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법인세 감세 철회 통해 연평균 9조6000억 더 걷을 수 있다고 주장,
2015년 무상보육 예산만 10조2256억원에 달해
⊙ 한국의 법정 최고 법인세율은 24.2%로 OECD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 홍콩(16.5%),
대만(17%)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
⊙ 무상교육·무상보육 등은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 적으면서 고용과 GDP 감소 효과 커
鄭會相
⊙ 36세. 美버지니아공대 경제학 박사.
⊙ 現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 저서: 《대형유통업체 판매장려금의 경제적 역할 및 규제효과 분석》.
2015년 무상보육 예산만 10조2256억원에 달해
⊙ 한국의 법정 최고 법인세율은 24.2%로 OECD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 홍콩(16.5%),
대만(17%)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
⊙ 무상교육·무상보육 등은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 적으면서 고용과 GDP 감소 효과 커
鄭會相
⊙ 36세. 美버지니아공대 경제학 박사.
⊙ 現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 저서: 《대형유통업체 판매장려금의 경제적 역할 및 규제효과 분석》.
- 복지재원의 부족으로 인한 갈등이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1일 청와대 입구인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기초연금 삭감 항의 기자회견.
여야(與野) 정치권이 정부가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재정운용과 세수(稅收) 확보 등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성 비(非)과세 감면 폐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법인세율 정상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인세 감세 철회 3대 법안’을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기본방향 중 하나로 삼았다. 만성적인 적자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지난 11월 7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록(金瑛錄) 의원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환원)하고,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는 현행 20%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상 등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 요구에 대해 “지금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히면서 법인세 인상 불가(不可)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세법 개정과 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법인세를 올려 늘어나는 복지지출에 대응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쟁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법인세수가 증대해 복지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가? 둘째, 법인세 인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현재 복지정책의 큰 흐름인 보편적 무상(無償)복지는 과연 효과적인가?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복지재원 확보 방안과 복지정책의 합리적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稅率이 아니라 법인소득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감세 철회 3대 법안을 통해 연평균 9조6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인세수=법인세율×법인소득’의 관계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법인세수가 당연히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수는 앞의 관계에서도 보듯이 정책적 변수인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법인소득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그리고 법인소득은 경기상황이나 경제정책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만약 기업들이 경기상황이나 경제정책 등의 변화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돈을 계속 벌 수 있다면 법인세율 인상은 법인세수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인세율이 기업투자, 고용, 경제성장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기업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1>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과 법인세수는 음(陰)의 상관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1992~2011년 기간 동안 법정 최고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36.6%에서 24.2%로 2000년 소폭 인상된 것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왔지만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2.4%에서 4.0%로 소폭 등락하며 증가해 왔다. 이러한 사실은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 있음을 말해 준다(<그림 2> 참조).
물론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법인세 인하로 법정 최고 법인세율이 2008년 27.5%에서 2009~2011년 24.2%로 떨어져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2008년 4.2%, 2009년 3.7%, 2010년 3.5%로 감소하긴 했지만, 이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우리나라 경기침체에 보다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법인세수 비중이 4.0%로 다시 증가하여 (법인세율이 보다 높았던) 노무현(盧武鉉) 정부 2003~2007년 기간 동안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법인세 낮추면 고용 늘어
이처럼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법인세율 인상이 투자를 저해하고 생산을 둔화시켜 세원(稅源)인 기업의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료를 이용하여 조경엽·오태연(《경제성장과 법인세의 고용효과》, KERI Insight, 2012)은 법인세를 1% 인하할 때 노동증가율이 0.18% 증가함을 보여 법인세 인하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결국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활성화와 생산 증대를 가져와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연구가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고용,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할 때는 법인세수도 증가했지만, 경제가 좋지 않을 때에는 법인세수도 감소했다. 예컨대 1997년 말 외환(外換)위기 직후 1998년 경제성장률이 -5.7%로 크게 떨어짐에 따라 1999년 법인세수 증감률도 -12.8%로 크게 하락하였고,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침에 따라 그해 법인세수 증감률도 -9.5%로 크게 떨어졌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도 경제성장과 법인세수는 양(陽)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는 법인세수 확보를 위해서 경제성장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한국,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 높은 편
세계 각 국가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해외 자본의 국내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있다. OECD 국가들의 법정 최고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1985년 평균 48.5%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0년에는 25.6%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최고 법인세율은 24.2%로 OECD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체코(19%), 헝가리(19%), 아일랜드(12.5%), 폴란드(19%), 슬로바키아(19%) 등의 유럽 국가들이나 홍콩(16.5%), 대만(17%), 싱가포르(17%) 등의 주요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2009년 기준 3.7%로 칠레와 멕시코를 제외한 OECD 국가들의 평균 2.8%보다 높고, 미국(1.7%), 영국(2.8%), 독일(1.3%), 프랑스(1.5%), 일본(2.6%) 등의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아서 법인세 부담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상의 논의로부터 우리는 법인세수 증대로부터 부족한 복지재원을 조달하고자 한다면 법인세율 인상이 아니라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경기를 활성화시켜 기업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세원(법인소득)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수 증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복지정책은 잘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복지재원도 급격하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또한 중국이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추월해 오고 있고, 일본은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우리의 수출시장을 잠식해 오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提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즉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를 올리면 경쟁력 약화로 기업 소득이 감소하여 법인세수가 줄어들고, 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법인세를 다시 올리는 등의 악순환(惡循環)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은 안정적 세수 확보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중앙정부 복지예산 124조원 넘어
사실 지금 논의의 중심에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세운 결과 급격하게 증가하는 복지예산이 있다. 현 정부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중앙정부의 복지지출은 2015년 124조2000억원, 2016년 131조1000억원, 2017년 137조5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복지예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8.2%, 2016년 8.7%, 2017년 9.1%로 해마다 증가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5대 무상복지(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반값등록금, 장애인연금)의 올해 예산은 24조539억원으로 전체 복지예산의 22.6%에 달하고, 무상보육의 내년도 예산은 10조2256억원, 기초연금 예산은 10조280억원, 반값등록금은 3조9120억원, 장애인연금은 8489억원으로 무상급식 예산(미정)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5대 무상복지 예산을 넘어서는 등 향후 무상복지 예산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앞에서도 논의했듯이 법인세 인상으로 오히려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무상복지 정책이 주어진 재원으로 소기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정책의 지속성이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경엽·유진성(《무상복지의 소득재분배 효과》, KERI Insight, 2013)은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는데, 그들에 의하면 무상복지 정책을 전(全)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면 전보다 지니계수가 낮아져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무상복지와 동일한 혜택을 소득 하위 10% 수준으로 한정해 제공하기 시작해서 이를 점차 확대시켜 나가면 지니계수가 점차 낮아지는데, 소득 하위 70%까지 복지혜택을 제공할 때 소득불평등의 개선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특히 소득 하위 40~70%에 대해 선별적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지원하는 무상복지 정책보다 적은 재원으로 더 큰 소득재분배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선별적 복지가 더 효과적
또한 이들은 다른 연구(《박근혜정부 복지정책의 비용추정 및 경제적 효과 분석》, 한국경제연구원, 2013)에서 현 정부의 세부 복지정책을 소득분배와 효율성 측면에서 평가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크면서 고용과 GDP 감소 효과가 가장 작은 복지정책은 기초생활보장이고, 그 밖의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무상교육 등의 복지정책들은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면서 고용과 GDP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저소득층 위주로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선별적 복지정책이 소득재분배나 재원의 확보 측면에서 보편적 무상복지보다 효과적이며, 합리적인 기준으로 다양한 복지정책들의 효과를 분석하여 정책 시행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각 무상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재검토하는 작업이 요구됨을 말해 준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기업들이 돈을 잘 벌고 경제가 성장해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는 물적 토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무분별하게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그 재원을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조달하려고 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된다. 이러한 우(愚)를 범하지 않길 정치권에 기대해 본다.⊙
지난 11월 7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록(金瑛錄) 의원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환원)하고,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는 현행 20%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상 등 이른바 ‘부자감세 철회’ 요구에 대해 “지금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히면서 법인세 인상 불가(不可)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세법 개정과 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법인세를 올려 늘어나는 복지지출에 대응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쟁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법인세수가 증대해 복지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가? 둘째, 법인세 인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현재 복지정책의 큰 흐름인 보편적 무상(無償)복지는 과연 효과적인가?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복지재원 확보 방안과 복지정책의 합리적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稅率이 아니라 법인소득
새정치민주연합은 법인세 감세 철회 3대 법안을 통해 연평균 9조6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인세수=법인세율×법인소득’의 관계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법인세수가 당연히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수는 앞의 관계에서도 보듯이 정책적 변수인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법인소득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그리고 법인소득은 경기상황이나 경제정책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만약 기업들이 경기상황이나 경제정책 등의 변화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돈을 계속 벌 수 있다면 법인세율 인상은 법인세수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인세율이 기업투자, 고용, 경제성장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기업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1>은 우리나라의 법인세율과 법인세수는 음(陰)의 상관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1992~2011년 기간 동안 법정 최고 법인세율(지방세 포함)은 36.6%에서 24.2%로 2000년 소폭 인상된 것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왔지만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은 2.4%에서 4.0%로 소폭 등락하며 증가해 왔다. 이러한 사실은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 있음을 말해 준다(<그림 2> 참조).
물론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법인세 인하로 법정 최고 법인세율이 2008년 27.5%에서 2009~2011년 24.2%로 떨어져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2008년 4.2%, 2009년 3.7%, 2010년 3.5%로 감소하긴 했지만, 이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우리나라 경기침체에 보다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법인세수 비중이 4.0%로 다시 증가하여 (법인세율이 보다 높았던) 노무현(盧武鉉) 정부 2003~2007년 기간 동안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법인세 낮추면 고용 늘어
이처럼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법인세율 인상이 투자를 저해하고 생산을 둔화시켜 세원(稅源)인 기업의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료를 이용하여 조경엽·오태연(《경제성장과 법인세의 고용효과》, KERI Insight, 2012)은 법인세를 1% 인하할 때 노동증가율이 0.18% 증가함을 보여 법인세 인하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결국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활성화와 생산 증대를 가져와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연구가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고용,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할 때는 법인세수도 증가했지만, 경제가 좋지 않을 때에는 법인세수도 감소했다. 예컨대 1997년 말 외환(外換)위기 직후 1998년 경제성장률이 -5.7%로 크게 떨어짐에 따라 1999년 법인세수 증감률도 -12.8%로 크게 하락하였고,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침에 따라 그해 법인세수 증감률도 -9.5%로 크게 떨어졌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도 경제성장과 법인세수는 양(陽)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는 법인세수 확보를 위해서 경제성장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한국,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 높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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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세법 개정안을 낸 김영록 새정련 국회의원. |
이상의 논의로부터 우리는 법인세수 증대로부터 부족한 복지재원을 조달하고자 한다면 법인세율 인상이 아니라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경기를 활성화시켜 기업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세원(법인소득)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율 인상이 법인세수 증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복지정책은 잘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복지재원도 급격하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또한 중국이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추월해 오고 있고, 일본은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우리의 수출시장을 잠식해 오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提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즉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를 올리면 경쟁력 약화로 기업 소득이 감소하여 법인세수가 줄어들고, 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법인세를 다시 올리는 등의 악순환(惡循環)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은 안정적 세수 확보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중앙정부 복지예산 124조원 넘어
사실 지금 논의의 중심에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복지공약을 내세운 결과 급격하게 증가하는 복지예산이 있다. 현 정부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중앙정부의 복지지출은 2015년 124조2000억원, 2016년 131조1000억원, 2017년 137조5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복지예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8.2%, 2016년 8.7%, 2017년 9.1%로 해마다 증가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5대 무상복지(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반값등록금, 장애인연금)의 올해 예산은 24조539억원으로 전체 복지예산의 22.6%에 달하고, 무상보육의 내년도 예산은 10조2256억원, 기초연금 예산은 10조280억원, 반값등록금은 3조9120억원, 장애인연금은 8489억원으로 무상급식 예산(미정)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5대 무상복지 예산을 넘어서는 등 향후 무상복지 예산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앞에서도 논의했듯이 법인세 인상으로 오히려 법인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무상복지 정책이 주어진 재원으로 소기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정책의 지속성이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경엽·유진성(《무상복지의 소득재분배 효과》, KERI Insight, 2013)은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는데, 그들에 의하면 무상복지 정책을 전(全)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면 전보다 지니계수가 낮아져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무상복지와 동일한 혜택을 소득 하위 10% 수준으로 한정해 제공하기 시작해서 이를 점차 확대시켜 나가면 지니계수가 점차 낮아지는데, 소득 하위 70%까지 복지혜택을 제공할 때 소득불평등의 개선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특히 소득 하위 40~70%에 대해 선별적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지원하는 무상복지 정책보다 적은 재원으로 더 큰 소득재분배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선별적 복지가 더 효과적
또한 이들은 다른 연구(《박근혜정부 복지정책의 비용추정 및 경제적 효과 분석》, 한국경제연구원, 2013)에서 현 정부의 세부 복지정책을 소득분배와 효율성 측면에서 평가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분석 결과,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크면서 고용과 GDP 감소 효과가 가장 작은 복지정책은 기초생활보장이고, 그 밖의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무상교육 등의 복지정책들은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면서 고용과 GDP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저소득층 위주로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선별적 복지정책이 소득재분배나 재원의 확보 측면에서 보편적 무상복지보다 효과적이며, 합리적인 기준으로 다양한 복지정책들의 효과를 분석하여 정책 시행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각 무상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재검토하는 작업이 요구됨을 말해 준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기업들이 돈을 잘 벌고 경제가 성장해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는 물적 토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무분별하게 복지공약을 남발하고 그 재원을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조달하려고 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된다. 이러한 우(愚)를 범하지 않길 정치권에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