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지현이냐! 지현이가 코스모스냐! 아니 무지개 같기도 하구나” (손녀 지현에게 보낸 편지 中에서)
- 가족들과 함께 청와대를 걸어 나오고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내외.
노태우 전(前) 대통령은 감옥에서 가족들에게 많은 편지를 썼다. 그는 9사단, 국군 보안사령부 등 자신이 지휘했던 부대의 부대가를 직접 작사·작곡할 정도로 풍부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영어(囹圄)의 몸으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감성들이 짙게 묻어 나온다. 부인 김옥숙 여사를 비롯해 아들, 며느리, 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감옥에서 6·29 선언 10주년을 맞아 쓴 편지 등 노 전 대통령의 편지 몇 편을 최초로 공개한다.
음력 설인 1996년 2월 19일 아침 손자 손녀들에게 쓴 편지다. 감옥 안에서 동화 같은 상상력으로 설날 아침 풍경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나의 손자 손녀에게!
꿈;
설날이다. 모두 이리로 오너라. 색동 치마저고리 예쁘게 입었네. 장호, 인근이, 도현이는 기저귀를 찼구나. 그래, 할아버지 앉았다. 할머니도 옆에 앉았다. 세배해야지.
윤정이부터, 민정이 지현이 인근, 장호, 경호, 옳지, 잘하는구나.
윤정이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고, 지현이 민정이는 유치원 2학년. 인근, 장호, 경호는 탁아 1학년.
공부 잘하고 씩씩하게 자라라. 자, 세뱃돈이다.
윤정이는 만원, 공책 연필 사고, 지현이 민정이는 5000원, 그림종이 사고, 인근이 장호 경호는 우유병 하나씩이다.
잘 먹고 씩씩하게 자라라.
자! 우리 무얼 하고 놀까?
옛날이야기 할까?
「예! 옛날이야기 해 주세요.」
「옛날 옛적에, 깊은 산골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거든.」「예.」저 뒷산에서 까치가 많이 짖고 있어서 반가운 손님 왔나 하고 올라가 보니 아주 귀한 손님들이 많이 왔어요. 이들은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이야. 모두가 할아버지! 하고 손잡고 뛰어왔어. 장호, 인근이, 경호는 엄마 등에 업혀서 싱글 벙글 웃고 있지. 아빠들은 노래 부르며 뒤쫓아 오고 있어.
모두가 할아버지 품속으로 꼭 안겨 얼굴을 비벼대며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나도 너희들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우리는 얼싸안고 껑충껑충 뛰었지요.「자! 할머니가 집에서 떡이랑 과일 초콜릿이랑 맛있는 것 많이 장만하여 너희들 기다리신다.」 모두들 손잡고 집으로 들어갔었지. 할머니는「아이고, 내 새끼들 왔구나」하고 모두들 껴안으셨지.「할머니, 안녕하셨어요」하고 인사들 했지.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신나게 노는데 누가 밖에서 손님이 왔다는 거야.
할아버지가 나가 보니까, 손님이 아니라 머리에 뿔난 무서운 큰 도깨비야. 도깨비가 여러 명이야. 할아버지는 도깨비하고 싸웠지. 얼마나 싸웠는지, 할아버지는 그만 지쳐버렸어. 도깨비들도 지쳤나봐. 할아버지는 정신을 잃어 버렸어.
얼마나 지났는지, 깨어 보니 모두가 꿈이었단다. 할아버지 방 벽에 붙어 있는 너희들 사진을 바라보며 이 꿈 이야기를 다 했단다. 마음이 후련하고 오늘 하루 너희들에 둘러싸여 즐거운 설날을 보낸 것 같구나.
음력 설날 아침 할아버지>
1996년 9월 27일 한가위에 쓴 편지다. 봉투에는 수신인이 아들인 ‘노재헌 일가(一家)’로 돼 있지만 부인 김옥숙 여사에 대한 편지도 있다. 편지글 중 ‘장호 할머니’가 김 여사다. 지현 아빠는 재헌씨를, 장호 엄마는 며느리 신정화씨를 가리킨다. 지현, 장호는 손녀, 손자다. 한편의 시(詩)처럼 편지를 썼다.
<한가위 이야기
◎ 장호 할머니!
한가위 둥근 달 그 빛이
황홀하되 따스함이
없음이여
그대는 따스함이 담긴 햇빛
차디찬 집안
따뜻하게 비치우리
◎ 지현 아빠!
너의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하라
그리고 새롭게 하라. 탁월, 명성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이는 平凡한 새로움에 밀려난다.
너의 才能, 勇氣, 幸運, 이 모든 것을 새롭게 살려라.
태양처럼 다시 떠오른다는 信念을 가져라.
◎ 장호 엄마!
사랑과 화목의 씨와 香氣를 품은
아름다운 꽃송이
그 빛 더욱 지혜롭게 빛나라.
◎ 지현!
코스모스가 지현이냐! 지현이가 코스모스냐! 아니 무지개 같기도 하구나.
◎ 장호!
태양과 무지개 언제나 너와 함께 솟아오르리!
무지개를 타고 있으니 걸음마가 느리지!
1996. 9 한가위 할아버지>
6·29 선언 10주년을 감옥에서 맞으며 격문처럼 쓴 편지다. 6·29 선언이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편지에서 6·29 선언이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애국하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흘러간 역사로
잊어버리고 있겠지만
10년 전의 오늘 6·29
나에겐 어제 같은 생생함
한시인들 잊으리오.
사람들은 이젠 고물딱지로
쓰레기통에 버렸겠지만
10년 전의 오늘 6·29
나에겐 목숨보다 소중한
길이 물려줄 보물이라오.
국민의 가장 큰 소망을 담았기에
그 소망 약속하고
그 약속 지켜 실행하고
이 강산에 꽃피었기에
그것은 香氣로운 歷史이외다.
혹자는 생존과 권력의 수단이라고
그 뜻 비하하는 자 있소만
모르는 소리외다. 비겁한 소리외다.
그것은 한 時代의 운명을 건
혼백의 절규였소.
국민과 역사 앞에 무릎 꿇어
모든 것 바쳐 호소하였소.
국립묘지 수십만 영혼 앞에서
현충사 충무공 영전에서
몸 바쳐 맹서하였소.
그러기에 그것은 온 누리를 덮고
마침내 세계가 감동하였소.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우렁찬 구호는 현실로
그대로 이룩되었소.
세계는 우리를 보며
무어라고 외쳤던가요.
민주, 경제 발전 함께 이룩한
지구상에 으뜸의 나라라고
사람들이여 이 소리 잊었는가요.
진정 6·29는
이 나라를 영원토록 비출
민족의 보물이요, 역사의 거울이외다.
이것은 나의 넋두리가 아닌
그때의 증언들이었소.
오! 나의 못남과 부덕이요!
이 보배로운 거울이
온갖 추물에 더럽혀져
쓰레기통에 뒹굴고 있구려.
자! 이제 이래선 안되리.
거울을 제자리에 놓읍시다.
깨끗이 닦읍시다.
역사의 그날 오늘에 비춰
잃어버린 소망 다시 찾아
우리 모두 편하게 마주 봅시다.
6·29여! 역사의 거울이여!
그대는 영원하리.
6·29 10주년을 기념하여
97. 6. 29 노태우>
날짜 미상의 이 편지는 노 전 대통령이 며느리 신정화씨의 편지에 대해 보낸 답글이다. 며느리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으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던 아들 재헌씨 부부에 대한 미안함, 자식을 위해 죽음까지 생각했던 일 등 가족애가 절절하다.
<정화에게
보내준 글 잘 읽었다.
너에게 한없이 고마운 만큼 내 自身 부끄러워지는구나. 그래서 우리 食口들에겐 Pen을 들기가 거북스러워. 지현이 아빠를 통해서 口傳으로 소식 듣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너의 글을 받아 보니 그만 어색한 Pen을 잡았구나.
하기야 내 노트에는 매일 장호랑 지현에게 便紙를 쓰고 있단다.
에미야, 정말 고맙다. 정말 네가 우리 집안의 기둥이 되었구나!
너희 두 內外가 꾸밈없이 榮光스럽게 成長해 나아가는 것이 어버이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꿈이었거늘 그 아까운 꿈을 꺾어버린 죄스런 苦痛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내가 이곳에 오기 前, 아빠 엄마는 무엇이 너희들의 名譽를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길인가? 그 길이 죽음이라 한다면 기꺼이 그 길을 택하리라 준비하였단다.
그러나 그것은 子息들을 더욱 욕되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理由는 너희들이 알다시피 우리는 바르게 살아왔고 歷史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고 앞으로도 歷史에 크게 이바지할 꿈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또한 歷史는 언제나 明과 暗을 가지는 法.
그런데 모든 것을 暗으로 斷定해 버린다는 것은 검은 먹구름이 太陽을 가려 세상은 암흑같이 보이지만, 때가 지나면 먹구름은 걷히게 되고 太陽은 찬란한 빛을 세상에 비추리라는 것이 眞理라고 본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사는 것이다.
이곳에 있노라면 人間으로서 잘못을 뉘우치고 人生을 정리해 보기도 하고 아직 完成치 못한 삶의 眞實을 完成하고자 努力도 하게 되는 것이다.
人間의 행복과 지혜는 오직 다음의 두 마디 속에 있다고 본다.
「기다리고,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참고, 용서하고, 기다린다. 이것은 아버지의 生活 철학이요, 統治 哲學이기도 하였다.
요즈음 만델라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27년간의 옥살이 끝에 얻은 그의 哲學도 아버지와 거의 같은 것이다.
너희들의 나로 인한 좌절과 고통,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일단 운명으로 받아들여 하늘이 주신 試金石으로 여겨 克服함으로써 더욱 큰 人物이 될 수 있는 基盤을 구축하여 轉禍爲福이 될 것으로 確信한다.
너희 둘이 中心이 되어 兩家 父母님들 잘 위로 드리고 더욱 和睦할 수 있도록 努力해 다오.
지현이 그림, 애기들 사진 벽에 붙여 놓고 이들을 바라보며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누고 있다.
어머니, 그리고 城北洞 父母任께 安否 傳하거라.
아버지>⊙
음력 설인 1996년 2월 19일 아침 손자 손녀들에게 쓴 편지다. 감옥 안에서 동화 같은 상상력으로 설날 아침 풍경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나의 손자 손녀에게!
꿈;
설날이다. 모두 이리로 오너라. 색동 치마저고리 예쁘게 입었네. 장호, 인근이, 도현이는 기저귀를 찼구나. 그래, 할아버지 앉았다. 할머니도 옆에 앉았다. 세배해야지.
윤정이부터, 민정이 지현이 인근, 장호, 경호, 옳지, 잘하는구나.
윤정이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고, 지현이 민정이는 유치원 2학년. 인근, 장호, 경호는 탁아 1학년.
공부 잘하고 씩씩하게 자라라. 자, 세뱃돈이다.
윤정이는 만원, 공책 연필 사고, 지현이 민정이는 5000원, 그림종이 사고, 인근이 장호 경호는 우유병 하나씩이다.
잘 먹고 씩씩하게 자라라.
자! 우리 무얼 하고 놀까?
옛날이야기 할까?
「예! 옛날이야기 해 주세요.」
「옛날 옛적에, 깊은 산골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거든.」「예.」저 뒷산에서 까치가 많이 짖고 있어서 반가운 손님 왔나 하고 올라가 보니 아주 귀한 손님들이 많이 왔어요. 이들은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이야. 모두가 할아버지! 하고 손잡고 뛰어왔어. 장호, 인근이, 경호는 엄마 등에 업혀서 싱글 벙글 웃고 있지. 아빠들은 노래 부르며 뒤쫓아 오고 있어.
모두가 할아버지 품속으로 꼭 안겨 얼굴을 비벼대며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나도 너희들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우리는 얼싸안고 껑충껑충 뛰었지요.「자! 할머니가 집에서 떡이랑 과일 초콜릿이랑 맛있는 것 많이 장만하여 너희들 기다리신다.」 모두들 손잡고 집으로 들어갔었지. 할머니는「아이고, 내 새끼들 왔구나」하고 모두들 껴안으셨지.「할머니, 안녕하셨어요」하고 인사들 했지.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신나게 노는데 누가 밖에서 손님이 왔다는 거야.
할아버지가 나가 보니까, 손님이 아니라 머리에 뿔난 무서운 큰 도깨비야. 도깨비가 여러 명이야. 할아버지는 도깨비하고 싸웠지. 얼마나 싸웠는지, 할아버지는 그만 지쳐버렸어. 도깨비들도 지쳤나봐. 할아버지는 정신을 잃어 버렸어.
얼마나 지났는지, 깨어 보니 모두가 꿈이었단다. 할아버지 방 벽에 붙어 있는 너희들 사진을 바라보며 이 꿈 이야기를 다 했단다. 마음이 후련하고 오늘 하루 너희들에 둘러싸여 즐거운 설날을 보낸 것 같구나.
음력 설날 아침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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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에 있으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교도소측의 ‘검열필’ 도장이 선명하다. |
1996년 9월 27일 한가위에 쓴 편지다. 봉투에는 수신인이 아들인 ‘노재헌 일가(一家)’로 돼 있지만 부인 김옥숙 여사에 대한 편지도 있다. 편지글 중 ‘장호 할머니’가 김 여사다. 지현 아빠는 재헌씨를, 장호 엄마는 며느리 신정화씨를 가리킨다. 지현, 장호는 손녀, 손자다. 한편의 시(詩)처럼 편지를 썼다.
<한가위 이야기
◎ 장호 할머니!
한가위 둥근 달 그 빛이
황홀하되 따스함이
없음이여
그대는 따스함이 담긴 햇빛
차디찬 집안
따뜻하게 비치우리
◎ 지현 아빠!
너의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하라
그리고 새롭게 하라. 탁월, 명성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이는 平凡한 새로움에 밀려난다.
너의 才能, 勇氣, 幸運, 이 모든 것을 새롭게 살려라.
태양처럼 다시 떠오른다는 信念을 가져라.
◎ 장호 엄마!
사랑과 화목의 씨와 香氣를 품은
아름다운 꽃송이
그 빛 더욱 지혜롭게 빛나라.
◎ 지현!
코스모스가 지현이냐! 지현이가 코스모스냐! 아니 무지개 같기도 하구나.
◎ 장호!
태양과 무지개 언제나 너와 함께 솟아오르리!
무지개를 타고 있으니 걸음마가 느리지!
1996. 9 한가위 할아버지>
6·29 선언 10주년을 감옥에서 맞으며 격문처럼 쓴 편지다. 6·29 선언이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편지에서 6·29 선언이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애국하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흘러간 역사로
잊어버리고 있겠지만
10년 전의 오늘 6·29
나에겐 어제 같은 생생함
한시인들 잊으리오.
사람들은 이젠 고물딱지로
쓰레기통에 버렸겠지만
10년 전의 오늘 6·29
나에겐 목숨보다 소중한
길이 물려줄 보물이라오.
국민의 가장 큰 소망을 담았기에
그 소망 약속하고
그 약속 지켜 실행하고
이 강산에 꽃피었기에
그것은 香氣로운 歷史이외다.
혹자는 생존과 권력의 수단이라고
그 뜻 비하하는 자 있소만
모르는 소리외다. 비겁한 소리외다.
그것은 한 時代의 운명을 건
혼백의 절규였소.
국민과 역사 앞에 무릎 꿇어
모든 것 바쳐 호소하였소.
국립묘지 수십만 영혼 앞에서
현충사 충무공 영전에서
몸 바쳐 맹서하였소.
그러기에 그것은 온 누리를 덮고
마침내 세계가 감동하였소.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우렁찬 구호는 현실로
그대로 이룩되었소.
세계는 우리를 보며
무어라고 외쳤던가요.
민주, 경제 발전 함께 이룩한
지구상에 으뜸의 나라라고
사람들이여 이 소리 잊었는가요.
진정 6·29는
이 나라를 영원토록 비출
민족의 보물이요, 역사의 거울이외다.
이것은 나의 넋두리가 아닌
그때의 증언들이었소.
오! 나의 못남과 부덕이요!
이 보배로운 거울이
온갖 추물에 더럽혀져
쓰레기통에 뒹굴고 있구려.
자! 이제 이래선 안되리.
거울을 제자리에 놓읍시다.
깨끗이 닦읍시다.
역사의 그날 오늘에 비춰
잃어버린 소망 다시 찾아
우리 모두 편하게 마주 봅시다.
6·29여! 역사의 거울이여!
그대는 영원하리.
6·29 10주년을 기념하여
97. 6. 29 노태우>
날짜 미상의 이 편지는 노 전 대통령이 며느리 신정화씨의 편지에 대해 보낸 답글이다. 며느리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으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던 아들 재헌씨 부부에 대한 미안함, 자식을 위해 죽음까지 생각했던 일 등 가족애가 절절하다.
<정화에게
보내준 글 잘 읽었다.
너에게 한없이 고마운 만큼 내 自身 부끄러워지는구나. 그래서 우리 食口들에겐 Pen을 들기가 거북스러워. 지현이 아빠를 통해서 口傳으로 소식 듣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너의 글을 받아 보니 그만 어색한 Pen을 잡았구나.
하기야 내 노트에는 매일 장호랑 지현에게 便紙를 쓰고 있단다.
에미야, 정말 고맙다. 정말 네가 우리 집안의 기둥이 되었구나!
너희 두 內外가 꾸밈없이 榮光스럽게 成長해 나아가는 것이 어버이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꿈이었거늘 그 아까운 꿈을 꺾어버린 죄스런 苦痛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내가 이곳에 오기 前, 아빠 엄마는 무엇이 너희들의 名譽를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길인가? 그 길이 죽음이라 한다면 기꺼이 그 길을 택하리라 준비하였단다.
그러나 그것은 子息들을 더욱 욕되게 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理由는 너희들이 알다시피 우리는 바르게 살아왔고 歷史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고 앞으로도 歷史에 크게 이바지할 꿈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또한 歷史는 언제나 明과 暗을 가지는 法.
그런데 모든 것을 暗으로 斷定해 버린다는 것은 검은 먹구름이 太陽을 가려 세상은 암흑같이 보이지만, 때가 지나면 먹구름은 걷히게 되고 太陽은 찬란한 빛을 세상에 비추리라는 것이 眞理라고 본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사는 것이다.
이곳에 있노라면 人間으로서 잘못을 뉘우치고 人生을 정리해 보기도 하고 아직 完成치 못한 삶의 眞實을 完成하고자 努力도 하게 되는 것이다.
人間의 행복과 지혜는 오직 다음의 두 마디 속에 있다고 본다.
「기다리고,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참고, 용서하고, 기다린다. 이것은 아버지의 生活 철학이요, 統治 哲學이기도 하였다.
요즈음 만델라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27년간의 옥살이 끝에 얻은 그의 哲學도 아버지와 거의 같은 것이다.
너희들의 나로 인한 좌절과 고통,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일단 운명으로 받아들여 하늘이 주신 試金石으로 여겨 克服함으로써 더욱 큰 人物이 될 수 있는 基盤을 구축하여 轉禍爲福이 될 것으로 確信한다.
너희 둘이 中心이 되어 兩家 父母님들 잘 위로 드리고 더욱 和睦할 수 있도록 努力해 다오.
지현이 그림, 애기들 사진 벽에 붙여 놓고 이들을 바라보며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누고 있다.
어머니, 그리고 城北洞 父母任께 安否 傳하거라.
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