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大選이다 : 월간조선

4·13총선이 끝나면서 정치권은 곧바로 내년 12월 열릴 대통령 선거 준비 체제로 들어선다. 선거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책임론’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라는 절차가 남았지만 야권은 영역을 넓히는 작업에 돌입해 내년 중반기로 예정된 경선(競選)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당한 대권 후보 자산을 잃었다. 먼저 대표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참패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잠재적 대권 후보군으로 지목됐던 최경환 의원도 친박-진박 논란으로 TK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고 전국적인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뿐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서울 종로와 대구 수성갑에서 패함으로써 대권 후보 반열에서 자연 탈락했다. 이 두 사람에게 극적인 반전의 기회가 오지 않는 한 재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새누리당 참패의 발단이 됐던 유승민 의원도 생환함으로써 일단 여권의 예비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권 내부에서 이원집정제식 개헌이 이뤄질 경우 ‘비장의 카드’로 거론했던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이번 선거 결과가 결코 유리하지 않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차기 대권 후보로 곧 임기가 만료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것이며 반 총장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마다할 리 없다.

새누리당에 비해 야권에는 대권 후보들이 차고 넘친다. 먼저 호남에서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고 TK-PK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문재인 전 대표가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신당을 창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3세력’으로 위력을 과시해 국민들의 그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안 대표의 주가는 당분간 계속 상승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친노계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볼 것이며 누구나가 잠재적인 대권 후보로 거론하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합종연횡의 가능성을 재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전남 강진에 머물며 호남의 적통을 자임하며 중도 세력의 중심에 서려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있다. 또 새누리당의 안방인 대구에서 김문수라는 거물을 꺾은 김부겸 의원도 일약 대선 후보군에 합류할 것이다. ‘리틀 노무현’으로 꼽히다 경기도 김포에서 금배지를 단 김두관 의원도 무시 못 할 존재다. 과연 이 12인의 잠룡들에게 이번 총선은 어떤 영향을 줬는지 《월간조선》 기자들이 집중 취재했다.⊙

★★★☆☆ | 대권 도전 숨고르기에 들어간 김무성

“내가 자기들만큼 싸움을 못해서 안 하는 줄 아나?”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언론인 조갑제(趙甲濟)씨는 4・13총선을 한 달 이상이나 앞둔 지난 3월 6일 자신이 운영하는 ‘조갑제 닷컴’에 〈대통령 충성파의 계산 착오: 김무성에게만 이기면 ‘우리 세상’이 되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그 칼럼의 일부다.

〈박 대통령 충성파는 이번 총선을 통해 대통령에게 충성심이 강한 인물들을 주로 영남 지방에서 많이 당선시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차기 대통령도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당선시키려 하는 모양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새누리당이면 거의 자동적으로 당선이 보장되는 영남 지역에 충성파들이 많이 공천을 받도록 해야 한다.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는 이런 계획에선 일종의 장애물이다. 대통령이나 충성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 후에도 정국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김무성 대표가 이번 총선의 지휘자로 성공, 당권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대통령 충성파는 김무성 대표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면서 충성파를 많이 국회에 진출시키는 방향으로 애를 쓰고 있다.〉

이 칼럼은 새누리당의 이러한 행태들 때문에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한국 정치에서 가장 빨리 망하는 방법은 거만을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대통령과 친박(親朴) 세력이 선거를 앞두고 간판인 김무성 대표를 너무 작게 만들면 자해행위를 넘어 영남권 내부나 보수 세력까지 분열시킬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을 간판으로 내세워 선거를 치를 준비를 마쳤는데 새누리당은 대표를 이렇게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경기를 할지 궁금하다.〉

조 대표의 예상대로 보수는 분열했고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오만을 심판했다. 4・13총선 이튿날인 14일 오전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김무성(金武星)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무성 정치 테마주’의 하락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김 대표도 새누리당의 오만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공천 과정에서 오만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고 당력을 결집하지 못해 많은 국민에 실망을 드렸다”면서 “이 모든 결과는 새누리당이 자초한 것으로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다시는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이미 승패에 관계없이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시의 발언은 대권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선거 패배 후의 사퇴 발언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옅게 보는 시각들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 시장에서도 이른바 정치 테마주에서 ‘김무성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은 14일 아침 장이 서자마자 일제히 급락했다. 호사가들의 ‘김무성 대권 가능성’에 대한 입방아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벌써 시장이 반응하고 나선 것이다. 시장의 반응대로 김무성 대표의 대권 가능성은 정말 멀어진 것일까. 새누리당 내부만을 볼 때 그 가능성은 친박이냐, 비박이냐의 진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당연히 친박은 당 대표로서 선거를 이끈 김 대표에게 패배의 큰 책임이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 대표의 대권 도전은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 하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비박 진영, 특히 김 대표 주변 인사들은 친박의 분석과 큰 차를 보인다. 당 대표라는 직책 때문에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어차피 해소될 ‘숨고르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공천 과정을 주도한 게 친박 진영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면서 “김 대표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당 대표로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이제 더 큰 책임 추궁은 친박 진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 주변 인사들의 주장처럼 새누리당 공천을 주도한 세력이 친박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김 대표의 위상은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져 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친박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김 대표를 향해 “바보 같은 소리”라고 했던 것은 공천 과정에서의 친박의 위세와 교만을,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했던 김 대표의 작아진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천 막바지에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옥새 파동’으로 김 대표의 존재감이 일부 드러나긴 했으나 이미 진행돼 온 친박의 기세등등한 자기 사람 심기 공천을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된 이후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의 대권 도전은 마침표를 찍은 것일까, 아니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일까.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친박인 서청원(徐淸源) 의원을 경선에서 누르고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에도 ‘유승민 파동’에서 알 수 있듯이 사사건건 친박 진영에 휘둘려왔다. 대권주자로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에 너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측근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했다.

“내가 자기들만큼 싸움을 못해서 안 하는 줄 아나?”

어쩌면 이번 선거 결과는 친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패배의 책임이 덜한 김 대표가 ‘싸움도 잘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는지도 모르겠다.⊙

★★★★☆ |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호남 잃은 대신 전국적 지지 기반 확보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4·13 총선에서 123석을 얻어 122석의 새누리당을 이겼지만, 호남에선 국민의당에 대패했다. ▲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등 호남 지역의 28개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긴 곳은 단 세 곳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이 이제는 ‘국민의당’을 택했다.

文, 큰절·읍소했지만 호남 민심 싸늘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을 잃었다. 그 원인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있다. “노무현 정권은 부산 정권”이라는 발언, 친노의 전횡 방치, 호남 소외 등 여러 이유로 호남은 문 전 대표를 싫어한다. 그 와중에 문 전 대표는 12·12 이후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출신 김종인씨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 호남을 자극했다. 광주에 가서는 “더민주가 많이 부족했고 실망시킨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을 교체할 세력은 더민주밖에 더 있느냐!”면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쳤다. 전주에서는 큰절을 올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이 지지를 거둘 경우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수차례 밝히며 읍소했다. 호남은 국민의당에 표를 주면서 그의 ‘정치 생명’을 거두려 했다. 각 후보의 득표 수엔 큰 차이가 있겠지만, 당선자 수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남 순천의 이정현, 전북 전주 완산을 정운천 등 호남에서 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지역 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 당의 호남 패배는 몹시 아프다.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야권 정치인에게 호남은 ‘필요조건’이다. 야당의 대선 후보는 전폭적인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만 여당 후보와 겨우 겨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 지지 기반을 ‘안철수’란 경쟁자에게 뺏긴 문 전 대표의 대권 가도는 이전보다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에 약속한 ‘정계 은퇴’를 언급하진 않았다. 그 배경엔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해 원내 제1당이 됐다. 질적인 측면을 보면 수도권에선 새누리당에 압승했다. 충청권에서는 총 19석 중 8석을 얻었다. 부산·경남에선 총 28석 중 8석을 챙기면서 ‘절대적 열세’가 아닌 ‘상대적 열세’ 구도를 만들었다. 문 전 대표의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을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은 ‘친노’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새누리당의 아성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도 김부겸 전 의원(수성갑)이 압도적인 표차로 이겼다. 더불어민주당의 영남권 득표 수도 늘어 새누리당과의 격차를 줄였다. 강원도에서도 1석을 얻어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은 ‘호남당’이란 색깔을 벗고 전국적인 지지 기반을 가진 정당에 한걸음 다가섰다.

‘전국 지지’ 기반으로 대선 도전 가능

이런 변화를 가져온 이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다. 그는 기고만장하던 운동권·막말 인사를 쳐냈다. 전권을 휘두르면서 당내 친노 세력의 입을 닫게 했다. 다른 당과 달리 새로운 인물들을 내세웠다. 김종인 대표의 혁신을 보고 지지를 철회했던 비노 성향 야당 지지자들이 돌아왔다.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무당층과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김종인 효과’는 문 전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김종인’이란 노회한 인물을 영입해 전권을 위임했다. ‘문재인’이 없었다면 김종인의 비대위는 얼마 안 가 좌초했을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 준 이유는 자신의 대권 가도를 위해서다. 당의 ‘대주주’인 그는 ‘전문경영인’ 김종인 대표가 구축해 놓은 ‘전국적 지지’를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은 후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상황에선 호남이 선택하는 대선 후보는 안 대표이지만, 호남의 유권자는 420만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전부 안 대표나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은 서울 2곳과 호남을 제외하면 여타 지역에선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특히 영남과 강원 지역에선 득표조차 저조했다. 안 대표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지역에 관계없이 20~40대의 지지를 받는 문 전 대표보다 우위에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호남의 투표 성향 때문이다.

호남은 새누리당을 ‘적’으로 여긴다. 그들의 대선 투표 목적은 ‘새누리당의 집권 저지’다. 이를 위해선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야 하지만, 안 대표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양보한 걸 후회한다. 문 전 대표도 물러서진 않을 것이다. 그가 대권 꿈을 포기했다면 벌써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대선 후보로 나가려 할 경우 호남은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이럴 경우 문 전 대표가 안 대표보다 유리하다.

그는 안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야권 후보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호남 성향에 맞는 인물은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란 얘기다. 호남은 ‘호남에서 우세인 후보’보다는 ‘전국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를 택할 확률이 높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의 투표 성향을 겨냥해 지난 4월 11일 여수 선거 유세 당시 “호남 안에서 호남끼리 당 하나 만드는 게 호남정치겠느냐”며 “호남 바깥에선 국회의원이 거의 전무한 국민의당은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정부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호남 지지를 바탕으로 호남 바깥에서도 이길 수 있는 당을 만드는 게 호남민들의 숙원 아니겠나. 이젠 전략적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호남이 총선 때와는 달리 대선에선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면서 문 전 대표를 지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도 이런 상황을 이미 염두에 두고 나온 듯하다.⊙

★★★☆☆ |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강철수’ 이미지로 거듭난 안철수, 대통령의 길은 “험난”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20대 총선이 새누리당의 완패로 끝나자 정치테마주의 희비도 엇갈렸다. 4월 14일 현재 김무성·오세훈 테마주는 전날보다 20% 정도 빠지며 죽을 쑤고 있는 반면, 안철수·문재인 테마주는 빨갛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 써니전자 등은 현재 6~9%가량 급등하고 있다. 이날 국내 증시가 1%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의 상승폭인 셈이다.

정치테마주는 정치인의 인기도를 가늠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리트머스시험지’다. 국민의당 안철수(安哲秀·54) 상임 공동대표가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단기필마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면서 차기 대권 가도에 파란불이 켜진 것만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4·13 총선 꼭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양당 체제 심판론’을 호소하며 지난 2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호남 현역들이 안 대표를 뒤따라 더민주를 탈당했고, 안 대표는 창당 과정에서 ‘반(反) 문재인’ 정서의 진앙지인 호남을 순회하며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창당 초기엔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었다. 게다가 지난 3월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당대당 통합론’을 다시 제기하고, 당내 천정배·김한길 의원 등 당내 통합론자까지 김 대표 논의에 동조하자 안 대표는 코너에 몰리기도 했다.

‘철수정치’의 비판 말끔히 씻어

그러나 안 대표는 “죽어도 광야에서 죽겠다”며 ‘통합·연대 불가론’을 고수했고, 결국 당내 분란을 진압했다. 선거에 임박해 더민주 쪽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되는 후보 단일화 논의에도 “더민주가 양보해야 할 것”이라며 강경 일변도로 대응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3당 체제 정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모습에 국민이 점수를 준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게 됐다. 국민의당이 교섭단체(20석)를 훌쩍 넘는 38석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고, 안 대표 자신도 서울 노원병에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때 내걸었던 ‘3당 체제 정립’에도 성공했다. 안 대표는 앞으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법안 처리와 정치개혁 이슈를 주도하면서 야권 재편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당장 안 대표와 제3당 교섭단체의 영향력은 총선 직후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부터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와 박원순 후보에게 내리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철수(撤收) 정치’를 해 왔다는 비판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강철수’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이 야권 분열만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권 지지층까지 끌어들이며 여권에 패배를 안긴 만큼 안 대표는 문재인, 박원순, 김부겸 등 다른 야권의 대선 주자들과의 비교 우위도 점하게 됐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합리적 보수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중도 성향’ 대선 후보로서 안 대표의 존재감이 다시 커졌다”며 “여권의 거물급 대선 후보들이 퇴장하고 소장파로 분류됐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의원, 나경원 의원 등이 주목을 받겠지만, 이 사람들 모두 안철수 대표 등 야권 후보에 비해 중량감이 한참 떨어져 흥행 면에서 뒤진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가운데 23석을 석권한 것 역시 안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게 된 것은 결국 기존 야당인 더민주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안 대표에 대한 호남의 지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안 대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야권의 대권주자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문재인 전 대표의 방대한 조직력 뛰어넘어야”

안철수 대표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은 무엇일까. 그에겐 3당 체제 안착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더민주가 예상보다 선전하며 제1야당의 ‘이름값’을 지켜낸 만큼, 안 대표에게 ‘야권 분열 책임론’을 제기할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 등 더민주 대선 주자들과 경쟁하면서 얼마나 주도권을 쥘 수 있느냐가 숙제다. 호남을 확보한 안 대표와 여전히 전국적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또다시 피말리는 야권 대선주자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야권 통합론을 놓고 원내로 대거 진출한 안 대표 측 인사들과 호남 의원들 간 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다. 안 대표 측은 “친노·운동권 방식 정치로는 정권 교체에 필요한 확장성을 얻을 수 없다는 논리로 대선에서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보다 자신이 유연한 사고로 중도·보수층의 표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울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향후 당직 등 공식 직함을 맡지 않은 채 호남 민심 확보와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호남 지역의 범친노 인사를 당권 주자로 내세우며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정책위의장, 당연직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을 맡겨 중도층 외연 확장 작업을 지속할 공산이 높다.

새누리당의 당직자 P씨는 “수도권에서 당선된 후보가 소수에 그쳐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이 앞으로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호남당’이라는 지역 정당으로 전락해 버릴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가 이념적 경직성을 갖고 있는데 반해, 안철수 대표는 유연한 면이 있어 외연 확대의 가능성이 큰 것만은 사실”이라고 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전국정당, 정권교체가 가능한 수권정당이라는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호남 외 지역구에서 추가 의석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병철 전 국회보좌진협의회장은 “안철수 대표가 명실상부한 야당의 대선후보로 거듭나려면 문재인 전 대표의 방대한 조직력을 넘어서야 하고, 김부겸 의원과 같은 운동권 출신의 정치력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정치에 나섰던 안철수 대표가 국민들의 머리에 각인될 만한 새로운 정책을 19대 때 내놓지 못한 것도 곱씹어 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세자(世子) 없는 여권, 반기문에 목매달 듯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4·13 총선에서 여권 대선주자들은 타격을 입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했던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는 서울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패하면서 대권가도에 타격을 받게 됐다. 서울시장 재임 중이던 2011년 무상급식 반대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중도 사퇴한 오 후보에게 종로 선거는 ‘대선 디딤돌’이란 의미가 있었다.

‘여권 심장부’인 대구 수성갑에서 더민주 김부겸 후보와 맞붙었던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도 낙선했다. 정치적 진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김 후보의 머릿속에는 총선 승리를 통해 대구·경북(TK) 지역의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총선에서 사실상 전멸하면서 여권 내에선 ‘반기문 대안론’이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반기문 모시기’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할 것이란 얘기다.

친박계는 그간 반 총장에게 공을 들여 왔다. 2014년 10월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는 세미나를 열 정도였다.

친박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윤여철(尹汝哲) 외교부 의전장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임명했는데, 윤 비서관과 친박 핵심인 윤상현이 가까운 사이”라며 “윤상현 의원이 반기문 모시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반 총장의 측근이다. 외무고시 18회로 1984년 외무부에 입부한 윤 비서관은 외무부 장관 비서실장과 유엔사무총장 특별보좌관을 거쳐 유엔 의전장을 역임했다. 반 총장의 인수위원회 멤버로 합류한 후 2014년 외교부에 복귀하기까지 약 8년간 반 총장의 수족 역할을 했었다.

윤 의원과 윤 비서관은 서울대학교 81학번 동기다. 윤 의원은 “고등학교 때 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윤 비서관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몸값 높아질 듯

박근혜 대통령도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박 대통령은 2016년 1월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반 총장에 대해 언급했다. ‘반 총장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반기문 총장은 국제사회에서도 여러 나라 지도자들 만나 보면 성실하게 유엔사무총장직을 잘 수행하고 계신다, 이런 평가를 받고 계시더라”고 답했다. 다른 정상의 입을 빌리기는 했지만, 반 총장을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진실한 사람’ 언급과 맞물려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장’에서도 반 총장을 만났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핵안보정상회의 본회의 시작 전 만나 3~4분간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이 회의 참석을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자 반 총장이 먼저 다가와 인사했다. 앉아 있던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이 뒤편에서 인사하자 환한 표정으로 뒤돌아보고 일어나 반갑게 악수했다. 4시간가량 진행한 본회의와 업무오찬도 함께했다. 전날(3월 31일)에도 두 사람은 환영 리셉션과 업무만찬에서 함께 자리했었다.

반 총장에 대한 여권의 관심은 충청권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권의 표심은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 줬다. 새누리당은 총 27석 가운데 14석을 확보했다. “여든 야든 반기문 미는 당을 찍겠다”는 게 대체적인 충청 민심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충청 지역민 사이에 번져 있는 ‘이제 충청 출신 대통령 한 번 나올 때가 됐다’는 기대감이 여당 지지로 표출된 것 같다”고 했다.

충청권 일각에선 반 총장에 대한 기대를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충청향우회중앙회 오장섭 총재는 “충청인은 지금 여야의 영호남 패권 구도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며 “반 총장이 정치 참여를 결정하면 이를 뒷받침할 충청 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정치인들이 있다”고 했다.

‘김칫국 마시기’는 금물이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국내 정치에 뛰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 총장이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면 대선까지 1년이 남는데, 조직을 정비하고 국내 정치에 적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당 조직세가 좌우하는 대선 후보 경선도 반 총장에겐 부담될 것이다. ‘추대’ 형식이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작다. 김무성 대표도 반 총장을 향해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으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도전하라’면서 꽃가마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느냐. (대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대권 도전을 결정한다고 해도 ‘새누리당’을 택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냈고,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 총장의 기질도 한몫한다. 반 총장은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잘 피한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는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야권에서 반 총장의 대선 후보 영입설이 나돌았다”며 “당시 반 총장은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유엔사무총장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가 다수당이다. 반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4월 2일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미국 뉴욕 퀸즈 플러싱의 시캐슬그룹 1층 리셉션 홀에 설치된 제20대 총선 재외선거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그는 투표 뒤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상황이 대단히 위중한 때”라며 “이런 때일수록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할 대표들을 뽑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했다. 위중한 상황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반 총장은 어떤 결정을 할까. 키는 반 총장이 쥐고 있다.⊙

★★☆☆☆ | 원내 교두보 확보한 서울시장 박원순

대권 도전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은 이유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4・13총선 26일을 앞둔 지난 3월 18일 한 중앙 일간지에는 ‘박 시장 대선 가도에 적신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임종석(任鍾晳)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사 10여 명이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을 받은 인사는 기동민(奇東旻)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1명뿐이라는 것이다. 기동민 전 부시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비례대표 11번으로 당선한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까지 포함하면 박 시장의 측근 중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될 국회의원은 두 명뿐이다. 박 시장으로서는 대선 가도에서 ‘당내 기반 허약’이라는 적신호를 만난 셈이다.

박 시장 측근들의 공천 탈락 소식을 전한 3월 18일자 이 기사는 그 원인 중의 하나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 시장의 갈등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시장 측근에 대한 전략공천 또는 단수공천을 통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김 대표 측은 박 시장과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김 대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 관계가 실재한다면 박 시장으로서는 ‘당내 기반 허약’이라는 적신호 외에도 또 하나의 더 큰 암초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조찬모임에서 말이 없던 김종인 대표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게 해주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김종인 대표와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초부터 정기적인 모임 성격의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과 김 대표가 소원해지면서부터다. 이 모임의 참석자는 3명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박 대표에게, ‘역대 대통령은 왜 실패했는가’ ‘대통령이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등 일종의 ‘민주적 제왕학’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학 개론을 강의하듯 이야기해 줬다고 한다.

김 대표는 박 시장에게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이지만 운동하듯이 국가를 이끌어가면 안 된다. 운동가로서의 모습을 탈피하고 차분하게 이 거대한 국가를 이끌어나갈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개론 강의식 조언과 충고는 경제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이 끝난 것은 2014년 지방선거 후였다고 한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한 후 태도가 변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 주변을 40~50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둘러싸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끊긴 지 몇 달 후 ‘서울시향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시향 사태’는 서울시향의 박현정(朴炫貞) 대표가 직원들에 대한 막말 등의 이유로 사퇴하게 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훗날 경찰조사에서 박 대표에게 씌워졌던 혐의는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 오히려 막말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직원들이 입건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박 대표는 자신이 억울하게 당했다고 생각하는 이 과정에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고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 박현정 대표의 외삼촌이 김 대표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김 대표에게 박 시장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김 대표가 박 시장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 상태가 어떠한지를 미루어 짐작게 해주는 일은 있다.

4・13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2월 18일경 김 대표는 박 시장 측의 요청으로 조찬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두 사람을 다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조찬모임에 대해 “아마 박 시장은 4・13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주변 측근들을 위해 조찬 자리를 잡았겠지만 그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박 시장의 대권 도전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은 이유다.⊙

★★★★☆ | 21세기의 다산(茶山)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세월을 낚으며 다자간 경선구도 기다려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총선이 끝난 후 다시 전남 강진 백련사의 토굴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측근 20여 명이 국회에 입성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측근들은 이들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이 확실한 손 전 대표에게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며 이번 선거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손 전 대표에게 최악의 총선은, 첫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호남을 석권하는 것이었다.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고 TK-PK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다시 입지를 확보했다면 손 전 대표가 설 자리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본인은 아마 이에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절묘하게도 호남의 맹주로 등장하면서도 아직 수도권·강원·충남북·TK·PK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일 안 대표가 차기 대권을 꿈꾼다면 외연 확장을 위한 ‘원군’이 필요할 것이고 그 원군의 첫 손가락에 손 전 대표가 꼽힐 것이다.

손 전 대표가 4·13총선 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측으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선뜻 나서지 않은 이유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섣불리 지원에 나섰다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손학규’라는 카드의 매력이 반감됐을 것이다.

내년 중반이 되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쪽에서는 다시 한번 문재인의 더민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향해 ‘통합 압력’을 넣을 것이다. 총선과 달리 대선은 양 세력이 총력을 쏟아붓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뭉치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 전 대표가 꺼낼 카드는 호남에서도 유력하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중도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자신뿐이라고 어필하는 것이다. 실제로 손 전 대표는 친노로 대표되는 과격한 야당세력과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이를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호남의 적통’을 인정받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손 전 대표가 전남 강진의 백련사 토굴로 온 이유다. 강진 백련사에서 야트막한 산길을 걷다 보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가 나온다.

그 주변에 공무원연수원도 있고 다산기념관도 있다. 이로 인해 사시사철 많은 국민과 공무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다산은 우리 국민이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손 전 대표가 다산에 집착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처음엔 토굴에만 은신하다가 최근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다산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다산초당 부근에 살 집까지 짓고 있다. 더구나 이 집터는 유배왔을 당시 고립무원이었던 다산을 도운 해남 윤씨 일가의 것이어서 흥미롭다.

윤동환 전 강진군수는 다산의 18대 제자 가운데 한 분인 윤종진 선생의 후손인데 200년의 세월을 두고 해남 윤씨가 21세기파 다산을 자처하는 손학규 전 대표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백련사에 토굴을 마련해 준 인물은 여연 스님인데, 그는 다산과 깊게 교유한 우리 차문화의 원조로 불리는 초의선사의 맥을 잇는 현대판 다선(茶仙)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손 전 대표가 얼마나 ‘다산 닮기’에 신경쓰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2016년 4월 7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유적지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에 참석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손 전 대표는 최근에는 자신의 가족들까지 강진으로 불러 다산초당을 찾거나 읍내 음식점을 찾는 모습도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 그가 강진의 유명 막걸리를 마셨다거나 강진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도예가가 만들어 준 청자 주병으로 술을 즐긴다는 사실을 강진 주민들은 손 전 대표가 마치 자기 마을 사람인 것처럼 반기고 있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고향 세탁’이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한적한 시골 도시였던 강진에서 손 전 대표의 존재는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래서인지 최근 강진에는 손 전 대표를 보러 전국의 풍수가·도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선 경선(競選)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친노 과격성’으로 불신을 받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비록 이번 총선에서 상당 부분 우려를 불식시키긴 했지만 ‘아마추어 정치’라는 지적을 받고 주춤할 경우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온건개혁 성향의 정치인은 손학규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문재인·안철수·손학규 3자 간에 경선이 붙는다면 어떻게 될까.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그의 측근들은 “승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또다른 잠룡(潛龍)인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경선에 나선다면 야당의 경선 쇼는 새누리당의 경선 쇼보다 훨씬 화끈하고 흥행할 요소가 많다.

그러기에 선거가 끝난 지금부터 내년 초까지 손학규-안철수, 손학규-박원순의 조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시도가 계속 이뤄질 것이다. 다만, 손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연합할 가능성은 앞서 말한 두 카드보다는 확률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기에 이번 총선에서 손 전 대표가 얻은 점수는 별 넷으로 매겨 본다.⊙

★★★★☆ | 일약 대선주자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부겸

돼지국밥 즐겨 먹는 대권 우량주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니, 오랜만이네. 밥 문나. 안 묵었으면 좀 있다 같이 묵자. 밥값은 니가 내라.”

4·13총선 일주일을 앞둔 지난 4월 6일 아침 8시. 대구 수성구 황금네거리 유세 현장에서 만난 김부겸(金富謙) 당선자는 기자의 이름을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아침 출근길인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와중이었다. 유세 현장에 ‘불쑥’ 나타난 기자의 이름을, 그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기억해 냈다. 당황한 건 이쪽이었다. 그가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노무현(盧武鉉) 정권이 만든 열린우리당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게 그 무렵이었다. 정치인들이야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선수라고 하지만, 10년 넘게 안 봤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그날 아침 유세 일정을 마치고 지역구 내 시장 골목에서 돼지국밥 한 그릇을 했다. “단골집이냐”고 했더니 “모든 식당이 내 단골집”이라 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식당에 가면 내일은 다른 식당에 간다”고 했다. “어제 내려와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얘기를 들어봤더니 김문수 지사를 이기겠더라”고 하자, 먹던 밥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니, 지금 머라카노. 그런 씰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버럭 화를 냈다. 그의 눈을 쳐다봤다. 살기(殺氣)를 느낄 정도의 ‘성난 사람의 눈’이었다. 조용히 식사를 마친 후 그와 헤어졌다. 후보자가 밥을 사서는 안 된다는 선거법 때문에 밥값은 기자가 냈다.

그는 선거 당일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된 직후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 ‘당선’을 예측하자 곧바로 기자들에게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승리’라고 쓰지 말라”고 했다.

정치철학은 상생과 공존, 사람과의 ‘의리’도 중시

김부겸은 아파트와 골목길을 혼자 돌아다니며 이른바 ‘벽치기 유세’를 했다. 그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으로 나온 것이다.

이게 ‘김부겸’이다. 한번 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상대의 눈높이에 자신을 낮추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지난 4년 동안 대구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 ‘마음의 벽’을 무너뜨렸다.

경북 상주 출신이지만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고향과 다름없다. 그런 그에게 ‘민주당’ 간판은 ‘고향’을 등지고 적군(敵軍)에 들어간 ‘배신자의 옷’이었다. 그는 “유권자가 바뀌어야 정치판도 바뀐다”며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했다. 고향 사람들은 그를 무시했고 그가 하는 말은 깡그리 뭉개버렸다.

그러자 자신은 여느 정치인과 다르다며 2012년 19대 총선 때 ‘대구(수성갑)’로 내려갔다. 경기도 군포에서 내리 3선(選, 16·17·18대)을 한 그는 ‘4선(選)’을 포기하고 정치적 ‘적지(敵地)’로 들어간 것이다.

안 될 줄 알았지만 열심히 뛰었다. 사람들을 붙잡고 ‘대화’와 ‘상생’ ‘변화’를 얘기했다. 당선의 벽은 높았다. 사람들은 새누리당 ‘이한구’를 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선거에서는 졌지만 40.4%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는 희망을 봤다. 2년 후,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 또 출마했다. 당연히 떨어졌다. 권영진 후보가 56%, 김부겸은 40.3%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런데 자신의 지역구(수성갑)에서는 득표율 50%를 넘겨 ‘권영진’을 이겼다. 이후 피치(Pitch)를 더욱 올렸다. 아파트와 골목길을 혼자 돌아다니며 이른바 ‘벽치기 유세’를 했다. 그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으로 나온 것이다(62.3%·8만4911표).

언론은 그를 ‘화제의 당선자’로 대문짝만 하게 보도했다. 이제 사람들은 그를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만날 것이다. 언론이 그를 주목하는 데는, 그가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민주당 계열 당적(黨籍)을 가진 국회의원으로 선출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야권 대선주자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어서다.

1970년대 후반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닌 그는 학생운동으로 제적·구속된 적이 있다. 그러나 외곬 운동권 출신이 아니다. 합리적 혁신을 주장하는 중도파이다. 이런 면에서 ‘손학규’와 많이 닮았다. 영남을 기반으로 배지(Badge)를 달았다는 점에서 ‘노무현’이 떠오르지만 ‘말’이 통하는 정치적 합리주의자라는 측면에서 다르다.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 김대중의 후보 단일화가 실패로 끝나자 제정구, 유인태, 원혜영 등과 꼬마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후보가 국민회의를 만들어 1997년 대선에 출마하자 고(故) 제정구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후 한나라당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그는, 2003년 이부영·이우재·김영춘·안영근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라고 불리는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가 됐다. 열린우리당 원내수석부대표,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그는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정치철학으로 삼는다. 인간 관계에서 ‘의리’도 중시한다.

넘어야 할 산, 문재인·손학규

대구 황금네거리에서 만나 돼지국밥을 먹고 식당을 나선 그의 등 뒤로 “이번 선거에 이기면 싫든 좋든 대선주자로 거론될 것”이라고 한마디 던졌다. “기자는 아들이라도 믿지 말라고 했는데, 대선출마 하니 마니 그런 식으로 쓰면 절대 안 된데이”라고 당부했다. 그의 오랜 측근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이진수씨는 “그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국회의원’으로서 김부겸은 이번 총선에서 모든 것을 얻었다. 그러나 대선 가도(街道)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총선을 통해 전국적 지명도를 올렸지만 당내 지지기반이 없다. 문재인, 손학규라는 ‘높은 산’도 넘어야 한다.⊙

★★★☆☆ | 공천학살 피해자이자 수혜자인 유승민

보수의 개혁·재구성이란 대권 도전 기치 내보여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은 기승전(起承轉) 유승민이었다. 모든 과정이 유승민으로 수렴된 까닭이다. 여론은 ‘유승민 낙천’은 ‘엄청난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난해 원내대표 시절 국회법 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선 유 의원을 낙천했다. 20대 총선 후보 등록(24~25일) 직전까지 공천 여부를 결론 내지 않았다. 24일부터는 탈당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유 의원을 쫓아내기 위한 결정이나 다름없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계 입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까지 지목한 마당에 유 의원을 그대로 둘 수 있었겠느냐”며 “컷오프 형태로 잘라낼 경우 만만찮은 ‘역풍’을 각오해야 했기 때문에 스스로 탈당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유 의원은 3월 23일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라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유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다른 현역 의원들도 탈당했다. 찍혀 나간 유 의원은 단번에 전국적인 인물로 급부상했다. 대권 지지율은 상승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하락했다. 70%가 넘던 지지율이 50%대로 급락했다. 기나긴 공천 파동에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오히려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를 본 것이다.

친박계는 유 의원 낙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경환 의원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펴는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뒷다리를 잡지 않았느냐. 시·도민들의 열망은 어떻게든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고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것이었는데, 도와주기는커녕 뒷다리를 잡거나 뒤에서 비아냥대기만 했다”고 했다. 유 의원은 2015년 4월 국회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해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의원도 “유 의원은 우리 당에 입당한 이래 꽃신을 신고 꽃길만을 걸어왔다. 당은 텃밭에서 3선의 기회를 주고 늘 당의 요직을 맡겼다”며 “그런 우리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난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배신자’ 낙인을 뚫고 압승했다. 4선(選)에 성공했다. 대구 동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승천 후보를 상대로 큰 표차로 승리했다.

당선 직후 유 의원은 새누리당 복당과 함께 ‘보수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4·13총선 참패에 망연자실한 여당과 그 지지층을 향해 ‘보수의 개혁·재구성’이란 대권 도전의 기치를 내보인 것이다. 그 개혁의 구심점 역할을 자임한 것이기도 하다. 유 의원은 다른 여권 주자들이 스스로 무너지면서 대권 레이스 초반 가장 유력한 여권 성향 주자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총선 참패에 따른 ‘친박 책임론’으로 당내에선 비박계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박계에 뚜렷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유 의원이 ‘비박계 4선 중진’으로 복당할 경우 세력화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복당 여부가 최대 분수령이다. 유 의원은 “선거 직후 복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친박(친박근혜)계가 현재 당을 장악하고 있어 19대 국회 내 복당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거기에 김무성 대표도 총선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황이어서 유 의원의 복당 논의는 아무리 빨라도 5월쯤, 전당대회 이후에나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복당하더라도 이후 대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친박계의 집중견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을 제외하면 측근 그룹은 전멸한 상태다. 특히 대구에서 무소속 ‘유승민계’ 연대를 했던 동갑의 류성걸 의원과 북갑의 권은희 의원이 생환하지 못한 것이 유 의원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향후 여권 내 개혁파를 얼마나 규합할지가 유 의원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 ‘박근혜 정부의 실력자’ 새누리당 의원 최경환

“진박 마케팅이 실패했으니, 모든 책임은 ‘진박 감별사’가 져야”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새누리당은 다자(多者) 대결 구도로 가면 여당이 필승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다. 일각에선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 확보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공천을 둘러싼 집권 여당의 막장 내전(內戰)과 자기 사람을 국회에 심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집(我執)’에 유권자는 분노했다.

‘박근혜’라는 이름 세 글자만 있으면 ‘작대기’에도 ‘묻지 마’ 지지를 보내던 대구 민심(民心)조차 등을 돌렸다. 그 결과 대구에는 31년 만에 처음으로 정통 야당 국회의원(김부겸)이 탄생했다. 또 야당 성향 무소속(홍의락)과,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 대립했던 무소속 의원(유승민)이 당선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구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지 못하고 이렇게 고전한 건 놀라운 일”이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핵심 지지층에서도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아성(牙城) 붕괴의 책임을 최경환 의원에게 묻는다. ‘최경환 책임론’이다. 최 의원은 이번 총선 대구·경북(TK) 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상황을 잘 아는 지역 언론사 기자는 “TK 지역 공천에 최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진박(眞朴) 마케팅이 실패했으니, 지역 정치권에서는 ‘진박 감별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최 의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대구 12개 선거구 중 4석을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차지하긴 했지만 ‘진박’인 정종섭·추경호·곽상도 후보는 승리했다. 또 경북 13개 지역은 싹쓸이했다. 무소속 강세 지역인 포항북과 구미을 지역을 잘 지켜낸 것이다.

단편적으로 보이는 성적이 크게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면은 다르다. 대구의 진박 후보가 이기는 데 최 의원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의 경우 ‘진박’ 후보 타이틀이 아닌 대표적인 대한민국 헌법학자라는 이력 때문에 승리했다는 것이다.

추 후보의 경우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에 출마했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 특정인의 지원이 당락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상대가 약했던 곽 후보도 마찬가지다.

전승(全勝)한 경북지역도 최 의원이 신경 쓴 후보나, 진박 후보의 득표율은 저조했다. 진박인 경주의 김석기 후보의 경우 45.0%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단순한 산술이지만 무소속 정종복(30.7%), 권영국(15.9%)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다면 김 후보의 승리는 어려웠다. 영천의 이만희 후보도 51.4%의 득표율로 겨우 당선됐다. 이 후보와 대결한 무소속 최기문 후보의 득표율은 48.6%였다. 최 의원은 대구고등학교 후배인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거의 대신 해주다시피 했다. 19대까지 본인의 지역구였던 청도가 20대 총선에서 영천과 합쳐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박빙이었다. 책임론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되면서 최 의원의 ‘당권’ 혹은 ‘대권’ 도전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경북의 3선 의원은 4월 14일 기자에게 “이른바 ‘진박 마케팅’과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를 질질 끈 것이 16 년 만에 여소야대가 된 이유”라며 “(공천 파동) 중심에 누가 있었나. 최 의원이 있지 않았나. 기존의 ‘최경환 당 대표 대세론’ 소멸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김무성 대표 책임론이 나오지만, 김 대표는 14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결국 모든 화살은 최 의원에게 쏠릴 것”이라며 “정치는 생물이라 시시각각 변하는 게 사실이지만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 (최 의원이)‘당권’ ‘대권’을 생각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했다.

총선에서 심판받은 친박계, 그중에서도 핵심인 최 의원의 당권, 대권 도전은 민심을 역행한다는 반발을 살 수 있어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최 의원은 대구·경북 총선 승리를 통해 TK 지역의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진박 감별사’ 역할에 ‘올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시각이 많았다.⊙

★★★★☆ | ‘친노-386의 聖骨’ 충남지사 안희정

2017년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다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난파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했다. 여기에는 김종인 체제를 만들고 그에게 힘을 실어준 문재인 전 대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이러한 과실(果實)을 자기 것이라고 자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을 잃었기 때문이다. 호남의 거부감이 심하다는 사실 때문에 문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럴 경우 누가 문재인 전 대표를 대신해서 더민주 내 친노(親盧)-운동권 세력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을까? 단연 안희정(安熙正·51) 충남지사다.

그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더민주가 여전히 친노-386운동권 정당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전대협에 관계했던 이들은 “김종인 대표가 쳐낸 운동권 출신들은 올드(Old)-비주류 운동권 출신들이며 영(Young)-친문(親文)운동권 세력은 그 세력을 그대로 보존했다”면서 “특히 전대협을 배후 조종했던 1980년대 종북 주사파(從北主思派)의 핵심 출신으로 국회에 진출한 사람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1980년대에 반미청년회 조직국장을 지낸 안희정 지사는 바로 그런 주사파 핵심 중 하나였다. 그는 또 지방자치실무연구소(자치경영연구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노사모’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노무현 팬클럽 ‘노하우’를 만든 사람이 바로 안 지사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지만, 정권 초기에 낙마했다. 한마디로 안 지사는 친노-386운동권 세력의 성골(聖骨)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낙마할 경우, 친노-386운동권 세력의 대표주자로 그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안희정 지사의 또 다른 강점은 충청권의 대표주자라는 점이다. 충청권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70년이 다 되도록 이 지역 출신 대통령을 내지 못했다는 비원(悲願)을 갖고 있다. 누구든 충청에서 깃발을 들면 충청권 및 충청 출신 표를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충북 출신이다. 충청을 잡으려면 역시 충남-대전 출신이 유리하다.

안 지사는 2010년부터 충남지사를 하면서 운동권 출신이라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낮은 자세로 일해 지역인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도 51세로 좋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노인 정치에 지친 중·장년층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나이다. 맑고 신선해 보이는 이미지도 강점이다. 다만 운동권 출신 챙기기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지역 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안희정 지사 주변에는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번에 논산-계룡-금산에서 이인제 후보를 꺾은 김종민 당선자, 시흥갑에서 낙선한 백원우 전 의원,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 등이 그와 가깝다. 모두 전대협 이래의 동지들이다. 문재인 전 대표,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게 팽(烹)당했다가 생환한 이해찬 전 총리가 같은 충청 출신인 안 지사와 연대(連帶)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희정 지사는 아직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가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 충청권과 경남-부산의 노무현벨트, 수도권의 ‘진보’성향 표들을 접수할 수 있다. 호남은 새누리당 정권을 막을 수 있는 후보라면 충청 출신이라도 가리지 않고 지지할 것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는 압도적으로 ‘젊은 후보 안희정’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386정서를 간직하고 있는 50대의 절반 정도도 같은 세대인 안희정 후보를 지지할 공산이 크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에게 승리할 때와 유사한 구도가 재현되는 것이다.

4·13총선은 안희정 지사에게 더민주의 승리,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기반 상실, 친노-운동권 세력의 온존, 이해찬의 연대 가능성이라는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안 지사는 2017년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게 됐다.⊙

★★☆☆☆ | 전 경상남도 도지사 김두관

4수 끝에 국회 입성… 대권 꿈꾸기엔 여건 좋지 않아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갑 후보로 출마해 새누리당 김동식 후보를 19%p 차이로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경남 남해의 마을 이장에서 시작해 ▲군수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 전 지사는 17, 18대 총선에서 고향인 남해에서 낙선했다. 2014년 7월엔 김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정치 신인’에게 패했다. 김 전 지사의 이번 당선은 4수 끝에 얻은 승리다.

김두관 전 지사의 당선 후 그가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얘기들도 나오지만, 그를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2012년 경남지사였던 그는 ‘대권 잠룡’으로 분류됐다. 정치권에선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면서 다수의 선거를 치러봤고, 오랜 기간 행정 경험을 쌓은 김 전 지사가 ‘친노’란 틀에 갇혀 표 확장성이 부족한 문재인 의원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3위에 머물렀다. 김 전 지사의 경선 당시 득표율은 14.30%(8만7842표·3위). 그가 ‘친노 패권주의’를 언급하면서 비판했던 문재인 후보는 56.50%(34만7183표)를 득표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됐다. 김 전 지사는 2014년 7·30 김포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또다시 낙선했다. 군사 접경 지역인 김포는 ‘보수’ 성향이 강해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라고 분류하지만, 그건 옛 이야기다.

김포에 대단위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젊은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여야가 경합하는 곳으로 변화했다. 현재 김포시장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걸 감안하면 야당에 김포는 소위 ‘험지’가 아닌데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분류된 김 전 지사는 ‘정치 신인’ 홍철호 굽네치킨 사장에게 패했었다. 대권주자라고 하기엔 그의 득표력이 많이 떨어지는 셈이다.

김두관, 의정 경험·원내 우군 전무

김두관 전 지사가 대선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그는 2010년 7월 경남지사에 취임했다가 대선에 나가기 위해 2년 만에 사퇴했다. 당시 경남 지역에선 “김두관이 한 게 뭐가 있기에 대선에 나가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총선에서 김 전 지사는 상대 후보가 “김두관은 김포에 머물기에는 너무 큰 인물”이라고 공격할 때마다 “김포를 떠나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오직 김포’란 문구를 새긴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했다. 당선 소감에서도 “김포의 일꾼이 되겠다”고 했다. 물론 정치인이 말을 바꾸는 건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지만.

김 전 지사에겐 원내 우군이 없다. 그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당시 당 내부에서는 원혜영 의원을 중심으로, 민병두·안민석·김재윤·문병호·강창일·김영록·최재천·김승남·홍의락 의원이 김 전 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었다. 비록 이들이 ‘김두관’을 밀었지만, ‘김두관계’로 불리진 않았다. 지금 상황은 당시보다 더 좋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갔거나, 의원직을 잃고, 낙선했다. 그나마 있던 ‘김두관계’조차 사실상 와해된 것이다.

김 지사의 또 다른 문제는 정무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장, 군수, 장관, 도지사 등을 역임했지만, 그의 정치력은 아직 검증대에 오른 바 없다. 김 전 지사가 대권을 꿈꾼다면 김포갑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것처럼 당분간 의정 활동에 전념하면서 원내 우군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 | ‘보수의 기대주’ 국무총리 황교안

레임덕 빠진 대통령과 함께 대권 도전 어려워져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보수(保守)의 기대주(期待株)’였던 황교안(黃敎安·59) 국무총리에게는 빨간불이 켜졌다. 황 총리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본격 거론된 적은 없다. 하지만 박근혜 지지층과 보수층 일각에서는 그에게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가 대권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이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헌법재판소였지만,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진당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사람은 그였다. 직접 헌법재판소에 나가 통진당 해산의 당위성을 논리정연하게 전개했다. 이후 보수층에서는 ‘저만한 사람이라면 대통령감으로 괜찮지 않으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황교안 대망론(待望論)’은 2006년 6월 그가 국무총리가 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장관급에서 국무총리로 바로 승진한 것은 대통령비서실장에서 총리가 된 1990년 노재봉 전 총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헌정사 전체로 봐서도 장관에서 총리가 된 사람은 정일권·변영태·백두진 등 손꼽을 정도다.

때문에 그가 총리가 되자 청와대가 그의 ‘스펙 만들어주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더불어 황 총리를 히든카드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를 대권주자로 주목하는 이들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 2년4개월을 겸허한 자세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예를 들었다. 성실하고 반듯해 보이는 황교안 총리의 이미지는 김황식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 그의 성장배경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인생스토리를 잘 포장하면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황 총리는 작년 9월 2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보로)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공안 검사를 오래했지만 공안 분야와 정치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그가 총대를 메고 나서자, 이를 그의 대권 도전과 연결시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황교안 총리에게는 독자적인 정치기반이 없다. 그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대통령이 충분히 그를 뒷받침하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그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2010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자신의 수석장관(총리)이었던 지우마 호세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때, 룰라는 83%의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1987년 이후 국무총리를 후계자로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노재봉 비서실장을 총리로 앉혔지만, 바로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견제가 들어오는 바람에 노재봉 카드를 접어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회창·이홍구·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을 저울질해 보았지만 역시 실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에 임명했을 때,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을 국무총리에 지명했을 때에도 후계구도 운운하는 관측이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로 만들어보려던 총리들의 정치적 함량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임기 말 대통령의 힘이 빠진 것도 큰 요인이었다.

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레임덕을 막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4·13총선 참패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레임덕을 맞게 되었다. 후계자 만들기는 고사하고 임기를 무사히 마치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황교안 총리 자신도 전체 의석의 2/3에 육박하는 야당의원들에 맞서 정부를 방어하기에 급급해질 전망이다.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정치학자의 말처럼, 4·13총선 참패로 황교안 카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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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大選이다

대선후보 12인 잠룡, 4·13총선 성적표★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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