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의 뉴스] 조윤선 전(前) 장관, 정무수석 낙마와 서초갑 낙천 전말 : 월간조선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공천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치른 경선 중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곳 중 하나가 서울 서초갑이다. ‘친박’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멀박’ 이혜훈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 대표의 처남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조소현 변호사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졌던 곳이다.

조윤선 전 수석은 새누리당 후보 선출 경선에서 이혜훈 의원에게 불과 몇 표 차로 낙천했지만 깨끗한 경선 승복과 타지역(용산) 차출 거부, 새누리당 전국유세 동참 등으로 대중적 이미지는 더 좋아졌다. 그는 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정무적 역할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수행 업무까지 도맡아 한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려왔다.

어렵지 않게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였던 그가 친박계의 일방적인 공천작전에도 불구하고 본선조차 나가지 못했다.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가 2015년 5월 정무수석에서 돌연 물러난 사연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그간의 사연을 추적했다.

화려했던 조윤선 예비후보 개소식

김기춘 대통령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월 3일 반포 고급아파트 상가 건물에서 열린 조윤선 새누리당 서초갑 예비후보의 개소식은 화려했다. 대형 화환이 수십여 개 복도에 줄을 이었고, 후보와 인사를 나누려는 사람들이 10m 이상 줄을 섰다. 이수성·정홍원 전 총리, 이인제·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 총선 정국에서 ‘진박(眞朴) 마케팅’에 나섰던 최경환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백선엽 장군 등이 참석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유철 원내대표, 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동영상 격려 메시지를 보냈으며,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 등 국내 3대 종교 수장이 응원 동영상을 보내왔다. 조 예비후보는 사실상 청와대와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만 ‘박심(朴心)’을 대변할 청와대 전직 인사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의아했다. 물론 현직 청와대 인사의 개소식 참석·화환·축전 등은 선거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허태열 전 실장이나 김기춘 전 실장이 참석했다면 명확하게 청와대가 지지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지역구민들에게 심어줬을 것이다. 특히 청와대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으로 1년간 호흡을 맞춰 야당에서 ‘김기춘과 조윤선은 한 세트로 움직인다(유승희 더민주 최고위원)’는 말까지 듣던 김기춘 전 실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반면 경쟁자인 이혜훈 후보는 현역의원 시절 사무실로 썼던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의 오래된 상가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했고, 별도의 개소식을 하지 않았다.

‘두 명 경선’의 진의

3월 초, 새누리당 공관위가 전략공천지역과 여성우선공천지역을 하나 둘 선정하기 시작하자 조윤선 예비후보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이 서초갑을 여성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이라 기대하기 시작했다. 여성우선공천지역이 될 경우 경선이 필요 없고 여성 후보가 여러 명이더라도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에서 임의로 특정 후보를 단수공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관위는 3월 15일 서초갑을 경선지역으로 선정했다. 여론조사 지지도가 떨어지는 두 남성 예비후보를 배제하고 이혜훈과 조윤선 두 여성 예비후보만이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지역주민들은 “지역경선을 하면 당연히 지역기반이 탄탄한 이혜훈이 유리하지 않느냐”며 의아해했다. 무소불위의 공천 칼날을 휘두르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왜 서초갑을 여성우선지역으로 선정하거나 조윤선을 단수공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지역기반이 있는 이혜훈 전 의원을 잘라내면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예측만이 가능했다. ‘유승민 죽이기’에 혈안이 됐던 새누리당 공관위에 유승민 의원과 매우 가까우며 3선을 바라보는 이혜훈 의원 역시 눈엣가시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사실상 이혜훈 의원을 살려준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새누리당 공관위에 참여했던 한 실무 당직자는 “서초갑은 조윤선, 이혜훈 두 명으로 경선하자고 이한구 위원장이 의견을 냈고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식선거운동 첫날 이혜훈 사무소 방문한 김기춘

2015년 2월 대통령 접견을 위해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정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경선에서 이혜훈 의원이 승리하고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하자 김기춘 전 실장의 행적이 드러났다.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3월 31일, 반포동 이혜훈 선거사무소에 김 전 실장이 홀연히 나타난 것이다. 그때 이혜훈 의원은 지역구 내 행사에 참석 중이라 사무소에 없었고 사무소 직원들은 부랴부랴 이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 전 실장과 전화로 연결된 이혜훈 의원은 “지금 서문여고 근처에서 행사가 끝났으니 10분 내로 가겠다”고 했고, 김 전 실장은 “아니다, 바쁜데 일 봐라”라며 전화를 끊고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또 이 의원의 비서에게 “편지다, 전해주라”라며 봉투를 건넸다.

김 전 실장은 그의 얼굴을 알아본 지역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잠시 담소를 나눴다. 그는 사람들의 확대해석을 경계한 듯 “의정활동하고 (경선)캠프할 때 워낙 친해서…”라고 이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했다. 이혜훈 의원과 김기춘 전 실장은 17대 국회 당시 의정활동을 함께하며 가깝게 지냈다. 이 후보의 시아버지(고 김태호 전 의원)와 김기춘 전 실장의 친분도 적지 않았다. 특히 둘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적극 참여하며 더 가까워졌다. 당시 캠프에서 이혜훈 의원은 대변인이었고 김기춘 의원은 법률자문위원장으로 박 후보의 지근거리에서 정치적 조언을 하는 핵심그룹 중 한 명이었다.

김 실장은 이후 선거운동기간 동안 나경원(서울 동작을), 이상휘(서울 동작갑), 민경욱(인천 연수을) 등 후보의 사무소에 들렀다. 민경욱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지만 나경원 의원과 이상휘 후보는 각각 한나라당 대변인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으로 ‘친이(親李)’ 그룹에 포함되는 사람이다. 심지어 이상휘 후보는 김기춘 전 실장과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공통점에 대해 “언론플레이에 강하고 전투력이 있는 정치인”이라며 “청와대가 20대 국회에서 함께 일할 사람들을 모으러 다니는 중”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왜 조윤선이 아닌 이혜훈을 찾았나

이 같은 추측이 사실이라면 김기춘 전 실장이 조윤선 전 장관이 아닌 이혜훈 의원을 찾아간 것도 설명 가능하다. 이혜훈 의원은 늘 “대통령에 대한 사감(私感)은 없으며 국가발전을 위해 쓴소리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기에 20대 국회에서 여당 실세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전투력 못지않게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조윤선 전 장관은 왜 청와대가 밀어주지 않았을까. 이유는 2015년 5월, 조윤선 정무수석이 청와대를 나와야 했던 사연과 연결된다. 청와대와 당 관계자들을 통해 당시의 사연을 들었다.

공무원연금법을 두고 여야는 물론 새누리당과 청와대(당청)가 공방을 벌이던 2015년 5월 18일, 조윤선 정무수석은 “공무원연금개혁이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과 관련,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는 사퇴의 변을 남기고 물러났다. 대통령이 이미 조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 상황이었다.

그는 사퇴한 이유에 대해 “공무원연금개혁 자체는 성공이지만 국민연금과 연계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엄청난 포퓰리즘 공약으로 비화될 것이 뻔했다”며 “국민연금과 연계를 차단하려면 내가 사퇴해야 진화가 된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더니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청와대가 여야 합의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고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조 수석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5월 15일 당·정·청 심야회동 후 조 수석이 물러난 만큼 당청갈등의 희생양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 당의 소통 부족을 이유로 조 수석의 경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1년 남짓 남은 20대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조 수석이 스스로 나갈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도 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조윤선 수석을 옹호하며 조 수석 사퇴는 당의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조 수석은 당청 사이에서 역할을 아주 잘 해왔고 부지런히 노력해 왔으며 이 사태는 그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유 원내대표는 “그게 왜 조 수석이 책임질 일이냐”고 반문했다.

정무수석실 초토화

조윤선 전 수석이 4월 8일 대구에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대구을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다.

당시 대부분 언론은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놔두고 왜 조 수석이 나가야 하느냐”며 조 수석의 편을 들어줬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신경전에 무고한 희생양이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조 수석의 당청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못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온다.

처음으로 당청 간 갈등이 터진 것은 2015년 5월 2일이다. 이날 여야는 공무원연금법 개혁안 합의문을 발표하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명시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연금 연계 여부는 당에서 전달받지 못한 사항”이라며 발끈했다. 청와대가 이의를 제기하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전날(5월 1일) 조 수석에게 설명했다”고 주장했고, 청와대 측은 “그 문구를 명기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박 대통령에게 연금개혁안 협상 보고가 잘 안 됐다”고 조 수석을 에둘러 비난하기도 했다. 조 수석은 기자들 앞에서 “나는 분명히 제대로 보고했다”며 억울해했지만, 조 수석의 퇴진은 사실상 이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당청 간 공방이 며칠째 이어졌고 김 대표는 5월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가 여야 합의문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금요일인 15일 당·정·청 회의가 열렸고, 주말이 지나고 난 월요일인 18일 조 수석은 사퇴했다.

정무수석이 갑자기 사라지자 정무수석실은 혼란에 휩싸였다. “조 수석이 알려진 것과 다른 이유로 해임됐다”는 소문이 청와대에 돌았다. 정무수석 공석 현상이 여러 달 계속됐고 당청 교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같은 시기에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돌연 직원들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시작했다. 행정관들의 휴대폰 통화목록은 물론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모두 감찰 대상이 됐다. 6월 중순에 정무수석실 소속 3명의 행정관이 사표를 냈다. 해임된 것이다. 감사 결과 공식적으로는 ‘법조인 총리설’을 일부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조인 총리설은 어느 매체의 단독 보도도 아니었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던 만큼 설득력이 없었다. 해임된 행정관들의 공통점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선거캠프 공보실 소속이었다가 대선 직후 청와대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훨씬 전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면직된 음종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오창유 전 행정관 역시 같은 캠프 공보실 소속이었다. 이 모든 행정관의 공통점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중앙당 당직을 맡은 의원 및 그들의 보좌관들, 당 사무처 직원들과 매우 친밀한 사이라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 메시지로 당 사람들과 청와대 내부 이야기를 한 것이 가장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한 청와대 행정관은 “김기춘 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서슬이 퍼런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청와대 내부의 일을 기자에게 제보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언론에 흘렸다는 것은 당에 흘렸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정무수석 및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이 한 달 사이 대거 청와대를 나가야 했던 것은 ‘당(김무성 대표)과 내통하는 사람은 그냥 둘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의견이 반영돼 있었다는 것이다.

조 수석, “문제의 문안은 나중에 유승민이 고친 것, 나도 몰랐다”

이혜훈 의원과 조윤선 전 수석은 2015년 12월 20일 같은 날 국회에서 서초갑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시 행정관들이 해임된 것은 대통령에게 불충하고 새누리당 핵심인사들에게 청와대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 진짜 이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조윤선 수석 경질 이유 역시 당청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다는 것인데, 이는 쉽게 말하자면 (조 수석이) 청와대 편을 안 들고 당 편을 들었다는 괘씸죄”라고 말했다. 이후 정무수석 자리는 54일 동안 공석이었다.

당청 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 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공무원연금법 공방에 대해 “내가 대통령께 보고한 후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문안을 고쳤고 알려주지도 않는 바람에 청와대는 거짓보고를 받은 것이 됐다”라며 소통 문제가 불거진 것은 유 원내대표 탓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보고 후 다음날 당 실무자들에게 최종 합의문을 보자고 했지만 아무도 보여주지 못하게 했다는 답이 돌아왔고, 나중에 실무자가 카카오톡 사진으로 보내온 문서를 보니 나는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일부러 그랬는지, 조 수석이 진짜로 몰랐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이 조 수석의 보고만 믿고 있다가 다음날 발표된 여야 합의문에 엉뚱한 문안이 들어간 것을 알고 크게 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조 수석이 당과 짜고 대통령을 속일 리는 없을 것이라 믿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조 수석이 정치적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조 수석이 그것 때문에 경질됐느냐”는 질문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의미있는 증언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조 전 수석에 대해 일종의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얘기다.

“조 장관이 김무성 대표에게 줄섰나요?”

“2014년 5월 몇몇 ‘친박계’ 의원이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대통령이 모 다선(多選) 의원에게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입니까’라고 하더군요. 너무 직접적인 멘트라 다들 당황했죠. 그분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에게 그 사실을 확인해 달라 했다고 합니다. 김기춘 실장은 사실 김무성 대표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PK(경남중고) 후배인데 대장 노릇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 실장이 어떻게 보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윤선 장관은 정무수석 최종 후보가 아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기자와 같이 들은 새누리당 전직 의원은 “대통령은 필요에 의해 조윤선 장관을 데려오긴 했지만 조 장관이 과거 친박이었던 전여옥, 이혜훈 의원처럼 온몸으로 충성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계속 긴장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얘기다. “원래 대통령이 생각했던 여성 정무수석은 나경원 의원이었습니다. 친이(親李)의 색깔도 많이 지워졌고 야당 대변인도 해봤고 전투력이 있어서 정무수석으로 사실상 내정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당에서 재보궐 선거에 나갈 사람이 없다며 나 의원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동작을 후보로 보냈죠. 그래서 대통령은 여성 몫으로 생각했던 그 자리에 조윤선 장관을 데려온 겁니다.” 그는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로 공천 권한이 있는 김무성 대표에게 힘이 쏠리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던 상태였고 본인이 전혀 아는 바 없는 여야 합의안이 등장하자 대통령이 크게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또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2014년 하반기에 청와대 정무-홍보 라인 행정관 서너 명이 갑자기 해임된 적이 있는데, 청와대 윗선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김무성에 줄선 사람’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며 “그때 잘린 행정관 한 명이 지금 김무성 최측근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당 보좌관은 취재를 거절했다.

조 전 수석이 실제로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섰는지, 그래서 대통령의 눈 밖에 났는지는 본인과 대통령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정가에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로 불리는 정무수석 사퇴 이유가 언제쯤 정확히 밝혀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