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先교육 後선발’ 취지 무색하게 4명(10%)만 탈락… ‘후보자시험’으로 이름만 바꿔
⊙ 첫 교육 시작 한 달 앞두고 국립외교원 교수직 절반 空席… “우수한 박사인재들 계약직이라 기피”
준비 미흡
⊙ 응시생들 “문제유형·선발방식 달라진 게 없다”
⊙ 지방대 가산점 혜택 합격자 포스텍 출신… 명문대 편중현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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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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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대 가산점 혜택 합격자 포스텍 출신… 명문대 편중현상 여전
- 국립외교원은 12월부터 외교관후보자들을 1년간 교육할 예정이다.
안전행정부가 11월 13일 외무고시를 대체하는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합격자 4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을 교육할 국립외교원은 오는 12월 17일부터 1년간 신입외교관 교육을 실시하며, 외교부는 성적 하위 4명을 제외한 39명을 외교관으로 임용할 예정이다. 합격자는 일반외교 32명, 지역외교 8명, 외교전문 3명이다. 합격자의 58.1%인 25명이 여성이며, 최고 득점자와 최연소 합격자도 여성이었다.
3차에 걸쳐 치른 이번 시험에는 975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21.7대 1이다. 일반외교(60%)는 28.8대 1, 지역외교(20%)는 7.3대 1, 외교전문분야(20%)는 3.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시험에서는 지역외교 5개 직렬(중동/아프리카/중남미/러시아-CIS/아시아)과 외교전문 5개 직렬(군축 및 다자안보/국제통상 및 금융/개발협력/국제법/에너지·자원 및 환경)을 모집했으나 외교전문 중 국제법과 에너지·자원 및 환경 2개 분야는 2차에서부터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26.6세로 올해 마지막 외무고시 합격자와 같았고 연령대별로는 26~29세 합격자가 39.5%로 가장 많았다. 여성 합격자 비율 58.1%는 올해 마지막 외무고시 59.5%와 비슷한 수준이다.
‘후보자’ 중 10%만 탈락
외교부는 지난 2011년 7월 ‘국립외교원법’ 제정과 ‘외무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겸비한 외교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국립외교원을 설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968년 시작된 외무고시는 2013년 상반기 선발된 47기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국립외교원은 ‘후보자’ 43명에 1년 동안 국비로 교육을 실시하며, 외교부는 후보자들의 교육이 끝나면 성적 하위 4명을 탈락시키고 39명을 5급 외교관으로 임용할 예정이다. 임용률이 90%에 달해 ‘후보자’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국립외교원법에 따르면 경쟁력 있는 외교관 양성을 위해 최대 20명, 최대 50%까지 탈락시킬 수 있다. 외무공무원법에서는 ‘외교관후보자는 채용인원의 150% 범위 내에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애초 정원의 200%를 뽑아 교육시켜야 한다는 안이 있었지만 외교부 측이 “미임용자가 많아질 경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 국회는 150%로 법을 통과시켰다. 한 전직 외교관은 “외교원 탈락률이 현행 외시 3차 탈락률(15%)에 비해 매우 낮다”며 “굳이 후보자 선발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무고시가 계속 논란이 돼온 것은 ‘2부’, ‘영어능통자’ 등 특별채용전형이 외교관 자녀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시행된 ‘2부 외무고시’는 장기 외국체류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경쟁시험으로 합격자 중 외교관 자녀가 43%에 달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음서제(蔭敍制)란 고려·조선 때 공신 또는 현직 당상관의 자손이나 친척을 과거에 의하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2004년 2부는 폐지됐으나 ‘영어(외국어)능통자’라는 새로운 전형이 시작돼 일반전형보다 훨씬 낮은 경쟁률로 외교관이 될 수 있었다. 2부 폐지 이후에도 외교관 자녀 2명이 영어능통자전형으로 외교부에 들어갔다.
이번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 중 외교관 직계가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측에서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해 정보를 청구해도 ‘개인정보 유출 불가’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신임 외교관후보자들의 출신집안은 내년 국정감사에서나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시험을 주관한 안전행정부 측은 “국가시험의 경우 임용 전까지는 출신학교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한 고시컨설팅업체 대표는 “외교관후보자 시험 특별전형의 경우 외국어와 해외체류경험이 중요한 만큼 강남이나 부유층 출신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관 자녀가 아닐 시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해외를 누비며 각종 경험을 할 수 있는 20대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되겠느냐”며 “솔직히 신입 5급 외교관 시험은 우수 인재를 뽑아 교육하기 위한 것인데, 굳이 화려한 경력자를 따로 채용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준비현황은
교육을 맡을 국립외교원은 어떤 곳일까. 국립외교원은 외무공무원 교육을 위해 1963년 설립된 외무공무원연수원이 그 모체로, 1965년 연구기능을 보강하며 외교연구원으로 개편했고 1977년 외교안보연구원으로 확장했다. 외교안보연구원은 2011년 국립외교원법이 제정되면서 국립외교원으로 탈바꿈했다.
외무고시 개편과 관련한 외교부의 국립외교원 예산을 보면 ‘국립외교원 설립기반 조성’ 관련 예산이 2012년 27억3600만원, 2013년 49억4700만원이었다. 신규예산만 76억8300만원이다.
그러나 이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 외교부 예산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국립외교원은)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도록 하고, 향후 교육생 및 교수의 수, 교육생 보수 수준 등 결정 시 재정소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국립외교원 집행예산 27억원 중 20억원은 강의실 리모델링 등 단순 시설공사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급외교관을 양성하겠다고 법을 뜯어고쳤는데 개원을 코앞에 두고 커리큘럼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이 “당장 시작해야 할 국립외교원이 교수도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는 등 준비가 지나치게 미흡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수요원 채용 부진
외교관 후보들을 가르칠 인력은 어떤 상황일까. 당장 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립외교원은 아직 커리큘럼과 교수진을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2012년 12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6개 분야 교수요원 선발을 실시했으나 지난 10월 1명, 11월 2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고 교육 시작이 한 달 남은 가운데 3개 분야는 아직도 교수 채용을 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국립외교원의 외교관후보자 교수요원이 계약직 신분으로 직업안정성이 낮고 안식년이나 방학 등 연구·저술활동을 위한 시간도 없어 우수한 교수요원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국립외교원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우수한 교수 확보의 어려움을 예상해 이들에 특정직(교육공무원)의 신분을 부여하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된 바 있는데, 결국 인재 확보가 어렵게 됐다”며 “지금부터라도 국립외교원에 역량 있는 교수 확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외교원 측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수요원 채용과 커리큘럼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12월 중순부터 시작할 외교관후보자 교육에는 차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학제통합논술, 통합문제 취지 못 살려”
2013년 초 외무고시에 불합격했다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1차 합격 후 2차에 불합격, 내년 3월 치러질 2기 외교관후보자 시험을 다시 준비한다는 학생을 만났다.
―외무고시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둘 다 봤는데, 두 시험이 큰 차이가 있었습니까.
“다른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준비할 때는 학제통합논술이 가장 관건이었습니다. 국립외교원이 설명회에서는 고차원적인 복합문제를 출제해 능력을 종합평가한다고 강조했는데, 결국 과목별로 각각 출제돼 뭐가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가 없었어요.”
―시험 준비과정도 달랐습니까.
“전공평가시험이 서술형에서 약술형으로 변한다고 해서 그 준비를 해야 했는데, 시험을 보고 나니 허무할 정도로 기존의 고시문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약술형을 준비한 사람들은 시간분배와 분량설정이 곤란했죠.”
―최종시험이 끝난 후 학원가 분위기는 어떤가요.
“여태까지 준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소문이 퍼지면서 큰 혼란은 없습니다. 합격자는 대부분 SKY 출신인 것도 예년과 비슷한 것 같고요. 내년 시험에 다시 도전하려 합니다.”
정부가 46년간 시행했던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새로 도입한 신임 외교관 선발제도는 아직 첫 합격자를 배출했을 뿐 교육에 돌입하지도 않은 상태다. 아직 효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섣부르지만 ‘부의 대물림’이 가시화되고 있는 로스쿨처럼 되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외교관을 양성해야 할 기관의 준비 부족도 문제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외교관을 길러낸다’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제도를 보완하고 교육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다.⊙
3차에 걸쳐 치른 이번 시험에는 975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21.7대 1이다. 일반외교(60%)는 28.8대 1, 지역외교(20%)는 7.3대 1, 외교전문분야(20%)는 3.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시험에서는 지역외교 5개 직렬(중동/아프리카/중남미/러시아-CIS/아시아)과 외교전문 5개 직렬(군축 및 다자안보/국제통상 및 금융/개발협력/국제법/에너지·자원 및 환경)을 모집했으나 외교전문 중 국제법과 에너지·자원 및 환경 2개 분야는 2차에서부터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26.6세로 올해 마지막 외무고시 합격자와 같았고 연령대별로는 26~29세 합격자가 39.5%로 가장 많았다. 여성 합격자 비율 58.1%는 올해 마지막 외무고시 59.5%와 비슷한 수준이다.
‘후보자’ 중 10%만 탈락
외교부는 지난 2011년 7월 ‘국립외교원법’ 제정과 ‘외무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겸비한 외교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국립외교원을 설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968년 시작된 외무고시는 2013년 상반기 선발된 47기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국립외교원은 ‘후보자’ 43명에 1년 동안 국비로 교육을 실시하며, 외교부는 후보자들의 교육이 끝나면 성적 하위 4명을 탈락시키고 39명을 5급 외교관으로 임용할 예정이다. 임용률이 90%에 달해 ‘후보자’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국립외교원법에 따르면 경쟁력 있는 외교관 양성을 위해 최대 20명, 최대 50%까지 탈락시킬 수 있다. 외무공무원법에서는 ‘외교관후보자는 채용인원의 150% 범위 내에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애초 정원의 200%를 뽑아 교육시켜야 한다는 안이 있었지만 외교부 측이 “미임용자가 많아질 경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 국회는 150%로 법을 통과시켰다. 한 전직 외교관은 “외교원 탈락률이 현행 외시 3차 탈락률(15%)에 비해 매우 낮다”며 “굳이 후보자 선발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무고시가 계속 논란이 돼온 것은 ‘2부’, ‘영어능통자’ 등 특별채용전형이 외교관 자녀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시행된 ‘2부 외무고시’는 장기 외국체류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경쟁시험으로 합격자 중 외교관 자녀가 43%에 달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음서제(蔭敍制)란 고려·조선 때 공신 또는 현직 당상관의 자손이나 친척을 과거에 의하지 않고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2004년 2부는 폐지됐으나 ‘영어(외국어)능통자’라는 새로운 전형이 시작돼 일반전형보다 훨씬 낮은 경쟁률로 외교관이 될 수 있었다. 2부 폐지 이후에도 외교관 자녀 2명이 영어능통자전형으로 외교부에 들어갔다.
이번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 중 외교관 직계가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측에서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해 정보를 청구해도 ‘개인정보 유출 불가’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신임 외교관후보자들의 출신집안은 내년 국정감사에서나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시험을 주관한 안전행정부 측은 “국가시험의 경우 임용 전까지는 출신학교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한 고시컨설팅업체 대표는 “외교관후보자 시험 특별전형의 경우 외국어와 해외체류경험이 중요한 만큼 강남이나 부유층 출신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교관 자녀가 아닐 시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해외를 누비며 각종 경험을 할 수 있는 20대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되겠느냐”며 “솔직히 신입 5급 외교관 시험은 우수 인재를 뽑아 교육하기 위한 것인데, 굳이 화려한 경력자를 따로 채용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준비현황은
교육을 맡을 국립외교원은 어떤 곳일까. 국립외교원은 외무공무원 교육을 위해 1963년 설립된 외무공무원연수원이 그 모체로, 1965년 연구기능을 보강하며 외교연구원으로 개편했고 1977년 외교안보연구원으로 확장했다. 외교안보연구원은 2011년 국립외교원법이 제정되면서 국립외교원으로 탈바꿈했다.
외무고시 개편과 관련한 외교부의 국립외교원 예산을 보면 ‘국립외교원 설립기반 조성’ 관련 예산이 2012년 27억3600만원, 2013년 49억4700만원이었다. 신규예산만 76억8300만원이다.
그러나 이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 외교부 예산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국립외교원은)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예산을 절감하도록 하고, 향후 교육생 및 교수의 수, 교육생 보수 수준 등 결정 시 재정소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국립외교원 집행예산 27억원 중 20억원은 강의실 리모델링 등 단순 시설공사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급외교관을 양성하겠다고 법을 뜯어고쳤는데 개원을 코앞에 두고 커리큘럼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이 “당장 시작해야 할 국립외교원이 교수도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는 등 준비가 지나치게 미흡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수요원 채용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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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많은 젊은이가 ‘제2의 반기문’을 꿈꾸며 외교관에 도전한다. |
심 의원은 “국립외교원의 외교관후보자 교수요원이 계약직 신분으로 직업안정성이 낮고 안식년이나 방학 등 연구·저술활동을 위한 시간도 없어 우수한 교수요원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국립외교원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우수한 교수 확보의 어려움을 예상해 이들에 특정직(교육공무원)의 신분을 부여하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된 바 있는데, 결국 인재 확보가 어렵게 됐다”며 “지금부터라도 국립외교원에 역량 있는 교수 확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립외교원 측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수요원 채용과 커리큘럼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12월 중순부터 시작할 외교관후보자 교육에는 차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학제통합논술, 통합문제 취지 못 살려”
2013년 초 외무고시에 불합격했다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1차 합격 후 2차에 불합격, 내년 3월 치러질 2기 외교관후보자 시험을 다시 준비한다는 학생을 만났다.
―외무고시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둘 다 봤는데, 두 시험이 큰 차이가 있었습니까.
“다른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준비할 때는 학제통합논술이 가장 관건이었습니다. 국립외교원이 설명회에서는 고차원적인 복합문제를 출제해 능력을 종합평가한다고 강조했는데, 결국 과목별로 각각 출제돼 뭐가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가 없었어요.”
―시험 준비과정도 달랐습니까.
“전공평가시험이 서술형에서 약술형으로 변한다고 해서 그 준비를 해야 했는데, 시험을 보고 나니 허무할 정도로 기존의 고시문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약술형을 준비한 사람들은 시간분배와 분량설정이 곤란했죠.”
―최종시험이 끝난 후 학원가 분위기는 어떤가요.
“여태까지 준비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소문이 퍼지면서 큰 혼란은 없습니다. 합격자는 대부분 SKY 출신인 것도 예년과 비슷한 것 같고요. 내년 시험에 다시 도전하려 합니다.”
정부가 46년간 시행했던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새로 도입한 신임 외교관 선발제도는 아직 첫 합격자를 배출했을 뿐 교육에 돌입하지도 않은 상태다. 아직 효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섣부르지만 ‘부의 대물림’이 가시화되고 있는 로스쿨처럼 되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외교관을 양성해야 할 기관의 준비 부족도 문제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외교관을 길러낸다’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제도를 보완하고 교육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 중에서는 해당 외국어에 능통하면서 지역 경험을 가진 각 지역전문 외교관후보자 인재들이 눈에 띈다. 중동 지역 합격자 손성원씨는 연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 외교 관련 강의를 수강하면서 중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9년 학내 중동 학회를 세우는 등 중동권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켰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어 연수를 했고 이집트의 사회단체인 ‘키파야’에서 활동하며 아랍어를 배웠다. 2011년에는 알자지라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전공이 아니면서) 아랍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손씨 인터뷰를 방송한 적도 있다. 중남미 지역 합격자 한택진씨는 서울대 외교학과 재학 시절 스페인에서 18세기에 ‘동해’를 표기한 지구본을 발견해 국내에 발표한 바 있다. 한씨는 스페인 살라망카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동해와 일본해 표기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자료확보에 나섰고, 역사박물관에서 영국인들이 1757년 제작한 지구본을 찾아냈다. 아프리카 합격자 최서희씨는 대원외고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교 때 프랑스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워왔고 대학에서도 프랑스어 수업을 계속 듣는 등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에 대한 연구도 해왔다. 올해 처음 시행된 외교전문 분야에서는 관련 경력자 3명이 선발됐다. 개발협력 분야 합격자 정혜원씨는 인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빈민아동과 청소년 봉사활동을 수년간 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연합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교육원(UN-APCICT)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제통상 및 금융 분야 합격자는 해외MBA를 마치고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했고 군축 및 다자안보 분야 합격자는 통일부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번 시험에서는 지방인재채용목표제에 따라 지방대 출신에게 필기점수 2점을 가산했는데, 이에 따라 포스텍 출신 지원자가 합격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