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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제2의 창군’ 국방혁신 4.0 ② 무기체계 획득 절차 개선

‘北 광폭 원천 봉쇄’… 무기 실전 배치 속도 높인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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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차의 투명성에 초점 맞추니 무기 배치 늦어져… 효율성 높여야”
⊙ “年 평균 약 1조8000억원의 국내 방산수요 창출, 4조8000억원의 산업생산 효과”
⊙ 무기는 軍이 쓰는데… 정작 軍 요구 사항 반영 어려워
⊙ “핵심 성능 충족한 무기, 실제 사용해가며 성능 향상시킬 것”
⊙ 민군(民軍) 공동 연구개발 기관 설립… “한국형 국방혁신단(DIU) 설립 연구 중”
⊙ “무기체계 획득, 국방부가 중심 돼야”
⊙ “방산 수출 K-9 자주포, K-2 전차, 천궁-Ⅱ에 집중… 첨단 무기라고 보긴 어려워”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진=조선DB
  첨단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 군(軍)의 무기 실전 배치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국방혁신위원회는 국방혁신 4.0 계획을 수립하면서 평균 14년 이상 걸리는 현행 절차를 7년으로 대폭 단축할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우리 군을 신속하게 첨단 무기체계로 무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해 12월 20일 국방혁신회의 3차 회의를 주재하며 “무기체계 평균 획득 기간을 대폭 단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공정한 접근 기회, 부패 소지 방지 등을 고려한 일반적 절차를 전력(戰力) 획득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철 지난 무기를 배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는 재정 낭비일 뿐 아니라 안보 무능”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군은 첨단 무기를 활용해 북한의 군사 도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무기체계 획득 절차. 소요 기획 후 사업에 착수하는 과정에만 평균 4년 2개월이 걸리고, 무기를 실전 배치하기까지 14년 이상이 걸린다.
 
  민간 기업, 방산 사업 참여 부담스러워해
 
  무기를 실전 배치하기까지, 이렇게까지 긴 기간이 걸리는 까닭을 먼저 살펴보자. 국방부 관계자는 “무기 하나를 도입하려면 소요 결정부터 소요 검증, 사업 타당성 조사, 시험평가까지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현행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따르면, 무기체계 획득 절차는 소요 제기 및 결정-선행(先行)연구-소요 검증-사업추진방법 결정-연구개발-시험평가-최초 양산 및 야전운용시험-후속 양산 및 배치 순서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딸린 세부 검증 과정을 모두 더하면 그 단계는 자그마치 150~200개에 이른다. 연구개발이 아닌 기존 무기체계를 구입하는 방법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기체계 최종 수요자는 군이지만, 정작 군의 요구 사항 반영이 제한된 점도 문제다. 현행 규정상 군은 무기체계 소요 제기만 할 수 있다. 선행연구는 방위사업청이, 사업 타당성 조사는 기획재정부가 맡는다. 방산(防産) 비리 예방을 목적으로 단계마다 각기 다른 기관을 검증 주체로 둔 것이다. 이전 단계에서 검증한 항목을 각 기관이 다시금 검증하면서 실전 배치가 늦어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교적 단순한 무기체계를 도입할 때나 이미 전력화된 무기체계의 성능을 개량하는 과정 역시 같은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첨단 무기가 알맞은 때에 보급되기 어렵고, 보급되더라도 이미 ‘철 지난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과도한 반복 검증 탓에 사소한 불량 문제라도 방산 비리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며 “첨단 과학기술을 갖춘 민간 기업이 방산 분야 사업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중복 검증 과정 개선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1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에 국방 전문가들은 무기체계 획득 절차를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획득 절차 효율화 ▲무기체계 특성에 맞는 획득 방법 다변화 ▲민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방산 비리 프레임 제거 ▲무기체계 획득 거버넌스 개편 등이다.
 
  먼저 군은 기존 무기체계 획득 절차를 효율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소요 결정 이후 진행되는 선행연구와 소요 검증을 소요 결정 이전에 ‘통합 소요 기획’으로 묶어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규정은 선행연구와 소요 검증을 군 외부 기관이 맡아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앞선 과정에서 이미 검증한 항목을 중복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업 지연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해군 중장 출신인 김판규 국방혁신위원회 민간위원은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 과학기술을 무기체계에 신속히 적용하려면 중복 검증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무기체계 도입에 걸림돌이 됐던 사업 타당성 조사 역시 지금보다 유연해진다. 군은 사업 타당성 요구 시기를 연 2회에서 연 4회로 늘리고, 연구개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끝마친 경우 양산 사업 타당성 조사를 생략할 방침이다. 사업 타당성 조사에 쓰이는 사업비 규모가 작다는 것도 문제다. 사업 타당성 조사 기준은 지난 2011년 설정됐지만, 사업비는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그사이 조사 대상 사업 건수는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제한된 예산 탓에 소요 대비 약 60%만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 타당성 조사가 지연되면 무기 실전 배치는 자연스레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방혁신위원회 민간위원인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요 기획 후 사업에 착수하는 과정에만 평균 4년 2개월이 걸린다”면서 “선행연구와 소요 검증을 통합하고, 사업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규모를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작전운용성능 수정에 융통성 부여
 
  무기체계 소요는 결정하기도 까다롭지만, 한 번 결정되면 수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연구개발을 거치며 최초 소요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연구개발 중간에 기준을 변경하게 되면 방산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감사를 받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단계별 검증 주체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군은 작전운용성능(ROC) 설정과 수정에 융통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기술발전 추세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에서 작전운용성능을 설정하고, 연구개발 단계에서 이를 최종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무기의 시험평가 항목 역시 보다 유연해진다. 현행 규정은 ‘합격’ 또는 ‘불합격’만으로 무기 도입을 결정한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이런 이분법적 규정이 무기 도입을 지연시킨다고 비판해왔다. KUH-1 수리온 헬기 시험평가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시험평가 당시 수리온 헬기가 영하 40도 이하의 안개 낀 지역에서 장시간 비행하면 기체에 얼음이 생겨 비행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든 필수 성능 평가에는 합격했는데, 이 기능을 충족하지 못해 도입이 늦어졌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극한 환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가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예산 수백억원을 추가로 들여 미국 오대호(五大湖) 지역으로 헬기를 가져가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군은 ‘조건부 적합’ 항목을 추가해 무기체계의 전력화 지연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김판규 위원은 “현행 시험평가는 민간 개발 업체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부수 기능 평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시험 평가가 지연되면 업체는 막대한 규모의 지체상환금을 내야 한다”면서 “첨단 과학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민간 기업이 방산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무봉 국방혁신위 특별 보좌관은 “이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무기체계가 핵심 성능을 충족한다면 실제로 사용해가며 성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도 무기 획득 절차 간소화 노력 중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미래형 장갑차’ 레드백.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군은 무기체계 획득 절차를 기존 2가지(구매·연구개발)에서 3가지(신속 소요·시범사업 후 획득·소프트웨어 획득)를 더해 5가지로 다변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신속 소요 획득 제도를 보자. 이 제도는 2023년 8월 신설됐다. 획득 방법과 획득까지 걸리는 시간에 따라 긴급 소요, 중기 소요, 장기 소요로 나뉜다. 무기 소요 제기부터 실전 배치까지 각각 2년 이내, 3~7년, 8~17년이 걸린다. 신속 소요 획득 제도가 적용된 주요 사업에는 F-22 성능 개량 사업, 사거리연장포(ERCA) 사업,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사업, 통합시각훈련장비 사업 등이 있다.
 
  성능이 입증된 기술을 활용하는 무기체계 역시 기존 일반 획득 절차를 축소 적용할 방침이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장갑차 레드백이 대표적이다. 레드백은 월등한 공격 능력과 최첨단 방호설비를 갖추고 있어 ‘미래형 장갑차’로 불린다. 군 당국은 신속 소요 획득 제도를 적용해 3년 이내에 레드백을 전력화할 계획이다. 개발이 완료된 기술을 활용해 무기체계 성능을 개량하는 경우에도 신속 소요 획득 제도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시범사업 후 획득 제도가 신설됐다. 신속 소요 획득 제도가 적용됐더라도 실제 무기 도입 시 따르는 어려움을 보완하려는 방안이다. 무기 소요 결정 이전에 군이 민간 혁신 무기를 시범 운용해보고, 활용성이 입증되면 5년 내로 이를 획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찰, 경계용 다족보행 로봇과 상용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체계가 대표적이다.
 
  미국 등 국방 강국 역시 무기 획득 절차를 줄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4년 신속획득법(OTA)을 개정하며 신속 획득 절차 신설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신속획득법은 2~5년 내에 무기체계 개발이나 개발된 무기의 실전 배치를 가능하게 한다. 2016년에는 사업 착수 이후 5년 이내 전력화가 가능한 기술을 도입하는 내용의 중간 단계 획득(MTA) 제도를 만들어 기존 체계를 보완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 역시 미국의 중간 단계 획득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만들어 긴급 소요와 중기 소요 사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 육군은 무기 도입 절차에 참여하는 부서와 기관을 통폐합해 미래사령부(AFC)를 신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무기 도입 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미 국방부는 앞으로 무기 도입 기간을 더 줄여 인공지능(AI)과 군집 드론을 탑재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부터 드론 결합 장갑차, 극초음속 유도무기 등 미래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국의 국방혁신센터(IRIS), 프랑스의 국방혁신국(DIA)도 무기 도입 기간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한국형 DIU 설립 추진
 
소프트웨어 획득 제도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정책 연구를 거쳐 2024년 내 관련 법규가 개정될 예정이다. 사진=방위사업청
  소프트웨어 획득 절차 역시 개편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성능을 개선하려면 일반 획득 절차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외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군 안팎에서 제기돼왔다. 군은 기존의 요구-설계-개발-시험-배치 단계를 거치는 계단식 절차를 요구부터 배치까지의 과정이 능동적으로 지속되는 구조로 바꿀 계획이다. 군은 소프트웨어 획득 절차를 올해 창설 예정인 국방 AI 센터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방 AI 센터는 국방 사업 기획, 데이터·플랫폼 구축, 체계 개발 및 신속 적용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방 AI 관련 총괄 기관이다. 무기체계·전력지원체계·정보화체계 획득 시에도 소프트웨어 획득 절차가 적용된다.
 
  김판규 위원은 “항공기나 함정 같은 무기체계는 한 번 도입하면 이삼십 년은 쓴다”면서 “무기체계 특성에 맞는 획득 방법이 마련됐다면, 무기 수명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군과 민간 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연구개발 생태계도 조성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간한 2022년도 연구개발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민간 기업의 R&D 투자금액은 89조4213억원으로 전체의 79.4%에 달했다. 같은 해 공공연구기관은 12조9186억원, 대학은 10조3061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사실상 민간 기업이 국내 R&D 업계를 이끄는 셈이다.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민군(民軍) 공동 연구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해 5월 열린 국방혁신위 출범식에 참석해 “민간 과학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신기술이 국방 분야에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DIU(Defense Innovation Unit·국방혁신단)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DIU가 설립된다. 미국의 DIU는 미 국방부 연구공학차관실 산하 전문기관으로 실리콘밸리 내 첨단 IT 기업과 협업해 군이 필요한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돈 약 1조3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50개 이상의 민간 기업이 DIU와 협업하며 AI, 자율화, 사이버, 휴먼 시스템, 우주 능력 분야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전투원 건강상태 확인용 손목시계, 소형 드론, 무인 잠수정 등이 DIU의 결과물이다.
 
  첨단 기술이 반영된 장비가 시험 평가를 거쳐 납품되기까지 불과 1~2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DIU의 장점이다. 유무봉 특보는 “한국형 DIU는 군이 현장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가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산 비리 프레임’ 제거해야”
 
  무기체계 획득 절차 개선은 꾸준히 있었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 2006년 방사청이 설립됐을 당시 129건이었던 무기체계 획득 관련 규정은 2020년 204건으로 약 58%가량 불어났다. 이에 대해 하태정 위원은 “무기 획득 절차를 투명성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하다 보니 관련 규정이 계속해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착화된 ‘방산 비리 프레임’을 제거해야 무기체계 획득 절차 단축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하 위원은 “방위사업감독관실(감독관실)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독관실은 정부 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의 ‘방위사업 비리 근절 우선 대책’의 목적으로 지난 2015년 12월 설립됐다.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설립 목표는 달성했지만, 도리어 실무자들이 경직돼 업무 효율성이 저하됐다는 게 하 위원의 생각이다. 하 위원은 “자신이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는 업무를 맡겠느냐”면서 “가장 신속하고 혁신적으로 움직여야 할 국방 관련 실무자들이 오히려 가장 늦게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감독관실을 폐지하면 비리가 늘어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하 위원은 “방산 관련 실무자의 윤리 의식은 이제 선진국 수준 이상”이라면서 “마치 비리 집단인 양 군 조직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은 투명성 때문에 군과 일을 못 하겠다는 민간 기업이 많다”며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판규 위원도 “해군 함정을 만들 때에도 첨단 기능 장착을 고민하는 대신 비리가 발생하지 않는 쪽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감독관실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 획득 기간이 목표대로 단축된다면 경제 효과 역시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하 위원은 “목표를 달성한다면 한 해 평균 약 1조8000억원의 국내 방산 수요 창출과 4조8000억원의 산업생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23년도 방위력개선비(무기체계 획득에 필요한 비용)가 약 16조9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의미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방위사업법 개정… 각군 소요 결정 가능
 
  국방혁신위가 지난해 출범한 뒤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8월 신속 소요 획득 제도가 도입됐고, 지난 2월 6일에는 ‘방위사업법’이 개정 시행됐다. 육·해·공군 등 각군이 일부 무기체계에 대해 소요를 직접 결정해 신속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사업 규모가 크지 않고 각군에서 단독으로 필요한 무기체계에 대해선 각군 총장이 소요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업은 국방부가 결정해 기재부 협의를 거쳐 사업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는다.
 
  또한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7월 ‘방위력개선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라 신산업 분야의 우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방산 사업 참여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의 신속 시범 사업에 과제를 제안해 채택되고 해당 과제의 수행기관으로 참여한 방산기업은 제안서 평가 때 가점 1점을 받는다. 또 신속 시범 사업에 제안한 과제 중 군사적 활용성이 인정돼 군이 후속 구매사업을 추진하면, 해당 과제를 수행한 기업이 얻는 기종 결정 종합평가 가점이 현행 1점에서 3점으로 늘어난다.
 
  국방혁신위 측은 이런 변화를 반기면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선 무기체계 획득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주도로 무기체계 획득 절차가 진행된다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하태정 위원은 “이를 위해 수많은 법률이 개정돼야 하고, 여러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면서도 “미국·영국·프랑스·이스라엘 같은 국방 강국처럼 우리 역시 무기체계 획득체계 거버넌스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 수출 무기, 첨단이라고 보기 어려워”
 
신원식(오른쪽 세 번째) 국방부 장관이 2월 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 참여했다. 사진=국방부
  국방부와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약 140억 달러(약 18조6000억원)로, 2년 연속 방산 수출국 세계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목표였던 2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고, 전년도 실적인 173억 달러보다 줄어든 규모지만, 질적으로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방산 수출 대상국이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으로 늘었고, 수출 무기체계도 6개에서 12개로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하태정 위원은 “우리가 수출한 무기체계를 들여다보면 주로 K-9 자주포, K-2 전차, 천궁-Ⅱ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들 무기를 첨단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꾸준히 성능 개량이 이뤄지고 있지만, K-9 자주포는 1999년, K-2 전차는 2014년, 천궁-Ⅱ는 2020년 각각 실전 배치됐다. 하 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충격으로 생긴 틈새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를 본 것”이라며 “성과를 평가절하해선 안 되겠지만, 우리가 첨단 무기체계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는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규 위원 역시 “한국은 북한이라는 위협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준비된 상태였다”며 “오늘의 성공에 취하지 말고, 우리 군의 첨단 무기체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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