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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6·13지방선거

변하지 않는 ‘往年의 與黨’에 대한 심판선거

글 :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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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비율에서 2006년 열린우리당 참패 때와 판박이
⊙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박근혜 5년 포함한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심판선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던 2006년 지방선거와 흡사
⊙ 정권 잃은 후에도 변하지 않는 ‘꼰대스러움’ 때문에 자유한국당 참패

김장수
1967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정치학 석사, 美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고려대 연구교수, 제17대 대선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전략기획홍보조정회의 여론조사팀장, 청와대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한국전력기술 감사, 새누리당 정치연대플러스 정책위원장 역임
지방선거 상황판 앞에 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은 선거상황판에 당선자표시를 2개밖에 꽂지 못했다.
  문재인(文在寅)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전국단위 선거결과가 더불어민주당 사상 최대 압승, 자유한국당 최악의 참패, 바른미래당 몰락으로 나타났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한국당은 전통적 텃밭인 대구와 경북에서만 승리하였다. 나머지 15개 중 원희룡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제주를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는 일방적 압승이었다. 22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151개 지역에서 승리하여 53개에 그친 한국당을 압도하였다.
 
  수치로 나타나는 차이도 그러하지만 민주당은 한국당의 전통적 텃밭이라 여겨지던 부산, 울산과 경남 세 지역의 광역단체장도 석권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부산 13대(對)2, 울산 5대0으로 한국당을 압도하였다. 영남권을 제외하고 한국당이 승리한 기초단체장은 전국적으로 모두 16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전체 유권자 수 자체가 많지 않고 고(高)연령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농촌 지역의 작은 선거구에서 주로 승리하였다는 점이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전체 737개가 걸린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605개를 석권한 반면 한국당은 전체의 7분의 1에 불과한 113석에 그쳤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은 물론 226개 기초단체장 중 단 하나의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였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전국을 합쳐 전부 5개 의석을 차지하였는데, 그나마도 지역구 선거에서는 1개, 나머지는 정당비례대표 선거를 통해 이루어져 이후 당의 활로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몰락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여섯 차례 선거 중 한국당 계열 정당의 가장 큰 패배는 1995년에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였다. 당시 민주자유당은 전체 15개 광역단체 중 4곳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4곳에 그쳤다. 여당의 한 축이었다가 이탈해서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이 4곳, 나머지 2곳은 무소속이 가져갔다. 때문에 보수와 진보 간의 경쟁 관점에서 보수의 참패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자유당 70, 민주당 84, 자민련 23, 무소속 53으로, 제3정당인 자민련과 무소속 돌풍 속에 민주당에 근소하게 뒤진 정도였다.
 
  상대 정당이 민주당 계열이 여당인 상태의 임기 초반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와 가장 유사한 조건이었던 1998년의 제2회 지방선거에서도 한국당은 이번처럼 참패하지는 않았다.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6개, 야당인 한나라당이 6개 지역에서 승리하여 균형을 맞추었다. IMF 위기로 인한 정권교체, 새롭게 출범한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임기 초반에 실시된 선거라는 점에서 선거환경 면에서 이번 선거와 가장 유사한 선거였다.
 
 
  배역만 바뀐 2006년 선거의 데칼코마니
 
2016년 5월 지방선거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와 거의 유사한 정도의 참패를 당했다.
  민주당 사상 최대 압승이라고 평가되지만, 지방선거에서 하나의 당이 상대 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특정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전국에 걸쳐 일당 독재에 가까울 정도로 모든 의석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이번과 같은 선거결과의 선례(先例)가 없는 것은 아니다. 12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 결과가 그러했다. 다만 그 압승과 참패의 주인공이 달라졌을 뿐이다. 전체 16개 광역단체장 중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전북 한 곳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하고, 12개 지역은 야당인 한나라당에 내주게 된다. 나머지 호남 두 곳은 새천년민주당을 계승한 민주당, 제주는 무소속이 당선된다. 전체 230개 기초단체장 중 열린우리당은 19개에 그쳤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155개 기초단체를 장악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민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지역을 민주당이 석권하였다. 하지만 12년 전인 2006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서울에서 단 하나의 자치구에서도 승리하지 못하였다. 광역의원 선거결과도 그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이번 지방선거보다 2006년이 더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2006년 당시 비례대표를 제외한 전국 광역의회 정원은 모두 655석이었다. 이 중 79%에 달하는 519석이 한나라당에 돌아갔다. 정당투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광역의회 의원 전체가 한나라당 소속으로만 채워진 경우가 여섯 지역에 달했다. 영남권인 부산과 대구는 물론 수도권 세 곳 모두와 대전의 광역의회에서 지역구 선출 광역의원 모두가 한나라당 출신으로 100% 채워졌다.
 
  전체 16개 광역단체장 중 13개 승리, 230개 기초단체장 중 155개(67%) 석권, 지역구 광역의원 665석 중 519개(79%) 장악! 이번 선거결과가 아니고 12년 전 지방선거 결과이고 그 주인공이 한나라당이었다. 전체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 기초단체장 226개 중 151개(67%) 석권, 지역구 광역의원 737석 중 605개(79%) 장악! 이번 선거결과이고 그 주역은 더불어민주당이다. 12년 전 압승의 주역이었던 한국당은 이제는 참패의 주인공이 되었다. 두 선거는 12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기초단체장 67%와 지역구 광역의원 79%로 마지막 퍼센트포인트까지 동일하다. 12년 만에 배역만 바뀐 일당독식의 데칼코마니가 다시 그려진 것이다.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
 
이번 지방선거는 작년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탄핵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졌다.
  선거의 성격은 복합적이다. 지난 시절의 업적과 과오를 비교하여 심판하는 회고적(retrospective)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고 앞으로 잘할 정당을 선택하는 전망적(prospective) 판단이라는 학자들도 있다. 사실 이 두 가지가 현실에서는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유권자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선택한다. 앞으로 국정을 맡아 나라를 위해 일을 잘할 후보를 고르려고 한다. 다만 미래에 누가 잘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 가장 와 닿는 기준이 그 정당과 후보가 과거에 한 일에 대한 평가, 즉 과거사가 되는 것이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 일을 잘할 것인가 여부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 기여한 점이 많다고 보상 차원에서 우리가 뽑아 주자는 회사는 없다. 이 점에서 모든 판단과 선택은 미래를 지향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에 와서 일을 잘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이전에 다닌 회사에서 업적과 평판이 좋은가 여부인 과거사가 되는 것이다. 즉 투표는 미래지향적 선택이지만, 이의 가장 중요한 판단 준거가 과거사가 되는 것이다. 일 잘하는 사원을 뽑는 데, 학교 성적을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이치로 대부분의 유권자는 앞으로 잘할 정부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지만, 그 판단의 준거(準據)는 지난 시절의 업적과 과오가 된다는 점에서 과거지향적이다. 한마디로 선거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보는 선택인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는 특히 과거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매우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여당도 잘하지만 야당이 더 잘해서 야당을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야당도 별로지만 집권여당이 더 싫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야당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선거라는 의미다. 최선(最善)이 아니라 차선(次善), 차선도 아니라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매우 높을 것이고 이것이 승자의 저주라는 한국 선거의 기본 특징이자 한국정치 비극의 원인이다.
 
  2002년에는 50대50의 박빙승부였던 대통령선거가 5년 후인 2007년에 와서는 25대50의 일방적 선거로 바뀐다. 여기서 잃어버린 균형점을 다시 찾은 것이 5년 후인 2012년 대선이다. 당시 양당의 후보로 나선 문재인과 박근혜(朴槿惠) 후보는 48대51.6의 박빙(薄氷) 대결을 다시 펼친다. 5년 만에 회복된 50대50의 균형점이 5년 후인 2016년 대선에서는 다시 급격하게 한쪽으로 쏠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재인 41%, 홍준표 24%로 10년 전과는 반대방향으로 50대25이다. 요약하면 2002년 50대50 → 2007년 50대25 → 2012년 50대50 → 2017년 25대50 구도로 순환하는 것이 한국 대선의 기본 특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순환적 변화는 대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선과 대선 사이에 있는 지방선거와 총선은 이 대선 순환주기의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된다.
 
 
  保守정부 9년에 대한 심판
 
자유한국당은 전통적인 강세지역인 영남권에서도 부산·울산·경남을 내주고 대구와 경북에서만 승리했다. 사진=조선일보DB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50대50 접전 끝에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총선 압승을 끝으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노무현 정부 4년, 앞선 김대중 정부 5년까지 포함하여, 진보정부 9년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적 분노와 심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해 치러진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26% 득표에 그쳐 과반에 육박하는 48.7%를 득표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참패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까지 이어져, 2008년 총선에서도 패배한다. 제5회 지방선거가 실시된 2010년이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보다 잘못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비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당시 집권여당의 참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부도 잘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노무현 정부보다는 낫다고 평가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2006년 지방선거로 끝나지 않고 2007년 대선,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08년 총선까지 이어진 것처럼, 박근혜 정부 5년,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하여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판단과 심판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는 지난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평가이자, ‘왕년’의 집권여당인 현재의 야당 한국당에 대한 심판이다. 물론 이전의 보수정부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잘한다고 생각해서 지지와 응원의 의미로 여당에 표를 준 유권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거에서의 모든 평가는 상대평가다. 문재인 정부가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는 잘하고 있어서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상당수에 달한다. 민주당 압승의 일등공신이 고공(高空)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라 하더라도 이 또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절대평가가 아니라 전임 보수정부와의 비교를 통한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여전히 전임 보수정부에 대한 심판선거의 성격이 강하게 녹아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12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와 배역만 달리하는 데칼코마니로 나타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6년 선거가 노무현 정부 4년, 진보정부 9년에 대한 심판선거였다면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 5년과 보수정부 10년에 대한 심판선거였다. 보수와 진보 10년에 대한 평가는 공히 참혹했고 이것이 배역만 바뀐 데칼코마니의 근본원인으로 작동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 더 강해져
 
작년 6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회의 모습. 그 후 1년 동안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지도,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지도 못했다.
  당시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입장에서 그 정치적 영향력과 파장을 빼고 수치로만 계산하면 2007년 대선 결과도 심각했지만 2006년 지방선거 결과는 더 참혹했다. 2008년 총선결과는 앞선 두 선거보다는 양호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 오면 열린우리당 정부에 대한 심판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 시점부터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 특히 부정적인 평가가 유권자의 판단기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에 대해 심판하겠다는 정서가 여전히 유효하더라도 그 강도는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는 2016년 총선은 물론 대통령 탄핵 직후에 치러진 2017년 대선보다 더 참혹하다. 홍준표(洪準杓) 전 대표의 말을 빌리면, ‘대선에서 자신이 일등한’ 경남에서도 일등 자리를 내준 것이다. 대선에서는 문재인 36.7%, 홍준표 37.2%로 근소하지만 한국당이 앞섰다.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는 김경수 52.8%, 김태호 43%로 나타났다. 후보 요인이 빠진 광역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민주당 45%, 한국당 39%로 민주당은 대선에 비해 8% 정도 증가하는 데 비해, 한국당은 2% 증가에 멈추었다. 대선에서 선전(善戰)했던 안철수 후보 표를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TK에서는 비록 지방권력 교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여야간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전국 공히 지난 대선보다 민주당 득표율은 급상승한 반면 한국당은 하락하거나, 일부 상승하더라도 그 폭이 민주당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모든 선거는 상대평가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당의 행태, 구체적으로 한국당 지도부의 언행과 행태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증하였다. 다양한 비판여론이 ‘꼰대’라는 단어로 수렴되고 있다. 다양한 행태를 보이지만 꼰대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닌다. 첫째, 자기 말만 한다. 둘째, 그 이유는 자기만 옳고 자기만 세상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말로는 듣는 사람(선거에서는 유권자)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서고, 결국 자기 자랑이고 남 욕이다. 좋게 봐도 자아실현이고 대화가 아닌 일방적 주입식 훈육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구체적인 각각의 과정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되었다. 80%에 가까운 국민여론도 탄핵에 찬성하였다. 의견은 다양할 수 있지만 법이 정한 절차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에서든, 국민이 주권자이고 여론을 중시해야 한다는 정치논리에 준거하든 한국당은 탄핵당한 정부의 집권여당이었다. 정치적인 무한(無限)책임을 공유하는 왕년의 집권여당이 반성이나 사과, 이를 반영하는 쇄신 노력은 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야당으로 급속하게 태세를 전환한다.
 
  여기까지는 용인한다 하더라도 하는 짓마다 꼰대스럽다. 자기만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렸고, 그 이유는 상대는 바보거나 대한민국을 적화(赤化)시키려는 사악한 의도를 가진 것이고, 여론조사는 조작되었고, 설혹 조작되지 않았다면 우매한 민중이 사악한 적들에게 속고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면 요즘은 유치원생도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우매하다고 무시하는 꼰대를 좋아하는 진정 ‘바보 같은’ 유권자는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국정화 교과서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았던 것도 국민을 바보로 보는 그들의 꼰대스러움 때문이다.
 
 
  “정신 차리기는 틀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특히 남북대화 국면에서 한국당 지도부가 보인 행태는 박근혜 정부만 꼰대가 아니라 당시의 집권여당이었던 ‘왕년’의 여당인 한국당도 꼰대이긴 마찬가지라는 국민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다른 선거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번 지방선거도 심판선거다. 심판의 대상이 현재의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왕년의 집권여당인 한국당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일 년이 지났어도, 심판대상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여전히 한국당이라는 점도 문제이지만, 한국당을 심판하겠다는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커지고 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다. 핵심 지지지역이었던 영남권에서도 야당이 된 왕년의 집권여당에 대한 동정론보다는 “정신 차리기는 틀렸다. 차라리 지방권력을 교체하여 새롭게 살아 보자”는 권력교체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 10년 동안 쌓여 온 불만과 분노가 그렇게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여야 한다. 그 출발은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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