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들이 공무원노조의 간부로 활동하는 사례 총 91명. 공무원노조, 해직 노조원 구제비로 3년간 270억원 사용
노동부가 전공노·민공노 內 해직 후 활동자 8명에 대한 시정조치를 각 노조에 통보했다. 만약 시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두 노조는 2007년 합법노조 전환 2년 만에 다시 不法(法外)노조로 돌아가게 된다. 불법노조가 되면 통합공무원노조의 12월 말 노동부 가입신고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 노동부 시정조치 시한 임박…이행 안 하면 不法(法外)노조로 전락
⊙ “法外노조로의 회귀는 勞·政 양측의 수년간 공든탑이 무너지는 꼴”
⊙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 자체가 명백한 불법” (朴大海 한나라당 의원)
⊙ 정부, 올해 안 공무원노조 정치 행위 금지 관련법 개정 추진
노동부가 전공노·민공노 內 해직 후 활동자 8명에 대한 시정조치를 각 노조에 통보했다. 만약 시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두 노조는 2007년 합법노조 전환 2년 만에 다시 不法(法外)노조로 돌아가게 된다. 불법노조가 되면 통합공무원노조의 12월 말 노동부 가입신고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 노동부 시정조치 시한 임박…이행 안 하면 不法(法外)노조로 전락
⊙ “法外노조로의 회귀는 勞·政 양측의 수년간 공든탑이 무너지는 꼴”
⊙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 자체가 명백한 불법” (朴大海 한나라당 의원)
⊙ 정부, 올해 안 공무원노조 정치 행위 금지 관련법 개정 추진
공무원노조가 결국 민주노총에 가입한다. 탈퇴 도미노 현상으로 위기에 빠진 민노총을 공무원노조가 구원하는 셈이 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 등 3개 공무원노조는 지난 9월 21~22일 이틀간 단일노조 통합과 민노총 가입 여부에 대한 총 투표를 실시했다.
민노총 임성규 위원장, 전공노 손영태 위원장, 민공노 정헌재 위원장, 법원노조 오병욱 위원장이 지난 9월 22일 밤 서울 민노총 회의실에서 발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10만9433명의 총 조합원 중 8만2911명이 투표에 참가해(투표율 75.8%) ‘통합’에는 투표자 89.6%가, ‘민노총 가입’에는 68.3%가 찬성했다.
투표결과 발표 후 전공노의 손 위원장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등 MB(李明博·이명박)정부의 反(반)노동정책을 심판할 것”이라며 對(대)정부 투쟁 강화를 표명했다. 그동안 탈퇴 도미노로 위기에 빠졌던 민노총은 공무원노조 가입 결정 다음날 첫 ‘투쟁’으로 조선·동아·중앙일보에 대한 절독 운동을 선택, “조중동을 읽는 것은 악마를 믿는 것”이라고 선포했다.
9월 23일 법무부·노동부·행정안전부는 3부 장관 합동으로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힘을 모아주기를 기대하는 이때 공무원노조가 정치투쟁 노선을 유지해 온 민노총을 상급단체로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에) 엄중대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정부의 담화문이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정말 걱정되는 일”이라며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며 천박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대해 환영입장을 표명했다. 민노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가 유례없는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을 기록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권이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정부를 힐난했고, 진보신당은 “정부의 嚴斷(엄단) 협박은 명분 없는 생떼쓰기”라며 “진보신당은 11만 조합원과 함께 공무원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민노총 가입은 MB 정부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신임 결과”라고 주장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한나라당 曺海珍(조해진) 대변인은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국민 血稅(혈세)가 민노총의 反(반)정부투쟁기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고 논평했다.
성인 61.5%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 바람직하지 않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9월 28일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대한 違法性(위법성) 여부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하고, “민노당에 대한 공식적 지지를 표명하는 등 정치문제에 개입해 온 민노총에 공무원노조가 가입한 것은 명백히 현행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李憲(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 공동대표는 지난 10월 14일 한 토론회에서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은 공무원의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차관 사퇴 압박’까지 나왔다. 安商守(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8일 최고위원회에서 “해임·파면된 사람들이 노조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고, 업무시간에도 불법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를 묵인·방조한 행안부와 노동부 관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면서 “고의로 불법을 묵인한 관련 부처의 장·차관은 스스로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사회 각계의 반응이 양극으로 치달은 가운데, 국민 여론은 민노총 가입 반대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행안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5%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민간노조와 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41.5%)였다. 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31.6%)”는 이유가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낸 응답자는 31.8%다.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에 대해 38.3%는 “바람직하다”, 49.5%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민간노조와의 연대활동에 대해선 64.2%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의 우려 가운데 투ㆍ개표 중 부적절한 사례가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행안부는 3개 노조가 투·개표 과정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부재자 투표, 순회 투표, 투표용지 일괄 배부, 전자투표, 사전투표, 상품권 지급 등 다양한 부적절 행위가 진행됐다며 전면 조사에 나섰다.
투·개표 부정 시비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종로구, 경기 안산시, 경남 거제·통영 등 지역에서 노조 간부가 간이 투표함을 들고 읍·면·동사무소에 직접 찾아가 기표지를 받아오는 ‘순회투표’가 시도됐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투표일 전인 9월 17~18일에 순회 사전 투표가 실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경기 수원 등에선 ‘생년월일과 이름만 입력하면 되는’ 전자투표를 실시했고, 부산 남구, 울산 울주군, 울산 동구, 전남 신안군 등에선 부재자 투표가 이뤄졌다.
울산 북구에선 투표참여 조합원 전원에게 2만원권 상품권이 지급된다는 것을 조합원 게시판을 통해 안내한 후, 실제로 실행했다. 인천 연수구는 투표 종료 후 투표참여 노조원 수를 225명(60.5%)이라고 알렸다가, 舊(구) 노조담당자가 투표인명부 등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투표 참가자 수를 183명(49.2%)이라고 정정했다.
개표 과정의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울산시 산하 5개 區郡(구·군) 중 남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의 투표 결과는 민노총 가입 찬성이 총 224명이었다. 그리고 민공노가 지역본부별로 집계한 자료는 총 405명이 찬성한 것으로 돼 있다. 당연히 남구의 찬성표가 181표가 나와야 하지만, 남구 조합원은 50명에 불과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부적절 투·개표 행위가 발생했다”면서 “향후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개 노조 통합추진위원회의 이상원 대변인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투·개표가 이루어졌으며 불법 투·개표 행위는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치러진 수많은 선거에서 문제로 삼은 적이 한 번도 없다가, 민노총 가입 건이 나오자 소소한 문제들을 전체인 것처럼 선전한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우려 가운데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대한 위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상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불법이다. 행안부는 “상급단체 가입에 대한 특별한 제한규정이 없어 가입 자체를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민노총 강령 및 주장 등에 집단적 찬동의사를 표시하는 등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거나 정치활동을 위한 예비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면서 “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 및 정치투쟁에 공무원노조가 참여할 경우 실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논란
노동부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任太熙(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취임 첫날 기자회견에서 “상급 단체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실정법상 위반이라고 할 근거는 없지만, 공무원은 노조원이기에 앞서 공무원 신분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정치중립)이 있기 때문에 정치활동을 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과 달리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 자체를 위법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朴大海(박대해) 의원은 “정치 세력화와 정치투쟁을 행동강령으로 하는 민노총에 가입한 것이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말이다.
“최근 민노총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겨냥해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개적으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는 민노총 산하단체가 무슨 근거로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어달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정치활동에 대한 개념은 아예 논란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추진위 이상원 대변인은 이에 대해 “헌법과 법규로 보장된 민노총 가입은 결코 불법적 요소가 없다”면서 “정부와 언론이 구체적 예시 없이 ‘불법이 우려된다’는 식의 표현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의 설명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업무 연관성을 우선 따져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분명히 정치적 자유가 있습니다. 만약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표명하면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공무원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민노총에서 만약 불법의 여지가 있는 강경 행동을 한다면 저희가 그 동참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의 대응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미리 처벌하는 모양새입니다.”
위법 여부에 대한 양측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해당 법규의 모호함 때문이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와 공무원노동조합법 제4조(정치활동의 금지), 두 법령이다.
공무원의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1963년 개정 당시의 내용이 40년 넘게 그대로 이어져 온 조항으로, 노조의 정치활동에 관한 부칙이나 설명이 전혀 없다. 공무원노조법 제4조는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란 짧은 문장이 전부다.
공무원노조 정치활동 금지 관련법 제정 움직임
정부는 관련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李達坤(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지난 10월 7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강화를 위해 공무원노조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전날인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노총 가입 대책을 묻는 질문에 “노조 불법활동이나 정치행위 관련 규정이 애매하고 포괄적”이라며 “영국과 일본처럼 노조활동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趙全赫(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은 3개 노조 투표 이전인 9월 16일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가 상급단체인 노동조합연맹체 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로 하고 50여 명의 의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개정안은 공무원노조가 정치활동이 허용된 연합단체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의 한 의원은 “최근 실시되고 있는 국감 현장 곳곳에서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범위를 규정하는 개정법안이 늦어도 올해 안에 발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의 단체협약 내용도 공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9일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노조의 단협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위법·부당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공무원노조의 불법 활동을 묵인하는 곳은 대부분 지자체, 특히 일선 시·군·구에 분포돼 있다”면서 “그간 확보된 내용을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말부터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단체교섭이 시작된다. 2007년 12월 최초로 단체협상을 체결한 이후 두 번째 단체교섭이다. 이번 교섭요구 안건은 총 597건으로, 2007년 362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金聖烈(김성렬) 행안부 공무원노사협력관은 “민노총 가입 결정 후 첫 교섭인 만큼, 지도부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부 조직들이 경쟁적으로 교섭 안건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조, 정부 모두 2007년보다 힘든 단체협약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해직자 노조 간부, 23명 아닌 91명”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들의 노조 활동이 논란의 핵심으로 커질 전망이다. 月刊朝鮮은 지난 10월호에서 전체 해직자 122명 중 23명이 전공노와 민공노에 소속돼 지도부로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안부는 당시 “회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들이 노조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선거 중 이뤄진 행안부 측의 집중 조사에서 해직 간부 비율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관계자에 따르면, 간부활동을 하고 있는 해직자가 23명이 아닌 91명인 것으로 조사과정에서 집계됐다. 사실상 비밀리에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행안부 측은 위법 여부를 판단해 관련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통합공무원노조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270억원을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 122명을 위해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노위 박대해 의원이 7일 노동부로부터 입수한 ‘민공노·전공노 세입·세출 예산내역’ 자료에 따르면, 두 노조는 시국선언과 불법시위 등으로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을 위해 270억원의 특별회계를 편성, 노조원의 생활비와 관련 재판비용으로 사용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전공노는 전체 해직자 92명에 대해 3년간 194억5400만원을 ‘희생자 구제비’ 예산으로 편성했고, 민공노는 63억2000만원의 예산을 30명의 해직 노조원을 위해 배정했다. 두 노조가 해직 공무원에게 지급한 구제비는 1인당 평균 4000만~5000만원에 달하며, 이는 7급 공무원 20호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재판 비용으로 3년간 11억9000만원의 예산을 편성, 변호사비와 벌금 등을 내는 데 사용했다. 전공노의 경우 상급단체인 민노총 분담금으로 3년간 총 10억원을 납부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 “국민 세금이 민노총의 과격시위를 부추기는 등 부당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문제는 자금의 근본적 출처가 국민의 세금이란 점입니다. 불법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에게 국민이 왜 세금을 들여 7급 공무원 20호봉에 가까운 돈을 생활비로 지원해 줘야 합니까. 이건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것입니다.”
“합법화 2년 만에 다시 불법노조 될 수도”
이에 대해 통합추진위 측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봉급의 일부(조합비)를 가지고 노동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파면·해임된 사람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은 노조로서는 당연한 활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상원 대변인의 설명이다.
“국민의 혈세로 파면된 공무원을 먹여살렸다는 말은 억지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한 돈이 아니라 저희 월급을 조금씩 모은 조합비로 예산을 책정해 집행한 것인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어요.”
해직자에 대한 노동부의 시정조치 시한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전공노와 민공노 내 해직 활동자 8명(전공노 6명, 민공노 2명)에 대한 시정조치를 각각 10월 19일, 11월 9일 시한으로 각 노조에 통보했다.
현행 법에 의하면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은 노조원 자격이 없다. 그런데 전공노와 민공노 내에는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이 노조 간부 또는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만약 시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두 노조는 2007년 합법노조 전환 2년 만에 다시 불법(法外·법외)노조로 돌아서게 된다. 정부가 전공노와 민공노에 대한 노조 설립을 반려할 경우, 통합공무원노조의 오는 12월 말 노동부 가입신고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통합공무원노조 측은 현재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명령을 그대로 이행하면 노조 설립 전에 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는 꼴이 되고, 이행을 하지 않으면 수년간의 희생으로 얻은 합법화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법외 노조가 되면 대정부 교섭권을 갖지 못하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3개 노조 통합추진위는 야당 의원을 통해 해직자들의 원직복귀를 위한 특별법 발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추진위의 이상원 대변인은 이 사안에 대해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두 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어 통합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때 반려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궁금하다”면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만약 통합공무원노조가 불법노조가 될 경우, 합법화를 어렵게 이룬 지 3년 만에 다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3년 전 상황은 전공노가 불법노조로 활동하고,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공노총의 초대 공동위원장을 지낸 행안부의 朴容式(박용식) 지방행정국 사무관은 “법을 만들기 위한 ‘법외노조’와 법이 있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법외노조’는 완전히 다른 의미”라며 “불법화가 될 경우, 수년간 전공노와 정부 측 모두 엄청난 희생과 노력을 쏟아 부은 공무원노조의 합법화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전공노는 노동 3권 중 절반을 포기하고 합법화를 했습니다. 정부도 일단 합법화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양보했죠. 이번에 또다시 불법화되면, 대립갈등 구도에서 相生(상생)협력으로 성장한 건전한 勞政(노·정) 관계가 다시 이전으로 역주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겠죠.”
공노총의 활발한 움직임
통합공무원노조와 정부 간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상급단체 가입이 아닌 공무원노조 독자 노선을 주장하는 공노총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2006년 9월에 설립된 공노총은 당시 법외 노조였던 전공노를 대신해 정부와의 단체협약에 나서는 등 ‘현실적’ 노동운동을 전개해 왔다.
공노총의 조합원은 현재 노동부 신고기준으로 6만6000명이다. 11월 중 상급단체 결정을 앞두고 있는 광역노조(조합원 약 1만5000명)와 단일노조 10여 개가 가입할 경우, 공노총은 연말까지 최대 10만명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선관위 노조와 통합공무원노조 부산 동래구지부가 민노총 탈퇴 찬반 투표를 하는 등 공무원노조 내 지부들의 민노총 연쇄 탈퇴가 이어질 경우, 공노총의 영향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金?均(김찬균) 공노총 위원장은 “향후 공무원노조는 민노총 가입 노조와 공노총으로 양분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공무원과 국민이 그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으로 편향된 정치 투쟁이나 이념적 노동운동의 중심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번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은 지난 2004년 전공노가 민노총에 가입한 것처럼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이죠. 상급단체를 결정한 것에 대한 법률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단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민노총의 노동운동이 이념적 편향성과 투쟁 중심으로 인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가입 결정이 우려됩니다.”
―공무원노조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뭡니까.
“일차적으로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다고 봅니다. 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정책은 노동운동 여건을 만들기보다는 무조건 억압하는 정책기조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反(반)공무원노조 정책 기조가 통합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반발심을 야기시켰고, 결국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급 민간단체에 가입하게 된 거죠.”
―노·정 강경대립 구도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선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진정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각종 정책개발 과정에서 공무원노조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이 중심이 되는 자주적 노동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방식은 민주화에 기여한 측면도 크지만, 이념적 투쟁 성격이 강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투쟁 일변도로 간 공무원노조는 정부로부터 사실상 얻어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공노총은 정년차별 철폐, 기능직 제도 개선, 연금개정 등 핵심 사안들을 합법적 교섭을 통해 이뤄냈습니다.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시대 트렌드에 맞게 노조도 변해야 합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공무원노조
통합공무원노조 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민노총이 감당할 수 없는 정책이나 투쟁으로 나온다면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公用(공용)노조에서 공룡노조로 변신 중인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을 살려내려다 자신들이 進退兩難(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대한 사회 각계의 의견은 양극단을 치닫는다. 연말엔 통합공무원노조 합법성으로, 내년엔 지방선거를 앞둔 활동으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逆(역)주행하는 공무원노조에 누가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관한 법규
⊙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2. 서명 운동을 기도·주재하거나 권유하는 것
3. 문서나 도서를 공공시설 등에 게시하거나 게시하게 하는 것
4. 기부금을 모집 또는 모집하게 하거나, 공공자금을 이용 또는 이용하게 하는 것
5. 타인에게 정당이나 그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게 하거나 가입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③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공무원노동조합법 제4조(정치활동의 금지)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민노총 임성규 위원장, 전공노 손영태 위원장, 민공노 정헌재 위원장, 법원노조 오병욱 위원장이 지난 9월 22일 밤 서울 민노총 회의실에서 발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10만9433명의 총 조합원 중 8만2911명이 투표에 참가해(투표율 75.8%) ‘통합’에는 투표자 89.6%가, ‘민노총 가입’에는 68.3%가 찬성했다.
투표결과 발표 후 전공노의 손 위원장은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등 MB(李明博·이명박)정부의 反(반)노동정책을 심판할 것”이라며 對(대)정부 투쟁 강화를 표명했다. 그동안 탈퇴 도미노로 위기에 빠졌던 민노총은 공무원노조 가입 결정 다음날 첫 ‘투쟁’으로 조선·동아·중앙일보에 대한 절독 운동을 선택, “조중동을 읽는 것은 악마를 믿는 것”이라고 선포했다.
9월 23일 법무부·노동부·행정안전부는 3부 장관 합동으로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힘을 모아주기를 기대하는 이때 공무원노조가 정치투쟁 노선을 유지해 온 민노총을 상급단체로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에) 엄중대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정부의 담화문이 대통령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정말 걱정되는 일”이라며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며 천박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대해 환영입장을 표명했다. 민노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가 유례없는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을 기록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권이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정부를 힐난했고, 진보신당은 “정부의 嚴斷(엄단) 협박은 명분 없는 생떼쓰기”라며 “진보신당은 11만 조합원과 함께 공무원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민노총 가입은 MB 정부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신임 결과”라고 주장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한나라당 曺海珍(조해진) 대변인은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국민 血稅(혈세)가 민노총의 反(반)정부투쟁기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고 논평했다.
성인 61.5%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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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3일 서울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 앞에서 보수단체 ‘활빈단’ 회원이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종이를 찢고 있다. |
李憲(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 공동대표는 지난 10월 14일 한 토론회에서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은 공무원의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차관 사퇴 압박’까지 나왔다. 安商守(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8일 최고위원회에서 “해임·파면된 사람들이 노조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고, 업무시간에도 불법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를 묵인·방조한 행안부와 노동부 관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면서 “고의로 불법을 묵인한 관련 부처의 장·차관은 스스로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사회 각계의 반응이 양극으로 치달은 가운데, 국민 여론은 민노총 가입 반대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행안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5%가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민간노조와 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41.5%)였다. 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31.6%)”는 이유가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낸 응답자는 31.8%다.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에 대해 38.3%는 “바람직하다”, 49.5%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민간노조와의 연대활동에 대해선 64.2%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의 우려 가운데 투ㆍ개표 중 부적절한 사례가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행안부는 3개 노조가 투·개표 과정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부재자 투표, 순회 투표, 투표용지 일괄 배부, 전자투표, 사전투표, 상품권 지급 등 다양한 부적절 행위가 진행됐다며 전면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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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헌재 민공노 위원장, 임성규 민노총 위원장, 오병욱 법원노조 위원장,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왼쪽부터)이 지난 9월 22일 밤 서울 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노총 가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손을 함께 들어 올리고 있다. |
투·개표 부정 시비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종로구, 경기 안산시, 경남 거제·통영 등 지역에서 노조 간부가 간이 투표함을 들고 읍·면·동사무소에 직접 찾아가 기표지를 받아오는 ‘순회투표’가 시도됐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투표일 전인 9월 17~18일에 순회 사전 투표가 실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경기 수원 등에선 ‘생년월일과 이름만 입력하면 되는’ 전자투표를 실시했고, 부산 남구, 울산 울주군, 울산 동구, 전남 신안군 등에선 부재자 투표가 이뤄졌다.
울산 북구에선 투표참여 조합원 전원에게 2만원권 상품권이 지급된다는 것을 조합원 게시판을 통해 안내한 후, 실제로 실행했다. 인천 연수구는 투표 종료 후 투표참여 노조원 수를 225명(60.5%)이라고 알렸다가, 舊(구) 노조담당자가 투표인명부 등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투표 참가자 수를 183명(49.2%)이라고 정정했다.
개표 과정의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울산시 산하 5개 區郡(구·군) 중 남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의 투표 결과는 민노총 가입 찬성이 총 224명이었다. 그리고 민공노가 지역본부별로 집계한 자료는 총 405명이 찬성한 것으로 돼 있다. 당연히 남구의 찬성표가 181표가 나와야 하지만, 남구 조합원은 50명에 불과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부적절 투·개표 행위가 발생했다”면서 “향후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개 노조 통합추진위원회의 이상원 대변인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투·개표가 이루어졌으며 불법 투·개표 행위는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치러진 수많은 선거에서 문제로 삼은 적이 한 번도 없다가, 민노총 가입 건이 나오자 소소한 문제들을 전체인 것처럼 선전한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우려 가운데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대한 위법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상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불법이다. 행안부는 “상급단체 가입에 대한 특별한 제한규정이 없어 가입 자체를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민노총 강령 및 주장 등에 집단적 찬동의사를 표시하는 등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거나 정치활동을 위한 예비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면서 “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시위 및 정치투쟁에 공무원노조가 참여할 경우 실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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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5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앞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소속 회원 200여 명이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부 입장과 달리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 자체를 위법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朴大海(박대해) 의원은 “정치 세력화와 정치투쟁을 행동강령으로 하는 민노총에 가입한 것이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말이다.
“최근 민노총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겨냥해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개적으로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는 민노총 산하단체가 무슨 근거로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어달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정치활동에 대한 개념은 아예 논란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추진위 이상원 대변인은 이에 대해 “헌법과 법규로 보장된 민노총 가입은 결코 불법적 요소가 없다”면서 “정부와 언론이 구체적 예시 없이 ‘불법이 우려된다’는 식의 표현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의 설명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업무 연관성을 우선 따져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분명히 정치적 자유가 있습니다. 만약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표명하면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공무원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민노총에서 만약 불법의 여지가 있는 강경 행동을 한다면 저희가 그 동참 여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부의 대응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미리 처벌하는 모양새입니다.”
위법 여부에 대한 양측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해당 법규의 모호함 때문이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와 공무원노동조합법 제4조(정치활동의 금지), 두 법령이다.
공무원의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1963년 개정 당시의 내용이 40년 넘게 그대로 이어져 온 조항으로, 노조의 정치활동에 관한 부칙이나 설명이 전혀 없다. 공무원노조법 제4조는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란 짧은 문장이 전부다.
공무원노조 정치활동 금지 관련법 제정 움직임
정부는 관련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李達坤(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지난 10월 7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강화를 위해 공무원노조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전날인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노총 가입 대책을 묻는 질문에 “노조 불법활동이나 정치행위 관련 규정이 애매하고 포괄적”이라며 “영국과 일본처럼 노조활동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趙全赫(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은 3개 노조 투표 이전인 9월 16일 교원노조와 공무원노조가 상급단체인 노동조합연맹체 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로 하고 50여 명의 의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개정안은 공무원노조가 정치활동이 허용된 연합단체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의 한 의원은 “최근 실시되고 있는 국감 현장 곳곳에서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범위를 규정하는 개정법안이 늦어도 올해 안에 발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의 단체협약 내용도 공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9일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노조의 단협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위법·부당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공무원노조의 불법 활동을 묵인하는 곳은 대부분 지자체, 특히 일선 시·군·구에 분포돼 있다”면서 “그간 확보된 내용을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말부터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단체교섭이 시작된다. 2007년 12월 최초로 단체협상을 체결한 이후 두 번째 단체교섭이다. 이번 교섭요구 안건은 총 597건으로, 2007년 362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金聖烈(김성렬) 행안부 공무원노사협력관은 “민노총 가입 결정 후 첫 교섭인 만큼, 지도부가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부 조직들이 경쟁적으로 교섭 안건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조, 정부 모두 2007년보다 힘든 단체협약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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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장면. 이날 이재교 변호사는 “국민의 공복으로서 정치적 중립이 되어야 할 공무원이 민노총에 소속되어 특정이념에 편향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
“해직자 노조 간부, 23명 아닌 91명”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들의 노조 활동이 논란의 핵심으로 커질 전망이다. 月刊朝鮮은 지난 10월호에서 전체 해직자 122명 중 23명이 전공노와 민공노에 소속돼 지도부로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안부는 당시 “회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들이 노조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선거 중 이뤄진 행안부 측의 집중 조사에서 해직 간부 비율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관계자에 따르면, 간부활동을 하고 있는 해직자가 23명이 아닌 91명인 것으로 조사과정에서 집계됐다. 사실상 비밀리에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행안부 측은 위법 여부를 판단해 관련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통합공무원노조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270억원을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 122명을 위해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노위 박대해 의원이 7일 노동부로부터 입수한 ‘민공노·전공노 세입·세출 예산내역’ 자료에 따르면, 두 노조는 시국선언과 불법시위 등으로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을 위해 270억원의 특별회계를 편성, 노조원의 생활비와 관련 재판비용으로 사용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전공노는 전체 해직자 92명에 대해 3년간 194억5400만원을 ‘희생자 구제비’ 예산으로 편성했고, 민공노는 63억2000만원의 예산을 30명의 해직 노조원을 위해 배정했다. 두 노조가 해직 공무원에게 지급한 구제비는 1인당 평균 4000만~5000만원에 달하며, 이는 7급 공무원 20호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재판 비용으로 3년간 11억9000만원의 예산을 편성, 변호사비와 벌금 등을 내는 데 사용했다. 전공노의 경우 상급단체인 민노총 분담금으로 3년간 총 10억원을 납부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 “국민 세금이 민노총의 과격시위를 부추기는 등 부당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문제는 자금의 근본적 출처가 국민의 세금이란 점입니다. 불법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에게 국민이 왜 세금을 들여 7급 공무원 20호봉에 가까운 돈을 생활비로 지원해 줘야 합니까. 이건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것입니다.”
“합법화 2년 만에 다시 불법노조 될 수도”
이에 대해 통합추진위 측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봉급의 일부(조합비)를 가지고 노동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파면·해임된 사람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은 노조로서는 당연한 활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상원 대변인의 설명이다.
“국민의 혈세로 파면된 공무원을 먹여살렸다는 말은 억지입니다. 정부에서 지원한 돈이 아니라 저희 월급을 조금씩 모은 조합비로 예산을 책정해 집행한 것인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어요.”
해직자에 대한 노동부의 시정조치 시한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전공노와 민공노 내 해직 활동자 8명(전공노 6명, 민공노 2명)에 대한 시정조치를 각각 10월 19일, 11월 9일 시한으로 각 노조에 통보했다.
현행 법에 의하면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은 노조원 자격이 없다. 그런데 전공노와 민공노 내에는 해임 또는 파면된 공무원이 노조 간부 또는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만약 시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두 노조는 2007년 합법노조 전환 2년 만에 다시 불법(法外·법외)노조로 돌아서게 된다. 정부가 전공노와 민공노에 대한 노조 설립을 반려할 경우, 통합공무원노조의 오는 12월 말 노동부 가입신고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통합공무원노조 측은 현재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명령을 그대로 이행하면 노조 설립 전에 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는 꼴이 되고, 이행을 하지 않으면 수년간의 희생으로 얻은 합법화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법외 노조가 되면 대정부 교섭권을 갖지 못하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3개 노조 통합추진위는 야당 의원을 통해 해직자들의 원직복귀를 위한 특별법 발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추진위의 이상원 대변인은 이 사안에 대해 “합법적으로 존재하는 두 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어 통합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때 반려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궁금하다”면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만약 통합공무원노조가 불법노조가 될 경우, 합법화를 어렵게 이룬 지 3년 만에 다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꼴이 된다. 3년 전 상황은 전공노가 불법노조로 활동하고, 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이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공노총의 초대 공동위원장을 지낸 행안부의 朴容式(박용식) 지방행정국 사무관은 “법을 만들기 위한 ‘법외노조’와 법이 있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법외노조’는 완전히 다른 의미”라며 “불법화가 될 경우, 수년간 전공노와 정부 측 모두 엄청난 희생과 노력을 쏟아 부은 공무원노조의 합법화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시 전공노는 노동 3권 중 절반을 포기하고 합법화를 했습니다. 정부도 일단 합법화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양보했죠. 이번에 또다시 불법화되면, 대립갈등 구도에서 相生(상생)협력으로 성장한 건전한 勞政(노·정) 관계가 다시 이전으로 역주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겠죠.”
공노총의 활발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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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 비가입 공무원노조 총연맹인 공노총의 김찬균 위원장은 “향후 공무원노조 운동은 민노총 가입과 비가입 노조로 양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노총의 조합원은 현재 노동부 신고기준으로 6만6000명이다. 11월 중 상급단체 결정을 앞두고 있는 광역노조(조합원 약 1만5000명)와 단일노조 10여 개가 가입할 경우, 공노총은 연말까지 최대 10만명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선관위 노조와 통합공무원노조 부산 동래구지부가 민노총 탈퇴 찬반 투표를 하는 등 공무원노조 내 지부들의 민노총 연쇄 탈퇴가 이어질 경우, 공노총의 영향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金?均(김찬균) 공노총 위원장은 “향후 공무원노조는 민노총 가입 노조와 공노총으로 양분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르면 공무원과 국민이 그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으로 편향된 정치 투쟁이나 이념적 노동운동의 중심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번 통합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은 지난 2004년 전공노가 민노총에 가입한 것처럼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이죠. 상급단체를 결정한 것에 대한 법률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단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민노총의 노동운동이 이념적 편향성과 투쟁 중심으로 인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가입 결정이 우려됩니다.”
―공무원노조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뭡니까.
“일차적으로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다고 봅니다. 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정책은 노동운동 여건을 만들기보다는 무조건 억압하는 정책기조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反(반)공무원노조 정책 기조가 통합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반발심을 야기시켰고, 결국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급 민간단체에 가입하게 된 거죠.”
―노·정 강경대립 구도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선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진정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각종 정책개발 과정에서 공무원노조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이 중심이 되는 자주적 노동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노동운동 방식은 민주화에 기여한 측면도 크지만, 이념적 투쟁 성격이 강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투쟁 일변도로 간 공무원노조는 정부로부터 사실상 얻어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공노총은 정년차별 철폐, 기능직 제도 개선, 연금개정 등 핵심 사안들을 합법적 교섭을 통해 이뤄냈습니다.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시대 트렌드에 맞게 노조도 변해야 합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공무원노조
통합공무원노조 측은 이런 우려에 대해 “민노총이 감당할 수 없는 정책이나 투쟁으로 나온다면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公用(공용)노조에서 공룡노조로 변신 중인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을 살려내려다 자신들이 進退兩難(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대한 사회 각계의 의견은 양극단을 치닫는다. 연말엔 통합공무원노조 합법성으로, 내년엔 지방선거를 앞둔 활동으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逆(역)주행하는 공무원노조에 누가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관한 법규
⊙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①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②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다음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2. 서명 운동을 기도·주재하거나 권유하는 것
3. 문서나 도서를 공공시설 등에 게시하거나 게시하게 하는 것
4. 기부금을 모집 또는 모집하게 하거나, 공공자금을 이용 또는 이용하게 하는 것
5. 타인에게 정당이나 그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게 하거나 가입하지 아니하도록 권유 운동을 하는 것
③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에게 제1항과 제2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보상 또는 보복으로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3항 외에 정치적 행위의 금지에 관한 한계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공무원노동조합법 제4조(정치활동의 금지)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정치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