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 모친(母親) 단독인터뷰 : 월간조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재임 210일간 상관이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 기록은 김 전 수석이 세상을 떠난 지 3개월 만인 2016년 11월 초 ‘TV 조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김 전 수석의 기록을 보면 김 전 실장은 정부를 비판한 언론을 두고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언론중재위,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이 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에 호의적인 매체에 대해서는 ‘각종 금전적 지원’으로 기록돼 있다. 정윤회 사건을 처음 보도한 신문사를 세무조사하라 했고, TV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정치평론가는 ‘출연 금지’하라고 적혀 있다. 김 실장 언론 관련 지시 사항은 대부분 비망록 형식으로 기록됐다.

최순실과 동거했던 중년 여성 ‘김모씨’ 동향 파악, 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 무마 등도 지시했다. “최순실을 알지 못하고, 만난 적 없고, 전화한 적도 없다”는 김 전 실장의 기존 주장을 뒤엎는 내용이었다. 이 외에도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다.

2016년 12월 7일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했다. 야당은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것을 근거로 김 전 실장을 몰아세웠다. 김 전 실장은 “회의를 하다 보면 장부를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수석이 자신의 지시를 적은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쓴 것이란 얘기였다.

“수첩에 장(長)이라 쓰여 있는 것은 김 전 실장을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간혹 제 지시도 있었겠지만, 장이라고 기재돼 있다고 해서 그게 모두 다 저의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명백한 증거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TV로 청문회를 시청한 김 전 수석의 모친은 분노했다.

“아이고, 김기춘 이 사람 이렇게 거짓말해도 됩니까. 그 벌을 어떻게 다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네요.”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모친의 목소리는 격양돼 있었다. “사람이 가서 땅속에 누워 있는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됩니까. 천하의 무심한 사람이네요. 정 사실을 밝히기 어렵다면, 내가 비망록에 적혀 있는 대로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정도로 이야기하면 되지 영한이가 자기 생각을 적은 것이라고 하면 됩니까. 사람 없다고 그런 식으로 다 떠넘기면 되는 겁니까. 벼락 맞을 행동입니다.”

영한이가 김기춘·우병우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갔구나

김 전 수석의 모친은 아들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죽을 때까지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수석이 생전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 하늘에 계신 분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가슴 아프시겠습니다.

“이 사람(모친은 아들을 주로 ‘이 사람’이라 칭했다)이 언론, 매스컴에 나오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조용히 일하는 사람이었죠. 국정조사에서 이 사람이 쓴 비망록이 논란이 됐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업무일지에 자기 생각을 적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비망록이라고 표현하지만, 정확히 말해서는 업무일지입니다. 이 사람이 회의 때마다 윗사람들의 지시를 적은 것이죠. 주관적 생각이 가미될 수가 없죠.”

― 비망록은 김 전 수석이 세상을 뜨기 전에 어머님께 맡긴 건가요.

“아니요. 저는 처음엔 비망록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 그런데 어떻게 언론에 공개된 겁니까.

“이 사람 보내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있었습니다. 멍하니 있다가 보고 싶으면 산소에 다녀오고 그랬어요. 2016년 11월 5일에도 이 사람이 생각나서 아침 일찍(오전 8시) 묻힌 곳에 갔습니다. 이 사람 보고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었어요. 피곤해서 곧장 곯아떨어졌는데 다음날 아침에 누가 문을 두드려요.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 하고 내다보니 ‘TV 조선’ 기자라고 하더라고. 아이고, 제가 기자한테 할 이야기가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미안하지만 할 이야기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자가 ‘수석님께서 생전 뭔가 기록을 남기셨다면 보도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런 기록도 없고, 어제 밤늦게 들어와 지금은 이야기할 힘도 없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자고 말하고 보냈습니다.”

― 기자 말을 듣고 김 전 수석의 유품을 뒤져봤나요.

“그래요. 기자를 보내고 이 사람 방을 샅샅이 뒤져봤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더군요. 없는가 보다 했는데 책꽂이 구석에 다이어리 같은 게 꽂혀 있었어요. 꺼내봤더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매일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총 5권이었어요. 로펌에서 쓴 것 3권,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쓴 것 2권. 읽어봤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냥 있던 곳에 잘 놔두었죠. 그런데 일주일쯤 뒤에 그때 왔던 기자가 다시 우리 집에 온 거예요. ‘무엇인가 있으면 보여달라’기에 업무 기록을 보여줬죠. (기자가) 오래 봤는데도 다 못 봤어요. 다 보고 돌려드릴 테니 빌려달라더군요. 그래서 빌려줬어요. 이후 TV 조선을 보니, ‘김영한 비망록 공개’라고 나오더군요.”

―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아, 우리 영한이가 김기춘·우병우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갔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비망록을 보면 김기춘이 별의별 지시를 다 내렸잖아요. 또 뉴스를 보니 이 사람이 민정수석일 때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가 이 사람을 제치고 김기춘에게 주요 사안을 ‘직보’했더군요. 후배가 직분을 일탈한 행동을 했으니 이 사람이 얼마나 서러웠겠습니까. 저는 바보처럼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더 울분이 터지고 눈물밖에 안 나오는 겁니다.”

― 우병우 전 수석은 국정조사에 불출석했는데요.

“이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습니까. 우병우도 잘못했으면 벌 받겠죠. 제가 85세 먹은 할머니지만 신문과 TV를 통해 본 우병우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인물이던데요.”

김영한 전 수석,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 조사에서 배제

2015년 1월 9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입을 굳게 다물고 의원들 질문을 듣고 있다. 그는 이날 김영한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 지시를 거부하고 사퇴한 것에 대해 “그런 (김 수석의) 태도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2016년 8월 21일 별세했다. 2015년 1월 정윤회씨 등 현 정권의 이른바 ‘비선(秘線) 실세’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윤회 문건’ 사건이 불거졌을 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하자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며 사표를 던진 지 1년7개월 만이었다. 사표를 던진 이후 김 전 수석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김 전 실장이 김 전 수석에게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고 명령했을 때 상황을 기억하십니까.

“이 사람은 집에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검사 초임일 때부터 그랬어요. TV를 보고 궁금한 점이 있어 ‘그거 어떻게 됐노, 그 사람(사건 관련자)은 어찌 됐노’라고 물어보면 ‘아이고, 엄마. 엄마가 알아가 뭐하노.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답했죠. 국회 출석 논란 때도 비슷했어요. 저도 신문, TV를 보니까 대충 상황을 알잖아요. 이 사람 힘들겠다 싶어 ‘검찰보다 청와대가 힘들제’라고 물었는데 이 사람이 한숨을 한 번 크게 쉬더니 ‘매일 하는 일인데 걱정 마이소’라고 이야기하더군요.”

― 김 전 수석이 매우 과묵했던 모양입니다.

“네. 이 사람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가족과 노닥거리거나, TV를 보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 끝내면 혼자 조용히 자기 방에서 책 읽고 그랬죠.”

김 전 수석의 경북고등학교 동기(56회)이자 친구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김 전 수석은 대쪽 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했다.

― 김 전 수석이 청와대에 사표를 냈다는 사실은 얘기하던가요.

“사표 낸 날(2015년 1월 9일) 집에 들어오면서 말하더군요. ‘엄마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가서 무슨 말을 하겠노. 내가 아는 게 있어야 이야기를 하지. 두 달을 고민했는데 도저히 (국회에) 나갈 수 없어 사표 냈습니다’고 하기에 제가 ‘아이고, 잘했다. 네가 청와대 가서 쉬는 날도 없었는데, 이제 좀 쉬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바빴거든요.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 9~10시에 집에 오면 잠깐 저녁 한 숟가락 뜨고 일 보다 자고 그랬어요. 휴일은커녕 명절도 없었어요. 아들 얼굴 보기가 어려웠죠.”

김 전 수석은 사표를 낸 날 통음(痛飮)했다고 한다. 그는 함께 술자리를 한 지인에게 김 비서실장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토로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을 잘못 모시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2016년 11월 6일 오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고발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김영한 전 수석을 제치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주요 사안을 직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2015년 1월 12일 자를 보면 김 전 수석은 사석에서 “민정수석 7개월 하면서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 조사에서도 완전히 배제됐다”고 털어놨다.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전 수석이 정윤회 문건 파동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직속상관인 김 전 수석을 배제하고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이 진실에 가까워 보이는 대목이다.

김 전 수석이 사표를 내자 청와대는 후임으로 우 전 수석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전혀 다른 잣대를 적용해 힘을 실어줬다.

2016년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 우 전 수석을 출석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정수석은 국회에 나가지 않는 게 ‘관례’라는 것이 청와대가 내놓은 유일한 설명이었다. 청와대는 2015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국회가 김 전 수석의 출석을 요구했을 때는 받아들였다. 김 전 수석이 “민정수석은 국회에 나가지 않는 게 관례”라며 응하지 않자 김 전 실장은 “여야가 합의해서 출석을 요구한 데 대해서, 그리고 비서실장이 지시한 데 대해서 공직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 청와대에서 나온 김 전 수석은 어떻게 지냈습니까.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어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아팠던 치아도 치료하고 했죠. 그러다 2015년 9월 16일 대구대 석좌교수로 부임하면서 대구에 내려가 생활했습니다.”

― 가족도 함께 내려갔나요.

“아니요. 본인 혼자 내려갔어요. 가족이 힘들까 봐 배려한 거죠. 대구대 석좌교수로 부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아이고, 조윤선 정무수석은 성신여대 석좌교수로 가는데(2015년 9월 9일) 니는 와 대구로 가게 됐노. 서울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니까 ‘엄마 대구가 더 좋지요. 제 고향(경북 의성)이고, 고등학교(경북고등학교)가 있는 곳 아닙니까. 대구가 훨씬 더 (생활하기) 편해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 다행이지만 제발 밥은 잘 챙겨 먹어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아들 청와대 근무 때만 해도 매우 건강했다”

김 전 수석이 근무하면서 쓴 일지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정농단 실상을 드러낼 ‘열쇠’로 부상했다. 사진은 김영한 비망록을 보도하는 TV 조선 프로그램 〈판〉의 모습.

― 사인(死因)이 급성간암이었는데 혹시 원래부터 간이 안 좋았나요.

“이 사람이 검찰, 로펌, 청와대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한 번도 결근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건강했어요. 간이 안 좋았다면 그럴 수 있었겠습니까.”

― 스트레스 때문에 청와대에 사표를 낸 후부터 안 좋아진 것일까요.

“사표 낸 직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간이 안 좋으면 맛을 잘 못 보잖아요. 그런데 사표를 내고 변호사 할 때 제가 음식 간을 잘 못 맞췄는지, ‘엄마 간이 좀 이상하다’라고 했어요.”

― 그럼 언제 병환(病患)이 온 것일까요.

“대구에 혼자 있으면서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습니다. 청와대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요. 정말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가족과 같이 생활할 때는 걱정할까 봐 자제했는데, 혼자 살다 보니 폭음하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 원래 폭음을 자주 했나요.

“신출내기 검사 때는 술을 좀 마셨어요. 대부분의 초임 검사가 그렇잖아요. 그런데 나이 들고부터는 술 마시면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주니까 자제했죠. 잘 안 마셨어요. 게다가 청와대 근무할 때는 술 마실 시간도 없었습니다.”

― 언제 김 전 수석이 아프다는 것을 아셨습니까.

“(한참을 있다) 몰랐습니다.”

― 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면 자꾸 눈물이 나는데…. 대구에 가고 난 다음 통화를 자주 했어요. ‘밥 묵었나’고 물어보면 ‘엄마 나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마소. 밥은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다’고 했습니다. ‘한 번 (대구 집) 가까’ 하면 아들은 ‘힘들게 어딜 오느냐’고 말렸죠. 별일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모자란 사람입니다. 제가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간 겁니다. 제가 죽어야 하는데 죽질 않네요.”

“아들과의 마지막 만남 걷어찬 못난 어미”

― 김 전 수석이 눈감은 다음에 연락을 받으신 겁니까.

“이 사람이 죽기 전날 밤 9시40분에 어떤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김영한씨 댁 맞느냐고 묻기에, 이 밤중에 영한이를 왜 찾느냐고, 공무(公務)가 아니면 내일 전화하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누가 전화했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병원이었습니다. 아침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어젯밤에 전화했던 병원이라고, 김영한씨가 사망했으니 오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니 이 사람이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 아들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할 기회를 걷어찬 것입니다. 이 사람이 과묵해서 평소 대화도 잘 못 나눴는데 눈 감은 것을 보니…. 영한이, 우리는 와 그렇게 대화한 기억이 없노.…”

모친은 한참을 통곡했다. 김 전 수석이 죽기 전날 병원에서 온 전화인 줄 모르고 끊어버린 자신을 한참 자책했다. 모친은 밤늦게 아들을 묻는 여성의 전화를 보이스피싱 정도로 생각했다. 한번도 아들을 찾는 여성의 전화가 집으로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김 전 수석이 본인의 상황을 끝까지 알리지 않았네요.

“이 사람이 굉장히 속이 깊은 사람입니다. 학교 다닐 때 1등을 해도 급장을 안 했어요. 급장 하면 선생님들한테 밥도 사고 해야 하는데 돈 없는 엄마 부담 줄까 봐서요. 우리가 풍족하지 않았거든요. 병원에다 왜 입원했을 때 곧장 연락을 안 줬느냐고 물어보니, 이 사람이 엄마한테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대요. 우리 엄마가 백혈(白血), 당뇨 때문에 고생하시는데 이 사실 알면 정말 큰일 난다고. 책임은 본인이 다 질 테니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수없이 강조했대요.”

―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유언이 있었다던데요.

“간병인이 저한테 이야기해 줬어요. 이 사람이 저를 위해서 마지막 유언도 간병인한테 남기고 간 것이죠.”

김 전 수석의 가족은 유언에 따라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자 외부인에게 장례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모친이 이야기했다.

“못난 어미의 소원은 사람들이 우리 영한이가 잘못이 없는 걸 알아주는 겁니다. 정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눈감은 것 아닙니까. 건강이 최고입니다. 눈감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건강 챙기소.”

김 전 수석은 별세 두 달 전인 2016년 6월 통일나눔펀드에 2000만원을 기부했다. 김 석좌교수는 “통일에 기여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부했다”며 “통일나눔펀드가 민족통일을 이루는 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