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黨員,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로
언론플레이
⊙ 자신이 의뢰한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대놓고 ‘칼질’
⊙ 특정 후보자 띄우려 일부러 상대 후보자 당적, 姓名 바꾸기도
⊙ ‘형님 동생끼리’ 서로 봐주는 風土, 상향식 공천으로 인한 여론조사 제도화 원인
⊙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일 뿐”(金榮源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장)
언론플레이
⊙ 자신이 의뢰한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대놓고 ‘칼질’
⊙ 특정 후보자 띄우려 일부러 상대 후보자 당적, 姓名 바꾸기도
⊙ ‘형님 동생끼리’ 서로 봐주는 風土, 상향식 공천으로 인한 여론조사 제도화 원인
⊙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일 뿐”(金榮源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장)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합상황실을 열었다.
“우리 동네 한 매체는 여론조사 결과 ○○○ 후보의 지지율이 상위권인 것으로 보도했는데 그 후보는 시쳇말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런 사람이란 뜻의 인터넷 용어)이다.”
“우리 지역 단체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나왔다. 믿을 수가 없으니 조사를 해달라.”
“모 매체 간부와 친한 예비 후보자의 지지율이 다른 매체에 비해 너무 높다. 여론조작 가능성이 충분하다.”
6·4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초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는 일부 지역매체와 특정 후보자 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매체들이 특정 후보자와 결탁해 조작된 여론조사를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관위는 곧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현재(4월 14일)까지 여론조사 관련 불법행위로 인해 고발에까지 이른 건수는 총 6건이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고발 건 중에는 하지도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거나 다른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고의로 조작한 사례도 포함됐다. 그는 “여론조사 과정에 지지자를 끌어들여 결과를 조작 또는 왜곡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대놓고 고치는 사례는 처음 본다”고 했다.
《월간조선》은 일부 지역매체들이 어떤 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 보도했는지, 선관위 사례 등을 통해 상세히 살펴봤다.
언론사가 특정 후보 선거운동
충남 청양의 한 지역신문(주간지) 편집국장 A씨는 2013년 9월 말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2014년 청양군수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2013년 10월 창간기념일에 맞춰 여론조사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2013년 10월 28일에 도착했다.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여론조사 결과에 손을 댔다. 2013년 11월 7일 자 신문에서 이석화 현 청양군수의 지지율을 낮추고 신○○ 입후보예정자의 지지율을 높여 보도한 것이다. 실제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석화 군수의 지지율은 34.3%로 나왔지만, A씨는 31.3%라고 보도했다. 반면 신○○의 지지율은 3.8%였지만 6.8%라고 썼다. 6.8%는 조사대상 6명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또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석화 군수의 직무수행에 관한 긍정적 평가는 61.6%, 부정 평가는 16.6%였지만 이를 긍정적 평가 51.6%, 부정 평가 26.6%로 조작했다.
아울러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 군수의 경우 선거구별로는 정산면, 목면, 청남면, 장평면, 남영면이 속한 나 선거구(68.7%)에서 청양읍, 운곡면, 대치면, 화성면, 비봉면이 속한 가 선거구(56.1%)보다 긍정적 평가가 12.6%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A씨는 나 선거구(68.7%)의 수치를 58.7%, 가 선거구(56.1%)의 수치를 46.1%로 축소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96조 위반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고, 방송·신문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하며, 이하 ‘후보자’라 한다)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신○○ 인지도 부각 문구사용 내역도 문제가 됐다.
A씨는 〈CEO ‘신○○’ 급‘부상’〉 <신○○후보, 출마선언 2개월 만에 급부상> <다만, 신○○은 군수출마를 선언한 지 2개월 만에 지지도가 높게 나와 눈여겨볼 대목이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는 당선 또는 낙선 목적의 선거운동 행위로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A씨는 선관위 조사에서 “여론조사가 지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수치를 고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2일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참고로 검찰은 지난 4월 10일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 된 이석화 충남 청양군수에게 징역 7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건설업자로부터 22억원 규모 공사의 수의계약 대가를 받아 군수에게 전달했다는 공무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군수는 새누리당 청양군수 공천에서 탈락했다.
여론조사기관 대표 겸 인터넷신문 발행인의 수법
B씨는 여론조사기관 대표자 겸 전북 정읍 소식을 주로 다루는 인터넷 신문사 발행인이다. 그는 6·4 지방선거와 관련, 올해 2월 23일 자신이 대표자로 있는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정읍시장 선거 후보자 지지도 등에 대한 여론조사(이하 ‘금번 여론조사’라 함)를 실시했다.
B씨는 이틀 뒤인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읍시장 여론조사 결과 유남영 약진, 김생기 정체, 강광 정체”라고 보도했다.
B씨는 더 나아가 기사에 “김생기 후보는 현 시장이라는 유리한 입지에도 지지율의 정체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경우 재선 가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유남영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지지율의 상승이 이뤄질 경우 차기 정읍시장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라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내용도 담았다.
당장 상대 후보로부터 이의가 제기됐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08조 9항 2호(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공표 또는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의 객관성·신뢰성에 대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로부터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받을 경우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요청을 받은 기관·단체는 지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에 따라 여론조사기관에 표본을 포함한 조사의 객관성·신뢰성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다.
선관위가 자료를 요청하면 바로 이에 따라야 함에도 여론조사기관은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어 성별·연령대별·지역별 할당된 표본의 크기 및 가중치 부여 관련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조사의뢰자에 대해서도 없다고 했다.
B씨는 2월 25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가 인구통계에 따른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통계보정을 했고, 2~3개 항목 이상 응답한 사람을 분석했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 왜 자료를 내놓지 못하겠느냐”며 “진실은 검찰이 밝혀줄 것”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제96조 2항은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아니하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보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여론조사 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報道
울산 지역 C 일간지는 지난 2월 26일 자 1면에 <강길부-김기현-김두겸 지지율 박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여의도연구원의 관계자는 “울산의 경우 후보 간 크게 앞서 가는 후보가 없다”면서 “(타 시도와는 달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20%대에 달하는 무응답층”이라면서 “결국 조직력을 겸비한 후보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기사 내용 중).
하지만 보도 직후 강길부·김기현 두 새누리당 울산시장 예비후보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여의도연구원은 최근 울산시장 출마 예정자인 3자 간 여론조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최정우 부대변인도 “확인 결과 새누리당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에서는 3자 간 여론조사를 시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6조(허위논평·보도 등 금지) 제2항 2호 규정에 의하면 신문 기사를 취재·보도하는 자는 여론조사 등과 같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보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동 규정을 위반한 자는 같은 법 제252조(방송·신문 등 부정이용 죄) 제1항의 규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세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그동안 각종 언론사에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와 영남권 기자들에게 들은 정황을 정리하여 임의로 작성했다. 여의도연구원에서 대구 지역 후보 여론조사를 했다기에 울산 지역도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기사를 작성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사건과 관련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는 매일 부장급 이상 간부 9명이 참석하는 데스크 회의에서 검토해 신문에 게재하며, 문제가 된 기사 내용은 검토했지만, 특정 입후보예정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없어 선거법상 무방한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신문사는 문제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2월 27일 2면 하단 ‘알려드립니다’란에 <2월 26일 자 여의도연구원 3자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여의도연구원이 공식적으로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음을 전해드립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울산선관위 관계자는 “언론사에서 8회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세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은 아니었다”며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나 정황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기사를 보도하는 행위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재발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울산선관위는 지난 3월 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사를 쓴 기자와 그가 소속된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참고로 새누리당은 지난 3월 25일 김기현·강길부 의원, 윤두환 전 의원,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 등 4명의 울산시장 예비후보 가운데 윤 전 의원과 김 전 청장을 컷오프 탈락시켰다. 김기현 의원과 강길부 의원이 격돌한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김 의원이 3.3%p 차로 승리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8항 제1호 위반 사례
김영춘(金榮春)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장 예비후보의 최측근 D씨는 부정(不正)한 방법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 D씨는 김영춘 후보가 소장으로 있는 인본사회연구소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이기도 하다.
그는 3월 31일 김영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가 사무실 관계자로부터 자체 여론조사 결과라며 김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에 D씨는 부산의 한 일간지 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라며 결과를 알렸다. 기자는 4월 2일 자 신문에 ‘오거돈과 대등한 경쟁도 가능, 김영춘 캠프, 자체조사에 고무’라는 제하로 여론조사기관, 표본크기, 표본추출방법(RDD 방식), 표본오차, 3자 대결 지지도,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정당지지도 등을 보도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선거사무실 관계자가 ‘내부참고용 여론조사이고, 공표·보도하기 위해서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기자에게 알렸고, 이 내용이 그대로 보도된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7항에 따르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를 시행한 기관·단체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할 시에는 그전에 해당 여론조사의 조사설계서·피조사자선정·표본추출·질문지작성·결과분석 등 선거여론조사기준으로 정하는 사항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 동법 제108조 제8항 제1호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108조 제8항 제1호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부산 선관위 관계자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방법 등을 함께 공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조사대상에 들어 있지 않은 출마예정자 끼워 넣기도
경북 영덕군의 한 신문(주간지) 발행인 E씨는 2014년 1월 3일 자 《경북매일신문》에 보도된 경북 영덕군수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경북매일신문·포항 MBC 공동조사)를 1월 22일 자 우리○○신문 1면에 ‘6·4 ○○군수 선거, 표본오차 내에서 선두다툼 치열’이라는 제하로 인용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E씨는 실제 여론조사대상 입후보예정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F씨를 언급하면서 조두원·이희진·박진현·장성욱과 함께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허위로 보도했다.
또 《경북매일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는 김○○씨가 후보자 선호도 17.1%로 2위를 차지했지만, E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고의적으로 김○○씨를 배제했다.
이 밖에 영덕군 도의원 가·나 선거구별 군수 선호도, 20~50대 사이의 연령대별 후보자 선호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서 응답 수에 대한 비율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연령대별 % 수치만을 단순 합산해서 썼으며 60대 이상 선호도를 고의로 누락해 표기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등) 제6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방법 등을 상세히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해야 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규정돼 있다.
대법원 2013도995, 대법원 2009도2649, 대법원 2007도2741 판결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2차로 공표·보도하는 자도 최초 보도와 마찬가지로 동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
D씨는 당초 《경북매일신문》의 여론조사결과보고서상에 F씨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 영덕군수 선거에 F씨가 많은 득표를 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의적으로 F씨를 여론조사대상에 포함했다고 한다.
선호도 2위인 김○○씨를 배제한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뺐다고 했으며 60대 연령층을 제외하고 20~50대 연령층이 응답한 값을 단순 합산, 최초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것에 대해서는 “신문지면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6일 주간지 발행인 E씨를 대구지방검찰청 영덕지청에 고발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8일 경북 영덕군수 후보자를 100% 여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F씨는 현재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現 군수 당선 위해 편향된 설문
나비 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의 한 언론사 편집인 G씨는 2013년 10월 창간 7주년을 맞아 현 함평군수의 군정운영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현직 군수에게 유리하도록 왜곡 보도했다. 현직 군수에게 유리하도록 편향된 설문과 응답을 다른 응답군에 포함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우선 현직 군수에게 유리하도록 편향된 5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질문 1번(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평가), 질문 2번(검찰수사 무혐의 선거영향 여부), 질문 3번(안병호 군수 2선 출마여론), 질문 4번(해보 농공단지, 동함평 산업단지 조성평가), 질문 5번(산업단지 추가조성 여론).>
G씨는 이 질의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사례 수를 배제하고 다른 응답군으로 할당해 보도했다.
그러니까 질문 1번(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매우 잘함 43.7%’ ‘잘함 21.7%’ ‘보통 22.2%’ ‘잘못함 12.4%’로 나왔는데, ‘보통(22.2%)’으로 응답한 사례 수를 ‘매우 잘함’ 및 ‘잘함’과 함께 긍정 평가로 구분하여, “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긍정적 87.6%, 부정적 12.4%”로 쓴 것이다.
또 질문 1번(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평가)과 질문 4번(해보 농공단지, 동함평 산업단지 조성평가)에 한해서는 답변항목에서 ‘매우 잘못함’을 빼고 ‘매우 잘함’ ‘잘함’ ‘보통’ ‘잘못함’ ‘잘 모르겠다’로만 설정, 긍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조작했다. 여론조사 보도를 하면서 ‘여론조사기관’과 ‘응답률’을 누락하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의 이야기다.
“공직선거 제108조 제5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에게 편향되도록 하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하여 질문하는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G씨는 여론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9가지 함평군수 업적을 나열했고, ‘이와 같은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민선 5기 안병호호는 여러 논란을 불식시키고 군정 운영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에 시행하는 지방선거에서 안병호 군수의 재선에 입지를 크게 굳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문구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분명히 선거법 위반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5항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전남 함평 선관위는 G씨를 2013년 12월 18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고발했다.
《무등일보》에 따르면 함평군수 선거에는 재선에 도전하는 안병호 현 군수에 맞서 김성호 전 전남도의원, 노두근 전 강진부군수, 정현철 전 함평군의회 의장이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월 10일 기존 방침을 접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 후보를 공천키로 한 만큼 이들 중 한 명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상황도 비슷
지난 5회(2010년) 지방선거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선관위가 수사의뢰 하거나 고발한 사례를 살펴보니 수법이 지금과 대동소이했다. 결국 매번 같은 범법행위들이 횡행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셈이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과천 지역의 한 신문사 발행인은 선거운동기간 개시일 전일인 2010년 5월 19일 자신이 발행하는 신문 1면에 과천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실제 여론조사를 시행하지 않은 여론조사전문업체의 명의를 게재했다.(2010년 5월 26일 수사의뢰·징역 8월 확정) ▲○○사회여론조사연구소 명의로 고성군에 거주하는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전화여론 조사를 하면서 고성군수 예비후보자 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함에 있어 ○○○을 제외한 나머지 예비후보자 3명의 성명을 허위로 거명했음.(2010년 5월 13일 수사의뢰·내사 종결) ▲거창 지역 한 언론은 거창군수 선거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서 여론조사 표본에 ○○○ 예비후보자와 관계있는 단체회원을 포함한 뒤 그 결과를 ○○신문에 보도함(2010년 5월 7일 고발·혐의없음) ▲울산 지역 한 일간지는 신뢰성과 객관성이 불분명한 여론조사 결과를 1면에 “교육감 선거 ○○○ 후보자 압도적 우세”라는 제목으로 보도(2010년 6월 1일 고발·벌금 300만원)했다.
지역매체들이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용을 종합해 보면 소규모 지역 언론사에서 광역단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국적 관심도가 낮은 기초단체장 후보 중 한 명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조작, 왜곡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언론인의 이야기다.
“솔직히 지방에는 ‘형님 동생끼리’ 서로 봐주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개 소규모 지역 언론사 운영자들은 지역 토박이들이 많은데, 이 중에는 선거 브로커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선거에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당연히 결탁할 수밖에 없지요. 그냥 제 예상입니다만 아무런 대가 없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런 매체들 때문에 올바른 여론조사를 하는 언론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지역사회의 얽히고설킨 인적 네트워크는 천사조차 버티기 어려운 압력과 유혹이 없을 수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론조사를 제도화한 것도 과열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새누리당 경북 지역의 3선 의원은 “후보자가 특정 언론사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하게 하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로 공천이 결정 나기 때문”이라며 “지지율이 열세인 예비후보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느냐. 단기간에 통신회사 특판을 이용해 전화 회선을 깔고 덤핑 가격으로 ‘맞춤형 여론조사’를 해주는 ‘떴다방식’ 여론조사회사가 생겨나는 것도 여론조사로 공천을 결정하는 탓이다”라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의 이야기다.
“진입 장벽이 없어 누구나 신고만 하면 여론조사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여론조사 방법은 기본적으로 오차를 내포한지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부실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누구나 여론조사회사를 설립, 조사를 한다면 여론 왜곡으로 이어져 선거민주주의의 본질을 위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해 적정 기준과 환경, 그리고 활용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발족
일부 지역매체들에서 특정 후보자와 결탁해 조작된 여론조사를 보도하는 것은 ‘여론조사의 탈을 쓴 부정선거 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 선관위는 최근 중앙과 시도 단위로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표 또는 보도된 선거 여론조사가 공직선거법이나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 및 선거 여론조사 사전신고 관련 보완요구에 대한 이의신청 등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위원회는 정당·학계·법조계·여론조사관련기관 등에서 추천받은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그들의 임기는 3년이다.
김영원(金榮源·숙명여대 이과대 통계학과 교수) 위원장은 “잘못된 선거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림은 물론, 민의를 왜곡할 수 있고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여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심의 등을 통하여 선거 여론조사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여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선거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도와주고 난립하는 후보자를 걸러주는 순기능을 갖지만 공표·보도된 선거 여론조사에는 항상 오차가 있다”며 “여론조사는 후보자의 당락을 나타내는 자료가 아니다. 여론의 추이와 흐름을 판단하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지역 단체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나왔다. 믿을 수가 없으니 조사를 해달라.”
“모 매체 간부와 친한 예비 후보자의 지지율이 다른 매체에 비해 너무 높다. 여론조작 가능성이 충분하다.”
6·4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초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는 일부 지역매체와 특정 후보자 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매체들이 특정 후보자와 결탁해 조작된 여론조사를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관위는 곧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현재(4월 14일)까지 여론조사 관련 불법행위로 인해 고발에까지 이른 건수는 총 6건이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고발 건 중에는 하지도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거나 다른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고의로 조작한 사례도 포함됐다. 그는 “여론조사 과정에 지지자를 끌어들여 결과를 조작 또는 왜곡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대놓고 고치는 사례는 처음 본다”고 했다.
《월간조선》은 일부 지역매체들이 어떤 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 보도했는지, 선관위 사례 등을 통해 상세히 살펴봤다.
언론사가 특정 후보 선거운동
충남 청양의 한 지역신문(주간지) 편집국장 A씨는 2013년 9월 말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2014년 청양군수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2013년 10월 창간기념일에 맞춰 여론조사 기사를 쓰기 위해서였다.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2013년 10월 28일에 도착했다.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여론조사 결과에 손을 댔다. 2013년 11월 7일 자 신문에서 이석화 현 청양군수의 지지율을 낮추고 신○○ 입후보예정자의 지지율을 높여 보도한 것이다. 실제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석화 군수의 지지율은 34.3%로 나왔지만, A씨는 31.3%라고 보도했다. 반면 신○○의 지지율은 3.8%였지만 6.8%라고 썼다. 6.8%는 조사대상 6명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또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석화 군수의 직무수행에 관한 긍정적 평가는 61.6%, 부정 평가는 16.6%였지만 이를 긍정적 평가 51.6%, 부정 평가 26.6%로 조작했다.
아울러 한국갤럽 조사 결과, 이 군수의 경우 선거구별로는 정산면, 목면, 청남면, 장평면, 남영면이 속한 나 선거구(68.7%)에서 청양읍, 운곡면, 대치면, 화성면, 비봉면이 속한 가 선거구(56.1%)보다 긍정적 평가가 12.6%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A씨는 나 선거구(68.7%)의 수치를 58.7%, 가 선거구(56.1%)의 수치를 46.1%로 축소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96조 위반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고, 방송·신문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하며, 이하 ‘후보자’라 한다)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신○○ 인지도 부각 문구사용 내역도 문제가 됐다.
A씨는 〈CEO ‘신○○’ 급‘부상’〉 <신○○후보, 출마선언 2개월 만에 급부상> <다만, 신○○은 군수출마를 선언한 지 2개월 만에 지지도가 높게 나와 눈여겨볼 대목이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는 당선 또는 낙선 목적의 선거운동 행위로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다.
A씨는 선관위 조사에서 “여론조사가 지역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수치를 고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2일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참고로 검찰은 지난 4월 10일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 된 이석화 충남 청양군수에게 징역 7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건설업자로부터 22억원 규모 공사의 수의계약 대가를 받아 군수에게 전달했다는 공무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군수는 새누리당 청양군수 공천에서 탈락했다.
여론조사기관 대표 겸 인터넷신문 발행인의 수법
B씨는 여론조사기관 대표자 겸 전북 정읍 소식을 주로 다루는 인터넷 신문사 발행인이다. 그는 6·4 지방선거와 관련, 올해 2월 23일 자신이 대표자로 있는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정읍시장 선거 후보자 지지도 등에 대한 여론조사(이하 ‘금번 여론조사’라 함)를 실시했다.
B씨는 이틀 뒤인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에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읍시장 여론조사 결과 유남영 약진, 김생기 정체, 강광 정체”라고 보도했다.
B씨는 더 나아가 기사에 “김생기 후보는 현 시장이라는 유리한 입지에도 지지율의 정체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경우 재선 가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유남영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지지율의 상승이 이뤄질 경우 차기 정읍시장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라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내용도 담았다.
당장 상대 후보로부터 이의가 제기됐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08조 9항 2호(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공표 또는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의 객관성·신뢰성에 대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로부터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받을 경우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요청을 받은 기관·단체는 지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에 따라 여론조사기관에 표본을 포함한 조사의 객관성·신뢰성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다.
선관위가 자료를 요청하면 바로 이에 따라야 함에도 여론조사기관은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어 성별·연령대별·지역별 할당된 표본의 크기 및 가중치 부여 관련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조사의뢰자에 대해서도 없다고 했다.
B씨는 2월 25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가 인구통계에 따른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통계보정을 했고, 2~3개 항목 이상 응답한 사람을 분석했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 왜 자료를 내놓지 못하겠느냐”며 “진실은 검찰이 밝혀줄 것”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제96조 2항은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아니하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보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여론조사 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報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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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길부ㆍ김기현 두 의원은 울산 지역 A 일간지 보도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
하지만 보도 직후 강길부·김기현 두 새누리당 울산시장 예비후보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여의도연구원은 최근 울산시장 출마 예정자인 3자 간 여론조사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최정우 부대변인도 “확인 결과 새누리당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에서는 3자 간 여론조사를 시행한 적이 없다”고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6조(허위논평·보도 등 금지) 제2항 2호 규정에 의하면 신문 기사를 취재·보도하는 자는 여론조사 등과 같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보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동 규정을 위반한 자는 같은 법 제252조(방송·신문 등 부정이용 죄) 제1항의 규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세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그동안 각종 언론사에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와 영남권 기자들에게 들은 정황을 정리하여 임의로 작성했다. 여의도연구원에서 대구 지역 후보 여론조사를 했다기에 울산 지역도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기사를 작성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사건과 관련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는 매일 부장급 이상 간부 9명이 참석하는 데스크 회의에서 검토해 신문에 게재하며, 문제가 된 기사 내용은 검토했지만, 특정 입후보예정자에게 유리한 내용이 없어 선거법상 무방한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신문사는 문제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2월 27일 2면 하단 ‘알려드립니다’란에 <2월 26일 자 여의도연구원 3자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여의도연구원이 공식적으로는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음을 전해드립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울산선관위 관계자는 “언론사에서 8회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세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은 아니었다”며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나 정황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기사를 보도하는 행위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재발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울산선관위는 지난 3월 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사를 쓴 기자와 그가 소속된 신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참고로 새누리당은 지난 3월 25일 김기현·강길부 의원, 윤두환 전 의원,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 등 4명의 울산시장 예비후보 가운데 윤 전 의원과 김 전 청장을 컷오프 탈락시켰다. 김기현 의원과 강길부 의원이 격돌한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김 의원이 3.3%p 차로 승리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8항 제1호 위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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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장 예비후보. |
그는 3월 31일 김영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했다가 사무실 관계자로부터 자체 여론조사 결과라며 김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에 D씨는 부산의 한 일간지 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김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라며 결과를 알렸다. 기자는 4월 2일 자 신문에 ‘오거돈과 대등한 경쟁도 가능, 김영춘 캠프, 자체조사에 고무’라는 제하로 여론조사기관, 표본크기, 표본추출방법(RDD 방식), 표본오차, 3자 대결 지지도,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정당지지도 등을 보도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선거사무실 관계자가 ‘내부참고용 여론조사이고, 공표·보도하기 위해서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기자에게 알렸고, 이 내용이 그대로 보도된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7항에 따르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를 시행한 기관·단체가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할 시에는 그전에 해당 여론조사의 조사설계서·피조사자선정·표본추출·질문지작성·결과분석 등 선거여론조사기준으로 정하는 사항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 동법 제108조 제8항 제1호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108조 제8항 제1호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부산 선관위 관계자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방법 등을 함께 공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조사대상에 들어 있지 않은 출마예정자 끼워 넣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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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예비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이 과정에서 E씨는 실제 여론조사대상 입후보예정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F씨를 언급하면서 조두원·이희진·박진현·장성욱과 함께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허위로 보도했다.
또 《경북매일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는 김○○씨가 후보자 선호도 17.1%로 2위를 차지했지만, E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고의적으로 김○○씨를 배제했다.
이 밖에 영덕군 도의원 가·나 선거구별 군수 선호도, 20~50대 사이의 연령대별 후보자 선호도를 그래프로 나타내면서 응답 수에 대한 비율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연령대별 % 수치만을 단순 합산해서 썼으며 60대 이상 선호도를 고의로 누락해 표기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등) 제6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방법 등을 상세히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해야 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규정돼 있다.
대법원 2013도995, 대법원 2009도2649, 대법원 2007도2741 판결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2차로 공표·보도하는 자도 최초 보도와 마찬가지로 동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
D씨는 당초 《경북매일신문》의 여론조사결과보고서상에 F씨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 영덕군수 선거에 F씨가 많은 득표를 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의적으로 F씨를 여론조사대상에 포함했다고 한다.
선호도 2위인 김○○씨를 배제한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뺐다고 했으며 60대 연령층을 제외하고 20~50대 연령층이 응답한 값을 단순 합산, 최초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것에 대해서는 “신문지면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6일 주간지 발행인 E씨를 대구지방검찰청 영덕지청에 고발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8일 경북 영덕군수 후보자를 100% 여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F씨는 현재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現 군수 당선 위해 편향된 설문
나비 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의 한 언론사 편집인 G씨는 2013년 10월 창간 7주년을 맞아 현 함평군수의 군정운영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현직 군수에게 유리하도록 왜곡 보도했다. 현직 군수에게 유리하도록 편향된 설문과 응답을 다른 응답군에 포함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우선 현직 군수에게 유리하도록 편향된 5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질문 1번(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평가), 질문 2번(검찰수사 무혐의 선거영향 여부), 질문 3번(안병호 군수 2선 출마여론), 질문 4번(해보 농공단지, 동함평 산업단지 조성평가), 질문 5번(산업단지 추가조성 여론).>
G씨는 이 질의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사례 수를 배제하고 다른 응답군으로 할당해 보도했다.
그러니까 질문 1번(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매우 잘함 43.7%’ ‘잘함 21.7%’ ‘보통 22.2%’ ‘잘못함 12.4%’로 나왔는데, ‘보통(22.2%)’으로 응답한 사례 수를 ‘매우 잘함’ 및 ‘잘함’과 함께 긍정 평가로 구분하여, “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긍정적 87.6%, 부정적 12.4%”로 쓴 것이다.
또 질문 1번(안병호 군수 군정운영 평가)과 질문 4번(해보 농공단지, 동함평 산업단지 조성평가)에 한해서는 답변항목에서 ‘매우 잘못함’을 빼고 ‘매우 잘함’ ‘잘함’ ‘보통’ ‘잘못함’ ‘잘 모르겠다’로만 설정, 긍정적인 답변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조작했다. 여론조사 보도를 하면서 ‘여론조사기관’과 ‘응답률’을 누락하기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의 이야기다.
“공직선거 제108조 제5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에게 편향되도록 하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하여 질문하는 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G씨는 여론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9가지 함평군수 업적을 나열했고, ‘이와 같은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민선 5기 안병호호는 여러 논란을 불식시키고 군정 운영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에 시행하는 지방선거에서 안병호 군수의 재선에 입지를 크게 굳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문구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분명히 선거법 위반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5항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전남 함평 선관위는 G씨를 2013년 12월 18일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고발했다.
《무등일보》에 따르면 함평군수 선거에는 재선에 도전하는 안병호 현 군수에 맞서 김성호 전 전남도의원, 노두근 전 강진부군수, 정현철 전 함평군의회 의장이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월 10일 기존 방침을 접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 후보를 공천키로 한 만큼 이들 중 한 명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상황도 비슷
지난 5회(2010년) 지방선거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선관위가 수사의뢰 하거나 고발한 사례를 살펴보니 수법이 지금과 대동소이했다. 결국 매번 같은 범법행위들이 횡행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셈이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과천 지역의 한 신문사 발행인은 선거운동기간 개시일 전일인 2010년 5월 19일 자신이 발행하는 신문 1면에 과천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실제 여론조사를 시행하지 않은 여론조사전문업체의 명의를 게재했다.(2010년 5월 26일 수사의뢰·징역 8월 확정) ▲○○사회여론조사연구소 명의로 고성군에 거주하는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전화여론 조사를 하면서 고성군수 예비후보자 중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함에 있어 ○○○을 제외한 나머지 예비후보자 3명의 성명을 허위로 거명했음.(2010년 5월 13일 수사의뢰·내사 종결) ▲거창 지역 한 언론은 거창군수 선거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서 여론조사 표본에 ○○○ 예비후보자와 관계있는 단체회원을 포함한 뒤 그 결과를 ○○신문에 보도함(2010년 5월 7일 고발·혐의없음) ▲울산 지역 한 일간지는 신뢰성과 객관성이 불분명한 여론조사 결과를 1면에 “교육감 선거 ○○○ 후보자 압도적 우세”라는 제목으로 보도(2010년 6월 1일 고발·벌금 300만원)했다.
지역매체들이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용을 종합해 보면 소규모 지역 언론사에서 광역단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국적 관심도가 낮은 기초단체장 후보 중 한 명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조작, 왜곡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언론인의 이야기다.
“솔직히 지방에는 ‘형님 동생끼리’ 서로 봐주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대개 소규모 지역 언론사 운영자들은 지역 토박이들이 많은데, 이 중에는 선거 브로커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선거에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당연히 결탁할 수밖에 없지요. 그냥 제 예상입니다만 아무런 대가 없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런 매체들 때문에 올바른 여론조사를 하는 언론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지역사회의 얽히고설킨 인적 네트워크는 천사조차 버티기 어려운 압력과 유혹이 없을 수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론조사를 제도화한 것도 과열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새누리당 경북 지역의 3선 의원은 “후보자가 특정 언론사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하게 하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로 공천이 결정 나기 때문”이라며 “지지율이 열세인 예비후보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느냐. 단기간에 통신회사 특판을 이용해 전화 회선을 깔고 덤핑 가격으로 ‘맞춤형 여론조사’를 해주는 ‘떴다방식’ 여론조사회사가 생겨나는 것도 여론조사로 공천을 결정하는 탓이다”라고 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의 이야기다.
“진입 장벽이 없어 누구나 신고만 하면 여론조사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여론조사 방법은 기본적으로 오차를 내포한지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부실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누구나 여론조사회사를 설립, 조사를 한다면 여론 왜곡으로 이어져 선거민주주의의 본질을 위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해 적정 기준과 환경, 그리고 활용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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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원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장. |
김영원(金榮源·숙명여대 이과대 통계학과 교수) 위원장은 “잘못된 선거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림은 물론, 민의를 왜곡할 수 있고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여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심의 등을 통하여 선거 여론조사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여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선거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도와주고 난립하는 후보자를 걸러주는 순기능을 갖지만 공표·보도된 선거 여론조사에는 항상 오차가 있다”며 “여론조사는 후보자의 당락을 나타내는 자료가 아니다. 여론의 추이와 흐름을 판단하는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