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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

“트럼프, 재집권하면 北核 해결 적극 나설 수도”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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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정부의 한미 안보동맹 강화와 미국 중심의 경제협력 강화, 得과 失은…
⊙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시대로 갈까
⊙ 중국通의 동북아 전망 “중국은 절대 ‘완충지대’인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다”
⊙ 미·중 대립 속에서 중국行 막힌 한국 경제… 인도에 주목해야

申鳳吉
1955년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북한대학원대 북한학 박사 / 외무고시 12회, 중국 대사관 참사관 총영사, 외교통상부 공보관, 중국 대사관 경제공사, 한중일협력사무국 초대 사무총장, 駐요르단 대사, 駐인도 대사 역임. 現 한국외교협회장
사진=조준우
  최근 몇 년간 동아시아의 정세가 계속 변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한·미·일 3국의 동맹은 공고해졌고 한중 관계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을 복원하며 한·미·일-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남북한의 대립 구도도 격화되고 있다.
 
  수십 년간 동아시아 외교 현장을 누벼온 외교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서울 서초구 소재 한국외교협회에서 신봉길 회장을 만났다. 한국외교협회는 외교관들이 퇴임 후 그간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고 공공외교와 민간외교에 기여하며 후학(後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1973년 설립됐다. 현재 전직 외교관 2000여 명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중국 대사관 경제공사,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총장, 주(駐)인도 대사 등을 지냈고 북한을 6차례 방문하는 등 동아시아 전문가·중국통(通)·인도통으로 불리는 신 회장은 “40여 년간의 외교관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의 공공외교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한중 관계는 ‘역대 최저점’
 
2012년 10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국제포럼에서 신봉길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외교관 시절 중국, 일본, 미얀마, 요르단,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근무하는 등 동아시아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외교의 최대 현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한층 더 공고히 하고 대일(對日) 관계도 호전시키면서 동북아 안보동맹을 확고히 하는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반면 한중 관계는 역대 최저점을 찍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에도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한국과 중국이) 대립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그런 일시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웬만해선 극복하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 한중 관계가 계속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중 갈등, 시진핑 체제 강화, 한미 안보동맹 강화 등 여러 요인이 있을 텐데요.
 
  “국제무대가 미국과 중국 양대 슈퍼파워로 대립 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확실하게 미국 편으로 갔기 때문이라는 점은 명확해보입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실하게 전환했습니다.”
 
  ― 중국이 한미 관계 때문에 한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얘기죠? 최근 윤석열 정부의 한미 안보동맹 강화가 주된 원인입니까.
 
  “안보동맹도 있지만 경제동맹 강화도 큰 원인입니다. 2022년 미국 주도로 만든 반도체 동맹인 칩4(CHIP4:한국·미국·대만·일본)에 참여했고, 같은 해 출범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도 참여했습니다.
 
  칩4는 사실상 반도체 공급망 이슈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고, IPEF도 중국이 주도하는 통상무역 기구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보다 결속력이 더 높은 수준의 협력으로 RCEP를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경제공동체에 적극 참여하면서 노선의 선명성을 갖게 된 것이죠.
 
  이 공동체들은 과거 FTA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 기술표준, 공급망, 탄소 중립 등 경제와 안보 이슈를 모두 넣어서 새로운 협력 체계를 만들어낸 겁니다. 중국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갖고 있어요.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것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韓美의 안보·경제 동맹 강화
 
  신봉길 회장은 7년간 베이징에서 한국 대사관 총영사와 경제공사 등으로 근무했고 한중일협력사무국 초대 사무총장을 맡는 등 중국통으로 불린다. 중국 고위직 인사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그는 장시간 지켜본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 중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 한미가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을 동시에 강화하는 게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봅니까.
 
  “안보부터 봅시다. 작년 4월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의 확장 억제 강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 있었고, 같은 해 8월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이 강화됐습니다. 지난 7월에는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NCG(핵협의그룹)의 핵 작전 지침, 즉 한미 일체형 확장 억제(핵우산)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했죠. 우리에겐 큰 진전이지만 중국에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예전 정권들이 북핵과 안보 이슈에서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시했는데 지금 정권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겁니다.”
 
  ― 한국이 미국과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게 중국에 그렇게 자극이 될 일인가요?
 
  “중국이 이미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두 개의 슈퍼파워가 공존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거든요. 2017년 하버드대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 《불가피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유발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대립 구도)’에 빠져 사실상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존 슈퍼파워에 대적하는 새로운 슈퍼파워가 등장해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하면 80% 가까운 비율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 두 슈퍼파워가 공존할 수는 없는 겁니까.
 
  “서로 핵심 이익만 건드리지 않으면 공존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습니다. 경제적 이익과 안보라는 핵심 이익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죠.”
 
  ― 그래서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데 예민하군요.
 
  “뿐만 아니라 중국은 한·미·일 연합훈련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분단국가이고 북핵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바로 자국 국토 앞에서 연합훈련을 하는데 위협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 미국이 중국을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로도 압박한다고 느끼는 거죠. 예를 들어 대만과의 분쟁이 생긴다면 주한미군이 출동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요. 한국은 중국을 향해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 점에 소홀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너무나 가깝고 전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두 슈퍼파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들의 명분도 세워주고 잘 지낼 필요도 있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조선DB
  ―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한중 관계가 멀어지는 데는 구조적인 요인도 있지만 현재 중국의 자체적인 요인도 있지 않습니까. 시진핑 정권이 10년을 넘어 종신 집권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정치적 독재화, 전랑외교(戰狼外交·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력과 보복 등 공세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의 외교 방식), 경제성장률 저하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 내부적 요인도 있지요.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고, 북한 김정은과 직접 대화에 나설 때부터 동북아 이슈에서 중국은 소외되는 분위기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동맹 관계를 강화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더 확산된 겁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서서히 진행돼오다가 트럼프 체제에서 극렬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트럼프와 시진핑이라는 두 강성 지도자가 부딪쳤습니다. 미국은 트럼프-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중국 견제를 더 강화했습니다. 두 대통령이 전략은 달라도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흐름은 지속했고 중국과의 대립도 계속했습니다. 또 바이든·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미동맹이 돈독해지면서 여러 이유로 중국은 미국·한국과는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겁니다.”
 
  ― 문재인 정권 때도 중국과의 관계는 미묘한 불편함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외교 전략의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도 그랬지만 지금도 어차피 다른 나라들을 완전히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중국은 무엇보다 대국(大國)의 명분을 중요시합니다. 국제 관계의 정서상 대국과 소국의 외교 전략이 같을 수는 없어요. 소국은 실리를 차지하는 게 더 중요하고 무조건 동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전략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한국이 안보와 경제 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예우를 해주는 것이고,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또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에 좀 더 실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양국 정상의 양국 방문 횟수나 날짜 등을 똑같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봤자 중국에는 먹히질 않습니다.”
 
  ― 중국의 행태가 그렇다면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 강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게 효과적인 전략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전략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이 과거처럼 유일한 슈퍼파워가 아니고, 두 번째는 미국이 고립주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닙니다. 이라크 전쟁에서 돈은 돈대로 쓰고 젊은이들을 희생시켰는데 결과라도 좋으면 명분이 생기죠. 하지만 중동 지역 정세를 안정시켰습니까, 이라크를 민주화시켰습니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미국이 적극 개입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 내 여론이 다른 나라 일에 나서거나 희생하는 것을 반대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이라는 것이 얼마나 견고한지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고요.”
 
  ― 한미 현 정권의 한미동맹 강화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까.
 
  “물론 한미동맹 강화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북핵 확장 억제가 핵심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필요한 일이고, 이번 정부가 과거에 말만 오가던 확장 억제를 시스템화해서 강화했습니다. 큰 의미가 있는 일이죠.”
 
 
  멀어진 중국 시장의 대안
 
2023년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회동한 한·미·일 정상.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조선DB
  ― 중국 입장에서도 인접국인 한국과 계속 대립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 아닌가요.
 
  “당연합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길 기대하는데, 지금은 지나치게 미국 쪽으로 가버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중국과 일정 수준의 협력은 해야 한다고 봐요.”
 
  ― 중국과의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우리 기업들은 상당히 타격을 입었는데요.
 
  “과거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 하청 기업들도 중국에 대거 진출했는데 지금은 거의 철수한 상태입니다. 중국 시장을 놓친 데 대한 기업들의 고충 토로가 수없이 들어왔지요.”
 
  ― 미국과 경제협력도 강화했고 인도 등 다른 큰 시장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중국 압박 정책을 쓰고 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반도체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해선 컨트롤할 수 있겠지만 그 외의 다양한 제조 기술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과 외교 관계를 다소 회복해야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말이 유행했지만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안보고 경제고 미국과 중국 모두를 봐야 합니다. 안보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해졌고, 미국과 경제협력도 중요합니다. 우리로서는 미국·중국 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나라들인데 외부 요인 때문에 중국으로 가는 길이 막혀 답답함이 있죠.”
 
  ― 한국 경제의 탈(脫)중국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새로운 시장으로 인도가 있습니다. 인도는 인구수가 세계 1위이고 정부와 국민의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이 높아 성장가능성이 무한대에 가까운 시장입니다. 또 우리나라 경제에서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중국, 일본은 국제 관계 및 정부 간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인도는 이런 점에서 자유로운 시장입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해관계가 거의 없고 안보 면에서도 부딪칠 일이 없습니다. 인도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고요. 또 인도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역사적으로 갈등 관계가 지속돼왔기 때문에 한국 대기업들이 인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중국을 긴장하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 현 정부가 대일 관계를 강화한 만큼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나옵니다.
 
  “우리 국민이 과거 역사 때문에 아직 일본에 껄끄러운 감정을 갖고 있다 보니 조심스러웠지만, 사실 저는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 역사를 이젠 좀 넘어설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북한의 미묘한 관계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중국은 미국·한국을 경계하면서 북한과 더 밀접해질 것이고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미·일-북·중·러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데, 현재 구도를 신냉전이라 볼 수 있습니까.
 
  “북·중·러의 관계는 한·미·일만큼 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냉전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는 아닙니다. 특히 최근의 북·중·러 관계는 미묘한 엇갈림이 있죠. 먼저 북·중 관계는 공고하지 못합니다. 북한이 대북제재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데, 중국은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고, 중국이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불만들이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일 수 있어요.”
 
  ― 중국은 북한을 지켜줄 생각이 없는 건가요.
 
  “물론 아닙니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6·25 때 수많은 중국군이 희생해 지켜낸 곳이고, 한·미·일과 직접 접하지 않게 하는 완충지대입니다. 중국은 북한이 무너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남북통일을 가장 원하지 않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정말로 북한 정권이 흔들릴 정도가 되면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고 살려놓으려 할 겁니다. 사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은 규모나 경제 수준으로 볼 때 중국의 동북 3성 중 하나보다도 작은 곳이지만,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이 있어 넓은 국경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전략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북한과 중국의 역사적인 인연으로 볼 때 중국은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 손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 북한의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체제가 스스로 붕괴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특히 보수 진영에서 북한 체제 붕괴와 흡수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지만, 중국 고위 관료와 학자들은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북한 체제가 스스로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은 결국 다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1990년대 초반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제가 외교부에서 북한정세분석과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붕괴 가능성 논란이 일었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들은 북한도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중국 정부는 북한이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고 그 예측은 맞았습니다. 동구권과 북한은 근본적으로 달라요. 동구권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맛을 본 나라들이었고, 북한은 완전히 고립된 나라로 국경도 중국과 한국 외엔 없습니다.”
 
  ― 쿠데타 등 내부 붕괴 가능성도 없다고 봅니까.
 
  “쿠데타라는 것도 사람이 먹고살 만하고 다른 곳도 돌아볼 여유가 있어야, 또 권력을 어느 정도 쥐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세력이 북한엔 없습니다.”
 
 
  북핵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까
 
  ― 한반도는 여전히 핵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은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압박도, 회유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죠.
 
  “이미 지금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당장 해결할 방도가 있는 건 아닙니다. 김정은은 압박과 제재가 강해질수록 절대로 핵을 놓지 않고 더 집착할 겁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그랬습니다. 인도가 지금은 경제성장 중이지만 핵 보유 논란으로 국제제재를 받을 때만 해도 북한 수준의 경제력이었죠. 하지만 버텨낸 끝에 결국 핵을 보유하고 경제제재도 풀렸습니다. 인도는 엄청나게 규모가 큰 나라고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 핵개발에 나서는 등 특수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요.”
 
  ―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는 이미 김정은과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고, 압박 대신 회유로 북핵 문제를 풀어내려고 할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하노이 회담을 가질 때도 상당 수준의 합의를 해줄 생각이 있었다고 봅니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과 핵무기 연구소 불가역적 파괴 등 상당히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결국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는데요, 미국 측에서 존 볼턴 등 네오콘(neo-conservatives·신보수주의자)의 강한 반대 등으로 북한이 원하는 최소 수준의 대가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임기 중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업적을 세우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 내 지지율 하락과 각종 위기가 있어 더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했지만 다시 당선된다면 지지층 결집에 노벨 평화상까지 노리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겠지요.”
 
  ― 김정은 입장에서도 기대가 되겠군요.
 
  “이미 핵개발은 한 상태이니 핵 시설을 파괴하더라도 핵억지력은 보유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어차피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고 어느 정도 물러서서 경제제재를 푸는 게 목표일 겁니다. 다시 만나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는 데 대해 네오콘이 또 반대하지 않을까요.
 
  “네오콘은 말만 강경하지 책임감이 없다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퍼져 있습니다. 전형적인 안락의자의 전사들(armchair warrior)이라고 비판받고 있기도 하고요. 지난 하노이 회담 때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트럼프가 자신의 뜻을 밀고 나갈 것 같습니다.”
 
 
  미국 정치와 한반도
 
  ― 외교 현장에서 봤을 때 북핵과 관련한 결정적 위기 또는 해결 가능성이 보이는 시점이 있었습니까.
 
  “2002년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침공에 나서면서 대외적으로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북한을 향해서도 농축 우라늄 시설 등을 완전히 공개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원유 공급도 중단할 정도로 강력한 압박이었죠. 제가 그때 일 때문에 평양에 있었는데 북한은 엄청난 위기감과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는데, 결국 북한은 벼랑 끝 전술에 나섰습니다. 폐쇄했던 영변 핵 시설을 재개해 플루토늄 생산에 돌입했고, 2006년 핵실험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때(2002년) 적절히 협상을 했으면 이후 북핵 위기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경우 미국은 북핵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겁니다. 사실 북핵 문제가 미국 외교의 큰 관심사는 아닙니다. 지금 미국 외교는 중국을 어떻게 견제하느냐, 미·중 전략 경쟁의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최고 관심사입니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고, 지금 당장 해결할 뾰족한 방법도 없기 때문에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현상 유지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 국내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는 독자적 핵무장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국내에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습니다. 어딜 선정하든 지역과 여론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또 우리가 핵을 보유하면 기존의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완전히 무너지는 건데 미국이 다른 건 다 해줘도 그건 수용하지 않을 겁니다. 또 우리가 돈을 들여 핵무기를 개발한다 해도 실익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전술핵 재배치 한 번 하는데도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국내 여론 또한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요.”
 

  ― 남북 관계도 얼어붙어 있습니다.
 
  “남북이 대치할 것이 아니라 과거 개성공단처럼 어느 수준으로는 교류하면서 전쟁 위기를 만들지 않고 공존해야 한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세월이 가면서 북한도 변화할 수 있고 먹고살 만한 형편이 되면 실리적인 조건에 따라 핵을 포기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핵을 놓지 않는 것은 정말 가진 게 그것밖에 없어서입니다. 북한에 6차례 가면서 공항과 각종 시설을 돌아봤는데요, 북한의 경제력은 물론 군사력이라는 것도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종종 미사일 위협을 하는 것도 우리가 한미연합훈련 등을 할 때 시행하는 건데요, 우리 훈련은 두렵고 자기들이 그 수준으로 훈련을 할 수도 없으니 유일한 방법으로 항의하는 겁니다. 우리가 위협을 느낄 상대라기보다는 인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북한의 지도층은 3대를 거치도록 변한 게 없지 않습니까. 오물풍선 살포하고 위협을 일삼는 북한과 잘 지내기가 쉬울까요? 국제사회에선 북한 내 인권 문제도 계속 지적하고 있고요.
 
  “물론 인권 문제는 계속 지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대화가 돼야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 그동안의 신뢰 관계로 볼 때 김정은과 대화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북한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보여줄 것은 생존, 나아가 경제인 거죠. 한국을 공격하고 위협하는 것보다 생존 자체가 문제인 처절한 상황입니다. 경제제재를 풀고 국민에게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클 겁니다. 여지를 주면 대화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인도는 가능성 무한대의 나라
 
2023년 9월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인도 모디 총리. 사진=조선DB
  동북아 정세에 대한 얘기에 이어 신 회장은 인도 얘기를 꺼냈다. 중국의 대안이 되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성장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인도 대사를 지냈고,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인도에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인도는 가능성이 무한대인 나라입니다. 국가 최대 목표가 경제발전이고 인구가 14억인데 1인당 GDP가 아직 3000달러가 안 됩니다. 성장률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또 과거 사회주의 경험이 있어서 국민들의 자본주의와 경제발전에 대한 바람과 열망이 강합니다. 인구수도 이미 중국을 넘어선 세계 1위인데다 인구 구조도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젊은 인구가 많아지는 추세여서 경제에 활력이 생길 여지가 많아요. 교육열이 높아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도 인도 출신 CEO가 많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죠.”
 
  ― 모디 총리는 한국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는 막혀 있는 중국 시장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기회죠. 2014년 취임해 쭉 인도를 이끌고 있는 모디 총리는 인도의 최대 목표를 경제발전으로 제시하면서 성장모델로 한국을 택했습니다.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부터 인도가 가야 할 경제발전의 모델은 미국, 유럽, 일본이 아닌 한국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또 인도 사람들이 한국에 좋은 인식을 갖고 있어요. 인도가 못살던 1980~1990년대에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대기업들이 진출해서 어렵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중국과 동남아 진출은 많이 했지만 인도는 문화도 인종도 다르기 때문에 진출하거나 자리 잡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때 인도의 가능성을 보고 진출한 기업들은 이미 인도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또 중국과 역사적으로 갈등 관계가 있어 중국 기업이 자리 잡기 힘든 면이 있어 한국 기업에는 여러 장점을 갖춘 시장입니다.”
 
  ― 세계경제에서 인도가 중국의 라이벌이 될 수도 있겠죠.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지만 성장가능성이 무한대, 즉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현지에서 느끼는 가능성은 어마어마해요. 전 세계가 인도에 관심을 갖고 몰려들고, 외교관들 사이에서도 인기 부임지로 부상해 경쟁이 치열할 정도입니다. 인도가 급성장하는 시기에 재임하면서 한국에는 희망의 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인도 진출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北 압록강·두만강 여행하고 싶어”
 

  ― 장점 많은 인도 시장에 단점이 있다면요?
 
  “인프라가 비교적 부족하고 확장 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엄청난 스피드로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토지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어서입니다. 인도는 사유재산에 대한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기업인들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인프라는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생활환경도 열악한 편이고요. 우리에게 익숙한 아시아 국가들과는 문화가 다르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할 공간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됩니다.”
 
  1978년부터 2021년까지 43년간 외교관으로 재직한 신봉길 회장은 자신이 외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공존’이라고 했다.
 
  “전 세계 많은 나라를 가봤지만 정작 가까운 곳은 못 가봤습니다. 아름답다는 얘기만 들은 삼지연폭포, 지리책에서 본 우리나라에서 제일 춥다는 중강진, 압록강과 두만강 등을 여행해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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