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革黨 내부문건으로 본 主思派의 實體 : 월간조선

“나는 헌법(憲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福利)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이 회기 첫 본회의 개원식에서 국회의장의 선창(先唱)에 따라 낭독하는 취임선서문 내용이다. 그들이 국민 앞에 다짐한 내용은 ‘헌법 준수’로 수렴된다. 헌법을 지키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헌법 제1조 1항)이며, 그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3조)이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4조)하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국회의원 입후보의 선행(先行)조건이며 국민의 표(票)로 선출된 자의 의무다.

反국가단체 民革黨 출신이면서 전향 여부 공개 않는 ‘국회의원’

그런데 19대 국회의원 중 과거 행적과 현재 언행(言行)을 볼 때 ‘헌법 준수’ 의지가 의심스러운 이들이 있다. 통합진보당 구(舊)당권파 출신과 민주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그들이다. 통진당 경선 부정 사태 당사자 이석기, 김재연을 비롯해 김미희, 이상규, 오병윤, 김선동 등 ‘종북(從北)주사파’로 분류된 6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경기동부연합 출신 보좌진들도 이들과 함께 들어갔다. ‘종북’ 논란의 당사자인 이들은 “도대체 종북의 정의가 뭐냐?”고 물으며, “수구세력의 색깔론”이라고 반박한다.

‘종북세력’이란 대한민국(大韓民國)을 부정하고, 북한(北韓) 독재정권의 노선을 따르는 세력이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북한의 주체사상(主體思想)을 신봉하고, ‘주한미군(駐韓美軍) 철수’,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 폐지’, ‘연방제(聯邦制) 통일’ 등의 대남적화(對南赤化) 전략에 동조하는 무리를 말한다. 또 북한의 핵(核)과 인권(人權) 유린, 3대(代) 세습에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종북사회학자 송두율이 수령독재체제 합리화를 위해 개발한 논리)을 주장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만약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종북’성향을 가졌다면 그 자체로 ‘헌법기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통진당 국회의원 중 북한의 지령을 받고 우리 체제를 전복하려 했던 ‘간첩’ 출신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대남 지하당 민족민주혁명당(民族民主革命黨·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 이석기, 수도남부지역사업부 총책 이상규씨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민혁당 사건 이후 지금까지 사상 전향(轉向) 여부를 밝힌 적이 없다. 전향을 입증할 발언도 찾을 수 없다. 이들이 전향하지 않았다면 어떤 생각으로 국회의원직을 수행할까.

최근 《월간조선》은 〈민혁당 간첩사건〉 관련 문건을 입수했다. A4용지 316매에 달하는 이 문건은 1999년 민혁당 사건 수사 당시 공안(公安)당국이 김영환씨 등 간첩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에서 압수한 디스켓에 저장돼 있던 것으로 ▲북한원전 및 해설서(2건) ▲김일성 부자 및 주체사상 찬양(11건) ▲혁명이념 및 전략전술 제시(12건) ▲의식화 학습 및 사상투쟁(10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내부의식화 교양방침과 투쟁지침을 기술한 것이다.

종북 논란의 당사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통진당 의원 이석기, 이상규, 김재연, 김선동, 김미희, 오병윤씨. 이석기, 이상규씨는 반국가단체 민혁당 활동 전력이 있다.

“以北 민중들은 값높고, 행복한 생활 누린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민혁당은 통진당 구당권파 경기동부연합의 모태다. 이 문건은 민혁당의 본색(本色)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뿐 아니라, 경기동부연합 출신 ‘국회의원’ 6명이 어떤 생각을 공유하는지 추정할 수 있는 단서다.

<북한원전 및 해설서> 관련 문건은 민혁당 조직원 의식화 교육을 위해 김정일의 담화(談話)와 논문을 해석한 것이다. 문건 중 <주체의 혁명관을 튼튼히 세울 데 대하여>는 1987년 10월 김정일이 당 중앙위 책임일꾼들과 한 동명(同名)의 담화를 중심으로 구성한 것으로 ‘주체의 혁명관’과 ‘혁명적 군중관’ 제시, 당(黨)의 영도적 지위 인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문건은 “수령, 당, 대중에게 충실한 것은 혁명의 근본이익으로부터 출발해 혁명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길 수 없는 의무”라며 김일성(金日成) 부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는 1994년 11월 김정일 명의로 발표된 같은 제목의 논문을 주체사상의 관점으로 해설한 것이다. 이 글은 “주체사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의 본질에 대해 과학적인 해명을 줬다”고 찬양하며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역설했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란 “인민 대중은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 사상적으로 결속함으로써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때 역사의 자주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혁명에 육체적 생명을 내던질 것을 유도하고, 김일성 부자 세습체제를 합리화 내지 정당화하는 이론이다.

민혁당은 이 글에서 김일성 사후(死後) 경제난을 겪던 김정일의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묘사했다. 그들은 “오늘 주체(主體)의 사회주의는 이북(以北) 민중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위를 지키고 있다”며 “이북 민중들은 권리를 행사하며, 값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이북식 사회주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신뢰한다”고 선전했다.

〈김일성 부자 및 주체사상 찬양〉 관련 문건에서는 김일성에 대해 “자주적 사회주의를 건설한 탁월한 혁명가, 노동계급의 위대한 수령”이라고 찬양했고,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계승ㆍ발전시킨 향도의 태양”으로 미화(美化)했다. 또 주체사상을 “사랑의 원리를 밝혀준 사상”,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이라고 찬양하고, “합법·비합법 수단을 총동원해 전파활동에 전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 중 <마음의 등불이신 김일성 장군님을 추도하며>는 김일성의 죽음을 애도하며 김정일을 중심으로 대를 이어 혁명과업을 수행해 나갈 것을 결의하는 추도문이다. 민혁당은 이 글에서 김일성을 ‘절세 위인’으로 기린다.

“장군님께서 살아오신 한 생(生)이야말로 우리 인류 역사의 삶의 정화(精華)요, 미래 인류의 참된 삶의 시원(始原)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전(全) 인류의 역사상 본 적이 없는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서 그 누구에도 비견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인류의 구원자로서의 삶을 사시었습니다.”

“위대한 계승자 金正日 동지를 높이 모시자”

김일성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천추(千秋)에 잊지 못할 한(恨)”이라고 애도를 표시한 그들은 김정일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어찌하여 우리는 어버이 수령님 살아생전 단 한 번 제대로 된 보답 한번 해 드리지 못하고서 마지막 가시는 길 장례 참석조차 하지 못하는 천하에 둘도 없는 불효한 자식들이 되었단 말인가. 천추에 잊지 못할 이 한을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그러나 동지들, 우리에게는 향도(嚮導)의 태양이신 위대한 수령 김정일 동지가 계십니다. 우리 모두 전 인류 구원의 별이시며, 향도의 태양이신 김정일 동지를 높이 모시고 그이의 주위에 굳게 뭉쳐 우리의 빛나는 혁명 위업을 완수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해 나갑시다. 장군님께서 남기신 유지를 심장깊이 간직하고 대를 이어 충성하는 참다운 주체의 혁명전사로서의 모범을 보여줍시다. 장군님께서 생전에 당부하신 대로 우리는 향도의 태양이신 주체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 김정일 동지를 높이 모시고, 조국의 통일과 민족해방, 계급해방을 대를 이어 계속해 나갈 것이며 우리의 혁명 위업을 완수하고야 말 것입니다.”

〈새로운 인생관을 주신 장군님〉은 ‘조인새’라는 필명을 쓰는 민혁당 조직원이 김일성 사망 100일을 맞아 그를 애도하면서 공산혁명투쟁을 다짐하는 추도문이다. 이 글은 김일성을 다음과 같이 ‘절세 위인’으로 미화했다.

“외국 혁명가들의 경우 그들의 활동에 대한 당위성과 혁명가로서의 건실함 등은 느낄 수 있었으나 장군님처럼 따사로운 인간애, 어머님 같은 자상함, 동지에 대한 무한한 배려 등은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아무리 적의(敵意)에 찬 사람이라 할지라도 몇 번의 대화로 설득시키고, 감화시키는 장군님의 능력은 바로 공산주의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 실로 장군님은 인류역사에서 나온 위인 중 가장 위대한 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이어 “장군님이 서거한 현실, 정말 허전하고 비통하기 이를 데 없지만, 장군님이 그토록 애쓰시던 통일조국, 공산주의 건설을 위해 이를 악물고 투쟁하기로 다짐하며 장군님 영전에 짧은 시를 바치고자 한다”며 ‘이제 가자’란 제목의 시(詩)를 남겼다. 시의 전문(全文)이다.

“이제 가자/슬픔을 묶어 분노의 화살을 만들어 장군님 밝혀주신 주체의 기치 들고 민중과 함께/이제 가자/한 보듬어 복수의 칼날 만들어 장군님 걸으시던 혁명의 그 길을/사람 사는 세상 위해 끝까지 가자/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는 것 사치로 삼자/그 무슨 이유가 있으랴/가다 못 가면 죽는다. 이제 모두 가자.”

“世宗大王과 비견될 만한 인물은 金日成뿐”

1999년 9월 국가정보원은 민혁당 간첩사건을 발표했다.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 이석기씨는 3년 동안 도피생활을 하다 검거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민혁당은 〈김일성 주석 서거 1주기를 맞이하며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에서 김일성이 “참으로 그 한 생(生)을 ‘사람 사랑’의 한 생으로 민중 사랑의 한 생으로 살았다”며 “그는 전(全) 생을 거쳐 언제나 사람을, 민중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이를 실천하는 것으로 평생을 일관함으로써 저 위대한 주체사상을 창시할 수 있었다”고 찬양했다. 또 “김일성의 업적을 계승해 혁명승리의 길로 나아가자”며 이렇게 다짐했다.

“김일성 주석이 한 생을 통해 쌓아놓은 이 업적은 인류역사의 크나큰 유산이며, 우리는 이러한 유산을 결코 헛되이 할 수 없다. 그렇게 만들 임무는 바로 우리들의 몫이다. 뜨거운 사람 사랑의 열정으로 주체의 기치 따라 나아갈 때 우리에게는 승리와 영광, 그리고 사랑 가득한 행복의 밝은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김일성 주석의 주요한 두 가지 업적에 대하여〉는 민혁당 조직원들이 김일성 유일사상의 맹신(盲信)자였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건으로 전범(戰犯) 김일성을 성군(聖君) 세종대왕의 반열에 올려놓는 등 미화를 서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 역사를 통해 세종대왕과 비견될 만한 인물은 김일성 주석뿐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 능력과 인품만 놓고 보면 세종대왕을 훨씬 능가한다. 실제 소수로 구성된 군대를 이끌고 대규모 부대에 승리한 놀라운 군사지도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물리적 군사력에서 10대 1 수준인 미국(美國)과의 전쟁에서 끝까지 굴하지 않고 싸워 나라를 지켜냈다. 김일성 주석은 실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이북을 세계에서 가장 흉악한 미 제국주의에 50여 년 동안 당당히 맞서 싸워 온 유일한 나라로 만들었다.”

〈혁명전략 및 부문 운동 지도> 관련 문건에는 남한사회 정세판단과 전복(顚覆)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민혁당은 이 문건들에서 우리 사회를 “미국에 예속된 식민지 반(半)자본주의 사회”로 규정하고 “민족해방투쟁을 통해 민족자주정권을 수립할 것”을 주장했다. 또 ‘혁명’의 사전작업으로 “노동현장에서 혁명조직을 꾸리되 이념 소조를 통해 인입 대상 인물을 주체사상으로 무장시켜 남한혁명의 전위투사로 육성한다”는 운동 방침을 정하는 한편, 전술적 차원에서 온건노선을 표방하는 ‘혁명정당’ 건설 계획을 밝혔다.

民革黨, 政權 획득 목표로 合法정당 건설 추진

민혁당은 김일성을 “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찬양하고, 김정일은 “전 인류 구원의 별”이라고 칭송했다.

민혁당은 ＜현시대의 몇 가지 특징과 우리의 과제〉에서 “김영삼 정부 출범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제국주의 침략책동이 약화하는 등 시대상황이 변했다”고 정세를 진단했다. 〈주체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노동자 농민 속으로 들어가자〉에서는 “숭미사대(崇美事大)의식, 반공반북(反共反北)의식이 깨어지고 반미(反美)자주의식, 연공연북(聯共聯北) 통일의식이 대중들의 가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며 당시 정세를 “혁명의 고양기”로 평가했다. ‘혁명’을 위한 운동 방침은 다음 문건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위 중산층의 꿈과 희망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나〉에서 민혁당은 “노동계급의 영도하에 중산층을 혁명대열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중산층 사업에서 이남사회와 대비되는 이북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에서는 “한국사회변혁운동은 군사파쇼를 타도하는 데 중심점을 둔 운동에서 자주·민주·통일을 실질적으로 이루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민혁당은 혁명의 기층을 다지기 위해 “공세적 대중사업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주체의 사업방법은 민중이 혁명운동의 주인이고, 민중의 힘이 혁명운동의 승리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사상을 구현한 것이다. 주체의 사업방법을 구현하자는 것은 운동간부, 선진적 인사들이 ‘다시금 대중 속으로!!’라는 기치를 높이 들고 공세적으로 대중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지금은 운동간부가 대중을 만난다고 시비를 거는 시대가 아니며, 간부일꾼들이 준비된 역량으로 대중에게 직접 다가서는 것은 대중운동을 도약의 길로 올릴 수 있는 강위력한 방법이다.”

민혁당은 정권획득을 목표로 한 합법정당 건설도 계획했다. 그들은 〈정당 건설원칙과 대체적 경로〉에서 “우리는 모든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집권이 절실히 필요할 뿐 아니라 가능하며, 그러한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설득해야 하며 또 선거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계획을 밝혔다.

“당의 건설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이념정당’이라는 간판을 내건다든지 선명한 이념을 내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그것은 일반대중에게 거부감이나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다. ‘인간성 회복’, ‘공동체 문화 창달’, ‘사람 중심의 사회발전’과 같이 우리의 이념은 어느 정도 담으면서도 대외적으로 과격해 보이지 않게 보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父子 세습 비판은 美帝와 파쇼徒黨의 비열한 술책”

민혁당 출신이 전향하지 않았다면, 대를 이어 김정은에게 충성하고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해 투신할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민혁당은 사상교육으로 내부단속을 했다. 그들은 운동권 내 정세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청산주의적 우편향’과 비합법투쟁을 고수하는 ‘좌편향’, 개인주의 등을 비판했다. 특히 공산권 몰락과 북한경제난, 김 부자 권력세습 등으로 운동권의 대북관에 변화가 감지되자 ‘반북사상’을 맹비난했다.

그들은 〈반북사상을 뿌리뽑자〉에서 “반북사상은 미제국주의와 그 앞잡이들이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착취자적 이해실현을 위해 야만적 폭압과 함께 조작해 낸 반민족적, 반민중적 사상”이라고 매도(罵倒)하며 “결국 우리는 혁명운동의 궁극적 승리를 위해서도 대중운동의 성과적 발전을 위해서도 이 반북사상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만 하며, 이는 모든 분야와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반북사상 유포 원인을 ‘대북 정보통제’와 ‘북한의 우월성에 대한 무지’로 꼽으면서 “주체사상 전파, 북한 바로 알기 운동 등을 통해 연공연북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통일적 사상을 불식하고 올바른 통일관을 확립하자〉에서도 “반공반북의식은 식민지 사상문화정책의 소산”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서는 “수령과 당의 두리(둘레의 북한말)에 똘똘 뭉쳐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을 다그치는 것을 개인숭배니 독재니 하는 것은 당치 않다”고 두둔했다.

〈한라산업 이 동지에게〉, 〈백두산업의 이 동지에게 보내는 글〉에서도 김일성 사후 김정일의 권력세습에 대한 내부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지침을 전하고 있다. 민혁당은 문건에서 “주체사상과 김일성 장군님의 권위가 좌우되는 문제에는 아주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주체사상의 선전, 교양에서 좌경적, 모험주의적 태도를 철저히 배격할 것”을 강조했다. 또 “미 제국주의자들과 파쇼 도당이 김정일 선생님에 대해 가장 집요하게 왜곡하려는 것이 소위 부자세습”이라며 “그것은 이남(以南) 민중으로 하여금 이북사회에 대한 혐오감을 갖게 하고 조국분단을 영구화하려는 비열한 술책, 민주주의가 발달한 이북사회에 봉건왕조와 같은 낡은 사회의 굴레를 덧씌우려는 유치한 발상”이라고 강변했다. 다음은 그들이 “김정일의 권력세습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그를 찬양하는 내용의 일부다.

“이북겨레들은 주체사상을 완벽히 체현하고 고매한 덕성과 어버이 같은 풍모를 지닌 바로 김일성 장군님과 같으신 분인 김정일 선생님을 지도자로 추대하게 된 것입니다. 이북의 겨레가 김정일 선생님을 민족의 앞날을 밝혀줄 후계자로 추대한 것은 그들이 김정일 선생님을 통해 조국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확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지! 민중의 아픔을 같이하고 민중과 함께 호흡하며 솔선수범하는 김정일 선생님과 같은 지도자를 모시고자 하는 것은 이북의 겨레들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를 민중 위에 군림하고 억압하는 위정자들에 시달려 온 우리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요? 민족의 자애로운 지도자 김정일 선생님의 면모는 식민지 파쇼 치하에서 투쟁하는 이남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이 되지 않겠습니까?”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하는 식 선전은 안 된다”

〈의식화 학습 및 사상투쟁〉 관련 문건에서는 ▲북한혁명소설 독후감 ▲현장지도책에게 보낸 편지 ▲외국 혁명사례 연구 등으로 조직원들의 혁명의식을 고취했다. 또 ‘민중주의’ 등 타 계파의 혁명론에 대해 “당과 수령의 지도를 거부하고 민중을 배반하는 반혁명·반민중적인 사상”이라고 비난하며 주체사상에 입각한 혁명투쟁을 부추겼다.

그중 〈혁명운동과 자주적 교양〉은 지도 핵심 세력들에 주체사상을 ‘혁명의 무기, 삶의 지표’로 삼을 수 있도록 민중을 철저히 의식화할 것을 선동하는 조직 내부 투쟁지침 문건이다. 이 글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체사상을 보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주체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합법, 반합법, 비(非)합법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이용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먼저 비합법적인 경로를 다양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김일성 장군님과 김정일 동지의 여러 원전(原典)도 좋고, 또는 그것을 한국 민중의 정서에 맞게 이리저리 변형시켜서 광범위한 민중 속에 전달하고 학습하게 해야 합니다.”

이 대목은 권력 유지를 위해 부정투표와 폭력난동을 벌인 경기동부연합의 행태와 묘하게 겹친다.

〈위대성, 충실성 교양사업에서 혁신을 이룩하자〉는 조직원들에게 김정일 생일을 맞아 ‘김정일주의’로 철저히 무장하고 그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방법에 대해 기술된 교양자료다. 여기서 민혁당은 “조국통일을 이룩하는가 못 하는가는 전적으로 김정일 동지의 위대성을 우리 민족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에 달렸다”, “주체대오가 후계자를 중심으로 일심단결해야 주체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며 ‘김정일주의’로 단결할 것을 강조한다. 한편 정세 변화에 따라 김 부자를 선전하기 위한 방법의 변화도 이같이 촉구하고 있다.

“대다수의 단위에서 충성의 편지글이나 맹서글을 써보라고 하면 한결같이 판에 박힌 교과서적인 답만 써내는 잘못된 경향도 있었다… ‘이것은 위대한 지도자가 밝혀준 사상이다. 그러니 얼마나 위대하냐!’는 식으로 조급하고 무리하게 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94년 한총련 출범선언문처럼 ‘우리의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어쩌고?’ 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 지향이 약화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민족의식도 약화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자주·민주·통일(자민통)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 교양을 위대성 교양과 결부해 진행하는 데도 ‘주체위업의 계승자이시며, 조국통일의 향도성이시며, 세계반제자주화 운동의 걸출한 영도자이신?’하고 끝내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 걸출한 지도자인지) 실증적으로 밝혀주는 데 신경을 써야지, 이북에서 공식화된 자민통에서의 영도자의 업적과 권위를 그대로 옮겨와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정부를 敵이라고 칭한 민혁당원

문건 중 〈잊을 수 없는 사람, 김형에게 보내는 서한〉에는 주사파의 사상과 심리상태가 집약돼 있다. 이 글은 민혁당원인 필자가 ‘혁명적 신심(信心)’을 심어준 ‘김형’이란 인물에게 쓴 편지다.

필자는 이 글에서 김일성을 흠모하는 마음을 갖도록 지도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며 ‘반제(反帝)청년동맹’ 조직원으로서 혁명투쟁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필자가 ‘김일성 노작(勞作)’ 등을 학습했던 기억을 술회하는 내용이다. 그는 여기서 대한민국 정부를 ‘적(敵)’이라고 표현한다.

“장군님을 따르고 배우려는 열정에 찬 투쟁 속에 김형은 항상 나를 도와주었소. 자료가 거의 없던 당시에 ‘적’들의 서고(書庫)를 뒤져 장군님의 노작을 접수하기 위해 밤손님 노릇을 하던 일, 조선노동당원의 수기를 읽고 격정에 차서 밤새 토론하던 일,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교포들이 이북을 방문해 장군님 품에 안겨 흐느낄 때 장군님도 굳게 결의했던 일들이 잊을 수 없소.”

필자가 1년6개월의 투옥생활 후에도 더욱 김일성을 맹종(盲從)하게 됐고, 주체사상 전파를 위해 공단(工團)지역에 침투했다고 실토하는 내용도 있다.

“1년 반이 넘는 감옥생활을 헛되게 보낸 꼴이 되어버린 나는 감옥 밖의 세상이 별로 즐겁게 다가오지 않았소. 수많은 동지가 휴식분자, 탈락분자로 전락해 가고 있었소. 나는 노동 계급 속에 주체사상을 전파하는 일이 혁명의 지름길이라는 결론을 내렸소. 동남해안의 노동자 도시로 가자! 원대한 구상을 가지고 통 크게 사업하라는 장군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다음은 필자가 김일성의 혁명전사로서 ‘반제청년동맹’의 조직원이 돼 한목숨 바칠 것을 결의하는 내용이다.

“나는 김일성 장군님의 영예로운 혁명전사로서 끝없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주체형의 혁명조직 반제청년동맹의 성원으로서 살아도 죽어도 영광에 찬 삶이 열렸던 날이었소… 장군님의 생전에 조국통일을 완수하자. 함께 장군님 품에 안길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더욱더 충실하자.”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민혁당은 반역(反逆)집단이다.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을 ‘미제 식민지’로 규정하고,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며 국체(國體) 변경을 획책한 반국가단체다. 1인 독재체제와 부자세습을 미화하며 세계사적 조류에서 퇴행(退行)한 반민주(反民主) 수구(守舊)세력이다. 민혁당 출신들이 전향하지 않았다면 김정은에게 대(代)를 이어 충성하며 한반도 적화(赤化)통일을 위해 전력투구(全力投球)할 것이다.

민혁당 출신들이 사인(私人)에 머물렀다면 정치노선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공인(公人)은 다르다. ‘온누리의 주체사상화’를 꿈꾸던 이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의 종복(從僕)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문제”(이석기), “군사독재 시절의 색깔론 재현”(이상규) 운운하며 대답을 회피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20대 운동권의 심정으로 일하겠다”는 이석기씨 발언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상규씨가 “(3대 세습을) 일반적으로 죄악시하는 식으로 얘기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것은 김일성 일가의 권력세습을 용인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위해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하겠다는 것인가.

종북논란이 불거진 이후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이 두 사람에게 묻고 있다. 야권연대를 지킬 목적으로 ‘종북’을 두둔하는 세력들에도 질문한다. 이제 그들이 답할 차례다. 이석기씨는 투표 부정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으로서 언제 금배지가 날아갈지 모르는 사람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