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北風은 保守에 유리하게 작용, 2002년에는 反美변수가 北風변수 제압,
2010년 지방선거는 북풍이 보수에 불리하게 작용한 첫 선거
⊙ 중도층이 보수·진보보다 많은 한국적 정치지형에서는 ‘전략적 극단주의’ 안 통해
⊙ 민주당은 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이념논란에서 역할분담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2010년 지방선거는 북풍이 보수에 불리하게 작용한 첫 선거
⊙ 중도층이 보수·진보보다 많은 한국적 정치지형에서는 ‘전략적 극단주의’ 안 통해
⊙ 민주당은 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이념논란에서 역할분담
金亨俊
⊙ 55세.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美아이오와대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지난 6월 11일 우파단체 회원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 등 주사파 국회의원을 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 대선은 북풍(北風)의 역사라고 불릴 정도로 북한 변수(變數)가 유권자의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1987년 대선(大選)에서는 선거 막판에 대한항공 858기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보수 성향의 민정당 노태우(盧泰愚) 후보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1992년 대선에서는 간첩 이선실과 중부지역당 사건이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의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중도 보수 성향의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후보가 큰 이득을 봤다. 1997년 대선에서는 야당 김대중 후보의 소속 정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고문 오익제(吳益濟) 전 천도교 교령(敎領)이 월북(越北)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김대중 후보가 정통 보수인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 추진한 DJP 연대가 이런 악재(惡材)를 막아 주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한편, 2002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는 북한이 ‘핵(核) 보유’를 선언한 2차 북핵(北核) 위기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반미(反美)를 외쳤던 세천년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안보관을 비난하는 등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했다. 이에 민주당은 안보를 선거에 악용하지 말라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공격하는 등 날카롭게 대립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두 여중생 사망으로 촉발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가 촛불시위로 이어지면서 반미 기류가 확산되었다. 여하튼 2002년 대선에서는 북한 변수가 이런 반미 정서와 결합되어 노무현 후보의 승리에 기여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경제, 민생과 같은 실용적 이슈가 중요한 선거 쟁점이 되면서 북한 변수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빨갱이 對 守舊꼴통
최근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촉발된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 공방이 종북(從北)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은 주체사상에 대해 반대한다는 말을 일절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라고 했다. 김재연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를 들먹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북한의 체제를 거부한다고 하면 그것은 전쟁하자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 때문에 이들 두 의원이 아직도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朴槿惠)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까지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종북 논란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번 2012년 대선에서 종북 변수는 유권자의 지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구체적으로 여당이 제기한 ‘종북 좌파론’과 야당의 ‘수구 꼴통론’이란 이념대결 구도가 중대한 ‘선거 프레임’으로 작동해서 유권자의 지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프레임(frame)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런 프레임은 종종 유권자들의 ‘사고틀’을 일방적으로 규정해 내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한 단어로 정의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전략으로 둔갑한다.
여당이 제기하는 ‘종북 프레임’의 이면에는 야당은 북한을 추종하는 좌파(左派)로 ‘빨갱이’라는 색깔론과 연결되어 있다. 반면 야당의 ‘색깔론 프레임’에는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우파는 ‘수구 꼴통’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종북을 둘러싼 이념논쟁은 과거 북풍 변수와는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從北 논란과 과거 北風의 차이
첫째, 종북 논란은 우파(右派)가 전략적으로 제기했다기보다는 진보 세력 내부 패권(覇權) 다툼 과정에서 분출되었다.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黨權派)였던 주사파(主思派) 계열 경기동부연합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패권적 정당운영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비하 막말 파문’과 이해찬(李海讚) 당 대표의 ‘북한인권법은 내정(內政)간섭’ 발언이 잇따라 터지면서 종북 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따라서 현재의 종북 논쟁은 과거 북풍과는 달리 북한이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다.
둘째, 통합진보당 종북 논란에 대해서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 세력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거세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 북한 변수가 대두되면 진보 세력이 한목소리로 보수 우파를 공격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진보 세력이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이 제기하는 색깔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객관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정태인(鄭太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민족통일과 민족자주성은 주체사상을 통해 달성할 수 없다”며 “현재의 동아시아와 남북 정치 상황에서 북한과 그들의 전술을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진보성향 학자인 조국(曺國) 서울대 교수도 “통합진보당이 북한 인권, 3대 세습, 북핵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명시해야 한다”면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셋째, 일반 국민 여론도 과거와 같이 양비론적(兩非論的)인 시각에서 벗어나 비례대표 경선부정 선거를 주도한 통합진보당 주사파 NL(민족해방)계 의원들에 대한 사퇴요구가 훨씬 강하다. MBN-한길리서치가 지난 5월 2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이석기·김재연 당선인의 국회 제명에 찬성했다. 더구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지지자가 31%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야당 지지자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분명 현 시점에서 종북 논쟁은 여당에 유리한 이슈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 내부의 종북 세력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12월 대선에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을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2002년부터 北風 약화
역대 대선과 최근 선거에서 드러난 북한 변수 효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종북 변수가 12월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북한 변수는 분명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선거학회·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2002년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표1>에서 보듯이 지지후보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준 공약이나 사건으로, ‘노무현·정몽준 선거 공조’와 ‘행정수도 이전’이 각각 20.5%와 19.3%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북한 핵시설 재개’(11.8%) ‘여중생 추모 시위’(8.3%) ‘국정원 도청’(2.8%) 순이었다. ‘북한 미사일 수출 사건’은 1.8%로 그 파괴력이 미미했다.
하지만 보수층에서는 ‘북한 핵시설 재개’ 응답이 16.0%로 ‘노무현·정몽준 선거 공조’(16.5.%)와 ‘행정수도 이전’(17.5%)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수층에게 북한 변수가 후보 지지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된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북한 변수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북한 핵 시설 재개’(9.5%)와 반미 운동과 연계된 ‘여중생 추모 시위’(9.0%)가 비슷하게 영향을 미쳤다.
<표2>에서 나타나듯이, 지지후보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준 공약으로 ‘북한 핵 시설 재개’라고 응답한 층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는 58.0%로 노무현 후보 지지(36.9%)를 압도했다. ‘북한 미사일 수출’ 응답층에서도 이 후보 대 노 후보의 지지도는 62.5% 대 25.0%로 큰 차이를 보였다. 북한 변수가 직접적으로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보변수에 중도층 이탈
둘째, 안보를 매개로 한 ‘북한 변수’는 중도층에서 보수 세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2002년 한국선거학회·KSDC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 5명 중 1명 정도(19.8%)가 지지 후보를 변경했다. 진보 및 보수 성향 유권자들보다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중도층에서 변경 전 지지 후보로 이회창(李會昌) 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34.7%로 노무현(20.0%)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이들 계층에서 이 후보를 지지했다가 변경한 이유로 55.2%가 ‘이념과 노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가 주는 함의는 한나라당이 대선 과정에서 지나치게 수구 보수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써 중도층이 이회창 후보에서 이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해석은 한나라당은 중도층이 보수 안정 성향이 아니라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우(右)클릭했기 때문에 중도층이 이탈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중도층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가 변경한 사람 중 ‘능력과 자질이 부족해서’라는 이유가 27.6%로 이념 노선 문제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데서 잘 알 수 있다.
중도층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가 변경한 이유로 ‘이념과 노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는 응답은 27.8%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38.9%)보다 훨씬 낮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해 색깔 논쟁을 벌였지만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별로 효율성이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의 北風
셋째, 선거 막판에 안보를 위협하는 북풍 변수도 반미 정서와 같은 변수와 결합될 경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북한은 2002년 대선일(12월 19일)을 보름 앞둔 12월 4일에 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핵관련 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의안을 정면 거부했다. 12월 10일에는 스커드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 선박이 미국 해군에 의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북한은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월 12일에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문에서 “제네바 합의에 따라 연간 50만t의 중유 제공을 전제로 했던 핵 동결 조치를 해제하고 전력 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제네바 합의를 8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파기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돼 한반도에 지난 1993년과 1994년에 이은 제2의 핵위기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당시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현 정권(김대중 정부) 집권 5년 만에 대한민국의 안보가 파탄에 처했다”면서 “북한은 핵 위기의 와중에서도 미사일을 수출하는 대담한 도박을 멈추지 않았는데 한미동맹 관계는 붕괴직전”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현 정권은 마치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며 사태 덮기에 급급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는 안중에도 없고 북한에 현금을 계속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하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 국민의 안전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北風 변수를 누른 反美 변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긴급 논평을 내고 “북한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미사일 수출을 즉각 중단,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 중이며 사실이라면 대단히 중대한 문제”라면서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안보 문제를 선거에 악용하는 과거 정권 시절의 나쁜 버릇을 또 드러내고 있다”며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한나라당은 안보까지 정략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림1>은 한국갤럽이 2002년 대선 당시 11월 말부터 선거 전까지의 후보자 지지도를 판별 분석한 자료이다. 북한 변수가 등장한 12월 5일부터 선거 전 12월 18일까지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 이유는 북한 변수가 여중생의 추모 집회로 촉발된 반미 감정과 같은 돌발 변수에 의해 상쇄(相殺)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선거를 닷새 남긴 12월 14일에 부시 미 대통령의 여중생 사망 사과에도 불구하고 최대 인파가 참여했던 촛불시위가 한나라당에 유리했던 북한 변수의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넷째,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보 이슈는 평화 이슈로 전환돼 오히려 보수 세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선거 막판 야당이 안보 이슈를 ‘전쟁과 평화’ 프레임으로 전환시켜 젊은 세대와 중도층으로부터 진보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010년 지방선거 직후인 6월 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보를 찍을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4대강 사업’(21.8%)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천안함 사태’(16.3%) ‘무상급식’(12.3%) ‘세종시 논란’(6.9%)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4.4%) 순이었다. 그런데 20대의 경우는 ‘4대강 사업’(22.1%)과 ‘천안함 사태’(22.1%)가 동일한 비율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천안함 사태’가 21.7%로 가장 많이 나와 ‘4대강 사업’(13.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여하튼 2010년 지방선거는 안보 이슈가 평화 이슈로 전환되면서 보수에게 불리하게 작동했던 최초의 선거로 기억된다.
민주당의 역할분담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던 안보 및 북한 이슈의 영향력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최근에 불거진 종북 이슈가 12월 대선에 미칠 파괴력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종북 이슈는 단기적으로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와 보수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종북 변수가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는 다른 변수와 결합되거나,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프레임으로 전환될 경우 보수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당 지도부와 유력 대권 후보들 간에 역할 분담을 통해 새누리당이 제기하고 있는 종북 논쟁에 분리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종북’ 논란과 북한 인권법에 대해 여권의 ‘색깔론’ ‘이념 공세’라며 각을 세우는 것과 달리 대선 주자들은 유연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북한 인권법 문제와 관련,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에 깊이 주장하거나 개입하는 건 외교적 결례”라고 말한 바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은 실제 북한 인권을 증진시키자는 게 아니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까지 했다. 하지만 손학규 상임고문은 “북한 인권에 대해 떳떳이 할 말을 해야 한다”고 했고, 문재인 의원은 “북한 주민 인권이 보편적인 규범에 비춰 못 미친다면 증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북한 인권 증진’에 방점을 찍었다.
종북 논쟁에 올인하는 새누리당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를 비롯한 유력 대권 후보들이 종북 논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여야(與野) 간에 이런 전략적 차이가 과연 향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두고 봐야 한다.
현재는 후보 지지도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박 전 비대위원장이 종북 논쟁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보수를 결집하는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종북 문제는 야당의 역공(逆攻)에 말려들 수 있다. 당장 진보성향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수꼴(수구 꼴통)’이라 불리는 극우파들과는 약간의 거리를 유지했지만,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극우파와 노골적인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고 공격했다.
심지어 야권은 ‘박정희 대통령이 종북 원조’라며 받아치고 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부친인 박정희 장군이 남로당 핵심당원으로 가입한 죄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까지 받고 군에서 파면된 사람 아니냐”며 “원조 종북이라면 박정희 장군”이라고 맞대응했다.
일반적으로 양당 체제(또는 일대일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양측 후보는 보다 많은 표를 얻기 위해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이념적 중간 지대로 수렴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것이 중도선점론(中道先占論)의 요체이다.
그런데 2004년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인 부시는 이런 정설을 깨고 개신교, 가톨릭, 유대교 등 종파(宗派)를 가리지 않고 종교 세력에 호소하고 세속적인 진보 진영을 매도하는 양분화(兩分化) 전략을 채택했다. 이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 가르기 전략이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는 “유권자의 지지 분포가 양극화(兩極化)를 이루고 지지층의 수(數)나 결집도에서 어느 한쪽 편이 다소 우위에 있을 경우 그쪽에서 선호하는 후보자는 중도 계층에 호소하기보다는 자기 지지 기반을 결집, 동원시키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채택한다”고 설명한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채택한 전략이 바로 ‘전략적 극단주의’의 전형이다. 부시가 이런 전략을 채택한 이유는 미국 유권자 사이에 정당 지지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고, 민주당 투표자보다는 공화당 투표자가 근소하나마 수에서 앞서고 결집도도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부시는 총득표에서 51%를 얻어 48%에 그친 케리를 제치고 연임(連任)에 성공했다.
현재 새누리당이 채택하고 있는 종북 프레임은 부시가 채택한 ‘전략적 극단주의’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이 전략이 한국적 상황에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 이유는 한국 유권자의 이념 분포와 정당 결집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전략적 극단주의’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유권자의 이념 지형이 중도층은 적고 진보와 보수 양극단에 위치한 사람들이 많은 ‘양봉형(兩峯型 two-peaked)’ 분포를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보수의 결집력이 진보보다 상대적으로 강해야 한다.
후보들의 이념적 좌표
하지만 한국 유권자의 이념 분포는 중간층이 두껍고 진보와 보수가 양쪽 극단으로 이루어진 ‘단봉형(單峯型 single-peaked)’을 취하고 있다. 즉,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의 정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 득표가 야권연대 득표보다 적은 데서 보듯이 새누리당의 결집력이 그리 강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극단주의에 기초한 종북 프레임은 자칫 잘못하면 지난 2002년 대선 때와 같이 중도층의 보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표3>은 지난 4·11 총선 직후 한국선거학회·KSDC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 밝혀진 유권자들의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념적 성향에 대한 평가이다.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들이 ‘아주 진보’라고 생각되면 0점, ‘중도’는 5점, ‘아주 보수’는 10점으로 측정했다. 새누리당 이념 점수는 10점 만점에 7.65점으로 국민들의 눈에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이념 점수도 7.44점으로 야권의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박 전 비대위원장이 채택한 전략적 극단주의는 중도층을 설득해서 외연(外延)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중도층은 대체로 이념논쟁보다는 민생 문제와 연계된 실용주의 자세를 견지하기 때문이다.
종북과 같은 “특정 이슈에 대한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적·이념적 위치의 간격이 좁을수록 유권자가 느끼는 정치적 효용이 커지고 그들에게 투표할 확률도 커진다”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 choice model)에 입각한 투표결정 모델이다.
중도층에서 새누리당과 박 전 비대위원장의 이념 점수는 각각 6.80점과 6.60점으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김두관(金斗官) 지사와 손학규(孫鶴圭) 전 대표는 각각 4.60점과 4.91점으로 상당히 중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철수(安哲秀) 교수의 이념 점수도 4.20점으로 중도에 가까운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박근혜와 민주당 간에 종북 논쟁이 격화하면 격화할수록 수혜자는 중도층이 생각하기에 자신들과 이념적 포지션이 가깝다고 인식되는 인물들이 될 것이다. 다운즈(Downs)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이념 성향에 따라 선호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와 결집의 정도에서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종북 논쟁을 색깔론이나 신(新)매카시즘 등 이념논쟁으로 비하시키려는 행태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다”라고 항변하더라도 당과 대권(大權) 후보가 모두 종북 논쟁에 올인하면 언제 역풍이 불어올지 모른다.
북한의 선거개입
이런 위험성 때문에 새누리당 안팎에서 당이 너무 이념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통진당 사태는 분명 우파 진영에 유리한 국면”이라면서도 “나서지 말아야 할 사람들까지 나서면 모처럼의 호재(好材)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박 전 비대위원장이 국가관을 이유로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정확하게 법적으로 해석할 것 같으면 잘못된 발언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 내 종북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대선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당장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6월 11일 “박근혜는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고 평양시의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며 “우리는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들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새누리당과 북한과의 대결 구도가 격화되면 북한은 이를 이용해 한국 대선 구도를 단순히 종북 논쟁을 넘어 ‘전쟁과 평화’ 프레임으로 바꾸기 위한 고도의 술책을 부릴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의 재판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逆風 가능성 항상 있어
종북 논쟁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야권연대를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통합진보당에 질질 끌려다녔다. 무엇보다 진보당의 눈치를 보면서 한미(韓美) FTA 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경직됐었다. 결과적으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던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했고 이것이 4·11 총선에서 민주당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만약 부정 경선과 폭력 사태를 계기로 통합진보당 내 종북 세력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진보로 거듭난다면 야권연대는 위기를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민심의 흐름 속에서도 이런 변화 요구가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지난 5월 31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쇄신을 전제로 야권연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4.2%로 가장 많았다. ‘무조건 야권연대를 유지해야 한다’(8.7%)는 의견까지 합치면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도는 52.9%였다. 반면 ‘야권연대를 파기해야 한다’는 의견은 37.3%였다.
여하튼 통합진보당 내 종북 세력이 힘을 잃게 되면 야권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선거 연합도 큰 거부감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진정 재집권에 성공하려면 ‘종북 프레임’의 득과 실을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종북 프레임이 가져올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북 세력에 대한 사상 검증 등은 역풍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이념 공세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1987년 대선(大選)에서는 선거 막판에 대한항공 858기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보수 성향의 민정당 노태우(盧泰愚) 후보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1992년 대선에서는 간첩 이선실과 중부지역당 사건이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의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중도 보수 성향의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후보가 큰 이득을 봤다. 1997년 대선에서는 야당 김대중 후보의 소속 정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고문 오익제(吳益濟) 전 천도교 교령(敎領)이 월북(越北)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김대중 후보가 정통 보수인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와 추진한 DJP 연대가 이런 악재(惡材)를 막아 주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한편, 2002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는 북한이 ‘핵(核) 보유’를 선언한 2차 북핵(北核) 위기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반미(反美)를 외쳤던 세천년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안보관을 비난하는 등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했다. 이에 민주당은 안보를 선거에 악용하지 말라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공격하는 등 날카롭게 대립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두 여중생 사망으로 촉발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가 촛불시위로 이어지면서 반미 기류가 확산되었다. 여하튼 2002년 대선에서는 북한 변수가 이런 반미 정서와 결합되어 노무현 후보의 승리에 기여했다. 2007년 대선에서는 경제, 민생과 같은 실용적 이슈가 중요한 선거 쟁점이 되면서 북한 변수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빨갱이 對 守舊꼴통
최근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촉발된 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 공방이 종북(從北)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은 주체사상에 대해 반대한다는 말을 일절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문제”라고 했다. 김재연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를 들먹이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북한의 체제를 거부한다고 하면 그것은 전쟁하자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 때문에 이들 두 의원이 아직도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朴槿惠)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까지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종북 논란과 관련해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번 2012년 대선에서 종북 변수는 유권자의 지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구체적으로 여당이 제기한 ‘종북 좌파론’과 야당의 ‘수구 꼴통론’이란 이념대결 구도가 중대한 ‘선거 프레임’으로 작동해서 유권자의 지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여부이다.
일반적으로 프레임(frame)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런 프레임은 종종 유권자들의 ‘사고틀’을 일방적으로 규정해 내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한 단어로 정의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전략으로 둔갑한다.
여당이 제기하는 ‘종북 프레임’의 이면에는 야당은 북한을 추종하는 좌파(左派)로 ‘빨갱이’라는 색깔론과 연결되어 있다. 반면 야당의 ‘색깔론 프레임’에는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우파는 ‘수구 꼴통’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최근에 불거진 종북을 둘러싼 이념논쟁은 과거 북풍 변수와는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從北 논란과 과거 北風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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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5일 열린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연속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진보당이 취해 온 이념적 입장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얘기들이 나왔다. |
둘째, 통합진보당 종북 논란에 대해서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 세력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거세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 북한 변수가 대두되면 진보 세력이 한목소리로 보수 우파를 공격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진보 세력이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이 제기하는 색깔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객관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정태인(鄭太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민족통일과 민족자주성은 주체사상을 통해 달성할 수 없다”며 “현재의 동아시아와 남북 정치 상황에서 북한과 그들의 전술을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진보성향 학자인 조국(曺國) 서울대 교수도 “통합진보당이 북한 인권, 3대 세습, 북핵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명시해야 한다”면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무조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셋째, 일반 국민 여론도 과거와 같이 양비론적(兩非論的)인 시각에서 벗어나 비례대표 경선부정 선거를 주도한 통합진보당 주사파 NL(민족해방)계 의원들에 대한 사퇴요구가 훨씬 강하다. MBN-한길리서치가 지난 5월 2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이석기·김재연 당선인의 국회 제명에 찬성했다. 더구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지지자가 31%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야당 지지자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분명 현 시점에서 종북 논쟁은 여당에 유리한 이슈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 내부의 종북 세력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12월 대선에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을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2002년부터 北風 약화
역대 대선과 최근 선거에서 드러난 북한 변수 효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종북 변수가 12월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북한 변수는 분명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선거학회·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2002년 대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표1>에서 보듯이 지지후보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준 공약이나 사건으로, ‘노무현·정몽준 선거 공조’와 ‘행정수도 이전’이 각각 20.5%와 19.3%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북한 핵시설 재개’(11.8%) ‘여중생 추모 시위’(8.3%) ‘국정원 도청’(2.8%) 순이었다. ‘북한 미사일 수출 사건’은 1.8%로 그 파괴력이 미미했다.
하지만 보수층에서는 ‘북한 핵시설 재개’ 응답이 16.0%로 ‘노무현·정몽준 선거 공조’(16.5.%)와 ‘행정수도 이전’(17.5%)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수층에게 북한 변수가 후보 지지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입증된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북한 변수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북한 핵 시설 재개’(9.5%)와 반미 운동과 연계된 ‘여중생 추모 시위’(9.0%)가 비슷하게 영향을 미쳤다.
<표2>에서 나타나듯이, 지지후보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준 공약으로 ‘북한 핵 시설 재개’라고 응답한 층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는 58.0%로 노무현 후보 지지(36.9%)를 압도했다. ‘북한 미사일 수출’ 응답층에서도 이 후보 대 노 후보의 지지도는 62.5% 대 25.0%로 큰 차이를 보였다. 북한 변수가 직접적으로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보변수에 중도층 이탈
둘째, 안보를 매개로 한 ‘북한 변수’는 중도층에서 보수 세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2002년 한국선거학회·KSDC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 5명 중 1명 정도(19.8%)가 지지 후보를 변경했다. 진보 및 보수 성향 유권자들보다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중도층에서 변경 전 지지 후보로 이회창(李會昌) 후보라고 응답한 사람이 34.7%로 노무현(20.0%)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 이들 계층에서 이 후보를 지지했다가 변경한 이유로 55.2%가 ‘이념과 노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가 주는 함의는 한나라당이 대선 과정에서 지나치게 수구 보수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써 중도층이 이회창 후보에서 이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해석은 한나라당은 중도층이 보수 안정 성향이 아니라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우(右)클릭했기 때문에 중도층이 이탈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중도층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가 변경한 사람 중 ‘능력과 자질이 부족해서’라는 이유가 27.6%로 이념 노선 문제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데서 잘 알 수 있다.
중도층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가 변경한 이유로 ‘이념과 노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는 응답은 27.8%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38.9%)보다 훨씬 낮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한나라당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에 대해 색깔 논쟁을 벌였지만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별로 효율성이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의 北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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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 2002년에는 효순·미선 교통사고에서 파생한 반미변수가 북핵 등 안보변수를 압도했다. |
북한은 2002년 대선일(12월 19일)을 보름 앞둔 12월 4일에 농축 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핵관련 시설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의안을 정면 거부했다. 12월 10일에는 스커드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 선박이 미국 해군에 의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북한은 대선을 일주일 앞둔 12월 12일에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문에서 “제네바 합의에 따라 연간 50만t의 중유 제공을 전제로 했던 핵 동결 조치를 해제하고 전력 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는 제네바 합의를 8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파기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돼 한반도에 지난 1993년과 1994년에 이은 제2의 핵위기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당시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현 정권(김대중 정부) 집권 5년 만에 대한민국의 안보가 파탄에 처했다”면서 “북한은 핵 위기의 와중에서도 미사일을 수출하는 대담한 도박을 멈추지 않았는데 한미동맹 관계는 붕괴직전”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현 정권은 마치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며 사태 덮기에 급급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는 안중에도 없고 북한에 현금을 계속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하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해 국민의 안전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北風 변수를 누른 反美 변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긴급 논평을 내고 “북한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미사일 수출을 즉각 중단,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 중이며 사실이라면 대단히 중대한 문제”라면서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중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안보 문제를 선거에 악용하는 과거 정권 시절의 나쁜 버릇을 또 드러내고 있다”며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한나라당은 안보까지 정략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림1>은 한국갤럽이 2002년 대선 당시 11월 말부터 선거 전까지의 후보자 지지도를 판별 분석한 자료이다. 북한 변수가 등장한 12월 5일부터 선거 전 12월 18일까지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 이유는 북한 변수가 여중생의 추모 집회로 촉발된 반미 감정과 같은 돌발 변수에 의해 상쇄(相殺)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선거를 닷새 남긴 12월 14일에 부시 미 대통령의 여중생 사망 사과에도 불구하고 최대 인파가 참여했던 촛불시위가 한나라당에 유리했던 북한 변수의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넷째,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실시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보 이슈는 평화 이슈로 전환돼 오히려 보수 세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선거 막판 야당이 안보 이슈를 ‘전쟁과 평화’ 프레임으로 전환시켜 젊은 세대와 중도층으로부터 진보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010년 지방선거 직후인 6월 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보를 찍을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4대강 사업’(21.8%)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천안함 사태’(16.3%) ‘무상급식’(12.3%) ‘세종시 논란’(6.9%)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4.4%) 순이었다. 그런데 20대의 경우는 ‘4대강 사업’(22.1%)과 ‘천안함 사태’(22.1%)가 동일한 비율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천안함 사태’가 21.7%로 가장 많이 나와 ‘4대강 사업’(13.3%)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여하튼 2010년 지방선거는 안보 이슈가 평화 이슈로 전환되면서 보수에게 불리하게 작동했던 최초의 선거로 기억된다.
민주당의 역할분담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던 안보 및 북한 이슈의 영향력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최근에 불거진 종북 이슈가 12월 대선에 미칠 파괴력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종북 이슈는 단기적으로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와 보수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종북 변수가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는 다른 변수와 결합되거나,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프레임으로 전환될 경우 보수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당 지도부와 유력 대권 후보들 간에 역할 분담을 통해 새누리당이 제기하고 있는 종북 논쟁에 분리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종북’ 논란과 북한 인권법에 대해 여권의 ‘색깔론’ ‘이념 공세’라며 각을 세우는 것과 달리 대선 주자들은 유연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북한 인권법 문제와 관련,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에 깊이 주장하거나 개입하는 건 외교적 결례”라고 말한 바 있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은 실제 북한 인권을 증진시키자는 게 아니라,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까지 했다. 하지만 손학규 상임고문은 “북한 인권에 대해 떳떳이 할 말을 해야 한다”고 했고, 문재인 의원은 “북한 주민 인권이 보편적인 규범에 비춰 못 미친다면 증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북한 인권 증진’에 방점을 찍었다.
종북 논쟁에 올인하는 새누리당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를 비롯한 유력 대권 후보들이 종북 논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여야(與野) 간에 이런 전략적 차이가 과연 향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두고 봐야 한다.
현재는 후보 지지도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박 전 비대위원장이 종북 논쟁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보수를 결집하는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종북 문제는 야당의 역공(逆攻)에 말려들 수 있다. 당장 진보성향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수꼴(수구 꼴통)’이라 불리는 극우파들과는 약간의 거리를 유지했지만,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극우파와 노골적인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고 공격했다.
심지어 야권은 ‘박정희 대통령이 종북 원조’라며 받아치고 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부친인 박정희 장군이 남로당 핵심당원으로 가입한 죄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까지 받고 군에서 파면된 사람 아니냐”며 “원조 종북이라면 박정희 장군”이라고 맞대응했다.
일반적으로 양당 체제(또는 일대일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양측 후보는 보다 많은 표를 얻기 위해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이념적 중간 지대로 수렴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것이 중도선점론(中道先占論)의 요체이다.
그런데 2004년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인 부시는 이런 정설을 깨고 개신교, 가톨릭, 유대교 등 종파(宗派)를 가리지 않고 종교 세력에 호소하고 세속적인 진보 진영을 매도하는 양분화(兩分化) 전략을 채택했다. 이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 가르기 전략이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는 “유권자의 지지 분포가 양극화(兩極化)를 이루고 지지층의 수(數)나 결집도에서 어느 한쪽 편이 다소 우위에 있을 경우 그쪽에서 선호하는 후보자는 중도 계층에 호소하기보다는 자기 지지 기반을 결집, 동원시키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채택한다”고 설명한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채택한 전략이 바로 ‘전략적 극단주의’의 전형이다. 부시가 이런 전략을 채택한 이유는 미국 유권자 사이에 정당 지지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고, 민주당 투표자보다는 공화당 투표자가 근소하나마 수에서 앞서고 결집도도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부시는 총득표에서 51%를 얻어 48%에 그친 케리를 제치고 연임(連任)에 성공했다.
현재 새누리당이 채택하고 있는 종북 프레임은 부시가 채택한 ‘전략적 극단주의’와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이 전략이 한국적 상황에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그 이유는 한국 유권자의 이념 분포와 정당 결집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전략적 극단주의’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유권자의 이념 지형이 중도층은 적고 진보와 보수 양극단에 위치한 사람들이 많은 ‘양봉형(兩峯型 two-peaked)’ 분포를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보수의 결집력이 진보보다 상대적으로 강해야 한다.
후보들의 이념적 좌표
하지만 한국 유권자의 이념 분포는 중간층이 두껍고 진보와 보수가 양쪽 극단으로 이루어진 ‘단봉형(單峯型 single-peaked)’을 취하고 있다. 즉,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의 정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 득표가 야권연대 득표보다 적은 데서 보듯이 새누리당의 결집력이 그리 강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 극단주의에 기초한 종북 프레임은 자칫 잘못하면 지난 2002년 대선 때와 같이 중도층의 보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표3>은 지난 4·11 총선 직후 한국선거학회·KSDC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 밝혀진 유권자들의 여야 정당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념적 성향에 대한 평가이다.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들이 ‘아주 진보’라고 생각되면 0점, ‘중도’는 5점, ‘아주 보수’는 10점으로 측정했다. 새누리당 이념 점수는 10점 만점에 7.65점으로 국민들의 눈에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이념 점수도 7.44점으로 야권의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박 전 비대위원장이 채택한 전략적 극단주의는 중도층을 설득해서 외연(外延)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중도층은 대체로 이념논쟁보다는 민생 문제와 연계된 실용주의 자세를 견지하기 때문이다.
종북과 같은 “특정 이슈에 대한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적·이념적 위치의 간격이 좁을수록 유권자가 느끼는 정치적 효용이 커지고 그들에게 투표할 확률도 커진다”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 choice model)에 입각한 투표결정 모델이다.
중도층에서 새누리당과 박 전 비대위원장의 이념 점수는 각각 6.80점과 6.60점으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김두관(金斗官) 지사와 손학규(孫鶴圭) 전 대표는 각각 4.60점과 4.91점으로 상당히 중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철수(安哲秀) 교수의 이념 점수도 4.20점으로 중도에 가까운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박근혜와 민주당 간에 종북 논쟁이 격화하면 격화할수록 수혜자는 중도층이 생각하기에 자신들과 이념적 포지션이 가깝다고 인식되는 인물들이 될 것이다. 다운즈(Downs)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이념 성향에 따라 선호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와 결집의 정도에서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종북 논쟁을 색깔론이나 신(新)매카시즘 등 이념논쟁으로 비하시키려는 행태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다”라고 항변하더라도 당과 대권(大權) 후보가 모두 종북 논쟁에 올인하면 언제 역풍이 불어올지 모른다.
북한의 선거개입
이런 위험성 때문에 새누리당 안팎에서 당이 너무 이념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통진당 사태는 분명 우파 진영에 유리한 국면”이라면서도 “나서지 말아야 할 사람들까지 나서면 모처럼의 호재(好材)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도 박 전 비대위원장이 국가관을 이유로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정확하게 법적으로 해석할 것 같으면 잘못된 발언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 내 종북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대선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당장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6월 11일 “박근혜는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고 평양시의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며 “우리는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들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새누리당과 북한과의 대결 구도가 격화되면 북한은 이를 이용해 한국 대선 구도를 단순히 종북 논쟁을 넘어 ‘전쟁과 평화’ 프레임으로 바꾸기 위한 고도의 술책을 부릴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의 재판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逆風 가능성 항상 있어
종북 논쟁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야권연대를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통합진보당에 질질 끌려다녔다. 무엇보다 진보당의 눈치를 보면서 한미(韓美) FTA 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경직됐었다. 결과적으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던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했고 이것이 4·11 총선에서 민주당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만약 부정 경선과 폭력 사태를 계기로 통합진보당 내 종북 세력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새로운 진보로 거듭난다면 야권연대는 위기를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민심의 흐름 속에서도 이런 변화 요구가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지난 5월 31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쇄신을 전제로 야권연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4.2%로 가장 많았다. ‘무조건 야권연대를 유지해야 한다’(8.7%)는 의견까지 합치면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도는 52.9%였다. 반면 ‘야권연대를 파기해야 한다’는 의견은 37.3%였다.
여하튼 통합진보당 내 종북 세력이 힘을 잃게 되면 야권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선거 연합도 큰 거부감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진정 재집권에 성공하려면 ‘종북 프레임’의 득과 실을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종북 프레임이 가져올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북 세력에 대한 사상 검증 등은 역풍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이념 공세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