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재명 헬기 이송 등으로 소외 의식 깊어져
⊙ 부산 지역에서 민주당 5~6석 전망… 중도층은 “민주당 투표할 것”
⊙ “민주당이 부산에서 당선되려면, 3박자(지역구, 개인기, 바람) 맞아야”
⊙ 김무성 전 대표 출마 두고, “언제 적 김무성이고” vs “ 힘 있는 사람 돼야”
⊙ “보수 정당 그냥 찍어주니 대통령이랑 가까운 사람 양지로 보내고…”
⊙ 울산에선 당대표 임기 못 채운 김기현에 대한 동정 여론 있어
⊙ 부산·경남 유권자, 尹 대통령보단 韓 위원장에 기대 더 커
⊙ 부산 지역에서 민주당 5~6석 전망… 중도층은 “민주당 투표할 것”
⊙ “민주당이 부산에서 당선되려면, 3박자(지역구, 개인기, 바람) 맞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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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남 유권자, 尹 대통령보단 韓 위원장에 기대 더 커
- 부산광역시 전경. 사진=부산시
정부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대 병원 헬기 이송 등 화제가 된 사건들은 부산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부산 유권자들은 이번 22대 총선(4월 10일)을 어떻게 볼까. 선거까지 60여 일, 설 명절을 앞두고 부산을 찾았다.
부산에는 현재 18개 선거구가 있다. 2020년 4월에 치른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15석, 더불어민주당이 3석을 얻었다. 이번 22대 총선에선 지역구 2곳(부산 남구갑, 남구을)이 인구하한선(21대 기준 13만9000명)을 충족하지 못해 하나로 합쳐지고, 인구상한선(27만8000명)을 넘은 ▲북구·강서구갑 ▲북구·강서구을 선거구는 ▲북구갑 ▲북구을 ▲강서구로 나누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부산 선거는 ‘보수 6, 진보 4’의 구도다. 대체로 보수 정당 후보가 유리하다. 민주당으로 출마하는 후보는 지역구에 ‘외지인 비율’이 높고 이른바 ‘개인기’도 뛰어나야 하며 ‘바람’을 타야 당선된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부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8.2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8.15%를 득표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부산의 낙동강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이 선거 바람을 타지 않으면 오차 범위에서 쉽게 패할 것이다”고 말한다.
21대 총선, 국민의힘 15석, 민주당 3석
21대 총선에선 민주당 박재호 후보(남구을, 재선, 50.50% 득표)가 미래통합당 이언주 후보(48.74%)를, 전재수 후보(북구·강서구갑, 재선, 50.58%)가 미래통합당 박민식 후보(48.57%)를, 최인호 후보(사하구갑, 재선, 50%)가 미래통합당 김척수 후보(49.13%)를 이겼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12곳, 민주당 5곳, 무소속(사상구 장제원 후보, 이후 새누리당 복당) 1곳에서 당선자가 나왔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16곳,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2곳(사하구을 조경태, 사상구 문재인 후보)에서 승리했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과반(151석)을 차지했던 2008년 18대 총선에선 당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조경태(사하구을) 후보가 유일한 당선자였다. 한나라당 후보 11명, 무소속 5명, 친박연대 1명이 당선됐다.
부산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초선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영향력 있는 다선 의원이 부족했다”며 “지역에선 부산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당선자 15명 중 9명이 초선 의원이다. 3선 이상으로는 서병수(5선), 조경태(5선), 김도읍(3선), 이헌승(3선), 장제원(3선), 하태경(3선) 의원이 있고 재선 의원은 없었다.
부산역 대합실에서 해운대에 사는 50대 주부 김주연씨와 이야기했다. 김씨는 “그래도 부산이 제2의 도시인데 날이 갈수록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중앙 정치에서도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 사람들이 엑스포 유치하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물론 이런저런 사정을 볼 때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막상 유치에 실패하니 ‘중앙 정치가 부산에 무심해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하며 소외감도 느낍니다.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치료받지 않고 헬기 타고 서울로 간 것도 부산을 무시한 거 아니겠습니까? 보수 정당 후보로 나오면 그냥 찍어주니 부산이 만만하다고 생각해 대통령이랑 가까운 사람을 양지로 보내고….”
“부산에 돌아오는 것 없어 섭섭”
70대 남성 장순구씨는 원도심인 동구에서 나고 자랐다. 장씨는 선거에서 지금껏 보수 정당에만 투표해왔다고 말했다. 오는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을 뽑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장씨의 이야기다.
“우리는 보수당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데 정작 우리(부산 지역)한테는 돌아오는 게 없어 섭섭합니다. 부산 출신 대통령(문재인)이 나왔는데도 부산에는 별거 없었잖아요. 결국 보수당이 잘하고 지역 발전을 이끌 능력 있는 정치인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안 보여요.”
40대 여성 직장인 박영미씨는 부산진구에 산다. 투표는 정당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결정하는 ‘무당파’라고 했다. 박씨의 이야기다.
“부산 사람이라고 해서 꼭 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때그때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고 투표하죠. 윤석열 정부는 기대 이하입니다.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을 거 같아요. 부산 사람들은 열 명이면 이 중 4명은 보수고, 진보는 2명, 나머지 4명은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찍는 거 같아요.”
50대 남성 자영업자 이정식씨는 부산 남구에 산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민주당이 잘해서 지지한다기보다는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민주당에 투표합니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유리하지 않을까요? 윤석열 정부가 뭔가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잖아요. 부산에서도 당선자가 지난번보다는 많이 나올 거 같아요.”
부산 유권자들은 부산을 대표하는 이른바 ‘거물 정치인’이 없어 아쉬워도 했다. 퇴직 후 노후를 보내는 60대 김영식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부산 출신 거물이 없다”며 “그전까지는 부산에서 국회의장도 배출했는데 이젠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부산은 16대 국회에서 박관용(동래구, 후반기), 18대 김형오(영도구, 전반기), 19대 정의화(중구·동구, 후반기) 국회의장을 배출했다. 부산에 기반을 둔 유력 다선 정치인도 다수 나왔다.
두 명의 국회의장을 배출한 중구·영도구. 이곳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 지역구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출마 선언을 한 곳이다.
지난 2월 6일 부산역에서 영도 태종대로 향하는 101번 버스를 타고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내렸다. 한 초등학교 앞에서 공공근로(노인일자리사업, 만 65세 이상) 조끼를 입고 건널목 앞에 서 있는 두 노인에게 ‘4월 선거 때 어느 당을 찍을 것인가’를 물었다.
두 여성 모두 “김무성을 찍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래도 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지역이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1월 17일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자기가 뽑은 정치인이 뉴스에 오르내리면 왠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한 극명한 好不好
영도구민의 생각이 궁금해 태종대 버스 종점까지 갔다. 영도에 거주하는 50대 버스 기사 김모씨는 김무성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한 물음에 “언제 적 김무성이고…. 그만큼 했으면 됐제…”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것이지만 김무성 전 대표에게는 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역민 반응은 “그만하면 됐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힘센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호불호가 명확해 “잘 모르겠다”는 식의 중간은 없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월 1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록 불출마로 끝났지만 김 전 대표의 거취는 소외감을 극복하려는 부산 유권자들의 바람을 자극했었다.
영도 인구는 약 9만7000명, 중구 인구는 3만9000명이다. 영도 유권자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원도심이 자리한 중구가 다소 보수적이라면 영도는 호남 출신이 많다. 영도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중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보통 민주당이 40% 이상 득표한다.
부산에서 영도는 선거운동하기 가장 쉬운 곳이다. 부산역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누가 어디 사는지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영도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영도다리 앞에 서 있으면 된다. 영도다리를 지나는 100명 중 95명은 영도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영도에 출마하는 이들은 중구 광복동 롯데백화점을 지나 남포동(중구), 대교동(영도구)을 잇는 영도대교 초입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한다. 영도경찰서 근처에 이르자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선거사무실이 보였다. 조 전 장관은 1월 10일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당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어민들을 보호하고 사실을 알리기 위해 욕받이를 자청했다”며 “욕을 먹어가면서도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주민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영도에서 태어나 사무관 생활도 영도에서 시작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냈다. 중구 자갈치시장 현대화, 동삼동 해양클러스터, 부산 북항 재개발 등을 추진했다.
중구·영도구에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비오 전 청와대 행정관. 이번이 6번째 도전이다. 2008년(득표율 9.5%)부터 도전했다. 득표율은 2013년 22.31%, 2016년 40.74%, 2020년 44.91%. 지역에선 “동정표가 상당하다”고 말한다.
김비오 예비후보 본인은 4전 5기라고 표현하지만 한 번은 야권 예비후보 단일화로 출마를 양보했다. 김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며 “국민의힘은 앞서 문제가 된 현역 의원을 공천한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4번이나 떨어진 덕분에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보수·진보를 떠나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서구는 부산에서 가장 많은 예비후보가 등록한 선거구(11명, 국민의힘 8명, 민주당 2명)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과 직결된다. 《부산일보》 출신 안병길 의원의 지역구다. 이곳에는 앞서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이 벌어진 부산대병원 본원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 원도심의 핵심 지역이었지만 인구가 줄어 동구와 서구는 20대 총선에서 합구가 됐다.
점심시간을 맞아 선거사무소가 모여 있는 곳 인근의 카페에 들렀다. 손님으로 가득 찬 카페에 30%가량이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국민의힘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의 명함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돌렸다. 기자도 명함을 받았는데, 이는 불법이다. 예비후보자 본인과 신고된 선거사무원을 제외하고는 명함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YS 손자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
서구·동구에 출마하는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1989년생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의 둘째 아들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 서구에서 7선을 지냈다. 선거사무소에선 김 예비후보가 부산대학교병원 관계자들과 한창 면담 중이었다. 사무소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게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좌진 시절 김 예비후보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돕고 있다. 김 예비후보도 국회에서 무급 인턴부터 시작해 국회의원 비서 생활을 했다.
김 예비후보에 대한 현지 반응을 물으니 이 관계자는 “‘부산에 연고가 없다’고 지역 언론부터 시작해 비방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YS의 손자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선거사무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 경선에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예비후보는 아침 7시 반부터 거리 인사를 시작해 시장 골목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많을 땐 하루에 명함을 3000개가량 쓴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와 선거를 돕고 있다. 주로 선거, 공천 실무에 관해 조언해준다고 한다.
김인규 예비후보는 “큰 정치,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실천하고자 서구·동구에서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젊은 소장파가 돼 필요할 땐 쓴소리도 하며 정직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지역 토박이들은 “젊은 사람이 이곳에서 잘 자리를 잡아 다선 의원이 돼 지역 발전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의 선거사무소는 부산대병원을 지나 동아대 부민캠퍼스 부근에 있다. 예비후보로 등록을 안 한 상태라 건물 밖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 않았다. 안 의원은 한창 시장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안병길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는 당협위원장이자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유리하다. 이미 한참을 앞서가고 있다”며 “밑바닥 전략을 바탕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역인 안병길 의원을 경선에서 이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김인규 예비후보가 젊음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혹시 모를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권 이후 편파보도에 항의하다 해고된 이영풍 전 KBS기자도 서구·동구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출신, 당선되려면 최소 10년 버텨야”
지역구 합구가 유력한 남구갑과 남구을을 찾았다. 선거구 획정에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따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남구갑은 초선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지역구다. 매주 토요일 오전 지역 주민과 민원 시간을 갖는다. 당선 이후 지금까지 약 170회, 5000명 이상을 만났다고 한다. 남구갑에 출마 등록을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박수영 의원이 유일하다. 박수영 의원실 관계자는 “합구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수영 의원이 부산 지역에선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남구을 현역 재선인 민주당 박재호 예비후보는 세 딸이 선거를 돕고 있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선거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출마해 내리 3번을 낙선한 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
이 관계자는 “부산에서 민주당 출신이 당선되려면 최소 10년을 버텨야 한다. 이곳은 노력만 해선 안 되고 운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의원 직통번호를 알려주고 적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가 합쳐진다는 소식에 남구 지역 유권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구갑 지역구에서 만난 40대 주부 김미연씨는 “남구 주민들은 두 의원 모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한다. 둘 중 한 명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차라리 선거구 합구가 불발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남구 지역 주민들은 이 두 정치인에게 모두 호감을 나타냈다.
부산 지역 일간지의 한 정치부 기자는 “일부에선 낙동강 벨트에 속한 선거구를 격전지라고 말하지만 남구가 단일 선거구로 합쳐지면 가장 치열한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 지역 민주당, 국민의힘 관계자 모두 “두 의원이 개인기가 좋고 열성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승부는 박빙으로 날 것”이라며 “2% 안쪽으로 승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후보 모두 쟁쟁”(부산진구갑)
낙동강 벨트의 일부인 북구·강서구갑은 부산 지역 격전지 중 한 곳이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는 서병수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 전 의원은 18~19대 총선 당시 이곳에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패했지만 20~21대 총선 때 내리 재선을 했다. 양측 모두 2승 2패인데, 박민식 전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지역주민 50대 여성 김미숙씨는 “전재수 의원이 지역구 관리를 잘해왔다”며 “5선 서병수 의원이 온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주민성씨는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전략인 것은 알겠지만,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대표성을 무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구·동구·남구의 바로 위쪽에 자리 잡은 부산진구. 부산진구을은 3선 이헌승 의원의 지역구다. 1992년 14대 선거 이래 모두 보수 정당이 당선된 곳이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지역구 사무소를 선거사무소로 활용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넓은 사무소가 인상적이었다. 가운데에는 긴 탁자가, 사무실 양옆으로는 업무 공간과 대화 공간이 분리돼 선거에 안성맞춤인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 건물에 내걸 현수막을 어떻게 배치할지 한창 고민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헌승 의원이 홀로 인쇄된 13m짜리 현수막과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욱 부산진구청정과 투 샷으로 찍은 사진 4장을 일렬로 붙인 26m짜리 현수막 시안을 보여주며 “건물을 현수막으로 다 가릴 것”이라고 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은 감점을 받는 공천 규정에 대해 “이번에도 변함없이 지역 주민에게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당내 예비후보 간에 네거티브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규필 예비후보는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2023년 12월 13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으로 정치행정에 대한 전문성과 폭넓은 인맥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황 예비후보는 “3선을 한 기존 예비후보에 대해 지역 주민이 피로감을 갖고 있다”며 “꾸준함으로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도 이기겠다”고 했다.
2월 6일 민주당은 부산진구을에 부산시의원을 지낸 이현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이 후보는 오피스텔을 선거사무소로 꾸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외부 일정을 치르느라 사무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급한 연락이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해달라며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부산진구갑은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5선)의 지역구다. 이곳도 14대 총선부터 내리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서 의원은 당의 ‘중진 험지 출마’에 응해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인 북구·강서구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부산진구갑은 당내 경선이 치열한 곳이다. 예비후보 8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7명이다. 원영섭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국민의힘 인재 영입 인사인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 등이 나섰다. 부산진구갑 주민들은 “예비후보들이 모두 쟁쟁하다. 누가 되든 손색없다”고 말했다.
尹 측근 출마에 대한 엇갈린 반응
해운대갑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변호사가 공천받는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이곳은 국민의힘 하태경 예비후보가 3선을 한 지역으로 부산에서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59.47%)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주진우 변호사의 출마를 두고 지역에선 평이 엇갈린다. 50대 남성 김성훈씨는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양지에서 너무 쉽게 정치를 시작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40대 여성 김지우씨는 “정권과 가까운 젊은 인물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자신과 가까운 이가 국회에서 활약하길 기대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라고 했다.
해운대을은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지역구다. 국민의힘에선 김 의원이 단수로 공천을 신청했다.
낙동강 벨트에 속한 사하구갑과 사하구을은 격전지다. 이곳은 경선과 본선 모두 힘들다. 사하구갑은 재선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의 지역구다. 최 의원은 2002년 재보선부터 출마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김척수 후보와 붙어 697표 차(0.9%P)로 이겼다. 관내에는 동아대가 있어 젊은층 비율이 높다. 부산시의회 시의원 출신인 김척수 예비후보도 국민의힘으로 다시 출마한다. 3번째 도전이다.
하단오거리에는 최 예비후보 사무소뿐만 아니라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이성권 전 의원, 자유한국당 사하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김소정 변호사 등 출마 예정자들의 선거사무소가 몰려 있었다. 저마다 대형 현수막을 외벽에 걸고 자신을 알렸다.
최인호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지역 관리를 꾸준히 잘 해와 이번 선거도 자신 있다”고 했다.
사하구에 사는 40대 남성 박정후씨는 “이 동네는 당보다는 인물을 더 중시한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김정미씨는 “이곳은 부산 토박이보다는 외지인 비율이 높다”며 “다른 지역보다는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고 했다.
사하구을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내리 5선을 한 곳이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출마한 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했고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지난 1월 19일 사하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젊은 후보에 대한 인식 긍정적”(정호윤 사하을 예비후보)
국민의힘에서는 사하구갑을 탈환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조경태 의원이 지역구를 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경태 의원에게 사하갑 출마나 험지 출마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사하구 주민들은 “조경태 의원과 최인호 의원 모두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이 둘이 맞붙으면 조경태 의원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사하구을은 경선과 본선 모두 격전지다. 민주당에서는 사하구청장을 지낸 김태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영입 인재 2호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행정관을 지낸 정호윤 예비후보 등이 있다. 부산역 1호선 정림역 앞에 선거사무소를 차린 정호윤 전 행정관은 앞서 20대 총선에도 출마한 바 있다. 사하구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온 토박이다. 1979년생인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아침 7시부터 출근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호윤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이제는 젊은 정치인이 새롭게 지역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며 “10명 중 4명가량이 65세 이상인 지역으로 인구 유출이 많다.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젊은 예비후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박근혜·윤석열 정부 탄생에 실무자로 기여했다는 정치적 성과보다는 사하 토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 예비후보는 사하구에 있는 동아고를 졸업했다. 선거운동을 하러 상점에 들어가면 정 예비후보를 알아보며 동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정호윤 예비후보는 “당세는 다소 불리할 수 있어도 젊음을 바탕으로 바람을 타 본선으로 진출해 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승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시의원을 지낸 A씨는 “부산 선거는 구조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면서도 “중도층, 무당층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투표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지난 총선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론 성격이 짙어 선거 구도가 불리했다. 이번 선거에선 5~6석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의원 B씨는 “구조적으로 국민의힘이 유리하다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며 “선거는 바람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양당 모두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의 ‘서울 헬기 이송’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부산 사람들은 원래 이재명 대표를 좋아하지도 않았다”며 “별 영향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부산 선거구 과반(9석 이상) 확보’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민주당이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지난 총선 수준의 의석은 확보할 것 같다. 국민의힘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우리 후보가 역량을 발휘하면 6석 이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울산, 6석 중 5석은 국민의힘 예상
울산에는 6개의 선거구가 있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5석, 민주당이 1석을 얻었다. 울산은 당대표를 지낸 남구을 김기현 의원 5선에, 남구갑 이채익 의원이 4선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박성민 의원은 재선에 도전한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6석 중 1석은 진보 정당에 돌아갔다. 울산 동구에는 현대중공업이 있어 근로자들의 비중이 높아 선거에 큰 영향을 끼쳤다. 21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야권이 분열돼 미래통합당 권명호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에서는 북구가 격전지로 꼽힌다. 2016년 20대 총선 이래 보수 정당에선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그 이전에도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이 번갈아 당선됐다. 2016년에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출신인 윤종오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8년 재보궐 선거에서는 민주당 이상헌 후보가 출마해 당선됐고 21대 총선에서는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해 3선에 도전한다.
울산 남구을은 예선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맹우 전 의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박 전 의원은 남구을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3~5대 울산시장을 지냈다. 김기현 의원은 17~19, 21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6대 울산시장을 역임했다.
지역에선 김기현 의원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당대표를 도중 하차했다는 것에 대한 동정 여론도 크다.
60대 남성 장명수씨는 “아무래도 김기현 의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지지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또 대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내려온 것 같아 아쉽다. 다시 당선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김기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뽑을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울산역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지숙씨는 “울산은 동구 빼면 보수당 지지세가 강하다”며 “이번 선거도 국민의힘에 유리하겠지만 국민의힘 예비후보에 대한 득표율은 높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정미현씨는 “울산 지역에선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전국적으로는 패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 관계자는 “울산 지역 선거는 경선 단계가 가장 치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울산 지역 전반에 김기현 전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다”고 밝혔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기대
국민의힘은 이번 공천에서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지낸 예비후보에게는 예비후보 평가에서 감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선 의원은 “지역 주민의 선택을 받아 3선을 한 것인데 이를 부정적으로 보면 어떡하느냐”고 항변하는 반면 정치 신인들은 “감점을 안 하면 정치 신인들은 어디에서 정치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부산·울산 유권자 10명 중 6명은 “다선 의원이 불이익을 받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나머지는 “경험 많은 정치인도 필요하다. 정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통으로 자기가 사는 곳에는 영향력 있는 다선 의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중구·영도구에서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 취재할 때 많이 접했다. 부산 지역에서 국민의힘 보좌진으로 일했던 한 비서관은 “중앙 정치권에서 자신의 동네를 대표해줄 강한 사람을 찾으려는 욕구인 것 같다”고 했다. 부산 정치권에서 30년 이상 일해온 C씨는 “부산이 중앙에서 소외될수록 힘센 정치인을 찾으려는 경향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 지역 유권자들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공통적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부산에는 현재 18개 선거구가 있다. 2020년 4월에 치른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15석, 더불어민주당이 3석을 얻었다. 이번 22대 총선에선 지역구 2곳(부산 남구갑, 남구을)이 인구하한선(21대 기준 13만9000명)을 충족하지 못해 하나로 합쳐지고, 인구상한선(27만8000명)을 넘은 ▲북구·강서구갑 ▲북구·강서구을 선거구는 ▲북구갑 ▲북구을 ▲강서구로 나누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부산 선거는 ‘보수 6, 진보 4’의 구도다. 대체로 보수 정당 후보가 유리하다. 민주당으로 출마하는 후보는 지역구에 ‘외지인 비율’이 높고 이른바 ‘개인기’도 뛰어나야 하며 ‘바람’을 타야 당선된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부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8.2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8.15%를 득표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부산의 낙동강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이 선거 바람을 타지 않으면 오차 범위에서 쉽게 패할 것이다”고 말한다.
21대 총선, 국민의힘 15석, 민주당 3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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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해 방문한 BIE 실사단을 환영하기 위해 부산 시민들이 모였다. 사진=조선DB |
2016년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12곳, 민주당 5곳, 무소속(사상구 장제원 후보, 이후 새누리당 복당) 1곳에서 당선자가 나왔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16곳,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2곳(사하구을 조경태, 사상구 문재인 후보)에서 승리했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과반(151석)을 차지했던 2008년 18대 총선에선 당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조경태(사하구을) 후보가 유일한 당선자였다. 한나라당 후보 11명, 무소속 5명, 친박연대 1명이 당선됐다.
부산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초선이 많이 나오는 바람에 영향력 있는 다선 의원이 부족했다”며 “지역에선 부산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당선자 15명 중 9명이 초선 의원이다. 3선 이상으로는 서병수(5선), 조경태(5선), 김도읍(3선), 이헌승(3선), 장제원(3선), 하태경(3선) 의원이 있고 재선 의원은 없었다.
부산역 대합실에서 해운대에 사는 50대 주부 김주연씨와 이야기했다. 김씨는 “그래도 부산이 제2의 도시인데 날이 갈수록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중앙 정치에서도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산 사람들이 엑스포 유치하려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물론 이런저런 사정을 볼 때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막상 유치에 실패하니 ‘중앙 정치가 부산에 무심해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 하며 소외감도 느낍니다.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치료받지 않고 헬기 타고 서울로 간 것도 부산을 무시한 거 아니겠습니까? 보수 정당 후보로 나오면 그냥 찍어주니 부산이 만만하다고 생각해 대통령이랑 가까운 사람을 양지로 보내고….”
“부산에 돌아오는 것 없어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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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도개교인 영도대교.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15분간 영도 방향 다리 일부분을 들어 올린다. 사진=조선DB |
“우리는 보수당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데 정작 우리(부산 지역)한테는 돌아오는 게 없어 섭섭합니다. 부산 출신 대통령(문재인)이 나왔는데도 부산에는 별거 없었잖아요. 결국 보수당이 잘하고 지역 발전을 이끌 능력 있는 정치인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안 보여요.”
40대 여성 직장인 박영미씨는 부산진구에 산다. 투표는 정당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결정하는 ‘무당파’라고 했다. 박씨의 이야기다.
“부산 사람이라고 해서 꼭 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때그때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고 투표하죠. 윤석열 정부는 기대 이하입니다.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을 거 같아요. 부산 사람들은 열 명이면 이 중 4명은 보수고, 진보는 2명, 나머지 4명은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찍는 거 같아요.”
50대 남성 자영업자 이정식씨는 부산 남구에 산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민주당이 잘해서 지지한다기보다는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민주당에 투표합니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유리하지 않을까요? 윤석열 정부가 뭔가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잖아요. 부산에서도 당선자가 지난번보다는 많이 나올 거 같아요.”
부산 유권자들은 부산을 대표하는 이른바 ‘거물 정치인’이 없어 아쉬워도 했다. 퇴직 후 노후를 보내는 60대 김영식씨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부산 출신 거물이 없다”며 “그전까지는 부산에서 국회의장도 배출했는데 이젠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부산은 16대 국회에서 박관용(동래구, 후반기), 18대 김형오(영도구, 전반기), 19대 정의화(중구·동구, 후반기) 국회의장을 배출했다. 부산에 기반을 둔 유력 다선 정치인도 다수 나왔다.
두 명의 국회의장을 배출한 중구·영도구. 이곳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 지역구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출마 선언을 한 곳이다.
지난 2월 6일 부산역에서 영도 태종대로 향하는 101번 버스를 타고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내렸다. 한 초등학교 앞에서 공공근로(노인일자리사업, 만 65세 이상) 조끼를 입고 건널목 앞에 서 있는 두 노인에게 ‘4월 선거 때 어느 당을 찍을 것인가’를 물었다.
두 여성 모두 “김무성을 찍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래도 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지역이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1월 17일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들은 “지역에서 자기가 뽑은 정치인이 뉴스에 오르내리면 왠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한 극명한 好不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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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대표 |
지역민 반응은 “그만하면 됐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힘센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호불호가 명확해 “잘 모르겠다”는 식의 중간은 없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월 1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록 불출마로 끝났지만 김 전 대표의 거취는 소외감을 극복하려는 부산 유권자들의 바람을 자극했었다.
영도 인구는 약 9만7000명, 중구 인구는 3만9000명이다. 영도 유권자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원도심이 자리한 중구가 다소 보수적이라면 영도는 호남 출신이 많다. 영도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중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보통 민주당이 40% 이상 득표한다.
부산에서 영도는 선거운동하기 가장 쉬운 곳이다. 부산역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누가 어디 사는지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영도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영도다리 앞에 서 있으면 된다. 영도다리를 지나는 100명 중 95명은 영도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영도에 출마하는 이들은 중구 광복동 롯데백화점을 지나 남포동(중구), 대교동(영도구)을 잇는 영도대교 초입에 선거사무실을 마련한다. 영도경찰서 근처에 이르자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선거사무실이 보였다. 조 전 장관은 1월 10일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당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어민들을 보호하고 사실을 알리기 위해 욕받이를 자청했다”며 “욕을 먹어가면서도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주민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영도에서 태어나 사무관 생활도 영도에서 시작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냈다. 중구 자갈치시장 현대화, 동삼동 해양클러스터, 부산 북항 재개발 등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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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영도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비오 예비후보, 국민의힘 박성근·최영훈·조승환 예비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김비오 예비후보 본인은 4전 5기라고 표현하지만 한 번은 야권 예비후보 단일화로 출마를 양보했다. 김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며 “국민의힘은 앞서 문제가 된 현역 의원을 공천한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4번이나 떨어진 덕분에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보수·진보를 떠나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서구는 부산에서 가장 많은 예비후보가 등록한 선거구(11명, 국민의힘 8명, 민주당 2명)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과 직결된다. 《부산일보》 출신 안병길 의원의 지역구다. 이곳에는 앞서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이 벌어진 부산대병원 본원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 원도심의 핵심 지역이었지만 인구가 줄어 동구와 서구는 20대 총선에서 합구가 됐다.
점심시간을 맞아 선거사무소가 모여 있는 곳 인근의 카페에 들렀다. 손님으로 가득 찬 카페에 30%가량이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국민의힘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의 명함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돌렸다. 기자도 명함을 받았는데, 이는 불법이다. 예비후보자 본인과 신고된 선거사무원을 제외하고는 명함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YS 손자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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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서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곽규택·이영풍·김인규·안병길 예비후보(등록일 순).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김 예비후보에 대한 현지 반응을 물으니 이 관계자는 “‘부산에 연고가 없다’고 지역 언론부터 시작해 비방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YS의 손자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선거사무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 경선에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예비후보는 아침 7시 반부터 거리 인사를 시작해 시장 골목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많을 땐 하루에 명함을 3000개가량 쓴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와 선거를 돕고 있다. 주로 선거, 공천 실무에 관해 조언해준다고 한다.
김인규 예비후보는 “큰 정치,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실천하고자 서구·동구에서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젊은 소장파가 돼 필요할 땐 쓴소리도 하며 정직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지역 토박이들은 “젊은 사람이 이곳에서 잘 자리를 잡아 다선 의원이 돼 지역 발전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의 선거사무소는 부산대병원을 지나 동아대 부민캠퍼스 부근에 있다. 예비후보로 등록을 안 한 상태라 건물 밖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 않았다. 안 의원은 한창 시장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안병길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는 당협위원장이자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유리하다. 이미 한참을 앞서가고 있다”며 “밑바닥 전략을 바탕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역인 안병길 의원을 경선에서 이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김인규 예비후보가 젊음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혹시 모를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권 이후 편파보도에 항의하다 해고된 이영풍 전 KBS기자도 서구·동구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출신, 당선되려면 최소 10년 버텨야”
지역구 합구가 유력한 남구갑과 남구을을 찾았다. 선거구 획정에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따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남구갑은 초선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지역구다. 매주 토요일 오전 지역 주민과 민원 시간을 갖는다. 당선 이후 지금까지 약 170회, 5000명 이상을 만났다고 한다. 남구갑에 출마 등록을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박수영 의원이 유일하다. 박수영 의원실 관계자는 “합구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수영 의원이 부산 지역에선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남구을 현역 재선인 민주당 박재호 예비후보는 세 딸이 선거를 돕고 있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선거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출마해 내리 3번을 낙선한 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
이 관계자는 “부산에서 민주당 출신이 당선되려면 최소 10년을 버텨야 한다. 이곳은 노력만 해선 안 되고 운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의원 직통번호를 알려주고 적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가 합쳐진다는 소식에 남구 지역 유권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구갑 지역구에서 만난 40대 주부 김미연씨는 “남구 주민들은 두 의원 모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한다. 둘 중 한 명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차라리 선거구 합구가 불발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남구 지역 주민들은 이 두 정치인에게 모두 호감을 나타냈다.
부산 지역 일간지의 한 정치부 기자는 “일부에선 낙동강 벨트에 속한 선거구를 격전지라고 말하지만 남구가 단일 선거구로 합쳐지면 가장 치열한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 지역 민주당, 국민의힘 관계자 모두 “두 의원이 개인기가 좋고 열성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승부는 박빙으로 날 것”이라며 “2% 안쪽으로 승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후보 모두 쟁쟁”(부산진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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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 (왼쪽부터) 북구·강서구갑 전재수 의원, 사하구갑 최인호 의원, 남구을 박재호 의원.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지역주민 50대 여성 김미숙씨는 “전재수 의원이 지역구 관리를 잘해왔다”며 “5선 서병수 의원이 온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주민성씨는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전략인 것은 알겠지만, 전략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대표성을 무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구·동구·남구의 바로 위쪽에 자리 잡은 부산진구. 부산진구을은 3선 이헌승 의원의 지역구다. 1992년 14대 선거 이래 모두 보수 정당이 당선된 곳이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지역구 사무소를 선거사무소로 활용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넓은 사무소가 인상적이었다. 가운데에는 긴 탁자가, 사무실 양옆으로는 업무 공간과 대화 공간이 분리돼 선거에 안성맞춤인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 건물에 내걸 현수막을 어떻게 배치할지 한창 고민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헌승 의원이 홀로 인쇄된 13m짜리 현수막과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욱 부산진구청정과 투 샷으로 찍은 사진 4장을 일렬로 붙인 26m짜리 현수막 시안을 보여주며 “건물을 현수막으로 다 가릴 것”이라고 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은 감점을 받는 공천 규정에 대해 “이번에도 변함없이 지역 주민에게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당내 예비후보 간에 네거티브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규필 예비후보는 이번이 4번째 도전이다. 2023년 12월 13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으로 정치행정에 대한 전문성과 폭넓은 인맥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황 예비후보는 “3선을 한 기존 예비후보에 대해 지역 주민이 피로감을 갖고 있다”며 “꾸준함으로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도 이기겠다”고 했다.
2월 6일 민주당은 부산진구을에 부산시의원을 지낸 이현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이 후보는 오피스텔을 선거사무소로 꾸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외부 일정을 치르느라 사무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급한 연락이 있으면 자신에게 연락해달라며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부산진구갑은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5선)의 지역구다. 이곳도 14대 총선부터 내리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서 의원은 당의 ‘중진 험지 출마’에 응해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인 북구·강서구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부산진구갑은 당내 경선이 치열한 곳이다. 예비후보 8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7명이다. 원영섭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국민의힘 인재 영입 인사인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 등이 나섰다. 부산진구갑 주민들은 “예비후보들이 모두 쟁쟁하다. 누가 되든 손색없다”고 말했다.
尹 측근 출마에 대한 엇갈린 반응
해운대갑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변호사가 공천받는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이곳은 국민의힘 하태경 예비후보가 3선을 한 지역으로 부산에서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59.47%)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주진우 변호사의 출마를 두고 지역에선 평이 엇갈린다. 50대 남성 김성훈씨는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양지에서 너무 쉽게 정치를 시작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40대 여성 김지우씨는 “정권과 가까운 젊은 인물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자신과 가까운 이가 국회에서 활약하길 기대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라고 했다.
해운대을은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지역구다. 국민의힘에선 김 의원이 단수로 공천을 신청했다.
낙동강 벨트에 속한 사하구갑과 사하구을은 격전지다. 이곳은 경선과 본선 모두 힘들다. 사하구갑은 재선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의 지역구다. 최 의원은 2002년 재보선부터 출마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김척수 후보와 붙어 697표 차(0.9%P)로 이겼다. 관내에는 동아대가 있어 젊은층 비율이 높다. 부산시의회 시의원 출신인 김척수 예비후보도 국민의힘으로 다시 출마한다. 3번째 도전이다.
하단오거리에는 최 예비후보 사무소뿐만 아니라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이성권 전 의원, 자유한국당 사하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김소정 변호사 등 출마 예정자들의 선거사무소가 몰려 있었다. 저마다 대형 현수막을 외벽에 걸고 자신을 알렸다.
최인호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지역 관리를 꾸준히 잘 해와 이번 선거도 자신 있다”고 했다.
사하구에 사는 40대 남성 박정후씨는 “이 동네는 당보다는 인물을 더 중시한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김정미씨는 “이곳은 부산 토박이보다는 외지인 비율이 높다”며 “다른 지역보다는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고 했다.
사하구을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내리 5선을 한 곳이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출마한 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했고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지난 1월 19일 사하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젊은 후보에 대한 인식 긍정적”(정호윤 사하을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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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비후보 |
사하구 주민들은 “조경태 의원과 최인호 의원 모두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이 둘이 맞붙으면 조경태 의원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사하구을은 경선과 본선 모두 격전지다. 민주당에서는 사하구청장을 지낸 김태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영입 인재 2호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행정관을 지낸 정호윤 예비후보 등이 있다. 부산역 1호선 정림역 앞에 선거사무소를 차린 정호윤 전 행정관은 앞서 20대 총선에도 출마한 바 있다. 사하구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온 토박이다. 1979년생인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아침 7시부터 출근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호윤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이제는 젊은 정치인이 새롭게 지역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며 “10명 중 4명가량이 65세 이상인 지역으로 인구 유출이 많다.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젊은 예비후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박근혜·윤석열 정부 탄생에 실무자로 기여했다는 정치적 성과보다는 사하 토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 예비후보는 사하구에 있는 동아고를 졸업했다. 선거운동을 하러 상점에 들어가면 정 예비후보를 알아보며 동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정호윤 예비후보는 “당세는 다소 불리할 수 있어도 젊음을 바탕으로 바람을 타 본선으로 진출해 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승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시의원을 지낸 A씨는 “부산 선거는 구조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면서도 “중도층, 무당층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투표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지난 총선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론 성격이 짙어 선거 구도가 불리했다. 이번 선거에선 5~6석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의원 B씨는 “구조적으로 국민의힘이 유리하다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며 “선거는 바람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양당 모두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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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당한 뒤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응급 헬기에 탑승하는 모습. 사진=조선DB |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부산 선거구 과반(9석 이상) 확보’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민주당이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지난 총선 수준의 의석은 확보할 것 같다. 국민의힘이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우리 후보가 역량을 발휘하면 6석 이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울산, 6석 중 5석은 국민의힘 예상
울산에는 6개의 선거구가 있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5석, 민주당이 1석을 얻었다. 울산은 당대표를 지낸 남구을 김기현 의원 5선에, 남구갑 이채익 의원이 4선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박성민 의원은 재선에 도전한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6석 중 1석은 진보 정당에 돌아갔다. 울산 동구에는 현대중공업이 있어 근로자들의 비중이 높아 선거에 큰 영향을 끼쳤다. 21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야권이 분열돼 미래통합당 권명호 후보가 당선됐다.
울산에서는 북구가 격전지로 꼽힌다. 2016년 20대 총선 이래 보수 정당에선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그 이전에도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이 번갈아 당선됐다. 2016년에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출신인 윤종오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8년 재보궐 선거에서는 민주당 이상헌 후보가 출마해 당선됐고 21대 총선에서는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해 3선에 도전한다.
울산 남구을은 예선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맹우 전 의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박 전 의원은 남구을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3~5대 울산시장을 지냈다. 김기현 의원은 17~19, 21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6대 울산시장을 역임했다.
지역에선 김기현 의원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다. 당대표를 도중 하차했다는 것에 대한 동정 여론도 크다.
60대 남성 장명수씨는 “아무래도 김기현 의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지지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또 대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내려온 것 같아 아쉽다. 다시 당선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김기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뽑을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울산역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지숙씨는 “울산은 동구 빼면 보수당 지지세가 강하다”며 “이번 선거도 국민의힘에 유리하겠지만 국민의힘 예비후보에 대한 득표율은 높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정미현씨는 “울산 지역에선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전국적으로는 패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 관계자는 “울산 지역 선거는 경선 단계가 가장 치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울산 지역 전반에 김기현 전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다”고 밝혔다.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기대
국민의힘은 이번 공천에서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지낸 예비후보에게는 예비후보 평가에서 감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선 의원은 “지역 주민의 선택을 받아 3선을 한 것인데 이를 부정적으로 보면 어떡하느냐”고 항변하는 반면 정치 신인들은 “감점을 안 하면 정치 신인들은 어디에서 정치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부산·울산 유권자 10명 중 6명은 “다선 의원이 불이익을 받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나머지는 “경험 많은 정치인도 필요하다. 정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통으로 자기가 사는 곳에는 영향력 있는 다선 의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중구·영도구에서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 취재할 때 많이 접했다. 부산 지역에서 국민의힘 보좌진으로 일했던 한 비서관은 “중앙 정치권에서 자신의 동네를 대표해줄 강한 사람을 찾으려는 욕구인 것 같다”고 했다. 부산 정치권에서 30년 이상 일해온 C씨는 “부산이 중앙에서 소외될수록 힘센 정치인을 찾으려는 경향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 지역 유권자들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공통적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