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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화물도 전기차로 옮기는 시대, 갑작스런 세대교체에 상용차(商用車) 업계는 고민

혁신적 전기트럭 만든 테슬라, 제로백 5초, 36톤 싣고 800km 주행 가능

글 : 김동연  기자/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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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퍼카보다 공기저항 낮고, 가속도도 맞먹는 트럭
⊙ 내구성은 무려 160만km, 브레이크 패드 교체 필요 없어
⊙ 하이브리드 트럭 준비하던 상용차업계 바싹 긴장…
테슬라가 개발한 전기트럭, 세미.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2017년 11월 16일,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전기로 가는 순수 전기트럭, 테슬라 세미(Tesla Semi)를 선보였다. 테슬라의 CEO인 엘론 머스크가 론칭 행사장에 직접 전기트럭 세미를 타고 등장해 트럭의 주요 제원을 설명했다. 일단 세미(Semi)라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장거리 화물트럭이 한국처럼 일체형이 아니라 구동력을 담당하는 트랙터(Tractor)와 화물적재 공간을 담당하는 트레일러(Trailer)로 구분된 형태가 보통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긴 트럭이다. 국내에서는 항만 등에서 여러 개의 컨테이너를 옮기는 트럭이 이런 형태다. 이런 트럭의 정식명칭은 트랙터 트레일러(Tractor trailer)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를 보통 세미, 혹은 세미 트레일러(Semi-trailier)라고 한다. 세미는 영어로 완전하지 않은 것, 준(準)이나 반(半)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어원을 살펴보면 구동력이 없는 트레일러를 ‘절반의 트럭 정도’라는 의미에서 세미라는 뜻이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미국 내에서는 트레일러가 딸린 트럭을 흔히 ‘세미’라고 부른다. 이 비공식 상용어를 테슬라가 신형 트럭의 이름으로 부여해 고유명사화한 것이다.
 
 
  전기차로 넘기 어려운 장벽, 상용차(商用車)에 도전한 테슬라
 
테슬라의 CEO, Elon Musk. 사진=위키미디어
  전기차는 주행중 내연기관과 달리 오염물질을 방출하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와 긴 충전시간은 내연기관 대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전히 고성능 차량 등에 탑재된 전기모터는 저속주행만을 담당하고, 고속주행과 장거리 주행에는 내연기관의 도움을 받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탑재됐다.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대비 혹독한 주행환경에서 전기차가 안정적인 내구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장거리 주행과 가혹주행이 빈번한 화물차 업계에 전기차는 도전하기 어려운 부문으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최근 앞서 언급한 전기차의 두 가지 문제점인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은 빠르게 개선됐다. 그동안 전기차는 1회 완충으로 보통 200km 내외를 오갔다. 최근 배터리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전기차들의 주행거리가 약 500km 수준까지 개선됐다. 충전시간도 완충까지 수 시간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었다. 일부 차량은 반나절이 걸리기도 했다. 이 부분도 최근 많이 개선되어 완충은 아니지만 60~80% 충전까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이러한 급속충전을 위한 별도의 충전기나 충전스테이션을 요하는 게 보통이다. 일부 제작사는 최근 15분 충전으로 최대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출시도 준비 중이다.
 
 
  718 포르쉐와 맞먹는 제로백 5초의 트럭
 
세미 트럭의 운전석이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개선에 한 발 더 나아가,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기술이 테슬라의 전기트럭 세미에 대거 적용됐다. 놀라운 부분은 화물을 적재하고도 약 800km(500마일)를 주행한다는 점이다. 이 주행거리는 트럭에 화물을 최대치까지 적재한 상태로 측정한 것이다. 화물의 무게는 무려 36톤(8만 파운드)이다.
 
  36톤을 싣고 고속도로 규정속도인 시속 100km(60마일)로 주행했을 때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로 계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전기트럭은 고작 30분 충전만으로 640km(400마일)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전기차 업계에서 보통 차량의 주행거리는 밝히지만, 해당 주행거리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제작사가 전기소모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장거리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세미 트럭이 주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상태에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공개했음에도 현존하는 전기차들 중 최고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테슬라의 혁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럭업계가 차량의 제원으로 잘 밝히지 않는 제로백(0→100km/h)도 테슬라는 이례적으로 밝혔다. 36톤의 화물을 적재한 상태로 시속 100km(60mph)까지 약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건이 없는 상태에서 견인부인 트랙터의 속도는 제로백이 5초에 불과하다. 제로백이 5초라는 것은 고성능 스포츠카와 맞먹는 수준이다.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기아 스팅어의 제로백이 4.9초, 2017년형 포르쉐 718 카이맨의 제로백이 약 4.7초다. 단순히 제로백만 놓고 보면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카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이다.
 
 
  웬만한 수퍼카보다 공기저항 줄인 트럭
 
  세미 트럭의 가속도와 주행거리 효율성이 뛰어난 이유 중 하나는 공기저항계수다. 세미 트럭의 공기저항계수는 0.36Cd이다. 엘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카로 알려진 부가티 시론(Chiron)의 공기저항계수인 0.38Cd와 비교하면서 “세미 트럭의 공기저항계수가 더 낮다”고 설명했다. 공기저항계수의 수치가 낮을수록 고속주행 시 저항이 줄어든다. 세미가 공기저항에 신경썼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차량의 바퀴다. 휠에 둥근형태의 커버까지 씌워 공기저항을 최소화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양산되는 승용차의 공기저항계수는 보통 0.30Cd 내외다. 최근 출시한 현대 제네시스 G70의 경우 약 0.28Cd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수퍼카라고 해서 무조건 공기저항계수가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낮은 것은 아니다. 페라리의 458 스쿠데리아도 공기저항계수가 약 0.33Cd 정도다.
 
  테슬라가 장점으로 꼽는 점은 몇 가지 더 있다. 세미는 일반적인 화물차와 달리 플랫토크(flat torque)를 유지한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은 힘을 낼 수 있는 토크밴드가 정해져 있으며 특정 엔진회전수(RPM) 구간에서 힘이 뿜어져 나온다. 이 때문에 토크 그래프는 곡선이다. 처음에는 낮은 토크가 나오다가 특정 회전수에 도달하면서 그래프가 올라가고 다시 해당 회전수를 지나면 그래프는 떨어진다. 그런데 테슬라 세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자로 뻗은 최대 토크 그래프가 나온다. 이를 플랫토크라 한다. 즉 세미는 언제 어디서나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최대 토크를 뽑아낼 수 있다. 이는 전기모터의 특성으로 마치 텔레비전 스위치를 켜듯이 원하는 순간 바로 최대 토크가 나오는 것이다. 세미는 내연기관과 달리 트랜스미션이 없다. 독립식 전기모터로 구동하기 때문이다. 기어 단수가 없다 보니 기어가 변속할 때마다 발생하는 변속 충격과 토크 손실이 없다. 이런 강력한 구동력을 토대로 테슬라 세미는 경사도 5%의 언덕을 시속 105km(65마일)의 속도로 주파할 수 있다. 엘론 머스크는 “현재 최고 수준의 디젤 트럭이 동일 조건에서 최고 시속 약 70km(45마일)에 불과해 테슬라의 트럭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자동운전 기본 탑재되고 사고 시 자동적으로 119 신고하는 트럭
 
테슬라 청담스토어에 전시된 모델 S. 사진=조선일보
  세미 트럭은 안전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고급 세단에 탑재된 주행보조 장치인 위급상황 시 브레이크 자동개입, 차선유지 기술 등이 포함됐으며, 사고가 발생하면 트럭이 자동적으로 구조대에 신고를 한다. 자동운전 기능인 오토파일럿 기능도 트럭에 기본적으로 탑재됐다. 이 부분은 판매되는 국가별 법적 조항에 따라 실제 적용 여부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차량의 운전석도 운전자의 넓은 시야 확보 등을 위해 기존 트럭과 달리 정중앙에 위치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트레일러가 달린 트럭의 고질적인 문제인 잭나이프(Jackknife)도 방지하도록 고안됐다. 잭나이프란 트럭의 화물이 적재된 트레일러 부분과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트랙터 부분이 따로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주로 미끄러운 빙판길이나 갑작스런 급정거 시에 트럭의 앞부분은 제동을 하지만, 화물이 실린 적재부인 트레일러는 무게 때문에 제때 멈추지 못하고 트럭의 앞부분까지 밀어 버리거나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꺾이게 된다. 이런 경우 트럭이 쓰러지면서 주변 차량에 피해를 주는 2차 사고까지 발생한다. 그런데 세미는 바퀴에 독립적으로 장착된 전기모터가 차량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하면 바퀴의 회전수 등을 조절해 이런 위험을 방지한다.
 
 
  브레이크 패드 교체 필요 없고, 160만km 내구성 보장
 
  론칭 행사장에서 엘론 머스크는 트럭의 운전석에 장착된 유리(thermonuclear explosion proof glass)는 핵폭발도 막아낼 정도 단단하다고 했다. 통계에 따르면 보통 1년에 한 번씩 트럭의 유리가 파손된다. 이는 장거리 주행이 잦은 차량의 특성상 유리가 달리는 중 외부 충격이나 파편 등에 의해 깨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유리가 깨지면 미국에서는 교통법상 안전상의 이유로 트럭의 주행을 금지시킨다. 트럭 운전사에게 운행 불가는 엄청난 금전적 타격이다. 따라서 테슬라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강력한 유리를 장착했다.
 
  세미 트럭은 약 160만km(100만 마일)를 달려도 고장이 없는 내구성을 보장한다. 트럭에 장착된 4개의 모터(드라이브트레인) 중에 2개가 고장이 나더라도 트럭의 성능은 디젤 트럭과 동일하다. 브레이크 패드와 같은 소모품을 교체할 필요도 없다. “트럭이 감속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로 충전하는 기술이 탑재되었고, 모터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 등으로 감속을 해서 브레이크를 차량 내구연한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엘론 머스크는 론칭 행사에서 말했다. 브레이킹 시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기술은 F1 경주용 차량에서 사용하는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 기술과 유사한 것이다. 테슬라는 현재 트럭의 주문을 받고 있으며, 양산은 2019년부터 시작한다. 엄청난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테슬라는 정확한 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디젤 트럭 대비 효율성이 높아 구매 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월마트의 차세대 트럭 vs. 테슬라 세미 트럭?
 
지난 2014년 선보인 월마트의 차세대 트럭. 사진=월마트 홈페이지
  그런데 세미 트럭이 나오기 전 차세대 트럭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트럭이 있다. 2014년경 미국의 초대형 수퍼마켓 기업인 월마트(Walmart)가 개발한 트럭이다. 월마트는 당시 미국 내 유명 트럭 제조사인 피터빌트(Peterbilt)와 함께 신개념 트럭을 개발했다. 해당 트럭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트럭이었다. 그 생김새도 테슬라 세미와 유사하며, 운전석도 세미처럼 정중앙에 배치된 형태였다. 특이점은 화물을 싣는 적재공간을 카본파이버로 제작해 무게를 크게 줄였다. 당시 기자는 월마트에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여 해당 트럭의 출시일 등을 문의한 바 있다. 케빈 가드너(Kevin Gadner) 월마트 국제대응연락부 선임국장(Senior Director)은 “트럭의 양산 시점은 제작을 맡은 트럭 제조사와 조율하고 있는 상태이며, 월마트의 한국시장 재진출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만약 월마트의 트럭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테슬라 세미의 기술적인 능력을 뛰어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시 월마트 트럭은 세계 최초로 공랭식(空冷式) 고효율 터빈과 전기모터를 조합하여 내구성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주목받았다. 테슬라가 트럭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향후 상용차 업계에도 전기차 기술이 대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동차 제작사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세미 트럭을 보고 현재 전기차 기술을 극대화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실제 양산에 적용할 수 없는 기술로 과대광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가령 최악의 조건에서도 800km에 달하는 주행거리 등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2019년 실제 양산된 세미가 나오면 이런 의구심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상용차업계에 오랫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하던 유수 유럽과 국내 제작사들은 갑작스런 테슬라의 등장에 골머리를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부분의 상용차업계는 하이브리드 트럭을 준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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