주는 아띠 인력거. 자전거 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겠다 싶으면서도 과연 이게 사업이 될까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띠 인력거는 2013년 5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창조관광기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 지원금 7000만원을 받은 뒤 2년째 사업을 유지 중인 엄연한 관광기업이다.
20대가 넘는 인력거와 인력거를 모는 24명의 ‘라이더’가 서울 속 3 코스를 돈다. 연인들이 즐기기 좋은 로맨스 코스, 서울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역사 코스, 그리고 옛 서울의 모습을 보는 166 코스이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턴 서울 정동길 코스와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 생태원 코스도 추가했다. 60분 코스의 비용은 1인당 2만5000원. 외국어 가이드 투어는 4만원이다. 한 번에 2명에서 3명이 탈 수 있다. 하루 손님이 라이더 한 명당 적어도 10~15명이다.
아띠 인력거 사업은 2012년 7월, 종로4가 원남동의 한 차고지에서 출발했다. “이것저것 모아 둔 돈 10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시작은 열악했어요. 차고지 보증금으로 500만원이 나가고 인력거 2대를 사니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제 직감을 믿었어요”라고 이인재씨는 말했다. 이인재씨가 국내 유명 증권사에서 1년 반 동안 근무하다가 직장을 그만둔 뒤였다.
예전 미국 유학 시절 가장 절친한 친구의 제안에 3개월 정도 인력거를 몰아 본 경험이 나름대로 기억에 남았다. 손님들과 보스턴 일대를 돌며 소통하고 정을 나누었던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뒤로하고 있던 어느 날 다시 인력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부정적이었다. 이인재씨가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국내 유명 증권사를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나왔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조건’들에 이인재씨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언론이 이런 조건들을 부각시키는 것을 반기지도 않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회사에서 일한 그 잠깐의 시간을 ‘세상과의 타협’이라 불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인력거와 함께 창업전선으로 들어왔다.
중국에서 들여온 인력거 두 대를 앞에 두고 이씨와 친구는 고민에 빠졌다. 2006년에 ‘자전거 택시’라는 아이템이 나왔었다는 것을 알고 이곳저곳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그 회사들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자극제가 되었다. “실패한 선례가 있다는 것이 위협적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제가 이 분야를 시작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인력거를 몰고 밖에 나갔을 때는 손님들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그냥 손님이 ‘주는 만큼’ 받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인력거를 2대에서 6대로 늘렸다.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었다. ‘라이더’들도 더 많이 고용했다. 홍보는 비용이 많이 안 드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서 했다. 또 언론의 관심을 받아 자연스레 뉴스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블로그에선 아띠 체험단을 모집하여 아띠 인력거 탑승 후기를 올리도록 하기도 했다.
인력거는 소통의 場
“인력거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도 정했어요. 예를 들면, 인력거 앞에서 담배를 피워선 안 되고 정치나 종교 등의 논쟁이 될 만한 주제로 이야기해서도 안 돼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의 소통이에요. 인력거에서 나누는 대화와 그 분위기가 정말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거든요.”
미국에서 인력거 일을 할 때와 한국에서 할 때의 차이점을 물어보니 사람들의 무게가 다르다고 했다. “미국 친구들은 덩치가 남달라요. 한국에서 덩치 큰 것과는 차원이 달라 조금 더 힘들었죠.”
인력거 수가 늘어난 만큼이나 올 2월엔 19개월 동안 보금자리가 돼 주었던 원남동 차고지에서 종로 사직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2대로 시작했지만 이제 20대의 인력거를 넣을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인재씨는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이상’을 펼쳐 나가며 아띠 인력거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형제가 함께 CEO가 된 아이니드 장민수・장진수
“중학교 때부터 제 ‘브랜드’를 갖고 싶었어요. 옷을 사도 태그가 왜 그렇게 좋던지. 상표도 수집했었어요. 어릴 때부터 경영을 하고 싶었나 봐요.” 아이니드(ineed) 가구 공동대표 중 마케팅과 매장관리를 하는 동생 장진수(31)씨의 말이다. 공동대표이자 형인 장민수(33)씨는 그와 정반대다. “어휴, 전 동생보다 훨씬 감성적이에요. 저는 물건을 만들고 조립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그는 아이니드의 가구 디자인과 공장관리를 한다고 했다.
두 형제는 점차 종사자가 고령화되어 간다는 목수업에 ‘젊음’을 입혔다. 요즘 많이 보이는 밝은 색 소나무를 원목 그대로 결을 살려 만들어 자연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구는 어둡고 무거운 디자인이어야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바꾸는 데에 한몫했다. 또한 브랜드명 아이니드에서 드러나듯이 고객이 원하는 가구를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다는 목표로 한다.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구를 판 지 2년 반 동안 2013년 3월엔 강남에 가구카페 쇼룸을, 이듬해인 올 3월엔 종로 인사동 쌈지길에도 쇼룸을 열었다. 2013년엔 지상파 방송사에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으며 현재는 월수입이 6000만원이다. 두 대표는 시작부터 나이에 비해 꽤나 굴곡진 경험담을 풀어 놨다.
감성적인 예술가 형과 이성적인 경영가 동생
“형이 한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저는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죠. …” 양복 재단사였던 아버지는 손재주가 워낙 좋아 직접 양복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 손재주는 형 장민수씨가 물려받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는 분의 권유로 인테리어 기사로 취업하여 매번 도면을 그리고 현장에서 뛰면서 많은 목수들을 만났다.
“이 업계에선 기술을 서로 잘 안 가르쳐줘요. 그래서 어깨너머로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저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일을 그만뒀어요.” 오랜 경력으로 선배 목수들은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새로움이 부족했을 터. 게다가 그는 고집도 세고 혼자 일하는 것이 편했다.
반대로 동생은 진취적인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어렸을 때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다 해 본 것 같아요. 제대 후에 공장에서 1년간 일하면서 반복적인 일이 정말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돈이 많은 사람 옆에서 일해 보고 싶어 정철어학원 이사장의 드라이버로도 1년을 일했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27살이 되던 2010년에는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떼어 와 삼청동 돌담거리에서 친구와 함께 노점을 열었다. 텃세 심한 노점상들 사이에서 넉살과 배짱으로 버텼다. 거기서 번 돈으로 동생은 파주 헤이리 마을에 카페를 차렸다. 지금은 예쁜 카페들이 즐비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카페가 별로 없어 한 달 매출이 1500만원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친구한테 자기 브랜드를 세우겠다는 말을 했던 동생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보일러실에 제 가구공방을 차리려 하는데 동생이 갑자기 제가 만든 가구들을 카페에서 판매해 보자더군요. 그 전까지 그것들을 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가구카페를 시작했다.
당시 형 장민수씨가 만든 심플하고 밝은 원목가구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사실 이렇다 할 수익을 못 내고 있던 터에 그들의 사업에 불을 붙인 것은 2012년 2월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였다.
한 개도 안 팔리는 가구에서 月 8000만원 수익까지
“그때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780만원 정도를 들여 부스 두 개를 얻었어요. 그 행사 3일 동안 저희 가구가 1500만원의 수익을 냈어요. 거기서 명함도 많이 받고 언론에 몇 번 소개가 되더니 갑자기 월 8000만원어치씩 주문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파주에 아이니드 공장이 있었고 젊은 목수들을 급히 고용했지만 갑자기 폭주하는 주문을 감당해 내기가 어려웠다.
“경험도 부족하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외주를 줄 생각조차 못했고 저희가 직접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공장 직원들 관리도 잘 못하고 쉴 틈 없이 일만 했어요. 실수를 참 많이 했죠. 공장 직원들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이고요.”
지금은 신혼부부나 젊은 층이 주 고객이지만 당시엔 남녀노소 상관없이 유행을 탔다. 원목가구를 잘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제품을 구매하고도 결이 왜 거칠거칠하냐는 불만을 제기하며 반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패 아닌 실패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속도를 조절해 갔다. 너무 빠른 성장이 결코 좋지 않다는 것도 깨달은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 형제에게 경영은 실전학습이다. 형제는 서로 다른 성향을 통해 배운다. 형은 ‘작품’과 ‘정체성’에 집착했고 동생은 ‘경영’에 집착했다. 동생 장진수씨는 “예를 들면, 형은 ‘예술성’을 고집하며 식탁 한가운데에 저희 로고를 박으려 했고 전 그렇게 하면 안 팔린다고 말렸죠. 소리 지르면서 싸우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고집을 꺾진 못해서 적당히 박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구가 팔리더라고요” 하며 웃었다.
“저희 가구에 대해 호불호가 나뉘는 것이야말로 저희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에 전 이해를 못했는데 브랜드에 있어서 정체성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더라고요.”
형제지만 너무 다른 두 사람. 서로가 있기 때문에 실패의 시간도 버텼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 주었기 때문이다. 형 장민수씨는 나무 외에 다른 재료로도 가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동생 장진수씨는 아이니드를 더 알릴 수 있도록 가맹점을 내려고 한다. 형 장민수씨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많이 싸웠지만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요”라고 말했다.⊙
청년 실업(失業). 어느덧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 관문인 입사(入社) 시험을 통과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예 젊은 나이에 창업(創業)에 나설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창업은 취업보다 더 어렵다.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 졸업생들이 섣불리 창업에 나섰다가 좌절을 겪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정부는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한다며 2006년부터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쥐꼬리만 한 예산으로 ‘지속 가능한 창업’에 성공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인지 모른다. 올해엔 정부가 이 예산을 167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렇다고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패기와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기성세대가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터뜨리는 청년 창업자들이 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창업에 성공한 청년들의 스토리를 담아 봤다.
대학생 상대 모바일 마케팅의 선두주자, 애드투페이퍼 전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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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드투페이퍼 대표 전해나씨. |
모바일 마케팅 회사 ‘애드투페이퍼’는 이런 틈새를 노렸다. 애드투페이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광고를 노출시킨다. 그리고 대학생들은 이 앱에 가입하여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출력할 수 있는 포인트(애딧)를 얻어 출력비를 아낄 수 있다. 애용자인 한 한국외대 학생은 “가까운 교내 복사실에서 잔돈 없이도 무료로 출력하니까 동전 없을 때나 출력장수가 많을 때 엄청 도움이 돼요”라고 했다. 이제 하루 대학생 이용자들만 6만명이고 하루 광고 수도 30건을 넘는다. 애드투페이퍼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광고주들과 출력비를 아끼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이 윈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되었다.
‘교양수업 속에서 발견한 창업 아이템’
애드투페이퍼는 우연한 기회에 생겨났다. 2010년 당시 고려대학교 2학년 산업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던 대표 전해나(28)씨가 ‘캠퍼스CEO’라는 교양수업을 듣던 중 ‘무료 출력 서비스’에 대해 듣게 되면서부터다. 전해나씨는 “어렸을 적 꿈은 디자이너였어요. 예고도 나왔고요.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들으니 바로 현실화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예전에 공모전을 함께한 같은 학교 학생이자 현재 애드투페이퍼 PR매니저인 장선향(28)씨를 불러 머리를 맞댔다.
처음에는 인터넷이 아니라 출력물 지면(紙面) 여백의 상하단에 광고를 하는 방식의 모바일 앱을 만들었다. 가진 것은 이 아이디어뿐. 초기자본은 0으로 시작했지만 정부가 시행하는 예비 기술창업자 지원사업에 신청해서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학교 지인을 통해 ‘개발자’를 소개받아 이 돈으로 애드투페이퍼 웹사이트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신생기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에도 창업자금 지원을 신청했다. 아이디어 때문인지 프라이머는 3000만원의 투자금을 선뜻 내주었다. ‘프라이머’는 성공한 1세대 벤처사업가들이 신생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0년에 만든 신생기업 투자회사다.
이제 학생들이 무료로 출력할 컴퓨터가 필요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교 고려대학교 시설 내 개인이 운영하는 복사실 사장님을 설득했다. ‘무료 출력’은 인쇄업계의 생계를 위협한다. 그래서 복사실 내 컴퓨터를 이용하도록 하고 거기서 생기는 무료 출력 비용을 애드투페이퍼가 부담하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모교 복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동국대, 연세대, 한양대, 서울대와 고려대 등 5개 학교에 애드투페이퍼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다섯 학교에서 총 1만 명 남짓 해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국내 대학교의 대부분을 직접 방문했다. 그렇게 제휴 학교들을 늘려 나가 2012년 말에는 제휴 대학을 20개 정도까지 늘렸다.
이용자들은 늘어났지만 광고 수주(受注)가 문제였다. 두 사람은 대학생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어학원들부터 학교 주변 식당까지 발로 뛰어 홍보했다. 실적은 미미했다. 처음에는 프라이머에서 소개받은 ‘인크루트’와 같은 몇몇 기업 광고주뿐이었다. 게다가 종이 여백에만 채우는 지면광고의 효과가 시원찮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학생들에게 화제가 되면서 무료 출력 비용은 늘어나는데 광고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수익을 내기는커녕 적자가 쌓여 가고 있었다. 그들은 절실했고 무언가 찾아야 했다. PR매니저 장선향씨 말이다.
“한 번은 무작정 현대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사옥 앞에 찾아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애드투페이퍼 광고가 실린 출력물을 수십 장 뽑아서 나눠줬어요. 그랬더니 정말 영화처럼 어떤 분이 저희보고 한번 올라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전국 4년제 대학 146개와 제휴해
2012년 말, 전해나씨는 애드투페이퍼를 일으켜세우기 위해 고민하던 중 큰 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광고를 싣는 매체를 종이가 아닌 모바일 앱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때마침 애드투페이퍼는 검색포털서비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3억원을 투자받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대학생들의 생활에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것을 파악했어요. 그래서 두 달 반 만에 앱을 완성해서 광고를 실었어요. 예전에 이용자가 하루 3000명 남짓했는데 모바일 앱으로 바꾸고 나서 10배가 늘어나 하루 모바일 앱 방문자만 3만명이 됐어요. 시대 흐름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했어요.”
모바일 앱으로 바꾼 뒤 이용자 수도 늘고 광고주들도 이용자들의 빠른 반응과 높은 호응에 만족했다. 2013년엔 아산나눔재단과 벤처캐피털에서 벤처캐피털 자금으로 약 9억원을 더 지원해 주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이제는 개발자와 영업팀장을 포함해 직원이 14명이다. 모두가 20대 후반이다. 시작할 땐 ‘초보’였지만 애드투페이퍼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2011년 국내 4년제 대학 195개 중 5개로 시작한 애드투페이퍼는 이제 146개의 대학교와 제휴를 했다. 이용자 수도 전국 대학생의 20%인 30만명이다. 학생들이 매일 접하는 광고는 하루에 약 30개. 이번 7월엔 영어인증시험 토익 고득점 수기를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와 전국 대학교 교수 수업평가를 이용자들끼리 공유하는 사이트도 열었다. 애드투페이퍼는 학생들에게 출력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제 대학생활 속 필수적인 앱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좋은’ 대학교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신생기업 대표가 된 전해나씨. 남들과 같은 취직이 아닌 창업의 길을 택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은 일을 하기 위해 휴학을 오래 하다가 자퇴했어요. 주변에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많지만 신생기업을 이끄는 것은 대기업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훨씬 더 빨리 경험할 수 있어요.”
학교 동아리에서, 세계음료카페 베브릿지의 조현우・이정욱・김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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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아리방에 있었던 베브릿지 시절 왼쪽부터 대표 조현우, 김현지, 이정욱씨. |
‘남미 적도 태양의 부드러움을 느끼고 싶으면 베네수엘라의 꼬까다’ ‘헐리우드 여배우처럼 즐기는 브라질의 아사이볼’ ‘엄마가 타 주신 한국의 얼음 동동 미숫가루’ 자리에 앉아 카페의 메뉴판을 보니 다른 유명 커피숍들의 것과는 매우 달랐다. 한국의 전통 음료인 미숫가루를 비롯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의 음료까지 23개 국가의 이색 음료를 각 나라의 국기와 함께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여 판매하고 있었다.
한국외대의 1평 남짓한 동아리방에서 출발한 ‘베브릿지’ 카페는 세계 음료를 테마로 2년간 외대생들의 ‘맛집’이었다. 이어서 올 7월 처음 외부로 나와 홍대 1호 직영점을 시작으로 부평역사점과 명동 아비뉴엘점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 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베브릿지의 놀라운 점은 이것뿐이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음식업계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 성공을 이끌어 낸 주역들이 노련한 사업가들이 아니라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15잔 중 10잔은 동아리 회원이 사 줘
2012년, 창업을 꿈꾸던 조현우(29·현 베브릿지 대표)씨와 이정욱(28)·김연지(24)씨의 인연은 외대 창업동아리 HUVE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아리 회장이었던 조현우 학생은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하길 원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각자 팀별로 아이템 및 분야를 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들 세 사람은 여러 분야 중 가장 ‘쉬울’ 것 같은 카페에 도전하기로 했다. 학교 국제학사 3층에 있는 동아리방에서 말이다. 1층에 인지도가 높은 네스카페가 있었지만 일부러 3층을 고집했다고 한다.
“당시 문과생이 창업한다고 하면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해 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네스카페를 경쟁 상대로 두고 여기서 살아남아야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다는 패기로 시작했죠.”
초기자본으론 동아리 회비 20만원과 아르바이트로 번 30만원을 ‘몽땅’ 털어 넣었다. 동아리방의 벽은 방산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저렴한 가격에 사 온 시트지와 벽지로 장식했다. 소파는 기숙사 옆에서 주워 깨끗하게 씻은 것이다.
그리고 그해 5월, 허브더카페가 문을 열었다. 대박을 꿈꾸며 정한 카페의 테마는 ‘착한’ 공정무역 커피 판매였다. 동아리 부원 아버지가 비정부기구인 ‘기아대책’에서 일하시는 것을 계기로 공정무역 커피회사에 부탁하여 직접 원두를 받을 수 있었다. 무알코올 청량음료인 ‘모히또’에도 동아리방에서 직접 재배한 박하 잎을 넣어 판매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해 음료도 한 잔에 1000원에서 3000원 정도로 주위 카페에 비해 매우 낮았다. 하지만 하루 매출이 1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인지도도 낮았고 학생들이 만드는 음료를 굳이 3층까지 가서 마실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보고 호기심에 들른 학우들의 수도 매우 적었다. 커피 15잔을 판 날, 그중 10잔은 동아리 회원들이 사 준 것이었다. 거기다가 일정하지 않은 수입에 공정무역 ‘착한원두’는 일반 원두 원가의 3배로 큰 부담이 됐다. 회장 조현우씨는 “그래도 당시 업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년 반 정도 커피를 거기서 받았다”고 말했다.
5월에 개업해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결국 휴업했다. 완전한 실패였다. 하지만 조현우 대표는 여름방학 동안 동아리방에 ‘살다시피’ 하며 시장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불현듯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학교 슬로건이 새롭게 다가왔다. 외대는 캠퍼스 사이즈에 비해 약 300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거주하여 내외국 학생들끼리 교류가 많았다.
외국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를 생각
“소비자는 저와 같이 다양한 외국문화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외대생이었죠. 그래서 학교와 학생들의 특징을 살리는 것을 생각했어요. 주변에 외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세계 음료’를 테마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시작은 일곱 대륙 국가의 전통음료의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 실제 해당 국가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에게 시음(試飮)을 부탁했다. 본토에서 먹은 맛 그대로를 공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에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수정하는 세 단계를 거쳤다. 동남아 음료들은 보통 너무 달아서 당도를 낮추는 방식과 같은 것이었다. 달달한 맛이 강한 터키 빵류 디저트 ‘바클라와’는 이태원에 터키인이 직접 만드는 곳에서 가져왔다.
다음 학기에 세계음료를 테마로 허브더카페를 새롭게 단장하니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외국인 학생들과 내국인 학생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언어교환 프로그램’도 시행하며 카페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었다. 음료 가격도 원가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우선 동아리로서 ‘남는 장사’를 하기보다 카페를 유지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새롭게 개업한 지 1년 만인 2013년 2학기엔 카페에서 얻은 수익으로 학교에 장학금 1000만원도 기부했다. “사실 목표 액수를 정해 놓고 원래 안하는 방학 때도 일하고 1000만원을 모은 거였어요. 돈을 많이 벌진 못했지만 장학금으로 저처럼 외국에 가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글로벌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또 이때 세계음료를 판매하는 허브더카페 이름을 베브릿지로 바꿨다. 음료를 뜻하는 영어단어 Beverage와 연결하는 다리인 Bridge의 합성어다. 외국음료를 통해 우리나라와 외국을 연결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올해는 정부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정부지원금까지 받았다. 그리고 베브릿지에 프랜차이즈 제의가 들어왔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투자를 받아 약 3억원을 가지고 올 7월 처음으로 학교 밖 홍대에 직영점 1호를 냈다. 첫달부터 하루에 많으면 300명의 손님을 맞는다. 현재는 프랜차이즈인 부평역사점을 8월에 개업했으며 명동 아비뉴엘점과 일산 킨텍스, 수원, 구미, 금천에 있는 롯데마트에 프랜차이즈 입점을 기다리고 있다. 올 연말까지 남은 기간 목표는 20개의 지점을 여는 것. 모교에도 직영점을 낼 예정이다.
조현우씨는 “겁 많고 소심한 문과생 셋이 모여 참 열심히 노력했다. 어렸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했지만 젊었기 때문에 좋게 봐 주신 분들이 많다. 한때 주변에서 취업 안하냐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저는 정말 창업이 천직이라고 느낀다. 너무도 힘들지만 자신의 것을 개척해 나가는 창업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관광 인력거, 독특한 사업가 아띠 인력거 이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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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재씨가 아이들을 태우고 정동길 한 바퀴를 돌았다. |
길거리 택시 운전수에게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지나가던 여고생들에게 한번 타 보지 않겠냐고 넉살 좋게 물었다. 순식간에 여고생들이 몰렸고 운 좋은 3명이 정동길 한 바퀴를 돌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밝은 그의 모습에서 ‘대표’라는 호칭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2013 창조관광기업 대상, 아띠 인력거’
인력거로 서울 곳곳을 누비며 ‘관광’을 시켜 주는 아띠 인력거. 자전거 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겠다 싶으면서도 과연 이게 사업이 될까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띠 인력거는 2013년 5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창조관광기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 지원금 7000만원을 받은 뒤 2년째 사업을 유지 중인 엄연한 관광기업이다.
20대가 넘는 인력거와 인력거를 모는 24명의 ‘라이더’가 서울 속 3 코스를 돈다. 연인들이 즐기기 좋은 로맨스 코스, 서울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역사 코스, 그리고 옛 서울의 모습을 보는 166 코스이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턴 서울 정동길 코스와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 생태원 코스도 추가했다. 60분 코스의 비용은 1인당 2만5000원. 외국어 가이드 투어는 4만원이다. 한 번에 2명에서 3명이 탈 수 있다. 하루 손님이 라이더 한 명당 적어도 10~15명이다.
아띠 인력거 사업은 2012년 7월, 종로4가 원남동의 한 차고지에서 출발했다. “이것저것 모아 둔 돈 10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시작은 열악했어요. 차고지 보증금으로 500만원이 나가고 인력거 2대를 사니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제 직감을 믿었어요”라고 이인재씨는 말했다. 이인재씨가 국내 유명 증권사에서 1년 반 동안 근무하다가 직장을 그만둔 뒤였다.
예전 미국 유학 시절 가장 절친한 친구의 제안에 3개월 정도 인력거를 몰아 본 경험이 나름대로 기억에 남았다. 손님들과 보스턴 일대를 돌며 소통하고 정을 나누었던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뒤로하고 있던 어느 날 다시 인력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부정적이었다. 이인재씨가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국내 유명 증권사를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나왔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부러움을 살 수 있는 ‘조건’들에 이인재씨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언론이 이런 조건들을 부각시키는 것을 반기지도 않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회사에서 일한 그 잠깐의 시간을 ‘세상과의 타협’이라 불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위해 인력거와 함께 창업전선으로 들어왔다.
중국에서 들여온 인력거 두 대를 앞에 두고 이씨와 친구는 고민에 빠졌다. 2006년에 ‘자전거 택시’라는 아이템이 나왔었다는 것을 알고 이곳저곳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그 회사들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자극제가 되었다. “실패한 선례가 있다는 것이 위협적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제가 이 분야를 시작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인력거를 몰고 밖에 나갔을 때는 손님들에게 돈을 받지 않았다. 그냥 손님이 ‘주는 만큼’ 받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인력거를 2대에서 6대로 늘렸다.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이었다. ‘라이더’들도 더 많이 고용했다. 홍보는 비용이 많이 안 드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서 했다. 또 언론의 관심을 받아 자연스레 뉴스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블로그에선 아띠 체험단을 모집하여 아띠 인력거 탑승 후기를 올리도록 하기도 했다.
인력거는 소통의 場
“인력거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도 정했어요. 예를 들면, 인력거 앞에서 담배를 피워선 안 되고 정치나 종교 등의 논쟁이 될 만한 주제로 이야기해서도 안 돼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의 소통이에요. 인력거에서 나누는 대화와 그 분위기가 정말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거거든요.”
미국에서 인력거 일을 할 때와 한국에서 할 때의 차이점을 물어보니 사람들의 무게가 다르다고 했다. “미국 친구들은 덩치가 남달라요. 한국에서 덩치 큰 것과는 차원이 달라 조금 더 힘들었죠.”
인력거 수가 늘어난 만큼이나 올 2월엔 19개월 동안 보금자리가 돼 주었던 원남동 차고지에서 종로 사직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2대로 시작했지만 이제 20대의 인력거를 넣을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인재씨는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이상’을 펼쳐 나가며 아띠 인력거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형제가 함께 CEO가 된 아이니드 장민수・장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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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니드 형제 대표 장민수씨(오른쪽)와 장진수씨. |
두 형제는 점차 종사자가 고령화되어 간다는 목수업에 ‘젊음’을 입혔다. 요즘 많이 보이는 밝은 색 소나무를 원목 그대로 결을 살려 만들어 자연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구는 어둡고 무거운 디자인이어야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바꾸는 데에 한몫했다. 또한 브랜드명 아이니드에서 드러나듯이 고객이 원하는 가구를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다는 목표로 한다.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구를 판 지 2년 반 동안 2013년 3월엔 강남에 가구카페 쇼룸을, 이듬해인 올 3월엔 종로 인사동 쌈지길에도 쇼룸을 열었다. 2013년엔 지상파 방송사에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으며 현재는 월수입이 6000만원이다. 두 대표는 시작부터 나이에 비해 꽤나 굴곡진 경험담을 풀어 놨다.
감성적인 예술가 형과 이성적인 경영가 동생
“형이 한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저는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죠. …” 양복 재단사였던 아버지는 손재주가 워낙 좋아 직접 양복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 손재주는 형 장민수씨가 물려받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는 분의 권유로 인테리어 기사로 취업하여 매번 도면을 그리고 현장에서 뛰면서 많은 목수들을 만났다.
“이 업계에선 기술을 서로 잘 안 가르쳐줘요. 그래서 어깨너머로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저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일을 그만뒀어요.” 오랜 경력으로 선배 목수들은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새로움이 부족했을 터. 게다가 그는 고집도 세고 혼자 일하는 것이 편했다.
반대로 동생은 진취적인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어렸을 때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다 해 본 것 같아요. 제대 후에 공장에서 1년간 일하면서 반복적인 일이 정말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돈이 많은 사람 옆에서 일해 보고 싶어 정철어학원 이사장의 드라이버로도 1년을 일했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27살이 되던 2010년에는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떼어 와 삼청동 돌담거리에서 친구와 함께 노점을 열었다. 텃세 심한 노점상들 사이에서 넉살과 배짱으로 버텼다. 거기서 번 돈으로 동생은 파주 헤이리 마을에 카페를 차렸다. 지금은 예쁜 카페들이 즐비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카페가 별로 없어 한 달 매출이 1500만원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친구한테 자기 브랜드를 세우겠다는 말을 했던 동생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보일러실에 제 가구공방을 차리려 하는데 동생이 갑자기 제가 만든 가구들을 카페에서 판매해 보자더군요. 그 전까지 그것들을 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게 가구카페를 시작했다.
당시 형 장민수씨가 만든 심플하고 밝은 원목가구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사실 이렇다 할 수익을 못 내고 있던 터에 그들의 사업에 불을 붙인 것은 2012년 2월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였다.
한 개도 안 팔리는 가구에서 月 8000만원 수익까지
“그때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780만원 정도를 들여 부스 두 개를 얻었어요. 그 행사 3일 동안 저희 가구가 1500만원의 수익을 냈어요. 거기서 명함도 많이 받고 언론에 몇 번 소개가 되더니 갑자기 월 8000만원어치씩 주문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파주에 아이니드 공장이 있었고 젊은 목수들을 급히 고용했지만 갑자기 폭주하는 주문을 감당해 내기가 어려웠다.
“경험도 부족하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외주를 줄 생각조차 못했고 저희가 직접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공장 직원들 관리도 잘 못하고 쉴 틈 없이 일만 했어요. 실수를 참 많이 했죠. 공장 직원들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이고요.”
지금은 신혼부부나 젊은 층이 주 고객이지만 당시엔 남녀노소 상관없이 유행을 탔다. 원목가구를 잘 모르는 고객들이 많아 제품을 구매하고도 결이 왜 거칠거칠하냐는 불만을 제기하며 반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패 아닌 실패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속도를 조절해 갔다. 너무 빠른 성장이 결코 좋지 않다는 것도 깨달은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 형제에게 경영은 실전학습이다. 형제는 서로 다른 성향을 통해 배운다. 형은 ‘작품’과 ‘정체성’에 집착했고 동생은 ‘경영’에 집착했다. 동생 장진수씨는 “예를 들면, 형은 ‘예술성’을 고집하며 식탁 한가운데에 저희 로고를 박으려 했고 전 그렇게 하면 안 팔린다고 말렸죠. 소리 지르면서 싸우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고집을 꺾진 못해서 적당히 박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구가 팔리더라고요” 하며 웃었다.
“저희 가구에 대해 호불호가 나뉘는 것이야말로 저희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에 전 이해를 못했는데 브랜드에 있어서 정체성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더라고요.”
형제지만 너무 다른 두 사람. 서로가 있기 때문에 실패의 시간도 버텼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 주었기 때문이다. 형 장민수씨는 나무 외에 다른 재료로도 가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동생 장진수씨는 아이니드를 더 알릴 수 있도록 가맹점을 내려고 한다. 형 장민수씨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많이 싸웠지만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요”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