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인사들과 左성향 매체 기자들이 여론 주도… 안철수 인기는 계속 증가
⊙ 트위터에서 커지고 퍼진 목소리, 2~3일 후 오프라인 여론조사에도 반영
⊙ 보수 진영, SNS 전략과 총칼 모두 不在
金杏
⊙ 연세대 졸. 同 대학원 사회학 석사, 同 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 한국사회개발연구소 조사부장,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여론조사팀장 전문위원,
오픈 소사이어티 대표, 디인포메이션 대표, 국민통합21 대변인, 서령창작 대표.
⊙ 《소셜로 정치하라(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정치혁명)》 출간.
⊙ 트위터에서 커지고 퍼진 목소리, 2~3일 후 오프라인 여론조사에도 반영
⊙ 보수 진영, SNS 전략과 총칼 모두 不在
金杏
⊙ 연세대 졸. 同 대학원 사회학 석사, 同 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 한국사회개발연구소 조사부장, 《중앙일보》 미디어마케팅연구소 여론조사팀장 전문위원,
오픈 소사이어티 대표, 디인포메이션 대표, 국민통합21 대변인, 서령창작 대표.
⊙ 《소셜로 정치하라(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새로운 정치혁명)》 출간.
‘현영희(玄永姬) 비례대표 공천헌금 의혹’이 새누리당을 강타했다. 언론은 ‘현영희발(發)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며 연일 사건을 도마 위에 올린다. 올해 대선의 가장 유력 주자로 꼽히는 박근혜(朴槿惠) 전(前)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형 악재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그렇다. ‘SNS 전쟁’에선 박 전 위원장이 안철수(安哲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이미 졌다는 얘기다. “SNS는 그들만의 리그”라며 단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간의 여론추이를 살펴보면, SNS 민심이 여론조사의 선행지표가 돼왔다. 박근혜 캠프 입장에선 지금이 4·11총선 이후 최대 위기이다.
‘위키트리’와 ‘미디컴’이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 SNS 텍스트 마이닝 기술을 통해 분석한 조사 결과는 박근혜 캠프에는 참혹할 정도다. 과연 SNS에선 누가 이 여론을 주도하고 어떻게 확산될까. 2주간 한국어로 트윗된 전체 글 중 ‘공천헌금’, ‘현영희’, ‘박근혜’, ‘안철수’ 등 4개의 키워드를 집중 분석했다.
“박근혜 유체이탈 화법”
지난 8월 2일 중앙선관위가 4·11총선 비례대표 공천 관련 거액수수 혐의로 새누리당 현기환(玄伎煥) 전 의원, 홍준표(洪準杓) 전 대표 등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보도가 처음 등장했다. 트위터에선 ‘공천헌금’에 대한 언급횟수가 1만1439건으로 급증했다. 즉, 트위터 이용자들이 이 문제를 두고 집중적으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8월 3일 공천헌금 논란이 거세지며 파워 트위터리안인 진중권(陳重權) 동양대학교 교수, 나꼼수의 김용민(金容敏)씨, 민주당 문재인(文在寅) 의원, 민주당 정청래(鄭淸來) 의원이 가세하자 트윗 언급횟수는 1만8309건으로 급증하며 꼭짓점을 쳤다.
트윗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트윗의 점유율(80.8%)이 중립적인 트윗(19.2%)을 압도했다. 주목할 것은 부정적인 트윗은 3001건이나 리트윗(RT·퍼나르기)되면서 급속히 퍼져나갔으나, 중립적인 트윗은 712건의 리트윗에 그쳐 ‘공천헌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이다.
트위터 세계에서 진중권 교수와 김용민씨의 활약은 ‘눈부셨다’. 진 교수의 “이번 공천헌금 의혹은 ‘친박’이라는 세력이 집권하면 무슨 짓을 할지 미리 예언해 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서 돈 싣는 CCTV를 확보한 모양입니다. 참고로 현기환 전 의원은 ‘박근혜 아바타’ 노릇을 했다고”라는 내용의 트윗은 무려 287건이나 리트윗됐다.
같은 날 김용민씨는 “공천헌금 파문 터지자 박근혜 ‘검찰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이 양반 대통령 되면 국민은 주인공만 바뀐 가운데 유체이탈 화법 연속 감상하게 되겠네요”와 “박근혜 측근 공천헌금 수수 수사 정보를 흘린 주체를 놓고… 청와대가 흘렸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네요. 아직 죽지 않은 각하 권력의 위용! 혹시 김재철 현병철 살리라는 시그널? 여기서 굴복하는 순간 ‘이명박근혜’ 프레임은 완전 복원!”이라는 두 개의 트윗을 날렸다. 각각 283건, 277건이 리트윗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은 SNS 유행어로 등극했을 정도다.
8월 8일엔 ‘그년 운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민주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의 “친박들의 공천장사에 관한 재트윗: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입니다. 장사의 수지 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가지요.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은 서슬이 퍼레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는 내용의 트윗은 226건이 리트윗됐다. SNS에선 오히려 이 의원이 단박에 스타가 된 것이다.
“주범은 박근혜” 여론몰이 성공
오프라인에서 큰 비난을 받았던 ‘그년 발언’도 트위터상에선 응원으로 가득했다. 주요 일간지들이 일제히 내세웠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다음은 이 의원을 향한 대표적 응원글이다.
“세종 이래 자음 한 개가 이토록 세상을 시끌짝하게 한 적이 없다. 이종걸이 그 ‘ㄴ’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오타였든, 뜻이 어디 있든 사과는 옳다. 이제 쿠데타와 공천장사에 사과와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 건 ‘ㄴ’ 소동에 뛰어든 모든 사람의 마땅한 책무다.”(트위터 아이디 ‘jiksseol’)
“4대강 녹조 물 흐르게 하면서 없어지는 것(이슈) 보니, 4년 동안 날치기/용산참사/불법사찰/내곡동/선관위 공격/투표함 바꿔치기 의혹/대포폰·불법사찰/4대강 비리/이 정도만 해도 새누리당은 카다피 무바라크 꼴을 못 면할 판에 또 정권을 잡겠다고 공천헌금을 이종걸 ‘그년’으로 덮으려 한다.”(트위터 아이디 Nabiwahighhill)
지난 8월 2일부터 시작된 ‘현영희’에 대한 트윗 역시 8월 3일 정점을 찍었다. “박근혜가 선택한 여자!”란 문구가 포함된 현 의원의 4·11총선 예비후보 포스터가 트위터에 확산되자마자 “박근혜 후보 책임론”이 일파만파 퍼졌다.
‘현영희’ 키워드 분석에서 주목할 점은 중립 트윗으로 분류된 77.6%가 현 의원에 대한 직접 비난 대신 ‘박근혜 책임론’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현영희 사건’을 두고 트위터 여론은 정확하게 박 전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파워 트위터리안들은 ‘현영희를 박근혜로 엮어내는’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 김용민씨, ‘레인메이커’, 《한겨레》 허재현 기자, 민주당 김진애(金鎭愛) 전 의원, ‘불꽃’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정중규씨,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 등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 팔로워와 팔로잉의 관계로 얽히고설키면서 부지런히 트윗들을 퍼다 날았다. ‘박근혜가 선택한 여자! 현영희’ 포스터 역시 부지런히 뿌려댔다.
“최저時給 5000원” 발언으로 직격탄
‘박근혜’란 키워드는 트위터에서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다.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의 트윗이 늘 발생한다. 공천헌금 논란이 벌어진 기간에도 상당한 수의 부정적 트윗이 발생했지만, 특히 8월 8일 “최저시급 5000원” 발언은 그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박근혜가 최저임금 못 맞춘 것도 그렇지만, 임태희가 최저임금을 몰랐다는 건 죽도록 까여야 합니다. 그는 고용노동부장관을 했던 사람이거든요. 고용노동부장관 출신이 최저임금도 모르는 현실이야말로 현 정부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일화죠.”(트위터 아이디 madpen10)
“박근혜 의원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비난할 일 아닙니다.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문제는, 최저임금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거라고 기대하는 서민들에게 있습니다.”(트위터 아이디 histopian)
“박근혜, 최저임금 질문에 ‘5000원 넘지 않느냐’ 이 사람은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님 같다.”(트위터 아이디 shur1313)
이런 트윗이 몰아치며 비난 여론은 절정에 달했다. 특히 이날은 ‘최저시급 5000원’ 외에도 ‘박용성 전 두산 회장 사면 발언’, ‘5·16쿠데타 발언’, ‘현기환=박근혜 아바타’ 등 이슈까지 몰아쳐 ‘박 캠프 사망선고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워 트위터리안들이 공천헌금 이전 사건까지도 되살려 집중포격을 가한 결과다.
‘새누리당 안철수 검증시작’ 후 긍정 트윗 증가
‘안철수’ 키워드 역시 트위터에선 상수다. 흥미로운 것은 조사기간 동안 새누리당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이 이루어졌음에도 오히려 긍정적인 트윗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에 긍정 트윗은 51.5%, 부정 트윗은 23.9%였다.
안 원장에 대한 변호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 MBC 이용마 기자,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홍보수석이었던 조기숙(趙己淑) 이화여대 교수 등이 선봉에 섰다. 모두 이른바 ‘진보 진영’의 인사들이다.
“박근혜씨가 2006년 비리 기업인 박용성 전 두산 회장 사면을 약속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안철수씨는 다음 날 바로 사과했지요. 박근혜씨는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습니다.”(허재현)
“조선일보 안철수 TF 구성해 뒷조사를 해도 부동산은 10년간 거래 없고 주식도 사고판 적도 없으며 골프도 칠 줄 모르니 흠집 낼 꺼리를 못 찾았다가 결국 쓴 글이 ‘군대 갈 때 가족들에게 인사도 안 하고 갔다’ 조선일보! 니들 개콘 대본 쓰는 거냐? 찌라시들이란… 쯧쯧.”(트위터 아이디 GoodToMoney)
“시사매거진2580에서 안철수 원장 아이템을 하겠다고 하자 담당국장, 부장이 막았습니다. 이유는 기자들이 종북좌파인 민노총 소속의 언론노조에 속한 조합원이라 안 원장에게 편향된 보도를 할까 봐 그렇답니다. 이제 안 원장과 기자들까지 종북좌파로 몰고 있군요.”(이용마)
안 원장의 경우 리트윗 건수에서도 긍정적인 리트윗(5431)이 부정적인 리트윗(2519)을 압도했다. 이 같은 트윗 민심은 이후 여론조사에 정확하게 반영됐다. 한국갤럽의 8월 첫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 안철수’는 ‘42% : 43%’로 안 원장이 박 전 위원장을 1%포인트 앞서는 막상막하의 승부를 보였다.
‘그년 발언’ 대처법
트위터 여론은 실제 2~3일을 시차로 여론조사 민심을 유도하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실컷 떠든 후 여론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으로선 트위터 민심을 잡는 것이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즉, 여론조사 결과 발표 후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사전에 트윗 민심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어떻게 트위터 민심을 잡을 수 있을까. 두말 필요 없이 정치를 잘하고 진정성을 내보이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공천헌금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할까. 해답은 이종걸 의원의 ‘그년 발언’ 사건과 ‘SK 최태원 회장’ ‘V 소사이어티’ ‘인터넷 뱅크’ ‘로또 복권’ 등 검증에 대한 ‘안철수식(式)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이종걸 의원 사건을 보자. 이 의원의 막말 파문이 터지자 소위 진보논객과 정객들은 그를 옹호하는 트윗을 쏟아냈다. 막강 파워 트위터 군단으로 일컬어지는 김용민씨, 정봉주(鄭鳳株) 전 의원의 변호인인 이재화(李在華) 변호사, 《한겨레》 허재현 기자, MBC 이용마 기자, 《시사인》 고재열 기자, 정중규씨,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 ‘레인메이커’, ‘아이엠피터’ 등이 약속이나 한 듯 트위터 전면에 등장했다.
이들은 과거 새누리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들을 낱낱이 찾아내 부지런히 트위터로 퍼날랐다. 그때와 비교하니 이종걸 의원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됐다. 신문과 방송, 포털로 일컬어지는 ‘올드미디어’와는 달리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 민심은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힘으로 정반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이들의 치밀한 전략은 정확하게 2~3일 후에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됐다. 이에 맞서는 보수 진영은 절대적 숫자와 ‘치밀함과 민첩성, 논리성’에서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수준이다.
안철수式 돌파법
두 번째 안철수 원장 건을 보자. 그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검증을 철저히 ‘안철수식’으로 돌파했다. 핵심은 바로 금태섭(琴泰燮) 변호사다. 그는 새누리당의 안 원장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거의 혼자 막아내다시피 했다. 금 변호사는 기존 정당의 대변인들이 통상적으로 언론을 상대로 하는 방식을 철저히 지양했다. 오직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검증 피하려 꼼수 안 부린다”, “안철수, 재벌의 은행진출은 금산분리법에 어긋난다는 논리는 ‘무리한 주장’”, “안철수, 하얗게 왔는데 검은 물 안 들어” 등 내용을 트윗하면서 안 원장에 대한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의 반박은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이유로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특히 8월 4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김경화 기자님 전화 좀 주세요”란 글을 남겨 SNS에서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조선일보》의 “안철수, 연회비만 2억 내는 ‘친목모임’” 기사를 언급하며 “기사를 쓰실 땐 취재를 하고 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비판했다. 이 글은 SNS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금 변호사는 SNS에서 ‘공적’이 되다시피 한 《조선일보》를 정확하게 겨냥했다.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배부른 보수들’은 SNS의 여론 작동 메커니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며, 또한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2040 세대’는 포기하자는 분위기다. 말로는 소통을 외치지만 SNS와는 철저히 불통이다.
보수 진영을 지원해 줄 SNS 논객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수 논객 중엔 이렇다 할 파워 트위터리안이 없다. 진보 진영엔 달변의 화려한 논객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철저히 소셜네트워크화(化)했다. 그들은 자신의 글을 쓸 뿐 아니라 남의 글도 열심히 퍼 나른다. 전략과 총칼이 모두 부재한 보수 진영이 어떻게 그들과 맞서 싸우겠는가. 과연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이 SNS 민심을 철저히 외면한 채 올해 대선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까.⊙
‘위키트리’와 ‘미디컴’이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 SNS 텍스트 마이닝 기술을 통해 분석한 조사 결과는 박근혜 캠프에는 참혹할 정도다. 과연 SNS에선 누가 이 여론을 주도하고 어떻게 확산될까. 2주간 한국어로 트윗된 전체 글 중 ‘공천헌금’, ‘현영희’, ‘박근혜’, ‘안철수’ 등 4개의 키워드를 집중 분석했다.
“박근혜 유체이탈 화법”
지난 8월 2일 중앙선관위가 4·11총선 비례대표 공천 관련 거액수수 혐의로 새누리당 현기환(玄伎煥) 전 의원, 홍준표(洪準杓) 전 대표 등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보도가 처음 등장했다. 트위터에선 ‘공천헌금’에 대한 언급횟수가 1만1439건으로 급증했다. 즉, 트위터 이용자들이 이 문제를 두고 집중적으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8월 3일 공천헌금 논란이 거세지며 파워 트위터리안인 진중권(陳重權) 동양대학교 교수, 나꼼수의 김용민(金容敏)씨, 민주당 문재인(文在寅) 의원, 민주당 정청래(鄭淸來) 의원이 가세하자 트윗 언급횟수는 1만8309건으로 급증하며 꼭짓점을 쳤다.
트윗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트윗의 점유율(80.8%)이 중립적인 트윗(19.2%)을 압도했다. 주목할 것은 부정적인 트윗은 3001건이나 리트윗(RT·퍼나르기)되면서 급속히 퍼져나갔으나, 중립적인 트윗은 712건의 리트윗에 그쳐 ‘공천헌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엔 턱없이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이다.
트위터 세계에서 진중권 교수와 김용민씨의 활약은 ‘눈부셨다’. 진 교수의 “이번 공천헌금 의혹은 ‘친박’이라는 세력이 집권하면 무슨 짓을 할지 미리 예언해 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서 돈 싣는 CCTV를 확보한 모양입니다. 참고로 현기환 전 의원은 ‘박근혜 아바타’ 노릇을 했다고”라는 내용의 트윗은 무려 287건이나 리트윗됐다.
같은 날 김용민씨는 “공천헌금 파문 터지자 박근혜 ‘검찰이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이 양반 대통령 되면 국민은 주인공만 바뀐 가운데 유체이탈 화법 연속 감상하게 되겠네요”와 “박근혜 측근 공천헌금 수수 수사 정보를 흘린 주체를 놓고… 청와대가 흘렸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네요. 아직 죽지 않은 각하 권력의 위용! 혹시 김재철 현병철 살리라는 시그널? 여기서 굴복하는 순간 ‘이명박근혜’ 프레임은 완전 복원!”이라는 두 개의 트윗을 날렸다. 각각 283건, 277건이 리트윗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은 SNS 유행어로 등극했을 정도다.
8월 8일엔 ‘그년 운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민주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의 “친박들의 공천장사에 관한 재트윗: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입니다. 장사의 수지 계산은 직원의 몫이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가지요.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은 서슬이 퍼레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는 내용의 트윗은 226건이 리트윗됐다. SNS에선 오히려 이 의원이 단박에 스타가 된 것이다.
“주범은 박근혜” 여론몰이 성공
오프라인에서 큰 비난을 받았던 ‘그년 발언’도 트위터상에선 응원으로 가득했다. 주요 일간지들이 일제히 내세웠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다음은 이 의원을 향한 대표적 응원글이다.
“세종 이래 자음 한 개가 이토록 세상을 시끌짝하게 한 적이 없다. 이종걸이 그 ‘ㄴ’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오타였든, 뜻이 어디 있든 사과는 옳다. 이제 쿠데타와 공천장사에 사과와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 건 ‘ㄴ’ 소동에 뛰어든 모든 사람의 마땅한 책무다.”(트위터 아이디 ‘jiksseol’)
“4대강 녹조 물 흐르게 하면서 없어지는 것(이슈) 보니, 4년 동안 날치기/용산참사/불법사찰/내곡동/선관위 공격/투표함 바꿔치기 의혹/대포폰·불법사찰/4대강 비리/이 정도만 해도 새누리당은 카다피 무바라크 꼴을 못 면할 판에 또 정권을 잡겠다고 공천헌금을 이종걸 ‘그년’으로 덮으려 한다.”(트위터 아이디 Nabiwahighhill)
지난 8월 2일부터 시작된 ‘현영희’에 대한 트윗 역시 8월 3일 정점을 찍었다. “박근혜가 선택한 여자!”란 문구가 포함된 현 의원의 4·11총선 예비후보 포스터가 트위터에 확산되자마자 “박근혜 후보 책임론”이 일파만파 퍼졌다.
‘현영희’ 키워드 분석에서 주목할 점은 중립 트윗으로 분류된 77.6%가 현 의원에 대한 직접 비난 대신 ‘박근혜 책임론’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현영희 사건’을 두고 트위터 여론은 정확하게 박 전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파워 트위터리안들은 ‘현영희를 박근혜로 엮어내는’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 김용민씨, ‘레인메이커’, 《한겨레》 허재현 기자, 민주당 김진애(金鎭愛) 전 의원, ‘불꽃’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정중규씨,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 등이 있었다. 이들은 서로 팔로워와 팔로잉의 관계로 얽히고설키면서 부지런히 트윗들을 퍼다 날았다. ‘박근혜가 선택한 여자! 현영희’ 포스터 역시 부지런히 뿌려댔다.
“최저時給 5000원” 발언으로 직격탄
‘박근혜’란 키워드는 트위터에서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다.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의 트윗이 늘 발생한다. 공천헌금 논란이 벌어진 기간에도 상당한 수의 부정적 트윗이 발생했지만, 특히 8월 8일 “최저시급 5000원” 발언은 그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박근혜가 최저임금 못 맞춘 것도 그렇지만, 임태희가 최저임금을 몰랐다는 건 죽도록 까여야 합니다. 그는 고용노동부장관을 했던 사람이거든요. 고용노동부장관 출신이 최저임금도 모르는 현실이야말로 현 정부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주는 일화죠.”(트위터 아이디 madpen10)
“박근혜 의원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비난할 일 아닙니다.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문제는, 최저임금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거라고 기대하는 서민들에게 있습니다.”(트위터 아이디 histopian)
“박근혜, 최저임금 질문에 ‘5000원 넘지 않느냐’ 이 사람은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님 같다.”(트위터 아이디 shur1313)
이런 트윗이 몰아치며 비난 여론은 절정에 달했다. 특히 이날은 ‘최저시급 5000원’ 외에도 ‘박용성 전 두산 회장 사면 발언’, ‘5·16쿠데타 발언’, ‘현기환=박근혜 아바타’ 등 이슈까지 몰아쳐 ‘박 캠프 사망선고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워 트위터리안들이 공천헌금 이전 사건까지도 되살려 집중포격을 가한 결과다.
‘새누리당 안철수 검증시작’ 후 긍정 트윗 증가
‘안철수’ 키워드 역시 트위터에선 상수다. 흥미로운 것은 조사기간 동안 새누리당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이 이루어졌음에도 오히려 긍정적인 트윗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에 긍정 트윗은 51.5%, 부정 트윗은 23.9%였다.
안 원장에 대한 변호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 MBC 이용마 기자, 노무현(盧武鉉) 정부 때 홍보수석이었던 조기숙(趙己淑) 이화여대 교수 등이 선봉에 섰다. 모두 이른바 ‘진보 진영’의 인사들이다.
“박근혜씨가 2006년 비리 기업인 박용성 전 두산 회장 사면을 약속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안철수씨는 다음 날 바로 사과했지요. 박근혜씨는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습니다.”(허재현)
“조선일보 안철수 TF 구성해 뒷조사를 해도 부동산은 10년간 거래 없고 주식도 사고판 적도 없으며 골프도 칠 줄 모르니 흠집 낼 꺼리를 못 찾았다가 결국 쓴 글이 ‘군대 갈 때 가족들에게 인사도 안 하고 갔다’ 조선일보! 니들 개콘 대본 쓰는 거냐? 찌라시들이란… 쯧쯧.”(트위터 아이디 GoodToMoney)
“시사매거진2580에서 안철수 원장 아이템을 하겠다고 하자 담당국장, 부장이 막았습니다. 이유는 기자들이 종북좌파인 민노총 소속의 언론노조에 속한 조합원이라 안 원장에게 편향된 보도를 할까 봐 그렇답니다. 이제 안 원장과 기자들까지 종북좌파로 몰고 있군요.”(이용마)
안 원장의 경우 리트윗 건수에서도 긍정적인 리트윗(5431)이 부정적인 리트윗(2519)을 압도했다. 이 같은 트윗 민심은 이후 여론조사에 정확하게 반영됐다. 한국갤럽의 8월 첫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 안철수’는 ‘42% : 43%’로 안 원장이 박 전 위원장을 1%포인트 앞서는 막상막하의 승부를 보였다.
‘그년 발언’ 대처법
트위터 여론은 실제 2~3일을 시차로 여론조사 민심을 유도하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특정 이슈에 대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실컷 떠든 후 여론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으로선 트위터 민심을 잡는 것이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즉, 여론조사 결과 발표 후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사전에 트윗 민심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어떻게 트위터 민심을 잡을 수 있을까. 두말 필요 없이 정치를 잘하고 진정성을 내보이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공천헌금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할까. 해답은 이종걸 의원의 ‘그년 발언’ 사건과 ‘SK 최태원 회장’ ‘V 소사이어티’ ‘인터넷 뱅크’ ‘로또 복권’ 등 검증에 대한 ‘안철수식(式)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이종걸 의원 사건을 보자. 이 의원의 막말 파문이 터지자 소위 진보논객과 정객들은 그를 옹호하는 트윗을 쏟아냈다. 막강 파워 트위터 군단으로 일컬어지는 김용민씨, 정봉주(鄭鳳株) 전 의원의 변호인인 이재화(李在華) 변호사, 《한겨레》 허재현 기자, MBC 이용마 기자, 《시사인》 고재열 기자, 정중규씨,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 ‘레인메이커’, ‘아이엠피터’ 등이 약속이나 한 듯 트위터 전면에 등장했다.
이들은 과거 새누리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들을 낱낱이 찾아내 부지런히 트위터로 퍼날랐다. 그때와 비교하니 이종걸 의원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됐다. 신문과 방송, 포털로 일컬어지는 ‘올드미디어’와는 달리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 민심은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힘으로 정반대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이들의 치밀한 전략은 정확하게 2~3일 후에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됐다. 이에 맞서는 보수 진영은 절대적 숫자와 ‘치밀함과 민첩성, 논리성’에서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수준이다.
안철수式 돌파법
두 번째 안철수 원장 건을 보자. 그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검증을 철저히 ‘안철수식’으로 돌파했다. 핵심은 바로 금태섭(琴泰燮) 변호사다. 그는 새누리당의 안 원장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거의 혼자 막아내다시피 했다. 금 변호사는 기존 정당의 대변인들이 통상적으로 언론을 상대로 하는 방식을 철저히 지양했다. 오직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검증 피하려 꼼수 안 부린다”, “안철수, 재벌의 은행진출은 금산분리법에 어긋난다는 논리는 ‘무리한 주장’”, “안철수, 하얗게 왔는데 검은 물 안 들어” 등 내용을 트윗하면서 안 원장에 대한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의 반박은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이유로 파워 트위터리안들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특히 8월 4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김경화 기자님 전화 좀 주세요”란 글을 남겨 SNS에서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조선일보》의 “안철수, 연회비만 2억 내는 ‘친목모임’” 기사를 언급하며 “기사를 쓰실 땐 취재를 하고 쓰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비판했다. 이 글은 SNS 이용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금 변호사는 SNS에서 ‘공적’이 되다시피 한 《조선일보》를 정확하게 겨냥했다.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배부른 보수들’은 SNS의 여론 작동 메커니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며, 또한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2040 세대’는 포기하자는 분위기다. 말로는 소통을 외치지만 SNS와는 철저히 불통이다.
보수 진영을 지원해 줄 SNS 논객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수 논객 중엔 이렇다 할 파워 트위터리안이 없다. 진보 진영엔 달변의 화려한 논객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철저히 소셜네트워크화(化)했다. 그들은 자신의 글을 쓸 뿐 아니라 남의 글도 열심히 퍼 나른다. 전략과 총칼이 모두 부재한 보수 진영이 어떻게 그들과 맞서 싸우겠는가. 과연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이 SNS 민심을 철저히 외면한 채 올해 대선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