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높고, 경제전망 밝은 것은 與圈에 靑신호
⊙ 새누리당은 ‘박근혜 없는 선거’, 여당 지도부의 취약성, 공약 불이행이라는 고민 안고 있어
⊙ 安哲秀, 서울시장 출마하는 승부수 던져야 ‘安風’ 再점화 가능
⊙ 새누리당은 ‘박근혜 없는 선거’, 여당 지도부의 취약성, 공약 불이행이라는 고민 안고 있어
⊙ 安哲秀, 서울시장 출마하는 승부수 던져야 ‘安風’ 再점화 가능
2014년 갑오년 정국의 향방은 올 6월 4일에 치러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요동칠 전망이다. 정치권에 지각(地殼)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집권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이다.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선거에서까지 승리해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차지하게 되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新黨) 모두 몰락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과거 일본 자민당이 ‘1·5정당 체제’를 만들어 ‘보수(保守) 장기집권 시대’를 열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한반도 통일시대 구축’ 구상이 탄력을 받으면서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의 승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가까이 끌어온 대선 연장전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동안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아 왔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 불공정 대선 논란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패배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당장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당권(黨權)경쟁에서 청와대가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친박(親朴)의 분화(分化)가 시작되고, 비박(非朴)과 반박(反朴)이 연대(連帶)해서 청와대를 압박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여권은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경쟁 국면으로 일찌감치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권(與圈) 내 유력 대권 후보로는 친박 인사보다 정몽준(鄭夢準), 김무성(金武星), 김문수(金文洙) 등 비박 인사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대통령의 권력누수를 빠르게 몰고 올 수 있다.
朴槿惠, 50%대 안정적 지지율 유지
야권(野圈)도 선거 결과에 따라 급격한 재편(再編)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어 수도권과 호남에서 민주당을 제압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 민주당은 존립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안철수 신당이 기대한 만큼의 파괴력을 보이지 못할 경우, 상당 기간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양당(兩黨)체제가 고착화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여론 구조를 보면 여당에 불리하지 않다. 따라서 야권이 분열되고 야권 연대가 사라지면 여당이 지방선거 국면을 주도할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본질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여당에 긍정적(낙관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國政)운영 지지도가 50%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최근 20주 동안 대통령 직무수행을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2월 3주 때 48%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50% 이상을 유지했다. 올 들어 처음 실시한 조사(1월 6~9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50%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파업 사태가 지난 연말 일단락됐고, 취임 후 처음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른 대통령 이미지가 좋아져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존 지지층의 신뢰를 한층 더 강화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2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으며, 특히 50대에서는 13%포인트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박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43%가 ‘좋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좋지 않았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한편, 기자회견 후 박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51%가 ‘변화 없다’, 28%가 ‘좋아졌다’, 8%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문재인·안철수의 苦戰
둘째,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 호감도가 지난 대선 경쟁자였던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보다 우위(優位)를 차지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12년 4월 총선 직후부터 실시한 호감도 변화 조사를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대선이 1년이 지난 지금도 10점 만점에 5.9점을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대선 한 달 전인 2012년 11월까지는 호감도가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그 이후 현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문재인 의원의 호감도는 2012년 12월 대선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그 이후 현재까지 수직 하락했다. 작년 여야(與野) 정치권의 극한대결 구도 속에서 문재인 의원은 결정적인 순간에 전면에 나섰지만 그것이 오히려 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리게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기록원에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초(史草)실종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가 발생했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는 2012년 4월부터 지금까지 호감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4월 시점에서는 6.3점으로 제일 높았지만 작년 12월에는 4.8점까지 떨어졌다. 안철수 의원은 예상을 깨고 작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해 조기에 정치에 입문했지만 그 이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새 정치를 화두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상은 있지만 실체는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심판을 이끌어야 할 문재인, 안철수 의원의 호감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권에는 유리한 것이다.<그림1>
야권連帶의 붕괴
셋째, 야권연대의 붕괴 조짐과 국민들의 야당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지나치게 높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차원의 첫 시험에 나서 성공을 거둔 이래 야권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 들었던 야권연대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의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윤여준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반드시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를 할 목적으로 새 당을 만드는데 수도 서울의 시장선거에 후보를 안 내면 국민들이 뭐라고 보겠나”라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과 연대하지 않고도 새누리당과 이미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은 야권연대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기존 정치권과의 섣부른 정치공학적 연대는 새 정치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도 안철수 신당의 창당이 예상했던 것보다 지지부진하고 인재 영입에도 큰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연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은 “정치공학적 연대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며 “이제 민주당은 연대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정책대결로 평가받고 당의 존재감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명령은 (야권)연대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야권의 주도) 세력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며, 정의당은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제 회복 조짐, 與圈에 유리
여하튼 현재 야권의 기조로 봐서는 이번 지방선거는 통합된 여권과 분열된 야권 구도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승리 요인은 야권단일화 실패와 야당의 무능이 핵심이었다. 민주당은 작년 1년 내내 대여(對與) 투쟁을 벌였지만 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절반 수준에서 정체(停滯)돼 있다.
작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역할 수행을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6월 61%→7월 69%→ 8·9월 72%→ 10월 77%로 민주당이 대여 강경투쟁을 하면 할수록 야당 역할 평가는 오히려 나빠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대선 패인 요인들이 또다시 나타나면 새누리당이 낙승(樂勝)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경제회복 조짐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경제에 대한 소비자심리가 안정적이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경기선행(先行)지수는 101.7로 전월(前月·101.5)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 조사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줄곧 100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 CCSI는 201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CCSI가 100을 웃돌면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향후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많다는 것은 여당에 그만큼 유리하다는 시그널이다.
하지만 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무시 못할 부정적(비관적) 시그널도 존재한다.
첫째,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통설(通說)이 깨지기 어렵다. 역대 지방선거를 보면 야당 심판보다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면서 여당이 대부분 패배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치러진 1998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1997년 12월 대선(大選) 때 형성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가 유지되면서 여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1995년, 2002년, 2006년,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모두 압승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특징은 유권자들이 총선과 대선보다는 정부가 그동안 잘했는지 아니면 못했는지를 기준으로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선거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서민경제를 잘 다루었는지를 토대로 ‘응징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2010년 지방선거는 이명박(MB) 정부 출범 2년4개월 만에 치러졌다. 여론조사에서는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선거 직후 KPS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로 가장 많은 37.4%가 ‘서민경제를 어렵게 해서’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이어서’(22.8%),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서’(16.7%),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해서’(10.1%), ‘정치갈등을 증폭시켜서’(5.2%),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3.8%) 순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던 원인도 상당히 유사하다. 한국선거학회가 2006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로 57.4%가 ‘서민경제를 어렵게 해서’를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집권당이 교만하고 무능해서’(14.1%), ‘정치갈등을 증폭시켜서’(10.8%),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돼서’(5.0%),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해서’(4.0%),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심화돼서’(3.0%) 순으로 나타났다.
家計부채·전셋값 상승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8월 집권 1년차 후반기부터 국민이 체감(體感)하는 성과를 내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MB 정부가 참패할 당시 6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3월 19일까지 사상 최장 기간(61주)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했다. 그때 야권연대가 내세운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무(無)1반(半)’ 이슈가 위력을 발휘했다. 경제가 지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1월 9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7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고 밝혔다. 서울의 전셋값은 3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은 중산층(中産層) 이하에서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해 말 기점으로 가계부채(家計負債)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미국의 양적(量的)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불안의 ‘뇌관’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자영(自營)업자와 취약계층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 가계부채 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심하게 받는 계층들은 선거에서 정부에 대한 응징 투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의 女王’ 없이 선거 치러야
둘째, 박근혜가 없는 선거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의 여왕(女王)’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가 한나라당이 존립 위기에 빠졌을 때 박근혜 대표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해 127석을 얻어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서 박근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0 대 40의 승리도 일궈 냈다. 2012년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패색(敗色)이 짙었던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과반수 정당을 일궈 냈다. 여하튼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지휘한 선거에서 사실상 대부분 승리했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할 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는 직접 개입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을 대체할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 내야 할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황우여(黃祐呂) 대표를 당의 간판으로 세워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최악(最惡)이라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조기(早期)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를 새로 뽑고 새 대표가 모든 것을 걸고 선거를 진두(陣頭)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황우여 대표는 “임기 만료 시점인 5월 15일이 지방선거 직전이라서 전대(全大)를 치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기전대론’에 대해 “2~3월에 미리 하면 좋지만 당이 시끄러워질 수 있어 걱정이 많다”며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당의 간판이 지나치게 취약할 경우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 유권자들은 투표할 때 정당 일체감보다는 정당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불이행이다. 대선 후 1년6개월 만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중시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공약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여부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재원부족 등의 이유로 핵심 공약을 파기하기나 축소해야만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월(月)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 ‘대학생 반값 등록금’ 공약 등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증세(增稅) 없다’는 원칙에서도 후퇴했다. 작년 8월 연소득 5500만원 이상 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감면(減免) 혜택을 줄이는 것이지 증세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말에 여야 합의로 소득세 과표 조정과 법인세 최저한 세율조정을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계개발원의 ‘2013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6위다.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 신년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 ‘소통 미흡’(32.1%)과 ‘공약 실천 미흡’(30.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12.2%)보다 훨씬 비중이 높았다.
몸 사리는 수도권 與圈 후보들
넷째,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경쟁해야 할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들이 출마를 고사(固辭)하고 있다.
여권의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정몽준 전 대표는 올해 초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황식(金滉植) 전 총리도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미국에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에 나갈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현직 김문수 지사는 불출마 의지가 강하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남경필 의원은 5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 집중하겠다고 한 발 빼고 있다. 인천의 경우 현직 송영길 시장에 맞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황우여 대표는 차기 국회의장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승리를 위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출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출마를 고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체 승리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현 시점에서 정부·여당에 긍정적(낙관적) 신호와 부정적(비관적) 신호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방선거가 본격화하는 올 3월부터 과연 어느 시그널이 우위를 차지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 선거에서는 선거가 가까울수록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신호가 긍정적인 신호를 제압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작년 말 철도파업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폭발력이 센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실례로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營利)형 자(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3월 3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인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핵심 국정과제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걸었다. 특히, ‘공공기관의 정상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지방선거전에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勞組) 간에 엄청난 갈등과 대립이 노출된다면 여당에는 치명적인 악재(惡材)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 우리 사회 곳곳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도 꾸준히 추진해 갈 것”이라고 했다. 거듭 ‘정상화’ 드라이브 의지를 강력하게 표방한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권력의 오만이다. 이런 오만한 개혁은 선거에서 부메랑이 되어 여당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선거 기류가 불통(不通)과 독선적인 정부를 심판하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화 개혁’이 성공해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부가 그동안 누렸던 비정상적인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안철수 新黨의 파괴력은?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 못지않게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정치 시험대이다.
안철수 의원은 신당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새해부터 광폭(廣幅)의 행보(行步)를 이어 가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국립현충원의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묘역, 8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더불어 영호남을 아우르는 본격적인 민심 잡기에 나섰다. 작년 말에 야권의 본거지인 광주(光州)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월 8일에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신당 창당 설명회를 개최했다. 거기서 안 의원은 “정치 경쟁이 없으면 국민의 뜻을 살필 이들도, 결과에 책임질 이들도 없다”면서 “지금 시대의 흐름은 영남과 호남으로 대표되는 양대 지역주의를 깨는 것”이라며 기존 기득권 정치에서 벗어나 안철수의 새 정치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기득권이 지배해 온 한국 정치의 전면적 개편과 뿌리 깊게 박힌 기형적 민주주의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새 정치가 가야 할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하튼 안 의원은 호남을 중심으로 수도권, 부산에 후보를 내고 새누리당·민주당과 정면 승부해 ‘돌풍’을 일으키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민주당을 뒤흔들고 궁극적으로 야권발(發)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안철수, 김종필, 박근혜
“안풍(安風)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진 지극히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에서부터 “정치권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다양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량감 있는 야권 인사가 신당을 창당한 사례는 두 차례 있었다.
1995년 1월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자당의 김종필(金鍾泌) 대표최고위원이 탈당해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자민련을 창당했다. 그해 6월 27일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은 충청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충청 돌풍을 일으켰다. 더구나 자민련은 31곳의 충청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1곳(67.7%)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에서 정치 기반을 구축한 다음 자민련은 1996년 총선에서 전체 253개 지역구 중 41곳(16.2%)에서 승리했다. 28곳의 충청권 지역구 중 24곳(85.7%)에서 승리해 기염을 토했다. 더구나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32개) 지역구에서도 예상을 깨고 10곳(31.3%)에서 승리해 제3정당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2년 2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다음 그해 6월 지방선거에 참여했던 박근혜 대표는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한 명도 없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후보 10명(경기 3명, 충남 2명, 경북 5명)을 공천했지만 전패(全敗)했다. 대구와 경남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2석을 건졌을 뿐이다. 결국 박근혜 대표는 2002년 11월 한나라당과 한국미래연합이 합당하는 형식으로 다시 한나라당에 복당(復黨)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김종필의 길’을 걸을지, ‘박근혜의 길’을 걸을지 현재로서는 예단(豫斷)하기 어렵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안철수 의원은 ‘김종필의 길’을 걸을 개연성(蓋然性)이 있다. 아직 창당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꾸준히 새누리당과 오차(誤差)범위 내 접전(接戰)을 벌이고 있고,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딜레마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월 6~9일)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31%로 새누리당(36%)과 근소한 차로 접전을 벌였다. 더구나 호남 지역에서는 신당의 지지율이 45%로 민주당(13%)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안철수 신당 지지층의 분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이 11%, 민주당 지지층이 41%, ‘지지 정당 없음’에서 46% 등이었다. 안철수 신당 지지층은 무당층(無黨層)과 민주당 중심임을 알 수 있다.
세대별로 보면, 안철수 신당은 20~30대 젊은층은 물론 40대에서도 새누리당을 앞서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에서 새누리당(38%)과 안철수 신당(34%)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각종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화이트칼라 층에서 안철수 신당(43%)은 새누리당을 21%포인트, 민주당을 2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런데 안철수 진영은 크게 두 개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우선, 당 지지율은 높지만 막상 후보를 대입(代入)한 가상 대결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뒤지고 있다. 현재 신당이 받고 있는 지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반사이득일 뿐 실제 득표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野圈 표 분산 우려
또 다른 딜레마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경쟁하면 야권 표가 분산돼 필패(必敗)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의 경우 야권 분화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漁夫之利)’만 안길 수 있다.
1996년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은 예상을 깨고 서울 27석(57.4%), 인천 9석 (81.8%), 경기 18석(47.4%) 등 수도권에서 총 54석(56.3%)을 얻었다. 반면, 김대중 총재가 정계복귀 후 1995년에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서울 18석(38.3%), 인천 2석(18.2%), 경기 10석(26.3%) 등 총 30석(31.3%)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회의는 이종찬 부총재, 정대철 선대위 의장, 박지원 대변인이 줄줄이 낙선했다. 야권이 김대중 신당과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된 결과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안 의원이 정권교체를 위해선 야권 지역인 호남에 와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고향인 부산·영남, 야권 취약 지역에 가서 싸워 이겨 오는 것이 바람직한데, 거기는 보지 않고 호남에 와서 싸우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 안철수 신당이 수도권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돌풍을 기대하기 어렵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은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야권분열론에 대해 연대하거나 단일화하는 것을 국민들은 구태(舊態)로 보고 있다며, 새 정치를 표방하는 입장에서 구태정치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처한 이런 딜레마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안 의원 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과제는 ‘안풍의 재점화(再點火)’, ‘이념 정체성(正體性) 확립 및 새 정치 어젠다 제시’, ‘인재 영입’ 등 세 가지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안철수 의원이 이런 과제들을 조속히 실천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안철수 신당의 미래는 어둡다.
‘安風’을 再점화하려면?
안철수 신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직 호남 패권(覇權)을 잡기 위해 민주당과 경쟁하는 신(新) 지역주의에 의존하면 정치개편은 불가능하다. 설혹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승리하더라도 수도권 선거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에서 선방했던 자민련도 충청 지역주의에만 기대어 간신히 존립하다가 결국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현 상황에서 ‘안풍 재점화’의 핵심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전국 정당화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으로서 다른 곳도 아닌 서울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명분이 없다. 그런데 후보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내일’의 소장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현실정치는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사실상 거절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지금은 많이 식었다. 그동안 결정적 순간에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는 결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십고초려(十顧草廬)해서 모셨다는 윤여준 새정추 의장의 말처럼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이 꼭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서울시장 출마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서울시장에 출마해 안풍을 재점화시키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벽을 넘나드는 제3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철수, YS에게 배워야
시간이 지나 하늘에서 저절로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안이한 자세로는 결코 정치개편의 주역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정치생명을 걸며 국민속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보일 때만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 의원은 1985년 2월 12일 12대 총선에서 보여준 정치 승부사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YS는 전두환(全斗煥) 정권하에서 12대 총선 직전 신한민주당(신민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총선의 상징인 종로·중구 지역구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민우(李敏雨) 신민당 총재를 출마시켰다. 그 지역에서 절대 아성(牙城)을 지키고 있었던 집권당인 민정당의 이종찬 후보와 제1야당인 민한당의 정대철 후보와 대결하도록 했다.
이민우 총재는 첫 합동유세에서 그 누구도 언급하지 못했던 “전두환은 독재자다”라고 외쳤다. 전두환 독재정치에 주눅 들어 있던 국민의 가슴에 분노와 저항의 불을 댕겼다. 모두가 무모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정치 9단 YS 특유의 허를 찌르는 정치적 결단 한 방으로 그야말로 ‘신민당 돌풍’을 일으켰다. 신생 정당 신민당은 제1야당이 됐고, 총선 직후 민한당을 흡수·통합시켰다.
안 의원 말대로 “새 정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면 안 의원이 진정 해야 할 일은 전국을 돌며 신당 설명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새 정치’는 2012년 9월 대통령 출마 선언 이후 안철수 의원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철수 의원이 내놓은 새 정치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공허(空虛)하고 실체(實體)가 없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내일’의 이사장을 맡으며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 떠올랐던 최장집(崔章集)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 의원에게 몇 가지 충고를 한 적이 있다.
최장집 교수의 충고
우선, 견고한 양당체제에서 제3정당이 중도의 길을 걸어서는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안 의원은 “새 정치야말로 합리적인 보수와 성찰적인 진보의 통합을 통해서 합리적 개혁과 통합의 정치를 해 나가라는 국민의 바람이고 명령”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신당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 성향의 정당’이 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示唆)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 교수는 “이미 존재하는 양당 속에서 중간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거나 양비론(兩非論)을 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이 세력은 기존 정당체제에서 종속변수밖에 안 된다. 제3당이 한국 정치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려면 새로운 이념을 내놓는 독립변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장집 교수의 또 다른 충고는 제3정당은 자신의 메인 어젠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력화를 빨리 하는 것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메인 어젠다를 제시하고, 그걸 기준점으로 지지자들을 굳혀 나가고, 관련된 여러 사회집단들을 대표하는 역할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장기적으로 보고 가는 것이 탄탄하기도 하고 오히려 더 빠르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 정당정치사를 보면 특정 개인의 인기를 중심으로 당을 만들면 개인의 인기가 없어진 후 그 당도 함께 없어졌다. 정주영(鄭周永)의 통일국민당, 문국현(文國現)의 창조한국당 등 제3정당의 경우에는 예외가 없었다.
안철수 신당이 이런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으려면 안철수 개인이 아니라 국민이 공감하고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이 구체적인 정책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민주당에 대한 불만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결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편의주의적 思考로는 국민 감동 못 시켜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안철수 신당의 인재 영입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 송호창 새정추 소통위원장은 “현실정치의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물이 영입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런 인재 영입의 원칙 속에서 “영입 인물을 ‘과거’로 한정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편의주의적 사고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까지 안철수 의원이 영입한 인사들은 개인적인 역량과 능력은 있지만 국민을 감동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지 14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15년, 박근혜 대통령은 14년 만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더디지만 옳은 길을 걷는 것이 강하고 아름답다. 안 의원은 이 점을 깊이 유념해 길게 호흡하고 세상을 멀리 내다보는 인물들과 함께 좋은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제 새 정치는 식상해졌다. 안 의원은 현 시점에서 정말 자신이 새 정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집권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이다.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선거에서까지 승리해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차지하게 되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新黨) 모두 몰락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과거 일본 자민당이 ‘1·5정당 체제’를 만들어 ‘보수(保守) 장기집권 시대’를 열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한반도 통일시대 구축’ 구상이 탄력을 받으면서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새누리당의 승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가까이 끌어온 대선 연장전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동안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아 왔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 불공정 대선 논란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패배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당장 지방선거 이후 치러질 당권(黨權)경쟁에서 청와대가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친박(親朴)의 분화(分化)가 시작되고, 비박(非朴)과 반박(反朴)이 연대(連帶)해서 청와대를 압박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여권은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경쟁 국면으로 일찌감치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권(與圈) 내 유력 대권 후보로는 친박 인사보다 정몽준(鄭夢準), 김무성(金武星), 김문수(金文洙) 등 비박 인사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대통령의 권력누수를 빠르게 몰고 올 수 있다.
朴槿惠, 50%대 안정적 지지율 유지
야권(野圈)도 선거 결과에 따라 급격한 재편(再編)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만들어 수도권과 호남에서 민주당을 제압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 민주당은 존립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안철수 신당이 기대한 만큼의 파괴력을 보이지 못할 경우, 상당 기간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의 양당(兩黨)체제가 고착화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여론 구조를 보면 여당에 불리하지 않다. 따라서 야권이 분열되고 야권 연대가 사라지면 여당이 지방선거 국면을 주도할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본질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여당에 긍정적(낙관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國政)운영 지지도가 50%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최근 20주 동안 대통령 직무수행을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2월 3주 때 48%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50% 이상을 유지했다. 올 들어 처음 실시한 조사(1월 6~9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50%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파업 사태가 지난 연말 일단락됐고, 취임 후 처음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른 대통령 이미지가 좋아져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존 지지층의 신뢰를 한층 더 강화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2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랐으며, 특히 50대에서는 13%포인트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박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43%가 ‘좋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좋지 않았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한편, 기자회견 후 박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51%가 ‘변화 없다’, 28%가 ‘좋아졌다’, 8%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문재인·안철수의 苦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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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 이후 전 연령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올랐다. |
동아시아연구원이 2012년 4월 총선 직후부터 실시한 호감도 변화 조사를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대선이 1년이 지난 지금도 10점 만점에 5.9점을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대선 한 달 전인 2012년 11월까지는 호감도가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그 이후 현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문재인 의원의 호감도는 2012년 12월 대선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그 이후 현재까지 수직 하락했다. 작년 여야(與野) 정치권의 극한대결 구도 속에서 문재인 의원은 결정적인 순간에 전면에 나섰지만 그것이 오히려 민주당을 곤경에 빠뜨리게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기록원에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초(史草)실종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태가 발생했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는 2012년 4월부터 지금까지 호감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4월 시점에서는 6.3점으로 제일 높았지만 작년 12월에는 4.8점까지 떨어졌다. 안철수 의원은 예상을 깨고 작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해 조기에 정치에 입문했지만 그 이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새 정치를 화두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상은 있지만 실체는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박근혜 정부 심판을 이끌어야 할 문재인, 안철수 의원의 호감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권에는 유리한 것이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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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1>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호감도 |
야권連帶의 붕괴
셋째, 야권연대의 붕괴 조짐과 국민들의 야당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지나치게 높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차원의 첫 시험에 나서 성공을 거둔 이래 야권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 들었던 야권연대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의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윤여준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반드시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를 할 목적으로 새 당을 만드는데 수도 서울의 시장선거에 후보를 안 내면 국민들이 뭐라고 보겠나”라고 말했다. 기존 정치권과 연대하지 않고도 새누리당과 이미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은 야권연대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기존 정치권과의 섣부른 정치공학적 연대는 새 정치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도 안철수 신당의 창당이 예상했던 것보다 지지부진하고 인재 영입에도 큰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연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은 “정치공학적 연대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며 “이제 민주당은 연대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정책대결로 평가받고 당의 존재감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명령은 (야권)연대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야권의 주도) 세력을 바꾸라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며, 정의당은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제 회복 조짐, 與圈에 유리
여하튼 현재 야권의 기조로 봐서는 이번 지방선거는 통합된 여권과 분열된 야권 구도 속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승리 요인은 야권단일화 실패와 야당의 무능이 핵심이었다. 민주당은 작년 1년 내내 대여(對與) 투쟁을 벌였지만 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절반 수준에서 정체(停滯)돼 있다.
작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역할 수행을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6월 61%→7월 69%→ 8·9월 72%→ 10월 77%로 민주당이 대여 강경투쟁을 하면 할수록 야당 역할 평가는 오히려 나빠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대선 패인 요인들이 또다시 나타나면 새누리당이 낙승(樂勝)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경제회복 조짐이 점차 강화되고 있고, 경제에 대한 소비자심리가 안정적이다.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경기선행(先行)지수는 101.7로 전월(前月·101.5)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 조사에서도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줄곧 100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 CCSI는 201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CCSI가 100을 웃돌면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향후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많다는 것은 여당에 그만큼 유리하다는 시그널이다.
하지만 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무시 못할 부정적(비관적) 시그널도 존재한다.
첫째,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통설(通說)이 깨지기 어렵다. 역대 지방선거를 보면 야당 심판보다는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면서 여당이 대부분 패배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치러진 1998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1997년 12월 대선(大選) 때 형성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가 유지되면서 여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1995년, 2002년, 2006년,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모두 압승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특징은 유권자들이 총선과 대선보다는 정부가 그동안 잘했는지 아니면 못했는지를 기준으로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선거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서민경제를 잘 다루었는지를 토대로 ‘응징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2010년 지방선거는 이명박(MB) 정부 출범 2년4개월 만에 치러졌다. 여론조사에서는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선거 직후 KPS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로 가장 많은 37.4%가 ‘서민경제를 어렵게 해서’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이어서’(22.8%),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서’(16.7%),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해서’(10.1%), ‘정치갈등을 증폭시켜서’(5.2%),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3.8%) 순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던 원인도 상당히 유사하다. 한국선거학회가 2006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가장 큰 이유로 57.4%가 ‘서민경제를 어렵게 해서’를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집권당이 교만하고 무능해서’(14.1%), ‘정치갈등을 증폭시켜서’(10.8%),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돼서’(5.0%),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해서’(4.0%),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심화돼서’(3.0%) 순으로 나타났다.
家計부채·전셋값 상승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8월 집권 1년차 후반기부터 국민이 체감(體感)하는 성과를 내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MB 정부가 참패할 당시 6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3월 19일까지 사상 최장 기간(61주)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했다. 그때 야권연대가 내세운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무(無)1반(半)’ 이슈가 위력을 발휘했다. 경제가 지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1월 9일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7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고 밝혔다. 서울의 전셋값은 3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은 중산층(中産層) 이하에서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해 말 기점으로 가계부채(家計負債)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미국의 양적(量的)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불안의 ‘뇌관’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자영(自營)업자와 취약계층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 가계부채 등으로 경제적 압박을 심하게 받는 계층들은 선거에서 정부에 대한 응징 투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의 女王’ 없이 선거 치러야
둘째, 박근혜가 없는 선거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의 여왕(女王)’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가 한나라당이 존립 위기에 빠졌을 때 박근혜 대표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해 127석을 얻어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서 박근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0 대 40의 승리도 일궈 냈다. 2012년 총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패색(敗色)이 짙었던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과반수 정당을 일궈 냈다. 여하튼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지휘한 선거에서 사실상 대부분 승리했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할 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는 직접 개입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을 대체할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 내야 할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황우여(黃祐呂) 대표를 당의 간판으로 세워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최악(最惡)이라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조기(早期)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를 새로 뽑고 새 대표가 모든 것을 걸고 선거를 진두(陣頭)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황우여 대표는 “임기 만료 시점인 5월 15일이 지방선거 직전이라서 전대(全大)를 치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기전대론’에 대해 “2~3월에 미리 하면 좋지만 당이 시끄러워질 수 있어 걱정이 많다”며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당의 간판이 지나치게 취약할 경우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 유권자들은 투표할 때 정당 일체감보다는 정당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일체감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불이행이다. 대선 후 1년6개월 만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중시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공약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여부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재원부족 등의 이유로 핵심 공약을 파기하기나 축소해야만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게 월(月)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 ‘대학생 반값 등록금’ 공약 등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증세(增稅) 없다’는 원칙에서도 후퇴했다. 작년 8월 연소득 5500만원 이상 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감면(減免) 혜택을 줄이는 것이지 증세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말에 여야 합의로 소득세 과표 조정과 법인세 최저한 세율조정을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계개발원의 ‘2013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6위다.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신문·에이스리서치 신년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 ‘소통 미흡’(32.1%)과 ‘공약 실천 미흡’(30.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12.2%)보다 훨씬 비중이 높았다.
몸 사리는 수도권 與圈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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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 김문수 경기 지사, 남경필 의원, 황우여 대표(왼쪽부터) 등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은 지방선거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 |
여권의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정몽준 전 대표는 올해 초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황식(金滉植) 전 총리도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미국에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에 나갈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현직 김문수 지사는 불출마 의지가 강하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남경필 의원은 5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에 집중하겠다고 한 발 빼고 있다. 인천의 경우 현직 송영길 시장에 맞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황우여 대표는 차기 국회의장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승리를 위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출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출마를 고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체 승리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현 시점에서 정부·여당에 긍정적(낙관적) 신호와 부정적(비관적) 신호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방선거가 본격화하는 올 3월부터 과연 어느 시그널이 우위를 차지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 선거에서는 선거가 가까울수록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신호가 긍정적인 신호를 제압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작년 말 철도파업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폭발력이 센 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실례로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營利)형 자(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3월 3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인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핵심 국정과제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걸었다. 특히, ‘공공기관의 정상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지방선거전에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勞組) 간에 엄청난 갈등과 대립이 노출된다면 여당에는 치명적인 악재(惡材)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 우리 사회 곳곳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정상화 개혁도 꾸준히 추진해 갈 것”이라고 했다. 거듭 ‘정상화’ 드라이브 의지를 강력하게 표방한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권력의 오만이다. 이런 오만한 개혁은 선거에서 부메랑이 되어 여당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선거 기류가 불통(不通)과 독선적인 정부를 심판하는 것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화 개혁’이 성공해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부가 그동안 누렸던 비정상적인 기득권을 내려놓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안철수 新黨의 파괴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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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월 1일 국립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안철수 의원은 신당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새해부터 광폭(廣幅)의 행보(行步)를 이어 가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국립현충원의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묘역, 8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더불어 영호남을 아우르는 본격적인 민심 잡기에 나섰다. 작년 말에 야권의 본거지인 광주(光州)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월 8일에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신당 창당 설명회를 개최했다. 거기서 안 의원은 “정치 경쟁이 없으면 국민의 뜻을 살필 이들도, 결과에 책임질 이들도 없다”면서 “지금 시대의 흐름은 영남과 호남으로 대표되는 양대 지역주의를 깨는 것”이라며 기존 기득권 정치에서 벗어나 안철수의 새 정치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기득권이 지배해 온 한국 정치의 전면적 개편과 뿌리 깊게 박힌 기형적 민주주의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새 정치가 가야 할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하튼 안 의원은 호남을 중심으로 수도권, 부산에 후보를 내고 새누리당·민주당과 정면 승부해 ‘돌풍’을 일으키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민주당을 뒤흔들고 궁극적으로 야권발(發)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안철수, 김종필, 박근혜
“안풍(安風)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진 지극히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에서부터 “정치권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다양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량감 있는 야권 인사가 신당을 창당한 사례는 두 차례 있었다.
1995년 1월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자당의 김종필(金鍾泌) 대표최고위원이 탈당해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자민련을 창당했다. 그해 6월 27일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은 충청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충청 돌풍을 일으켰다. 더구나 자민련은 31곳의 충청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1곳(67.7%)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에서 정치 기반을 구축한 다음 자민련은 1996년 총선에서 전체 253개 지역구 중 41곳(16.2%)에서 승리했다. 28곳의 충청권 지역구 중 24곳(85.7%)에서 승리해 기염을 토했다. 더구나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32개) 지역구에서도 예상을 깨고 10곳(31.3%)에서 승리해 제3정당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2년 2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다음 그해 6월 지방선거에 참여했던 박근혜 대표는 참패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한 명도 없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후보 10명(경기 3명, 충남 2명, 경북 5명)을 공천했지만 전패(全敗)했다. 대구와 경남에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2석을 건졌을 뿐이다. 결국 박근혜 대표는 2002년 11월 한나라당과 한국미래연합이 합당하는 형식으로 다시 한나라당에 복당(復黨)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김종필의 길’을 걸을지, ‘박근혜의 길’을 걸을지 현재로서는 예단(豫斷)하기 어렵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안철수 의원은 ‘김종필의 길’을 걸을 개연성(蓋然性)이 있다. 아직 창당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꾸준히 새누리당과 오차(誤差)범위 내 접전(接戰)을 벌이고 있고,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딜레마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월 6~9일)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31%로 새누리당(36%)과 근소한 차로 접전을 벌였다. 더구나 호남 지역에서는 신당의 지지율이 45%로 민주당(13%)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안철수 신당 지지층의 분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이 11%, 민주당 지지층이 41%, ‘지지 정당 없음’에서 46% 등이었다. 안철수 신당 지지층은 무당층(無黨層)과 민주당 중심임을 알 수 있다.
세대별로 보면, 안철수 신당은 20~30대 젊은층은 물론 40대에서도 새누리당을 앞서고 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울산·경남에서 새누리당(38%)과 안철수 신당(34%)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각종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화이트칼라 층에서 안철수 신당(43%)은 새누리당을 21%포인트, 민주당을 2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그런데 안철수 진영은 크게 두 개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우선, 당 지지율은 높지만 막상 후보를 대입(代入)한 가상 대결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뒤지고 있다. 현재 신당이 받고 있는 지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반사이득일 뿐 실제 득표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野圈 표 분산 우려
또 다른 딜레마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경쟁하면 야권 표가 분산돼 필패(必敗)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의 경우 야권 분화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漁夫之利)’만 안길 수 있다.
1996년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은 예상을 깨고 서울 27석(57.4%), 인천 9석 (81.8%), 경기 18석(47.4%) 등 수도권에서 총 54석(56.3%)을 얻었다. 반면, 김대중 총재가 정계복귀 후 1995년에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서울 18석(38.3%), 인천 2석(18.2%), 경기 10석(26.3%) 등 총 30석(31.3%)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회의는 이종찬 부총재, 정대철 선대위 의장, 박지원 대변인이 줄줄이 낙선했다. 야권이 김대중 신당과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된 결과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안 의원이 정권교체를 위해선 야권 지역인 호남에 와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고향인 부산·영남, 야권 취약 지역에 가서 싸워 이겨 오는 것이 바람직한데, 거기는 보지 않고 호남에 와서 싸우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 안철수 신당이 수도권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돌풍을 기대하기 어렵다. 윤여준 새정추 의장은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야권분열론에 대해 연대하거나 단일화하는 것을 국민들은 구태(舊態)로 보고 있다며, 새 정치를 표방하는 입장에서 구태정치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처한 이런 딜레마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안 의원 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과제는 ‘안풍의 재점화(再點火)’, ‘이념 정체성(正體性) 확립 및 새 정치 어젠다 제시’, ‘인재 영입’ 등 세 가지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안철수 의원이 이런 과제들을 조속히 실천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안철수 신당의 미래는 어둡다.
‘安風’을 再점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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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5일 안철수 의원과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
현 상황에서 ‘안풍 재점화’의 핵심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전국 정당화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으로서 다른 곳도 아닌 서울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명분이 없다. 그런데 후보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내일’의 소장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현실정치는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권유를 사실상 거절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지금은 많이 식었다. 그동안 결정적 순간에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는 결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십고초려(十顧草廬)해서 모셨다는 윤여준 새정추 의장의 말처럼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이 꼭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서울시장 출마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서울시장에 출마해 안풍을 재점화시키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벽을 넘나드는 제3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철수, YS에게 배워야
시간이 지나 하늘에서 저절로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안이한 자세로는 결코 정치개편의 주역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정치생명을 걸며 국민속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보일 때만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 의원은 1985년 2월 12일 12대 총선에서 보여준 정치 승부사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YS는 전두환(全斗煥) 정권하에서 12대 총선 직전 신한민주당(신민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총선의 상징인 종로·중구 지역구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민우(李敏雨) 신민당 총재를 출마시켰다. 그 지역에서 절대 아성(牙城)을 지키고 있었던 집권당인 민정당의 이종찬 후보와 제1야당인 민한당의 정대철 후보와 대결하도록 했다.
이민우 총재는 첫 합동유세에서 그 누구도 언급하지 못했던 “전두환은 독재자다”라고 외쳤다. 전두환 독재정치에 주눅 들어 있던 국민의 가슴에 분노와 저항의 불을 댕겼다. 모두가 무모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정치 9단 YS 특유의 허를 찌르는 정치적 결단 한 방으로 그야말로 ‘신민당 돌풍’을 일으켰다. 신생 정당 신민당은 제1야당이 됐고, 총선 직후 민한당을 흡수·통합시켰다.
안 의원 말대로 “새 정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면 안 의원이 진정 해야 할 일은 전국을 돌며 신당 설명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새 정치’는 2012년 9월 대통령 출마 선언 이후 안철수 의원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안철수 의원이 내놓은 새 정치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공허(空虛)하고 실체(實體)가 없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내일’의 이사장을 맡으며 한때 ‘안철수의 멘토’로 떠올랐던 최장집(崔章集) 고려대 명예교수는 안 의원에게 몇 가지 충고를 한 적이 있다.
최장집 교수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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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6월 9일 안철수 의원의 ‘정책네트워크내일’ 개소식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최장집 이사장, 장하성 연구소장(왼쪽부터). 최장집 이사장은 안철수 곁을 떠났고, 장하성 소장은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
그러나 최 교수는 “이미 존재하는 양당 속에서 중간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거나 양비론(兩非論)을 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이 세력은 기존 정당체제에서 종속변수밖에 안 된다. 제3당이 한국 정치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려면 새로운 이념을 내놓는 독립변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장집 교수의 또 다른 충고는 제3정당은 자신의 메인 어젠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력화를 빨리 하는 것보다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메인 어젠다를 제시하고, 그걸 기준점으로 지지자들을 굳혀 나가고, 관련된 여러 사회집단들을 대표하는 역할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장기적으로 보고 가는 것이 탄탄하기도 하고 오히려 더 빠르기도 하다”고 했다.
한국 정당정치사를 보면 특정 개인의 인기를 중심으로 당을 만들면 개인의 인기가 없어진 후 그 당도 함께 없어졌다. 정주영(鄭周永)의 통일국민당, 문국현(文國現)의 창조한국당 등 제3정당의 경우에는 예외가 없었다.
안철수 신당이 이런 실패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으려면 안철수 개인이 아니라 국민이 공감하고 지향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이 구체적인 정책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민주당에 대한 불만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결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편의주의적 思考로는 국민 감동 못 시켜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안철수 신당의 인재 영입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보도가 많아지고 있다. 송호창 새정추 소통위원장은 “현실정치의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을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물이 영입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런 인재 영입의 원칙 속에서 “영입 인물을 ‘과거’로 한정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편의주의적 사고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까지 안철수 의원이 영입한 인사들은 개인적인 역량과 능력은 있지만 국민을 감동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지 14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15년, 박근혜 대통령은 14년 만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더디지만 옳은 길을 걷는 것이 강하고 아름답다. 안 의원은 이 점을 깊이 유념해 길게 호흡하고 세상을 멀리 내다보는 인물들과 함께 좋은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제 새 정치는 식상해졌다. 안 의원은 현 시점에서 정말 자신이 새 정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