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新보호무역주의가 밀려온다

산업은행, 무능인가 무책임인가

대우건설 매각, GM대우·금호타이어 관리 실패, 대우조선해양에 혈세 낭비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1조3000억원에 팔려던 대우건설에 3000억원 손실 있었는데… “우린 몰랐다” (산은)
⊙ GM대우 군산공장 폐쇄까지 갔는데… “우리가 나서기엔 한계 있었다” (산은)
⊙ “산업은행이 M&A 하기엔 역부족… 역할 대폭 축소해야”'
  KDB산업은행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새주인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대우건설은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호반건설이 최종 인수를 포기해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우건설 매각 주체는 KDB산업은행이다. 미(美) GM은 GM대우의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GM대우 군산공장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GM대우의 2대 주주는 KDB산업은행이다. 중국으로 팔릴 상황인 금호타이어는 노사가 정면으로 대립해 이번 딜이 물 건너갈 경우에 법정관리로 돌입할 판이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은 KDB산업은행이다. 국내 재계에서 터져 나오는 악재 중 상당수가 KDB산업은행과 이래저래 엮인다. 요즘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일을 하고 있기는 하냐”고 빈정거린다. 일부에서는 기회는 이때라고 느끼는지 과거 산업은행이 회사를 매각하거나 딜을 추진하면서 실패했던 사례들을 거론하며 ‘산업은행 한계론’을 들먹인다.
 
 
  결혼 약속하고 약혼까지 했는데,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 격
 
   대우건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회사다. 1990년대 후반 대우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대우건설은 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총 6조6000억원을 주고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가 천문학적 금액을 써 냈기에 업계에서는 ‘승자의 저주’라느니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금호아시아나는 3년 만에 대우건설을 토해 냈고, 지분을 산업은행 KDB밸류 제6호 사모펀드(산은이 50.75% 보유)에 넘겼다. 이후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새주인 찾기에 나서 올 초, 중견 건설회사인 호반건설을 낙점했다. 호반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써 냈던 금액의 4분의 1 정도인 1조3000억원(지분 40%)을 적어 냈다. 이번에도 업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중견 회사가 톱 건설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으니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고 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인수 후 그룹이 어려워졌던 사례가 다시 회자됐다. 그런데 이번에 파투를 놓은 곳은 대우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호반건설이었다.
 
  호반건설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에 전격 포기를 발표했다. 호반건설이 사전에 알지 못했던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때문이었다. 정확한 속사정은 이렇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갔다. 그때 손실 추정치가 3000억원인데, 이를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털어 냈다. 대우건설을 1조3000억원에 사려 했던 호반건설로서는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3000억원의 분실이 갑자기 튀어나온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해외건설 경험이 없다 보니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규모를 보고 놀란 것 같다. 이번 부실도 부실이려니와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에 다른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추가 부실을 우려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써 두 차례 새 주인을 찾으려던 대우건설은 다시 공중에 떠 버렸다. 그런데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파는데 헤드쿼터 역할을 했던 KDB산업은행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산업은행은 한술 더 떠서 “저런 부실은 원래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장급 3명이 대우건설에 상근했지만 부실 몰라
 
산업은행이 매각에 실패한 대우건설 본사 건물.
  대우건설의 주식이 산은의 사모펀드로 넘어가면서, 산은에서는 부장급 3명을 대우건설에 ‘경영관리단’이라는 부서를 만들어 상근시켰다. 이들은 대우건설의 경영관리를 목적으로 파견됐지만 회사의 주요 경영과 자금 집행 등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DB산업은행 관계자의 얘기다.
 
  —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 부실을 몰랐습니까.
 
  “전문적인 분야에서 벌어진 부실이었습니다. 모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경영진 자격이 아니라 사모펀드 주주 자격으로 관리를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 산은 측 인사 3명이 경영 관리단에 상근했다고 하는데요.
 
  “사모펀드 주주가 파견한 직원 형태였습니다. 전반적인 관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회사의 주요 손실도 몰랐는데 무슨 관리를 했다는 겁니까.
 
  “경영 전반의 관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큰 부분을 관리하면서 해외 사업장의 모든 손실을 일일이 알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 대우건설 매각은 초미의 관심사인데 철저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실이 밝혀진 시기가 매각에 임박했던 시점이라서… 시기도 좀 애매했습니다.”
 
  대우건설 내부에 문제가 생겼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5년 10개의 사업장에서 38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축소시켜 계상해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당시 대주주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의 3분기보고서(2016년)가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산업은행은 이 사실을 미리 알아내 대우건설에 시정을 요구하지 못했다.
 
 
  “GM대우 경영난 2013년부터 알았지만 손쓸 수 없었다”
 
  GM대우의 군산공장이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군산의 경기가 싸늘하게 식어 가고 우리 산업에 드리울 부정적인 영향에 관심이 크다. GM대우의 최대주주는 미 GM 본사이고, 2대 주주는 GM대우 지분 17.02%를 가진 KDB산업은행이다. 산은은 GM대우에 사외이사 3명을 추천해 두고도 공장 폐쇄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지난 2월 9일 한국GM 이사회에 올라온 구조조정 안건에서 산업은행 이사 3명은 모두 기권을 했다. GM대우 군산공장 폐쇄로 군산 민심(民心)이 흉흉해지자 정치권은 산은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산업은행 측 사외이사가 기권을 하지 않고 표결에 나섰다면 공장 폐쇄는 무산될 수 있었다. 이는 직무유기이자 배임에 해당된다”며 검찰에 고발할 뜻을 내비쳤다.
 
  산업은행도 GM대우 건과 관련해서는 일말의 노력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 2016년 4월 한국GM의 경영실태 파악을 위해 경영진단 컨설팅을 제안했지만 미 GM과 한국GM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3월에는 주주간 계약서를 근거로 한국GM에 주주감사권 행사를 결정하고 회계법인과 감사에 착수했지만, 한국GM측의 비협조 등으로 한 달여 만에 중단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의 얘기다.
 
  “산업은행이 GM대우를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2대 주주로서 지분이 17% 남짓인데 대주주를 상대로 강하게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노력은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
 
  — 컨설팅 제안, 감사 착수 중단 등을 말하는 겁니까.
 
  “네. 제안을 했지만 대주주가 반대를 하고 협조해 주지 않아서 뜻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 한번 시도해 보고 반대한다고 그냥 포기한 것 아닙니까.
 
  “회사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했는데 반대에 막혀서 할 수가 없었습니다.”
 
  — GM대우의 경영난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인지했습니까.
 
  “회사 실적이 2013년 들어 안 좋아졌습니다. 그때부터 면밀히 살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산은은 이미 오래 전 GM대우 경영난을 알고 있었고, 뭔가를 해 보려고 했으나 상대방이 ‘하기 싫다’고 해서 물러났다는 소리다. 물론 산은의 제안에 대해 대주주인 미 GM이 얼마나 강력하게 저항 혹은 반대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산은의 태도, 사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2017년 3월 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KDB산업은행 측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은은 대우건설 최대 주주로서 기업 가치를 개선해 비싸게 팔아야 할 입장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매물 적정가가 얼마인지, 어떤 게 세일링 포인트(sailing point)인지, 약점은 무엇인지는 꿰고 있어야 한다” 며 “산은이 대우건설의 손실을 몰랐다는 것은 팔려는 매물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고 꼬집었다.
 
  국내 기업의 굵직한 M&A를 주도하는 모 그룹 고위 경영진의 얘기다.
 
  “산은의 얘기가 국내 사기업 입장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오너의 마음가짐은 치열합니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하고, 향후 부실에 대해서 여러 옵션을 붙여서 내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그런 사람 입장에서 사려는 회사(대우건설)에 큰 부실이 있었는데, 주인이 그걸 모르고 나한테 팔려고 했다면 황당한 겁니다. 당연히 ‘저 정도를 몰랐으면, 내가 저 회사를 샀을 때 숨겨진 부실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호반건설이 중간에서 손을 뗀 것이 사기업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GM대우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 왜요.
 
  “소액주주도 주총에 나서 회사 경영에 한마디씩 하는 세상입니다. 지분 17%를 가진 2대 주주가 ‘우리는 힘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습니까? 회사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려고 컨설팅을 제안했다가 무산됐다고요? 정말 저 회사가 내 회사였다고 생각해 봅시다. 몇 번 찔러 봤는데 ‘나 문 못 열어 줘’라고 하면 순순히 물러날 수 있겠습니까? 쉽게 말해 내 돈이 아니니까, 내 회사가 아니고, 내 물건이 아니니까 그냥 상대편이 싫다고 하면 물러서자는 것과 같습니다. 사기업이었다면 저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동부그룹에 선제적 구조조정 주도하며 억지를 써
 
2016년 9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국회에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 증인 명단에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포함됐으나 홍 전 회장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를 중국회사에 매각하려고 하는데 노조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중국 매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회사 운영은 더 이상 불가능하고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과거 부실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2013년 당시 우리나라는 일명 ‘동양그룹 사태’로 인해 부실그룹인 동부그룹, 현대그룹, STX그룹, 한진해운 등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해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동부그룹은 2013년 11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동부제철이 소유하고 있던 인천공장, 동부건설의 당진발전소를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동부는 두 개의 자산을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한다는 계획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보고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패키지 딜’을 강요했다. 동부가 갖고 있던 두 개의 자산을 하나로 묶어서 포스코에 넘기라는 것이 산은측의 입장이었다. 산은은 이 ‘패키지 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동부그룹에 추가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동부를 압박했다. 동부그룹은 “두 개의 자산은 별개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모두 상장회사인 만큼 하나로 묶어서 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빨리빨리’라는 원칙을 내세웠던 산은은 동부에 대해 ‘패키지 딜로 매각한다’는 억지를 계속 주장했다. 포스코가 동부그룹의 자산 인수를 산은과 사전에 교감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부그룹과 산은이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에 포스코는 입장을 바꿨다. 동부제철의 인천공장, 동부건설의 당진발전소를 패키지로 인수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동부그룹이 최초에 자구안을 내놓고 난 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였다.
 
  결국 동부그룹으로서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 6개월을 허송세월했고, 신용평가기관들은 포스코가 동부의 자산을 매입할 뜻이 없자 “동부 구조조정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동부그룹의 향후 유동성 위기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계열사를 ‘투기 등급’으로 절하했다. 이후 동부그룹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었고, 채권단은 동부 계열사에 대해 자금 회수를 서둘렀다. 재계 서열(자산규모 기준)로 20위권이었던 동부그룹은 현재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를 바라보는 해운업계도 산은에 대해 원망이 자자하다. 해운업계는 중견 조선소 몰락, 해운사의 적자에 산은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다. 하지만 산은이 구조조정을 지연하고 경영진 비리 등을 묵과해 회사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015년 이후에 대우조선해양에 무려 7조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한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이번에 법정관리로 가는 성동조선에 4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소리에 허탈했습니다. 2013년에 해운업에 대해서는 냉정하리만큼 가혹하게 구조조정을 하면서 여태 조선업에는 공적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살려 뒀다는 것 아닙니까.”
 
  — 해운업과 조선업이 무슨 상관이기에요.
 
  “저희는 이렇게 보는 거죠. 해운업은 죽이기 쉽다고요. 해운업 사람들은 배 타고 나가서 일하고, 자산이래 봐야 배밖에 없으니까요. 반면에 조선업은 조선소가 있고, 그 지역 살림살이의 기반이고, 그러면 당연히 표밭이지 않습니까. 해운업은 전 세계적으로 과잉이라 자금을 추가 투입해도 경쟁력이 없다는 금융논리를 들이댔죠. 그래서 구조조정을 할 때 해운업계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업은 마지막 순간까지 붙들고 있었습니다. 공적자금 몇 조를 들여 가면서 끝까지 살려 보려고 하고, 그러다가 정 안 되니까 법정관리를 한다는 거죠.”
 
 
  “산은과 별도로 독립화된 구조조정 전문펀드 만들어야”
 
2014년 10월 21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해철 동부씨앤아이(주) 컨설팅부문 대표가 동부그룹 사재출연에 대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는 홍기택 산업은행장을 쳐다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번 지적된 바가 있다. 산업은행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많은 회사의 대주주가 된 것이 우리 의지가 아니지 않으냐.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한다. 그 출자전환을 하고 다시 지분을 가져서 대주주가 되는 것이 산업은행의 구조다. 우리가 원해서 회사 대주주가 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산은의 업무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의 얘기다.
 
  “산업은행은 은행이지 구조조정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 성격도 모호합니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후에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가 됐기 때문에 회사 주주가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회사의 채권을 가진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인과 돈 받아야 하는 채권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모순입니다. 주주로서의 역할을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채권자로서 열심히 할 필요도 없죠.”
 
  — 구조적인 문제라는 겁니까.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주인으로든 채권자로든 의무를 다해야 할 유인이 전혀 없습니다”
 
  —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유입니까.
 
  “당연하지 않습니까. 회사 매각에 서투른 이유도 당연합니다. 가령 대우조선의 실적이 좋을 때는 여론에서 ‘좋은 회사를 왜 서둘러 매각하느냐’고 합니다. 그래서 팔지 않으면 또 경기를 타서 회사 사정이 나빠집니다. 그러면 그제야 ‘회사를 팔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 실적이 나쁠 때 어떻게 제 값을 받고 팔 수가 있겠습니까.”
 
  — 문제 해결법이 있습니까.
 
  “저는 오래 전부터 산은을 대주주로 두고, 별도의 기구를 독립기구화하여 구조조정 전문 펀드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은이 구조조정이나 회생, 청산 업무를 하는 것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합니다. 산은을 통해 공적자금을 남발하면 산업구조조정을 적기에 못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 산은의 업무가 축소될 텐데요.
 
  “산업은행은 은행이지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아닙니다. 역할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업계의 시각에 대해 산업은행은 반발한다.
 
  산은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사업 부문 10개 중 구조조정 부문은 단 1개다. 은행 전체 업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이 부문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산은 자체가 싸잡혀 욕을 먹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회 : 8365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805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