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분간 현역의원이 몰릴 가능성 全無
⊙ 간판급 大魚 영입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 “제3정당은 감동 줄 수 있지만 그렇게 쉽지 않다”(文國現)
⊙ 확고한 몰표 기반 없는 전국정당은 허구
⊙ 安哲秀, 독자세력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하는데
⊙ 간판급 大魚 영입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 “제3정당은 감동 줄 수 있지만 그렇게 쉽지 않다”(文國現)
⊙ 확고한 몰표 기반 없는 전국정당은 허구
⊙ 安哲秀, 독자세력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하는데
- 2013년 6월 9일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발족했다.
2013년 8월 15일 현재. 안철수(安哲秀) 신당은 아무런 실체가 없다. 말만 무성하다. 그런데도 지지율은 제1야당인 민주당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안철수 신당 창당을 전제로 조사한 결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2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39.5%, 14.6%였다.
지난 6월 28일 한국갤럽(새누리당 30%, 안철수 신당 25%, 민주당 9%), 7월 31일 리서치뷰(새누리당 30.2%, 안철수 신당 28.3%, 민주당 12.2%) 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25%를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야의 지루한 정쟁에 혐오감을 가진 이들이 안철수 신당에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20% 중후반대를 기록해서일까. 신당 창당과 관련,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던 안 의원의 모습도 달라졌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침없이 ‘신당 창당’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데…
다음은 최근 신당과 관련한 안 의원의 발언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양당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짜 맞춰져 괴리가 심한 것 같다.”(5월 24일 국회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
“저도 최장집 교수님과 같은 생각이다.”(5월 28일 최장집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이 노동 중심의 신당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주도세력의 교체는 시대적 과제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10월도 좋고 내년도 좋고, 좋은 분들과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7월 19일 전북 전주덕진 예술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정해진 정치 일정들(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에 대해선 그 상황에 맞게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7월 28일 《중앙일보》 인터뷰)
“부산이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적합한 분을 찾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7월 28일 《부산일보》 인터뷰)
“제가 깃발을 들고 개인 당을 만들면 속시원히 창당 계획을 말할 수 있지만 만난 사람들과 공동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표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7월 28일 《광주일보》 인터뷰)
발언을 종합하면 이 시각 현재 안철수 의원은 신당을 만들기 위해 뛰고 있음이 느껴진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단 얘기다.
명분과 勢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당을 만들 수 있다. 안철수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현재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을 보면 셀 수조차 없이 많다. 듣도 보도 못한 것들도 많다. 그러니까 문제는 정당다운 정당을 만들 수 있느냐다. 안철수 의원의 신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른 사람과 달리 신당을 성공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많기 때문이다. ‘신당의 성공’이란 게 어떤 형태를 말하는 것인지는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원내교섭단체(20석) 수준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이라야 성공한 정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김종필(金鍾泌・JP)씨가 창당했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정도는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민생(民生)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박터지게 싸움질만 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뭔가 뜻을 펼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까지의 지지율로만 보면 안철수 의원은 충분히 그런 신당을 만들고도 남는다. 태어나지도 않은 이 가상(假想)정당인 ‘안철수당’은 정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국민이 이를 궁금해하고 있다. 견해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정당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현재의 여야 의원들은 실패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정치학자와 평론가는 정치 성향에 따라 성패를 조심스럽게 점친다.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이에 《월간조선》은 과거 제3정당 창당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그래서 이들의 전망은 좀 더 객관적이고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
1992년 새한국당을 창당한 바 있는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은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역의원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안철수 신당의 인기가 좋기는 하지만 민주당 현역의원들은 내심 ‘그래도 선거 때는 민주당을 찍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원장의 이야기다.
“1992년 새한국당을 창당할 때 민자당 내에 나를 동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탈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명분과 세(勢)를 확보하지 못하면 (신당 성공은)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 이 전 원장이 민주자유당(민자당)을 탈당하고 나서 만든 새한국당은 현역의원 수가 적어 국회에서는 물론 대선정국에서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민자당 내 민정계 유력 주자로 민주계의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에 맞섰던 이 전 원장은 경선 이틀 전 불공정 경선을 문제 삼아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탈당했다.
탈당한 이 전 원장이 새한국당을 창당할 당시 함께 민자당을 뛰쳐나온 현역의원은 5명(이자헌·李慈憲, 박철언·朴哲彦, 유수호·劉守鎬, 김용환·金龍煥, 장경우·張慶宇)이었다. 여기에 민주당을 탈당한 한영수(韓英洙) 의원이 합류했다. 이마저도 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이 전 원장과 다른 의원들은 갈라섰다. 이 전 원장과 장경우 의원을 빼고는 모두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끄는 통일국민당(국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 전 원장은 “새한국당의 현역은 두 명뿐이었다”고 했다. 당시 3당 합당(민정+통일민주+공화)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의석 수는 218석이었다.
“신당에 현역의원 없으면 페이퍼컴퍼니나 마찬가지”
1997년 국민신당을 창당했던 새누리당 이인제(李仁濟) 의원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 엘리트들이 많이 참여해야 하는데 내 정치 경험상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현역의원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다.
“1992년 8월 31일 3자 대결에서 제가 여론조사 1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때 신당을 창당하면 같이하겠다는 의원들이 40명쯤 됐습니다. 10월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10월 10일 국민신당을 창당하고 대선을 한 달 보름쯤 앞둔 11월 4일 창당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아침 자부터 중앙 일간지가 제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200억원을 받았다며 ‘국민신당=김영삼 신당’이라고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당시 YS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으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제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고, 합류하겠다는 의원들도 하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신당도 비슷할 것으로 봅니다. 안 의원의 지지율이 높으면 뭔가 될 것 같지만, 실제 당을 만들면 여러 변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현역의원이 얼마나 참여할 것 같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 현상이 소멸한 이 시점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의원은 없다고 봅니다. 현역의원이 없는 신당은 요즘 유행하는 페이퍼컴퍼니와 별다를 게 없습니다.”
이 의원은 16년 전인 1997년 7월 21일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뒤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9월 13일),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국민신당에는 국민신당 초대 총재를 맡은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을 포함해 7명(서석재·徐錫宰, 김운환·金沄桓, 박범진·朴範珍, 이용삼·李龍三, 한이헌·韓利憲, 김학원·金學元, 원유철·元裕哲)의 현역의원이 참여했는데 이 의원의 예상에 훨씬 못 미친 수였다. 신한국당 의원 수는 총 139명이었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국민신당은 그해 9월 28일 당 소속 의원 8명 중 7명이 새정치국민회의로, 1명이 자민련에 입당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치 엘리트 영입 난항 겪을 것”
16대 대선을 1달여 앞둔 2002년 11월 11일 정몽준(鄭夢準) 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국민통합21의 창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한 인사도 “국민통합21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대어’ 영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안철수 신당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똑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설명이다.
“2002년 10월 16일 발기인대회에 내세울 1500명의 발기인 선정에 총력을 기울일 당시 정 후보의 지지율은 27% 정도였습니다. 1위인 이회창 후보(31%)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었지요.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14%였습니다. 지지율도 상승세였기 때문에 다수의 현역의원과 시민 사회운동 지도급 인사들이 발기인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나니 ‘대어’급 인사가 별로 없더군요. 신당 창당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자료를 뒤져 보니 4000여 명의 발기인 신청자 가운데 지명도 있는 인사는 10여 명의 전직 국회의원과 양승택(梁承澤) 전 정보통신부장관, 조남풍(趙南豊) 전 보안사령관, 김척(金拓) 예비역중장, 안기부 국장 출신 K씨, 탤런트 최진실씨, 체육인 이만기씨 등에 머물렀다. 당시 국민통합21에 합류한 현역은 민주당 출신의 안동선(安東善) 의원 한 명이었다.
그렇다 보니 창당발기인 대회를 주도할 창당준비위원장 영입 작업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고건(高建), 조순(趙淳) 두 전직 서울시장을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접촉했지만 두 사람 모두 고사한 것이다. 결국 국민통합21 창당준비위원장은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유창순(劉彰順) 전 총리가 맡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요즘 안철수 의원도 창당 또는 독자세력화를 위해 참신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재보선에 나설 제3후보군을 찾는다던데 그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신당이 성공하려면 현역의원과 명망 있는 외부 인사 다수가 참여해야 합니다.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니요.
“온다는 사람을 다 받아들이자니 기존 정당에서 밀려난 인사들을 규합했다는 비판을 받고, 받지 않자니 세가 부족해 신당이 탄력을 잃게 되고…. 국민통합21도 2002년 후단협이 국민통합21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다수의 현역의원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정치꾼’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당시 정 후보의 최대 무기는 참신성이었습니다. 노회한 이미지의 정치인과 손을 잡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만약 받아들였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미지에는 상처를 입었겠지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후단협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의 줄임말이다. 2002년 10월 4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15%대로 주저앉자 김원길, 김영배, 박상규, 김기재, 최명헌, 이윤수, 유용태, 설송웅, 김경천, 김덕배 등 34명의 반노(反盧)·비노(非盧) 의원들은 후단협을 구성했다. 이들은 한 달 뒤인 11월 4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집단 탈당했다.
—현역의원 영입이 보통 일이 아니군요.
“거의 모든 제3정당이 실패한 원인이 무엇입니까. 현역의원 영입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현역의원은 철저히 자신의 이해득실이나 타산에 따라 움직입니다.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신당에 현역의원을 비롯한 인재들이 모여들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안 의원이 인재 영입을 위해 동분서주한다고 하던데, 곧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통합21은 ‘당은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에 각각 1000명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정당법에 자격이 미달, 2004년 9월 8일 해산됐다.
안 의원 측, “끌어올 誘引이 없다” 실토
안 의원과 공통점이 많은 문국현(文國現) 전 의원도 안철수 신당과 관련 지난 2월 6일 《TV조선》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제3정당은 감동 줄 수 있지만 (창당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철수’라는 인물과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시대정신 두 가지만 가지고 제3정당을 만들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18대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는 “안철수 교수가 절대 당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이질적인 사람들이 당에 들어와서 굉장히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공한 기업인 출신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문 전 의원은 17대 대선을 앞두고 ‘나 홀로’ 창조한국당을 창당했다. 기존 정당을 탈당하고 창조한국당으로 들어간 현역의원은 김영춘 의원(현 민주당 부산진 갑 위원장) 한 명이었다.
문 전 의원의 대선 패배 후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사당화(私黨化)’ 논란에 휩싸이는 등 해산 직전까지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신당을 창당했다가 실패의 아픔을 겪었던 이들은 신당 성공의 열쇠가 정치 엘리트 영입인데 오랫동안 양당 구도를 형성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제3정당이 ‘새 정치’ 이미지에 부합하는 현역의원과 촉망받는 정치신인, 참신한 이미지의 비정치권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신당도 결국, 기존의 실패한 제3정당과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얘기가 절대다수였다.
실제 안 의원은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구체적 성과가 없어 고민에 빠진 상태다. 안 의원은 지속적으로 주변에서 추천을 받거나 본인이 틈틈이 사람을 만나 재보선 후보군을 물색 중이지만 당장 안 의원 측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사가 개혁 성향의 전직 의원 모임인 ‘6인회’ 소속의 홍정욱·정태근·김부겸·정장선·김영춘 전 의원 등이다.
안 의원과의 연대론이 제기되는 민주당 손학규(孫鶴圭) 상임고문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자유민주당(현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과의 연정 파트너) 등 유럽 내 제3정당들이 잘되는 것 같지만 아니더라. 결국 이들이 메이저는 되지 못한다”며 “제3정당은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이라고 안철수 신당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김두관(金斗官) 상임고문 또한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당에 대한 도의도 아니다”고 했다. 손-김 고문은 현재 독일 유학 중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안 의원 쪽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는 의원이 (거절했다고) 고백했다”며 “안 의원 상황이 영입도 잘 안 되고, 여의치 않은 것 같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안 의원 쪽 요즘 세가 빠진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도 “지난 대선 때의 열기와는 달리 안 의원 측에 동참하려는 인사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도 이를 인정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력화 성공은 선거에 달렸는데 좋은 후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안철수 진영이 아직 제대로 된 평가와 인정을 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유능한 인사를 찾았다 해도 끌어올 유인(誘引)이 없다”고 했다.
현재 무소속 송호창(宋皓彰) 의원을 제외하고 안철수 신당 참여 의사를 밝힌 현역의원은 없다. 진보정의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강동원(姜東遠) 의원만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강 의원은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김대중(DJ) 공동의장의 비서를 시작으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 야권통합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에 합류했으며 야권 단일후보로 전북 남원·순창에서 당선된 뒤 통합진보당의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가 불거지자 진보정의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당적을 여러 번 옮겼다.
安哲秀 신당의 成功 가능성은?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새한국당 건설자였던 이종찬 전 원장은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소속, 혹은 안철수 간판을 달고 나온 후보가 최소한 광주·전남·전북 광역단체장직은 휩쓸어야 한다”고 했다.
—호남에 안 의원의 지역 기반이 없는데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시사in》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시장·전남도지사·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더라고요.”
—여론조사 표본이 500명밖에 안 되던데, 여론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게 걸려서 저도 최근 호남 사람들을 광주에서 만나 직접 상황을 물어보니 (안철수 측이 앞서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호남에서 완승한다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입니다. 민주당 현역의원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마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을 접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호남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안철수 세력이 유의미(有意味)한 성과를 낸다면 신당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이 전 원장의 분석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안 의원 측이 눈앞에 닥친 10월 재보궐 선거보다 1년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월 재보궐 선거는 예상보다 적은 지역에서 치러져 화력을 모아도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호남에서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가 각양각색이다. 《시사in》의 여론조사(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수준)처럼 안철수 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있지만, 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앞선다는 통계도 있다.
《전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에 따르면 광주시장의 경우 1위는 민주당 이용섭(李庸燮) 의원(19.4%)이 차지했다. 안철수 신당 후보로 분류된 장하성(張夏成)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은 6%에 그쳤다.
또 전북 지역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 추세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이 조사한 여론조사라 신뢰성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호남 지역에 부는 ‘안철수 신당’ 바람이 미풍(微風)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는 될 수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지난 7월 말 서울 모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 전북 지역 11개 선거구별 유권자 200명씩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지지율 등에 대해 전화 면접 방식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목포 출신의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과거 민주당이 구태의 상징이자 타도의 대상이었다면 현재의 민주당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이 탄탄하게 포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름 혁신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지금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호남에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한 바 있는 박찬종(朴燦鍾) 변호사는 “안철수 신당은 확고한 지역 기반이 없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제가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한 1992년에는 YS, DJ, JP가 각각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꽉 잡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됐지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하면 상황이 나아졌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확고한 지역 기반이 없으면 그 정당은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에도 경상도, 전라도 출신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흔히 지역 기반이 없으면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면 된다고 하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박 변호사는 1992년 2월 25일 YS, DJ 위주의 정치권 구도 청산을 위해 신정치개혁당을 만들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신정치개혁당 후보로 나선 박 변호사는 패배 이후 정주영 회장이 탈당하고 무주공산으로 남은 국민당 잔류파와 합당, 신민당을 결성하기도 했다.
과거 심대평(沈大平)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확고한 지역 기반 없는 전국정당은 허구”라고 했다. 텃밭이 없는 정당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안 의원은 지역적 기반이 사실상 없다. 안 의원의 고향인 부산은 새누리당 절대 강세 지역이다.
현대그룹이라는 조직과 막강한 자금력, 여기에다 강원도라는 지역적 기반까지 갖춘 정주영 회장의 국민당은 제14대 총선에서 31명(지역구 24명, 전국구 7명)을 당선시키면서 정 회장의 대선 도전 발판이 됐다. 가장 단기간에, 가장 완벽하게 이룩한 성공이다. 더구나 정 회장의 창당 성공 신화는 지금과 달리 김영삼 후보에 우호적인 언론 환경과 권력기관의 끊임없는 견제를 뚫고 일군 것이어서 안 의원이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결국 민주당과 통합하지 않을까”
이인제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독자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과 통합하는 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내 경험상 신당을 만들더라도 독자적으로 지방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민주당과 지방선거 전에 통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과 안 의원이 물과 기름 같은 사이인데 통합이 가능하겠습니까. 더구나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하는 순간 새 정치의 맛이 가버릴 텐데요.
“정치에서는 물과 기름도 섞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과 기름이 섞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 큰 법이지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千正培) 전 의원도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천 전 의원은 7월 5일 광주 동구 학동 새정치경제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열린 강연에서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각각 후보를 내면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 상황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힘을 합쳐 개혁정치세력이 모두 모이는 개혁적 국민정당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양대세력이 선거연합이라도 성사시키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창당해야 한다”며 “새 정당은 단지 양대세력을 합쳐놓는 정당이 아니다. 계파나 정파들의 지분을 나누는 정당이 아닌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밝히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했다.
광주시장 후보군 중 한 명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 또한 7월 29일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선거연대를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 창당 수준의 개혁을 기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안철수 의원 측과 선거연대를 통해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 호남에서 민주당 독점주의가 깨지면 영남에서도 새누리당 독점주의가 깨지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는 만큼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安哲秀는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여”
현재까지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보다는 독자행보에 나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안 의원은 지난 5월 24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안 의원과 민주당은 같이 가야 하는 세력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여론조사를 보면 그런 흐름은 많이 달라졌고, 일반 시민의 여론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비호남에선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연대하고, 호남에선 연대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도 있다”는 질문에 “이번 노원선거를 보면 (내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지 답이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이 출마했던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같지만 민주당이 잠재적 우군인 안 의원에 ‘굴복’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안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와 그 후 대선에서도 이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만약 안 의원이 이런 생각 아래 신당을 만들고 정치를 해나간다면 민주당은 안 의원의 ‘주적(主敵)’이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어차피 이 두 당은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 의원의 독자행보는 긴 안목에서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민주당 등 기성정당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몸값을 높일 수 있고, 결정적 고비(대선)에선 결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독자행보가 성공하려면 전제조건이 따른다. 안 의원의 지지율이 차기 대선 직전까지도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압도해야 한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한 경험 있는 기자들의 말을 빌리면 최소 10%포인트는 차이가 나야 한다. 이인제 의원은 “차기 대선은 2017년에 치러진다. 지금 안 의원 지지율이 높다고 그때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며 “여러 번 강조하지만 이미 ‘안철수 현상’은 막을 내렸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내 정치 경험상 안 의원의 지지율은 유지되기 어렵다”고 했다.
박찬종 변호사도 “안 의원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이것은 거품”이라며 “안 의원의 지지율은 빠질 것이다. 한 언론 인터뷰를 봤는데 자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1대 1 대결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고, 내부의 여론조사 결과도 여전히 견조(堅調)하게 (문 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음에도 후보 단일화 약속을 위해 피눈물나는 결단을 했다고 밝혔던데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문 후보와 붙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안 의원을 보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이런 인물에게 국민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낼까 의문스럽다”고 했다.
과거 정당을 만들어봤던 경험자들의 전망대로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한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지 못할 것인가.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경험자들이 하지 못했다고 해서 안 의원이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다만 ‘안철수 현상’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그것을 동력(動力)으로 기존 정치 흐름을 바꾸려면 제갈량(諸葛亮)과 같은 신공(神功)이 필요하다. 2013년 8월까지 안 의원에겐 그런 신공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지금부터라도 그가 하기에 따라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난 6월 28일 한국갤럽(새누리당 30%, 안철수 신당 25%, 민주당 9%), 7월 31일 리서치뷰(새누리당 30.2%, 안철수 신당 28.3%, 민주당 12.2%) 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25%를 넘는 지지율을 보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야의 지루한 정쟁에 혐오감을 가진 이들이 안철수 신당에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20% 중후반대를 기록해서일까. 신당 창당과 관련,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던 안 의원의 모습도 달라졌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침없이 ‘신당 창당’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데…
다음은 최근 신당과 관련한 안 의원의 발언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양당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짜 맞춰져 괴리가 심한 것 같다.”(5월 24일 국회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
“저도 최장집 교수님과 같은 생각이다.”(5월 28일 최장집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이 노동 중심의 신당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주도세력의 교체는 시대적 과제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10월도 좋고 내년도 좋고, 좋은 분들과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7월 19일 전북 전주덕진 예술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정해진 정치 일정들(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에 대해선 그 상황에 맞게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7월 28일 《중앙일보》 인터뷰)
“부산이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적합한 분을 찾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7월 28일 《부산일보》 인터뷰)
“제가 깃발을 들고 개인 당을 만들면 속시원히 창당 계획을 말할 수 있지만 만난 사람들과 공동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표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7월 28일 《광주일보》 인터뷰)
발언을 종합하면 이 시각 현재 안철수 의원은 신당을 만들기 위해 뛰고 있음이 느껴진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단 얘기다.
명분과 勢를 확보하지 못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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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전 새한국당 대표. |
앞서 말했듯이 현재까지의 지지율로만 보면 안철수 의원은 충분히 그런 신당을 만들고도 남는다. 태어나지도 않은 이 가상(假想)정당인 ‘안철수당’은 정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국민이 이를 궁금해하고 있다. 견해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정당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현재의 여야 의원들은 실패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정치학자와 평론가는 정치 성향에 따라 성패를 조심스럽게 점친다.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이에 《월간조선》은 과거 제3정당 창당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험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그래서 이들의 전망은 좀 더 객관적이고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
1992년 새한국당을 창당한 바 있는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은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역의원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안철수 신당의 인기가 좋기는 하지만 민주당 현역의원들은 내심 ‘그래도 선거 때는 민주당을 찍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원장의 이야기다.
“1992년 새한국당을 창당할 때 민자당 내에 나를 동정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탈당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명분과 세(勢)를 확보하지 못하면 (신당 성공은)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 이 전 원장이 민주자유당(민자당)을 탈당하고 나서 만든 새한국당은 현역의원 수가 적어 국회에서는 물론 대선정국에서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민자당 내 민정계 유력 주자로 민주계의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에 맞섰던 이 전 원장은 경선 이틀 전 불공정 경선을 문제 삼아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탈당했다.
탈당한 이 전 원장이 새한국당을 창당할 당시 함께 민자당을 뛰쳐나온 현역의원은 5명(이자헌·李慈憲, 박철언·朴哲彦, 유수호·劉守鎬, 김용환·金龍煥, 장경우·張慶宇)이었다. 여기에 민주당을 탈당한 한영수(韓英洙) 의원이 합류했다. 이마저도 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이 전 원장과 다른 의원들은 갈라섰다. 이 전 원장과 장경우 의원을 빼고는 모두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끄는 통일국민당(국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 전 원장은 “새한국당의 현역은 두 명뿐이었다”고 했다. 당시 3당 합당(민정+통일민주+공화)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의석 수는 218석이었다.
“신당에 현역의원 없으면 페이퍼컴퍼니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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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제(가운데) 전 경기지사가 1997년 10월 14일 대구 시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에서 장을병(오른쪽) 의원, 유성환 전 의원의 손을 치켜들고 있다. |
“1992년 8월 31일 3자 대결에서 제가 여론조사 1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때 신당을 창당하면 같이하겠다는 의원들이 40명쯤 됐습니다. 10월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10월 10일 국민신당을 창당하고 대선을 한 달 보름쯤 앞둔 11월 4일 창당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아침 자부터 중앙 일간지가 제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200억원을 받았다며 ‘국민신당=김영삼 신당’이라고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당시 YS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으니 어떻게 됐겠습니까. 제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고, 합류하겠다는 의원들도 하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신당도 비슷할 것으로 봅니다. 안 의원의 지지율이 높으면 뭔가 될 것 같지만, 실제 당을 만들면 여러 변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현역의원이 얼마나 참여할 것 같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 현상이 소멸한 이 시점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의원은 없다고 봅니다. 현역의원이 없는 신당은 요즘 유행하는 페이퍼컴퍼니와 별다를 게 없습니다.”
이 의원은 16년 전인 1997년 7월 21일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뒤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9월 13일),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국민신당에는 국민신당 초대 총재를 맡은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을 포함해 7명(서석재·徐錫宰, 김운환·金沄桓, 박범진·朴範珍, 이용삼·李龍三, 한이헌·韓利憲, 김학원·金學元, 원유철·元裕哲)의 현역의원이 참여했는데 이 의원의 예상에 훨씬 못 미친 수였다. 신한국당 의원 수는 총 139명이었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국민신당은 그해 9월 28일 당 소속 의원 8명 중 7명이 새정치국민회의로, 1명이 자민련에 입당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치 엘리트 영입 난항 겪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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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의원이 2002년 10월 17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입당한 김민석 전 의원과 함께 국민통합21 창당준비위 현판식을 갖고 있다. |
“2002년 10월 16일 발기인대회에 내세울 1500명의 발기인 선정에 총력을 기울일 당시 정 후보의 지지율은 27% 정도였습니다. 1위인 이회창 후보(31%)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었지요.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14%였습니다. 지지율도 상승세였기 때문에 다수의 현역의원과 시민 사회운동 지도급 인사들이 발기인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나니 ‘대어’급 인사가 별로 없더군요. 신당 창당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자료를 뒤져 보니 4000여 명의 발기인 신청자 가운데 지명도 있는 인사는 10여 명의 전직 국회의원과 양승택(梁承澤) 전 정보통신부장관, 조남풍(趙南豊) 전 보안사령관, 김척(金拓) 예비역중장, 안기부 국장 출신 K씨, 탤런트 최진실씨, 체육인 이만기씨 등에 머물렀다. 당시 국민통합21에 합류한 현역은 민주당 출신의 안동선(安東善) 의원 한 명이었다.
그렇다 보니 창당발기인 대회를 주도할 창당준비위원장 영입 작업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고건(高建), 조순(趙淳) 두 전직 서울시장을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접촉했지만 두 사람 모두 고사한 것이다. 결국 국민통합21 창당준비위원장은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유창순(劉彰順) 전 총리가 맡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요즘 안철수 의원도 창당 또는 독자세력화를 위해 참신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재보선에 나설 제3후보군을 찾는다던데 그게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신당이 성공하려면 현역의원과 명망 있는 외부 인사 다수가 참여해야 합니다.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니요.
“온다는 사람을 다 받아들이자니 기존 정당에서 밀려난 인사들을 규합했다는 비판을 받고, 받지 않자니 세가 부족해 신당이 탄력을 잃게 되고…. 국민통합21도 2002년 후단협이 국민통합21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다수의 현역의원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정치꾼’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안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당시 정 후보의 최대 무기는 참신성이었습니다. 노회한 이미지의 정치인과 손을 잡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만약 받아들였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미지에는 상처를 입었겠지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후단협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의 줄임말이다. 2002년 10월 4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15%대로 주저앉자 김원길, 김영배, 박상규, 김기재, 최명헌, 이윤수, 유용태, 설송웅, 김경천, 김덕배 등 34명의 반노(反盧)·비노(非盧) 의원들은 후단협을 구성했다. 이들은 한 달 뒤인 11월 4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집단 탈당했다.
—현역의원 영입이 보통 일이 아니군요.
“거의 모든 제3정당이 실패한 원인이 무엇입니까. 현역의원 영입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현역의원은 철저히 자신의 이해득실이나 타산에 따라 움직입니다.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신당에 현역의원을 비롯한 인재들이 모여들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안 의원이 인재 영입을 위해 동분서주한다고 하던데, 곧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통합21은 ‘당은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에 각각 1000명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정당법에 자격이 미달, 2004년 9월 8일 해산됐다.
안 의원 측, “끌어올 誘引이 없다” 실토
안 의원과 공통점이 많은 문국현(文國現) 전 의원도 안철수 신당과 관련 지난 2월 6일 《TV조선》과의 특별인터뷰에서 “제3정당은 감동 줄 수 있지만 (창당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철수’라는 인물과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시대정신 두 가지만 가지고 제3정당을 만들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18대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는 “안철수 교수가 절대 당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이질적인 사람들이 당에 들어와서 굉장히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공한 기업인 출신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문 전 의원은 17대 대선을 앞두고 ‘나 홀로’ 창조한국당을 창당했다. 기존 정당을 탈당하고 창조한국당으로 들어간 현역의원은 김영춘 의원(현 민주당 부산진 갑 위원장) 한 명이었다.
문 전 의원의 대선 패배 후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사당화(私黨化)’ 논란에 휩싸이는 등 해산 직전까지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신당을 창당했다가 실패의 아픔을 겪었던 이들은 신당 성공의 열쇠가 정치 엘리트 영입인데 오랫동안 양당 구도를 형성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제3정당이 ‘새 정치’ 이미지에 부합하는 현역의원과 촉망받는 정치신인, 참신한 이미지의 비정치권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신당도 결국, 기존의 실패한 제3정당과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얘기가 절대다수였다.
실제 안 의원은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구체적 성과가 없어 고민에 빠진 상태다. 안 의원은 지속적으로 주변에서 추천을 받거나 본인이 틈틈이 사람을 만나 재보선 후보군을 물색 중이지만 당장 안 의원 측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사가 개혁 성향의 전직 의원 모임인 ‘6인회’ 소속의 홍정욱·정태근·김부겸·정장선·김영춘 전 의원 등이다.
안 의원과의 연대론이 제기되는 민주당 손학규(孫鶴圭) 상임고문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자유민주당(현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과의 연정 파트너) 등 유럽 내 제3정당들이 잘되는 것 같지만 아니더라. 결국 이들이 메이저는 되지 못한다”며 “제3정당은 보조적인 역할만 할 뿐”이라고 안철수 신당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김두관(金斗官) 상임고문 또한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당에 대한 도의도 아니다”고 했다. 손-김 고문은 현재 독일 유학 중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안 의원 쪽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는 의원이 (거절했다고) 고백했다”며 “안 의원 상황이 영입도 잘 안 되고, 여의치 않은 것 같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안 의원 쪽 요즘 세가 빠진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도 “지난 대선 때의 열기와는 달리 안 의원 측에 동참하려는 인사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안 의원 측도 이를 인정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력화 성공은 선거에 달렸는데 좋은 후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안철수 진영이 아직 제대로 된 평가와 인정을 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유능한 인사를 찾았다 해도 끌어올 유인(誘引)이 없다”고 했다.
현재 무소속 송호창(宋皓彰) 의원을 제외하고 안철수 신당 참여 의사를 밝힌 현역의원은 없다. 진보정의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강동원(姜東遠) 의원만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강 의원은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김대중(DJ) 공동의장의 비서를 시작으로 지난 19대 총선 당시 야권통합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에 합류했으며 야권 단일후보로 전북 남원·순창에서 당선된 뒤 통합진보당의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가 불거지자 진보정의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당적을 여러 번 옮겼다.
安哲秀 신당의 成功 가능성은?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새한국당 건설자였던 이종찬 전 원장은 “안철수 신당이 성공하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소속, 혹은 안철수 간판을 달고 나온 후보가 최소한 광주·전남·전북 광역단체장직은 휩쓸어야 한다”고 했다.
—호남에 안 의원의 지역 기반이 없는데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시사in》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시장·전남도지사·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더라고요.”
—여론조사 표본이 500명밖에 안 되던데, 여론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게 걸려서 저도 최근 호남 사람들을 광주에서 만나 직접 상황을 물어보니 (안철수 측이 앞서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호남에서 완승한다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입니다. 민주당 현역의원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마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을 접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호남 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안철수 세력이 유의미(有意味)한 성과를 낸다면 신당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이 전 원장의 분석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안 의원 측이 눈앞에 닥친 10월 재보궐 선거보다 1년여를 앞둔 지방선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월 재보궐 선거는 예상보다 적은 지역에서 치러져 화력을 모아도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호남에서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가 각양각색이다. 《시사in》의 여론조사(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수준)처럼 안철수 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있지만, 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앞선다는 통계도 있다.
《전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에 따르면 광주시장의 경우 1위는 민주당 이용섭(李庸燮) 의원(19.4%)이 차지했다. 안철수 신당 후보로 분류된 장하성(張夏成)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은 6%에 그쳤다.
또 전북 지역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 추세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이 조사한 여론조사라 신뢰성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호남 지역에 부는 ‘안철수 신당’ 바람이 미풍(微風)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는 될 수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지난 7월 말 서울 모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 전북 지역 11개 선거구별 유권자 200명씩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지지율 등에 대해 전화 면접 방식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목포 출신의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과거 민주당이 구태의 상징이자 타도의 대상이었다면 현재의 민주당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이 탄탄하게 포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름 혁신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지금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호남에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한 바 있는 박찬종(朴燦鍾) 변호사는 “안철수 신당은 확고한 지역 기반이 없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제가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한 1992년에는 YS, DJ, JP가 각각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꽉 잡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됐지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은 당시와 비교하면 상황이 나아졌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확고한 지역 기반이 없으면 그 정당은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에도 경상도, 전라도 출신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흔히 지역 기반이 없으면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면 된다고 하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박 변호사는 1992년 2월 25일 YS, DJ 위주의 정치권 구도 청산을 위해 신정치개혁당을 만들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신정치개혁당 후보로 나선 박 변호사는 패배 이후 정주영 회장이 탈당하고 무주공산으로 남은 국민당 잔류파와 합당, 신민당을 결성하기도 했다.
과거 심대평(沈大平) 전 자유선진당 대표도 “확고한 지역 기반 없는 전국정당은 허구”라고 했다. 텃밭이 없는 정당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안 의원은 지역적 기반이 사실상 없다. 안 의원의 고향인 부산은 새누리당 절대 강세 지역이다.
현대그룹이라는 조직과 막강한 자금력, 여기에다 강원도라는 지역적 기반까지 갖춘 정주영 회장의 국민당은 제14대 총선에서 31명(지역구 24명, 전국구 7명)을 당선시키면서 정 회장의 대선 도전 발판이 됐다. 가장 단기간에, 가장 완벽하게 이룩한 성공이다. 더구나 정 회장의 창당 성공 신화는 지금과 달리 김영삼 후보에 우호적인 언론 환경과 권력기관의 끊임없는 견제를 뚫고 일군 것이어서 안 의원이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결국 민주당과 통합하지 않을까”
이인제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독자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과 통합하는 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내 경험상 신당을 만들더라도 독자적으로 지방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민주당과 지방선거 전에 통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과 안 의원이 물과 기름 같은 사이인데 통합이 가능하겠습니까. 더구나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하는 순간 새 정치의 맛이 가버릴 텐데요.
“정치에서는 물과 기름도 섞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과 기름이 섞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더 큰 법이지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千正培) 전 의원도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힘을 합쳐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천 전 의원은 7월 5일 광주 동구 학동 새정치경제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열린 강연에서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각각 후보를 내면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 상황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힘을 합쳐 개혁정치세력이 모두 모이는 개혁적 국민정당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양대세력이 선거연합이라도 성사시키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창당해야 한다”며 “새 정당은 단지 양대세력을 합쳐놓는 정당이 아니다. 계파나 정파들의 지분을 나누는 정당이 아닌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밝히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했다.
광주시장 후보군 중 한 명인 민주당 이용섭 의원 또한 7월 29일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선거연대를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지금 민주당에 창당 수준의 개혁을 기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안철수 의원 측과 선거연대를 통해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 호남에서 민주당 독점주의가 깨지면 영남에서도 새누리당 독점주의가 깨지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는 만큼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安哲秀는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여”
현재까지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보다는 독자행보에 나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안 의원은 지난 5월 24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안 의원과 민주당은 같이 가야 하는 세력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여론조사를 보면 그런 흐름은 많이 달라졌고, 일반 시민의 여론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비호남에선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연대하고, 호남에선 연대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도 있다”는 질문에 “이번 노원선거를 보면 (내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지 답이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이 출마했던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같지만 민주당이 잠재적 우군인 안 의원에 ‘굴복’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안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와 그 후 대선에서도 이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만약 안 의원이 이런 생각 아래 신당을 만들고 정치를 해나간다면 민주당은 안 의원의 ‘주적(主敵)’이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어차피 이 두 당은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 의원의 독자행보는 긴 안목에서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민주당 등 기성정당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몸값을 높일 수 있고, 결정적 고비(대선)에선 결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독자행보가 성공하려면 전제조건이 따른다. 안 의원의 지지율이 차기 대선 직전까지도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압도해야 한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한 경험 있는 기자들의 말을 빌리면 최소 10%포인트는 차이가 나야 한다. 이인제 의원은 “차기 대선은 2017년에 치러진다. 지금 안 의원 지지율이 높다고 그때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며 “여러 번 강조하지만 이미 ‘안철수 현상’은 막을 내렸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내 정치 경험상 안 의원의 지지율은 유지되기 어렵다”고 했다.
박찬종 변호사도 “안 의원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이것은 거품”이라며 “안 의원의 지지율은 빠질 것이다. 한 언론 인터뷰를 봤는데 자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1대 1 대결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고, 내부의 여론조사 결과도 여전히 견조(堅調)하게 (문 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음에도 후보 단일화 약속을 위해 피눈물나는 결단을 했다고 밝혔던데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문 후보와 붙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안 의원을 보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이런 인물에게 국민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낼까 의문스럽다”고 했다.
과거 정당을 만들어봤던 경험자들의 전망대로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한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지 못할 것인가.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경험자들이 하지 못했다고 해서 안 의원이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다만 ‘안철수 현상’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그것을 동력(動力)으로 기존 정치 흐름을 바꾸려면 제갈량(諸葛亮)과 같은 신공(神功)이 필요하다. 2013년 8월까지 안 의원에겐 그런 신공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지금부터라도 그가 하기에 따라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