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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朝鮮 기획

기업 임원 188명에게 문재인 정부 경제 점수를 물었다

응답자 70% ‘50점 이하’…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 못 해’(84%)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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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에 친화적 아니다(92%)
⊙ 노동계에 친화적이다(89%)
⊙ 정부의 경영권 개입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52%)
⊙ 소득주도성장 폐기해야(60%)
⊙ 경제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장경제 활성화’(67%)

[편집자 註]
문재인 정부 출범 만 2년이 지났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경제계는 적잖은 변화를 맞았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됐고,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다. 지난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2008년 4분기 성장률인 마이너스 3.3%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실업자는 113만7000명으로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2018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88~90%에 달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선언해 국내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힘을 과시했다.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기업체 임원들은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지난 7월 4~13일, 《월간조선》은 기업체 임원 188명을 대상으로 총 13개 문항의 설문조사를 벌였다. 또 이들 중 15명의 임원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응한 임원들은 익명(A~H씨) 형태로 기사에 게재했다. 설문 답변은 중복 답변도 모두 결과에 반영해 퍼센트(%)로 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 130여 명이 참석했다.
  “경제는 숫자다”
 
  첫 번째 설문은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 몇 점을 주겠느냐’(Q1)였다. ‘30점 이하’가 전체의 30%, ‘30~50점’이 40%, ‘50~70점’이 23%, ‘70점 이상’이 7%였다. 문재인 경제팀에 50점 이하 점수를 준 이들이 전체 응답자의 70%였다.
 
  ‘30~50점’이라고 답한 B씨는 “아무런 성과가 없다. 기업 경쟁력, 스타트업 기업도 최악”이라며, “문재인 정부 하면 반(反)기업 정서를 빼고는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한 것인지 떠오르지도 않지만, 그나마 앞으로 2년 반 이상이 남았기에 30점 이하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점수를 준 F씨는 “낙후된 경제 지표도 문제지만 사회적 갈등 중재 역할을 못 했다. ‘타다(TADA)’와 ‘택시기사’ 간의 충돌, 노동계에 대해서도 아무 말을 못 했다. 재벌의 부(富) 완화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못 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정책뿐이었다”고 말했다.
 
  ‘0점’ 항목이 없어서 아쉽다고 답한 F씨의 말이다.
 
  “경제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GDP(국내총생산), 경제성장률, 실업률, 폐업률 등 모든 것이 최악입니다. 노무현(盧武鉉), 이명박(李明博), 박근혜(朴槿惠) 정부를 지나면서 이렇게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 적은 없습니다. 일부에서 ‘열심히 하려는 의지는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경제활동의 모든 것은 숫자로 파악됩니다. 기업의 자본, 계열사, 매출, 영업이익, 고용 등은 숫자로 표시됩니다. 경제는 철학이나 심리학처럼 비(非)계량적 분야가 아닙니다. 어느 것 하나 숫자로 입증되지 않는데, 이 정도면 0점 아닙니까?”
 
  역시 ‘30점 이하’를 준 A씨는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낙제점이다. 법인세를 높여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안으로는 내수 시장을 침체시켜 자영업자들이 몰락했으며, 양극화가 늘어나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C씨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사실상 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말 기대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들이 지난 10년 동안 대체 무엇을 준비했습니까? 말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많은 부분을 망가뜨렸고, 자신들이 그 기간 동안 준비했다고 하는데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386세대의 전형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실물경제에 대해서도 전혀 공부하지 않았고, 국제 정세를 읽으려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겠죠.”
 
  D씨는 “50~70점을 줬는데 후하게 준 것이 아니다. 내 기준에서 대학교 학점 D를 준 것이다”라며 “나아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이 기업에 부정적 영향 끼쳐’(79%)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팀으로 불린 (왼쪽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중 기업에 가장 영향을 끼친 것’(Q2)을 묻는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37%(동률)가 각각 ‘소득주도성장’과 ‘주52시간제’를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을 꼽은 이는 전체의 23%였다. 또 위 답이 국내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 ‘부정적’이었는지를 물었다. ‘소득주도성장이 국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답이 응답자의 79%였다. ‘주52시간제가 기업에 긍정적 영향’이라는 이는 전체의 36%, ‘부정적’이라는 이는 64%였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된 2015년부터 당론이 됐다. 홍장표(洪長杓) 전(前)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부경대 교수로 재직 중일 때 관련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민주당에 이를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홍 전 비서관은 “소득분배 개선이 큰 폭의 소비 증가를 유발하며,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 자본친화적 분배정책에서 노동친화적 분배정책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이 3개 경제정책 기조로 설정됐다. 장하성(張夏成)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을, 김상조(金尙祚)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경제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혁신성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을 기조로 삼은 첫해부터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고용·소득분배 악화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일부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고 답해 청와대와 묘한 차이를 보였다. 2018년 11월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가 동반 사퇴한 뒤, 후임인 김수현(金秀顯) 정책실장과 홍남기(洪楠基) 경제부총리가 이 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주52시간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제다.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했고,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당시 재계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정책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52시간제는 하향 평준화 정책”
 
일본의 한국 무역제재 방안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공장 모습. (사진은 해당 기사와 상관없음)
  E씨의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들고나온 것은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은 누가 봐도 탁상공론(卓上空論) 행정입니다. 주52시간제를 시행할 시기, 직군이 다 달라야 하는데 무모하게 접근했습니다. 정책의 구체성이 없고, 현실감각이 없고, 고로 낙제점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G씨는 “주52시간제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이었다.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남들보다 더 오래 일하고 그 결과로 성과를 내 회사에 기여했을 때인데, 주52시간제를 법적으로 도입해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게 됐다”며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받자는 식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G씨의 말이다.
 
  “주52시간제는 기업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법으로 막은 행위입니다. 처벌 조항이 강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이 위축됐습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성과의 중요성, 노동의 값어치를 인정하지 않게 됐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더라도 나라에서 돈을 주고, 사람들을 호도시키는 ‘현금복지’만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 선순환 구조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역행했습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만큼 우대받고, 땀 흘린 만큼 대가가 주어진다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거스리는 하향 평준화 정책입니다.”
 
  A씨는 “주52시간제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반도체 및 전자, 바이오, AI 모두 초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시간을 정해놓고 하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면 아무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라며 “일하는 방식이 서구적으로 바뀌면서 재택근무, 근로시간 탄력제 등 여러 긍정적인 정책이 기업에 시작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법으로 주52시간제를 정해버림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E씨는 ‘기업의 기회를 앗아간 나쁜 정책’이라고 말했다.
 
  “주52시간이 지나도 연구하고 일해야 하는 직군이 분명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그런 사람을 두 명 쓰지 말고 한 명 더 뽑아서 3교대로 돌리라’는 식인데 불가능합니다. 그런 사람을 어디서 채용할 것이며, 만일 이후에 기업 실적이 저조해지면 인건비를 어떻게 부담해야 합니까? 글로벌 기업들과 상대해야 하는 우리 기업이 발전할 기회를 빼앗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주52시간제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줬다면…”

 
  문재인 정부의 ‘주52시간제가 긍정적 영향(36%)을 끼쳤다’(Q3)고 답한 이도 있었다.
 
  D씨는 “주68시간제였을 때는 업무가 과도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업무 시간 외 저녁식사 자리에도 거의 매일 나가야 했다”며 “주52시간제가 법으로 시행된 이후 회사 분위기가 확실히 ‘워라밸’(work life balance·일과 일상생활의 밸런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 같아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씨는 ‘주52시간제의 강제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52시간제는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일입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는 그것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바라서 바꾸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부작용이 컸다고 봅니다. 좀 더 유연하게 접근했다면 현재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 어떻게 말입니까.
 
  “법으로 정하기 전에 주52시간제 실시하는 곳에 인센티브를 주면 어땠을까요? 정부 시책을 따르면 소상공인 인건비를 보조해주거나, 그 기업에 세제(稅制) 혜택을 주는 등으로 기업 참여를 유도했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법으로 정했으니까 다 바꿔’ 식(式)으로 하면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사회가 갖고 있는 서로에 대한 믿음의 관계를 깨는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지속되어야 하느냐’(Q4)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폐기돼야 한다’(60%)가 ‘지속돼야 한다’(20%), ‘잘 모르겠다’(20%)보다 높았다.
 
  C씨는 “소득주도성장은 현실에 맞지 않는 이론이자 구호일 뿐”이라며 “소득이 높아져서 성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해야 노동자의 소득이 높아지는 것이 경제 원칙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한 것은 심각한 오류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는 소득 향상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기업의 성장에 관한 얘기는 없다”고 꼬집었다.
 
  B씨는 “소득주도성장은 전(全) 세계적으로 사상 유례가 없는 희한한 경제 이론”이라고 했다. F씨는 “이론에 치우친 제도다. 더 이상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궤도를 수정하든지 폐기하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 22개국 중 22등
 
  한국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였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국가는 한국·라트비아(-0.3%), 멕시코(-0.2%), 노르웨이(-0.07%) 등 4개국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Q5) 설문 응답자 중 58%가 ‘제대로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고 했고, 42%는 ‘인식을 하기는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경제위기 인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절반으로 나뉘는 셈이라 볼 수도 있는데, 대면 심층 인터뷰 과정에서 대답도 거의 비슷하게 갈렸다.
 
  A씨는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경제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결국 극복해나갈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B씨는 “경제 상황을 아예 모르고 있다. 정확하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사람 쓰는 것을 보면 그렇다. 실무 경험이 있고 경제를 아는 사람, 시장경제를 체험한 사람을 기용하는 대신에 자신과 신념이 비슷한 사람들만 쓰는 것을 보면 경제는 별로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F씨와의 대화다.
 
  ― 문재인 정부는 현 경제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요.
 
  “알기는 아는 것 같습니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고 얘기를 들으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면. 경제가 잘못 돌아가고 있기에 답을 찾거나 애를 쓴다는 생각은 듭니다.”
 
  ― 애는 쓰는데 왜 안 되는 것일까요.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요. 실물경제에 무지(無知)하고 좌파 시각을 갖고 있으며, 토론으로 경제를 배운 사람들이 정부 요직(要職)에 앉아 있습니다. 아마추어들이 앉아서 좌지우지하는 것이죠.”
 
  ― 어떤 문제를 초래합니까.
 
  “이들은 경제가 나쁘다며 밤새워서 토론을 할 겁니다. 제가 경험한 운동권은 착하고 열정 있고,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습니다. 개인 이득을 취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20대 때는 열심히 데모하고, 이후에 사회 발전을 위해 나름 헌신했다는 이들이 586들입니다. 문제는 본인이 직접 돈을 벌기보다 배우자들이 생활 전선에 나선 이들이 많고,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창업하는 등 소위 말하는 정상적 경제활동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실물경제를 하나도 모르니 이 지경이 된 겁니다. 슬로건만 있을 뿐이죠.”
 
  ― 몹시 미숙하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최저임금제를 높이는 것이 노동자 입장에서 얼마나 좋게 들립니까? 하지만 언제 얼마나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부작용이 있더라도 등을 모두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운동권들은 ‘가야 한다’는 목표만 있고, ‘각론’이 없습니다. 어떻게 실현할 것이고, 부작용은 어떻게 줄일 것인지, 사회적 충격은 얼마나 예상되는지 전혀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과거 운동권의 습관처럼 ‘최저임금 상승이 대세다. 나를 따르라’ 하고 무작정 나가면 되는 줄 압니다. 지금은 권위적인 시대도 아니고, 각 층의 이해관계가 복잡 다기한 다원화(多元化) 시대라는 점을 잊고 있습니다. 노동의 외침이 절대 선(善)이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주말에 갈 수도, 교통체증을 피해 주중에 갈 수도, 새벽에 떠날 수도, 아니면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갈 수도 있습니다. 그 수많은 다양성을 뒤로한 채 ‘부산을 간다면서 왜 안 가느냐’고 질타할 수 없습니다.”
 
  D씨는 “경제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정부가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할 경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자신들의 잘못이 들통날까 봐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I씨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위기를 인식하고 있기는 한데 사실상 추경예산 집행을 제외하고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민간 기업들이 고객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해외 판로를 뚫기 위해 죽기 살기로 살았는데, 그만큼 실물경제를 경험해본 이들이 없다. 기껏 행정학, 경제학을 대학생 수준으로 아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發 경제 보복에 아무 대응 못 해… 정부의 고민 보이기 위해 애쓰는 듯”

 
  일본의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1일 ‘안전보장상의 이유’라는 명목으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규제 품목은 ‘HF불산(불화수소·일본 전 세계 시장 점유율 70%)’ ‘감광액(점유율 90%)’ ‘폴리이미드(점유율 95%)’로 일본이 절대적인 생산 우위를 점한 항목이다. 아베 총리는 이후 “상대(한국)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우대 조치를 할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반한 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이런 조치를 내린 1차적인 이유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즉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배상 요구 판결을 내린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외교적인 문제에 불똥이 튄 곳은 다름 아닌 국내 기업이었다.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실장은 지난 7월 7일 부랴부랴 대기업 관계자를 불러 이 문제를 논의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본발(發) 수출 규제 대응’(Q6)에 대해 응답자의 84%는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몹시 대응을 못 하고 있다’(42%)와 ‘대응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42%)였다.
 
  A씨는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 신경을 쓰지 않다가, 문제가 터지니까 재벌 총수를 불러 모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쇼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F씨는 “정부의 고민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것뿐이다. 기껏 내놓은 답이 기초소재의 국산화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이건 돈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인프라가 변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말도 안 되는 것을 대책이라고 제안하는 정부를 보며 공허했다. 내용에 핵심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씨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기껏 한 것이 ‘정부를 믿어달라’는 요청과 자신들의 각오였다고 한다. 왜 불렀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G씨는 ‘대응을 잘한 편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의 어설픈 수준을 보면서 일본과 단교(斷交)하겠다고 나설까 봐 우려했는데, 그나마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며 “적어도 일본과 적대적으로 붙으면 안 된다는 최소한의 것은 아는 것 같다. 경제인을 동원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 낫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게 만든 정부의 무책임함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을 卒兵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Q7)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92%가 ‘기업 친화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기업에 전혀 친화적이 아니다’(35%), ‘기업에 친화적인 편이 아니다’(57%), ‘기업에 꽤 친화적이다’(7%), ‘기업에 굉장히 친화적이다’(1%)였다.
 
  C씨는 ‘답이 없는데, 굳이 고르라면 1번’이라며 입을 열었다.
 
  “기업에 친화적인지 묻기 위해서는 적어도 상대편이 나를 파트너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나를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잖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기업을 졸병(卒兵)으로 생각합니다. 같이 나아갈 동반자, 뮤추얼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경제를 알면 기업에 대해서, 기업인에 대해서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겁니다. 기업을 잘못 손대거나 시장경제를 거스르면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몰아친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예 개념조차 없습니다. 기업에 대한 규제개혁 완화, 기업 경쟁력 높이기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환경, 노동, 공정위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그러고서는 기업에 대해 ‘무엇을 하라’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데, 친(親)기업, 반(反)기업 정서를 논의해서 뭐합니까?”
 
  A씨는 “문재인 정부는 기업을 ‘관리 감독, 감시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따라서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하게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엄벌에 처한다는 식으로 본다. 기업이 부도덕한 곳이라는 생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의 말이다.
 
  “저는 아직도 김상조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일 때 기업을 찾아가서 ‘기업들 혼내주러 왔다’고 한 말을 잊지 못합니다. 그 정도가 딱 이 정권 사람들이 기업을, 기업인을 바라보는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뭔가를 노동자에게서 착취하는 곳, 기업 오너는 나쁜 사람, 약자 위에 군림하는 자(者)라는 식의 특정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기업에 대해 뭔가 하라고 주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체 무엇을 하라는 겁니까?”
 
 
  “국민의 노후자금(국민연금)으로 사기업 사서 좌지우지하겠다고?”
 
2019년 2월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19년 2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날 기금운용위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대해 경영 참여형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29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은 재계에 일대 화제가 됐다. 그는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의 중대하고 위법한 활동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심각한 손해가 난 경우에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주주(株主) 활동을 적극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고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앞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해 조 회장의 연임 실패를 이끌어냈다. 조 회장의 그룹 경영권 자체를 발탁시키지는 못했지만, 국민연금이 대기업 총수의 퇴진을 유도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시가총액 50위인 기업의 주식을 대부분 갖고 있다. 만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강력한 주주권한을 행사할 경우 여기에서 자유로운 회사는 거의 없다.
 
  ‘정부의 기업 경영권 개입’(Q8)에 대해 물었더니 ‘정부의 기업 경영권 개입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52%), ‘다소 바람직하지 않다’(32%), ‘정부의 경영권 개입은 ‘다소 필요하다’(16%)는 순(順)이었다.
 
  ‘정부는 절대 사기업 경영권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C씨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을 지키는 곳인데, 이런 중요한 돈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좌지우지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고, 이미 국민연금은 700조원의 운용자금을 가진 거대 공룡”이라며 “우리나라 사기업의 상당수를 공공기관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권한을 가졌는데, 국민의 노후자금을 받아서 사기업을 사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A씨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H씨는 “정부의 사기업 경영권 개입은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철저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땅콩 때문에 회항하고, 물컵을 던져 갑질한 것이 미울 수 있다. 아니 밉다. 하지만 물컵 던진 사람이 미운 것과 그 물컵 던진 사람이 소속된 기업의 경영권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고 말했다.
 
  G씨는 ‘다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주자본주의는 IMF 이후에 강화됐습니다. 회사에서 주주의 권익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저는 국민연금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사기업의 주주가 됐든지 이왕 주주가 된 이상 주주의 목소리를 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미국의 사모펀드가 자신의 지분만큼 투자 기업에 큰소리를 내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시장의 논리에 입각해서 자신들이 주주로서의 권한, 혹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 정부의 경영권 개입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거군요.
 
  “상황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상황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진칼 사태처럼 정권의 코드에 맞추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번 한진칼의 주총은 누가 보더라도 한진그룹 조씨 일가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있는 정부의 압박이었습니다. 다분히 정치적인 선택이었고요. 국민연금이 향후에도 자연스럽게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부 찬성하지만, ‘저의가 있어 보이는’ 식의 독단 행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대기업의 대화, 이미 늦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7월 27일 청와대에서였다. 그러고 나서 무려 1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청와대와 재계는 이렇다 할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다시 만난 것은 지난 1월 15일이었다. 재계의 대표 격이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정부와의 소통 창구가 없었다고 할 수 있으나, 정부와 재계는 철저히 거리를 뒀다. 그나마 이번 일본발 무역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성급히 정부가 재계를 찾았다. 지난 7월 7일 홍남기 부총리, 김상조 실장이 4대 그룹 총수를 만났고, 사흘 뒤인 7월 10일 정부는 3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남을 가졌다. 과연 앞으로 정부와 재계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
 
  ‘경제 수장과의 만남이 앞으로 정부와 재계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냐’(Q9)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가 전체의 69%, ‘그렇다’가 31%를 차지했다.
 
  F씨는 “다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나마 앞으로 소통이 될 테니까, 얘기하다 보면 정부가 기업에 대해 좀 더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진짜 기업의 얘기를 들을 마음으로 나타나야지, 단순히 총수들 들러리 세우기 위해 기업인들을 부르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G씨는 “너무 늦었다. 지금은 일본의 통상 규제 때문에 아쉬워서 기업인들을 만난다고 하는데, 이번 위기를 넘기고 나면 도로 아미타불이 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 나오라는데 안 나가면 괜히 찍힐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가는 것이지, 이제 와서 파트너가 될 요량으로 정부와의 자리에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씨는 “만나 봐야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이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고, 대통령 이외에 정부와의 대화 창구가 애당초 있었어야 한다. 비공식적인 모임이 있어야 하는데 없었고, 여전히 보여주기식 이벤트뿐”이라며 “전경련의 부작용이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로 자체를 없애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제 와서 그룹이 무엇을 할 수도 없고, 정부도 요구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과이익공유제 얘기할 때 초과적자공유제도 함께”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협력이익공유제’를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사전(事前)에 계약한 기준에 따라 협력사에 분배하도록 하는 상생(相生) 협력 방안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이미 선진국에서 실행하는 보편적 제도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입법화해서 법적 강제 조항으로 만든 국가는 없다. 또 이 얘기는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정운찬(鄭雲燦)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당시 이건희(李健熙) 삼성전자 회장 등 재계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느냐’(Q10)에 대해 응답자의 7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22%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A씨는 “초과이익공유제 하는 것은 좋다. 대신에 초과손실공유제 한다는 것도 미리 전제하자. 시장 원리에 전혀 맞지 않는 얘기를 정부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대기업이 남긴 이윤은 대기업 사유 재산이다. 사유 재산을 가지고 협력 기업에 나눠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은 땅 파서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씨는 “어느 정도 공감은 간다. 특히 일부 대기업의 경우 1차 벤더들이 거의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약한 마진을 주면서,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정작 그 대기업이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는 등의 뉴스를 보면 씁쓸하다”며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으로 규정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협력이익공유제를 선순환 구조로 이끌어낼 원칙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F씨는 “협력사와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나눈다는 대전제에는 합의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이기심을 갖고 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 자금을 쌓아놓는 경우가 분명히 있는데, 이를 무조건 이기심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협력사와 나누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H씨는 “대기업이 초과로 낸 이익을 나누라고 하면 어떤 일이 생길 것 같나.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초과분만큼을 다음에 ‘원가 절감’이라는 차원으로 줄여서 발주할 수 있다. 그러면 협력회사는 재하청을 줄 때, 그만큼을 뺀 금액으로 다시 발주할 것이다. 결국 내려가다 보면 맨 마지막 기업은 손해보고서는 장사할 수 없기 때문에 원재료를 조금 빼든지, 사람을 덜 써서 공사를 하든지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최악의 경우 부실공사로 이어져 대참사가 날 수 있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경제를 시장에 맡기지 않을 경우 이런 폐해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I씨는 ‘취지와 배경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에서는 정치력, 사회적 합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신념, 신조가 굳은 사람은 한순간 모든 것이 뒤바뀌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때 가장 강력한 것이 법입니다. 주52시간제든, 협력이익공유제든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이번 정부에서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어떤가? 대신 협조하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했다고 해보죠. 정부가 기업에 줄 수 있는 인센티브는 세제 혜택을 비롯해서 무궁무진합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다면 훨씬 세련되고 정부가 욕을 덜 먹었을 겁니다. 그런데 한 번에 하나씩 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어려운 경제정책들을 사회적 논의도 없이 처리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권 창출되는데 노동계의 지분 있다고 생각하는 듯”
 
지난 5월 30일 오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가운데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마당에서 민노총 조합원 수천명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마음회관은 현대중공업의 주총이 예정된 곳으로, 노조에서 나흘째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지난 4월 3일 국회 울타리를 부수고 경내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조합원은 이 과정에서 경찰과 취재기자를 폭행했고,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등 25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이날 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모두 석방됐다. 민노총은 이후에도 서울 대검찰청 민원실과 대구지검 청사 점거 농성, 김천시장실 점거 등을 일삼았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민노총의 행위가 과하다는 분위기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차 초대 노조위원장을 거쳐 친노동계 국회의원으로 불리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민노총을 향해 “대화를 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 항상 폭력적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 한다”고까지 말했다.
 
  과연 기업인들은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친화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Q11) 응답자 중 89%가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에 친화적이다’고 답했다. ‘친화적이 아니다’는 답은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G씨는 “처음에는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가 매우 친화적이라고 답하려다가 요즘은 다소 거리 두기를 하는 것 같아서 ‘다소 친화적이다’라고 답했다. 이 정부와 노동계의 돈독한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B씨는 “문재인 정부는 이 정권이 창출되는 데 노조의 힘을 많이 빌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눈치만 본다. 심지어 민노총이 국회에서 깽판을 치는데 제지하는 사람 하나 없고 경찰이 손 놓고 지켜만 보는데, 이게 무슨 법치주의 국가인가”고 물었다.
 
  I씨는 “문재인 정권이 노동계의 지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하는 등 이미 노동계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시작된 정권은 맞지만, 노동계에 너무 심하게 끌려다닌다”고 말했다. F씨는 “어느 정권이든 누군가와 매우 친화적이라는 것은 독배다. 현재 문재인 정권과 민노총은 과유불급(過猶不及) 형상이다. 이제는 민노총의 권력이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가장 먼저 수정해야 할 정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월간조선》은 전직 경제 관료들의 인터뷰를 몇 차례 게재했다. 대다수는 우려를 표했다. 김인호(金仁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사회주의적 시각으로 경제를 보고 있다”며 우려했다. 최중경(崔重卿)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여태까지의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나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신봉하는 자본주의자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신봉한다’고 말하라”고 말했다. 이에 기초해 이번 설문조사에서 ‘경제원로 중 몇몇이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사회주의적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느냐’(Q12)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응답자 중 67%가 ‘동의한다’고 했고, 33%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적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에 ‘다소 동의한다’(47%), ‘몹시 동의한다’(20%)였고,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23%),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10%)였다.
 
  D씨는 “다소 동의하는 편이다. 약자 배려, 세금 퍼주기, 보편적 복지는 전형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실행하는 정책들이다. 국민연금마저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을 볼 때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몹시 동의한다’는 C씨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지향점, 여태까지의 과정, 굽히지 않는 신념을 모두 종합할 때 사회주의적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에 몹시 동의한다”고 말했다.
 
  F씨는 “다소 동의한다. 기업의 규제개혁 완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 공정위를 통한 제재만 신경 쓴다”고 말했다. G씨는 “사회주의라고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기업에 친화적인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주의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로 굳이 나눌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가장 먼저 수정(혹은 개선)해야 할 정책 방향’(Q13)에 대해 응답자의 67%가 ‘시장경제 활성화’를 꼽았고, ‘기업 친화적인 정책 강화’(13%), ‘복지 개선을 통한 소비 진작’(10%) 등이 뒤를 이었다. H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안타까운 것은 기업가 정책이 실종된 것이다. 친화적인 정책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대기업이 인체의 동맥이라면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상처를 입으면 결국 동맥경화로 치닫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친(親)기업적인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타 답변에는 “정부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업을 그대로 뒀으면 좋겠다” “청와대 인사 전면 교체” “더 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책실장을 비롯한 BH 내 경제 담당자 인사 교체” “남북 평화모드 정착을 기반으로 한 경제 활성화 모멘텀 조성” “규제 완화 등 친 기업 정책” “노동정책: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답이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시사잡지인 《月刊朝鮮》은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맞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인들의 생생한 소리를 듣고자 기업에 몸담고 있는 임원들에게 설문을 돌리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내용은 기사 작성 용도로만 활용되며 철저히 익명을 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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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박리    (2019-07-24) 찬성 : 5   반대 : 1
일본발 경제보복에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뭔말입니까. 경제보복을 불러들인 당사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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