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식의 대전환과 가치에 기반한 리더십을 펼쳐야
⊙ 윤석열 지지율, ‘추락-회복-재추락’의 궤적을 그리며 더블딥 현상… 정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 지지율 낮은 원인은 보수-중도동맹 형해화, 반부패 권력 司正 지지부진, 국정 비전 제시 부족
⊙ 윤석열, 다양한 정보 채널 확보해 정보 왜곡 막아야
⊙ ▲자기성찰 ▲균형 ▲진정한 자신감 ▲진정한 겸손을 바탕으로 하는 가치 전환의 리더십 필요
⊙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개편, 대통령의 말과 태도 변화, 윤핵관 의존 정치 탈피, 집권당의 권력 투쟁 종식 등 필요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 現 명지대 특임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윤석열 지지율, ‘추락-회복-재추락’의 궤적을 그리며 더블딥 현상… 정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 지지율 낮은 원인은 보수-중도동맹 형해화, 반부패 권력 司正 지지부진, 국정 비전 제시 부족
⊙ 윤석열, 다양한 정보 채널 확보해 정보 왜곡 막아야
⊙ ▲자기성찰 ▲균형 ▲진정한 자신감 ▲진정한 겸손을 바탕으로 하는 가치 전환의 리더십 필요
⊙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개편, 대통령의 말과 태도 변화, 윤핵관 의존 정치 탈피, 집권당의 권력 투쟁 종식 등 필요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 現 명지대 특임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를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尹錫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실시되고 있다. 문재인(文在寅) 전 대통령과 이재명(李在明)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가 현실화하면서 국감장이 여야(與野) 대충돌의 격전지가 되었다. 전·현 정권 대충돌이 상임위별로 펼쳐지고 있다.
가령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관련 감사원장 사퇴 요구,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株價) 조작 의혹,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무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법인세 인하와 3주택 이상 종합부동산세 누진제 폐지 논란 등이 쟁점이다. 교육위원회에선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이 뜨거운 이슈다.
경제, 민생, 물가, 외교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야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윤석열 취임 첫해 2분기 직무 수행 긍정률은 29%(2022년 7~9월 평균)로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노태우 57%(1988년 6월), 김영삼 83%(1993년 6월), 김대중 62%(1998년 6월), 노무현 40%(2003년 5월 31일), 박근혜 51%(2013년 4~6월 평균), 문재인 75%(2017년 7~9월 평균)였다. 광우병 파동으로 곤경에 빠졌던 이명박 대통령은 21%(2008년 5월 31일)로 가장 낮았다.
중도층 이반 심각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더블딥(double dip)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5월 취임 후 51%에서 시작해 6월 초에 53%로 잠시 최고점을 찍은 후 만 5세 조기(早期) 입학 논란에 여론이 들끓었던 8월 첫째 주에 최저점인 24%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33%까지 올라갔지만 이내 다시 추락해 9월 5주 때엔 24%로 주저앉았다. 그런데 10월 1주(4~6일) 조사에선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29%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20%대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얻은 득표율(48.6%)이 취임한 지 6개월도 안 돼서 거의 반 토막이 나면서 ‘추락-회복-재추락’의 궤적을 그리며 더블딥 현상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현상이다. 중·장기적인 지지율 등락과는 달리 단기간에 더블딥에 빠지는 것은 자칫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갤럽 9월 5주(27~29일) 조사에선, 20대와 30대의 경우,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각각 9%와 15%에 불과했다. 반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각각 74%와 75%였다. 자신을 무당층과 중도라 정의한 응답자의 지지율은 10%대였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 세력인 TK에서조차 긍·부정률은 35%대 54%였다. PK 지역에서도 30%대 55%였다. 60대에서도 34%대 57%였다.
무엇보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중도층의 이반이 심상치 않다. 중도층에서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18%, 부정 평가는 73%로 크게 벌어졌다. 한국갤럽 9월 주관적 정치 성향 분포에 따르면, 중도 45%, 보수 29%, 진보 25%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윤석열 정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문화일보》 허민 전임기자는 이런 지지율 더블딥의 원인으로 “보수-중도동맹은 형해화됐고, 반부패 권력 사정은 지지부진하며, 국가의 미래를 밝힐 국정 비전의 제시는 부족한 상황”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복합 위기에 처한 여야 정당들
여야 정당들도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 정당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이념적 정체성(正體性)’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한국 정당들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부합하고 반응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반응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선거 권력 기능만 있고 국민을 대표하고 민의를 수렴하여 정책을 만드는 정책 기능이 없는 반쪽 정당으로 전락했다.
국회와 정당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는 최저 수준으로 신뢰의 위기다. 한국 갤럽 조사(7월 12~14일)에서 정당별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2%, 정의당 21% 순으로 나타났다.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55%, 더불어민주당 57%, 정의당 64%였다. 정당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신뢰가 생기겠는가.
‘정당 일체감’이란 ‘특정 유형의 당파적 태도로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상당 기간 내면적으로 간직하는 애착심 또는 귀속(歸屬)의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 정도만이 ‘평소에 가깝게 느끼고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정당 일체감의 위기’가 심각하다.
공직 후보 선출 과정이 뒤틀리고 왜곡되어 나타난 ‘충원(充員)의 위기’가 정치의 몰락을 가져오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아, 정치 신인, 청년, 여성들의 공천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통합의 위기’도 심각하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만들어진 제6공화국 헌법하에서 치러진 1987년 대선과 1988년의 13대 총선 이후 한국의 정당 체제는 마치 봉건시대의 영주를 연상케 하는 각 지역의 상징적 인물이 확고한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정당이 구성되었다. 이전의 민주 대(對) 반(反)민주의 구도가 퇴색되고 그 자리를 지역주의가 차지하는 이른바 지역 패권(覇權)정당체제가 조성되었다. 그 결과 정당은 국민 통합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와 충성으로 뭉친 강성 팬덤들이 정당을 지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당 간의 협치(協治)는 사라지고 국민 통합은 요원해졌다. 최근 민주당은 여의도 당사 2층에 당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인 ‘당원 존’을 만들었다. 이재명 대표의 지난 8월 취임 직후 ‘1호 지시’였다. 이른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비속어 논란’에 대한 여론, 여당에 비우호적
이런 총체적 위기 속에서 여야 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도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치인 31%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민심 이탈이 심각하다. 정국 현안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권력 투쟁의 지긋지긋한 이준석 내분 사태의 끝이 안 보이기 때문이었다.
전국지표조사(NBS·10월 3~5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말실수로 인해 발생한 외교적 참사’라는 응답이 64%,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언론의 왜곡’이라는 응답은 28%였다. ‘비속어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70%로 ‘동의하지 않는다’(27%)에 비해 높았다. 이 논란과 관련 대통령실의 MBC에 대한 대응을 두고는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과도한 대응’이라는 응답이 59%였다. ‘논란을 야기하는 거짓 보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다’라는 응답은 30%였다. 여론이 이렇게 비우호적인데 국민의힘의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한 대응은 공감 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한편 법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假處分) 사건 3개를 모두 기각(棄却) 또는 각하(却下)하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 효력을 인정했다. 덕분에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의 불씨가 상당 부분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석 달 넘게 이어온 지도부의 불확실성도 사라졌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행로는 불투명해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명감을 갖고 덩어리 진 권력에 맞서 왔다면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국힘, 3개의 뇌관
국민의힘에는 그동안 3개의 뇌관이 존재해왔다. 첫째, 윤핵관 뇌관, 둘째 이준석 뇌관, 셋째 분열 뇌관이다.
첫 번째 뇌관은 윤핵관의 핵심인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장제원 의원도 2선으로 퇴진하면서 제거되었다. 장 의원은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 결정으로 두 번째 뇌관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은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고, 당원으로서 지켜야 할 당헌·당규 등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민심을 이탈시켰다고 판단했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윤리위는 또 “당 소속 의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욕적·비난적 표현을 사용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윤리규칙을 위반해 당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당대회 시기는 명확지 않지만, 내년 2월쯤 당대표를 선출하는 길이 열렸다. 다음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윤석열 정부 집권 후반기에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가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윤석열 신당’ 나올 수도
문제는 세 번째 뇌관이다. 현재 국민의힘으로는 2024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친윤(親尹) 세력들이 ‘윤석열 정당’ 만들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3년 2월 정권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脫黨)한 다음 11월에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2004년 총선에서 승리했던 것을 염두에 둔 정계 개편 시나리오다.
반면, 2024 총선을 앞두고 친윤 세력에 의한 공천 학살이 가시화할 경우 이준석·유승민 등 반윤(反尹) 세력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7일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옥포해전을 앞두고 군사들에게 했던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무겁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설과 신당 창당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리위의 추가 징계로 이준석 전 대표는 2024년 1월까지 당원권을 행사할 수 없고 국민의힘 소속으로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차기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공천을 받는 것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보수의 분열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민심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냉소적
한편 국회에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재(立法獨裁)’가 상습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때도 자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뒤 ‘4대 2 안건조정위’를 만들어 강행 처리했다. 이번엔 민주당이 국회 농림축산위원회에서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위안부 단체 운영과 관련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제명 형식으로 출당돼 무소속이 된 윤미향 의원을 조정위원회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힘 위원이 ‘4대 2’가 되도록 해 자당 뜻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알박기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8월 말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고 난 후 이번 정기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등 7대 핵심 입법 과제를 제시했다. 대개는 민생으로 포장하면서 실제로는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이다. 민주당이 보여준 꼼수·편법·알박기 등의 해괴한 행태는 ‘제도적 자제’와 ‘상호존중’의 규범들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런 민주당에 대해 민심은 냉소적이다. 통상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면 야당은 반사(反射)효과 덕을 보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52%에서 24%로 반 토막 나는 동안 민주당은 31%(5월 2주)에서 32%(10월 1주)로 큰 변화가 없다. 한국갤럽 10월 1주 차(4~6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국민의힘(33%)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뒤졌다. 최근 4주 동안 31% → 34% → 36% → 32%로 30%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지 정당 없다’ 급증
이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논란뿐 아니라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과 윤 대통령 순방외교와 관련해 박진 외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등 초강경 대여(對與) 공세를 펼치면서 ‘국정 발목 잡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팬덤 정치 강화로 중도층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도 중요 요인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10월 7일 한·미·일 3국이 동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한 데 대해 “극단적 친일행위”라고 비난했다. 중도층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53%)이 호감(35%)보다 크게 높은 것도 이런 비상식적인 발언과 무관치 않다.
여하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을 위한 정당, 이재명 방탄(防彈)을 위한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만일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를 받으면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조각조각 파편화될 수 있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잠재해 있다. 이 대표가 흔들리면 분당(分黨)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야 정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체(停滯)하면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無黨層)이 급증하고 있다. 갤럽조사에서 현 정부가 출범하던 5월 초 무당층은 16%였지만, 10월 초 조사에서는 30%로 계속 늘어나면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무당파는 20대에서 절반(49%)에 육박했고, 30대도 35%였다. 이는 여야 정당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민생을 외면한 채 투쟁만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각각 71%, 65%였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윤석열, 더블딥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 더블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인식의 대전환과 가치에 기반한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아래 〈그림〉은 정책 결정 과정을 설명하는 ‘다중 인과적(多重 因果的) 모델’이다.
신념과 동기와 같은 정책결정자 개인의 특성은 상황 정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스타일을 통해 의사 결정 구조와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의 의사 결정 스타일은 곧 정치적 스타일로서 그가 선호하는 의사 결정 단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정보처리방식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책결정자 개인의 특성은 선호를 형성하면서 정책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책에서 정부가 취하는 전략과 정책이 수립되고 수행되는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
異見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알렉산더 조지와 에릭 스턴(Alexa nder George & Eric Stern)은 정책결정자의 리더십 스타일을 규정하는 세 가지 요소로 인지(認知)스타일, 효능감(sense of efficacy),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을 꼽았다. 이수진·이신화는 이런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인지스타일은 개인이 정보를 처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 등을 일컫는다. 정책결정자의 인지스타일은 그가 어떤 보고 형태를 선호하는지, 어느 정도 상세한 수준의 보고를 원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둘째, 효능감은 정책결정자가 가진 전문지식의 형태, 문제해결에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를 의미한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지도자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척도로서 그가 선택한 결정을 참모집단에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셋째,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은 정책결정자가 정책을 둘러싼 참모들 간의 갈등을 대하는 정향을 가리킨다. 개인의 대인관계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정책결정자의 정치 갈등에 대한 수용 성향은 특정 정책결정체계를 선호하게 만든다. 가령, 내향적인 리더는 토론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인지스타일, 자신감이 결여된 낮은 효능감, 핵심 세력 간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인식 구조를 갖는 상황에선 조직이 ‘획일화된 충성 집단 모델’에 빠지기 쉽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통치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다원화(多元化)된 참모집단 모델(Multiple Advocacy)’을 기반으로 토론을 통해 다양한 정보 채널(multiple information channeling)을 확보해 정보 왜곡을 막아 인식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효능감을 갖고 자신의 결정을 설득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자세보다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민주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핵심 세력 간 이견(異見)이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가치 기반 리더십
또한 가치에 기반을 두는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해리 크레이머(Harry Kraemer)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에서 ‘가치 기반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는 자신의 개인적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자신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조직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영향을 준다.
크레이머 교수는 리더가 가치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도록 안내하는 가치 기반 리더십의 4대 원칙으로 ▲자기성찰 ▲균형 ▲진정한 자신감 ▲진정한 겸손을 제시했다. 그는 이 원칙들은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를 지탱하고, 이런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십의 탄탄한 토대가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자기성찰은 자신이 무엇을 지지하는지,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인식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균형은 자신과 정반대의 뜻을 가진 사람들의 다른 관점을 포용하고 사안, 문제, 질문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능력이다. 균형을 유지하면 편협한 사고(思考)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광범위한 시각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명쾌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진정한 자신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자질이다. 진정한 자신감을 갖춘다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이미 탁월한 분야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겸손은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발전에 누가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자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결코 잊지 않는 것이다.
자신만의 내러티브 만들어야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少數)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私有化)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라는 위협 내러티브와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라는 이익 내러티브를 동시에 구사하면서 승리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상식적인 기반’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고, ‘법치’를 제대로 지켜나가겠다는 윤석열 내러티브가 유효하게 작용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잘못된 인사로 공정은 훼손되고,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함으로써 법치는 무너졌고, 대통령의 ‘내부총질 대표’ 문자 노출 등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개편, 대통령의 말과 태도 변화, 윤핵관 의존 정치 탈피, 집권당의 권력 투쟁 종식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와 시장경제에 관한 자신만의 압도적인 내러티브(narrative)를 만들어야 한다. 내러티브란 대마불사(大馬不死), 부동산 불패(不敗), 코인, 분배와 시민, 시장 친화 등 인구(人口), 언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회자(膾炙)되며 사람들의 인식과 행위에 영향을 주는 이야기이다. 이를 토대로 양보할 수 없는 대통령 어젠다를 선정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명확하게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가령, 규제 혁신, 전(前) 정권 권력형 비리 및 부패 척결, 안보 강화, 노동의 유연성, 법치 확립 등을 대통령 핵심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올해 연말까지 지지도가 20~30%대로 고착화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뿐만 아니라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대연정(大聯政) 구상을 밝히든, 개헌(改憲) 논의를 시작하든, 정계 개편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
가치 기반 조직 만들기 위한 6가지 요소
한편 여야 정당들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대한민국을 바꿀 시대정신과 함께 바야흐로 ‘가치 기반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가치란 개인과 집단에게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일반화된 신념이나 행동이다. 해리 크레이머 교수는 “조직이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더욱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가치 기반의 조직을 만들기 위한 6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가치로 이끌고 ▲재능을 개발하고 ▲정확한 방향을 정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참여의식을 높이고 ▲균형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여야 정당들이 이런 요소들을 깊이 인지하면서 2024년 총선을 맞아 치열하게 가치 경쟁을 해야 정당의 질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정치 복원의 길이 열릴 것이다.⊙
가령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관련 감사원장 사퇴 요구,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株價) 조작 의혹,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무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법인세 인하와 3주택 이상 종합부동산세 누진제 폐지 논란 등이 쟁점이다. 교육위원회에선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이 뜨거운 이슈다.
경제, 민생, 물가, 외교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야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정치권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윤석열 취임 첫해 2분기 직무 수행 긍정률은 29%(2022년 7~9월 평균)로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노태우 57%(1988년 6월), 김영삼 83%(1993년 6월), 김대중 62%(1998년 6월), 노무현 40%(2003년 5월 31일), 박근혜 51%(2013년 4~6월 평균), 문재인 75%(2017년 7~9월 평균)였다. 광우병 파동으로 곤경에 빠졌던 이명박 대통령은 21%(2008년 5월 31일)로 가장 낮았다.
중도층 이반 심각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더블딥(double dip)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5월 취임 후 51%에서 시작해 6월 초에 53%로 잠시 최고점을 찍은 후 만 5세 조기(早期) 입학 논란에 여론이 들끓었던 8월 첫째 주에 최저점인 24%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33%까지 올라갔지만 이내 다시 추락해 9월 5주 때엔 24%로 주저앉았다. 그런데 10월 1주(4~6일) 조사에선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29%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20%대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얻은 득표율(48.6%)이 취임한 지 6개월도 안 돼서 거의 반 토막이 나면서 ‘추락-회복-재추락’의 궤적을 그리며 더블딥 현상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현상이다. 중·장기적인 지지율 등락과는 달리 단기간에 더블딥에 빠지는 것은 자칫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갤럽 9월 5주(27~29일) 조사에선, 20대와 30대의 경우,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각각 9%와 15%에 불과했다. 반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각각 74%와 75%였다. 자신을 무당층과 중도라 정의한 응답자의 지지율은 10%대였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 세력인 TK에서조차 긍·부정률은 35%대 54%였다. PK 지역에서도 30%대 55%였다. 60대에서도 34%대 57%였다.
무엇보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중도층의 이반이 심상치 않다. 중도층에서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18%, 부정 평가는 73%로 크게 벌어졌다. 한국갤럽 9월 주관적 정치 성향 분포에 따르면, 중도 45%, 보수 29%, 진보 25%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윤석열 정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문화일보》 허민 전임기자는 이런 지지율 더블딥의 원인으로 “보수-중도동맹은 형해화됐고, 반부패 권력 사정은 지지부진하며, 국가의 미래를 밝힐 국정 비전의 제시는 부족한 상황”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복합 위기에 처한 여야 정당들
여야 정당들도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 정당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이념적 정체성(正體性)’의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한국 정당들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부합하고 반응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반응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선거 권력 기능만 있고 국민을 대표하고 민의를 수렴하여 정책을 만드는 정책 기능이 없는 반쪽 정당으로 전락했다.
국회와 정당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는 최저 수준으로 신뢰의 위기다. 한국 갤럽 조사(7월 12~14일)에서 정당별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2%, 정의당 21% 순으로 나타났다.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국민의힘 55%, 더불어민주당 57%, 정의당 64%였다. 정당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신뢰가 생기겠는가.
‘정당 일체감’이란 ‘특정 유형의 당파적 태도로 어떤 정당을 대상으로 상당 기간 내면적으로 간직하는 애착심 또는 귀속(歸屬)의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 정도만이 ‘평소에 가깝게 느끼고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정당 일체감의 위기’가 심각하다.
공직 후보 선출 과정이 뒤틀리고 왜곡되어 나타난 ‘충원(充員)의 위기’가 정치의 몰락을 가져오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아, 정치 신인, 청년, 여성들의 공천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통합의 위기’도 심각하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만들어진 제6공화국 헌법하에서 치러진 1987년 대선과 1988년의 13대 총선 이후 한국의 정당 체제는 마치 봉건시대의 영주를 연상케 하는 각 지역의 상징적 인물이 확고한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정당이 구성되었다. 이전의 민주 대(對) 반(反)민주의 구도가 퇴색되고 그 자리를 지역주의가 차지하는 이른바 지역 패권(覇權)정당체제가 조성되었다. 그 결과 정당은 국민 통합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와 충성으로 뭉친 강성 팬덤들이 정당을 지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당 간의 협치(協治)는 사라지고 국민 통합은 요원해졌다. 최근 민주당은 여의도 당사 2층에 당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인 ‘당원 존’을 만들었다. 이재명 대표의 지난 8월 취임 직후 ‘1호 지시’였다. 이른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비속어 논란’에 대한 여론, 여당에 비우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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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 잘못된 대응이라는 여론이 높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전국지표조사(NBS·10월 3~5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말실수로 인해 발생한 외교적 참사’라는 응답이 64%,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언론의 왜곡’이라는 응답은 28%였다. ‘비속어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70%로 ‘동의하지 않는다’(27%)에 비해 높았다. 이 논란과 관련 대통령실의 MBC에 대한 대응을 두고는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과도한 대응’이라는 응답이 59%였다. ‘논란을 야기하는 거짓 보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다’라는 응답은 30%였다. 여론이 이렇게 비우호적인데 국민의힘의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한 대응은 공감 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한편 법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假處分) 사건 3개를 모두 기각(棄却) 또는 각하(却下)하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 효력을 인정했다. 덕분에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의 불씨가 상당 부분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석 달 넘게 이어온 지도부의 불확실성도 사라졌다. 동시에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행로는 불투명해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명감을 갖고 덩어리 진 권력에 맞서 왔다면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국힘, 3개의 뇌관
국민의힘에는 그동안 3개의 뇌관이 존재해왔다. 첫째, 윤핵관 뇌관, 둘째 이준석 뇌관, 셋째 분열 뇌관이다.
첫 번째 뇌관은 윤핵관의 핵심인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장제원 의원도 2선으로 퇴진하면서 제거되었다. 장 의원은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 결정으로 두 번째 뇌관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은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고, 당원으로서 지켜야 할 당헌·당규 등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민심을 이탈시켰다고 판단했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윤리위는 또 “당 소속 의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욕적·비난적 표현을 사용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윤리규칙을 위반해 당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당대회 시기는 명확지 않지만, 내년 2월쯤 당대표를 선출하는 길이 열렸다. 다음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윤석열 정부 집권 후반기에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가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윤석열 신당’ 나올 수도
문제는 세 번째 뇌관이다. 현재 국민의힘으로는 2024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친윤(親尹) 세력들이 ‘윤석열 정당’ 만들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3년 2월 정권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脫黨)한 다음 11월에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2004년 총선에서 승리했던 것을 염두에 둔 정계 개편 시나리오다.
반면, 2024 총선을 앞두고 친윤 세력에 의한 공천 학살이 가시화할 경우 이준석·유승민 등 반윤(反尹) 세력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7일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옥포해전을 앞두고 군사들에게 했던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무겁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설과 신당 창당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리위의 추가 징계로 이준석 전 대표는 2024년 1월까지 당원권을 행사할 수 없고 국민의힘 소속으로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차기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공천을 받는 것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보수의 분열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민심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냉소적
한편 국회에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재(立法獨裁)’가 상습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때도 자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뒤 ‘4대 2 안건조정위’를 만들어 강행 처리했다. 이번엔 민주당이 국회 농림축산위원회에서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위안부 단체 운영과 관련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제명 형식으로 출당돼 무소속이 된 윤미향 의원을 조정위원회에 포함시켰다. 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힘 위원이 ‘4대 2’가 되도록 해 자당 뜻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알박기를 한 것이다.
민주당은 8월 말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고 난 후 이번 정기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등 7대 핵심 입법 과제를 제시했다. 대개는 민생으로 포장하면서 실제로는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이다. 민주당이 보여준 꼼수·편법·알박기 등의 해괴한 행태는 ‘제도적 자제’와 ‘상호존중’의 규범들을 스스로 훼손하면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런 민주당에 대해 민심은 냉소적이다. 통상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면 야당은 반사(反射)효과 덕을 보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52%에서 24%로 반 토막 나는 동안 민주당은 31%(5월 2주)에서 32%(10월 1주)로 큰 변화가 없다. 한국갤럽 10월 1주 차(4~6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2%로 국민의힘(33%)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뒤졌다. 최근 4주 동안 31% → 34% → 36% → 32%로 30%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지 정당 없다’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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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국정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더불어, 팬덤 정치 강화로 중도층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도 중요 요인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10월 7일 한·미·일 3국이 동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훈련을 한 데 대해 “극단적 친일행위”라고 비난했다. 중도층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53%)이 호감(35%)보다 크게 높은 것도 이런 비상식적인 발언과 무관치 않다.
여하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을 위한 정당, 이재명 방탄(防彈)을 위한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만일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를 받으면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조각조각 파편화될 수 있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잠재해 있다. 이 대표가 흔들리면 분당(分黨)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야 정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체(停滯)하면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無黨層)이 급증하고 있다. 갤럽조사에서 현 정부가 출범하던 5월 초 무당층은 16%였지만, 10월 초 조사에서는 30%로 계속 늘어나면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무당파는 20대에서 절반(49%)에 육박했고, 30대도 35%였다. 이는 여야 정당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민생을 외면한 채 투쟁만 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각각 71%, 65%였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윤석열, 더블딥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지지율 더블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인식의 대전환과 가치에 기반한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아래 〈그림〉은 정책 결정 과정을 설명하는 ‘다중 인과적(多重 因果的) 모델’이다.
신념과 동기와 같은 정책결정자 개인의 특성은 상황 정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스타일을 통해 의사 결정 구조와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의 의사 결정 스타일은 곧 정치적 스타일로서 그가 선호하는 의사 결정 단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정보처리방식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책결정자 개인의 특성은 선호를 형성하면서 정책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책에서 정부가 취하는 전략과 정책이 수립되고 수행되는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다.
異見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알렉산더 조지와 에릭 스턴(Alexa nder George & Eric Stern)은 정책결정자의 리더십 스타일을 규정하는 세 가지 요소로 인지(認知)스타일, 효능감(sense of efficacy),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을 꼽았다. 이수진·이신화는 이런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인지스타일은 개인이 정보를 처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 등을 일컫는다. 정책결정자의 인지스타일은 그가 어떤 보고 형태를 선호하는지, 어느 정도 상세한 수준의 보고를 원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둘째, 효능감은 정책결정자가 가진 전문지식의 형태, 문제해결에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를 의미한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지도자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척도로서 그가 선택한 결정을 참모집단에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셋째, 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은 정책결정자가 정책을 둘러싼 참모들 간의 갈등을 대하는 정향을 가리킨다. 개인의 대인관계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정책결정자의 정치 갈등에 대한 수용 성향은 특정 정책결정체계를 선호하게 만든다. 가령, 내향적인 리더는 토론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인지스타일, 자신감이 결여된 낮은 효능감, 핵심 세력 간 이견이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인식 구조를 갖는 상황에선 조직이 ‘획일화된 충성 집단 모델’에 빠지기 쉽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통치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다원화(多元化)된 참모집단 모델(Multiple Advocacy)’을 기반으로 토론을 통해 다양한 정보 채널(multiple information channeling)을 확보해 정보 왜곡을 막아 인식의 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효능감을 갖고 자신의 결정을 설득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자세보다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민주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핵심 세력 간 이견(異見)이 불거지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가치 기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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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조선DB |
크레이머 교수는 리더가 가치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도록 안내하는 가치 기반 리더십의 4대 원칙으로 ▲자기성찰 ▲균형 ▲진정한 자신감 ▲진정한 겸손을 제시했다. 그는 이 원칙들은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를 지탱하고, 이런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가치를 기반에 두는 리더십의 탄탄한 토대가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자기성찰은 자신이 무엇을 지지하는지,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인식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다. 균형은 자신과 정반대의 뜻을 가진 사람들의 다른 관점을 포용하고 사안, 문제, 질문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는 능력이다. 균형을 유지하면 편협한 사고(思考)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광범위한 시각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명쾌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진정한 자신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자질이다. 진정한 자신감을 갖춘다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이미 탁월한 분야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겸손은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발전에 누가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 자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결코 잊지 않는 것이다.
자신만의 내러티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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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었다. 사진=조선DB |
그러나 집권 이후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상식적인 기반’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고, ‘법치’를 제대로 지켜나가겠다는 윤석열 내러티브가 유효하게 작용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잘못된 인사로 공정은 훼손되고,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함으로써 법치는 무너졌고, 대통령의 ‘내부총질 대표’ 문자 노출 등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 개편, 대통령의 말과 태도 변화, 윤핵관 의존 정치 탈피, 집권당의 권력 투쟁 종식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와 시장경제에 관한 자신만의 압도적인 내러티브(narrative)를 만들어야 한다. 내러티브란 대마불사(大馬不死), 부동산 불패(不敗), 코인, 분배와 시민, 시장 친화 등 인구(人口), 언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회자(膾炙)되며 사람들의 인식과 행위에 영향을 주는 이야기이다. 이를 토대로 양보할 수 없는 대통령 어젠다를 선정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명확하게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가령, 규제 혁신, 전(前) 정권 권력형 비리 및 부패 척결, 안보 강화, 노동의 유연성, 법치 확립 등을 대통령 핵심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올해 연말까지 지지도가 20~30%대로 고착화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내각과 대통령실 개편뿐만 아니라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대연정(大聯政) 구상을 밝히든, 개헌(改憲) 논의를 시작하든, 정계 개편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
가치 기반 조직 만들기 위한 6가지 요소
한편 여야 정당들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대한민국을 바꿀 시대정신과 함께 바야흐로 ‘가치 기반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가치란 개인과 집단에게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일반화된 신념이나 행동이다. 해리 크레이머 교수는 “조직이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더욱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가치 기반의 조직을 만들기 위한 6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가치로 이끌고 ▲재능을 개발하고 ▲정확한 방향을 정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참여의식을 높이고 ▲균형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여야 정당들이 이런 요소들을 깊이 인지하면서 2024년 총선을 맞아 치열하게 가치 경쟁을 해야 정당의 질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정치 복원의 길이 열릴 것이다.⊙
ericskimberley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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