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퇴 발표 후 일부 언론 “정성근 사퇴는 여자 문제 때문”이라고 기정사실화
⊙ 사퇴 전날 밤까지 朴槿惠 대통령은 임명 강행 방침
⊙ 野黨의 ‘정성근 여자 문제’ 폭로 예고에 청와대 측근 참모그룹 등이 임명 강행 반대
⊙ 정성근, “내 아내에게까지 협박을 해서 2000년에 두 번이나 고소하려고 경찰서 찾아갔다”
⊙ ‘룸살롱 여성’의 엄마, “문제가 불거진 후 새정치연합 모 의원실 관계자가 전화도 받지 말고
친척집 가 있으라고 권유했다”
⊙ 사퇴 전날 밤까지 朴槿惠 대통령은 임명 강행 방침
⊙ 野黨의 ‘정성근 여자 문제’ 폭로 예고에 청와대 측근 참모그룹 등이 임명 강행 반대
⊙ 정성근, “내 아내에게까지 협박을 해서 2000년에 두 번이나 고소하려고 경찰서 찾아갔다”
⊙ ‘룸살롱 여성’의 엄마, “문제가 불거진 후 새정치연합 모 의원실 관계자가 전화도 받지 말고
친척집 가 있으라고 권유했다”
- 2014년 7월 10일 당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오전 10시쯤 정성근(鄭成根)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한다는 짤막한 글을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 그간 공직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혀 드렸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저는 오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합니다. 다 설명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냥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간의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6월 13일 장관 후보 지명 이후 33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사퇴의 변에서 정 전 장관 후보가 말한 “다 설명드리지 못하는 부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성근씨의 장관 후보직 사퇴 후 언론들은 “정성근 사퇴, ‘여자 문제’가 결정타”(《노컷뉴스》), “정성근 사퇴 이유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 새정치, 정성근 사생활 제보가 결정적”(《서울신문》)이라는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냈다. 정씨의 낙마 배경이 ‘여자 문제’ 때문이었다는 분석인 것이다.
장관 후보 지명 직후 야당은 물론이고 일부 여권에서도 정성근씨의 음주운전 문제, 이념 편향 논란, 청문회 위증 논란 등으로 장관 임명 취소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7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與野) 원내 지도부와 대통령과의 만남 때는 박영선(朴映宣)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에게 직접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성근씨의 장관 후보 사퇴 하루 전인 15일, 박 대통령은 국회에 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재(再)요청하는 등 장관 임명 강행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정성근씨가 자진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그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언론은 ‘정성근씨의 여자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했던 것이다. 정성근씨의 여자 문제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소문만 무성했을 뿐 그에 관한 질의를 한 국회의원도 그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도 없었다. 정성근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金太年) 의원이 7월 15일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에 대해 “정성근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 새정치연합은 정성근 후보자를 절대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라고 강력하게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놓았지만 거기에서도 정성근 의원의 사생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정성근씨의 장관 후보 사퇴 후에야 비로소 그 소문이 낙마의 결정적 이유인 것처럼 기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이 사실 여부에 대한 정밀한 확인 없이 장관 후보 낙마의 한 요인으로 팩트화한 ‘여자 문제’, 이건 정말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정성근씨의 고소장 내용
정성근씨가 사퇴의 변에서 밝힌 “다 설명드리지 못하는 부분” 중에는 소문으로 돌다가 언론이 기정사실화한 ‘여자 문제’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는 새로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된 후인 8월 25일 그 대답을 내놓았다. 장관 후보직 사퇴 40일 만이었다.
이날 정성근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김태년 의원, 네티즌 19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성근씨가 주장하는 ‘여자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 등에 유포된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정성근이 2000년도 룸살롱에서 만난 여성이랑 6개월가량 동거했고, 두 집 살림하는 동안 그 여성에게 매달 200만~300만원씩 돈을 보냈다. 앞서도 정성근이 간통죄로 고소당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김태년 의원 방에서 물고 늘어지다가 결국 해당 여성 엄마의 증언 녹취까지 땄다.>
이 고소 사건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은 “폭로 예고에 자진사퇴한 정성근, 박영선·김태년 고소”다. 이 기사 제목에서 말하는 ‘폭로 예고’란 기사 문맥상 정성근씨의 ‘여자 문제’다.
결국 정성근씨가 자신은 사실이 아니고 허위라고 주장하는 ‘여자 문제’ 때문에 장관 후보에서 낙마했다는 것은 대부분 언론의 일치하는 견해이고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일반의 보편적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정성근씨는 야당 의원과 네티즌들에 대한 고소를 통해 ‘여자 문제’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성근씨는 고소장에서 김태년 의원과 박영선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교육문화체육관광위) 간사인 피고소인 김태년은 2014년 7월 15일 오후경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에게 전화하여 “정성근을 사퇴시키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피고소인 김태년이 폭로를 하겠다고 말한 내용의 요지는 “정성근이 10여 년 전 불륜을 저질렀고, 대상 여성의 모친이 관련 내용을 피고소인 김태년에게 제보하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피고소인 박영선은 2014년 7월 16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 라디오 방송 전화 인터뷰 중 “교문(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들에게 제보가 들어온 여러 가지 사안이 있는데 그 사안들을 교문 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제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도 오늘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교문위원들과 의견을 나눠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진행자인 한수진이 “그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인 제보에 대한 공개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말씀이시군요”라고 묻자, 피고소인 박영선은 “네, 그건 교문위원들이 결정할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정성근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장관 후보 검증 과정에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다”면서 “언론인으로서 30년을 열심히 살아온 저의 명예회복을 통해 아내와 아이들의 아픈 가슴을 치유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성범 의원이 청와대에 ‘정성근 사생활’ 전달
정성근씨의 주장이 맞다면 청와대가 허위의 사실로 청와대를 압박한 야당의 ‘정성근 낙마 공작’에 넘어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야당 측이 정성근씨가 장관 후보를 사퇴하기 전날과 사퇴 당일 아침까지 추가 폭로 가능성을 흘린 것은 사실이다.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愼聖範) 의원의 말이다.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나던 날(10일)이었는지, 그 이튿날이었는지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설훈(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실에서 김태년 의원이 이런 취지의 말을 했어요. ‘알려지게 되면 정성근 후보자 집안이 풍비박산 날 그런 내용이 있다’고 하기에 제가 ‘그 내용이 뭐냐’고 물으니까 얘기를 안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여자 문제구만’ 하고 말했더니 또 답을 안 해요.”
—그게 전부입니까.
“그 이후에 다른 자리에서 설훈 위원장이 ‘여자 문제다’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옆에 있던 김태년 의원이 설훈 위원장에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하더군요. 그런데 설훈 위원장이 또 ‘피해 여성의 어머니 제보가 있었고 피해 여성 어머니의 녹취를 갖고 있다’고 얘기를 했죠. 저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 사실을 청와대에 전달은 했습니까.
“‘야당이 뭔가 하나 더 공격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계되는 일인 것 같다. 더 알아봐라’고 청와대에 얘기는 해줬죠. 동거를 했다는 등 이런 자세한 얘기까지는 몰랐어요.”
—사퇴 전까지 전혀 몰랐다는 말입니까.
“아뇨. 사퇴 전 전날(14일)인가 KBS 밤 9시 뉴스에 정성근씨 사생활과 관련한 보도가 나온다고 언뜻 들었는데 보도가 안 나왔어요. 그래서 KBS에 물어봤더니 정치부가 아닌 다른 팀에서 취재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때 해당 여성이 젊은 여자였고 발생 시점은 아주 옛날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김태년 의원실이 녹취록 공개를 안 한 이유는?
김태년 의원실의 관계자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피해자라는 룸살롱 여자 어머니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공개를 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미 (정성근 후보의 사퇴로) 끝난 상황 아닙니까. 공개를 한다면 가정도 있고 장성한 자녀들도 있는 정성근 당시 후보에게 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와의 통화는 정성근씨가 김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전인 8월 8일에 이루어졌다.
—정성근씨 측에서는 김태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움직임이 있던데요.
“저희가 이 건(여자 문제)과 관련해서는 일절 보도자료를 낸 게 없어요. 의원님께서 단정적으로 발언을 한 적도 없고요. 고소를 하려면 그런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집 살림을 했다’ ‘6개월 동거를 했다’ 등등 정성근씨의 사생활과 관련한 얘기가 김태년 의원실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 이야기가 일부 ‘찌라시’를 통해 돌아다녔는데 그러면 그 찌라시 업체를 상대로 고소를 해야겠죠. 우리는 이런저런 의혹이 있으니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에 불과합니다. 정성근씨 본인에게 직접 한 것도 아니고요.”
—정성근씨 측에서는 그 찌라시 업체에 정성근씨의 사생활 관련 의혹을 흘려준 게 김태년 의원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거죠?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공식적으로 저희 의원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이 됐든 뭐가 됐든 제소를 한다면 (정성근씨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 주변에서는 오히려 ‘그걸 왜 그렇게 순진하게 처리했느냐.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국회에서 폭로를 했으면 7·30 재보선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까지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저희 입장에서 그 부분은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이었고 폭탄주라든지 거짓말이라든지 이미 문제가 되는 상황 아니었습니까. 만약에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서로 힘들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정성근씨 측에서는 그 ‘여자 문제’를 낙마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에 정성근씨의 사생활 문제를 전달하지는 않았습니까.
“구체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았고요. 아마 기자님께서도 그전부터 (정성근씨 사생활과 관련해서) 돌아다니는 소문은 익히 들었을 거라고 보는데요. 우리는 ‘그런 소문이 들리니 정리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의 의사를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에게 전했죠. 신 의원께서 청와대 등 어디에 그 이야기를 전달했겠죠. 신 의원께서 어디에 전달했는지를 우리가 확인할 사항은 아닌 거고요.”
—처음에 ‘여자 문제’ 제보를 받은 곳은 김태년 의원실이 아니라 박지원 의원실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그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 듣는 말입니다.”
—그러면 김태년 의원실로 바로 제보가 들어온 겁니까.
“박지원 의원 관계는 처음 듣는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녹취록을 공개해 그 사실이 논의되는 자체가 (정성근) 후보자에게 안 좋겠다 싶은 판단에서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태년 의원실이 이 사실을 KBS에 흘렸다가 보도가 안 되자 《경향신문》에 흘려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경향신문》도 역시 보도를 하지 않았고요.
“그 부분은 애매한 면이 있어서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청와대 기류가 임명 강행에서 사퇴 권유로 바뀐 까닭은?
신성범 의원과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룸살롱 여자의 어머니가 김태년 의원실에 제보를 했다는 정성근씨의 여자 문제를 김태년 의원실이 신성범 의원에게 흘렸고, 신 의원이 이를 청와대로 전달한 것만은 틀림없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성근 장관 임명 강행 방침이 ‘자진 사퇴 권고’로 바뀐 것은 정성근씨가 사퇴를 발표한 날 아침이었다고 한다.
박영선 대표가 〈한수진의 SBS 전망대〉 전화 인터뷰에 응해 정성근씨의 사생활 문제와 관련,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 등의 발언을 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8시 사이다. 정성근씨가 장관 후보 사퇴를 발표하기 2시간여 전이다. 이날 아침 청와대에서는 김기춘(金淇春) 비서실장, 조윤선(趙允旋)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다. 전날 정성근 임명 강행 방침이 알려진 후 ‘정성근의 여자 문제’와 관련한 소문이 강하게 돌기 시작했고 박영선 대표가 ‘정성근 여자 문제’와 관련해 라디오를 통해서 한 발언이 알려진 직후로 정성근 후보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할지 안 할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측근 청와대 참모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정성근씨와 관련한 소문은 1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일이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야당이 (정성근씨가 룸살롱 여성에게 돈을 보내주었다는) 계좌 등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게다가 대통령이 여성인데 강행할 경우 굉장히 부담스런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진 사퇴를 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렸다고 한다. 사퇴 권유를 주장한 측은 주로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측근 참모들이었다고 한다. 결국 이 자리에서 사퇴 권유로 결론이 났고 정성근씨는 사퇴 발표 10여 분 전 사퇴 권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정성근씨의 주장대로 자신과 관련한 ‘여자 문제’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있지도 않은 사실로 정성근씨의 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정성근씨 측의 주장과 정성근씨의 사생활 문제를 야당에 제보했다는 ‘룸살롱 여성’의 어머니가 밝히는 입장을 들어봤다.
“룸살롱 갔었지만 생활비 줬다는 설 등은 엉터리”
먼저 정성근씨의 주장을 들어보자.
—소문에 나오는 그 ‘룸살롱 여성’은 아는 사람이 맞습니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2000년 봄 무렵에 룸살롱에 간 일이 있어요. 그 술집에서 서너 번 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 집 상호도 기억 못 할 정도로 오래된 일입니다.”
—그 여성과 살림을 차리고 은행계좌를 통해 매달 생활비로 200만~300만원을 보내주었다는데.
“당시 저는 SBS의 국제부장 겸 아침 방송 앵커로 얼굴이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제 얼굴과 음성을 알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무슨 배짱으로 두 집 살림을 하고 매달 생활비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천 보 만 보 양보해서 살림을 차렸다면 왜 생활비를 은행계좌로 보냅니까. 직접 건네주면 되지. 이건 괴담이고 이런 유언비어는 저에 대한 인격살인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무자비한 폭력입니다.”
—본인의 낙마에 그 소문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습니까.
“언론들이 그렇게 보고 있지 않습니까.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그런 소문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내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내도 그 소문을 알고 있었습니까.
“2000년 가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요?
“제가 그 술집을 서너 번 다녀온 후였는데 그 여성의 어머니라는 분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왜 내 딸 건드렸느냐. 내가 웃음 팔라고 술집 보냈지 몸 팔라고 내 딸을 술집 보냈는지 아느냐. 책임져라’ 이런 협박이었습니다.”
—돈 요구는 없었습니까.
“나중에는 돈을 요구했죠. 당시는 제 얼굴이 많이 알려지고 해서 유사한 사례를 겪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몇 차례인가 더 전화가 왔는데 여전히 무시했더니 회사로 전화해서 선물을 보낸다는 핑계로 일산에 있는 우리 집 주소를 알아내 거길 찾아갔던 겁니다. 당시 우리가 살던 아파트 경비실에서 제 아내와 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나쁜 짓을 했다고 아내에게 말한 거죠.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 하도 화가 나서 일산 경찰서를 찾아갔어요. 그 여자를 고소하기 위해서였죠. 당시는 신분 조회가 가능했던 시기라 그 여자의 신분부터 의뢰를 했죠. 사기, 공갈, 협박, 명예훼손 등 두 자릿수 전과(前科) 사실이 나오는 거예요. 실형을 산 전력도 있었고요. 그 사실을 보더니 담당 경찰관이 ‘괜히 고소해 봤자 얼굴이 알려진 정 앵커가 손해’라면서 고소를 만류하는 거예요. 생각해 보니 그렇겠다 싶어서 고소를 하지 않았죠.”
룸살롱 여성의 엄마가 2000년 가을에도 협박
—그 뒤로는 전화가 없었나요?
“아뇨. 또 전화가 와서 ‘당신 알아보니 전과가 많더라’하면서 전화로 말씨름을 했죠. 그러다 그해 겨울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 여자분이 완도에 살고 있었는데 내가 후배 기자에게 부탁을 해서 완도 경찰서 소속 경찰을 소개받아 완도로 내려갔어요. 고소하기 위해서였죠. 눈이 많이 내린 날 밤이었는데 과장 한 분하고 젊은 형사 한 분이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더군요.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한 분이 그 여자와 아는 관계라는 거예요. 자기가 그 집에 다녀오겠다며 갔다가 오더니 일산 경찰서 경찰과 마찬가지로 ‘고소해 봤자 정 앵커만 손해’라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날 그 여자와 대면 없이 서울로 올라오는데 그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자기 딸이 아프니까 치료비라도 달라는 거예요.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고 저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장관 후보로 지명된 다음에도 전화가 없었습니까.
“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제가 근무했던 《아리랑TV》 사장실로 전화가 왔었는데 통화는 하지 않았어요. 후보 지명을 받은 후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비서한테 제가 아는 사람은 비서도 다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서가 아는 사람만 바꾸라고 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 여자의 전화가 왔었다는 메모가 있는 겁니다. 누구누구 엄마니까 전화해 달라는 내용이었죠. 도대체 14년 동안 잠잠하게 있다가 제가 장관 후보가 되니까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사실을 야당이 청문회에서는 제기하지 않다가 언론과 인터넷 등에 슬쩍슬쩍 흘린 이유가 뭘까요? 저는 그 제보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야당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낙마를 위한 공작에 활용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간통죄로 고소당했다는 건 또 무슨 얘깁니까.
“참 어이없는 이야기인데요, ‘여자 문제’가 불거지기 전 야당이 저를 공격하기 위해 찾아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KBS 기자 시절 특집프로를 여자 아나운서, PD 등과 팀을 이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피디와 제 성이 다르지만 영문 이니셜은 C로 똑같이 표기돼요. 그 피디와 여자 아나운서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 영문 이니셜이 같다 보니까 그 C씨가 저로 알려졌던 겁니다.”
—박영선 대표 등을 고소할 때 그 제보자도 함께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요?
“야당에 이용당한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연민을 느낍니다.”
“정성근이 나를 죽일까 봐 문도 못 열어놔”
정성근씨가 2000년에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룸살롱 여성’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당시 살던 완도를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지금도 완도에 살고 있는 건가요?
“저는 ○○시로 왔고 애기(딸)는 완도에서 친척이 하는 공장에 가 있어요.”
—2000년에 따님 문제 때문에 정성근씨를 만난 적이 있나요?
“만난 적은 없고 전화로 10여 차례 통화했죠. 벌써 14년이 됐네요.”
—정성근씨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화를 했습니까.
“네. 제가 《아리랑TV》로 전화해서 (비서한테) 완도에 살던 ○○○ 엄마라는 사람인데 통화하고 싶다고 제 전화번호와 함께 메모를 남겼습니다.”
—2000년 이후에 전화를 안 하다가 14년 만에 다시 한 거죠?
“그랬죠. 그런데 전화가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네가 전화해서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하면 허허 너털웃음 웃고 끝내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하필 장관 후보가 된 후에 다시 전화를 한 겁니까.
“장관을 한다고 나왔을 때는 투명해야죠. 지가(정성근) 저와 제 딸 두 사람 가슴에 못을 박고 장관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뭐가 됩니까. 제가 그 사람(정성근)이 파주에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도 전화하려고 했어요.”
—왜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보니까 나와봤자 떨어지게 생겼어. 그래서 더 높게 올라갈 때까지 기다린 거죠.”
—그래서 박영선 의원한테 제보한 겁니까.
“아니 박영선 의원은 아니고요.”
—새정치민주연합에 제보를 한 후 김태년 의원실에서 확인전화는 왔었습니까.
“네, 전화가 여러 번 왔습니다. 제가 대답 안 했어요.”
—김태년 의원실에서 온 전화를요?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여러 번 왔어요. 누가 그러더군요.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절대로 받지 말고 당분간 가 있을 곳 있으면 그곳으로 피해 있으라고. 혹시 기자라고 하면 인터뷰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박지원 의원실의 무슨 처장님인가 하는 분한테 제가 그랬어요. ‘나 무서울 것 없습니다. 나를 경찰서에서 부른다면 갈 겁니다. 내가 더 이상 뭐가 있습니까.’ 그랬더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틀 동안 전화기 꺼놓고 집을 나와 인터넷만 봤죠.”
—따님하고 지금 ○○시에서 살고 있는 거죠?
“네. 제가 장애인이어서 13평짜리 임대아파트를 받아서 살고 있어요. 문을 열어놔야 시원한데 정성근이가 사람을 시켜서 나를 죽일까 봐 문도 못 열어놓고 있습니다.”
—죽이기까지야.
“아뇨.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에요. 요즘에는 몇천만 원 주면 사람도 죽여준다는데 그럴까 봐. … 지가(정성근) 나를 걸어서 고소한다면 법정에 서죠. 지 말마따나 제가 전과가 있으니까요. (2000년도에) 저한테 욕을 하면서 ‘너 전과 많아’ 하더군요. 전과라는 것이 제 아킬레스건 아닙니까.”
—2000년에 정성근씨의 일산집을 찾아간 일이 있습니까.
“네, 있죠. 제가 택배를 하는 사람으로 가장해가지고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칼을 품고요. 그 집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 집 부인하고 인터폰으로 통화하다가 제가 끊고 돌아왔습니다.”
—정성근씨가 완도까지 찾아온 적도 있습니까.
“네. 그해 12월에 눈이 30년 만에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경찰을 보냈더군요.”
—따님이 정성근씨와 6개월 동안 동거했다고 주장하는데요.
“네, 내가 들어서 알아요. 내가 딸한테 서초동에 500만원에 25만원인가 하는 원룸을 하나 얻어줬는데 거기서요.”
—정성근씨가 집을 얻어주지는 않았나 봅니다.
“제가 얻어준 겁니다.”
—따님이 1년 동안 일해 번 3000만원인가, 4000만원을 김 양식에 투자한다며 가져간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3000만원입니다.”
“저희를 잊어 주세요”
1시간가량 대화가 오간 통화 후 이 ‘룸살롱 여성’의 어머니는 기자가 ○○시로 찾아가겠다고 하자, 오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 후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는 그녀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전화를 안 받는 까닭을 저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저와의 통화가 싫으면 싫다고 문자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문자에는 답변이 왔다. 맞춤법만 바로 고쳐서 그대로 전하면 이렇다.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습니다. 전화도 문자도 하지 마세요. 내가 언제 따진다고 했나요? 전화 한 통화에 죽어가는 사람 약 한 알 먹고 문자 한 통에 약 두 알 먹는 형편입니다. 김성동 기자님이 저희를 잊어버려 주세요.”
기자가 다시 “정성근씨 주장과 너무 달라서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다”는 문자를 보내자 그녀는 “모든 게 싫습니다”는 짤막한 답변을 보낸 후 더 이상의 연락을 끊었다.
기자는 좀 더 두 사람 주장의 진위를 명확히 알아보기 위해 당시 서울 역삼동에 있었다는 룸살롱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일한 마담이나 종업원들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정성근씨는 그 룸살롱의 상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대략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치 부근에는 현재 룸살롱이 없었다. 주변 부동산에 확인한 결과 2000년대 초반에는 10여 개의 룸살롱이 그 위치 부근에서 성업했지만 지금은 모두 폐업했다고 확인해 줬다.
정성근씨가 일산 경찰서와 완도 경찰서를 통해 ‘룸살롱 여성’ 어머니에 대해 고소를 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두 경찰서에 기록이 남아 있는가를 확인했지만 고소를 실행하지 않아서인지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룸살롱 여성’의 어머니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성근씨가 그녀를 고소하기 위해 찾아갔다는 2000년 12월에 정성근씨가 완도에 찾아왔었고 완도 경찰서 소속 경찰을 자신에게 보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바 있다. ‘룸살롱 여성’은 8월 20일부터 9월 12일 현재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국민 여러분, 그간 공직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마음을 어지럽혀 드렸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저는 오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합니다. 다 설명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냥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간의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6월 13일 장관 후보 지명 이후 33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사퇴의 변에서 정 전 장관 후보가 말한 “다 설명드리지 못하는 부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성근씨의 장관 후보직 사퇴 후 언론들은 “정성근 사퇴, ‘여자 문제’가 결정타”(《노컷뉴스》), “정성근 사퇴 이유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 새정치, 정성근 사생활 제보가 결정적”(《서울신문》)이라는 등의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냈다. 정씨의 낙마 배경이 ‘여자 문제’ 때문이었다는 분석인 것이다.
장관 후보 지명 직후 야당은 물론이고 일부 여권에서도 정성근씨의 음주운전 문제, 이념 편향 논란, 청문회 위증 논란 등으로 장관 임명 취소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7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與野) 원내 지도부와 대통령과의 만남 때는 박영선(朴映宣)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에게 직접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성근씨의 장관 후보 사퇴 하루 전인 15일, 박 대통령은 국회에 정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재(再)요청하는 등 장관 임명 강행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정성근씨가 자진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그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언론은 ‘정성근씨의 여자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했던 것이다. 정성근씨의 여자 문제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소문만 무성했을 뿐 그에 관한 질의를 한 국회의원도 그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도 없었다. 정성근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金太年) 의원이 7월 15일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에 대해 “정성근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 새정치연합은 정성근 후보자를 절대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라고 강력하게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놓았지만 거기에서도 정성근 의원의 사생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정성근씨의 장관 후보 사퇴 후에야 비로소 그 소문이 낙마의 결정적 이유인 것처럼 기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언론이 사실 여부에 대한 정밀한 확인 없이 장관 후보 낙마의 한 요인으로 팩트화한 ‘여자 문제’, 이건 정말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정성근씨의 고소장 내용
정성근씨가 사퇴의 변에서 밝힌 “다 설명드리지 못하는 부분” 중에는 소문으로 돌다가 언론이 기정사실화한 ‘여자 문제’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는 새로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된 후인 8월 25일 그 대답을 내놓았다. 장관 후보직 사퇴 40일 만이었다.
이날 정성근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김태년 의원, 네티즌 19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성근씨가 주장하는 ‘여자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 등에 유포된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정성근이 2000년도 룸살롱에서 만난 여성이랑 6개월가량 동거했고, 두 집 살림하는 동안 그 여성에게 매달 200만~300만원씩 돈을 보냈다. 앞서도 정성근이 간통죄로 고소당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김태년 의원 방에서 물고 늘어지다가 결국 해당 여성 엄마의 증언 녹취까지 땄다.>
이 고소 사건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은 “폭로 예고에 자진사퇴한 정성근, 박영선·김태년 고소”다. 이 기사 제목에서 말하는 ‘폭로 예고’란 기사 문맥상 정성근씨의 ‘여자 문제’다.
결국 정성근씨가 자신은 사실이 아니고 허위라고 주장하는 ‘여자 문제’ 때문에 장관 후보에서 낙마했다는 것은 대부분 언론의 일치하는 견해이고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일반의 보편적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정성근씨는 야당 의원과 네티즌들에 대한 고소를 통해 ‘여자 문제’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성근씨는 고소장에서 김태년 의원과 박영선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교육문화체육관광위) 간사인 피고소인 김태년은 2014년 7월 15일 오후경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에게 전화하여 “정성근을 사퇴시키지 않으면 폭로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피고소인 김태년이 폭로를 하겠다고 말한 내용의 요지는 “정성근이 10여 년 전 불륜을 저질렀고, 대상 여성의 모친이 관련 내용을 피고소인 김태년에게 제보하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피고소인 박영선은 2014년 7월 16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 라디오 방송 전화 인터뷰 중 “교문(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들에게 제보가 들어온 여러 가지 사안이 있는데 그 사안들을 교문 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제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도 오늘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교문위원들과 의견을 나눠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진행자인 한수진이 “그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인 제보에 대한 공개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말씀이시군요”라고 묻자, 피고소인 박영선은 “네, 그건 교문위원들이 결정할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정성근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장관 후보 검증 과정에서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다”면서 “언론인으로서 30년을 열심히 살아온 저의 명예회복을 통해 아내와 아이들의 아픈 가슴을 치유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성범 의원이 청와대에 ‘정성근 사생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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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청와대는 정성근씨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기 직전까지 사퇴 권유를 놓고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새누리당 간사인 신성범(愼聖範) 의원의 말이다.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나던 날(10일)이었는지, 그 이튿날이었는지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설훈(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실에서 김태년 의원이 이런 취지의 말을 했어요. ‘알려지게 되면 정성근 후보자 집안이 풍비박산 날 그런 내용이 있다’고 하기에 제가 ‘그 내용이 뭐냐’고 물으니까 얘기를 안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여자 문제구만’ 하고 말했더니 또 답을 안 해요.”
—그게 전부입니까.
“그 이후에 다른 자리에서 설훈 위원장이 ‘여자 문제다’고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옆에 있던 김태년 의원이 설훈 위원장에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하더군요. 그런데 설훈 위원장이 또 ‘피해 여성의 어머니 제보가 있었고 피해 여성 어머니의 녹취를 갖고 있다’고 얘기를 했죠. 저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 사실을 청와대에 전달은 했습니까.
“‘야당이 뭔가 하나 더 공격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계되는 일인 것 같다. 더 알아봐라’고 청와대에 얘기는 해줬죠. 동거를 했다는 등 이런 자세한 얘기까지는 몰랐어요.”
—사퇴 전까지 전혀 몰랐다는 말입니까.
“아뇨. 사퇴 전 전날(14일)인가 KBS 밤 9시 뉴스에 정성근씨 사생활과 관련한 보도가 나온다고 언뜻 들었는데 보도가 안 나왔어요. 그래서 KBS에 물어봤더니 정치부가 아닌 다른 팀에서 취재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때 해당 여성이 젊은 여자였고 발생 시점은 아주 옛날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김태년 의원실이 녹취록 공개를 안 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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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근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김태년 의원. |
—피해자라는 룸살롱 여자 어머니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공개를 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미 (정성근 후보의 사퇴로) 끝난 상황 아닙니까. 공개를 한다면 가정도 있고 장성한 자녀들도 있는 정성근 당시 후보에게 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와의 통화는 정성근씨가 김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전인 8월 8일에 이루어졌다.
—정성근씨 측에서는 김태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움직임이 있던데요.
“저희가 이 건(여자 문제)과 관련해서는 일절 보도자료를 낸 게 없어요. 의원님께서 단정적으로 발언을 한 적도 없고요. 고소를 하려면 그런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두 집 살림을 했다’ ‘6개월 동거를 했다’ 등등 정성근씨의 사생활과 관련한 얘기가 김태년 의원실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 이야기가 일부 ‘찌라시’를 통해 돌아다녔는데 그러면 그 찌라시 업체를 상대로 고소를 해야겠죠. 우리는 이런저런 의혹이 있으니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에 불과합니다. 정성근씨 본인에게 직접 한 것도 아니고요.”
—정성근씨 측에서는 그 찌라시 업체에 정성근씨의 사생활 관련 의혹을 흘려준 게 김태년 의원실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거죠?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공식적으로 저희 의원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이 됐든 뭐가 됐든 제소를 한다면 (정성근씨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 주변에서는 오히려 ‘그걸 왜 그렇게 순진하게 처리했느냐.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국회에서 폭로를 했으면 7·30 재보선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까지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저희 입장에서 그 부분은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이었고 폭탄주라든지 거짓말이라든지 이미 문제가 되는 상황 아니었습니까. 만약에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서로 힘들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정성근씨 측에서는 그 ‘여자 문제’를 낙마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에 정성근씨의 사생활 문제를 전달하지는 않았습니까.
“구체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았고요. 아마 기자님께서도 그전부터 (정성근씨 사생활과 관련해서) 돌아다니는 소문은 익히 들었을 거라고 보는데요. 우리는 ‘그런 소문이 들리니 정리를 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정도의 의사를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에게 전했죠. 신 의원께서 청와대 등 어디에 그 이야기를 전달했겠죠. 신 의원께서 어디에 전달했는지를 우리가 확인할 사항은 아닌 거고요.”
—처음에 ‘여자 문제’ 제보를 받은 곳은 김태년 의원실이 아니라 박지원 의원실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그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 듣는 말입니다.”
—그러면 김태년 의원실로 바로 제보가 들어온 겁니까.
“박지원 의원 관계는 처음 듣는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녹취록을 공개해 그 사실이 논의되는 자체가 (정성근) 후보자에게 안 좋겠다 싶은 판단에서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태년 의원실이 이 사실을 KBS에 흘렸다가 보도가 안 되자 《경향신문》에 흘려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경향신문》도 역시 보도를 하지 않았고요.
“그 부분은 애매한 면이 있어서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청와대 기류가 임명 강행에서 사퇴 권유로 바뀐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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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근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
박영선 대표가 〈한수진의 SBS 전망대〉 전화 인터뷰에 응해 정성근씨의 사생활 문제와 관련,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 등의 발언을 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8시 사이다. 정성근씨가 장관 후보 사퇴를 발표하기 2시간여 전이다. 이날 아침 청와대에서는 김기춘(金淇春) 비서실장, 조윤선(趙允旋)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다. 전날 정성근 임명 강행 방침이 알려진 후 ‘정성근의 여자 문제’와 관련한 소문이 강하게 돌기 시작했고 박영선 대표가 ‘정성근 여자 문제’와 관련해 라디오를 통해서 한 발언이 알려진 직후로 정성근 후보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할지 안 할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측근 청와대 참모들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정성근씨와 관련한 소문은 1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일이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야당이 (정성근씨가 룸살롱 여성에게 돈을 보내주었다는) 계좌 등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게다가 대통령이 여성인데 강행할 경우 굉장히 부담스런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진 사퇴를 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렸다고 한다. 사퇴 권유를 주장한 측은 주로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측근 참모들이었다고 한다. 결국 이 자리에서 사퇴 권유로 결론이 났고 정성근씨는 사퇴 발표 10여 분 전 사퇴 권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정성근씨의 주장대로 자신과 관련한 ‘여자 문제’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있지도 않은 사실로 정성근씨의 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정성근씨 측의 주장과 정성근씨의 사생활 문제를 야당에 제보했다는 ‘룸살롱 여성’의 어머니가 밝히는 입장을 들어봤다.
“룸살롱 갔었지만 생활비 줬다는 설 등은 엉터리”
먼저 정성근씨의 주장을 들어보자.
—소문에 나오는 그 ‘룸살롱 여성’은 아는 사람이 맞습니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2000년 봄 무렵에 룸살롱에 간 일이 있어요. 그 술집에서 서너 번 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 집 상호도 기억 못 할 정도로 오래된 일입니다.”
—그 여성과 살림을 차리고 은행계좌를 통해 매달 생활비로 200만~300만원을 보내주었다는데.
“당시 저는 SBS의 국제부장 겸 아침 방송 앵커로 얼굴이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제 얼굴과 음성을 알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무슨 배짱으로 두 집 살림을 하고 매달 생활비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천 보 만 보 양보해서 살림을 차렸다면 왜 생활비를 은행계좌로 보냅니까. 직접 건네주면 되지. 이건 괴담이고 이런 유언비어는 저에 대한 인격살인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무자비한 폭력입니다.”
—본인의 낙마에 그 소문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습니까.
“언론들이 그렇게 보고 있지 않습니까.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그런 소문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내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내도 그 소문을 알고 있었습니까.
“2000년 가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요?
“제가 그 술집을 서너 번 다녀온 후였는데 그 여성의 어머니라는 분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왜 내 딸 건드렸느냐. 내가 웃음 팔라고 술집 보냈지 몸 팔라고 내 딸을 술집 보냈는지 아느냐. 책임져라’ 이런 협박이었습니다.”
—돈 요구는 없었습니까.
“나중에는 돈을 요구했죠. 당시는 제 얼굴이 많이 알려지고 해서 유사한 사례를 겪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몇 차례인가 더 전화가 왔는데 여전히 무시했더니 회사로 전화해서 선물을 보낸다는 핑계로 일산에 있는 우리 집 주소를 알아내 거길 찾아갔던 겁니다. 당시 우리가 살던 아파트 경비실에서 제 아내와 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나쁜 짓을 했다고 아내에게 말한 거죠.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 하도 화가 나서 일산 경찰서를 찾아갔어요. 그 여자를 고소하기 위해서였죠. 당시는 신분 조회가 가능했던 시기라 그 여자의 신분부터 의뢰를 했죠. 사기, 공갈, 협박, 명예훼손 등 두 자릿수 전과(前科) 사실이 나오는 거예요. 실형을 산 전력도 있었고요. 그 사실을 보더니 담당 경찰관이 ‘괜히 고소해 봤자 얼굴이 알려진 정 앵커가 손해’라면서 고소를 만류하는 거예요. 생각해 보니 그렇겠다 싶어서 고소를 하지 않았죠.”
룸살롱 여성의 엄마가 2000년 가을에도 협박
—그 뒤로는 전화가 없었나요?
“아뇨. 또 전화가 와서 ‘당신 알아보니 전과가 많더라’하면서 전화로 말씨름을 했죠. 그러다 그해 겨울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 여자분이 완도에 살고 있었는데 내가 후배 기자에게 부탁을 해서 완도 경찰서 소속 경찰을 소개받아 완도로 내려갔어요. 고소하기 위해서였죠. 눈이 많이 내린 날 밤이었는데 과장 한 분하고 젊은 형사 한 분이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더군요.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한 분이 그 여자와 아는 관계라는 거예요. 자기가 그 집에 다녀오겠다며 갔다가 오더니 일산 경찰서 경찰과 마찬가지로 ‘고소해 봤자 정 앵커만 손해’라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날 그 여자와 대면 없이 서울로 올라오는데 그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자기 딸이 아프니까 치료비라도 달라는 거예요.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고 저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장관 후보로 지명된 다음에도 전화가 없었습니까.
“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제가 근무했던 《아리랑TV》 사장실로 전화가 왔었는데 통화는 하지 않았어요. 후보 지명을 받은 후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비서한테 제가 아는 사람은 비서도 다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서가 아는 사람만 바꾸라고 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 여자의 전화가 왔었다는 메모가 있는 겁니다. 누구누구 엄마니까 전화해 달라는 내용이었죠. 도대체 14년 동안 잠잠하게 있다가 제가 장관 후보가 되니까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사실을 야당이 청문회에서는 제기하지 않다가 언론과 인터넷 등에 슬쩍슬쩍 흘린 이유가 뭘까요? 저는 그 제보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야당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낙마를 위한 공작에 활용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간통죄로 고소당했다는 건 또 무슨 얘깁니까.
“참 어이없는 이야기인데요, ‘여자 문제’가 불거지기 전 야당이 저를 공격하기 위해 찾아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KBS 기자 시절 특집프로를 여자 아나운서, PD 등과 팀을 이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피디와 제 성이 다르지만 영문 이니셜은 C로 똑같이 표기돼요. 그 피디와 여자 아나운서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 영문 이니셜이 같다 보니까 그 C씨가 저로 알려졌던 겁니다.”
—박영선 대표 등을 고소할 때 그 제보자도 함께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요?
“야당에 이용당한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연민을 느낍니다.”
“정성근이 나를 죽일까 봐 문도 못 열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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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앵커 시절의 정성근씨. |
—지금도 완도에 살고 있는 건가요?
“저는 ○○시로 왔고 애기(딸)는 완도에서 친척이 하는 공장에 가 있어요.”
—2000년에 따님 문제 때문에 정성근씨를 만난 적이 있나요?
“만난 적은 없고 전화로 10여 차례 통화했죠. 벌써 14년이 됐네요.”
—정성근씨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화를 했습니까.
“네. 제가 《아리랑TV》로 전화해서 (비서한테) 완도에 살던 ○○○ 엄마라는 사람인데 통화하고 싶다고 제 전화번호와 함께 메모를 남겼습니다.”
—2000년 이후에 전화를 안 하다가 14년 만에 다시 한 거죠?
“그랬죠. 그런데 전화가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속으로 ‘네가 전화해서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하면 허허 너털웃음 웃고 끝내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하필 장관 후보가 된 후에 다시 전화를 한 겁니까.
“장관을 한다고 나왔을 때는 투명해야죠. 지가(정성근) 저와 제 딸 두 사람 가슴에 못을 박고 장관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뭐가 됩니까. 제가 그 사람(정성근)이 파주에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도 전화하려고 했어요.”
—왜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보니까 나와봤자 떨어지게 생겼어. 그래서 더 높게 올라갈 때까지 기다린 거죠.”
—그래서 박영선 의원한테 제보한 겁니까.
“아니 박영선 의원은 아니고요.”
—새정치민주연합에 제보를 한 후 김태년 의원실에서 확인전화는 왔었습니까.
“네, 전화가 여러 번 왔습니다. 제가 대답 안 했어요.”
—김태년 의원실에서 온 전화를요?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여러 번 왔어요. 누가 그러더군요. 외부에서 전화가 오면 절대로 받지 말고 당분간 가 있을 곳 있으면 그곳으로 피해 있으라고. 혹시 기자라고 하면 인터뷰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박지원 의원실의 무슨 처장님인가 하는 분한테 제가 그랬어요. ‘나 무서울 것 없습니다. 나를 경찰서에서 부른다면 갈 겁니다. 내가 더 이상 뭐가 있습니까.’ 그랬더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틀 동안 전화기 꺼놓고 집을 나와 인터넷만 봤죠.”
—따님하고 지금 ○○시에서 살고 있는 거죠?
“네. 제가 장애인이어서 13평짜리 임대아파트를 받아서 살고 있어요. 문을 열어놔야 시원한데 정성근이가 사람을 시켜서 나를 죽일까 봐 문도 못 열어놓고 있습니다.”
—죽이기까지야.
“아뇨.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에요. 요즘에는 몇천만 원 주면 사람도 죽여준다는데 그럴까 봐. … 지가(정성근) 나를 걸어서 고소한다면 법정에 서죠. 지 말마따나 제가 전과가 있으니까요. (2000년도에) 저한테 욕을 하면서 ‘너 전과 많아’ 하더군요. 전과라는 것이 제 아킬레스건 아닙니까.”
—2000년에 정성근씨의 일산집을 찾아간 일이 있습니까.
“네, 있죠. 제가 택배를 하는 사람으로 가장해가지고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칼을 품고요. 그 집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 집 부인하고 인터폰으로 통화하다가 제가 끊고 돌아왔습니다.”
—정성근씨가 완도까지 찾아온 적도 있습니까.
“네. 그해 12월에 눈이 30년 만에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경찰을 보냈더군요.”
—따님이 정성근씨와 6개월 동안 동거했다고 주장하는데요.
“네, 내가 들어서 알아요. 내가 딸한테 서초동에 500만원에 25만원인가 하는 원룸을 하나 얻어줬는데 거기서요.”
—정성근씨가 집을 얻어주지는 않았나 봅니다.
“제가 얻어준 겁니다.”
—따님이 1년 동안 일해 번 3000만원인가, 4000만원을 김 양식에 투자한다며 가져간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3000만원입니다.”
“저희를 잊어 주세요”
1시간가량 대화가 오간 통화 후 이 ‘룸살롱 여성’의 어머니는 기자가 ○○시로 찾아가겠다고 하자, 오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 후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기자는 그녀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전화를 안 받는 까닭을 저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저와의 통화가 싫으면 싫다고 문자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문자에는 답변이 왔다. 맞춤법만 바로 고쳐서 그대로 전하면 이렇다.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습니다. 전화도 문자도 하지 마세요. 내가 언제 따진다고 했나요? 전화 한 통화에 죽어가는 사람 약 한 알 먹고 문자 한 통에 약 두 알 먹는 형편입니다. 김성동 기자님이 저희를 잊어버려 주세요.”
기자가 다시 “정성근씨 주장과 너무 달라서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다”는 문자를 보내자 그녀는 “모든 게 싫습니다”는 짤막한 답변을 보낸 후 더 이상의 연락을 끊었다.
기자는 좀 더 두 사람 주장의 진위를 명확히 알아보기 위해 당시 서울 역삼동에 있었다는 룸살롱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일한 마담이나 종업원들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정성근씨는 그 룸살롱의 상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대략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치 부근에는 현재 룸살롱이 없었다. 주변 부동산에 확인한 결과 2000년대 초반에는 10여 개의 룸살롱이 그 위치 부근에서 성업했지만 지금은 모두 폐업했다고 확인해 줬다.
정성근씨가 일산 경찰서와 완도 경찰서를 통해 ‘룸살롱 여성’ 어머니에 대해 고소를 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두 경찰서에 기록이 남아 있는가를 확인했지만 고소를 실행하지 않아서인지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룸살롱 여성’의 어머니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성근씨가 그녀를 고소하기 위해 찾아갔다는 2000년 12월에 정성근씨가 완도에 찾아왔었고 완도 경찰서 소속 경찰을 자신에게 보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바 있다. ‘룸살롱 여성’은 8월 20일부터 9월 12일 현재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