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련 전당대회, 大選 경쟁력 있고, 포지티브전략 펴는 문재인 후보가 박지원 후보보다 유리
⊙ 선명성, 大權, 黨權, 공천권 경쟁 등이 역대 야당 分黨의 주된 요인
⊙ 中·大 선거구제, 권역별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이 變數
⊙ 전당대회 후에도 새정련이 代案 제시 실패하면, ‘한국판 1.5정당제’ 나타날 수도
金亨俊
⊙ 58세. 한국외대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선명성, 大權, 黨權, 공천권 경쟁 등이 역대 야당 分黨의 주된 요인
⊙ 中·大 선거구제, 권역별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이 變數
⊙ 전당대회 후에도 새정련이 代案 제시 실패하면, ‘한국판 1.5정당제’ 나타날 수도
金亨俊
⊙ 58세. 한국외대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2015년 1월 11일 열린 ‘경상남도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 대표-최고위원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한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후보가 당원들에게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2·8 전당대회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월 7일에 378명의 중앙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비경선에서 문재인 의원, 박지원 의원, 그리고 이인영 의원이 당대표 본선 진출자로 선출됐다.
새정련은 ‘새로운 변화, 2017년 정권교체’를 이번 전대(全大)의 슬로건으로 택했다. 그런데 전대는 초반부터 이런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패권적(覇權的) 계파주의를 종식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고 친노(문재인) 대 비노(박지원)의 각축전으로 치달았다. 심지어 9개월 전에 지은 당명(黨名)을 민주당이나 그와 유사한 이름인 ‘새정치민주당’으로 다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당명 복원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민들은 2·8 전당대회에 별로 관심이 없고, 새정련에 대해서도 기대를 접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전대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고, 당내 각 계파 지지의 대표 선수가 나섰지만 흥행은 신통찮다. 새정련은 그동안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한계를 보여 주었다.
새정련의 한계점들
첫째, 반대만 있지 대안(代案)은 없다.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는 야당의 고유 기능이고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새정련은 애석하게도 세월호 특별법 및 경제활성화 법안 제정,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이,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를 위한 반대에 주력했다. 걸핏하면 장외(場外)투쟁을 일삼으면서 제도권 정당으로서의 위상마저 스스로 무너뜨렸다. 국민들의 눈에는 새정련이 정당인지, 시민단체인지, 이익집단인지 도저히 구별이 되지 않았다.
둘째, 비판만 있지 반성은 없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새정련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표만 의식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連帶)를 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판결 이후에도 새정련은 헌재(憲裁)의 선고 행위에 대해서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뿐 과거의 잘못된 연대에 대한 반성은 없다. 잘못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참회하는 책임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셋째, 말만 있고 실천은 없다. 야당은 선거 때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행동은 정반대이다. 가령,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세력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받아들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결국 노무현 정신을 훼손시키고 선거 패배를 가져왔다.
넷째, 참회는 없고 계파 패권주의만 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지난 총·대선을 거치면서 계파문제가 (새정련)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에는 3개 계파가 있는데 친노계는 ‘패권형’, 비노계는 ‘잔여형’, 486계는 ‘숙주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는 “패권형 계파는 ‘새정치연합을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계파 프레임을 만들어 공세한다’고 이야기하고, 잔여형 계파는 방향 없는 비판과 대안 없는 행동을 할 뿐이고, 숙주형 계파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계파 이기주의에 매몰되다 보니 새정련에는 대선 패배에 대한 통렬한 성찰은 없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미래를 품으려는 노력이 없다.
존재감 없는 야당
다섯째, 당명만 있지 존재감은 없다.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면 통상 야당의 지지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30%대까지 급락했지만 새정련의 지지도는 20%대에서 정체(停滯)되어 있다.
새누리당과 격차는 ‘더블 스코어’에 가깝다. SBS·TNS 신년 여론조사 결과, 새정련 지지도는 21.5%로 새누리당(41.3%)보다 20%포인트 정도 뒤졌다. 한국갤럽이 작년 1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정련의 야당 역할에 대해 국민들의 80%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남과 새정련 지지층에조차 ‘잘못한다’는 비중이 각각 81%와 78%를 차지했다.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새정련이 목숨을 걸고 추구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정련은 자기들이 잘할 생각은 않고 늘 여당에 대한 반대와 비난으로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고만 했다.
2·8 전당대회는 새정련이 이런 치명적인 한계를 극복해 정당다운 정당으로 거듭나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문제는 새정련에 이런 절박함이 묻어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 정당 대표라는 자리는 독배(毒杯)라고 불린다. 권한은 막강하지만 임기를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5년간 야당 대표의 수명은 4.5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대표 자리를 놓고 왜 후보들이 공생보다 공멸의 길을 걷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새 당대표 선출이 또 다른 비대위원장 출범의 씨앗을 잉태하지 않으려면 전대가 전대다워야 한다.
야권과 언론에서는 이번 새정련의 당권경쟁을 ‘문재인-박지원의 양강(兩强) 구도’로 보고 있다. 두 후보가 계파, 지역, 노선을 축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친노-영남-개혁’, 박 후보는 ‘비노-호남-실용’ 세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인영 후보는 지난 1월 10일 제주합동연설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신뢰 위에 우리 당이 서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주의와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런 주장은 문-박 양강 구도에 밀려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2·8 전대의 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국민·일반당원 25%이다. 대의원은 전국 대의원 명부에 기재된 사람이고, 권리당원은 2014년 6월 31일까지 입당한 권리당원 중 2014년 1월 1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3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사람이다. 대의원은 2월 8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권리당원은 ARS 투표, 국민·일반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화 여론조사가 실시된다.
권리당원은 영남이 1만1200명, 호남은 20만8000명으로 호남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대의원은 영남이 2425명, 호남은 1354명으로 영남이 많다. 영남에서는 권리당원 4명 중 한 사람이 대의원으로 되고, 호남에서는 권리당원 153명 중 한 사람이 대의원인 상황이다. 호남 전체의 인구비율이 10%이지만 권리당원 비율은 56%, 인구비가 비슷한 대구·경북은 권리당원 비율이 0.4%로 추정된다.
시·도별 인구비례와 권리당원 비율 간의 심각한 부조화는 자칫 민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 언뜻 이런 당원 구조로 봐서는 호남의 대표적 정치인인 박 후보가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당심(黨心)은 이런 구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대의원은 박 후보, 권리당원은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후보의 경쟁력
작년 12월 23일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따르면, 대의원을 상대로 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박 후보는 31.1%로 1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24.4%로 그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호남 맹주인 박 의원은 호남(23.7%)을 비롯해 서울(40.8%)과 경기·인천(32.0%), 충청권(32.7%)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애초 수도권에서는 문 의원이 앞설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세간의 예상을 깨고 박 의원이 앞섰다.
반면,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32.6%)가 박 후보(28.3%)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문 후보가 부산·울산·경남에서 52.0% 지지를 얻어 높게 나타난 반면, 박 후보는 경기·인천에서 각각 33.6%의 지지를 얻었다. 이런 조사결과로만 보면, 박 후보가 다소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선결과를 보다 과학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핵심변수인 인물, 구도(연대), 전략(이슈)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첫째, 문 후보가 박 후보보다 인물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 아래 〈표1〉은 문·박·이 세 후보의 장·단점을 분석한 것이다.
문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은 차기 대선 경쟁력이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로 조사되었다. SBS·TNS 조사결과(2014년 12월 29~30일),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시무총장을 제외하고 차기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서 문재인 의원은 17%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박원순 시장 12.6%, 김무성 대표 10.4%, 김문수 전 경기지사 6.1% 순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새정련 전신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경쟁해서 3.6%포인트 차이(약 100만표)로 패배했다. 문 후보가 얻은 1469만표(48.0%)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노무현 후보보다 267만8000표를 더 얻은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보다 5만7849표를 더 얻었다. 서울 지역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보다 3.2%포인트 앞섰고, 20만표 이상 더 득표했다. 문 후보가 이번 전대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갖고 있는 이런 득표력은 박 후보와 비교해 큰 자산이다. 한편, 2012년 총선 이후 당의 주류 세력으로 부상(浮上)한 응집력이 높은 친노 세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문 후보의 또 다른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지지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당이 패권적 계파주의로 흘러 당의 분열 요인으로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더구나 2012년 총선에서 문 후보가 헌재로부터 해산결정이 내려진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도 종북세력과의 잘못된 연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새정련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행정경험을 쌓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치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정세균의 선택은?
이에 반해, 박 후보는 풍부한 정치경험, DJ(김대중)의 적자(嫡子)로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그동안 소외받았던 호남 대의원들이 ‘당권(黨權)만은 가져와야 한다’는 정서와 맞아떨어지면서 세를 모으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변화와 개혁과는 거리가 먼 구(舊)시대의 인물이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박 의원이 “나에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승리의 유전자(DNA)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과연 당의 간판으로서 2016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70대 고령으로 수도권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세대교체론’을 강조하는 이인영 후보의 진보적 성향이 박 후보에게 불리한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문 후보가 추진하는 연대가 박 후보의 연대력보다 표의 확장성을 갖고 있다. 이번 경선에 불출마한 정세균 전 대표가 누구와 연대할지가 관건이다.
박지원, 김한길·안철수와 연대하나?
앞서 언급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정 전 대표가 대의원과 권리당원으로부터 각각 17.3%와 14.7%를 얻었기 때문이다. 정 전 대표는 노선상으로는 문 후보, 지역적으로는 박 후보와 가깝다. 그런데 호남의 맹주(盟主)를 꿈꾸는 정 전 대표가 박 후보와 연대한다는 것은 정치현실과 맞지 않다. 마키아벨리적 관점에서 보면 반대로 박 후보를 떨어뜨려 호남 맹주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할지 모른다. 그만큼 문 후보와 정세균 의원 간에 연대가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편, 박 후보는 당대표 예선 컷 오프에서 탈락한 반노의 박주선 의원과 조경태 의원과의 연대를 공식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표의 확장성은 그리 크지 않다.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인영 후보와의 연대는 이 후보가 “마라톤에 처음 뛰는 아마추어 선수도 아니고, 나는 페이스메이커는 아니다”라고 말한 데서 보듯이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다만, 박 후보가 중도 성향의 김한길·안철수와 어떤 연대를 이룩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최근에 발간한 《안철수는 왜?》라는 대담집에서 안 의원과 문재인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해 “2012년 때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런 진술이 안 의원과 문 후보와의 결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박 후보와의 연대를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안 의원은 “이번 전대가 혁신과 변화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 혁신과 변화의 경쟁을 통해 국민들 마음을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혁신과 변화를 통한 새 정치를 부르짖는 안 의원이 구시대 인물의 이미지로 각인된 박 후보와의 연대는 사실상 성사되기 어렵다.
셋째, 문 후보가 추구하는 ‘희망 주기 포지티브 전략’이 박 후보의 ‘두려움 심기 네거티브 전략’보다 강하다.
이번 2·8 전당대회는 이슈가 사라진 선거이다. 후보들이 민생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야당이 어떤 특권을 내려놓고 ‘지기만 하는 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박 두 후보는 상반된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다.
포지티브 vs. 네거티브
문 후보는 “국민들은 우리 당의 얼굴로 저 문재인을 원할 것”이라며 자신이 대표가 돼야 총선과 대선에서 당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희망주기’ 전략을 취했다. 더불어, 문 의원은 “끊임없이 계파 따지고, 지역 나누고, 과거 상처를 헤집고, 누구는 되니 안되니 한다. 정책과 비전은 간 데 없고 네거티브만 자욱하다”며 “전당대회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네거티브라는 것은 없는 사실을 조작하고 있는 사실도 과대 포장하는 것이지, 사실을 적시하는 건 네거티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를 겨냥해서는 “이번 전대는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대지 개인의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전대가 아니다”라며 공격했다.
더욱이, 박 후보 진영은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새정련 탈당을 계기로 “친노가 다시 당권을 잡으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 “분열을 자초한 친노의 패권주의를 막아야 한다”며 ‘두려움 주기’ 전략에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1등 후보(top dog)는 포지티브 전략, 추격하는 후보(under dog)는 네거티브 전략을 쓴다. 작년 7월 14일에 실시된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등을 달리던 서청원 후보는 비박인 “김무성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면서 강력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반면, 김무성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대표가 되겠다”며 시종일관 포지티브 전략을 추구했다. 결과는 예상을 깨고 비박의 김 후보가 친박의 서 후보를 만 표 이상의 큰 차이로 승리했다. 당의 미래를 짊어질 당대표 경선에서는 통상 포지티브 전략이 네거티브 전략을 이기는 법칙이 작동한다.
종합하면, 선거인단의 75%를 차지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에 호남의 비율이 많아서 외형상 DJ 비서실장 출신인 박 후보가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물, 연대, 전략의 측면에서 문 후보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수십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고동락하면서 어떤 집단보다 정치학습을 많이 한 새정련 핵심당원들의 ‘전략적 선택(strategic choice)’이 선거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들은 새정련의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인 ‘문재인 카드’를 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문 후보가 당권 경쟁에서 패배하면 그의 대권 행보는 물 건너간다.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당권경쟁에 실패한 사람이 대선후보가 된 경우는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당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대선후보 지키기에 나서고 총선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할 문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개연성이 크다.
물론 선거는 막판에 터지는 돌발변수에 의해 예상 밖의 이변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 대북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발언, 후보들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 등은 선거결과를 좌우할 휘발성이 큰 변수이다.
야권분열의 원인
2·8 전당대회 이후 새정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부에서는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새정련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 전조(前兆)가 나타났다. 지난 1월 11일 정동영 상임고문이 새정련을 탈당하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에 합류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민모임은 종북주의(從北主義) 배격 등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인사들이 주도하는 결사체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이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며 “야당성마저 사라져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표2〉에서 보듯이, 한국 정당사에서 제1야당이 분열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선명성 경쟁이다. 1965년 8월 14일 ‘한일기본조약’이 민주공화당 의원만으로 비준동의가 처리된 후, 야당인 민중당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와 당의 해체를 완강히 주장했던 강경파와 당 주류 온건파 간에 대립이 있었다. 결국 의견조정에 실패해 탈당계를 낸 윤보선 외 7명과 민중당 정화동지회가 중심이 되어 선명야당의 기치를 내걸고 신한당을 창당했다.
신한당은 전국 각지에서 민주공화당 정권의 비리를 폭로·규탄하는 대중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여(對與) 강경노선을 전개했다. 민중당과의 반목이 계속되었으나 야당 대통령 후보 단일화와 합당에 합의하여 1967년 2월 신민당을 창당함으로써 해체되었다.
1986년 12월 신한민주당 이민우 총재는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 조치를 먼저 단행할 경우 내각제 개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는 지방자치제 실시, 공정한 선거, 언론 및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공무원의 정치중립 확보, 2개 이상의 정당제도 정착, 용공분자를 제외한 구속자 석방 등이 포함되었다.
이에 대해 김영삼과 김대중은 이민우 구상이 여권의 공작정치의 소산으로 보고 강경 대처했다. 결국 1987년 4월 양김이 자파 의원 74명을 이끌고 집단 탈당하여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다. 그 이후 신한민주당은 몰락했고, 통민당은 직선제 개헌을 쟁취해 명실상부한 제1야당의 위상을 지켰다.
大權경쟁과 분당
둘째, 대권경쟁을 둘러싼 분열이다. 민주화투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낸 통일민주당은 198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분열했다. 1987년 10월 29일 당시 제1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에 참여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탈당해 1987년 11월 12일 김대중을 총재 및 대통령선거 후보로 추대함과 동시에 창당됐다. 양김의 분열로 ‘1노3김’ 구도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3위에 그쳤다.
하지만 1998년 4월에 실시된 13대 총선에서 선거 전에 24석에 불과했던 평민당은 지역구 54석에 전국구 16석을 합친 70석을 차지하여 YS(김영삼)가 이끄는 통일민주당(59석: 지역구 46석+비례대표 13석)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급부상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분열되었다.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근혜 의원이 2월 28일 탈당하여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 분당 이유는 당권·대권 분리를 둘러싸고 이회창 총재와 박 부총재가 극렬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미래연합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 참여했지만 광역단체장(16석)과 기초단체장(227석)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광역의원 선거에서 단 2명(0.29%)의 당선자를 내면서 참패했다. 결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 11월에 미래연합은 한나라당에 흡수·통합됐다.
셋째,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분당(分黨)이다. 1992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정계를 은퇴하였던 김대중이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을 적극 지원해 승리를 이끈 다음 그해 7월 17일에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새정치국민회의)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에 참여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창당과 동시에 제1야당이 되었다.
야당 분열로 1996년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정대철, 이종찬, 김덕규 등의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는 등 참패하여 299석 중 79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탈당으로 세가 크게 위축된 통합민주당은 15석밖에 얻지 못해 4당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야당 분열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서울 지역(47석)에서 27석을 얻어 새정치국민회의(18석)와 민주당(1석)을 제치고 제1당이 되었다.
DJ는 절반의 성공을 이룩했지만 철저하게 패배한 사례도 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김윤환 등 당 중진들을 공천에서 배제하자 공천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민주국민당을 급조해 총선에 참여했다. 하지만 단 2석(지역구 1석+비례대표 1석)만을 얻으면서 완패했고 2004년 총선 후 등록이 취소되었다.
新黨 창당은 찻잔 속의 태풍?
넷째, 당권경쟁을 둘러싼 계파갈등이다.
한국의 정통 야당을 자처하던 신민당이 1972년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구주류계(유진산계)와 비주류계로 대립하여 각기 자파(自派) 세력만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자 양일동을 중심으로 반유진산계가 연합하여 1973년 1월에 민주통일당을 창당했다. 통일당은 1구2인의 중선거구제하에서 실시된 1973년 총선과 1979년 총선에서 각각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1980년 4월 양일동 총재가 죽자 정당활동이 정지 상태에 있다가 같은 해 10월 27일 해체되었다.
이런 과거 야당 분열 사례를 토대로 새정련의 2·8 전당대회 이후를 전망해 보면 새정련이 분당할 개연성은 적다. 물론 ‘국민모임’의 신당이 4월에 치러질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고 득표력을 입증할 경우, 내년 총선에 앞서 야권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공공연히 분당론을 얘기해 온 새정련 내 비노계가 신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핵심 이유는 새정련 핵심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분열할 경우 1996년 총선 때와 같이 공멸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DJ와 같이 분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경륜과 카리스마, 지역 조직을 갖춘 인물이 없다는 것도 무시 못할 이유이다. 차기 대선과 권력에 민감한 현역 의원들이 유력 대권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신당과 정치적 모험을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말해 국민모임 중심의 신당 창당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전망이다. 역대로 야권 내에서 여러 차례 신당 실험과 이합집산이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로민주당’은 곤란
다만, 선거제도 개혁이 복병이 될 수 있다. 헌재 판결 이후 정치권에서 중·대 선거구제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새정련의 새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탈당해서 국민모임과 같은 신당(新黨)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친노세력이 당권을 장악해 2016년 총선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경우,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련의 새 대표가 선출된다고 미래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미래에 대한 구상에 앞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소중하다. 참회 없이 미래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련은 왜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런 성찰을 토대로 2·8 전당대회가 단순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싹수없고 책임지지 않는 정당에서 벗어나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막말하지 않고 거리의 정치에 나서지 않으며 계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8 전당대회에서 새정련은 ‘진보 참회록’을 쓰는 심정으로 패권적 계파주의가 춤을 추는 ‘도로 민주당’으로 가서는 안 된다.
與野 함께 발전해야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였던 고(故)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전후(戰後) 일본의 정당 체제를 연구하면서 ‘1.5 정당 체제’란 용어를 사용했다. 의회 의석 중 한 정당이 1이면, 다른 당은 0.5를 차지한다는 뜻으로 ‘일당 우위 체제’를 의미한다. 실제로 1955년 보수당인 일본 자민당이 탄생한 이후 다수의 자민당과 소수의 사회당 체제가 1993년까지 50여 년간 지속됐다.
만약 새정련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존재감이 없는 무기력한 정당으로 전락하면 ‘새누리당 우위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한국판 1.5 정당 체제’가 출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새정련이 최고로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진보·보수 유권자 지지 규모가 대등한 ‘호각의 정당정치(party politics of parity)’가 새누리당 우위 정당 체제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똑같이 강해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정련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존재감 없는 야당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 공룡 여당의 탄생에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정련은 ‘새로운 변화, 2017년 정권교체’를 이번 전대(全大)의 슬로건으로 택했다. 그런데 전대는 초반부터 이런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패권적(覇權的) 계파주의를 종식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시하고 친노(문재인) 대 비노(박지원)의 각축전으로 치달았다. 심지어 9개월 전에 지은 당명(黨名)을 민주당이나 그와 유사한 이름인 ‘새정치민주당’으로 다시 바꾸자는 주장이 나왔다.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당명 복원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민들은 2·8 전당대회에 별로 관심이 없고, 새정련에 대해서도 기대를 접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전대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고, 당내 각 계파 지지의 대표 선수가 나섰지만 흥행은 신통찮다. 새정련은 그동안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한계를 보여 주었다.
새정련의 한계점들
첫째, 반대만 있지 대안(代案)은 없다.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는 야당의 고유 기능이고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새정련은 애석하게도 세월호 특별법 및 경제활성화 법안 제정,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이,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를 위한 반대에 주력했다. 걸핏하면 장외(場外)투쟁을 일삼으면서 제도권 정당으로서의 위상마저 스스로 무너뜨렸다. 국민들의 눈에는 새정련이 정당인지, 시민단체인지, 이익집단인지 도저히 구별이 되지 않았다.
둘째, 비판만 있지 반성은 없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새정련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표만 의식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連帶)를 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판결 이후에도 새정련은 헌재(憲裁)의 선고 행위에 대해서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뿐 과거의 잘못된 연대에 대한 반성은 없다. 잘못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참회하는 책임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셋째, 말만 있고 실천은 없다. 야당은 선거 때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행동은 정반대이다. 가령,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세력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국익을 위해 받아들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결국 노무현 정신을 훼손시키고 선거 패배를 가져왔다.
넷째, 참회는 없고 계파 패권주의만 있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지난 총·대선을 거치면서 계파문제가 (새정련)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에는 3개 계파가 있는데 친노계는 ‘패권형’, 비노계는 ‘잔여형’, 486계는 ‘숙주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는 “패권형 계파는 ‘새정치연합을 폄하하려는 사람들이 계파 프레임을 만들어 공세한다’고 이야기하고, 잔여형 계파는 방향 없는 비판과 대안 없는 행동을 할 뿐이고, 숙주형 계파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계파 이기주의에 매몰되다 보니 새정련에는 대선 패배에 대한 통렬한 성찰은 없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미래를 품으려는 노력이 없다.
존재감 없는 야당
다섯째, 당명만 있지 존재감은 없다.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면 통상 야당의 지지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작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30%대까지 급락했지만 새정련의 지지도는 20%대에서 정체(停滯)되어 있다.
새누리당과 격차는 ‘더블 스코어’에 가깝다. SBS·TNS 신년 여론조사 결과, 새정련 지지도는 21.5%로 새누리당(41.3%)보다 20%포인트 정도 뒤졌다. 한국갤럽이 작년 1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정련의 야당 역할에 대해 국민들의 80%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남과 새정련 지지층에조차 ‘잘못한다’는 비중이 각각 81%와 78%를 차지했다.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새정련이 목숨을 걸고 추구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정련은 자기들이 잘할 생각은 않고 늘 여당에 대한 반대와 비난으로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고만 했다.
2·8 전당대회는 새정련이 이런 치명적인 한계를 극복해 정당다운 정당으로 거듭나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문제는 새정련에 이런 절박함이 묻어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 정당 대표라는 자리는 독배(毒杯)라고 불린다. 권한은 막강하지만 임기를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5년간 야당 대표의 수명은 4.5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대표 자리를 놓고 왜 후보들이 공생보다 공멸의 길을 걷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새 당대표 선출이 또 다른 비대위원장 출범의 씨앗을 잉태하지 않으려면 전대가 전대다워야 한다.
야권과 언론에서는 이번 새정련의 당권경쟁을 ‘문재인-박지원의 양강(兩强) 구도’로 보고 있다. 두 후보가 계파, 지역, 노선을 축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친노-영남-개혁’, 박 후보는 ‘비노-호남-실용’ 세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인영 후보는 지난 1월 10일 제주합동연설에서 “서민과 중산층의 신뢰 위에 우리 당이 서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주의와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런 주장은 문-박 양강 구도에 밀려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2·8 전대의 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국민·일반당원 25%이다. 대의원은 전국 대의원 명부에 기재된 사람이고, 권리당원은 2014년 6월 31일까지 입당한 권리당원 중 2014년 1월 1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3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사람이다. 대의원은 2월 8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권리당원은 ARS 투표, 국민·일반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화 여론조사가 실시된다.
권리당원은 영남이 1만1200명, 호남은 20만8000명으로 호남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대의원은 영남이 2425명, 호남은 1354명으로 영남이 많다. 영남에서는 권리당원 4명 중 한 사람이 대의원으로 되고, 호남에서는 권리당원 153명 중 한 사람이 대의원인 상황이다. 호남 전체의 인구비율이 10%이지만 권리당원 비율은 56%, 인구비가 비슷한 대구·경북은 권리당원 비율이 0.4%로 추정된다.
시·도별 인구비례와 권리당원 비율 간의 심각한 부조화는 자칫 민심을 왜곡시킬 수 있다. 언뜻 이런 당원 구조로 봐서는 호남의 대표적 정치인인 박 후보가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 당심(黨心)은 이런 구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대의원은 박 후보, 권리당원은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후보의 경쟁력
작년 12월 23일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따르면, 대의원을 상대로 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박 후보는 31.1%로 1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24.4%로 그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호남 맹주인 박 의원은 호남(23.7%)을 비롯해 서울(40.8%)과 경기·인천(32.0%), 충청권(32.7%)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 애초 수도권에서는 문 의원이 앞설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세간의 예상을 깨고 박 의원이 앞섰다.
반면,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32.6%)가 박 후보(28.3%)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문 후보가 부산·울산·경남에서 52.0% 지지를 얻어 높게 나타난 반면, 박 후보는 경기·인천에서 각각 33.6%의 지지를 얻었다. 이런 조사결과로만 보면, 박 후보가 다소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선결과를 보다 과학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핵심변수인 인물, 구도(연대), 전략(이슈)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첫째, 문 후보가 박 후보보다 인물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 아래 〈표1〉은 문·박·이 세 후보의 장·단점을 분석한 것이다.
문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은 차기 대선 경쟁력이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로 조사되었다. SBS·TNS 조사결과(2014년 12월 29~30일),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시무총장을 제외하고 차기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서 문재인 의원은 17%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박원순 시장 12.6%, 김무성 대표 10.4%, 김문수 전 경기지사 6.1% 순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새정련 전신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경쟁해서 3.6%포인트 차이(약 100만표)로 패배했다. 문 후보가 얻은 1469만표(48.0%)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노무현 후보보다 267만8000표를 더 얻은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보다 5만7849표를 더 얻었다. 서울 지역에서 문 후보는 박 후보보다 3.2%포인트 앞섰고, 20만표 이상 더 득표했다. 문 후보가 이번 전대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갖고 있는 이런 득표력은 박 후보와 비교해 큰 자산이다. 한편, 2012년 총선 이후 당의 주류 세력으로 부상(浮上)한 응집력이 높은 친노 세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문 후보의 또 다른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지지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당이 패권적 계파주의로 흘러 당의 분열 요인으로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더구나 2012년 총선에서 문 후보가 헌재로부터 해산결정이 내려진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도 종북세력과의 잘못된 연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새정련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행정경험을 쌓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치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정세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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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맹주’를 꿈꾸는 정세균 전 대표가 문재인과 박지원 중 누구를 지지할까 하는 것도 관심사다. |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변화와 개혁과는 거리가 먼 구(舊)시대의 인물이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박 의원이 “나에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승리의 유전자(DNA)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과연 당의 간판으로서 2016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70대 고령으로 수도권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세대교체론’을 강조하는 이인영 후보의 진보적 성향이 박 후보에게 불리한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문 후보가 추진하는 연대가 박 후보의 연대력보다 표의 확장성을 갖고 있다. 이번 경선에 불출마한 정세균 전 대표가 누구와 연대할지가 관건이다.
박지원, 김한길·안철수와 연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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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련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는 1월 8일 공명선거실천협약서에 서명했다. |
한편, 박 후보는 당대표 예선 컷 오프에서 탈락한 반노의 박주선 의원과 조경태 의원과의 연대를 공식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표의 확장성은 그리 크지 않다.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인영 후보와의 연대는 이 후보가 “마라톤에 처음 뛰는 아마추어 선수도 아니고, 나는 페이스메이커는 아니다”라고 말한 데서 보듯이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다만, 박 후보가 중도 성향의 김한길·안철수와 어떤 연대를 이룩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이 최근에 발간한 《안철수는 왜?》라는 대담집에서 안 의원과 문재인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해 “2012년 때로 돌아가면 문재인 의원과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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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9월 11일 안철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 2·8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이 박지원 후보를 지지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
셋째, 문 후보가 추구하는 ‘희망 주기 포지티브 전략’이 박 후보의 ‘두려움 심기 네거티브 전략’보다 강하다.
이번 2·8 전당대회는 이슈가 사라진 선거이다. 후보들이 민생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야당이 어떤 특권을 내려놓고 ‘지기만 하는 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박 두 후보는 상반된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다.
포지티브 vs.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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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1일 정동영 고문은 새정련을 탈당, ‘국민모임’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네거티브라는 것은 없는 사실을 조작하고 있는 사실도 과대 포장하는 것이지, 사실을 적시하는 건 네거티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를 겨냥해서는 “이번 전대는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대지 개인의 정치생명을 결정하는 전대가 아니다”라며 공격했다.
더욱이, 박 후보 진영은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새정련 탈당을 계기로 “친노가 다시 당권을 잡으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 “분열을 자초한 친노의 패권주의를 막아야 한다”며 ‘두려움 주기’ 전략에 집중했다.
일반적으로 1등 후보(top dog)는 포지티브 전략, 추격하는 후보(under dog)는 네거티브 전략을 쓴다. 작년 7월 14일에 실시된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등을 달리던 서청원 후보는 비박인 “김무성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면서 강력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반면, 김무성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대표가 되겠다”며 시종일관 포지티브 전략을 추구했다. 결과는 예상을 깨고 비박의 김 후보가 친박의 서 후보를 만 표 이상의 큰 차이로 승리했다. 당의 미래를 짊어질 당대표 경선에서는 통상 포지티브 전략이 네거티브 전략을 이기는 법칙이 작동한다.
종합하면, 선거인단의 75%를 차지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에 호남의 비율이 많아서 외형상 DJ 비서실장 출신인 박 후보가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물, 연대, 전략의 측면에서 문 후보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
다만, 수십년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고동락하면서 어떤 집단보다 정치학습을 많이 한 새정련 핵심당원들의 ‘전략적 선택(strategic choice)’이 선거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들은 새정련의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인 ‘문재인 카드’를 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문 후보가 당권 경쟁에서 패배하면 그의 대권 행보는 물 건너간다.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당권경쟁에 실패한 사람이 대선후보가 된 경우는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당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대선후보 지키기에 나서고 총선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할 문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개연성이 크다.
물론 선거는 막판에 터지는 돌발변수에 의해 예상 밖의 이변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 대북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발언, 후보들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 등은 선거결과를 좌우할 휘발성이 큰 변수이다.
야권분열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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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우 구상’을 놓고 갈등을 빚던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1987년 3월 31일 김영삼·김대중씨와 외교구락부에서 만났다. 이후 양김씨는 통일민주당을 창당한다. |
국민모임은 종북주의(從北主義) 배격 등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인사들이 주도하는 결사체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이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며 “야당성마저 사라져 국민의 기대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표2〉에서 보듯이, 한국 정당사에서 제1야당이 분열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선명성 경쟁이다. 1965년 8월 14일 ‘한일기본조약’이 민주공화당 의원만으로 비준동의가 처리된 후, 야당인 민중당 의원들은 의원직 사퇴와 당의 해체를 완강히 주장했던 강경파와 당 주류 온건파 간에 대립이 있었다. 결국 의견조정에 실패해 탈당계를 낸 윤보선 외 7명과 민중당 정화동지회가 중심이 되어 선명야당의 기치를 내걸고 신한당을 창당했다.
신한당은 전국 각지에서 민주공화당 정권의 비리를 폭로·규탄하는 대중집회를 개최하는 등 대여(對與) 강경노선을 전개했다. 민중당과의 반목이 계속되었으나 야당 대통령 후보 단일화와 합당에 합의하여 1967년 2월 신민당을 창당함으로써 해체되었다.
1986년 12월 신한민주당 이민우 총재는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 조치를 먼저 단행할 경우 내각제 개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는 지방자치제 실시, 공정한 선거, 언론 및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공무원의 정치중립 확보, 2개 이상의 정당제도 정착, 용공분자를 제외한 구속자 석방 등이 포함되었다.
이에 대해 김영삼과 김대중은 이민우 구상이 여권의 공작정치의 소산으로 보고 강경 대처했다. 결국 1987년 4월 양김이 자파 의원 74명을 이끌고 집단 탈당하여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다. 그 이후 신한민주당은 몰락했고, 통민당은 직선제 개헌을 쟁취해 명실상부한 제1야당의 위상을 지켰다.
大權경쟁과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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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에서 공천탈락한 조순, 김윤환씨 등은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2000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
하지만 1998년 4월에 실시된 13대 총선에서 선거 전에 24석에 불과했던 평민당은 지역구 54석에 전국구 16석을 합친 70석을 차지하여 YS(김영삼)가 이끄는 통일민주당(59석: 지역구 46석+비례대표 13석)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급부상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분열되었다.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근혜 의원이 2월 28일 탈당하여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 분당 이유는 당권·대권 분리를 둘러싸고 이회창 총재와 박 부총재가 극렬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미래연합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 참여했지만 광역단체장(16석)과 기초단체장(227석)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광역의원 선거에서 단 2명(0.29%)의 당선자를 내면서 참패했다. 결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 11월에 미래연합은 한나라당에 흡수·통합됐다.
셋째,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분당(分黨)이다. 1992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정계를 은퇴하였던 김대중이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을 적극 지원해 승리를 이끈 다음 그해 7월 17일에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새정치국민회의)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에 참여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창당과 동시에 제1야당이 되었다.
야당 분열로 1996년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정대철, 이종찬, 김덕규 등의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는 등 참패하여 299석 중 79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탈당으로 세가 크게 위축된 통합민주당은 15석밖에 얻지 못해 4당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야당 분열로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서울 지역(47석)에서 27석을 얻어 새정치국민회의(18석)와 민주당(1석)을 제치고 제1당이 되었다.
DJ는 절반의 성공을 이룩했지만 철저하게 패배한 사례도 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가 김윤환 등 당 중진들을 공천에서 배제하자 공천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민주국민당을 급조해 총선에 참여했다. 하지만 단 2석(지역구 1석+비례대표 1석)만을 얻으면서 완패했고 2004년 총선 후 등록이 취소되었다.
新黨 창당은 찻잔 속의 태풍?
넷째, 당권경쟁을 둘러싼 계파갈등이다.
한국의 정통 야당을 자처하던 신민당이 1972년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구주류계(유진산계)와 비주류계로 대립하여 각기 자파(自派) 세력만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자 양일동을 중심으로 반유진산계가 연합하여 1973년 1월에 민주통일당을 창당했다. 통일당은 1구2인의 중선거구제하에서 실시된 1973년 총선과 1979년 총선에서 각각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1980년 4월 양일동 총재가 죽자 정당활동이 정지 상태에 있다가 같은 해 10월 27일 해체되었다.
이런 과거 야당 분열 사례를 토대로 새정련의 2·8 전당대회 이후를 전망해 보면 새정련이 분당할 개연성은 적다. 물론 ‘국민모임’의 신당이 4월에 치러질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고 득표력을 입증할 경우, 내년 총선에 앞서 야권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공공연히 분당론을 얘기해 온 새정련 내 비노계가 신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핵심 이유는 새정련 핵심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분열할 경우 1996년 총선 때와 같이 공멸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DJ와 같이 분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경륜과 카리스마, 지역 조직을 갖춘 인물이 없다는 것도 무시 못할 이유이다. 차기 대선과 권력에 민감한 현역 의원들이 유력 대권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신당과 정치적 모험을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말해 국민모임 중심의 신당 창당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전망이다. 역대로 야권 내에서 여러 차례 신당 실험과 이합집산이 있었지만,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로민주당’은 곤란
다만, 선거제도 개혁이 복병이 될 수 있다. 헌재 판결 이후 정치권에서 중·대 선거구제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새정련의 새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탈당해서 국민모임과 같은 신당(新黨)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친노세력이 당권을 장악해 2016년 총선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경우,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련의 새 대표가 선출된다고 미래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미래에 대한 구상에 앞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소중하다. 참회 없이 미래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련은 왜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이런 성찰을 토대로 2·8 전당대회가 단순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싹수없고 책임지지 않는 정당에서 벗어나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막말하지 않고 거리의 정치에 나서지 않으며 계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8 전당대회에서 새정련은 ‘진보 참회록’을 쓰는 심정으로 패권적 계파주의가 춤을 추는 ‘도로 민주당’으로 가서는 안 된다.
與野 함께 발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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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정당체제를 ‘1.5정당제’라고 규정한 스칼라피노 교수. |
만약 새정련이 전당대회 이후에도 존재감이 없는 무기력한 정당으로 전락하면 ‘새누리당 우위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한국판 1.5 정당 체제’가 출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새정련이 최고로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진보·보수 유권자 지지 규모가 대등한 ‘호각의 정당정치(party politics of parity)’가 새누리당 우위 정당 체제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똑같이 강해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정련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존재감 없는 야당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 공룡 여당의 탄생에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