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분석] 立法 전문가가 본 ‘김영란法’의 위헌적 요소들 : 월간조선

임중호(林中豪) 국회사무처 의정연수원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法)’에 대해 “위헌적(違憲的) 요소가 적지 않고, 자체 법률로서도 미비하며, 기존 법률과 충돌 우려까지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사무처에서 35년간 근무한 입법(立法) 전문가인 임 교수는 법제심의관,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등 주요 보직을 거친 후 최근 국회 의정연수원 교수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임 교수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영란(金英蘭)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김영란법’에 대한 견해와 달리 법률로서의 위헌성과 한계 등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이 법이 규정하는 ▲적용대상 ▲부정청탁의 의미 ▲금품수수 금지 ▲배우자의 금품수수시 신고의무 부과 ▲국민권익위원회 총괄 문제 ▲이해충돌 방지 등 사안별 문제점을 짚어 봤다.

公共性 강한 民間 부문 많아

—우선 김영란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이 법이 정하는 적용 대상자와 법적 용어의 명확성 등에서 과연 헌법 취지에 적합하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적용대상에 대해 살펴보죠. 이미 알려진 대로 공직자는 물론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그리고 배우자까지 포함됐습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대부분 일반 공직자를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당초 정부 안(案)은 공무원과 공직(公職) 유관단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행 부패방지법의 대상과 동일하게 했던 겁니다. 부패방지법을 만들 때도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시키느냐 마느냐가 주요 이슈였는데, 사립학교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였지요. 공립학교 교직원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 부패방지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부패방지법 입법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직원은 제외됐어요. 그러다가 이번에는 포함됐습니다. 김영란법은 공공성(公共性)을 이유로 언론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영방송인 KBS와 EBS를 언론기관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우선 우리 사회에는 교직원, 언론사뿐 아니라 공공성을 띠는 민간 영역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제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게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입니다. 금융권은 대단히 공공성이 강하지요. 국공립병원과 사립병원도 공공성이 강해요. 그리고 에너지사업자들도 마찬가지고요. 국고(國庫)보조를 받는 시민단체는 또 어떤가요. 그런데 김영란법에는 이들 기관은 제외돼 있지요. 결국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김영란법에는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현행 법규 중 공직 유관단체를 규정한 법은 363개나 됩니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국고보조금의 규모에 따라 공직 유관단체인지 아닌지 여부가 논란이 돼 왔어요.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현행 법률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셈이죠. 김영란법도 공직 유관단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수수(授受)할 때 소속 단체가 공직 유관단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어떻게 일일이 판단하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현행 363개 법률은 구성원에 대한 ‘공무원 의제 조항’을 개별적으로 두고 있는데, 김영란법도 ‘공무원+각 법률이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는 대상’으로 규정했다면 훨씬 명확해졌을 겁니다.”

외국은 어떻게 처벌하고 있나

—주요 선진국은 주로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처벌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나라마다 법률 명칭은 다릅니다만, 우리 김영란법과 가장 유사한 게 미국의 ‘뇌물 및 이해충돌 방지법’입니다. 미국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에 대해 엄하게 다루고 있는데,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법적 처벌이 아닌 윤리규정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내부 징계나 해고 등을 유도하지요. 김영란법의 경우,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불문하고 처벌합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 법을 피해 갈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뇌물죄 조항이 있는 형법(刑法)과 공직자 윤리를 다루는 부패방지법을 강화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적용 대상 중 언론사를 어느 선까지 정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언론 기능을 하는 편집디자인 회사도 언론사로 봐야 합니까.

“언론의 사회적 기능, 공익적 기능이 있다면 규제의 대상이 되겠지요. 다만 이 법으로 인해 언론자유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취재는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 법을 지키려다 취재원 접촉이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국회는 입법기관이지만 어떤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항상 법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필요성과 부작용을 비교해 입법 필요성이 더 크다면 입법하는 거고, 그렇지 않은 경우 법을 만들어서는 곤란합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현금이나 현물,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받게 돼 있습니다.

“민간경제 영역을 위축시킬 수 있는 조항입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경기활성화를 위해 공직자의 골프장 출입을 허락했습니다. 수도권 골프장에 한 번 나가면 이것저것 포함해 대략 1인당 40만원 정도 들기 일쑤입니다. 대가성을 불문하고 100만원, 300만원이라는 명시적 규정 때문에 법의 대상자들이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만남 자체를 꺼릴 수 있습니다. 또 이 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개정된 감사원법과도 일부 배치

김영란법의 최초 제안자라 할 수 있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범위가 축소됐고 규정이 누락돼 반쪽 법안이 됐다”는 취지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영란법이 규정하고 있는 ‘부정청탁의 의미’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부정청탁의 명확성을 위해 15가지 유형을 정하고 7가지의 예외 사항을 두고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인허가 비리, 조세 부담금 비리, 채용·승진·전보 비리,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비리, 입찰경매 비리, 계약 관련 비리, 보조금·장려금·출연금 비리, 용역 비리, 입학성적 비리, 병역 비리, 공공기관 평가·판정 비리, 수사 재판 비리 등 총 15가지를 부정청탁 유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15가지 유형 등의 행위를 함에 있어 법령 기준을 위반해 비리를 행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부정청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조금 복잡하군요.

“다시 설명하면, 단순 부탁만 해서는 이 법이 정하는 ‘부정청탁’이 아닙니다. ‘법령 기준을 위반해 행위해 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으로 봅니다. 결국 어떤 사람이 상대방에게 청탁할 때 법률에 위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김영란법의 맹점이 있습니다. 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항을 ‘야, 그것 좀 해 줘’라고 해야 부정청탁인 것입니다. 좀 복잡하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취할 수 있도록 상대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법 위반’을 기준으로 정할 경우 현실에서 규제의 효과가 적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재량권 내의 결정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결과일지라도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즉, 인·허가 비리나 허가 취소, 조세 부담금 비리에 해당함에도 ‘법의 범위 내에서 해 달라’고 하는 것은 ‘부정청탁’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공직자에게 일을 부탁할 때 ‘법적으로 금지된 사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부탁할 경우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건가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부탁행위가 법에 저촉되는 것인지 또 공무원의 재량권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를 잘 모릅니다. 김영란법은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이 금지한 사항을 요구한다면 법적 금지 여부를 알았든 몰랐든 처벌된다고 봐야 합니다. 부탁을 받은 공직자는 처벌을 면하기 위해 재량권 내에 있는 행위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복지부동(伏地不動) 사례들이 많아질 수 있는 거죠. 예를 들면, 지난해 세 모녀(母女) 사건처럼, 법령상 수급 대상자는 아니지만 극심한 생활고(生活苦)를 겪는 사람에게 사회보조를 요청할 경우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 그런 부탁을 받은 공무원은 재량 범위 내에서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처벌이 두려워 제때 지원해 주지 못할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감사원법이 개정됐는데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규제 등을 개선하는 경우 징계책임을 면(免)하는 ‘적극행정 면책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김영란법은 개정 감사원법과도 일부 배치(背馳)됩니다.”

사회 常規에 대한 기준도 없어

—민원인이 공직자에게 잘못 부탁했다가는 신세를 망치는 사례도 발생하겠군요.

“그렇습니다. 15가지 유형을 정하면서 제일 우려한 부분이 국민의 정당한 청구권 행사와 정당한 이해 당사자로서의 민원 제기입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이런 것들이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요. 쉽게 말해 부정청탁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는 거죠. 물론 7가지의 예외 사유를 정해 놓고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원법이나 행정절차법에 따른 청구권 행사, ‘공개적’으로 행정기관 담당자에게 정당한 집행을 요구하는 행위, 선출직에 대한 공익적 차원의 요구 행위, 법정기관의 행정처리를 요구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사회 상규에 부합하는 행위’도 예외로 규정했습니다.”

—무엇이 ‘사회 상규’인가요.

“아쉽게도 그에 대한 정의(定義)가 없습니다.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전달하는 행위는 사회 상규에 포함되겠지요. 그런데 액수가 얼마일 때 사회 상규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재판 진행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지요. 결국 김영란법은 금지 행위에 대한 판단을 ‘사회 상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큽니다. 처벌 법규는 처벌 기준이 명확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 위헌확인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가정의례법에 규정된 ‘가정의례의 참뜻에 비추어 합리적인 범위 내(內)’라는 소극적 구성요건은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違憲)이라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 상규에 대한 기준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 어떤 공직자가 ‘사회 상규’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 종국에 무죄(無罪)를 받더라도 그가 입게 될 피해는 원상회복할 수 없을 텐데요.

“공직자는 일단 기소만 돼도 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자리 보전은 물론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입습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받는 심리적 불안, 사회적 비난, 경제적 피해도 큽니다. 정당한 민원사항이라고 생각한 일반인도 김영란법에 의해 ‘부정청탁’에 해당돼 조사를 받고 기소까지 된다면 어느 누가 제때 민원을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私的 자치 영역에 대한 침해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 등이 포함된 점,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게 설정된 점, 공직자에게 배우자 신고 의무를 부과한 점 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냈다.

—김영란법이 갖는 세 번째 논란의 대상은 ‘금품수수 금지’ 항목입니다. 법에 따르면, 공직자·교사·언론인 그리고 배우자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되며, 1인당 100만원·연 300만원 이상을 받을 경우 직무와 관련 없이 형사처벌 받게 됩니다.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면 받은 액수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도 내야 합니다.

“직무 관련성을 불문하고 금액을 기준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 큽니다. 사적(私的) 자치 영역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기도 합니다. 공직자도 공직자이기 전에 사인(私人)입니다. 물건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며, 계약도 합니다. 공직자라도 사적 영역에서는 자유롭게 행위를 하는 것이지요. 만약 국토방위를 담당하는 직업군인이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민간인에게서 100만원짜리 방한복을 선물 받았다고 칩시다. 또 공직자가 주택이나 몇 천만 원짜리 차량을 매매할 때 100만원 이상 할인을 받았다고 칩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이 같은 혜택을 받은 공직자는 처벌받게 됩니다.”

—김영란법은 2011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스폰서 검사’ ‘벤처 검사’ 사건에서 해당 검사가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런 경우를 제재해야 할 필요성은 있는 것 아닙니까.

“물론이지요. 그런데 김영란법처럼 직무 관련성, 대가성을 불문하고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공직자도 직무 관련성을 제외하면 일반인과 똑같습니다. 물론 김영란법은 처벌이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위로·격려·포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 친족 간에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 등 몇 가지를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의한 무분별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예를 들어,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에 대해 수사기관에 민원이나 진정이 들어왔다고 합시다. 수사기관은 그 대상자 명의(名義)의 금융계좌는 물론 어떤 사람과 언제 어디에서 얼마짜리 밥을 먹었는지까지 조사하게 됩니다. 100만원 이상, 연간 300만원 이상이면 걸리기 때문이지요. 그야말로 김영란법에 의해 광범위한 수사가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장에 의하지 않은 무분별한 수사도 이뤄질 수 있고,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외국의 입법례에서 알 수 있듯,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는 형사처벌하지 않는 겁니다. 이런 것들은 공직자 윤리규정으로 엄격히 제재를 가하지요.”

—공직자의 경우 내부 징계나 해고 등으로 엄히 처리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죠.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문제가 된 공직자에 대해서는 내부 징계를 강하게 하면 됩니다.”

삭제된 이해충돌 방지 조항

—김영란법은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이 조항은 어떤가요.

“이 법의 적용 대상인 공직자, 교사, 언론인의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의 돈이나 선물을 받았다면 해당 공직자는 이를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습니다.”

—신고만 하면 금품을 수수한 배우자도 면책됩니까.

“아쉽게도 김영란법에는 그 규정이 없어요. 다시 말해 배우자가 100만원 이상의 돈이나 선물을 받았을 경우 공직자 등은 신고만 하면 됩니다. 문제는 배우자가 변호사법이나 형법 등 다른 법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배우자의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꼴이 됩니다. 이는 형법과 충돌합니다. 우리 형법에 범인은닉죄가 있는데 범인의 가족에 대해서는 이 죄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특수관계를 용인하는 것이지요. 김영란법은 이것조차 용납하지 않고 있어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배우자가 돈을 받았으니 처벌해 달라’고 얘기할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자, 대가성·직무 관련성 불문 등에서 광범위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해충돌 방지’ 대목에서는 오히려 축소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당초 정부안(案)에 있던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습니다.

“정부 원안(原案)에는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 공직자의 직무 관련 외부활동 금지, 직무 관련자와의 거래 제한, 예산의 부정사용 금지, 공공기관의 물품과 직위의 사적 사용 금지 등을 규정해 놨습니다. 쉽게 말해, 어떤 공직자가 업무를 함에 있어 상대방이 자기 가족인 경우 해당 공직자를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또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외부 강연을 하고 필요 이상의 강의료를 받는 것도 금지해야겠지요. 또 공무(公務) 차량을 개인 사무(事務)를 보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어요. 부정청탁과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공직의 공정성(公正性) 담보 차원에서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민감하며 시간적 제약까지 받다 보니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삭제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에 통과된 김영란법은 위헌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적으로 완결성이 떨어집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소관 부처는 국민권익위원회입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태료 부과 기관을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공직자의 소속 기관장이 과태료 부과를 법원에 요청하면 법원이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소속 기관장이 어떤 기준과 절차를 통해 과태료 부과를 요청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과태료 부과를 위한 조사는 사실상 감사나 수사 성격이 강합니다. 과태료는 형벌이 아니지만 조사과정에서 해당 공직자의 인권과 명예가 실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영장주의와 비슷한 수준의 법률적 절차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해당 공직자의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고 자의적인 조사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보완돼야 할 법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영란법이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본회의 통과 하루 만에 여야(與野) 정치권은 개정·보완을 거론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국회사무처 전문위원들이 정무위·법사위 국회의원들에게 법률의 미비점에 대해 조언하지 않았습니까.

“검토보고서를 여러 차례 전달한 걸로 압니다. 법률안 통과는 국회의원님들의 정치적·정무적 판단도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란법은 몇 점짜리 법률이라고 봅니까.

“몇 점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상당한 문제가 있는 법률이고 반드시 보완돼야 할 법입니다. 일반적으로, 형사 법규는 어느 정도의 위헌성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적 법익 보호가 크다면 그런 법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대한변협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 볼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