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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의 여의도 포커스

4 · 15 총선의 10가지 키워드

21대 총선 주요 키워드는 ‘코로나19’ ‘조국’ ‘비례위성정당’… 과거 총선과 다른 양상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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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 길어지면서 야당 유리 → 여당 유리로 판세 전환돼
⊙ 조국 사태 이후 양분된 민심이 총선까지 이어져… 공약과 정책은 없었다
⊙ 비례위성정당 이슈로 정당과 유권자 모두 선거전 초반부터 에너지 고갈
⊙ 공천파행과 막말파동은 여전, 유례없는 공천 번복과 지역구 돌려막기도
⊙ 21대 총선에서 사라진 것은 북풍·제3세력·경제이슈·청년·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투표장에 나선 유권자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간격을 두고 줄을 서고 있다.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전까지의 총선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국가적 재난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코로나19는 오히려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친(親)조국과 반(反)조국으로 양분된 민심은 갈라진 그대로 표심으로 나타났다. 선거법 개정으로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양대 정당은 비례정당 창당과 공천에 지나친 에너지를 소비했다. 각 정당이 급조해 내놓은 공약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고,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이슈와 지역의제는 소리 소문도 없이 묻혔다. 선거기간 막판에 변수가 돼왔던 후보의 막말은 여야를 막론하고 너무 많아 이슈가 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여야 어느 쪽도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팽팽한 기싸움이 막판까지 이어졌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결과 예측이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월간조선》은 정치권 인사와 여론조사 전문가 등의 조언을 얻어 21대 총선의 키워드 10개를 선정했다.
 
 
  깜깜이 비례대표 선거
 
  21대 총선이 과거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2019년 말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범여권,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통과시킨 개정 선거법은 비례대표 47석을 각 당의 지역구 획득 의석수와 연동, 그것도 50%만 연동(준연동)해 의석을 가져가도록 했다. 여기에 비례대표를 일부 정당이 독식하거나 소수정당만이 차지하지 못하도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의석수는 30석으로 캡(한도)을 씌우고 나머지는 원래대로 지지율에 비례해 적용하는 등 누구도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든 기막힌 제도를 탄생시켰다.
 
  이전 총선 때까지는 각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몇%의 지지율을 얻어야 할지 산정해 지지율 제고를 계획해왔다. 연동형이 적용되지 않을 땐 정당투표 30%를 얻으면 ‘47석(비례 의석수)×30%(득표율)=14석’이라는 공식으로 충분히 계산이 가능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목표 산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더불어시민당이 16~19석, 미래한국당이 18~20석이라는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확히 몇%를 얻어야 하는지 계산할 수 없었다. 준연동형, 캡 등으로 계산이 복잡해짐은 물론 자당 득표수 외에 다른 당이 얼마나 득표하는지에 따라 의석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직전 각 정당 관계자들에게 “20석(혹은 10석)을 얻으려면 정당투표 몇%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했지만 정확한 답은 단 한 곳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위성정당·비례정당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비례정당의 탄생이다. 4월 9일 KBS에서 열린 비례대표후보자 토론회.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비례 전용 정당이라는 초유의 꼼수를 가져왔다. 거대 양당은 지역구에서 정당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얻어 크게 이길 경우, 총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연동되는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지역구에서 크게 이기더라도 비례대표는 가져올 수 있도록 비례대표만 내놓는 정당을 창당했다.
 
  선거법 개정에서 밀린 자유한국당이 먼저 비례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고, 이를 거세게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도 결국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낙천자를 중심으로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사라진 과거 국민의당 대신 새로운 국민의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후보만 내놓았다.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도 마찬가지였다. 소수정당이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소수정당이 의석을 얻는 것이 예전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놓은 정당은 총 35곳으로 투표용지가 48.1cm에 달했다. 비례대표 후보만 내놓은 비례 전용 정당 중 현역 의원(20대)을 보유한 정당만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우리공화당, 국민의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 7곳이다.
 
  이들은 선거법상 독립된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공약 선포 등 선거운동 국면에서 급조정당의 역량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원래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들은 유세 등을 통해 지역구 후보들을 지원하고 정당과 정책을 홍보해야 하는데, 이번 비례대표 후보들은 신생정당 소속으로 기본적인 당무를 익힐 시간조차 부족했다. 이 때문에 파행적 비례정당을 탄생시킨 선거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 투표
 
총선 사전투표일에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에서 경증환자가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 시점이 총선과 겹치면서 ‘기승전 코로나 투표’라는 말이 유행했다. 국가 재난에 준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도층의 민심을 흔들었다.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전국의 학교 개학이 잇달아 연기된 3월 초중반까지는 민심이 야당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특히 코로나19가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우한폐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발 입국자들을 막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이 때문에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국가가 됐고,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만 보느라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난이 거셌다. 세월호 사건이 박근혜 정부를 흔드는 불씨가 됐듯, 코로나19 역시 문재인 정부를 흔들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런 상황은 3월 중순까지 이어졌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국내 확진자 증가율이 낮아졌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비교적 주춤한 것은 ‘매를 일찍 맞은’ 덕분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지킨 국민의 힘 때문이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자화자찬에 나섰고 여권 지지자들은 결집했다. 여당은 “재난 상황에 정부 여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고,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힘이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한 정부의 현금살포도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경기도는 모든 도민에게,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 여당이 중도층의 호감을 샀다. 야당은 총선용 현금복지라고 거세게 비난했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조국
 
이번 선거에서는 작년부터 형성된 친조국과 반조국 민심이 발현됐다. 2019년 11월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수호 집회.
  21대 총선에서는 코로나19를 제외하면 특별한 대형 이슈가 없었다. 2019년 조국 사태로 양분된 민심이 총선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 민심은 ‘조국 찬성(친조국·서초동파)’과 ‘조국 반대(반조국·광화문파)’로 양분됐다. 이 같은 민심은 21대 총선에서 친조국파는 여당을, 반조국파는 야당을 지지하는 민심으로 그대로 발현(發現)됐다.
 
  조국 이슈는 윤석열 이슈로 이어졌다. 야권 반조국파는 “여당이 승리하면 조국을 살려내고 윤석열을 죽일 것이며, 이 나라는 사회주의의 길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여권 친조국파는 “여당이 승리해야 윤석열을 쳐내고 조국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여 성향의 일부 언론은 윤석열 측근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집요하게 보도했고, ‘윤석열 장모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도 있었다. 21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조국 전 장관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범여권에서 끊임없이 나왔다.
 
  조국 이슈는 비례정당에도 등장했다. 열린민주당은 조국 사태 당시 청와대 핵심 멤버던 김의겸 전 대변인과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을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하며 친조국파를 끌어들였다. 열린민주당은 ‘조국·문재인 지킴이’를 자처하며 “(우리가 더불어민주당의) 효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자식 둔 적 없다”며 끝까지 선을 그었다. 친조국 세력이 열린민주당을 지지할 것을 견제한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막판까지 열린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막말 파동
 
  21대 총선에서는 각 진영에서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강력한 막말이 나왔다. 지역 비하와 여성 비하는 막말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였다. 막말 때문에 당에서 제명돼 아예 출마하지 못한 후보로는 미래통합당 김대호 전 후보(서울 관악갑)가 있다. 김 전 후보는 회의에서 “30대 중반과 40대는 논리가 아니라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발언했고, 당에서 엄중 경고를 받았지만 다음 날 후보토론회에서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고 발언했다. 세대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미래통합당은 김 전 후보를 제명했다.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소사)는 후보토론회에서 “세월호 ○○○(다자간 성행위를 의미하는 단어) 사건이라고 아느냐”고 발언해 당에서 제명당했다(하지만 법원은 4월 14일 차명진 후보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받아 들였고, 차 후보는 선거를 끝까지 치를 수 있었다).
 
  지역 비하 발언은 여야 양쪽에서 이어졌다. 미래통합당 주동식 후보(광주 서구갑)는 “광주는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고 했고, 정승연 후보(인천 연수갑)는 지원 방문을 온 유승민 의원에게 “인천 촌구석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부산시당 선거대책회의에서 “부산은 왜 이렇게 도시가 초라할까”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야당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황교안은 ‘애마’, 박형준은 ‘시종’”이라고 했고, 이해찬 대표는 “통합당은 토착왜구, 팔뚝에 문신한 조폭”이라고 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선거 3일 전 “통합당은 쓰레기 정당”이라고 발언해 통합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막말에 익숙해져서일까. 이번 총선에서 막말의 파괴력은 정동영 노인 비하 발언, 김용민 여성 비하 발언 등 과거의 막말과 달리 파괴력이 크지 않았다.
 
 
  사라진 제3세력
 
21대 총선은 양당 체제로 치러졌다. 각 당의 얼굴인 이낙연-황교안 후보는 서울 종로에서 ‘미니대선’을 치렀다.
  이번 총선은 철저히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양당 체제로 전개됐다. 과거 총선에서는 자민련, 자유선진당, 국민의당 등 제3당이 존재했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대부분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의 일대일 승부가 펼쳐졌다. 선거 때면 종종 연합을 통해 후보단일화를 해왔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번에 비례정당 창당을 놓고 대립하면서 진보세력 후보단일화도 하지 않았다.
 
  20대 총선에서 신생 제3당의 성공사례를 보여줬던 국민의당(2016년 창당된 정당으로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하면서 해산) 안철수 대표는 4년 후 새로운 국민의당을 창당해 다시 한 번 도전했지만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의사인 안 대표는 대구에서 코로나19 자원봉사를 하며 땀에 젖은 모습을 보이는 등 잠시 존재감을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2016년 국민의당 후신 격인 민생당과 과거 정당투표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정의당 역시 이번 총선에서 약세를 보였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 제안을 거절했고, 비례대표 1번(류호정)의 자격 미달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양당 체제가 고착된 것은 조국 사태 이후 양분된 민심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쪽 진영의 결집력이 더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제3정당이 없는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이슈 실종
 
  총선 1년여 전만 해도 국내 경제의 상황 악화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이 총선 민심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경제 이슈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대 핵심가치, 10대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총선 정책공약집을 내고 제조업과 신사업 육성 등을 강조했다. 미래통합당은 ‘경제 재설계 미래 재도약’이라는 정책공약집에서 규제혁파, 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공약은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각 정당에서도 정책 홍보는 없었다. 선거전 초반부터 비례정당 창당 때문에 각 정당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로 정책과 공약에 기울일 힘이 부족했다. 비례정당 창당과 후보 공천이 끝난 후 자기 선거에 바쁜 후보들은 이런 의제를 이끌어나갈 여력이 없었고, 각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여의도연구원은 정책과 공약보다는 선거운동 지원과 여론조사 결과 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양당은 어느 쪽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지 못했고, 유권자들은 양당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투표하게 됐다.
 
  경제전문가인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경제 이슈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당이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한 것은 외연 확장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지적해달라는 뜻도 있었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 영입된 김 위원장은 전국 유세지원은 물론 자당 후보들의 막말을 수습하는 데 바빴다. 보수세력 내에서는 “미래통합당이 코로나19로 피폐한 민생을 회복시킬 분명한 방안을 내놓았으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공천 번복
 
  정당이 공천을 번복하는 사례가 여느 총선 때보다 많았다. 특히 미래통합당은 공천 파동으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물러나면서 수도권과 영남 등 여러 곳의 후보가 바뀌었다. 공관위의 결정에 불만을 가졌던 황교안 대표 등 최고위원들은 김형오 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수십여 곳의 단독공천을 취소하고 경선을 실시했으며, 후보를 아예 바꾸기도 했다. 김형오 공관위가 단독공천했던 최홍(강남을), 김미균(강남병), 김원성(부산 북강서을) 등은 공천이 취소됐고, 컷오프됐던 민경욱(인천 연수을) 후보 등은 다시 경선이 결정되면서 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박진(강남을), 유경준(강남병) 등 ‘급조’된 후보들이 등장했다.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막장공천’으로 민심을 잃었지만 공천을 번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21대 총선 정국에서 미래통합당이 힘을 쓰지 못한 원인은 파행 공천과 공천 번복이라는 당내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례대표 후보도 번복되긴 마찬가지였다.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명단은 양쪽 다 완전히 뒤집혔다.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비례대표 명단에 불만을 품은 미래통합당은 한선교 대표를 물러나게 했고, 원유철 대표가 새 대표가 되면서 명단은 완전히 바뀌었다.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당선권 밖이었다가 비례대표 1번으로 올라섰다. 더불어민주당은 1호 영입 인재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가 1번인 비례대표 명단을 마련했다가 더불어시민당을 급조하게 되면서 원래 민주당 비례 후보들을 10번 밖으로 밀어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당투표에서 더불어시민당이 아닌 열린민주당 쪽으로 돌아서게 하는 원인이 됐다.
 
 
  지역구 돌려막기
 
  수많은 의원과 후보들이 원래 지역구를 떠나 다른 곳에 출마했다. 역대 총선에서 컷오프나 불출마가 아닌 타 지역 출마는 그 사례가 많지 않다. 미래통합당 김용태 의원은 양천을을 떠나 구로을에, 이혜훈 의원은 서초갑을 떠나 동대문을에, 이종구 의원은 강남갑에서 경기 광주을로 갔다. 인천 중·동·강화·옹진이 지역구였던 안상수 의원은 인천 동·미추홀을로 옮겼고, 주호영 의원은 대구 수성을에서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겼다.
 
  지역구에서 활동하던 인물 또는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던 인물을 다른 지역에 공천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미래통합당 김삼화 의원은 강남병에서 수년간 활동했지만 중랑갑에서 공천받아 출마했다. 미래통합당 허용석 후보는 용산에 공천을 신청했다 은평을 공천을 받았고, 김은혜 후보는 강남병에 신청했지만 경기 성남분당에 공천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는 경기 부천에 공천을 신청했다 강남병에 공천받았다.
 
  미래통합당에서 유독 이런 사례가 많았는데, 통합으로 인한 통합파 및 영입 인재 끼워넣기를 위해 지역구 돌려막기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영입 인재인 태구민(태영호・강남갑), 윤희숙(서초갑) 등이 채웠다. 거물급 후보와 붙기 위해 지역구를 옮긴 사례도 있다. 김용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후보와 붙기 위해, 주호영 후보는 대권을 선언한 김부겸 후보와 붙기 위해 지역구를 옮겼다. 지역 유권자 입장에서는 지역구 이동이 곱게 보일 리가 없고,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사라진 것들
 
양당의 총선 사령탑이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21대 총선은 과거 총선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이슈 중 많은 것이 사라진 총선으로 평가된다. ‘제3세력’과 ‘경제 이슈’가 사라진 데 이어 21대 총선에서 사라진 것은 ▲청년 ▲지역의제 ▲북풍 ▲포털 급상승 검색어 등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양당은 본격적인 공천에 들어가기 전 청년 공천을 늘리고 세대교체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양 당에서 45세 이하 예비후보는 전체 예비후보의 5%가 채 되지 않았다. 지역구 공천을 받은 30~40대 청년후보도 미래통합당 신보라, 전희경, 이준석, 배현진 등 기존 정치인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오영환 등 영입 인재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양당의 비례대표 후보도 청년 비중이 과거보다 줄었다. 심지어 각 당이 청년 후보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거물급 정치인과 경선에 붙이거나 험지 중의 험지에 공천해 ‘총알받이 공천’ ‘학도병 공천’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386세대와 소장파 등이 대거 국회에 진출했던 과거에 비하면 청년정치가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제도 사라졌다. 동남권 신공항, 환경, 재건축 등 부동산, 교육 등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의제와 정책은 이번 총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발(發) 선거 개입 논란, 이른바 ‘북풍’도 없었다. 북한은 꾸준히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코로나19에 묻혀 관심을 끌지 못했고, 북한과 관련한 선거 이슈는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고위 탈북자 출신 태구민(태영호) 후보에 대한 적격 논란이 전부일 정도였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검색어 서비스도 사라졌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 4월 2일 0시부터 선거일인 15일 18시까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중지했다. 후보의 이름이나 관련 단어가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면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털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가 선거 때문에 중지된 것은 이번 총선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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