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文在寅-金斗官大選경쟁력 비교 : 월간조선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에서 4·11 총선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단독이든 야권연대이든 과반수 의석을 획득해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총선 사상 최초로 전국적인 야권연대를 성사시켰고, 지난 3월 10일에는 제19대 국회에서 양당이 추진할 공동정책 핵심 20개 의제에 대해 합의했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文在寅) 바람’(文風)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부산에서 불기 시작한 문풍이 돌풍이 되어 ‘문재인 대세론’으로 굳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문풍은 PK 지역 선거 판세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한계가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다른 민주당 잠룡(潛龍)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한계론’의 최대 수혜자는 김두관(金斗官) 경남지사일지 모른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창립기념 조찬 간담회’에 김 지사가 초대를 받아 강연했는데 2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김 지사는 그날 강연에서 ‘대선(大選)출마의 변(辯)’에 견줄 만큼 야권의 집권전략을 비롯해 미래 비전, 새 시대 리더십, 정치발전 과제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 모임 회장인 이석현(李錫玄) 의원은 김 지사에 대해 “젊고 대중적 친화력이 특출하고 개혁적이고 모든 면에서 훌륭한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또 “지나온 길을 봐도 이장, 군수, 중앙정부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까지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한마디로 평한다면 대단한 우량주(優良株), 장래가 유망한 우량주인데 저(低)평가된 우량주”라고 소개했다.

여하튼 4·11 총선에서 예상치 못한 완패로 민주당 대선 경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손학규(孫鶴圭) 전 대표, 정세균(丁世均) 전 대표, 정동영(鄭東泳) 의원 등 다른 잠룡들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세인의 관심은 과연 문재인과 김두관 중 누가 박근혜(朴槿惠) 새누리당 의원 대항마(對抗馬)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쏠려 있다. 두 후보의 경쟁력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이 시장분석을 할 때 사용하는 SWOT(Strength·강점, Weakness·약점, Opportunity·기회, Threat·위협) 기법의 틀로 분석을 해보았다.

文在寅 SWOT 분석

<표1>에서 보듯이 문재인 고문의 최대 강점은 민주당 대권후보 중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5월 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박근혜 35.8%, 안철수(安哲秀) 22.0%, 문재인 9.6%로 나타났다.

“범(汎)야권 대통령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문 고문이 16.7%로 안철수 교수(32.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지지자층(25.8%), 진보층(25.3%), 대선 투표 시 야권 단일 후보 지지층(31.6%)에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표2> 참조). 12월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PK 지역에서는 22.9%의 지지로 안 교수(28.5%)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문 고문의 또 다른 강점은 민주당 내 주류(主流)로 부상한 친노(親盧) 당권파(黨權派)의 견고한 지지를 받으면서 유력 대권후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정(國政) 경험을 쌓았고,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된 깨끗하고 강직한 이미지가 또 다른 강점이다.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지지도 하락

문재인 고문의 최대 약점은 <그림1>에서 보듯이 3월 중순 이후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1월부터 2월 말까지 문 고문의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오히려 총선이 한창 중인 3월부터 지지도가 하락했다. 더구나 문 고문의 지지도가 다자(多者) 대결에서 한번도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표의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문 고문의 지지율은 50대에서 4.0%, 60대 이상은 2.7%로 지극히 낮았다. 대선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도층(9.4%)과 무당파(無黨派·5.0%)에서 안 교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장년층과 중도층을 잡지 못하면 문 고문의 대권 도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총선 이후 안 원장과의 경쟁구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거나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면 지지율이 정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후보의 권력의지가 강하고 지역기반도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문 고문의 언행을 살펴보면 권력의지가 그리 강한 것 같지 않다.

문 고문은 지난 5월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대선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고 정권을 장악하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게 되면 (대선후보로서 제가 구상하는) 시대정신과 그 실현을 위한 헌신성을 국민들에게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제가 그런 시대정신 구현에 주역 역할을 하는 것이고, 국민들 평가가 그렇지 않다면 정권교체에 조연 역할을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후보 단일화는 특정 정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사람과 당 밖의 유력 대권후보가 선거 막판에 조율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되기도 전에 문 고문이 공동정부론을 매개로 후보 단일화를 언급했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異例的)인 것이다.

좋게 해석하면 안철수 교수에게 ‘문재인-안철수 또는 안철수-문재인 공동정부’ 수립을 전제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개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권력의지가 강하지 않은 문 고문이 대통령직을 무소속 안 원장에게 양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대중정치인 이미지 未형성

지난 4·11 총선 당시 유세 도중 시민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문재인 후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정치인’이미지가 약한 게 그의 약점이다.

4·11 총선에서 PK 지역의 야권연대 정당 득표율이 38.7%였다는 것은 문 고문이 영남 득표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것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盧武鉉) 후보가 PK 지역에서 획득한 득표율(29.4%)보다 9.3%포인트 더 많았다는 것은 이번 PK 지역 선거를 주도했던 문 고문에게는 분명 기회의 창이 열린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 교수의 대선 불출마 시 문 고문이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문 고문에게 ‘노무현의 남자’,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별칭은 최대 위협요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분명히 제시해야 하는데 문 고문은 아직 자신만의 정치적 색깔이 부족하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의 지적대로 “(문 고문은) 노 전 대통령을 보필했다는 것 외에는 자신만의 정치적 업적이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잡초처럼 일어나 돌파하는 근성과 의지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선에 출마를 했음에도 대중정치인 이미지가 아직 형성되지 못했고, 대권주자가 아니라 참모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도 큰 핸디캡이다. 50·60대 및 중도층에서 득표력의 한계를 보이고, 노무현 정부 실패에 대한 공동책임론과 한미(韓美)FTA 등 참여정부 핵심 정책에 대한 말 바꾸기는 향후 대선 행보에서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腱)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크다.

김두관 SWOT 분석

대선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김두관 지사의 지지도가 1% 안팎에 불과하지만 민주당에 입당(入黨)하자마자 주목을 받는 것은 그의 정치적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유권자들은 대선후보를 선택할 때 엘리트보다는 자신들과 비슷한 서민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입지전적(立志傳的)인 인물들이었다. 1997년부터 3번 연속 대선에 출마한 이회창 후보는 경기고-서울대 법대-26세 사법고시 합격 등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였지만 세 번 모두 상고(商高) 출신에게 패배했다. 이런 사례들은 한국 대선에서 학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것보다는 입지전적인 삶의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민주화 운동과 농민운동, 이장(里長)에서 시작해 남해군수, 행정자치부장관을 거쳐 경남지사에 이르기까지의 입지전적인 삶의 스토리와 온건·합리주의 성향의 서민 이미지가 김두관 지사의 최대 강점이다. 이에 맞춰 김 지사는 ‘성공하는 서민정부’를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2010년 6월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도지사직을 중도에 포기할 것을 마음먹을 정도로 김 지사의 권력의지는 강하다. 김 지사는 최근 한 주간지에서 소개한 자신의 자서전 초고(草稿)에서 “내가 권력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공익(公益)과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뚜렷한 소명의식이 있다”고 서술했다.

새누리당의 아성(牙城)인 경남에서 7차례나 선거에 도전했던 풍부한 선거 경험도 큰 장점이다. 선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친화력을 키우는 학습을 했다는 것은 김 지사에게 큰 자산이다.

영남권에서 득표력이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도 김 지사에게는 강점이다. 김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5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난 19대 총선 시 경남지역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얻은 정당 득표(36.1%)보다 훨씬 높은 것이고, 새누리당(53.8%)이 얻은 것과 동일하다.

‘비토세력’ 없지만, 지지도 낮아

2006년 2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열정적으로 연설하는 김두관 후보. 강한 권력의지가 그의 강점이다.

김 지사가 ‘친노 그룹’에 속하지만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내 ‘비노(非盧) 세력’의 거부감이 적고, 특히 포용력과 친화력을 겸비해 주변에 ‘비토’세력이 별로 없다는 것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호남 및 동교동계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세력분포를 만들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김 지사의 약점은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 19대 총선 당선자 127명 중 ‘김두관계(系)’라고 불릴 수 있는 인사가 전무(全無)하다. 현재 친노 진영의 확고한 대선후보는 문재인 고문이다. 친노 진영 거의 전부가 문 고문 지지세력이라고 봐야 한다.

문재인 고문과 ‘노무현의 사람’이란 이미지와 부산·경남 지역기반이 겹치는 것도 김 지사에게는 약점이다.

김 지사의 최대 위협 요인은 낮은 지지율과 인지도이다. 그만큼 ‘대선주자 김두관’의 현실은 아직 미약하다. 최근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1~1.5%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최근 대선 인지도를 물은 ‘케이스파트너스’의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의 인지도는 26.8%로 대선주자 중 가장 낮았다.

김 지사는 지난 2월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면서, 지난 지방선거 이래 경남도민들에게 줄곧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했던 약속을 이미 어겼다. 더구나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 임기를 마무리 짓지 않는 것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두관’ 하면 떠오르는 특화(特化)된 브랜드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위협 요인이다. 민주당 경선이 9월경에 치러진다면 남은 4개월 동안 고유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文在寅 대세론’ 對 ‘金斗官 대안론’

현재까지 문재인-김두관 양자(兩者) 대결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다. 대선후보 지지도, 범야권 후보 적합도, 당내 기반 모든 면에서 김 지사가 문 고문에게 절대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결구도는 ‘이인제 대세론’과 ‘노무현 대안론’이 격돌했던 10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와 유사한 면이 많다. 당시 이인제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버금갈 정도로 높았지만 여론 주도층과 지식인층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특히 당원 50%와 일반 국민 50%로 구성해 최초로 실시한 국민참여 경선 초기부터 예상을 깨고 노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이인제 대세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 발화점(發火點)이 2002년 3월 16일에 실시된 광주(光州) 경선이었다. 호남이 영남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온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그 기세를 몰아 ‘이회창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김 지사는 올 초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고문에 대해 “과거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감이 아니다”,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 절반이 문 고문이 아닌 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後光)에 의존하는 반사체형(反射體型)이고, 김 지사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發光體)일 수도 있다. 친노의 대표로 옹립되어 부상한 문 고문과는 달리 김 지사는 스스로 정치 인생을 개척해 왔다는 점에서 자신을 문 고문과 차별화하고 있다.

여하튼 세간의 지적대로 “문 고문이 노 전 대통령의 가신(家臣)그룹이자 ‘성골’(聖骨·주류 핵심)이라면 김 지사는 시골 이장과 군수 등을 하며 자수성가(自手成家)한 뒤 뒤늦게 합류한 ‘육두품’(六頭品·비주류)이다”.

金斗官, ‘노무현 비욘드’

김 지사는 최근 언론에 공개된 자서전 초안에서 “‘지지세력’도 배신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적’도 만들지 않고, 그러기 위해서 ‘기본과 핵심’을 분명히 지키고 세우면서 ‘단계와 외연’을 높이고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비록 자신이 범친노 세력이지만 무조건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기보다는 노무현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다시 말해, 김 지사는 문 고문이 추구하는 ‘노무현 어게인’(again)이 아니라 ‘노무현 비욘드’(beyond)를 지향하고 있다.

만약 김 지사가 예상을 깨고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꺾는다면 마치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이인제를 이긴 것처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누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냐의 문제와 누가 되면 철옹성(鐵甕城) 같은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느냐의 문제는 다르다. 후자(後者)의 경우에 국한한다면 문 고문보다는 김 지사의 잠재력이 훨씬 강하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관심(attention)→매력(attraction)→지지(support)의 3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투표 후보를 선택한다. 더불어, 유권자는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누가 새로운 사람이냐’(who’s new)라는 단순한 잣대를 통해 후보를 평가한다. 현재 문재인 고문의 지지도는 높지만 새로움이 부족하다. 반면, 김 지사는 지지도는 낮지만 새로움이 강하다. 문 고문과의 대결에서 김 지사의 예상치 못한 승리는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것이다.

반면, 문 고문이 승리할 경우는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로 받아들여지면서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다만, 문 고문이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안철수 교수와의 후보 단일화 게임에서 승리한다면 엄청난 지지도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4개월마다 바뀌는 民心

잠재적 야권 대선후보들의 지지도 변화를 고찰해 보면 마치 ‘민심(民心) 변화 4개월 주기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는 안철수 교수가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새로움을 무기로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반면, 올해 1월부터 4월 총선까지는 문 고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 국민들은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욕구가 워낙 강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인물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경향과 추세가 김 지사에게도 적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밋밋한 것을 싫어하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김 지사에게 의외의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두관 대안론’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극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수가 따라줘야 한다.

첫째, 끊임없이 대권후보를 물색 중인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선 호남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지난 1년5개월간 실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정치지표 조사 때마다 호남이 선호하는 대권주자가 매번 바뀌었다. 작년 6월 조사에선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올 3월 조사에선 문 고문이 떠올랐다가 최근에는 안철수 교수가 40%에 육박하는 호남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문 고문이 이번 총선에서 부산·경남에서 기대만큼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호남 유권자들이 문 고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 같다. 안 교수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제3의 길을 걷는다면 부득이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 내 대안을 물색할 것이다.

따라서 호남의 ‘정치적 집단지성’이 손학규, 안철수, 문재인을 거쳐 과연 누구에게 다시 모일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민주당 경선 흥행을 위해 김 지사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그의 지지율은 수직 상승할 수도 있다.

文在寅, 일반유권자보다 훨씬 진보적

둘째, 중도층의 선택 여부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양날의 칼이었다. 선거 구도를 1대 1로 만들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을 제압한 것은 득(得)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눈치를 보면서 이념적으로 경직되고, 정책을 지나치게 좌클릭한 것은 독(毒)이 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던 중도층 일부에서 야권연대 지지를 유보 또는 철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 고문이 야권연대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에 중도층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림2>는 총선 직후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패널조사에서 나타난 대선후보들의 이념 성향이다.

유권자의 평균 이념 점수는 10점 만점(0점 아주 진보, 5점 중도, 10점 매우 보수)에 5.2점으로 중도 보수에 위치하고 있다. 문재인 고문의 이념 위치에 대해 유권자들의 평균 점수는 4.1점으로 김두관(4.3점), 안철수(4.3점), 손학규(4.9점)보다 훨씬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 고문에게 쉽게 표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참여 경선의 초반 판세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어느 후보가 시대정신에 맞는 의제를 선점(先占)해서 국민의 감동과 지지를 이끌어낼지가 중요하다.

최근 김 지사는 자신이 가장 중요시한 목표로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나라’를 제시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고 공정경쟁이 가능하고 노력에 의해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 절망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판검사·의사·변호사 한명 아는 사람 없는 그런 어려운 국민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서민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문재인 고문은 올 초 설 연휴에 “진보진영 사람들은 왜 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다른 쪽을 인정 안 하는 적대감이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진영이 울타리를 넓히기 위해서는 자신들만 옳다는 독선(獨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한국의 민주주의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대결에 매몰되었던 점을 반성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고문은 ‘합리적 노무현’의 이미지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文在寅·金斗官의 시대정신은?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총선 이후 더욱 공고화되고 폐족(廢族)으로 몰렸던 친노 세력이 민주당의 중심세력으로 부상(浮上)하면서 12월 대선에서는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있다.

과연 이런 구도가 시대정신에 맞고 역사 발전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현명한 유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역사와 미래는 발전을 향해 나아가지 거꾸로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대전제 속에서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문재인과 김두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지 모른다. 특히 현재까지 업적, 이미지, 비전 등에서 별로 차이가 없지만 어느 후보가 더 효율적으로, 더 전략적으로 자신의 강점과 기회를 살리고 약점과 위협 요인을 극복하는지를 토대로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좀 더 객관적인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 청산’,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 ‘사람다운 세상’ 등을 전면에 내세워 ‘이인제 대세론’과 ‘이회창 대세론’을 침몰시켰다. 문재인과 김두관, 과연 누가 어떤 철학과 비전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댕길지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