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후보의 주장처럼 ‘가난해서 비싼 이자 내는 것’이 아니라 ‘신용이 낮아서 비싼 이자 내는 것’
⊙ 윤석열의 디지털 혁신부 신설은 제한적으로 고려할 사항
⊙ “선거공약을 발표할 때 재원조달계획도 함께 발표해야”
⊙ 윤석열의 디지털 혁신부 신설은 제한적으로 고려할 사항
⊙ “선거공약을 발표할 때 재원조달계획도 함께 발표해야”
- 2022년 1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경제 비전 선포식을 갖고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2022년 2월 7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관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을까의 바로미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어떤 경제관을 갖고 있을까. 그동안 두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했던 발언과 공약집에 포함된 경제 부문 정책을 중심으로 그들의 경제관을 엿봤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은 경제 부흥의 주체다. 이재명 후보는 신경제 비전 선포식(2022년 1월 11일)에서 “이재명 정부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준비하면서 과감한 대투자를 추진하겠다. 정부의 대대적인 선행투자를 통해서 민간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 특별강연회(2022년 2월 7일)에서 “역동적 혁신 성장을 이루기 위해 근본적으로 정부가 민간과 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시장이 당장 하기 어려운 인프라 구축을 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가지고 이를 주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 윤석열 후보는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국가 주도 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정권 유지적 대중영합”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렇게 봤다.
“현대국가는 자유시장 경제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만이 인간이 요구하는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주도 경제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보장합니다. 조세와 규제로 무장한 국가 주도 경제는 그 특성상 민간 주도 경제보다 비효율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강조해서 성공한 국가는 없습니다. 세법과 규제법만 국회에서 바꾸기만 해서 국가 경제가 부흥할 수 있다면, 어느 나라도 못 사는 국가가 없을 것이지만 현실세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첨단 기술이 좌우하는 현대 글로벌 사회에서 민간 주도가 아닌 세금과 규제 중심의 국가 주도 경제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정치인의 정권 획득 혹은 정권 유지적 대중영합일 뿐 국민후생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얘기다.
“윤 후보는 우파적 경제 정책에 방점을 찍고 ‘투자견인, 혁신 추동’의 경제 성장 전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뿐 정부가 직접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윤 후보의 산업 정책은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북돋는 것’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 구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의 시장경제관은 프리드먼(M. Friedman)의 ‘기업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과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리드먼은 기업의 역할을 ‘부가가치를 생산해 고용을 유지하고 납품업체에 일감을 주고 주주에 배당하며 국가에 세금을 내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에서 만들어진 출력이 네 바퀴에 전달되어 차가 진행하듯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근로자, 납품업체, 주주, 그리고 정부에 창출된 소득을 분배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의 선순환은 기업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죠. 그 같은 논리에 따라,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경제관을 갖고 있습니다.”
― 이재명 후보의 ‘정부 주도 부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재명 후보는 4자 TV 토론(2022년 2월 3일)에서 전환시대에 놓인 한국 경제를 구할 구원투수로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 전략을 꼽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전환시대’의 맥락을 정확히 짚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으로 보고 얘기해보죠. 이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질적 전환’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국가가 정부라면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개발연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개발연대의 사고로 4차 산업 시대를 바라본다는 겁니까.
“이재명 후보는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속도감 있게 처리하지 않는다며 관료 조직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머리에는 ‘공무원=복지부동’의 등식이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관료조직은 결국 공무원 집단입니다. 그렇다면 복지부동 집단이 질적 전환기에 놓인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도 세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는 시대적 효용이 다한 낡은 좌파 개념일 뿐입니다.”
‘이재명은 경제 대통령’ vs ‘윤석열은 경제 모르는 대통령’
이재명 후보는 경제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고, ‘경제’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 후보의 대선 공보 포스터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경제에 대해 자신을 부각시키는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재명 후보 측은 윤 후보를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경제를 모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제를 모르는 후보가 윤석열’이라고 콕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이재명 대(對) 윤석열의 양강구도라는 점을 볼 때 윤석열 후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경제를 잘 안다는 자신감은 최근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키겠다는 생각에서만은 아닌 것 같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1일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바꾸겠다. 좌파 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에게 배우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며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들고나왔었다.
좌파 정책으로 대공황 이긴 루스벨트에게 배우겠다는 이재명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에 대해 두 가지 오해를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오해는 대공황이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시장 실패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실패한다는 말은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시장이 실패하는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만이 행동한다’라는 공리(公理)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을 의인화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뉴딜 정책으로 불황을 극복했다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발발의 원인은 잘못된 통화 관리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1921년 중반에서 1929년 중반까지 통화 공급을 60% 이상 늘렸습니다. 대공황은 역대급 호황 장에 따른 역대급 하락장이 본질입니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호황(Boom)과 불황(Bust)의 사이클입니다.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은 대공황의 원인이 아니라 호황의 거품이 터진, 즉 현상입니다.”
―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성공한 것이 아닌가요.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많은 개혁 조치로 경제 불황에 대응하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실효적이지 못했습니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제정된 ‘농업조정법’(AAA),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미성년 노동을 금지한 ‘국가산업부흥법’(NIRA), 노조에 면책을 부여한 ‘국가노동관계법’, 공공건물의 새 쫓기 등 세금 일자리를 관장하는 ‘시민일자리부’ 등은 오히려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3년이면 끝날 불황을 10년 동안 지속하게 했습니다. 미국의 대공황이 종료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발발에 따른 전쟁 특수 때문이고, 미국 경제가 온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루스벨트가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2차 대전이 끝나고 민간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동맹국과의 무역이 재개됨으로써 시장이 넓어졌으며 투자자들이 되돌아온 것이 전후(戰後)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습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경제가 원래 위치로 돌아온 겁니다.”
“윤석열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은 부자 감세로 볼 수도 있다”
윤석열 후보가 경제에 대해 얼마나 해박한 지식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공식석상에서 경제 관련 소신을 자주 밝히는 편은 아니다. 대신 후보 공약집, TV토론회를 통해 그의 경제관을 엿볼 수 있다. 한동안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주식 거래세 폐지 문제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윤 후보는 개인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애초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고 증권 양도소득세는 폐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에 대해 “양도세를 내는 대상은 대주주이고, 증권거래세는 개미(일반 투자자)들이 내는 것인데, 그러면 대주주에게는 세금을 면제해주고 개미들에게는 부담하라는 것이냐”고 TV토론회에서 물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얘기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려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맞고,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면 대주주만 득을 본다면서 공격했습니다. 윤석열 후보 공약이 ‘부자 감세’라는 것이죠. 그런데 정부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전면 부과할 예정입니다. 연간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의 양도세가 매겨집니다. 문제는 양도소득세율이 높아 큰손들이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한국을 탈출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내년에 한국 주식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고,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될 겁니다. 윤 후보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를 개미들이 원한다. 주식 시장에 큰손들이 들어와야 주가가 오른다’는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 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맞지 않습니까.
“개인 투자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면제할 것인지, 전면 면제할 것인지 논의해봐야 합니다. 만약 전면 면제한다면 오너 일가를 비롯한 대주주들이 대규모 금융소득에도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부자 감세가 맞습니다. 윤 후보가 내세운 ‘주식 양도세 폐지’라는 7글자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설계 단계에서 정교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윤 후보의 정책에 대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는 것이 조세 원칙이라는 점에서 주식 양도세를 비과세할 합당한 이유는 없습니다. 주식 양도세의 면세는 주식 시장의 불안정 등 특이한 경우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있겠으나 항구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못 됩니다. 증권거래세는 단일세율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소득역진성(소득액이 적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조세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 있다는 면에서 소액주주일수록 불리하고, 손실을 보고 양도하더라도 과세한다는 점에서 세율은 낮게 유지하거나 혹은 폐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마다 정부 부처를 둘 수는 없어
윤석열 후보는 공약집에서 ‘디지털 혁신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부 부처를 만들겠다거나, 기존의 정부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후보들이 자주 내놓는 단골 메뉴다. 홍기용 교수의 얘기다.
“과거에 이미 정보통신부가 존치된 후 폐지된 바 있듯 특별한 산업별 장관급 부서를 두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미래에는 4차산업 대비 정보통신, 바이오 등 신기술 및 신산업의 부침이 있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산업별 부서를 둘 수는 없습니다. 산업별 부서의 추진은 민간이 추진해야 할 것을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국민에 대한 대중영합적 측면이 강할 때 추진되는 경향이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은 매우 낮습니다. 산업발전의 기본 구도와 주체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의 모양새를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현재 반도체학 같은 경우는 매년 수천 명의 졸업생이 필요한데 교육부의 증원 동결과 학과 이기주의 등으로 증원되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보다 우선 역량이 되는 대학교에 디지털 혁신 학부를 신설할 수 있게 하고, 교육부가 별도의 정원을 부여한다면 인재 확보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를 정의, 공정과 연결해 생각하는 이재명 후보
이재명 후보는 경제의 상당 부분을 공정, 정의와 연관시켜 보는 분위기다. 이 후보가 경제학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경제는 정치다’(2021년 12월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가 경제를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강연 발언 중에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값싸게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부분이다. 그는 “금융의 신용은 국가 권력, 국민 주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이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금융업자는 가난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인 것 같지만, 논리가 없다”고 말했다.
“가난하다고 이자를 더 받고, 부자라서 덜 받는 것이 아닙니다. 신용이 낮으면 이자를 더 받고, 신용이 높으면 덜 받는 것뿐입니다.”
― 그게 상식적인 접근법일 텐데요.
“금융업이 망하지 않으려면 상환 불능에 빠질 비율을 계산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충해야 합니다. 신용이 낮은 10명 중 1명은 돈을 못 갚을 수 있다는 통계를 기초로, 나머지 9명이 상환 불능자 1명의 몫까지 상환해야 하므로 금리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신용이 높은 그룹은 100명 중 1명이 돈을 못 갚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99명이 상환할 수 없게 된 1명이 상환할 금액까지 보전해야 금융업이 운영됩니다. 따라서 신용도가 높은 그룹은 금리가 낮을 수밖에 없고, 신용도가 낮은 그룹은 금리가 높겠죠. 금융업과 경제는 통계이고 과학입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가난한 자에게 이자를 적게 받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금융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업(業)의 본질을 모르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별도의 복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금융업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포퓰리즘입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은 가장 정치가 들어가지 않는 분야로, 정치색이 들어가면 관치 금융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의 금융 발언은 경제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발언입니다. 금융은 정의에 의해 운영되지 않습니다. 못 갚은 돈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고, 이런 관치 금융은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금융에 정치가 가미되면 어떻게 되는지 최근 터키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인상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은행 이자율을 낮춰 물가와 환율 폭등을 불러왔습니다. 소득을 높이면 성장이 된다는 누구의 주장처럼 본말이 전도된, 정치가 좌우한 경제 정책의 결과입니다.”
“윤석열,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 안 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첨단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으로의 유턴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어떤 규제개혁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첨단 분야 인재·기업 유턴 정책은 말뿐이었고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어 성과가 아주 미미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탄소중립기본법 등 기업들을 옥죄는 법률들만 양산했습니다. 지난 5년간 노조의 힘은 급속도로 강화되어 경찰도 어쩔 수 없는 지경입니다. 제대로 된 규제개혁은 찾아볼 수 없으며, 조세지원, 산업용지 제공 등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윤 후보도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고, 강성 노조에 대해서도 뚜렷한 발언을 삼가는 것 같습니다. 조세지원, 산업용지 제공에 대해서도 구체성이 없습니다. 산업용지 제공은 개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므로 쉽지 않은데, SK 하이닉스 용인공장이 3년이 지나도록 착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국가 기간사업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입니다.”
늘어난 나랏빚에 대해서는 모두 입 닫아
두 후보 모두 늘어난 나랏빚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사상 초유로 늘어난 나랏빚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후보는 없다. 선거 때는 누구나 돈을 퍼준다거나 세금의 사용처를 언급할 뿐, 어떻게 세수를 거둬들여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는 부분은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여러 차례 각종 경제 학회와 외부 강연을 통해 ‘문재인 정부 국가 부채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숫자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 교수가 말한 바로는 한국의 예산 규모는 400조원(2017년, 본예산, 추경 미반영분)에서 512조원(2020년), 604조원(2022년)으로 급팽창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2020년 본예산이 통과될 때 코로나19는 없었다. 2020년 본예산은 문재인 정부 초창기(2017년)에 비해 이미 112조원 늘었다. 하지만 예산이 팽창하는 만큼 세금이 걷히지 않았고, 국가 채무가 쌓였다.
조 교수는 “가장 협의의 국가 부채를 기준으로 1000조원이 넘었다. 쉽게 말해 빚 천조국이 됐다”고 표현했다. 2022년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국가 채무는 2000만원이다. 영유아와 노인을 뺀 생산 가능 활동 인구로 좁히면 1인당 빚은 4000만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개인은 부채를 갚지 못하면 파산하지만, 국가 부채는 이월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의 얘기다.
“각종 선출직 공무원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선거공약을 발표할 때는 반드시 재원조달계획도 함께 발표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에도 국회의원이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입법안을 내는 경우에는 국회법에 따라 반드시 세수 추계도 함께 첨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공직선거법에서도 국회법처럼 개정해야 합니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이 임명직 공무원보다 더 우선적이라는 인식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선거공약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선출직 공무원이 선거 과정에서 선거공약을 발표하는 경우에는 재원조달계획도 반드시 함께 발표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은 경제 부흥의 주체다. 이재명 후보는 신경제 비전 선포식(2022년 1월 11일)에서 “이재명 정부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준비하면서 과감한 대투자를 추진하겠다. 정부의 대대적인 선행투자를 통해서 민간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인하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대한상공회의소 특별강연회(2022년 2월 7일)에서 “역동적 혁신 성장을 이루기 위해 근본적으로 정부가 민간과 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시장이 당장 하기 어려운 인프라 구축을 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가지고 이를 주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 윤석열 후보는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국가 주도 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정권 유지적 대중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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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국가는 자유시장 경제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만이 인간이 요구하는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주도 경제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보장합니다. 조세와 규제로 무장한 국가 주도 경제는 그 특성상 민간 주도 경제보다 비효율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강조해서 성공한 국가는 없습니다. 세법과 규제법만 국회에서 바꾸기만 해서 국가 경제가 부흥할 수 있다면, 어느 나라도 못 사는 국가가 없을 것이지만 현실세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최첨단 기술이 좌우하는 현대 글로벌 사회에서 민간 주도가 아닌 세금과 규제 중심의 국가 주도 경제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정치인의 정권 획득 혹은 정권 유지적 대중영합일 뿐 국민후생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얘기다.
“윤 후보는 우파적 경제 정책에 방점을 찍고 ‘투자견인, 혁신 추동’의 경제 성장 전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할 뿐 정부가 직접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윤 후보의 산업 정책은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북돋는 것’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 구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의 시장경제관은 프리드먼(M. Friedman)의 ‘기업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과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리드먼은 기업의 역할을 ‘부가가치를 생산해 고용을 유지하고 납품업체에 일감을 주고 주주에 배당하며 국가에 세금을 내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에서 만들어진 출력이 네 바퀴에 전달되어 차가 진행하듯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근로자, 납품업체, 주주, 그리고 정부에 창출된 소득을 분배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의 선순환은 기업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죠. 그 같은 논리에 따라,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경제관을 갖고 있습니다.”
― 이재명 후보의 ‘정부 주도 부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재명 후보는 4자 TV 토론(2022년 2월 3일)에서 전환시대에 놓인 한국 경제를 구할 구원투수로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 전략을 꼽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전환시대’의 맥락을 정확히 짚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으로 보고 얘기해보죠. 이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질적 전환’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국가가 정부라면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개발연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개발연대의 사고로 4차 산업 시대를 바라본다는 겁니까.
“이재명 후보는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속도감 있게 처리하지 않는다며 관료 조직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머리에는 ‘공무원=복지부동’의 등식이 자리 잡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관료조직은 결국 공무원 집단입니다. 그렇다면 복지부동 집단이 질적 전환기에 놓인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도 세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는 시대적 효용이 다한 낡은 좌파 개념일 뿐입니다.”
‘이재명은 경제 대통령’ vs ‘윤석열은 경제 모르는 대통령’
이재명 후보는 경제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고, ‘경제’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 후보의 대선 공보 포스터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경제에 대해 자신을 부각시키는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재명 후보 측은 윤 후보를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경제를 모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제를 모르는 후보가 윤석열’이라고 콕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이재명 대(對) 윤석열의 양강구도라는 점을 볼 때 윤석열 후보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경제를 잘 안다는 자신감은 최근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키겠다는 생각에서만은 아닌 것 같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1일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바꾸겠다. 좌파 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에게 배우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며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들고나왔었다.
좌파 정책으로 대공황 이긴 루스벨트에게 배우겠다는 이재명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에 대해 두 가지 오해를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오해는 대공황이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시장 실패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실패한다는 말은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시장이 실패하는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만이 행동한다’라는 공리(公理)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을 의인화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뉴딜 정책으로 불황을 극복했다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발발의 원인은 잘못된 통화 관리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1921년 중반에서 1929년 중반까지 통화 공급을 60% 이상 늘렸습니다. 대공황은 역대급 호황 장에 따른 역대급 하락장이 본질입니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호황(Boom)과 불황(Bust)의 사이클입니다.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은 대공황의 원인이 아니라 호황의 거품이 터진, 즉 현상입니다.”
―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성공한 것이 아닌가요.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많은 개혁 조치로 경제 불황에 대응하려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실효적이지 못했습니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제정된 ‘농업조정법’(AAA),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고 미성년 노동을 금지한 ‘국가산업부흥법’(NIRA), 노조에 면책을 부여한 ‘국가노동관계법’, 공공건물의 새 쫓기 등 세금 일자리를 관장하는 ‘시민일자리부’ 등은 오히려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3년이면 끝날 불황을 10년 동안 지속하게 했습니다. 미국의 대공황이 종료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발발에 따른 전쟁 특수 때문이고, 미국 경제가 온전히 자리를 잡은 것은 루스벨트가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2차 대전이 끝나고 민간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동맹국과의 무역이 재개됨으로써 시장이 넓어졌으며 투자자들이 되돌아온 것이 전후(戰後)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습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경제가 원래 위치로 돌아온 겁니다.”
“윤석열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은 부자 감세로 볼 수도 있다”
윤석열 후보가 경제에 대해 얼마나 해박한 지식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공식석상에서 경제 관련 소신을 자주 밝히는 편은 아니다. 대신 후보 공약집, TV토론회를 통해 그의 경제관을 엿볼 수 있다. 한동안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주식 거래세 폐지 문제를 두고 설전이 오갔다. 윤 후보는 개인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애초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고 증권 양도소득세는 폐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에 대해 “양도세를 내는 대상은 대주주이고, 증권거래세는 개미(일반 투자자)들이 내는 것인데, 그러면 대주주에게는 세금을 면제해주고 개미들에게는 부담하라는 것이냐”고 TV토론회에서 물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얘기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려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맞고,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면 대주주만 득을 본다면서 공격했습니다. 윤석열 후보 공약이 ‘부자 감세’라는 것이죠. 그런데 정부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전면 부과할 예정입니다. 연간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의 양도세가 매겨집니다. 문제는 양도소득세율이 높아 큰손들이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한국을 탈출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내년에 한국 주식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고,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될 겁니다. 윤 후보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를 개미들이 원한다. 주식 시장에 큰손들이 들어와야 주가가 오른다’는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 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맞지 않습니까.
“개인 투자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면제할 것인지, 전면 면제할 것인지 논의해봐야 합니다. 만약 전면 면제한다면 오너 일가를 비롯한 대주주들이 대규모 금융소득에도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부자 감세가 맞습니다. 윤 후보가 내세운 ‘주식 양도세 폐지’라는 7글자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설계 단계에서 정교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윤 후보의 정책에 대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소득이 있으면 과세하는 것이 조세 원칙이라는 점에서 주식 양도세를 비과세할 합당한 이유는 없습니다. 주식 양도세의 면세는 주식 시장의 불안정 등 특이한 경우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있겠으나 항구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못 됩니다. 증권거래세는 단일세율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소득역진성(소득액이 적어짐에 따라 이에 대한 조세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 있다는 면에서 소액주주일수록 불리하고, 손실을 보고 양도하더라도 과세한다는 점에서 세율은 낮게 유지하거나 혹은 폐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마다 정부 부처를 둘 수는 없어
윤석열 후보는 공약집에서 ‘디지털 혁신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부 부처를 만들겠다거나, 기존의 정부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후보들이 자주 내놓는 단골 메뉴다. 홍기용 교수의 얘기다.
“과거에 이미 정보통신부가 존치된 후 폐지된 바 있듯 특별한 산업별 장관급 부서를 두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미래에는 4차산업 대비 정보통신, 바이오 등 신기술 및 신산업의 부침이 있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산업별 부서를 둘 수는 없습니다. 산업별 부서의 추진은 민간이 추진해야 할 것을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국민에 대한 대중영합적 측면이 강할 때 추진되는 경향이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은 매우 낮습니다. 산업발전의 기본 구도와 주체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의 모양새를 견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현재 반도체학 같은 경우는 매년 수천 명의 졸업생이 필요한데 교육부의 증원 동결과 학과 이기주의 등으로 증원되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보다 우선 역량이 되는 대학교에 디지털 혁신 학부를 신설할 수 있게 하고, 교육부가 별도의 정원을 부여한다면 인재 확보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의 상당 부분을 공정, 정의와 연관시켜 보는 분위기다. 이 후보가 경제학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경제는 정치다’(2021년 12월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가 경제를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재명 후보의 서울대 강연 발언 중에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값싸게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부분이다. 그는 “금융의 신용은 국가 권력, 국민 주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이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금융업자는 가난한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인 것 같지만, 논리가 없다”고 말했다.
“가난하다고 이자를 더 받고, 부자라서 덜 받는 것이 아닙니다. 신용이 낮으면 이자를 더 받고, 신용이 높으면 덜 받는 것뿐입니다.”
― 그게 상식적인 접근법일 텐데요.
“금융업이 망하지 않으려면 상환 불능에 빠질 비율을 계산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충해야 합니다. 신용이 낮은 10명 중 1명은 돈을 못 갚을 수 있다는 통계를 기초로, 나머지 9명이 상환 불능자 1명의 몫까지 상환해야 하므로 금리가 높아집니다. 반대로 신용이 높은 그룹은 100명 중 1명이 돈을 못 갚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99명이 상환할 수 없게 된 1명이 상환할 금액까지 보전해야 금융업이 운영됩니다. 따라서 신용도가 높은 그룹은 금리가 낮을 수밖에 없고, 신용도가 낮은 그룹은 금리가 높겠죠. 금융업과 경제는 통계이고 과학입니다.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가난한 자에게 이자를 적게 받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금융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업(業)의 본질을 모르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별도의 복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금융업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포퓰리즘입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은 가장 정치가 들어가지 않는 분야로, 정치색이 들어가면 관치 금융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의 금융 발언은 경제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발언입니다. 금융은 정의에 의해 운영되지 않습니다. 못 갚은 돈은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고, 이런 관치 금융은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금융에 정치가 가미되면 어떻게 되는지 최근 터키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인상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생겼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은행 이자율을 낮춰 물가와 환율 폭등을 불러왔습니다. 소득을 높이면 성장이 된다는 누구의 주장처럼 본말이 전도된, 정치가 좌우한 경제 정책의 결과입니다.”
“윤석열,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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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8일, 윤석열 후보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지구(Digital Earth) 시대’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는 첨단 분야 인재·기업 유턴 정책은 말뿐이었고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어 성과가 아주 미미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탄소중립기본법 등 기업들을 옥죄는 법률들만 양산했습니다. 지난 5년간 노조의 힘은 급속도로 강화되어 경찰도 어쩔 수 없는 지경입니다. 제대로 된 규제개혁은 찾아볼 수 없으며, 조세지원, 산업용지 제공 등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윤 후보도 규제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고, 강성 노조에 대해서도 뚜렷한 발언을 삼가는 것 같습니다. 조세지원, 산업용지 제공에 대해서도 구체성이 없습니다. 산업용지 제공은 개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므로 쉽지 않은데, SK 하이닉스 용인공장이 3년이 지나도록 착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국가 기간사업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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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7일, 이재명 후보가 서울대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사상 초유로 늘어난 나랏빚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후보는 없다. 선거 때는 누구나 돈을 퍼준다거나 세금의 사용처를 언급할 뿐, 어떻게 세수를 거둬들여 국가 재정을 튼튼하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는 부분은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여러 차례 각종 경제 학회와 외부 강연을 통해 ‘문재인 정부 국가 부채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조 교수는 숫자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 교수가 말한 바로는 한국의 예산 규모는 400조원(2017년, 본예산, 추경 미반영분)에서 512조원(2020년), 604조원(2022년)으로 급팽창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2020년 본예산이 통과될 때 코로나19는 없었다. 2020년 본예산은 문재인 정부 초창기(2017년)에 비해 이미 112조원 늘었다. 하지만 예산이 팽창하는 만큼 세금이 걷히지 않았고, 국가 채무가 쌓였다.
조 교수는 “가장 협의의 국가 부채를 기준으로 1000조원이 넘었다. 쉽게 말해 빚 천조국이 됐다”고 표현했다. 2022년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국가 채무는 2000만원이다. 영유아와 노인을 뺀 생산 가능 활동 인구로 좁히면 1인당 빚은 4000만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개인은 부채를 갚지 못하면 파산하지만, 국가 부채는 이월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의 얘기다.
“각종 선출직 공무원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선거공약을 발표할 때는 반드시 재원조달계획도 함께 발표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에도 국회의원이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입법안을 내는 경우에는 국회법에 따라 반드시 세수 추계도 함께 첨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공직선거법에서도 국회법처럼 개정해야 합니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이 임명직 공무원보다 더 우선적이라는 인식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선거공약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선출직 공무원이 선거 과정에서 선거공약을 발표하는 경우에는 재원조달계획도 반드시 함께 발표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