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득 의원은 낙천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고향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밝혔다”
⊙ 이상득 의원과 이별 수순 밟거나 도전장 미는 사람 나와
⊙ 정권 바뀔 경우 불이익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지역 유지들
주변에 밝혔다”
⊙ 이상득 의원과 이별 수순 밟거나 도전장 미는 사람 나와
⊙ 정권 바뀔 경우 불이익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지역 유지들
2011년 10월 9일 경북 포항시. 이명박 정권 막바지에 이르면서 포항의 민심이 확 바뀌었다는 얘기를 서울에서 듣고 현지를 찾았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서울에서 정치인들을 통해서는 전혀 듣지도 못한 ‘변화’가 벌써부터 일고 있다는 말을 들었던 터다.
경북 포항이 어떤 도시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안태고향’(본인이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선조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는 시골 통념을 감안했을 때 포항은 이 대통령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2007년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포항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포스코에 기대 먹고살았던 철강 도시가 더 이상 아니었다.
TK(대구·경북)의 변방 정도였던 포항은 2008년 정권 출범과 함께 ‘소나기 같은 예산’ 세례를 받았고, 포항 출신 인사들의 중앙 고위직 진출도 눈에 띄었다. 덩달아 포항과 영일(1995년 포항 편입) 출신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목우회’도 유명세를 탔다.
포항 출신 인사들은 자신의 고향이 포항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거론했다. “제가 포항출신인데요”는 어디에서든 통하는 마패처럼 기능했다. 뒷골목에서 얘기하는 새로운 완장과도 같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사랑도 각별했다. 대구북갑을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이명규(李明奎) 의원은 “대통령이 포항이나 TK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서울로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하더라”고 전했을 정도였다. 친이(親李)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을 찾을 경우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항시민도 이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현상들이 모두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2012년 대선을 1년여 앞둔 지금 포항의 민심도 고향 출신 대통령을 떠나고 있었다.
포항 이야기를 써 볼까 생각하다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 의원의 무소속 출마설이었다.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을 통하면 해결된다)이란 말이 유행했던 게 엊그제인데 내년 총선 무소속 출마라니? 정말 사실일까. 기자는 이상득 의원의 무소속 출마설부터 취재에 나섰다.
이상득, 무소속 출마 각오
지역 정가를 꿰고 있는 한 지역 일간지 간부의 말이다.
“현재 이 의원 쪽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선거운동을 계획 중입니다. 무소속 출마도 대비해서 전략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설령 낙천하더라도 눈에 띄는 도전자가 없는 만큼 ‘인물론’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이야기를 측근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직접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외에 이 의원 측은 아예 이 지역을 무공천 지역으로 놔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일까. 기자가 캐묻자 이 간부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득 의원과 친한 지역 경제인들 사이에서 나온 얘기”라며 “난 사실이라고 알고 있으나 (나와)지역 경제인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보도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 간부는 이상득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총선 카드의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이와 같은 얘기는 서울에 사는 포항 출신한테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인사는 “나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 했다.
사실 객관적인 상황으로 봐도 이상득 의원을 내년 총선때 공천하느냐 마느냐는 것은 여권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 뻔하다. 당내 수도권 출신 한 소장파의 이야기다.
“이상득 의원이 내년 총선 공천을 받는 순간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전멸할 것은 뻔하죠. 그렇게 생각 안합니까? 이상득 의원은 내년에 당선되면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이 이 의원이 공천받아 선거가 불리해지는 상황을 참고 있으리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얘기일 것입니다.”
하긴 지금보다 형편이 훨씬 나은 2008년 총선 때도 이상득 의원의 공천 문제는 당내 분란의 불씨였다. 당시 한나라당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3월 수도권 총선 출마자 55명과 함께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행동에 돌입했다. 이런 항명(抗命)에는 MB정권의 2인자를 자처했던 이재오(李在五) 의원도 동조했다는 것이 관련 인물들의 증언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상득 의원 불출마를 (청와대에)건의하고 나도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겠다”고 결의를 다졌으나 정작 예정한 거사(擧事) 당일 잠적, 연락두절 상태가 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은 어떤가.
70을 훌쩍 넘긴(내년이면 77세) 대통령 친형의 공천 문제가 아니더라도 수도권 전멸이란 전망이 공공연하다. 상황이 훨씬 악화된 것이다. 수도권 소장파들은 대통령 친형이 없다손 치더라도 뭔가 희생양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하물며 이상득 의원이 출마 각오를 다지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 친형 공천 탈락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은 어쩌면 정치 생리상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상득 의원 무소속 출마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이 의원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곡절 끝에 10월 10일 지역구 행사장 곳곳을 누비고 있는 이 의원과 잠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이 의원은 요즘 지역구 방문 횟수를 부쩍 늘렸다고 한다. 이 의원의 행사에 동행했던 이들은 행사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고 주장했다.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것”
이상득 의원은 어떤 언론 매체와도 내년 총선 출마 문제, 더구나 무소속 출마 검토와 관련해서는 얘기를 꺼낸 일 자체가 없다. 인터뷰를 요청하긴 했지만 기자도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이상득 의원은 앉자마자 “인터뷰를 꼭 해야 하나요”라고 확인을 했다.
―서울에서 얘기를 들으니 내년 총선에서 이 의원께서 출마를 하느냐 마느냐가 최대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하던데요.
“제가 죽어도 출마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6선까지 했는데 국회의원직에 연연하겠습니까. 사실 18대 때도 (동생이 대통령으로 당선돼)그만두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많은 사람이 말렸어요. 지금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기인데 그만두면 배신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출마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18대 때처럼 다선이고 나이가 많으니 불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제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들을 잘 마무리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시민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블루밸리 산업단지 조성, 경부고속철도(KTX) 포항연결선,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의 사업을 다선인 제가 추진하면 좀 더 빨리 완공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지역의 의원들과 지자체장 중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해 달라고 요구하는 분이 많습니다. 국회의원을 6번이나 시켜 준 시민의 요구를 등져 나쁜 국회의원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출마 여부를)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말이 애매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족(蛇足)이 있긴 했지만 보은론(報恩論)을 강조한 것으로 봤을 때 총선 출마로 마음을 잡은 것은 틀림없는 듯싶었다. 실제 이 의원을 20년 넘게 보좌한 한 측근은 사석에서 “지금부터 총선 끝날 때까지 자유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이 의원의 차기 총선 출마를 확인해 줬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염두에 둔 것인가요.
“아직 차기 총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도 안된 상태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다느니,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느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포항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면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것입니다. 제가 무서워하는 것은 포항시민뿐입니다.”
―답변이 애매한데요. 여러 가지 고민과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것이란 말이 꼭 무소속 출마까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제발 저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원로로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할 것입니다. 포항사람으로서 경북과 대구, 나아가 나라에 부끄럽지 않게 처신할 겁니다.”
―당내 일부 소장파들은 내년 총선에서 이상득 의원이 공천을 받으면 수도권에선 전멸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죄송스럽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허주(虛舟) 고(故) 김윤환(金潤煥) 전 의원과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처럼 개혁 공천의 희생양이 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개혁공천’을 빌미로 허주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최 전 대표의 경우는 17대 총선에서 자신이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한 김문수(金文洙) 현 경기도지사로부터 총선 불출마를 권유받고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당내 젊은 사람들도 나를 많이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수도권 총선 출마자 55명은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와는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사실 이상득과 서울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어 이 의원은 “다선이라서, 나이가 많아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다선이고 나이가 많은 것이 자원외교나, 단교 위기로 치닫던 한국-리비아 외교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10월 10일 포항 일정을 끝내자마자 서울로 가 서먹한 관계에 있던 정두언 의원의 출판기념회장을 찾았다. 소장파 리더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인 듯했다. 이상득 의원의 ‘구애(求愛)’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나타날 것인가, 아니면 짝사랑으로 끝날 것인가.
이병석, 이상득과 결별 수순
이상득 의원과 함께 포항을 나누고 있는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상득계로 꼽힌다. 포항북에서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후배인 그는 최근 이상득 의원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5월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이후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병석 의원은 이상득계의 대표주자로 경선에 나섰지만 완패했다. 선거 전 이병석 의원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이상득 의원의 지지에 대구·경북 의원들의 지지를 합치면 무조건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상황은 정반대로 나왔다. 이 의원은 159명 중 33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병석 의원 측은 이상득 의원이 막판에 발을 뺐기 때문에 패배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병석 의원의 말이다.
“나는 SD(이상득의 이니셜)가 형님예산이라고 공격받을 때 정면으로 나서서 보호했는데 SD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를 돕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 본인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 결코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어찌 보면 나는 이용만 당한 셈입니다.”
이병석 의원과 가까운 지인도 “왜 SD와 이병석 의원을 자꾸 묶느냐. 전당대회 때도 SD와는 다른 방향으로 투표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데 어떻게 친이상득계냐”고 반문했다. 이 지인은 몇달 전까지만 해도 이병석 의원과 이상득 의원은 운명공동체라는 식으로 얘기했었다.
이와 관련, 무소속이지만 이상득 의원 사람으로 알려진 한 포항시의회 의원은 “이병석 의원은 이상득 의원만 없으면 자신이 포항의 맹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있을 수 없지 않으냐”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과 별개로 이병석 의원 측도 공천 탈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포항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이병석 의원이 최근 보좌진에게 무소속 출마까지를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이 의원은 물론 보좌진도 모두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바람에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에 직접 물어본 결과 “누가 뒤에서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지 모르겠다. 예산도 많이 확보했고, 사업들도 착착 잘 진행하고 있는 데다 포항북의 민심은 좋다. 무소속 이야기를 묻는데 최근 보도된 지역 언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병석 의원의 인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무소속 출마가 말이 되느냐. 무소속 출마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대구·경북 지역 유력 일간지 《영남일보》가 10월 12일 창간 66주년을 맞아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의원은 14.7%의 선호도를 기록, 경북 지역 국회의원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국회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 또한 41.5%나 나왔다.
박명재 전 장관, 이상득 의원과 공천 경합 밝혀
포항은 지역구가 두 개다. 이상득 의원의 포항남·울릉과 이병석 의원의 포항북이 그것이다. 대통령의 친형과 그의 ‘아바타’가 버티고 있어 그림이 될 만한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았었다. 이상득 의원의 힘이 건재했던 최근까지만 해도 도전자는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도전장을 던지는 후보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포항남·울릉에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박명재(朴明在)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깝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의원이 박 전 장관을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포항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던 인연이 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한나라당 후보로 포항시장에 출마하려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아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지역 기자들과 만나 포항남·울릉 지역 출마를 선언한 박 전 장관을 지난 10월 6일 분당의 한 일식집에서 만났다.
―사실상 19대 총선 포항남·울릉 지역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이상득 의원님은 인품도 훌륭하시고 6선을 해 오시며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를 한 분입니다. 제가 참 존경합니다. 하지만 많은 고향 분이 저에게 출마를 건의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지금 63세인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입니다. 청와대 행정비서관, 경북도 행정부지사,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옛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지금까지는 중앙에서 국가의 일을 했는데 이제는 고향을 위해 남은 삶을 바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유리할 것 같습니까.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네요.”
―뭔가 비전이 보이니까 출사표를 던진 것 아닌가요. 한나라당 공천을 자신한다든가 하는 것 말입니다.
“한 분이 영원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소리가 지역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박 전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포항이라는 지역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 입당해야 한다. 포항에서 정치할 것이라면 포항시민이 절대적으로 지지해 주는 정당인 한나라당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과 ‘공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직을 역임했던 만큼 ‘변절’로 공격을 받을 소지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했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외부 학자였거나, 정치인 장관으로 발탁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저는 당시 차관급 공무원이었습니다. 승진해야 할 시기가 와서 장관으로 올라간 것이죠. 공무원은 국민이 선택한 정권에 충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간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간 것을 지적하는 분들이 계신데,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김관용 현 지사님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조성한 만큼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존경한다고요.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 사업을 추진한 장본인이 접니다. 때문에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이)정치적 변절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정치적 이념과 신념은 기본적으로 보수입니다. 다만 수구꼴통 보수가 아닌 변화된, 합리적인, 진화적인 보수죠.”
박 전 장관은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으며, 낙선 뒤 노무현 정권에서 각료(행정자치부장관) 역할을 했다. 여·야 공천심사위원회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원론적으로 철새 정치인은 공천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박 전 장관이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엄연히 버티고 있는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그냥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SD가 출마하면 약속을 세 번이나 어기는 것”
이뿐이 아니다. 이 의원의 정치특보였던 김순견(金淳見) 전 경상북도 도의원도 출마를 위해 지역을 휘젓고 있다. 현재 김 전 도의원은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이다. 김 부대변인은 “(이상득 의원이)이번에도 출마한다면 세 번이나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17대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고, 그것을 믿고 도왔는데 지금 또 출마하려고 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며 “(나는)공천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이상천(李相千) 전 경북도의회 의장도 지역 분위기에 따라 출마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민주당 후보로 포항남·울릉지역에 출마할 허대만(許大萬) 경북도당위원장도 이번 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995년 박기환씨가 야당후보로 포항시장에 당선됐을 때와 비슷하다. 이 의원 측은 주변과 바닥민심의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허 위원장은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각종 인사로비, 당 원내대표 경선 간여 논란 등에 오르내린 것도 민심 이반에 한몫했다”며 “행사장을 돌면 ‘이상득 의원이 감옥에 안 가기 위해 이번에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려 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대한 구설은 진실 여부와 관련없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10월 12일에는 이 의원의 땅이 이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준비 중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私邸)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일으켰다. 전직 대통령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은 상당한 개발이익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이상득 의원이 개발이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포항남·울릉만이 아니라 포항북 지역에도 복병이 나타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병욱(李炳旭) 전 환경부 차관, 공원식(孔元植) 경북도 정무부지사, 이상곤(李相坤) 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 등이 그들이다.
포항 민심이 변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권이 바뀌면 ‘포항은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장악력이 점차 낮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 고향이란 虛名이 짐이 될 것”
앞으로 1년여만 지나면 포항은 현직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타이틀을 잃게 된다. 이상득 의원은 곧 전직 대통령의 친형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친형’은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을 땐 울타리가 될 수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짐이 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생리다.
포항 이외의 지역에선 대통령 고향이라는 것 때문에 포항에 예산·인사 등 특혜가 집중됐다. 하지만 막상 포항 시민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정권이 바뀌면 포항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것이고, 그 시점이 가까워 오니 불안감이 도시 전체를 엄습하는 것이다.
포항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관계자의 말이다.
“포항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모처럼 일군 대형 국책사업들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60여년 동안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철도망이 연결되지 않은 철도교통 사각지대였는데 지금에서야 겨우 그와 관련된 예산을 책정하고 사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면 사업추진 속도가 더뎌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저런 걱정 때문에 포항 사람들 지금 아주 예민해져 있어요.”⊙
경북 포항이 어떤 도시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지만 ‘안태고향’(본인이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선조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는 시골 통념을 감안했을 때 포항은 이 대통령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2007년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포항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포스코에 기대 먹고살았던 철강 도시가 더 이상 아니었다.
TK(대구·경북)의 변방 정도였던 포항은 2008년 정권 출범과 함께 ‘소나기 같은 예산’ 세례를 받았고, 포항 출신 인사들의 중앙 고위직 진출도 눈에 띄었다. 덩달아 포항과 영일(1995년 포항 편입) 출신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목우회’도 유명세를 탔다.
포항 출신 인사들은 자신의 고향이 포항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거론했다. “제가 포항출신인데요”는 어디에서든 통하는 마패처럼 기능했다. 뒷골목에서 얘기하는 새로운 완장과도 같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사랑도 각별했다. 대구북갑을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이명규(李明奎) 의원은 “대통령이 포항이나 TK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서울로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하더라”고 전했을 정도였다. 친이(親李)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을 찾을 경우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항시민도 이 대통령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현상들이 모두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2012년 대선을 1년여 앞둔 지금 포항의 민심도 고향 출신 대통령을 떠나고 있었다.
포항 이야기를 써 볼까 생각하다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 의원의 무소속 출마설이었다.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은 형을 통하면 해결된다)이란 말이 유행했던 게 엊그제인데 내년 총선 무소속 출마라니? 정말 사실일까. 기자는 이상득 의원의 무소속 출마설부터 취재에 나섰다.
이상득, 무소속 출마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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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은 측근들에게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
“현재 이 의원 쪽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선거운동을 계획 중입니다. 무소속 출마도 대비해서 전략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설령 낙천하더라도 눈에 띄는 도전자가 없는 만큼 ‘인물론’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이야기를 측근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직접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외에 이 의원 측은 아예 이 지역을 무공천 지역으로 놔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일까. 기자가 캐묻자 이 간부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득 의원과 친한 지역 경제인들 사이에서 나온 얘기”라며 “난 사실이라고 알고 있으나 (나와)지역 경제인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보도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 간부는 이상득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총선 카드의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이와 같은 얘기는 서울에 사는 포항 출신한테서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인사는 “나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 했다.
사실 객관적인 상황으로 봐도 이상득 의원을 내년 총선때 공천하느냐 마느냐는 것은 여권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 뻔하다. 당내 수도권 출신 한 소장파의 이야기다.
“이상득 의원이 내년 총선 공천을 받는 순간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전멸할 것은 뻔하죠. 그렇게 생각 안합니까? 이상득 의원은 내년에 당선되면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이 이 의원이 공천받아 선거가 불리해지는 상황을 참고 있으리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얘기일 것입니다.”
하긴 지금보다 형편이 훨씬 나은 2008년 총선 때도 이상득 의원의 공천 문제는 당내 분란의 불씨였다. 당시 한나라당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3월 수도권 총선 출마자 55명과 함께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행동에 돌입했다. 이런 항명(抗命)에는 MB정권의 2인자를 자처했던 이재오(李在五) 의원도 동조했다는 것이 관련 인물들의 증언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상득 의원 불출마를 (청와대에)건의하고 나도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겠다”고 결의를 다졌으나 정작 예정한 거사(擧事) 당일 잠적, 연락두절 상태가 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은 어떤가.
70을 훌쩍 넘긴(내년이면 77세) 대통령 친형의 공천 문제가 아니더라도 수도권 전멸이란 전망이 공공연하다. 상황이 훨씬 악화된 것이다. 수도권 소장파들은 대통령 친형이 없다손 치더라도 뭔가 희생양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하물며 이상득 의원이 출마 각오를 다지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 친형 공천 탈락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은 어쩌면 정치 생리상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상득 의원 무소속 출마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이 의원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곡절 끝에 10월 10일 지역구 행사장 곳곳을 누비고 있는 이 의원과 잠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이 의원은 요즘 지역구 방문 횟수를 부쩍 늘렸다고 한다. 이 의원의 행사에 동행했던 이들은 행사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고 주장했다.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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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의 유지들은 정권이 바뀌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예민해져 있었다. |
이상득 의원은 앉자마자 “인터뷰를 꼭 해야 하나요”라고 확인을 했다.
―서울에서 얘기를 들으니 내년 총선에서 이 의원께서 출마를 하느냐 마느냐가 최대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하던데요.
“제가 죽어도 출마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6선까지 했는데 국회의원직에 연연하겠습니까. 사실 18대 때도 (동생이 대통령으로 당선돼)그만두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많은 사람이 말렸어요. 지금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기인데 그만두면 배신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출마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18대 때처럼 다선이고 나이가 많으니 불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제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들을 잘 마무리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시민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블루밸리 산업단지 조성, 경부고속철도(KTX) 포항연결선,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의 사업을 다선인 제가 추진하면 좀 더 빨리 완공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지역의 의원들과 지자체장 중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해 달라고 요구하는 분이 많습니다. 국회의원을 6번이나 시켜 준 시민의 요구를 등져 나쁜 국회의원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출마 여부를)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 말이 애매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족(蛇足)이 있긴 했지만 보은론(報恩論)을 강조한 것으로 봤을 때 총선 출마로 마음을 잡은 것은 틀림없는 듯싶었다. 실제 이 의원을 20년 넘게 보좌한 한 측근은 사석에서 “지금부터 총선 끝날 때까지 자유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이 의원의 차기 총선 출마를 확인해 줬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염두에 둔 것인가요.
“아직 차기 총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도 안된 상태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다느니,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느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포항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면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것입니다. 제가 무서워하는 것은 포항시민뿐입니다.”
―답변이 애매한데요. 여러 가지 고민과 어렵더라도 뚫고 나갈 것이란 말이 꼭 무소속 출마까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제발 저를 불쌍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원로로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할 것입니다. 포항사람으로서 경북과 대구, 나아가 나라에 부끄럽지 않게 처신할 겁니다.”
―당내 일부 소장파들은 내년 총선에서 이상득 의원이 공천을 받으면 수도권에선 전멸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죄송스럽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허주(虛舟) 고(故) 김윤환(金潤煥) 전 의원과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처럼 개혁 공천의 희생양이 되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개혁공천’을 빌미로 허주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최 전 대표의 경우는 17대 총선에서 자신이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한 김문수(金文洙) 현 경기도지사로부터 총선 불출마를 권유받고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당내 젊은 사람들도 나를 많이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수도권 총선 출마자 55명은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와는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사실 이상득과 서울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어 이 의원은 “다선이라서, 나이가 많아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다선이고 나이가 많은 것이 자원외교나, 단교 위기로 치닫던 한국-리비아 외교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10월 10일 포항 일정을 끝내자마자 서울로 가 서먹한 관계에 있던 정두언 의원의 출판기념회장을 찾았다. 소장파 리더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인 듯했다. 이상득 의원의 ‘구애(求愛)’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나타날 것인가, 아니면 짝사랑으로 끝날 것인가.
이병석, 이상득과 결별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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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 전 장관은 이상득 의원과 공천경합 의사를 밝혔다. |
“나는 SD(이상득의 이니셜)가 형님예산이라고 공격받을 때 정면으로 나서서 보호했는데 SD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를 돕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 본인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 결코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어찌 보면 나는 이용만 당한 셈입니다.”
이병석 의원과 가까운 지인도 “왜 SD와 이병석 의원을 자꾸 묶느냐. 전당대회 때도 SD와는 다른 방향으로 투표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데 어떻게 친이상득계냐”고 반문했다. 이 지인은 몇달 전까지만 해도 이병석 의원과 이상득 의원은 운명공동체라는 식으로 얘기했었다.
이와 관련, 무소속이지만 이상득 의원 사람으로 알려진 한 포항시의회 의원은 “이병석 의원은 이상득 의원만 없으면 자신이 포항의 맹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있을 수 없지 않으냐”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과 별개로 이병석 의원 측도 공천 탈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포항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이병석 의원이 최근 보좌진에게 무소속 출마까지를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이 의원은 물론 보좌진도 모두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바람에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에 직접 물어본 결과 “누가 뒤에서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리는지 모르겠다. 예산도 많이 확보했고, 사업들도 착착 잘 진행하고 있는 데다 포항북의 민심은 좋다. 무소속 이야기를 묻는데 최근 보도된 지역 언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병석 의원의 인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무소속 출마가 말이 되느냐. 무소속 출마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대구·경북 지역 유력 일간지 《영남일보》가 10월 12일 창간 66주년을 맞아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의원은 14.7%의 선호도를 기록, 경북 지역 국회의원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국회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 또한 41.5%나 나왔다.
박명재 전 장관, 이상득 의원과 공천 경합 밝혀
포항은 지역구가 두 개다. 이상득 의원의 포항남·울릉과 이병석 의원의 포항북이 그것이다. 대통령의 친형과 그의 ‘아바타’가 버티고 있어 그림이 될 만한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았었다. 이상득 의원의 힘이 건재했던 최근까지만 해도 도전자는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도전장을 던지는 후보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포항남·울릉에 사실상 출마를 선언한 박명재(朴明在)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깝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의원이 박 전 장관을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포항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던 인연이 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한나라당 후보로 포항시장에 출마하려다 결국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아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지역 기자들과 만나 포항남·울릉 지역 출마를 선언한 박 전 장관을 지난 10월 6일 분당의 한 일식집에서 만났다.
―사실상 19대 총선 포항남·울릉 지역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이상득 의원님은 인품도 훌륭하시고 6선을 해 오시며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를 한 분입니다. 제가 참 존경합니다. 하지만 많은 고향 분이 저에게 출마를 건의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지금 63세인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입니다. 청와대 행정비서관, 경북도 행정부지사,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옛 행정자치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지금까지는 중앙에서 국가의 일을 했는데 이제는 고향을 위해 남은 삶을 바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유리할 것 같습니까.
“제가 제 입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네요.”
―뭔가 비전이 보이니까 출사표를 던진 것 아닌가요. 한나라당 공천을 자신한다든가 하는 것 말입니다.
“한 분이 영원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소리가 지역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박 전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포항이라는 지역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 입당해야 한다. 포항에서 정치할 것이라면 포항시민이 절대적으로 지지해 주는 정당인 한나라당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과 ‘공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직을 역임했던 만큼 ‘변절’로 공격을 받을 소지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했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외부 학자였거나, 정치인 장관으로 발탁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저는 당시 차관급 공무원이었습니다. 승진해야 할 시기가 와서 장관으로 올라간 것이죠. 공무원은 국민이 선택한 정권에 충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간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간 것을 지적하는 분들이 계신데,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김관용 현 지사님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조성한 만큼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존경한다고요.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 사업을 추진한 장본인이 접니다. 때문에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이)정치적 변절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정치적 이념과 신념은 기본적으로 보수입니다. 다만 수구꼴통 보수가 아닌 변화된, 합리적인, 진화적인 보수죠.”
박 전 장관은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으며, 낙선 뒤 노무현 정권에서 각료(행정자치부장관) 역할을 했다. 여·야 공천심사위원회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원론적으로 철새 정치인은 공천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박 전 장관이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엄연히 버티고 있는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그냥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SD가 출마하면 약속을 세 번이나 어기는 것”
이뿐이 아니다. 이 의원의 정치특보였던 김순견(金淳見) 전 경상북도 도의원도 출마를 위해 지역을 휘젓고 있다. 현재 김 전 도의원은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이다. 김 부대변인은 “(이상득 의원이)이번에도 출마한다면 세 번이나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17대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고, 그것을 믿고 도왔는데 지금 또 출마하려고 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며 “(나는)공천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이상천(李相千) 전 경북도의회 의장도 지역 분위기에 따라 출마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민주당 후보로 포항남·울릉지역에 출마할 허대만(許大萬) 경북도당위원장도 이번 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995년 박기환씨가 야당후보로 포항시장에 당선됐을 때와 비슷하다. 이 의원 측은 주변과 바닥민심의 괴리가 크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허 위원장은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각종 인사로비, 당 원내대표 경선 간여 논란 등에 오르내린 것도 민심 이반에 한몫했다”며 “행사장을 돌면 ‘이상득 의원이 감옥에 안 가기 위해 이번에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려 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대한 구설은 진실 여부와 관련없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10월 12일에는 이 의원의 땅이 이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준비 중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私邸)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일으켰다. 전직 대통령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은 상당한 개발이익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이상득 의원이 개발이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포항남·울릉만이 아니라 포항북 지역에도 복병이 나타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병욱(李炳旭) 전 환경부 차관, 공원식(孔元植) 경북도 정무부지사, 이상곤(李相坤) 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 등이 그들이다.
포항 민심이 변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권이 바뀌면 ‘포항은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장악력이 점차 낮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 고향이란 虛名이 짐이 될 것”
앞으로 1년여만 지나면 포항은 현직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타이틀을 잃게 된다. 이상득 의원은 곧 전직 대통령의 친형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 친형’은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을 땐 울타리가 될 수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짐이 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생리다.
포항 이외의 지역에선 대통령 고향이라는 것 때문에 포항에 예산·인사 등 특혜가 집중됐다. 하지만 막상 포항 시민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정권이 바뀌면 포항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것이고, 그 시점이 가까워 오니 불안감이 도시 전체를 엄습하는 것이다.
포항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관계자의 말이다.
“포항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모처럼 일군 대형 국책사업들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60여년 동안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철도망이 연결되지 않은 철도교통 사각지대였는데 지금에서야 겨우 그와 관련된 예산을 책정하고 사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면 사업추진 속도가 더뎌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런저런 걱정 때문에 포항 사람들 지금 아주 예민해져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