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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집권 한 달

청와대 인사 놓고 청와대-더불어민주당 불편한 신경전, 왜?

“당·청(黨·靑) 갈등은 없다”면서도 제 갈 길 가는 당(黨)과 청(靑)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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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임종석, 선거 당시부터 인사(人事) 놓고 기싸움
⊙ 청, “대선 공(功) 상관없이 인재 등용하겠다”
⊙ 더민주, 당직자 청와대 파견 관련해 섭섭?
⊙ 당 원내사령탑 비문(非文) 우원식, 김민석은 당 싱크탱크로 … 비문이 당 주도권 잡을까
⊙ 당 운명 가를 내년 지방선거 ‘키 우먼(key woman)’은 서울시장 나설 추미애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회에서 5월 16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사를 받고 있다.
  취임 한 달째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80%에 육박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50%대 초반이다. 정권 초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당·청 갈등의 불씨가 살아 있기 때문일까.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인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대선 직후 임명된 임종석 비서실장과 추미애 당대표가 주요 보직 인사를 두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추미애 대표가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을 청와대에 입성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는 설, 당직자들을 청와대에서 받아 주지 않아 당이 섭섭해했다는 설, 당이 당 조직을 비문(非文: 非문재인)화하려고 한다는 설 등이 분분했다.
 
 
  더민주, “청와대가 당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것 아니냐”
 
6월 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청 갈등은 없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와 당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은 청와대 인사 문제다. 6월 초 현재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급 인사가 완료되고 선임행정관 및 행정관급(2~5급) 인사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여당 내에서 청와대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고 있다. 당에서 요청한 인사를 청와대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동안 야당 시절 고생한 인사들을 청와대로 대거 데려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말은 이렇다. 보통 대선이 끝나면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인수위원으로 당 국회의원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편 그 아래 실무진으로 당 사무처 당직자, 보좌관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인수위원들은 인수위 활동기간이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실무진은 거의 청와대 행정관으로 취업하거나 몇 년간 청와대 파견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정무수석실, 홍보수석실 등에서 정무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엔 인수위가 없었던 만큼 실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6명이 2주간 청와대에 출장명령 형태로 파견을 나갔다. 당내에서도 손꼽히는 인재들인 만큼 당에서는 당연히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2주 후인 5월 23일 모두 당으로 돌아왔다. 추미애 대표는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임의로 뽑아 간 약간 명의 당직자를 당에 일방적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을 보고받고 알았다”며 “청와대가 당직자 인사를 임의로 하면 당의 공적 질서가 무너진다”고 청와대를 향해 경고했다. 추 대표는 “당의 인사원칙을 청와대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며, 당직자들의 실질적 고충을 청와대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집권당은 당·청 협의하에 당직자 일부를 청와대에 파견해 왔다. 이들은 청와대 실무 역할은 물론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함께 해 왔다.
 
  더민주 한 고위당직자의 얘기다. “청와대에 여당 당직자가 파견될 수 있는 자리가 적지 않습니다. 당에 오래 몸담아 왔던 인재들은 청와대 인사들과 인간관계가 돈독하면서 당 인사들과 관계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에서 촉망받는 인재나 청와대 요직 인사들과 관계가 깊은 당 인물이 청와대로 파견가곤 합니다. 또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경력쌓기를 위해 파견근무를 원하기도 하고요. 또 야당이었다가 여당이 되면 당 사무처 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몇 명을 파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청와대 파견) 기대를 갖는 당직자들이 있었는데 청와대가 이를 못 본 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추 대표는 ‘당이 청와대 인사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가 (당직자) 무기한 단순 파견을 요구해도 곤란하다’고 얘기했는데, 이 말은 곧 정권창출에 공을 세운 당직자들을 정당하게 대우해 달라는 겁니다. 청와대가 당을 가벼이 여겨 단순파견을 요구하거나 아무때나 파견 및 복귀를 시키면 당 사무처는 신규채용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여당이 된 만큼 인사나 채용 등을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거든요. 청와대가 당과 교류하는 데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캠프 구성 당시부터 문-당(文-黨) 신경전
 
더불어민주당 행사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가운데)와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오른쪽).
  청와대측과 추 대표의 미묘한 갈등은 선거전 초반 추미애 대표가 김민석 전 의원을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으로 임명할 때부터 불거졌다. 추 대표와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인 4월 7일 더민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대표가 상황실장에 김민석 전 의원을 임명하겠다고 주장하자 다른 최고위원들이 격하게 반발했다. 당시 한 취재기자는 “고성이 회의장 바깥으로 새 나오고 김영주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안규백 사무총장이 다시 데리고 들어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당직자는 “최고위원과 문 후보 캠프 등에서 김 전 의원이 문 후보 및 통합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계속 주장했는데, 추 대표가 강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추 대표의 주장대로 김 전 의원이 상황실장을 맡긴 했지만, 임종석 실장은 “일방적으로 인선을 발표한 과정에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추 대표는 “선대위 구성은 당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고, 임 실장(당시 후보 비서실장)은 당을 향해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며 불만 섞인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신경전이 오갔다. 대선 이후에도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과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추 대표는 대선 다음 날인 5월 10일 “당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운영을 준비하자”고 했지만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추 대표가 인사 주도권을 잡으려 했지만 불발된 것이다. 다음 날인 11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차 국회를 찾았으나 추 대표는 자리를 비웠다.
 
  추 대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14일 추 대표는 당직자 전원 교체를 선언했는데, 친문계인 안규백 당 사무총장을 경질하고 김민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세우려 한다는 설이 유력했다. 당시 안 전 사무총장이 며칠간 전화기를 끄고 잠적하는 등 갈등 양상이 불거졌다. 또 추 대표가 김민석 전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추천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무수석에는 14일 전병헌 전 의원이 임명됐다. 전 수석은 대선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었다.
 
  더민주 한 당직자는 “김민석 전 의원 때문에 추 대표가 대선때 그렇게 친문측 반발을 샀는데도 굳이 청와대 정무수석에 추천한 게 진실이라면 그 속내를 모르겠다”며 “당·청 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가지려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후 추 대표는 청와대 인사에서 주도권을 뺏겼다는 섭섭함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23일 청와대 실무를 위해 파견됐던 당직자들이 당으로 복귀하자 추 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청와대가 당 인사를 임의로 하면 안 된다”며 경고를 날린 것이다.
 
 
  정권 초반 인사는 ‘개국공신’ 위주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권 초반 청와대 인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과거 정권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파견직 공무원을 제외한 정무직 비서관 및 행정관들은 지극히 ‘정치적인’ 사유로 임명된다. 당 사무처에서는 청와대 근무인력에 대한 추천과 자원을 받고, 해당자는 파견근무 또는 이직 형식으로 일한다. 첫 인사는 주로 대통령 당선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고 공을 세웠는가 등이 기준이다.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선임행정관(2급) A씨의 얘기다. “처음에는 주로 대선 캠프 고위직의 보좌관, 캠프 실무자 출신 등이 행정관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초반 청와대 인사는 좀 성격이 달랐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는 10년간 야당 생활로 당직자들이 매우 힘든 시기였거든요. 그래서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고 당직자 중에서도 캠프에 열심히 참여해 공을 세운 사람도 많았어요. 이 사람들 중에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청와대로 갔습니다. 수고했으니 자리를 준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동안 일해 온 경력을 볼 때 당·청 간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 왔죠.”
 
  박근혜 정부 시절 행정관 B씨는 이렇게 얘기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엔 10년 만에 정권을 잡다 보니 논공행상할 자리가 너무 많아 문제가 생긴 적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행정관 한 명도 대통령이 일일이 결재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철저하게 청와대 인사를 관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계파와 큰 상관 없이 여당 주요 국회의원 보좌관들과 당 사무처 고위당직자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했는데,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보좌관 중에서도 철저하게 충성도가 높은 친박계 의원의 보좌관 위주로 입성했고 당직자 중에서도 친박계와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갔지요.”
 
  그는 “지금 여당 내에서 청와대에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리를 챙기겠다는 욕심보다는 그동안의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친문 위주의 인사를 하지 않고 측근들도 등용하지 않는 등 국민 입장에선 파격적이고 긍정적인 인사를 하고 있는데요. 당직자들을 비롯해 야당생활 내내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은 보람이 없을 겁니다. 이건 단순히 인심을 잃는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수차례 지적받았던 리더십 문제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집권 한 달, 행정관 인사 아직 진행 중
 
  집권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청와대 실무진은 인선 중이다. 문재인 후보 캠프 출신 한 보좌진은 “(청와대 행정관) 희망자는 수백 명이 넘고 이미 제출한 이력서가 쌓여 있는데 수요는 한정돼 있다”며 “지난 정권보다 실무진 입성이 몇 배는 더 힘들 거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캠프에서 밤낮없이 뛰었던 팀장급들 대다수가 갈 곳이 없는 상태예요. 당 사무처는 이제 시스템화돼서 공채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총선 끝난 지도 한참 지나서 보좌관 자리도 없고, 캠프 출신들이 산하기관으로 가는 건 박근혜 정권 때 상당히 길이 막혔고 지금 대통령은 그렇게 하실 의지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나마 가능성 높은 자리가 청와대 행정관인데 말이죠.”
 
  특히 대선 당일까지 문 대통령의 마크맨(밀착취재 담당)이었던 방송국 여기자가 최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캠프 출신 인사들은 더욱 사기가 꺾인 모습이다. 더민주 한 의원의 보좌관은 “청와대와 방송국 측은 어차피 실무진인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입니다. 근데 대변인이나 춘추관장으로 기자 출신을 초빙하는 건 그나마 이해가 되는데요. 행정관 할 사람이 수없이 많은데 왜 하필 마크맨이었던 기자인가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또 과거엔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보좌진이 청와대 실무진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 친문 의원들은 보좌관이나 측근을 청와대에 보내는 데 조심스러운 상태다. 부산 출신 더민주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C씨의 얘기다. “물론 의원 입장에서는 보좌관이 청와대로 들어가면 내부 정보 등으로 도움이 되죠. 그런데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골수 친박계 의원들의 보좌진이 대거 입성했는데 그 사람들이 이른바 ‘십상시’가 된 것 아닙니까. 물론 친문계 의원의 보좌진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간다면 당·청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언제 비선이나 십상시 논란으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는 형편입니다.”
 
  추 대표측과 청와대측은 “당·청 관계에 갈등이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권이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갈등 끝에 탄핵까지 가야 했던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당·청 갈등 부인하지만 …
 
더불어민주당은 5월 16일 비문계 우원식 의원(왼쪽)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당시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창당한 여당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이나 인사를 두고 “청와대가 당을 죽이려는 음모”라며 반발하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정부”라고 강조했지만 당은 귀담아 듣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제 갈 길을 가는 분위기다. 대선 후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비문계 우원식 의원이 친문계 홍영표 의원을 꺾고 원내사령탑에 올랐고, 당·청 간 인사갈등의 불씨가 됐던 김민석 전 의원은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직에 임명됐다. 청문회 정국이 끝나면 더불어민주당의 과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거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이지만 추 대표는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한 민주당 전직 의원은 “추미애 대표가 계속 고집하던 ‘김민석 카드’를 민주연구원장 선에서 봉합한 것은 당장 청와대와 대립하기보다는 당권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청 관계의 키는 추미애 대표가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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