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출범 : 월간조선

10월 6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준비 행사가 열렸다. 구성할 싱크탱크에 교수, 전문가 등 500명이 참여한다고 알려졌다. 적진(敵陣)의 관심도 컸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박원암 소장은 “명단을 보고 싶다. 교수, 전문가가 500명이 모였다면 대단한 것이고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행사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무책임하다. 그 결과는 지금의 ‘정글 경제’”라며 “저 문재인은 그것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200자 원고지 55장 분량의 연설문을 40분 넘게 읽으며 ‘대개조(大改造)’ ‘대청소’ 같은 강한 표현을 썼다.

사전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원고에 있던 내용(저는 그렇게 해 보고 싶습니다)을 ‘해내겠다’로 바꾸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객석을 메운 600여 명의 지지자는 ‘문재인’을 연호하며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문 전 대표가 자신의 정책 구상을 담당할 싱크탱크를 대선을 1년 이상(14개월) 남긴 시점에서 출범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서다. 문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 부동의 야권 선두주자이긴 하지만 지난 총선 불출마로 인해 ‘공직’을 가진 경쟁자들과 달리 ‘자연인’ 신분이다.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예선(당내 경선)부터 전력투구로 간다. 2012년 당시 ‘담쟁이 포럼’이 뒤늦게 발족한 탓에 정책 역량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 과오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2012년 문 전 대표는 대선 7개월 전(5월 30일)에야 ‘담쟁이 포럼’을 출범시켰다. 상대인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2년여 앞둔 2010년 12월 27일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했다.

싱크탱크의 3인방

2016년 10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출범 심포지엄이 열렸다. 문재인 대표가 기조연설을 마친 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싱크탱크 운영 총괄(소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駐英) 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 교수의 보고서를 “혼이 담겼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회고했다.

“아무런 끈이 없었어요. 갑자기 요청을 받은 거죠. 나도 왜 내가 인사대상에 올랐는지 지금도 모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이라면 딱 두 번 있었습니다. 귀국 후 교단에서 강의하면서 간혹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었는데, 노무현 당시 의원으로부터 ‘글 잘 봤다. 내 홈페이지에도 좋은 글을 종종 올려 달라’는 이메일이 온 거예요.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분이구나 생각했지요. 두 번째는 제가 김대중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을 겸할 때입니다. 새해 경제운용계획에 대한 회의가 정부과천청사에서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그분이 쑥 들어왔어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계셨죠. 둘밖에 없어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는데, 손이 흡사 농부의 그것처럼 두툼하니 ‘두꺼비 손이구나’ 하고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청와대로 들어가서 두 에피소드를 말씀 드렸더니 기억 못하시더군요.(웃음)”

세계은행(IBRD)·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분석관으로 경력을 쌓은 조 교수는 중도 주류 성향의 중진 경제학자다.

문 전 대표의 지난 대선 싱크탱크였던 ‘담쟁이 포럼’ 대표를 맡은 한완상 전 부총리가, 이번 싱크탱크에서는 상임고문을 맡았다.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총리,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지낸 한 전 부총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최근까지도 영입에 공을 들였다. 남 지사는 한 전 부총리를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하려 했고,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취임식을 앞두고 무산됐다. 문 대표 측 인사들의 강한 반발이 한 전 부총리의 마음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자문위원장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맡았다. 4·13 총선 전에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안을 거절했던 박 전 총재는 자문위원장을 맡게 된 사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만약 그 자리를 맡는다면 나는 중도 실용주의적 노선에서 정책을 구상하고 자문을 하게 될 것인데 그래도 좋겠는가?’ 그랬더니 그분이 ‘좋다. 오히려 자기는 그래서 나를 꼭 그 자리로 모시고 싶다.’ 그런 이야기예요. 그래서 즉석에서 제가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부소장은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연구위원장은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이 맡았다.

싱크탱크 산하에는 경제(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안보·외교(서훈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사회·문화(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치혁신·사법개혁(정순관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 과학기술(원광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지역균형발전(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정책기획관리(송재호 제주대 교수) 등 7개 분과를 뒀다.

이와 함께 ▲국민성장 추진단 ▲더좋은더많은일자리 추진단 ▲청년미래 추진단 ▲한반도안보신성장 추진단 ▲안심출산·안심노후 추진단 ▲반특권검찰개혁 추진단 ▲안전사회 추진단 ▲지역분권성장 추진단 ▲산업경쟁력강화 추진단 ▲쉼있는우리문화 추진단 등 10개 추진단도 함께 활동한다.

여기에는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국민성장),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더좋은더많은일자리), 최종건(한반도안보신성장), 김남준 전 민변 사법위원장(반특권검찰개혁), 안종주 경기대 행정사회복지대학원 초빙교수(안전사회), 박경환 전남대 지리교육과 교수(지역분권성장),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산업경쟁력강화), 양현미 상명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쉼있는우리문화)가 참여했다. 이 밖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정책네트워크위원장을, 소준노 우석대 교수는 국민참여센터장을,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구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았다.

진보 진영이 강조했던 ‘분배’ 대신 ‘성장’ 앞세웠지만

2016년 10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출범 심포지엄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싱크탱크가 발족함에 따라 문 전 대표 대선구상의 큰 그림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싱크탱크에 참여한 교수, 전문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문 전 대표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은 ‘국민성장론’이다. 창립행사에서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을 “정의로운 성장”으로 정의했다. 경제 패러다임 중심을 국가나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으로 생긴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며 “부채주도 성장이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문 전 대표가 ‘국민성장’을 꺼내 든 것에 대해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라는 기존 관념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박승 전 총재를 영입한 것은 ‘국민성장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좌우 진영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성장 추진단장인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저성장 시대에 진보와 보수, 성장과 분배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성장과 분배가 함께 이뤄지는 시대로 가기 위한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문 전 대표와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성장론’에 대해서는 결국 ‘분배론’이란 주장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요직에서 활동한 관계자는 “결국, 분배로 유효 수요를 창출하자는 이야기인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대한민국 진보 쪽 친구들은 공부를 안 해서 감이 없다. 글로벌 경제 시대인 지금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성장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선 잠룡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문재인 전 대표가 주장한 ‘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국민성장’도 기존의 소득주도 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배론일 뿐 성장의 해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성장 앞에 ‘공정·포용·소득주도·임금주도’ 같은 단어를 붙인 것은 성장론이 아닌 분배론”이라고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성장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애매모호하다.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불분명한 단어”라며 박한 평가를 했다.

개헌

2016년 9월 25일 오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충남 공주 계룡산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출범 5주년 기념산행’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여소야대 국회 두 달, 사회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위기감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연말, 개헌론을 무대로 불러올릴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총론에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뚜렷한 말이 없다.

사실 유력 대권 주자에겐 자신이 가질 ‘5년 권력’을 나눠 주는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는 탐탁지 않다. 차라리 4년 중임제를 통해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문 전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싱크탱크 운영을 총괄하는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쓴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을 보면 문 전 대표의 생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개헌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히려 대통령 인사권에 제동을 거는 인사청문회, 행정부 진을 빼는 국정감사 같은 의회권력의 비대화를 질타하고, 대통령제 강화를 대안으로 내놨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국민이 대통령을 뽑았으면 주어진 임기 동안 그의 비전과 국가경영 철학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그에 상응하는 권력을 위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국회의원을 대통령 임기 중에 따로 선출해 국민 스스로 선출한 대통령을 견제하게 하고 때로는 무력화시키고 있다. 의회의 지나친 권력과 견제는 국정의 정체를 가져오기 쉽고 이른바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사회(blocked society)’를 낳는다. 내각책임제 이야기도 나오지만, 답은 아니다.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 기반을 둔 취약한 정당들로는 내각제를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대통령제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

조 교수는 2016년 7월 14일 《중앙일보》 시평에서도 대통령제 강화를 주장했다.

〈지금 한국사회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은 강고한 기득권 세력이 계층 간 이동 통로를 틀어막고 유착과 담합을 통해 지대를 추구하는 불공정 사회, 부와 소득의 편중화로 인한 갈등사회, 자율적 감시·규율이 결여되고 생태계가 파괴된 시장경제질서를 개혁해 나가는 것이다. 이 시대적 도전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득권 세력에 쉽게 포획되는 국가권력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국가권력 구조가 필요하다. 권력의 분점이 아니라 권력의 집중이 오히려 필요하다. 개헌이 여야 정치인들의 단기적 이해관계의 타협 결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대북정책

▲“개성공단 출입제한 조치, 남북 민간교류 중단,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핵 문제 해결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2016년 1월 8일 최고위원회의)

▲“안보를 국내정치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가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는 무모하기 그지없는 태도.”(2016년 2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최후의 수단이지 최선이 아니다.”(2016년 8월 31일 경남 양산의 통도사를 방문, 방장 원명 스님과의 대화 중)

▲“사드배치를 위한 제반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북핵을 완전히 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2016년 10월 9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드 문제에 대한 제안’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과잉 생산된 쌀 재고량이 엄청나 보존비용만 수천억 원이 들고 수매하려 해도 보관할 창고가 없다. 북한에 핵이나 미사일 때문에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는데 그 제재를 하면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거나 북한 광물과 교환하는 등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국면인 2016년 10월 2일 전북 김제 공덕농협 미곡처리장에서)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보면 그가 어떤 대북정책을 펼지 알 수 있다. 문 전 대표의 대북정책을 총괄할 한완상 부총리와 서훈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강경책보다는 포용 기조에 초점이 맞춰진 인물이다. 한 부총리와 서 교수 모두 사드배치에 반대하고, 햇볕정책을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인 ‘햇볕정책’을,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총리를 지낼 때 처음으로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 사드배치와 관련 “세계 기본질서를 흔드는 역사적인 과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영국의 목소리가 작아진 틈을 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던 러시아가 사드배치를 계기로 중국과 더욱 의기투합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강대국 사이에서 평화를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성급한 사드배치로 인해 스스로 위치를 영리한 돌고래에서 새우로 추락시키고 말았다.”

한 부총리는 햇볕정책의 퍼주기 논란에 대해서도 “현재 남북협력기금은 우리나라 GDP의 0.3%도 안 된다”며 “그 역시 어차피 나중에 소요할 통일 비용이고, 투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국정원 3차장 출신인 서훈 교수는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막후 주역이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당연한 목표이자, 궁극적 목표이지만, 막연히 ‘비핵화’만 외치면서 제재와 압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수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대화 제의를 기만이라면서 외면하면 북한의 핵보유를 방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는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는데, 사드를 배치한 상황에서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문 전 대표의 대북 포용 정책이 지지 받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선 직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의 5명 중 1명은 그 이유로 ‘친북 성향’(12％)과 ‘좌편향’(8％) 등 정체성 문제를 꼽았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그의 정체성 때문에 찍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없었다.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3.6％포인트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지난 대선은 문 후보의 대북관과 안보관에 대한 신뢰감 부족이 승부에 미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뿌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연구소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5월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개편된 비서실에 새로 임명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조선일보

문 전 대표 싱크탱크의 가장 큰 특징은 뿌리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란 것이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정책연구소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이름만 문재인 싱크탱크로 바뀌었지, 모인 사람 대부분 한국미래발전연구원과 관련한 인물들”이라고 했다.

확인해 보니 연구위원장을 맡은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였다. 정책네트워크 위원장인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사회·문화 분과위원장을 맡은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또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다.

소장인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이사장인 이정우 전 정책실장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이 전 실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실장님은 경북대 교수를 하다 오셨는데, 정말 ‘선비가 이런 거구나’ 감탄을 했어요. 몸과 마음가짐이 반듯하고, 배울 점이 많았죠. 정 보좌관은 제가 영국대사로 갈 수 있게 해 준 은인이랄까요. 2년 보좌관 근무 끝에 청와대를 나와 학교로 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목욕탕에서 만났어요. 마침 영국대사가 공석이 되었으니 국제금융을 아는 후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하더군요. 불쑥 ‘저는 어떠냐’고 물었어요. 제가 금융을 전공했으니 영국 근무가 학교 경력과 연결도 되겠다 싶었죠. 대통령이 말리고,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팔자에 없던 외교관을 3년 경험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싱크탱크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학자가 모두 모였다고 하는데, 결국 주류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소속 또는 노무현 정부 당시 자문기구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다. 싱크탱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정책연구소의 2중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