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時論]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 : 월간조선

희한하게도 1997년 가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확하게 10년을 주기로 반복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7년 늦가을에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일어났고 그로부터 10년 후 2007년 초가을 글로벌 주택거품의 붕괴로 인해 신용경색이 발생해서 2008년 초가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부도사태로 이어졌다. 강방천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은 2년 전 모 유선방송에 출연해서 2017년 일본의 국가부도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러한 금융위기의 주범은 정치인인 경우가 많다. ‘정치’의 보편적 정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인데, 이는 결국 ‘국가의 예산을 멋대로 배분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공공(公共)의 목적에다가 사적(私的) 이해를 덮어씌우는 것은 정치인의 보편적 특성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런 정치인이 경제정책을 만든다. 10년을 주기로 반복하는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런 정치와 정치인이 만드는 것이다.

금년은 대선(大選)의 해다. 공교롭게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는 해는 우리나라에서 대선이 있는 해였다.

1997년 9~10월 外換시장 사정 양호

1999년 말 금융연구원에서 나온 ‘정치적 불안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논문에 보면, 정치불안 관련지수와 외환(外換)시장 압력지수의 변화를 나타낸 그림이 있다.

1996년 하반기까지 제로 아래에 머물던 정치불안 관련지수는 1997년 1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金賢哲)씨를 비롯한 YS정권 관계자들이 관련된 한보그룹 부도사태가 발생하면서 급등했다. 그해 3월과 4월에 또다시 집권세력이 연루된 삼미그룹과 진로그룹 부도사태가 발생하면서 정치불안 관련지수가 증가했다. 민간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마저 해외차입(借入)이 불가능했다. 1997년 초 시작된 금융위기는 본질적으로 김영삼 정권의 정실(情實)자본주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5월 김영삼 정부가 ‘신(新)자유주의 금융개혁법안’을 발표하면서 정치불안 관련지수는 급락했고, 이에 따라 금융위기도 해소되었다.

그해 7월 기아그룹 부도사태가 발생했다. 기아그룹의 부도는 기본적으로 CEO의 경영상 잘못이었고, 집권세력 관련설은 제기되지 않았다. 때문에 금융시장의 동요도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해 9월에는 동남아(東南亞) 금융시장에서 금융위기를 피해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에 대거 들어왔다. 10월에는 외국계(系) 은행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대출한도를 확대했다. 9월까지 외환시장 압력지수도 매우 낮았다. 따라서 기아그룹 부도사태가 동남아의 금융위기를 우리나라에 전염시켰다는 ‘전염이론’은 사실과 다르다.

그런데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 ‘DJ비자금 공방’, 즉 김대중(金大中)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을 둘러싼 공방이 시작됐다. 이와 함께 정치불안 관련지수가 거의 수직으로 치솟았다. 그 와중에 11월 국회가 YS정부의 금융개혁법안을 거부하자 국가부도사태, 즉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말았다.

금융개혁법안 무산

신한국당 이사철 대변인이 1997년 10월, 1992년 대선 당시 DJ비자금에 대해 폭로하고 있다. DJ비자금 공방과 금융개혁법안 무산은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이렇게 정치불안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린스턴대학교의 경제사회학자 카루더스 교수는 18세기 초 영국 런던에서 국채(國債)시장과 주식시장이 발생하게 된 과정에 관한 연구를 통해 “금융시장이 성립하려면 반드시 금융재산권에 대한 정치적 지급보증이 필요하다”는 명제(命題)를 도출해 냈다.

금융시장에서 거래하는 금융상품은 토지처럼 구체적(具體的)이지 않고 추상적(抽象的)이다. 따라서 금융재산권은 정치적 지급보증이 있어야 발행할 수 있고 금융재산권을 거래하는 금융시장도 성립한다. 역으로 정치적 지불보증이 없으면 금융상품은 존재할 수 없고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금융시장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1997년 상반기 사실상의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은 연이어 발생한 재벌그룹 부도사태에 집권세력이 깊이 연루되었고 이러한 사실이 금융시장에 대한 정치적 지불보증의 거부로 비쳤기 때문이다. 5월에 갑자기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정부가 발표한 금융개혁법안이 금융시장에 대한 정치적 지불보증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7월에 발생한 기아그룹 부도사태가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정치권 연루설이 없었고 금융시장에 대한 정치적 지불보증 거부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월에 DJ비자금 공방이 시작되자 금융시장에 국회가 정부의 금융개혁법안을 거부하리라는 예측이 떠돌았고 정치불안 관련지수가 거의 수직으로 상승했다. 11월에 국회가 실제로 이 법안을 거부하자마자 즉각 국내외 금융시장이 우리나라에 등을 돌려버렸다.

1998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따라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단행했다. 이는 1997년 11월 그의 추종세력이 국회에서 거부했던 김영삼 정권의 금융개혁법안과 거의 똑같은 것이었다. 이에 따라 2~3개월 만에 금융위기가 해소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왜 탄생했나?

이러한 성과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이어졌다. 이것은 독(毒)이 든 사과였다. 김대중 추종세력이 거부했던 신자유주의 금융개혁법안과 똑같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신속하게 금융위기를 해소했다는 사실은, 만일 1996년 가을 그들이 YS정권의 신자유주의 금융개혁법안을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도 않았으리라는 추론(推論)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주장이 확산될 경우, 김대중 정권은 금융위기(외환위기)의 원인 제공자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을 피해가기 위해 1997년 외환위기는 동남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기아부도사태 등을 계기로 한국으로 전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은 금융감독기능이 분산되어 체계적 감독을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1999년 1월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그리고 신용보증기금을 합쳐서 금융감독원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출범은 새로운 위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피감(被監)기관으로부터 받는 감독수수료에 의존하는 기관이다. 감독수수료는 금융감독원 수입의 70% 안팎을 차지한다. 이런 금융감독원이 피감기관을 똑바로 감독할 수 있을까? 게다가 금융감독원의 전직 직원들이 관련 법규를 무시하고 피감기관의 간부로 취임하는 일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저축은행사태 등은 바로 금융감독원의 이러한 문제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위기의 원인 될 수도

1999년 1월 4일 김종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감독원 개원식이 열렸다. 금융감독원이 만들어진 것은 IMF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미국 신용평가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들어낸 것과 흡사하다. 2007년 초가을 미국의 주택거품이 붕괴되기 수년 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은 담보부채증권(CDOs)이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신용평가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무디스와 S&P(스탠더드&푸어스)는 여기에다가 투자은행들이 원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신용등급을 제공했다. 담보부채증권은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등급보다 낮은 비우량(非優良) 모기지대출을 최고등급과 유사한 초(超)우량 투자등급을 가진 우량 모기지대출과 함께 패키지로 묶어 놓은 것이다. 바로 이 담보부채증권이 주택거품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무디스와 S&P가 이러한 위험한 금융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제공한 이유는, 그들이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평가수수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제도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피감기관이 원하는 과장된 엉터리 신용등급을 제공하는 유인(誘因)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원이 피감기관으로부터 거액의 감독수수료를 받는 제도는, 국가로 하여금 금융감독 기능을 포기하게 만드는 독약(毒藥)이다.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부실과 파산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또다시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2006년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회귀분석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처럼 권력의 견제가 불충분한 나라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같은 강력한 감독기관이 오히려 금융의 부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감독기관과 예금보험제도를 폐지하고 금융기관의 경영실적을 정직하게 공개해서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금융기관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주택거품을 만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정치가 금융위기를 불러오고 경제를 망치는 것은 외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알고 보면 미국의 정치가 만들어낸 것이다.

일부 미국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주택거품을 초래한 책임을 중국에 묻는다. 중국이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위해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가치를 낮춰야 했고, 이를 위해 미국의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債券)을 대대적으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장기(長期) 실세금리, 즉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사상(史上) 최저로 떨어졌고, 여기에 연동된 모기지율도 사상 최저로 감소했다. 이것이 미국에서 주택에 대한 무절제한 투자로 이어졌고 결국 주택거품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무역흑자(黑字) 대부분을 미국 재무부 채권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위의 가설(假說)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중국의 GDP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수출이 아니라 국내수요다. 게다가 중국의 총수출에서 대미(對美)수출의 비중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위의 주장과 정반대로 중국은 2005년 7월 통화(通貨)바스켓을 통한 관리변동제를 도입해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절상(切上)시키고 있다.

글로벌 주택거품을 초래한 주된 원인은 미국의 지나치게 느슨하고 비대칭적(非對稱的)인 통화정책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도 ‘정치’가 작용하고 있다.

2000년 말 미국에서 닷컴 주식이 폭락하자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미국의 중앙은행) 의장은 관례(慣例)를 무시하고 금리(金利)를 급속하게 떨어뜨렸다. 2001년 하반기에 단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됐다(실질금리란 은행이 제공하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수치다). 그 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무려 3년 반 동안이나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했다.

미국의 마이너스 실질금리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곤두박질쳤고 이것이 유럽과 글로벌 경제의 나머지 국가들에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강요했다. 자국의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유럽과 글로벌 경제의 나머지 국가들도 일제히 자국통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를 낮추려고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재무부 채권을 사려고 자국 화폐를 마구 찍어내는 바람에 유동성이 더욱더 팽창했고 이것이 주택거품을 계속 부풀렸다. 2004년 달러화의 글로벌 공급이 무려 25%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30년 이래 가장 빠른 증가속도였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나치게 느슨한 통화정책을 편 데 대해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시와 그린스펀의 野合

첫째, 그린스펀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목표는 자산가격 거품 억제가 아니라 소비자가격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제성장 촉진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통합유럽의 중앙은행은 주택가격 거품 해소를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로 채택했다.

둘째, 그린스펀은 자산거품이 발생하는 과정에서는 그것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린스펀 자신이 1996년 12월 ‘비이성적 활황(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제목의 유명한 연설에서 자산가격 버블의 발생을 알려주는 지표를 동원해서 닷컴버블의 발생을 지적한 바 있다.

셋째, 그린스펀은 이자율 인상만으로는 자산가격 거품을 신속하게 억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뉴질랜드의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소비자가격 인플레이션만으로는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올리면서 자산가격 거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서 주택가격을 안정시켰다.

그린스펀 의장이 무려 3년 반 동안이나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2004년 5월에 있었던 자신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직 연임(連任)과 그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再選)을 위한 것이었다.

그린스펀은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자신의 통화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부시(아버지)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데 대해 깊은 책임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 말 닷컴주식이 폭락해서 부시(아들)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해졌다. 부시(아들)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서는 닷컴거품에 버금하는 자산거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급격하게 금리를 떨어뜨려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만든 것이다.

그린스펀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부시(아들) 대통령은 그린스펀 의장에게 노골적으로 느슨한 통화정책을 강요했다. 그린스펀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자신의 연임이 확정된 2004년 5월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그는 그의 연임이 확정된 2004년 5월 이후 6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11월 대선 전까지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췄다.

물론 미국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사용한 데에는 분명히 중국이 뿜어내는 디플레이션 압력 해소라는 공공의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다가 그린스펀의 연임과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라는 사적 이해가 덮어씌워진 것이다.

미국의 정치구조가 금융위기 만들어

미국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나치게 느슨한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하게 만들어 자산거품을 초래하게 만드는 두 개의 정치적 요소가 있다. 그래서 미래에도 자산거품 붕괴로 인한 글로벌 증시 대폭락과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요소는 국제사회에 초(超)강대국이 오로지 한 개만 존재하는 단극(單極)체계다. 단극체계는 단극국가로 하여금 느슨한 통화정책을 사용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역사상 미국을 단극으로 하는 단극체계가 두 번 발생했다. 첫 번째 단극체계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경제가 쑥대밭이 된 1920년대에 있었다.

그때 미국이 금본위제(金本位制)와 자유주의시장경제의 재건을 위해 재(再)할인율을 낮추는 느슨한 통화정책을 사용했다. 재할인율이란 시중은행이 기업으로부터 할인하여 매입한 어음을 중앙은행이 다시 할인하여 매입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미국에서는 시중은행이 재할인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재할인율은 모든 금리의 하한선으로 이용되어 상징성과 파급효과가 있다. 그런데 미국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재할인율을 낮게 유지하는 바람에 유동성이 크게 증가해서 주가거품이 발생했다. 이 틈을 타고 스웨덴 출신 금융가 크루거(Iva Kreuger)가 다단계(多段階) 금융사기를 저질렀다. 그리고 마침내 1929년 10월 24일 주가대폭락이 발생하여 대공황이 시작되었다.

소련의 붕괴로 인해 발생한 두 번째 단극체계에서는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중국이 뿜어낸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한다면서 미국이 지나치게 느슨한 통화정책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는 바람에 유동성이 팽창했고 이것이 주택거품을 초래했다. 이 와중에 전 나스닥 회장 버나드 매도프(Bernard Madoff)의 다단계 금융사기가 일어났다. 그리고 2007년 늦여름 주택거품의 붕괴가 시작되어 글로벌 증시 대폭락과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두 번째 요소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그야말로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이사와 의장을 임명하고 그들의 연임을 결정한다. 연준 의장의 연임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연임을 원하는 이사와 의장은 대통령에게 잘 보여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통화정책은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와 목적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문제를 타개할 마땅한 방안은 없다. 대통령에게 종속된 연준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정치시스템 자체를 손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7년에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자산거품은 부시 대통령(오른쪽)과 그린스펀 연준 의장(왼쪽)의 합작품이었다.

다음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7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미국의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2016년까지 10년간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현재까지 5년째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연준은 최근 현재의 금리수준을 2015년까지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연준은 2016년에도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 그해에 대선이 있기 때문이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그린스펀의 후임자인 버냉키 연준 의장은 대공황 전문가답게 금리를 급속하게 내리고 두 번에 걸친 양적(量的)완화로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 민간부문의 부채를 공공부문으로 옮겨놓아 대공황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현재 미국의 단기 실질금리가 5년째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지되면 또다시 자산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미국경제는 바닥을 치고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있고 또다시 부(富)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는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올려 적절하게 과잉유동성을 회수하지 않으면 또다시 자산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

유동성 회수는 의도하지 않은 경기후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럽다. 미국경제가 대공황에서 벗어나던 1937년 미국정부가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심각한 경기후퇴가 찾아온 전례(前例)가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와 경제관료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다. 그래서 미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어도 금리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가 정치적으로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산거품이 계속 부풀어오를 것이다.

그러다가 2017년 말쯤 자산거품이 무너지기 시작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2년 전 유력한 주식전문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이 2017년에 일본이 국가부도를 내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일본이 국가부도를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GDP의 220%로 높지만 국가부채가 대부분 엔화로 발행되었기 때문에 엔화를 찍어내면 얼마든지 국가부도를 막을 수 있다. 만일 2017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다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의 나머지 지역에서 발생한 자산거품의 붕괴 때문일 것이다.

大選 후보들에게 경제공약이 없다

올해 12월 대선에서 우리 국민은 차기 정부의 마지막 해 2017년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영향을 최소화(最小化)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특히 앞에서 지적했듯이, 권력의 견제가 불완전한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감독원 감독기관과 예금보험제도가 오히려 은행의 발전을 가로막고,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경영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은행을 선택하게 하는 ‘경제자유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대선후보들을 보면, 경제자유화는 고사하고 경제공약다운 공약조차 볼 수 없다. 금융시스템의 정비, 성장잠재력 확충, 그리고 실물경제의 강 화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경제민주화’ 주장과 무분별한 복지확대 약속만 난무한다.

누가 되든 이들이 집권했을 경우, 경제현안을 적절하게 해결하고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2017년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금융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잘못된 정책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불사하는 정치인들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그들에게 속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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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경제를 망친다

2017년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 대비할 수 있는 대통령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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