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1월 5일 아너스 클럽 결성
⊙ 아너스 클럽 회원 중 최경환 부총리 아들 채용했던 사업체 사장도 있어
⊙ 논란의 중심에 선 崔炅煥, 李完洙… ‘高試 달구회’ 모임에도 참석
⊙ 차기 검찰총장에 대구고 출신 유력설
⊙ “우수한 동문이 빛을 보는 것은 당연”(前 아너스 클럽 회원)
⊙ 아너스 클럽 회원 중 최경환 부총리 아들 채용했던 사업체 사장도 있어
⊙ 논란의 중심에 선 崔炅煥, 李完洙… ‘高試 달구회’ 모임에도 참석
⊙ 차기 검찰총장에 대구고 출신 유력설
⊙ “우수한 동문이 빛을 보는 것은 당연”(前 아너스 클럽 회원)
“TK는 대구고(高) 공화국.”(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임환수 국세청장,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이순진 합참의장 내정자 모두 대구고 인맥이다. 이것이 우연한 결과냐.”(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은 2015년 2월 최경환 부총리가 자원외교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때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감사원의 해외 자원 개발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원외교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최 부총리의 대리인을 한 사람이 사무총장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
“감사원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을 지낸 황 아무개씨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감춰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이 최 부총리 개입 은폐에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 기간 내내 최경환(崔炅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하 부총리)을 상대로 집중 공세를 펼쳤다. 직접 출석한 기획재정위원회는 물론 타 상임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뭇매를 맞아 ‘최경환 국감’을 방불케 했다. 공격의 초점은 최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로 부상하면서 출신 고교인 대구고 출신 공직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 부총리의 ‘동문 챙기기’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아너스 클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연 ‘아너스 클럽’은 무엇일까.
아너스 클럽 결성 시점은 2012년 大選 직전
2012년 11월 5일 오후 7시 대구고 출신 중 소위 잘나간다는 12명이 강남의 한 일식집에 모였다. 이들이 이날 ‘아너스 클럽’을 결성했다. 모교 기숙사 비품비와 모교 발전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였다. 아너스(Honors)는 명예, 영광, 특권이란 뜻이다. 당시 모인 이들 중 가장 선배인 이○○(개인 사업)가 “일시적인 모금 활동보다는 5년 정도 지속적인 기금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을 참석자들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개인별로 500만원씩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으며, 회장으로 대구고 재경(在京) 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던 최 부총리를 추대했다.
당시 모인 멤버 중에는 최 부총리의 동기인 이완수(李完洙) 감사원 사무총장, ○○○ 롯데그룹 사장, 이순우(李舜雨) 전 우리은행장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사들이 다수였다. 12명 중 대기업 간부가 4명이었고, 금융인과 법조인, 정치인이 각각 1명, 나머지는 나름 규모가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아너스 클럽을 결성한 2012년 11월 5일은 대선을 40여 일 앞둔 시점이었다. 회장으로 추대된 최 부총리는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물밑에서 선거를 도울 때였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이었지만 유승민(劉承旼) 의원이 ‘친박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 그 여파로 2012년 10월 7일 물러났었다. 이런 이유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朴智元) 의원은 “(물밑에서 활동한 최 부총리가) 아너스 클럽을 만들었고, (그 멤버들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본격적으로 도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아너스 클럽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말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회원 12명에서 27명으로 늘어
아너스 클럽을 결성한 후 5개월이 지나 이들이 1차 모임을 가졌다. 2013년 4월 18일 오후 6시30분 아너스 클럽 회원은 여의도에 있는 한 중식당에 둘러앉았다. 당초 12명이었던 회원은 15명이 늘어 총 27명이 됐다. 새로 가입한 15명 중 3명은 정부 관련 기관에 몸담고 있었고, 의사와 변호사가 각각 1명씩 포함됐다. 대기업 간부는 2명이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사업가였다. 사업가 중 한 명은 최 부총리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시절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된 인물(박○○ DMS 사장)이었다.
잠시 시계추를 인사청문회 당시로 돌려보자.
2014년 7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후보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임(2009년 9월~2011년 1월)하는 중인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에 최 후보자의 대구고 후배인 박○○ 사장이 운영하는 DMS는 지식경제부로부터 95억원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또 2010년 1월 최 후보의 아들을 채용한 바 있다고 보도됐다.”
DMS는 실제 최 후보자의 지식경제부 장관 재임기(2009년 9월~2011년 1월)인 2009년 12월 지경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당시 지경부는 핵심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반도체 장비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구매하도록 하고 7개 중소기업을 선정해 3년간 지원했다. DMS는 여기에 포함됐다. DMS는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다.
박 의원의 이야기대로 《경향신문》은 최 부총리 아들이 DMS에 근무했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6월 27일 보도 내용이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과 공동 분석한 결과 최 후보자의 장남(30)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반도체·LCD 장비회사인 DMS에 근무했다. DMS 박모 사장은 최 후보자의 대구고 2년 후배다. 최 후보자의 아들은 지난해 8월 아버지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석 달 뒤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박범계 의원은 “DMS는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라며 “최 후보자, DMS, 삼성전자 간 연계성이 취업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최 후보자의 아들은 공채로 입사했다”면서 “채용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됐으며 특혜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두 의혹에 대해 최 부총리는 당시 이같이 해명했다.
“DMS 지원과 관련해선 장관 취임 전에 결정된 계속 사업을 추진한 결과이고 장관 시절 결정된 지원 사업은 2개 프로젝트 20억원 정도다. 그리고 (아들은) 정당한 입사 절차를 거쳐 취업했다.”
당시 참석자는 동문회 홈페이지에 1차 모임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동문의 서울 진출이 점점 힘들어져 재경 동창회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현실을 직시한 최경환 회장께서 앞으로 국회의원 임기까지 아너스 클럽 회장직을 맡으면서 모교 발전과 재경 동창회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고 참석한 회원 모두가 한결같이 그 뜻을 따를 것을 다짐하면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잘 마무리됐다.”
2차 모임
2차 모임은 1차 모임 5개월 뒤인 2013년 9월 24일 있었다. 아너스 클럽 사무총장은 이날 있었던 일을 대구고등학교 재경 동창회 사이트에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3년 9월 24일 저녁 6시30분부터 여의도에 있는 중식당 ○○에서 최경환 회장 주최 아너스 클럽 회원들의 2013년 2차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교 발전을 위한 모임으로 발족한 아너스 클럽은 현재 27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으로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부터 대구 총동창회와 힘을 합쳐 모교 지원에 힘을 쏟은 결과 올해부터는 대학 진학 성적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는 모교 교장선생님의 말씀도 전해들었습니다만 서울대 수시 지원자가 서울의대 2명을 포함 15명에 이르렀다 합니다. 물론 결과는 두고 보아야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것 같습니다. 마침 이 모임을 위해 참석해 주신 김○○ 총동창회장님께서 수시 지원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우리 동창회의 지원을 큰 보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바쁘신 가운데서도 참석하셔서 앞으로의 아너스 클럽이 모교 발전에 어떠한 형태로 도움을 줄 것인지 열띤 토론을 해주신 최경환 회장님을 비롯한 24명의 회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모교 발전과 아너스 클럽의 발전이 함께하길 기원해 봅니다.〉
2차 모임 이후, 모임을 지속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아너스 클럽과 관련한 인사 대부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혹시 아너스 클럽을 해체한 것은 아닐까. 아너스 클럽의 존재 유무는 2015년 9월 14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 때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李春錫) 의원과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이 주고받은 문답이 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춘석 위원- 대구고 아너스 클럽 회원이시지요?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작년까지는 그 클럽의 회원으로 있었는데 그 이후에는 제가 모임이나 이런 데 참석하지 않습니다.
○이춘석 위원- 아니, 회원인데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탈퇴했다는 뜻입니까?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탈퇴의사도 지금 전달을 했습니다.
○이춘석 위원- 여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회장이지요?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1회 회장이고 그 이후에는 다른 분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2014년까지 회원으로 있었고, 지금 탈퇴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회원의 면면(面面)이 바뀌었을지 몰라도 활동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구고 재경 동창회 관계자는 “아너스 클럽은 대고(대구고) 출신 중 잘나가는 인사들이 모여 모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며 “지금도 모이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아너스 클럽이 표적이 된 이유
대구고 출신들의 주장이 맞다면 아너스 클럽은 성공한 선배들이 모교와 후배 지원을 위해 만든 순수하고 훈훈한 모임이다. 하지만 야당은 아너스 클럽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16년 만에 처음 외부 출신으로 사무총장에 발탁된 이완수 사무총장 때문이다.
야당 측 주장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애당초 감사원 내부에서는 정길영 제1사무차장을 차기 총장 후보로 올렸다. 그가 후임 사무총장으로 가는 것이 감사원 내부 ‘순리’에 맞다. 조직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사무총장은 외부에서 임명하는 원장과 달리 대체로 내부에서 올라가는데, 이에 따르면 직급상 제1사무차장이 차기 총장으로 추대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차기 사무총장을 외부에서 발탁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됐고, 결국 황찬현 감사원장은 “평소 일면식도 없다”는 TK·검찰 출신인 이완수 변호사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 과정에 이 사무총장의 대구고 동기 동창으로 같은 아너스 클럽 회원이기도 한 현 정부 실세 최 부총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아너스 클럽 회원 중 다수가 대기업 임원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확인한 것만 삼성 관련 임원 6명, 롯데그룹 2명”이라며 “삼성의 형님들에게 빙 둘러싸여 있는 이 총장이 메르스 감사(메르스 사태로 인한 삼성서울병원 감사)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롯데홈쇼핑 재승인 감사도 감사원에서 하고 있는데 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의 감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한다.
이 의원은 이어 “아너스 클럽 회원 중 롯데의 ○○○ 사장은 아예 대정부 로비를 위해서 신설된 대외협력단의 단장”이라면서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전 총리께서 국회에 나와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진행할 때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와서 정말 힘들다’고 했었다. 훌륭한 동기 동창들에 빙빙 둘러싸였음에도 공정하게 잘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언급한 롯데그룹 사장의 경우 2014년 초 롯데슈퍼 겸 코리아세븐 총괄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그룹 홍보와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룹 정책본부 내 대외협력단장(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해당 사장은 강한 리더십으로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던 롯데슈퍼를 업계 1위로 만드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대외협력단장으로의 복귀는 롯데그룹이 대구고 인맥을 통해 대외 업무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롯데그룹은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서로 가까운 사이인 장경작(張慶作) 전 롯데호텔 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2009년 2월 롯데는 롯데그룹 호텔 부문만 총괄했던 장경작 사장을 호텔은 물론 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자리에 선임했다. MB가 취임한 직후다. 그는 당시 신격호(辛格浩) 총괄회장이 1994년부터 추진했으나 서울공항 비행안전 문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던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 승인을 이뤄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기업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롯데가 MB 정부 시절엔 대통령 친구로, 이번 정권에선 정권 실세 동문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高試 달구회
야당의 의혹 제기로 최 부총리를 비롯한 아너스 클럽 회원들은 억울할 수 있다. 우선 아너스 클럽 회원 중 최 부총리의 입김으로 주요 공직에 발탁됐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는 현재로선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뿐이다. ‘아너스 클럽이 다 해먹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 회원 다수가 감사원 감사를 받는 대기업 임원(6명)이냐”는 문제제기도 반박할 명분이 있다. 아너스 클럽은 실제 모교와 후배들에게 돈을 지원(회원 한 사람당 개인별로 500만원씩 기금 출연)한다. 연봉이 높은 대기업 임원이 아너스 클럽의 회원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너스 클럽 외에 승승장구하는 대구고 출신들의 모임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아너스 클럽 취재 중 기자는 ‘고시(高試) 달구회’의 실체를 파악했다. ‘고시 달구회’는 대구고등학교 재경 동창회 내에 있는 모임으로, 행정, 외무, 사법 등 고시합격자를 정회원으로 한다. 고시에 합격하면 자동으로 정회원으로 가입되는 것이다. 최 부총리(행정고시 22회)를 비롯, 임환수(林煥守) 국세청장(행정고시 28회),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사법고시 22회), 박성재(朴性載) 서울중앙지검장(사법고시 27회), 최재경(崔在卿) 전 인천지검장(사법고시 27회), 이병률(李秉律) 감사원 대변인, 곽병훈(郭炳勳) 청와대 법무비서관(사법고시 32회), 김종신(金鍾信) 전 감사원 감사위원(회계사) 등 정·관계, 법조계 유력 인사 다수가 ‘고시 달구회’의 대표 멤버다.
‘고시 달구회’ 회원의 모임 참석 여부는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대구고등학교 총동창회 사이트, 대구고등학교 재경 동창회 사이트, 대구고 관계자의 증언 등을 종합한 결과 최 부총리, 이완수 사무총장, 김종신 전 감사위원, 이상도(李相燾) 전 춘천지검장(사법고시 22회), 이병률 대변인, 고(故) 김광재(金光在)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행정고시 24회),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이명규(李明奎) 전 의원(사법고시 30회), 김호업(金浩業) 전 중부지방국세청 청장(행정고시 21회) 등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고시 달구회’ 정기총회 때 참석한 바 있다.
대구고등학교 동창회 일정을 관리한 적 있던 관계자는 “‘아너스 클럽’보다 주목해야 할 모임은 ‘달구회’”라며 “‘달구회 멤버’들이 최 부총리의 지원에 힘입어 잘나간다는 소문이 지역(대구·경북)에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파워 엘리트 218명 분석 결과 보니…
최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로 부상하면서 출신 고교인 대구고 출신 공직자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경향신문》 2015년 9월 15일자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 ‘파워 엘리트’ 218명을 분석한 결과를 실었다. 대구고 출신은 2년간 무려 6배 성장하며 단숨에 파워 엘리트 배출 고교 3위에 올랐다. 218명 중 대구고 출신은 6명(최경환 부총리, 이순진 합참의장, 임환수 국세청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다. 정권 초에는 1명이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파워 엘리트 218명은 출범 100일에 즈음한 2013년 6월 221개 직위를 바탕으로 했다. 대상 직위는 청와대 실장과 수석비서관,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을 비롯해 장·차관급을 조사했다.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과 업무 중요도 등을 감안한 중앙행정기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도 포함했다. 이 때문에 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1급 이상 공직자도 있다.
6명 외에도 대구고 인맥들은 정·관계, 법조계에 널리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다음과 같다.(앞서 언급한 인물은 제외)
〈◆법조계-이기광(李起光) 대구고등법원 수석 부장판사(사법고시 25회), 석왕기(石旺基) 대구지방변호사회장(사법고시 29회), 손외철(孫外哲) 법무부 대구보호관찰소 소장, 김기창 고려대 로스쿨 교수, 문병찬(文炳贊)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홍성지원 지원장(사법고시 38회), 허부열(許富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고시 28회), 김해수(金海洙) 광주지검장(사법고시 28회).
◆금융계-홍완선(洪完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부장,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 전병조(田炳祚) KB투자증권 대표이사(행정고시 29회 재경직).
◆교육계-김상용(金相龍) 전 부산교대 총장, 우동기(禹東琪) 대구교육감.
◆기타-이만희(李晩熙) 경기경찰청장, 김종석(金鍾奭) 평화산업 회장, 송병준(宋秉俊) 전 산업연구원장, 우재봉(禹再鳳) 경북소방본부장, 박민우(朴敏雨) 부산국토관리청장(행정고시 32회), 이원(李源) 한국법제연구원장(행정고시 22회), 홍성칠(洪性七) 권익위 부위원장(사법고시 30회), 김종원(金鍾元) 국토연구원 부원장, 최양식(崔良植) 경주시장(행정고시 20회), 임경구(林敬久)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행정고시 36회),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육사 38기).〉
우연일까?
앞서 언급했듯 대구고 출신들은 현재 국세청장,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감사원 사무총장, 합참의장, 국군기무사령관 등 요직에 자리하고 있다. 연말에 물러나는 현 김진태 검찰총장 후임에 역시 대구고를 졸업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군과 국세청, 감사원에 이어 검찰까지 이른바 힘센 기관 상당수를 대구고 선후배들이 차지하는 셈이다. 야당은 그 배후로 친박 실세인 최 부총리를 꼽는다. 실제 최 부총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합리적이다. 대구고 출신이 최근 3년 사이에 돌연 ‘출세’를 많이 하는 우연이 발생할 수 있을까.
최 부총리는 이에 펄쩍 뛰며 반박했다. 그는 국감 답변을 통해 “대구고 어쩌고 하시는데 대구고가 졸업생이 5만명, 6만명 되는 학교다. 말씀하신 분들 다 합쳐도 10명이 안 된다. 경기고, 경북고, 서울고 등은 (요직에 진출한 사람이) 더 많다. 음모론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구고 출신의 유력 인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최 부총리가 모든 인사에 관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잘나가는 동문은 모두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임환수 국세청장만 해도 그래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국세청 국제조사 사무관, 국제조세 2과장,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1·4국장 등 조사 분야를 두루 거치며 경력을 쌓았어요. (국세청장) 할 때가 돼서 하는 것입니다.”
―국세청장은 그렇다고 해도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이순진 합참의장에 대해서는 뒷말이 많지 않습니까.
“두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누군가가 이분들을 강력히 밀었다면 그것은 최 부총리는 아닐 겁니다. 이 총장은 변호사 시절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변호를 맡은 경력이 있고, 이 의장은 국방부를 꽉 쥐고 있는 분과 가깝다고 하니, 누군가가 지원했다면 그쪽 아니겠습니까.”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직 아너스 클럽 회원도 “최 부총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서 대구고 인사들이 승승장구한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은 답을 보내왔다.
“당시 우수했던 동문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가 각계에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렇게 수가 많지도 않습니다. 전통이 더 있는 고교 출신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넓게 진출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수한 동문이 빛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동문의 자랑거리 아닙니까.”
이들의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다. 현 정부서 요직을 차지한 대구고 출신 인사는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고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최경환 부총리가 실세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서 유난히 같은 고교 출신이 최근 몇 년 사이 요직 중의 요직에 많이 기용된 것은 결코 우연일 수가 없는 것 또한 경험적 진리다. 그래서 대구고 출신들이 모인다는 아너스 클럽이나 고시 달구회 같은 모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의 영역에 속한다.⊙
“임환수 국세청장,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이순진 합참의장 내정자 모두 대구고 인맥이다. 이것이 우연한 결과냐.”(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은 2015년 2월 최경환 부총리가 자원외교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때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감사원의 해외 자원 개발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원외교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최 부총리의 대리인을 한 사람이 사무총장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
“감사원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을 지낸 황 아무개씨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감춰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이 최 부총리 개입 은폐에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 기간 내내 최경환(崔炅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하 부총리)을 상대로 집중 공세를 펼쳤다. 직접 출석한 기획재정위원회는 물론 타 상임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뭇매를 맞아 ‘최경환 국감’을 방불케 했다. 공격의 초점은 최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로 부상하면서 출신 고교인 대구고 출신 공직자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 부총리의 ‘동문 챙기기’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아너스 클럽’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연 ‘아너스 클럽’은 무엇일까.
아너스 클럽 결성 시점은 2012년 大選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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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 9월 15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
당시 모인 멤버 중에는 최 부총리의 동기인 이완수(李完洙) 감사원 사무총장, ○○○ 롯데그룹 사장, 이순우(李舜雨) 전 우리은행장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사들이 다수였다. 12명 중 대기업 간부가 4명이었고, 금융인과 법조인, 정치인이 각각 1명, 나머지는 나름 규모가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아너스 클럽을 결성한 2012년 11월 5일은 대선을 40여 일 앞둔 시점이었다. 회장으로 추대된 최 부총리는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물밑에서 선거를 도울 때였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이었지만 유승민(劉承旼) 의원이 ‘친박 2선 후퇴’를 주장하면서 그 여파로 2012년 10월 7일 물러났었다. 이런 이유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朴智元) 의원은 “(물밑에서 활동한 최 부총리가) 아너스 클럽을 만들었고, (그 멤버들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본격적으로 도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아너스 클럽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말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회원 12명에서 27명으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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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연 박범계 의원은 지난 2014년 7월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DMS(삼성전자 납품업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
잠시 시계추를 인사청문회 당시로 돌려보자.
2014년 7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후보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임(2009년 9월~2011년 1월)하는 중인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에 최 후보자의 대구고 후배인 박○○ 사장이 운영하는 DMS는 지식경제부로부터 95억원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또 2010년 1월 최 후보의 아들을 채용한 바 있다고 보도됐다.”
DMS는 실제 최 후보자의 지식경제부 장관 재임기(2009년 9월~2011년 1월)인 2009년 12월 지경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당시 지경부는 핵심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반도체 장비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구매하도록 하고 7개 중소기업을 선정해 3년간 지원했다. DMS는 여기에 포함됐다. DMS는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다.
박 의원의 이야기대로 《경향신문》은 최 부총리 아들이 DMS에 근무했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6월 27일 보도 내용이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과 공동 분석한 결과 최 후보자의 장남(30)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반도체·LCD 장비회사인 DMS에 근무했다. DMS 박모 사장은 최 후보자의 대구고 2년 후배다. 최 후보자의 아들은 지난해 8월 아버지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석 달 뒤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박범계 의원은 “DMS는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라며 “최 후보자, DMS, 삼성전자 간 연계성이 취업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최 후보자의 아들은 공채로 입사했다”면서 “채용 절차는 투명하게 진행됐으며 특혜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두 의혹에 대해 최 부총리는 당시 이같이 해명했다.
“DMS 지원과 관련해선 장관 취임 전에 결정된 계속 사업을 추진한 결과이고 장관 시절 결정된 지원 사업은 2개 프로젝트 20억원 정도다. 그리고 (아들은) 정당한 입사 절차를 거쳐 취업했다.”
당시 참석자는 동문회 홈페이지에 1차 모임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동문의 서울 진출이 점점 힘들어져 재경 동창회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현실을 직시한 최경환 회장께서 앞으로 국회의원 임기까지 아너스 클럽 회장직을 맡으면서 모교 발전과 재경 동창회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고 참석한 회원 모두가 한결같이 그 뜻을 따를 것을 다짐하면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잘 마무리됐다.”
2차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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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너스 클럽 모임이 있었던 여의도에 위치한 ◦◦중식당 내부. |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3년 9월 24일 저녁 6시30분부터 여의도에 있는 중식당 ○○에서 최경환 회장 주최 아너스 클럽 회원들의 2013년 2차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교 발전을 위한 모임으로 발족한 아너스 클럽은 현재 27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으로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부터 대구 총동창회와 힘을 합쳐 모교 지원에 힘을 쏟은 결과 올해부터는 대학 진학 성적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는 모교 교장선생님의 말씀도 전해들었습니다만 서울대 수시 지원자가 서울의대 2명을 포함 15명에 이르렀다 합니다. 물론 결과는 두고 보아야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것 같습니다. 마침 이 모임을 위해 참석해 주신 김○○ 총동창회장님께서 수시 지원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우리 동창회의 지원을 큰 보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바쁘신 가운데서도 참석하셔서 앞으로의 아너스 클럽이 모교 발전에 어떠한 형태로 도움을 줄 것인지 열띤 토론을 해주신 최경환 회장님을 비롯한 24명의 회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모교 발전과 아너스 클럽의 발전이 함께하길 기원해 봅니다.〉
2차 모임 이후, 모임을 지속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아너스 클럽과 관련한 인사 대부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혹시 아너스 클럽을 해체한 것은 아닐까. 아너스 클럽의 존재 유무는 2015년 9월 14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 때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李春錫) 의원과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이 주고받은 문답이 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춘석 위원- 대구고 아너스 클럽 회원이시지요?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작년까지는 그 클럽의 회원으로 있었는데 그 이후에는 제가 모임이나 이런 데 참석하지 않습니다.
○이춘석 위원- 아니, 회원인데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탈퇴했다는 뜻입니까?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탈퇴의사도 지금 전달을 했습니다.
○이춘석 위원- 여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회장이지요?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1회 회장이고 그 이후에는 다른 분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2014년까지 회원으로 있었고, 지금 탈퇴의사를 전달했다고 했다. 회원의 면면(面面)이 바뀌었을지 몰라도 활동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대구고 재경 동창회 관계자는 “아너스 클럽은 대고(대구고) 출신 중 잘나가는 인사들이 모여 모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라며 “지금도 모이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아너스 클럽이 표적이 된 이유
대구고 출신들의 주장이 맞다면 아너스 클럽은 성공한 선배들이 모교와 후배 지원을 위해 만든 순수하고 훈훈한 모임이다. 하지만 야당은 아너스 클럽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16년 만에 처음 외부 출신으로 사무총장에 발탁된 이완수 사무총장 때문이다.
야당 측 주장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애당초 감사원 내부에서는 정길영 제1사무차장을 차기 총장 후보로 올렸다. 그가 후임 사무총장으로 가는 것이 감사원 내부 ‘순리’에 맞다. 조직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사무총장은 외부에서 임명하는 원장과 달리 대체로 내부에서 올라가는데, 이에 따르면 직급상 제1사무차장이 차기 총장으로 추대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차기 사무총장을 외부에서 발탁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됐고, 결국 황찬현 감사원장은 “평소 일면식도 없다”는 TK·검찰 출신인 이완수 변호사를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 과정에 이 사무총장의 대구고 동기 동창으로 같은 아너스 클럽 회원이기도 한 현 정부 실세 최 부총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아너스 클럽 회원 중 다수가 대기업 임원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확인한 것만 삼성 관련 임원 6명, 롯데그룹 2명”이라며 “삼성의 형님들에게 빙 둘러싸여 있는 이 총장이 메르스 감사(메르스 사태로 인한 삼성서울병원 감사)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롯데홈쇼핑 재승인 감사도 감사원에서 하고 있는데 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의 감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한다.
이 의원은 이어 “아너스 클럽 회원 중 롯데의 ○○○ 사장은 아예 대정부 로비를 위해서 신설된 대외협력단의 단장”이라면서 “감사원장이었던 김황식 전 총리께서 국회에 나와 부산저축은행 감사를 진행할 때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와서 정말 힘들다’고 했었다. 훌륭한 동기 동창들에 빙빙 둘러싸였음에도 공정하게 잘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언급한 롯데그룹 사장의 경우 2014년 초 롯데슈퍼 겸 코리아세븐 총괄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그룹 홍보와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룹 정책본부 내 대외협력단장(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해당 사장은 강한 리더십으로 만성적자를 면치 못하던 롯데슈퍼를 업계 1위로 만드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대외협력단장으로의 복귀는 롯데그룹이 대구고 인맥을 통해 대외 업무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롯데그룹은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서로 가까운 사이인 장경작(張慶作) 전 롯데호텔 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2009년 2월 롯데는 롯데그룹 호텔 부문만 총괄했던 장경작 사장을 호텔은 물론 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는 자리에 선임했다. MB가 취임한 직후다. 그는 당시 신격호(辛格浩) 총괄회장이 1994년부터 추진했으나 서울공항 비행안전 문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던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 승인을 이뤄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기업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롯데가 MB 정부 시절엔 대통령 친구로, 이번 정권에선 정권 실세 동문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高試 달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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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진 합참의장, 임환수 국세청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 |
아너스 클럽 취재 중 기자는 ‘고시(高試) 달구회’의 실체를 파악했다. ‘고시 달구회’는 대구고등학교 재경 동창회 내에 있는 모임으로, 행정, 외무, 사법 등 고시합격자를 정회원으로 한다. 고시에 합격하면 자동으로 정회원으로 가입되는 것이다. 최 부총리(행정고시 22회)를 비롯, 임환수(林煥守) 국세청장(행정고시 28회),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사법고시 22회), 박성재(朴性載) 서울중앙지검장(사법고시 27회), 최재경(崔在卿) 전 인천지검장(사법고시 27회), 이병률(李秉律) 감사원 대변인, 곽병훈(郭炳勳) 청와대 법무비서관(사법고시 32회), 김종신(金鍾信) 전 감사원 감사위원(회계사) 등 정·관계, 법조계 유력 인사 다수가 ‘고시 달구회’의 대표 멤버다.
‘고시 달구회’ 회원의 모임 참석 여부는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대구고등학교 총동창회 사이트, 대구고등학교 재경 동창회 사이트, 대구고 관계자의 증언 등을 종합한 결과 최 부총리, 이완수 사무총장, 김종신 전 감사위원, 이상도(李相燾) 전 춘천지검장(사법고시 22회), 이병률 대변인, 고(故) 김광재(金光在)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행정고시 24회),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이명규(李明奎) 전 의원(사법고시 30회), 김호업(金浩業) 전 중부지방국세청 청장(행정고시 21회) 등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고시 달구회’ 정기총회 때 참석한 바 있다.
대구고등학교 동창회 일정을 관리한 적 있던 관계자는 “‘아너스 클럽’보다 주목해야 할 모임은 ‘달구회’”라며 “‘달구회 멤버’들이 최 부총리의 지원에 힘입어 잘나간다는 소문이 지역(대구·경북)에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파워 엘리트 218명 분석 결과 보니…
최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핵심 실세로 부상하면서 출신 고교인 대구고 출신 공직자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사실이다. 《경향신문》 2015년 9월 15일자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 ‘파워 엘리트’ 218명을 분석한 결과를 실었다. 대구고 출신은 2년간 무려 6배 성장하며 단숨에 파워 엘리트 배출 고교 3위에 올랐다. 218명 중 대구고 출신은 6명(최경환 부총리, 이순진 합참의장, 임환수 국세청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곽병훈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다. 정권 초에는 1명이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파워 엘리트 218명은 출범 100일에 즈음한 2013년 6월 221개 직위를 바탕으로 했다. 대상 직위는 청와대 실장과 수석비서관,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을 비롯해 장·차관급을 조사했다.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과 업무 중요도 등을 감안한 중앙행정기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도 포함했다. 이 때문에 조사에 들어가지 않은 1급 이상 공직자도 있다.
6명 외에도 대구고 인맥들은 정·관계, 법조계에 널리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다음과 같다.(앞서 언급한 인물은 제외)
〈◆법조계-이기광(李起光) 대구고등법원 수석 부장판사(사법고시 25회), 석왕기(石旺基) 대구지방변호사회장(사법고시 29회), 손외철(孫外哲) 법무부 대구보호관찰소 소장, 김기창 고려대 로스쿨 교수, 문병찬(文炳贊)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홍성지원 지원장(사법고시 38회), 허부열(許富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고시 28회), 김해수(金海洙) 광주지검장(사법고시 28회).
◆금융계-홍완선(洪完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부장,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이사, 전병조(田炳祚) KB투자증권 대표이사(행정고시 29회 재경직).
◆교육계-김상용(金相龍) 전 부산교대 총장, 우동기(禹東琪) 대구교육감.
◆기타-이만희(李晩熙) 경기경찰청장, 김종석(金鍾奭) 평화산업 회장, 송병준(宋秉俊) 전 산업연구원장, 우재봉(禹再鳳) 경북소방본부장, 박민우(朴敏雨) 부산국토관리청장(행정고시 32회), 이원(李源) 한국법제연구원장(행정고시 22회), 홍성칠(洪性七) 권익위 부위원장(사법고시 30회), 김종원(金鍾元) 국토연구원 부원장, 최양식(崔良植) 경주시장(행정고시 20회), 임경구(林敬久)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행정고시 36회),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육사 38기).〉
우연일까?
앞서 언급했듯 대구고 출신들은 현재 국세청장,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감사원 사무총장, 합참의장, 국군기무사령관 등 요직에 자리하고 있다. 연말에 물러나는 현 김진태 검찰총장 후임에 역시 대구고를 졸업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군과 국세청, 감사원에 이어 검찰까지 이른바 힘센 기관 상당수를 대구고 선후배들이 차지하는 셈이다. 야당은 그 배후로 친박 실세인 최 부총리를 꼽는다. 실제 최 부총리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합리적이다. 대구고 출신이 최근 3년 사이에 돌연 ‘출세’를 많이 하는 우연이 발생할 수 있을까.
최 부총리는 이에 펄쩍 뛰며 반박했다. 그는 국감 답변을 통해 “대구고 어쩌고 하시는데 대구고가 졸업생이 5만명, 6만명 되는 학교다. 말씀하신 분들 다 합쳐도 10명이 안 된다. 경기고, 경북고, 서울고 등은 (요직에 진출한 사람이) 더 많다. 음모론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구고 출신의 유력 인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최 부총리가 모든 인사에 관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잘나가는 동문은 모두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임환수 국세청장만 해도 그래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국세청 국제조사 사무관, 국제조세 2과장,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1·4국장 등 조사 분야를 두루 거치며 경력을 쌓았어요. (국세청장) 할 때가 돼서 하는 것입니다.”
―국세청장은 그렇다고 해도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이순진 합참의장에 대해서는 뒷말이 많지 않습니까.
“두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누군가가 이분들을 강력히 밀었다면 그것은 최 부총리는 아닐 겁니다. 이 총장은 변호사 시절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변호를 맡은 경력이 있고, 이 의장은 국방부를 꽉 쥐고 있는 분과 가깝다고 하니, 누군가가 지원했다면 그쪽 아니겠습니까.”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직 아너스 클럽 회원도 “최 부총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서 대구고 인사들이 승승장구한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은 답을 보내왔다.
“당시 우수했던 동문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가 각계에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렇게 수가 많지도 않습니다. 전통이 더 있는 고교 출신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넓게 진출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수한 동문이 빛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동문의 자랑거리 아닙니까.”
이들의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다. 현 정부서 요직을 차지한 대구고 출신 인사는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고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최경환 부총리가 실세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서 유난히 같은 고교 출신이 최근 몇 년 사이 요직 중의 요직에 많이 기용된 것은 결코 우연일 수가 없는 것 또한 경험적 진리다. 그래서 대구고 출신들이 모인다는 아너스 클럽이나 고시 달구회 같은 모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의 영역에 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