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한식당 정부예산 50억원, 민간투자자 없어 허공에
⊙ 한식세계화 위해 ‘롯데리아’와 ‘카페베네’, 대기업(CJ) 등에 국가예산으로 지원해
⊙ 영부인 역점사업(pet project)으로 진행하다 난관, “한식세계화는 입에 담지도 말라”(청와대 관계자)
⊙ 2009~2011 한식세계화 예산 652억… 2012년에도 219억원 편성
⊙ 한식세계화 위해 ‘롯데리아’와 ‘카페베네’, 대기업(CJ) 등에 국가예산으로 지원해
⊙ 영부인 역점사업(pet project)으로 진행하다 난관, “한식세계화는 입에 담지도 말라”(청와대 관계자)
⊙ 2009~2011 한식세계화 예산 652억… 2012년에도 219억원 편성
- 2009년 5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식세계화추진단 발족식.
대통령 일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민주통합당 최종원 의원이 지난 4월 25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최 의원은 2011년 4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원유세 때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 사업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불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총선 승리시 우리(민주통합당)가 (소송을) 제대로 걸면 줄줄이 감방 간다”고 발언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한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았던 만큼 최 의원의 발언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최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0월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피해자 김 여사가 한식세계화 사업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중략) 연설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무죄 판결했다.
영부인의 역점사업 ‘펫프로젝트’는 원래 보육?
이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현 정권 초기 떠들썩하게 홍보를 하던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의구심을 갖게 됐다. ‘한식세계화’라는 주제가 전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시점은 2008~2010년경이다.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을 맡아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고, 영부인이 직접 나서 뉴욕에서 한식 홍보행사를 열었던 것이 이때다.
이 한식세계화가 바로 김윤옥 여사의 ‘펫프로젝트(pet-project)’였다. 펫프로젝트란 원래 역점사업이라는 뜻이지만, 미국에서는 영부인이 복지·여성·교육 등 소외계층 지원과 관련한 이슈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로 대통령 영부인의 역점사업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부시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는 문맹퇴치를 위한 식자운동을 전개했고,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마약박멸운동을 펼쳤으며,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카터는 남녀평등운동에 힘을 쏟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양지회’를 설립하는 등 대외활동에 나섰지만 그 외 역대 대통령 부인들이 특별한 사업을 전개한 경우는 없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부인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사회통념상 영부인의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로 진전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사실 애초 김 여사의 펫프로젝트는 보육 및 교육과 관련한 사업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 여사가 대학에서 보건교육을 전공했으며 평소에 여성과 가족, 보육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취임 직후 청와대 제2부속실(영부인 담당) 실장으로 박명순 경인교대 유아교육과 교수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청와대 한 관계자의 얘기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잠재능력을 발견했으며 이를 발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영부인 역점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대선 선대위와 인수위를 거치며 영부인 프로젝트는 상당히 심도있게 논의돼 왔습니다. 지금까지는 극소수의 제2부속실 인원만이 영부인을 보좌해 왔지만 제도적으로 영부인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어요. 사업의 종류에 대해서도 복지, 보육, 여성 등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복지와 여성 분야는 이념적으로 다소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보육과 교육 등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광주대 유아교육과 전경원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펫프로젝트의 주역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전 교수는 김윤옥 여사의 이화여대 보건교육과 후배(79학번)로 현 정권 초기 다수의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영부인 펫프로젝트를 언급해 왔다. 김윤옥 여사(66학번)-박명순 2부속실장(74학번)-전경원 교수(79학번) 라인이 펫프로젝트의 기반을 준비해 왔던 것이다.
전 교수는 당시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새 대통령 영부인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영부인 매뉴얼을 만들어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며 “영부인 매뉴얼 안에는 김 여사가 평소 관심을 가졌던 보육문제가 들어갈 수도 있고, 그 외 새로운 이슈가 들어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 교수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그는 이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 한류 열풍 타고 한식세계화에 박차
정권 초기 보육과 관련한 영부인 매뉴얼 또는 영부인 사업 전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2008~2009년 들어 한류가 큰 인기를 끌고 뉴욕, 도쿄 등의 해외 한식당이 주목받게 되면서 청와대는 한식세계화를 새롭게 펫프로젝트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와 맞물려 2009년 초 박명순 제2부속실장은 학교로 돌아갔으며, 강현희 제2부속실 선임행정관이 제2부속실장으로 승진했다.
이때부터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새로운 펫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총대를 멨고, 한식세계화 관련 예산은 대부분 농림수산식품부가 담당했다.
정부는 2009년 5월 한식세계화추진단을 발족하고 명예회장으로 김윤옥 여사를 추대했다. 당시 공동단장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양일선 연세대 교무처장 등 3명. 추진단 위원(36명)에는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영화배우 배용준씨, 이참 현 한국관광공사 사장(당시 방송인), 노희영 히노컨설팅 대표, 《식객》의 작가 허영만씨 등 국내에서 요리 및 외식문화와 관련해 이름 있는 인사들을 모두 포함시켰다. 영부인이 직접 나선 데다 한류 열풍 속에서 일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배우 배용준씨와 한식홍보대사 가수 비 등 한류스타들이 해외 한식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하는 등 한식세계화는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한식세계화추진단은 “한식이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에 진입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후 김 여사는 한식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에 나섰다. 김 여사는 2009년 10월 미(美)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잡채와 빈대떡을 직접 만드는 등 다양한 한식요리를 선보였고, 같은 해 뉴욕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들과의 오찬에서는 팔을 걷어붙이고 해물파전을 부쳐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한식을 대접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식 홍보가 절정에 달하던 때였다. 청와대는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라는 제목의 한식 관련 책을 제작해 해외 정상들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좌초 이유는
2009~2010년 2년간 김윤옥 여사는 한식세계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 김 여사는 2010년 10월 G20 당시 대부분의 식사를 한식으로 제공하고 각국 정상 부부를 초청한 만찬에서 한식을 대접해 호평을 얻기도 했다.
G20을 통해 한식 홍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정부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는다. 뉴욕에 플래그십 한식당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란 특정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으로, 그 브랜드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는 상징성을 보유한다. 정부가 직접 뉴욕에 최고 수준의 한식당을 운영함으로써 한식의 모델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0년 6월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을 개설한다고 발표하고, 2011년 관련 예산 50억원을 책정한 후 민간사업자 모집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여사님 예산’ ‘제2의 옥류관(북한 정부 직영식당)’ 등 논란이 많았으나 2011년 말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로 이 예산안은 확정됐다. 애초 정부는 예산 50억원에 민간사업자 투자 100억원을 유치해 뉴욕에 부지를 매입, 100~150석 규모의 한식당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민간사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경기부진 등의 이유로 한식당에 투자하겠다는 민간사업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이던 ‘우래옥’이 2011년 문을 닫고 이어 뉴저지의 유명 한식당 ‘코리아팰리스’가 문을 닫는 등 미국내 한식업계 위기설이 떠돌았다. 1년여 후인 2011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는 다시 뉴욕 한식당 민간사업자 모집에 나섰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결국 2011년 예산 50억원은 불용처리됐고,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갔다.
농림부 측은 실패원인에 대해 “경기부진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이 투자를 꺼렸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이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동네수퍼, 빵집, 레스토랑, 두부와 콩나물사업에까지 진출해 논란이 됐던 상황에서 정부가 보장하는 뉴욕 한식당에 100억원을 투자할 기업이 없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측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여러 번 ‘러브콜’을 보냈지만 기업들이 여론과 사업성 등을 핑계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는 이명박 정권이 급격히 레임덕에 빠지면서 민간투자자가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욱 설득력 있다. 정권말에 섣불리 대통령 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정권이 바뀌기라도 하면 본전은커녕 ‘보복’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 여사가 너무 늦게 발동을 건 것이 뉴욕 한식당의 실패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652억원 예산 어디에 쓰였나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올해 초 대기업의 골목상권과 빵집 진출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여사님 프로젝트’ 좌초에 따른 괘씸죄를 물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식품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 한 임원의 얘기다. “우리 회사도 뉴욕 한식당 투자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투자비용으로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역점사업인 만큼 정권 바뀐 이후에도 잘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뉴욕 ‘우래옥’도 망해 나가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겠어요. 그래서 고사했는데 설마 사업자가 아예 없어서 한식당 프로젝트가 무산될 줄은 미처 몰랐어요. 정부 주도 한식당이 무산돼서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니 왠지 불안하더라고요. 그게 작년 말인데, 올해 초 갑자기 청와대에서 대기업 빵집 이야기가 나온 것은 괘씸죄에 해당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합니다.”
식품산업진흥법 제7조(전통식품과 식문화의 세계화)를 근거로 2009년부터 매년 수백억 원씩 편성된 한식세계화 예산은 어디에 쓰였을까. 한식세계화 예산은 ▲인프라 구축(한식세계화 콘텐츠 개발·보급과 한식재단 운영지원) ▲전문인력 양성(한식조리 특성화학교 지정과 해외 한식 교육) ▲한식당 경쟁력 강화(한식 현지화 지원사업, 해외 한식당 추천제, 프랜차이즈업체 해외진출 지원) ▲한식 홍보(지자체 국제한식행사 지원, 종합홍보관 건립 조사연구, 국내외 한식문화 확산) 등 4분야로 나뉘어 집행됐다. 그러나 이들 예산은 국회에서 홍보예산이 과다하며 사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예산처 측은 한식세계화 지원사업 예산심사 후 “홍보예산 과다 문제, 사업 실효성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정부안에서 10% 정도 감액했다”며 “특히 한식 프랜차이즈업체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한식과 관련성이 미흡한 대기업을 지원하는 등 부적절한 예산집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식세계화 예산을 햄버거업체와 대기업까지 지원받았다는 점은 한식세계화 예산집행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2010년에는 카페베네와 롯데리아 등 4개 기업이 총 6000만원을 지원받았고, 2011년에는 CJ제일제당과 카페베네, 대상FNF(종가집) 3개 기업이 한식세계화 예산 중 총 2억원을 지원받았다. 한식재단 측은 이에 대해 “국내업체가 국내산 농산물로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화를 시도한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해명했지만, 굳이 햄버거업체와 커피회사, 대기업을 국고로 지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한식이야기》는 영부인 사진집?
최근 나타나는 한식세계화의 성과는 사실 민망한 수준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4월말 유럽과 북미 등 5개국 5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각국 음식의 세계화지수를 발표했다. 이 세계화지수는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유의성 검증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중국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12개국 음식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한식은 73.2점을 받아 12개국 중 7위를 차지, 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은 물론 중국(75점)과 태국(73.2점)보다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세계화 사업에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식세계화 사업이 실체는 없이 지나치게 영부인 홍보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한식세계화가 한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저한 준비 없이 외국 언론에 보여주기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예산 1억원을 사용해 G20 당시 국빈 배포용으로 만든 《김윤옥의 한식이야기》(영문판, 비매품) 제작과정은 ‘영부인 홍보’의 절정을 보여줬다. 《한겨레21》은 2012년 1월 20일자에서 <무서운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라는 기사를 통해 책 제작과정에 청와대가 압박뿐만 아니라 협박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을 제작한 기획사 관계자는 “국비를 사용해 국빈 증정용으로 제작하는 만큼 디자인과 콘텐츠 등 책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하여 제작하고자 했지만, 청와대 측이 ‘여사님’ 사진을 더 많이, 크게 넣으라고 요구하는 등 원래 제작방향과는 동떨어진 쪽으로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물론 클라이언트 측에서 원하는 방향의 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한식을 널리 알리자는 책 제작 원래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여사만 부각시키려는 점이 책 만드는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한식 전문가 없는 한식재단
한식세계화의 주체가 돼야 할 한식재단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2009년 설립된 한식세계화추진단은 2010년 한식재단이라는 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식세계화 사업 주체와 예산은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식세계화추진단,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대한가정학회장으로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연으로 2011년 한식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양일선 교수는 대외활동에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다.
한 외식업체 대표는 “말이 한식재단이지 초대 이사장(정운천)과 현 이사장은 농업과 식품영양 전문가이지 한식 전문가가 아니며, 부이사장인 송희라씨 역시 유럽에 유학한 프랑스요리 전문가”라며 “한식재단에 한식 전문가가 없는데 한식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외식업계와 식품업계에서는 “한식이 단시간 내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한식 스타 셰프(요리사)나 스타 레스토랑, 파워풀한 브랜드가 먼저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이정희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식세계화의 체감도는 높지 않고 한국음식 인지도도 여전히 낮다”며 “한국 브랜드 인지도도 많이 올라갔고 한류 바람이 부는 등 한식세계화의 여건이 조성돼 있는데도 한식은 아직 중국과 일본,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음식과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월 21일 ‘한식세계화추진단 2기’ 발족식을 가졌다. ‘1기’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이었던 김윤옥 여사는 이번 추진단에서는 아무 직책도 맡지 않았다. 김 여사와 한식세계화의 공식적인 관계가 청산된 셈이다. 김 여사는 현재 한식재단과도 공식적인 관계는 없다.
청와대, 영부인과 한식세계화 관련 ‘쉬쉬’
이런저런 이유로 청와대에서는 ‘한식세계화’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이 한식세계화는 입에 좀 담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때 청와대에서는 펫프로젝트를 한식세계화에서 독서운동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독서를 권장하고 출판업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관심을 가졌던 도서관건립운동과 겹친다는 의견이 있어 이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윤옥 여사는 임기 초부터 과거 영부인들과는 달리 ‘CEO의 부인’이라는 경력에 비춰 적극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김 여사는 한식세계화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도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2009년 초 국정홍보지 《위클리공감》과 한 차례 인터뷰를 한 것과 2010년 대통령과 부부동반으로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것이 전부다.
김 여사는 한식재단 예산과 사촌언니(김옥희), 사촌오빠(김재홍) 등과 관련해 구설수에 여러 차례 시달려 왔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최측근인 현직 제2부속실장을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해 새누리당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윤옥 여사는 영부인으로서의 5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며 후대에 어떤 영부인으로 기억될까. 몇 달 남지 않은 임기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한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았던 만큼 최 의원의 발언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최 의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0월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피해자 김 여사가 한식세계화 사업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중략) 연설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무죄 판결했다.
영부인의 역점사업 ‘펫프로젝트’는 원래 보육?
이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현 정권 초기 떠들썩하게 홍보를 하던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의구심을 갖게 됐다. ‘한식세계화’라는 주제가 전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시점은 2008~2010년경이다. 김윤옥 여사가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을 맡아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고, 영부인이 직접 나서 뉴욕에서 한식 홍보행사를 열었던 것이 이때다.
이 한식세계화가 바로 김윤옥 여사의 ‘펫프로젝트(pet-project)’였다. 펫프로젝트란 원래 역점사업이라는 뜻이지만, 미국에서는 영부인이 복지·여성·교육 등 소외계층 지원과 관련한 이슈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로 대통령 영부인의 역점사업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부시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는 문맹퇴치를 위한 식자운동을 전개했고,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마약박멸운동을 펼쳤으며, 카터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카터는 남녀평등운동에 힘을 쏟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양지회’를 설립하는 등 대외활동에 나섰지만 그 외 역대 대통령 부인들이 특별한 사업을 전개한 경우는 없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부인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사회통념상 영부인의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로 진전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사실 애초 김 여사의 펫프로젝트는 보육 및 교육과 관련한 사업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 여사가 대학에서 보건교육을 전공했으며 평소에 여성과 가족, 보육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취임 직후 청와대 제2부속실(영부인 담당) 실장으로 박명순 경인교대 유아교육과 교수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청와대 한 관계자의 얘기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잠재능력을 발견했으며 이를 발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영부인 역점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대선 선대위와 인수위를 거치며 영부인 프로젝트는 상당히 심도있게 논의돼 왔습니다. 지금까지는 극소수의 제2부속실 인원만이 영부인을 보좌해 왔지만 제도적으로 영부인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어요. 사업의 종류에 대해서도 복지, 보육, 여성 등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복지와 여성 분야는 이념적으로 다소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보육과 교육 등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광주대 유아교육과 전경원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펫프로젝트의 주역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전 교수는 김윤옥 여사의 이화여대 보건교육과 후배(79학번)로 현 정권 초기 다수의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영부인 펫프로젝트를 언급해 왔다. 김윤옥 여사(66학번)-박명순 2부속실장(74학번)-전경원 교수(79학번) 라인이 펫프로젝트의 기반을 준비해 왔던 것이다.
전 교수는 당시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새 대통령 영부인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영부인 매뉴얼을 만들어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며 “영부인 매뉴얼 안에는 김 여사가 평소 관심을 가졌던 보육문제가 들어갈 수도 있고, 그 외 새로운 이슈가 들어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전 교수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그는 이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 한류 열풍 타고 한식세계화에 박차
 |
| 김윤옥 여사가 2009년 4월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식세계화 2009 국제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이때부터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새로운 펫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총대를 멨고, 한식세계화 관련 예산은 대부분 농림수산식품부가 담당했다.
정부는 2009년 5월 한식세계화추진단을 발족하고 명예회장으로 김윤옥 여사를 추대했다. 당시 공동단장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양일선 연세대 교무처장 등 3명. 추진단 위원(36명)에는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영화배우 배용준씨, 이참 현 한국관광공사 사장(당시 방송인), 노희영 히노컨설팅 대표, 《식객》의 작가 허영만씨 등 국내에서 요리 및 외식문화와 관련해 이름 있는 인사들을 모두 포함시켰다. 영부인이 직접 나선 데다 한류 열풍 속에서 일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배우 배용준씨와 한식홍보대사 가수 비 등 한류스타들이 해외 한식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하는 등 한식세계화는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한식세계화추진단은 “한식이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에 진입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후 김 여사는 한식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에 나섰다. 김 여사는 2009년 10월 미(美)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잡채와 빈대떡을 직접 만드는 등 다양한 한식요리를 선보였고, 같은 해 뉴욕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들과의 오찬에서는 팔을 걷어붙이고 해물파전을 부쳐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한식을 대접했다.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식 홍보가 절정에 달하던 때였다. 청와대는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라는 제목의 한식 관련 책을 제작해 해외 정상들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좌초 이유는
2009~2010년 2년간 김윤옥 여사는 한식세계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 김 여사는 2010년 10월 G20 당시 대부분의 식사를 한식으로 제공하고 각국 정상 부부를 초청한 만찬에서 한식을 대접해 호평을 얻기도 했다.G20을 통해 한식 홍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정부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는다. 뉴욕에 플래그십 한식당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란 특정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으로, 그 브랜드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는 상징성을 보유한다. 정부가 직접 뉴욕에 최고 수준의 한식당을 운영함으로써 한식의 모델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0년 6월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을 개설한다고 발표하고, 2011년 관련 예산 50억원을 책정한 후 민간사업자 모집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여사님 예산’ ‘제2의 옥류관(북한 정부 직영식당)’ 등 논란이 많았으나 2011년 말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로 이 예산안은 확정됐다. 애초 정부는 예산 50억원에 민간사업자 투자 100억원을 유치해 뉴욕에 부지를 매입, 100~150석 규모의 한식당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민간사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경기부진 등의 이유로 한식당에 투자하겠다는 민간사업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이던 ‘우래옥’이 2011년 문을 닫고 이어 뉴저지의 유명 한식당 ‘코리아팰리스’가 문을 닫는 등 미국내 한식업계 위기설이 떠돌았다. 1년여 후인 2011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는 다시 뉴욕 한식당 민간사업자 모집에 나섰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결국 2011년 예산 50억원은 불용처리됐고,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갔다.
농림부 측은 실패원인에 대해 “경기부진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이 투자를 꺼렸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몇 년간 대기업이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동네수퍼, 빵집, 레스토랑, 두부와 콩나물사업에까지 진출해 논란이 됐던 상황에서 정부가 보장하는 뉴욕 한식당에 100억원을 투자할 기업이 없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측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여러 번 ‘러브콜’을 보냈지만 기업들이 여론과 사업성 등을 핑계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는 이명박 정권이 급격히 레임덕에 빠지면서 민간투자자가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욱 설득력 있다. 정권말에 섣불리 대통령 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정권이 바뀌기라도 하면 본전은커녕 ‘보복’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김 여사가 너무 늦게 발동을 건 것이 뉴욕 한식당의 실패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설명이다.
652억원 예산 어디에 쓰였나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올해 초 대기업의 골목상권과 빵집 진출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여사님 프로젝트’ 좌초에 따른 괘씸죄를 물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식품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 한 임원의 얘기다. “우리 회사도 뉴욕 한식당 투자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투자비용으로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역점사업인 만큼 정권 바뀐 이후에도 잘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뉴욕 ‘우래옥’도 망해 나가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겠어요. 그래서 고사했는데 설마 사업자가 아예 없어서 한식당 프로젝트가 무산될 줄은 미처 몰랐어요. 정부 주도 한식당이 무산돼서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니 왠지 불안하더라고요. 그게 작년 말인데, 올해 초 갑자기 청와대에서 대기업 빵집 이야기가 나온 것은 괘씸죄에 해당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합니다.”
식품산업진흥법 제7조(전통식품과 식문화의 세계화)를 근거로 2009년부터 매년 수백억 원씩 편성된 한식세계화 예산은 어디에 쓰였을까. 한식세계화 예산은 ▲인프라 구축(한식세계화 콘텐츠 개발·보급과 한식재단 운영지원) ▲전문인력 양성(한식조리 특성화학교 지정과 해외 한식 교육) ▲한식당 경쟁력 강화(한식 현지화 지원사업, 해외 한식당 추천제, 프랜차이즈업체 해외진출 지원) ▲한식 홍보(지자체 국제한식행사 지원, 종합홍보관 건립 조사연구, 국내외 한식문화 확산) 등 4분야로 나뉘어 집행됐다. 그러나 이들 예산은 국회에서 홍보예산이 과다하며 사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예산처 측은 한식세계화 지원사업 예산심사 후 “홍보예산 과다 문제, 사업 실효성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정부안에서 10% 정도 감액했다”며 “특히 한식 프랜차이즈업체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한식과 관련성이 미흡한 대기업을 지원하는 등 부적절한 예산집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식세계화 예산을 햄버거업체와 대기업까지 지원받았다는 점은 한식세계화 예산집행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2010년에는 카페베네와 롯데리아 등 4개 기업이 총 6000만원을 지원받았고, 2011년에는 CJ제일제당과 카페베네, 대상FNF(종가집) 3개 기업이 한식세계화 예산 중 총 2억원을 지원받았다. 한식재단 측은 이에 대해 “국내업체가 국내산 농산물로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화를 시도한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해명했지만, 굳이 햄버거업체와 커피회사, 대기업을 국고로 지원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한식이야기》는 영부인 사진집?
최근 나타나는 한식세계화의 성과는 사실 민망한 수준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4월말 유럽과 북미 등 5개국 5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각국 음식의 세계화지수를 발표했다. 이 세계화지수는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유의성 검증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중국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12개국 음식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한식은 73.2점을 받아 12개국 중 7위를 차지, 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은 물론 중국(75점)과 태국(73.2점)보다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세계화 사업에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식세계화 사업이 실체는 없이 지나치게 영부인 홍보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한식세계화가 한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저한 준비 없이 외국 언론에 보여주기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예산 1억원을 사용해 G20 당시 국빈 배포용으로 만든 《김윤옥의 한식이야기》(영문판, 비매품) 제작과정은 ‘영부인 홍보’의 절정을 보여줬다. 《한겨레21》은 2012년 1월 20일자에서 <무서운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라는 기사를 통해 책 제작과정에 청와대가 압박뿐만 아니라 협박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을 제작한 기획사 관계자는 “국비를 사용해 국빈 증정용으로 제작하는 만큼 디자인과 콘텐츠 등 책의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하여 제작하고자 했지만, 청와대 측이 ‘여사님’ 사진을 더 많이, 크게 넣으라고 요구하는 등 원래 제작방향과는 동떨어진 쪽으로 진행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물론 클라이언트 측에서 원하는 방향의 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한식을 널리 알리자는 책 제작 원래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여사만 부각시키려는 점이 책 만드는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한식 전문가 없는 한식재단
한식세계화의 주체가 돼야 할 한식재단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2009년 설립된 한식세계화추진단은 2010년 한식재단이라는 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식세계화 사업 주체와 예산은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한식세계화추진단, 농수산물유통공사(aT)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대한가정학회장으로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연으로 2011년 한식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양일선 교수는 대외활동에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다.
한 외식업체 대표는 “말이 한식재단이지 초대 이사장(정운천)과 현 이사장은 농업과 식품영양 전문가이지 한식 전문가가 아니며, 부이사장인 송희라씨 역시 유럽에 유학한 프랑스요리 전문가”라며 “한식재단에 한식 전문가가 없는데 한식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외식업계와 식품업계에서는 “한식이 단시간 내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한식 스타 셰프(요리사)나 스타 레스토랑, 파워풀한 브랜드가 먼저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이정희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식세계화의 체감도는 높지 않고 한국음식 인지도도 여전히 낮다”며 “한국 브랜드 인지도도 많이 올라갔고 한류 바람이 부는 등 한식세계화의 여건이 조성돼 있는데도 한식은 아직 중국과 일본,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음식과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월 21일 ‘한식세계화추진단 2기’ 발족식을 가졌다. ‘1기’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이었던 김윤옥 여사는 이번 추진단에서는 아무 직책도 맡지 않았다. 김 여사와 한식세계화의 공식적인 관계가 청산된 셈이다. 김 여사는 현재 한식재단과도 공식적인 관계는 없다.
청와대, 영부인과 한식세계화 관련 ‘쉬쉬’
이런저런 이유로 청와대에서는 ‘한식세계화’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이 한식세계화는 입에 좀 담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때 청와대에서는 펫프로젝트를 한식세계화에서 독서운동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독서를 권장하고 출판업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관심을 가졌던 도서관건립운동과 겹친다는 의견이 있어 이 논의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윤옥 여사는 임기 초부터 과거 영부인들과는 달리 ‘CEO의 부인’이라는 경력에 비춰 적극적인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김 여사는 한식세계화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도 국내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2009년 초 국정홍보지 《위클리공감》과 한 차례 인터뷰를 한 것과 2010년 대통령과 부부동반으로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것이 전부다.
김 여사는 한식재단 예산과 사촌언니(김옥희), 사촌오빠(김재홍) 등과 관련해 구설수에 여러 차례 시달려 왔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최측근인 현직 제2부속실장을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해 새누리당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윤옥 여사는 영부인으로서의 5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며 후대에 어떤 영부인으로 기억될까. 몇 달 남지 않은 임기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