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특집 / 6·13지방선거

보수정당의 역대급 패배

保守가 아닌 자유한국당의 몰락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보수 자체가 궤멸했다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승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의 善戰… 원희룡처럼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면 결과 바뀌었을지도
⊙ 차기 광역 단체장 도전을 위해 같은 편도 모른 척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무한 이기주의로 인한 참사
⊙ 지방선거 도전한 문재인 청와대 참모들이 받은 투표율 평균 52.26%…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크게 못 미쳐
⊙ “한국당과 미래당이 ‘폭망’한 것이지, 보수가 망한 건 아니다”(황태순 정치평론가)
⊙ 서로 책임 전가하며 살아남는 데 전전긍긍하기보다 ‘죽어서 사는 길’ 선택해야
‌⊙ 극적인 반전 일어나 승자의 저주로 귀결되는 것이 한국 선거의 기본 특징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예상대로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끝났다. 단일화해도 이길까 말까 할 승부처에서 야당이 저마다 후보를 내고 끝까지 버티는 것은 결국 여당에 승리를 헌상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국회 의석수(선거 전 기준) 112석으로 원내 2당이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경북(TK) 단 두 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지역기반이었던 부산-울산-경남은 모두 뺏겼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역시 12석 중 TK 지역(경북 김천) 1석만 가져올 수 있었다. 보수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다. 유례없는 야당의 참패였다.
 
 
  保守 성향 元喜龍 승리에 주목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13일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야권(野圈)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원 당선자는 보수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 야권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광역단체장이 됐다.
  이대로 가다간 오는 2020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도 참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희망이 없다. “20년 이상 민주당이 연속 집권을 해야 한다”는 이해찬(李海瓚)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보수에는 희망이 없을까. 제주지사 선거 결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무소속이긴 하지만 보수 성향의 원희룡(元喜龍) 제주지사(51.7%)는 문대림(文大林) 더불어민주당 후보(40.0%)를 11.7%P 차로 제쳤다. 문 후보는 문재인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출신이다. 보수 후보가 ‘문재인 바람’에도 불구, 친문(親文) 후보에게 승리를 거둔 것은 의미가 있다. 참고로 제주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이석문(李碩文) 후보가 전체 유효투표(34만1488표)의 51.2%인 17만4868표를 얻어 16만6620표(48.8%)를 얻은 보수 성향의 김광수(金光洙) 후보를 8248표 차로 따돌렸다. 이는 보수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에 대한 실망은 클지언정 인물선거에 대한 열망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략 20~30%를 득표한 것으로 볼 때 제주에서는 보수 세력이 자유한국당 대신 무소속을 택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보수 세력 표에 원희룡이라는 인물을 지지한 표까지 합쳐져 원 지사가 당선됐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그의 득표율이 현재 보수 표가 뭉친 최대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한 핵심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후보의 완주로 원희룡 지사가 ‘자유한국당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게 각인되면서 더 유리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의 얘기다.
 
  “애초 원 지사의 표가 갈릴 것으로 예상해 우리 당의 김방훈(金方勳) 후보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표가 갈리기는커녕 그 반대였다. 김 후보는 그야말로 ‘욕받이’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도민들의 분노를 집중시켰고, 이로 인해 원 지사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은 3.3%로 녹색당 고은영 후보(3.5%)한테도 뒤졌다.
 
  원 지사는 2017년 1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합류했지만, 올해 2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한 후 탈당했다. 과거 보수정당의 소장파,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함께 활동했던 남경필(南景弼) 경기도지사가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復黨)한 것과 대조적이다. 남 지사는 재선에 실패하고 원 지사는 성공한 원인을 당적(黨籍)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원 지사는 선거기간 내내 “정당정치에 눈을 돌리지 않고 ‘새로운 정치’를 보이겠다”고 강조했고, 당선 후 인터뷰에서도 “기존 정당에 입당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金台鎬가 무소속이었다면…”
 
2018년 5월 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경남도지사 당선인)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상남도 도지사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경남도지사 선거 결과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의외로 선전한 자유한국당 후보는 경남지사에 출마한 김태호(金台鎬) 후보다. 김 후보는 개표 초반 줄곧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金慶洙) 당선인을 앞서나갔다. 중반까지도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다 결국 9.2%P 차로 패배했다. 민주당은 친문계와 수도권 의원들이 발 벗고 김경수 후보 지원에 나섰다. 박영선·이인영·설훈·김진표·우상호 의원이 경남도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전해철·박광온·황희 등 대표적 친문 의원들이 선대위에 포진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경남도당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아 정책 지원을 공언하기도 했다.
 
  선거 막바지에 민주당 당내 여론조사 결과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민주당 지도부가 경남 유세에 총출동하기도 했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홍준표(洪準杓) 자유한국당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원유세를 거절했다. 홍 대표는 경남을 방문해 창원시장 등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김태호 후보는 만나지 않고 돌아갔다. 민주당이 총출동해 지원한 김경수 후보와 중앙당 지원 없이 외로운 선거를 치른 김태호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수도권 등 타 지역보다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남 현지에서 선거운동을 지켜본 한 지역 유지는 “김태호 후보가 중앙당의 지원을 거절하고 ‘외로운 선거’를 치르면서 이번 선거에서 보수 세력의 표심을 지배한 ‘반(反)자유한국당 정서’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봤다. 그는 “반자유한국당 정서가 최고조였음에도, 김태호 후보는 과거 경남지사 경험을 토대로 바닥 민심을 이해하고 부지런히 뛰는 모습을 보였다”며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도 “경남도 제주도처럼 자유한국당 후보가 따로 나오고 김태호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면 당선됐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김태호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인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상대 후보가 의혹(드루킹 특검, 여배우 스캔들 등)에 휘말린 상태라 선거 막판 역전을 노릴 수 있었는데, 솔직히 자유한국당 간판이 발목을 잡았다”고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후보가 경쟁력이 있었어도, 자유한국당 소속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투표하지 않거나, 차라리 전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심정으로 상대에 표를 던진 보수 유권자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김태호 후보는 “민심의 방향은 우리 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를 통해서 많이 배웠고, 민심이 너무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잘나갈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보았고 듣지 못했던 것을 들은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배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텃밭 TK 지역에서의 ‘辛勝’은 자유한국당이 자초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PK(부산·경남) 지역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충격적인 결과를 맞았다. 부산시장은 현역 서병수 시장이 민주당 오거돈 후보에게 18%P 차로 패배했고, 부산 구청장 당선 지역도 16곳 중 2곳뿐이었다. 민주당은 부산을 완전히 싹쓸이할 뻔했고, 울산은 싹쓸이했다. 울산 현역 시장(김기현)이 재선에 실패한 것은 물론 기초단체장 5곳도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광역단체장을 차지한 TK 지역조차 기초단체장 6곳(경북 5곳, 대구 1곳)을 뺏겼다. 그나마 5곳은 자유한국당 출신으로 보수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지만,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장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차지해 충격을 안겼다.
 
  경북 김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조차 14일 새벽까지 펼쳐진 접전 끝에 자유한국당 송언석(宋彦錫) 후보가 무소속 최대원(崔大源) 후보에 신승했다. 득표율은 송 후보가 50.3%(3만9323표), 최 후보가 49.7%(3만8830표)로 두 사람의 표차는 493표에 불과했다. 김천은 경북도지사에 당선된 자유한국당 이철우(李喆雨) 전 의원이 20대 총선 당시 1만4000여 표 이상 차이로 승리했던 곳이다. 선거 초반에는 송언석 후보가 전통적인 자유한국당 기득권과 이철우 후보 후광 효과, 본인의 경쟁력 등으로 무난하게 당선할 것으로 봤지만, 무소속 최대원 후보가 한국당의 공천 문제를 제기하며, 김천 시민의 감성에 호소,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여왔다.
 
  특히 최대원 후보는 애초 자유한국당 김천시장 공천에 도전했지만 탈락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도전해 선전했다는 점에서 김천 지역 민심이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 후보를 제치고 김천시장으로 공천받은 자유한국당 김응규(金應奎) 후보는 무소속 김충섭 후보에게 17%P 이상 뒤처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김천에서 이 같은 이변이 일어난 데는 자유한국당의 공천갈등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은 공천 당시 인물론보다는 ‘기초단체장 3선 불가 원칙’ 등을 내세워 후보들의 반발을 샀고, 권영세 안동시장과 이현준 예천군수, 임광원 울진군수가 한국당 경선 배제에 반발,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TK 출신 한 언론인은 “TK 중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한 김천에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후보가 고전하고 무소속 시장이 탄생했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공천만 지역 민심에 따라 신경 써서 했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총선 때도 친박계가 멋대로 해놓은 공천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이번엔 더 심해졌다”며 “구미시장에도 아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는 인물을 공천했다면 지역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당에서 지역 민심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포기한 듯한 공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18년 6월 9일 부산시 지원 유세에서 ‘사죄의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렇게 했지만 같은 당 의원들은 본인이 미는 후보가 공천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선거 지원 유세도 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자유한국당의 6·13지방선거 패배는 지방선거의 메인 이벤트인 서울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탈환을 위해 홍정욱(洪政旭) 전 의원, 이석연(李石淵) 전 법제처장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거절당했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김병준(金秉準) 국민대학교 교수, 황교안(黃敎安) 전 총리, 오세훈(吳世勳) 전 서울시장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기도지사를 지내고 20대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문수(金文洙) 후보가 공천을 받자, 당 안팎에서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이냐”는 비아냥이 일기도 했다. 물론 김 후보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름의 성적을 거뒀다.
 
  ‘자유한국당 공천=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유일한 TK 지역의 공천도 뒷말이 나왔다. 공천 과정에서 ‘원칙 없는 공천’ ‘홍준표 대표의 사천(私薦)’이라는 불만을 품은 예비후보들이 대거 탈당했고, TK 지역 자유한국당 단체장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무소속 후보들과 초접전을 벌였다. 대구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공천 과정도 시끄러웠지만, 홍준표 대표가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내세우지 못한 채 막말 등으로 유권자들에게 피로감만 더해주면서 지역 민심이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한국당은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23곳 중 6곳(경북 5곳과 대구 1곳)의 단체장 자리를 뺏겼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도 마찬가지였다. 홍준표 대표가 방송계에서 영입한 배현진-길환영 후보와 정치권 영입 인사인 국민의당 부대변인 출신인 강연재 후보,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이 공천을 받으면서 ‘홍 대표 사람 심기’라는 비난이 당내에서 끊이지 않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적폐 이미지를 벗으려면 젊고 참신한 후보가 필요하다는 점은 당연지사인데, 당에서 젊은 후보라고 서울에 내놓은 사람이 배현진, 강연재 정도였다”며 “당 이미지와 후보 이미지 둘 중 하나라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어야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데 그저 보수층의 감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고 한탄했다.
 
 
  한국당 현역 의원들의 무한 이기주의
 
  당 의원들의 무한 이기주의도 한몫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본인의 친위 조직이 될 수 있는 구청장, 지방의원 챙기기에만 급급했다고 한다. 본인이 미는 후보가 공천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선거 지원 유세도 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당 관계자의 이야기다.
 
  “(의원들이) 어차피 질 선거에 관심도 없어 보였다.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기만을 기다리는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다수였다. 홍 대표가 싫고 좋고를 떠나 최선을 다해야 지더라도 국민이 진정성을 알아주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참패는 국회의원들의 이기주의로 인한 참사다.”
 
  차기 광역단체장 선거에 본인이 도전하기 위해 자당(自黨) 후보를 일부러 돕지 않은 다선(多選)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의 말이다.
 
  “광역 자치단체장이 되면 자연히 그 지역의 ‘맹주’가 되고, 차기 주자가 된다. 자신의 라이벌이 이렇게 되는 것을 바라는 국회의원은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라이벌 관계 때문에 모 광역단체장 후보는 지역 현역의원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 후보는 경쟁력이 괜찮았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선거 참패 직후 구본철 전 의원 및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10명은 홍 대표 등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그들은 개표 상황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홍준표 일당 아웃!’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입장문을 읽은 뒤, 국민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단체로 절을 하기도 했다. 입장문에서 이들은 “보수 우파에 있어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패배가 현실이 되었다”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보수정당을 재건하기 위해 비상한 행동이 필요한 시기로, 그 입구는 홍 대표와 당 지도부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사퇴이며, 더 나아가 보수 대통합을 통한 보수의 적통인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출발”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14일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날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한다.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경솔하고 가벼운 손과 입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SNS 캡처.
  몇몇 자당 의원의 헛발질도 보수 유권자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정태옥(鄭泰沃) 의원은 한 뉴스 매체 인터뷰 자리에서 강병원(姜炳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전국 실업률 1위가 인천이었다. 가계부채, 자살률, 1등이었다”고 인천광역시장인 유정복(劉正福)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적하자 이같이 반박했다.
 
  “지방에서 생활이 어려워서 올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서울로 온다. 그렇지만 그런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지만, 지방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 인천으로 오기 때문에 실업률, 가계부채, 자살률 이런 것들이 꼴찌다. 유 시장이 들어와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다. 인천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경기 부천 지역을 낮추어 보는 듯한 발언도 했다. 정 의원은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양천구 목동 같은 데서 잘살다가 이혼 한 번 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또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나 이런 쪽으로 간다”고 했다. 뉴스 사회자가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의 명예가 있으니까 구체적인 지역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른바 정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간다)’ 논란은 선거 직전 돌연 변수로 작용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 의원은 6월 8일 “인천·부천 시민께 사과드린다”며 당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유정복 후보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당 지도부 사과를 요구했다. 당 차원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9일 부산 해운대구 유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경박하고 잘못된 발언”이라며 “윤리위를 소집해서 적정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은 10일에도 맹공을 이어갔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이러니까 평생 보수를 지지하던 분들도 ‘보수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정 의원은 결국 이날 오후 탈당계를 제출했다.
 
  민경욱(閔庚旭)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방선거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누리꾼이 올린 게시물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국민 MC 유재석이 파란색 모자를 쓰고 투표장에 나타난 사진과 함께 “재석아, 너를 키운 건, 자유민주국민들이다. 이미 너의 사상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다시 꼴도 보기 싫다. 너도 북으로 가길 바란다. 우리 모두 빨간 모자 쓰고 투표장 가자”는 글이 적혀 있었다.
 
  글쓴이는 파란색 모자를 쓴 유재석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파랑은 더불어민주당의 당색(黨色)이다.
 
  누리꾼들은 당장 해당 글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빨간 모자 쓰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냐?” “유치하다” “이렇게 유재석 호감도는 또 올라간다” “본인도 파란색 슈트 입었으면서 무슨 소리하는 것인지” “생트집” 등의 비난을 가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민 의원은 공유한 게시물을 삭제했다. 민 의원은 1991년 KBS 공채 18기 기자 출신으로 정치부, 기동취재부,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친 언론인이다. 그는 2011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KBS 〈뉴스9〉를 진행했고 2012년 제39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4년 KBS를 사퇴한 뒤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인천 연수구 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7년부터는 제20대 국회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자유한국당이 보수 지지자들에게 외면을 받은 이유로는 민심과 동떨어진 선거운동도 꼽힌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대표의 직설적인 언사는 장년층과 노년층에게는 공감을 얻었을 수는 있지만, 청년이나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반감을 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의 길을 잃게 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의 패배지, 보수의 몰락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의 길을 잃게 하기 충분했다. 2018년 6월 13일 6·13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는 유권자.
  정치평론가들도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자유한국당의 패배지 보수의 몰락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로 인해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이 다 무너진 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다만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창구가 막힌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를 일차적으로 대변했던 정당이 자유한국당이었고, 이차적인 창구가 바른미래당이었는데 이번 지방선거로 그 동력이 무너졌다는 게 황 평론가의 주장이다. 황 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의 경우 그 모태(母胎)가 ‘박정희 대통령’인데, 이들 중 일부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고,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한국당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끝난 셈”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과 미래당이 ‘폭망’한 것이지, 보수가 망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황 평론가는 보수정당이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으려면 ▲새로운 리더십(인물) 확보 ▲대의명분의 확보 ▲에너지 충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홍 교수의 이야기다.
 
  “이번 선거 결과가 ‘보수의 폭망’이라고 정의하려면 보수적인 유권자나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야 하는데 그렇게 단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 보수가 망했다기보다는 현존하는 보수적 정치 세력이 설 땅을 잃게 된 것이다. (보수 유권자들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현 보수 세력을 믿고 의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준 것은 분명하다. 좋게 생각하면 새로운 보수 세력이 나타날 기회의 창(窓)이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홍 교수는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國益)을 추구하고, 국민통합 의식을 갖춘 사람이 보수정당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지금의 보수 세력 중엔 이런 인물이 없었다. 자기희생을 담보할 수 있는, 지금의 진보 세력보다 더 높은 도덕성, 윤리의식, 공동체 의식을 가진 인물이 끌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선거 패배는 보수의 패배라기보다는 보수당의 몰락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보수가 재편되려면 ‘대한민국 우선주의’라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 그게 보수 세력과 함께 이 나라도 함께 사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적 쇄신의 요체도 결국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냐’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기존 보수 정치 세력의 기득권 포기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보수정당이 올드보이를 공천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오늘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획기적인 인적 쇄신을 해야 결국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인물이 나와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對北) 유화정책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7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실일까?
 
2018년 6월 1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선거개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발표 방송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선거 패배가 자유한국당의 패배지, 보수의 몰락이 아니란 분석도 나오는 만큼,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다. 7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더욱 그렇다.
 
  그간 야당과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해 왔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반면,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는 조사에 응하지 않으므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 도전한 문재인 청와대 참모들이 받은 투표율을 분석해 보면 문 대통령의 진짜 지지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6·13지방선거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일 전 90일)을 앞두고 청와대에서는 비서관급 5명, 행정관 11명 등 총 16명이 사퇴했다. 이 중 절반인 8명이 본선에 진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문심(文心)’을 앞세운 이들의 개별 득표율을 합산·평균을 도출한 결과, 평균 득표율은 52.26%였다[◆당선인-김병내 광주 남구청장(68.9%)·서철모 경기도 화성시장(59.1%)·은수미 경기도 성남시장(57.6%)·강원도 고성군수 백두현(56.3%)·강원도 춘천시장 이재수(50.1%), 서울 영등포 구청장 채현일(51.8%), ◆패배-문대림 제주도지사 후보(40.0%)·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34.3%)]. 이는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평균 득표율 54.9%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물론 이들의 득표율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르다는 반론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6·13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에는 문 대통령의 효과가 거의 절대적이었다는 평가다.
  지지율 거품 논란을 떠나 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에는 문 대통령의 효과가 거의 절대적이었다. 추미애(秋美愛)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야기다.
 
  “제가 해운대 보궐선거 윤준호 후보와 동행을 했는데 윤 후보가 ‘과거에는 민주당 명함을 주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거나 버렸는데 이번에는 민주당이라고 하면 그 명함을 받아서 가슴에 집어넣으니 제가 당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라더라. 그만큼 문 대통령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극적인 반전 일어나 승자의 저주로 귀결되는 것이 한국 선거의 기본 특징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당시 정권 실세들은 자신들의 집권이 최소 20년 이상 갈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막상 5년 후 치러진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역사적 대참패를 기록했다. 2년 전에 치러진 2016년 총선 직전만 해도 당시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최소 180석, 잘하면 개헌 저지선인 200석을 넘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총선 1년도 지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했고, 당시 집권여당은 대선에서도 반 토막 난 득표율을 받아 들었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대표는 “5년이라는 길지 않은 집권 기간 동안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 ‘승자의 저주’로 귀결되는 것이 한국 선거의 기본 특징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 한국 정치의 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승자의 저주’, 극적인 반전의 근본 원인은 집권 세력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과 이로 인한 중도층의 이탈”이라고 했다.⊙
조회 : 8618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김용성    (2018-06-24)     수정   삭제 찬성 : 8   반대 : 5
원희룡이 보수라고 ? 지나가는 개도 침뱉고 갈 말이다. 그럼 대한민국 빨갱이 없다는 하태경도 보수 겠네, 내 참 기가 막혀 ............

201810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