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燦鍾
⊙ 72세.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서울지검 검사, 국회의원(9,10,12,13,14대), 민추협 헌법개정특위 위원장, 통일민주당 정책위 의장,
신정당 대표최고위원, 한나라당 상임고문 역임.
⊙ 72세.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서울지검 검사, 국회의원(9,10,12,13,14대), 민추협 헌법개정특위 위원장, 통일민주당 정책위 의장,
신정당 대표최고위원, 한나라당 상임고문 역임.
- 작년 12월8일 예산안 통과를 놓고 국회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국회의원들. 잘못된 정치문화의 문제를 놔두고 개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2010년 7월 15일 새로 선출된 안상수(安商守) 한나라당 대표는 취임사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의지를 표명했다. 그 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던 개헌 논의가, 2011년 2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공개적인 논의를 촉구한 것을 계기로 이른바 친이계(親李系) 의원들 중심으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개헌 필요성으로 드는 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력을 분산, 완화할 필요가 있다.
② 국회가 정상 운영되지 않고, 여야격돌의 파행사태가 항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정치적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③ 지역주의 정당의 폐해를 혁파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과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가 있다.
④ 양성평등, 기본권,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조항을 보완하여 헌법체제를 21세기 스마트시대에 맞도록 할 필요가 있다.
⑤ 공정 청렴사회 건설을 위한 시대적 요구를 헌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첫번째, 권력 분산과 완화 필요성이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으로의 권한 집중을 현행 헌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천만부당하다. 바로 현행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엄격한 삼권분립,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비판, 견제기능에 관한 조항을 철저히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결과한 것이다.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자율권이야 말로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 비판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이다. 이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은 반드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상향식 방법으로 결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헌법 제8조). 상향식 공천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어야 자율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3년 전 18대 국회의원 후보공천은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이른바 친박계 후보들을 대량으로 배제(친박계에서는 학살이라고 주장)하고, 친이계 중심으로 공천한 하향식 공천이었다.
잘못된 정치가 왜 헌법 탓인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자율권을 행사하여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비판, 견제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따름이다. 국회의원들로부터 제대로 비판, 견제받지 않는 대통령은 제왕이 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 아래서 국회는 그야말로 대통령과 행정부의 종속물로 전락하게 된다. 지난 3년간 친이계 의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직간접적 지시와 명령에 따른 것을 우리는 똑바로 목격했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킨 빌미를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고 이를 헌법 탓으로 돌리며 피해 나가는 주장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기 때문에 세세한 항목까지를 조문화할 수 없다. 가령, 헌법 제8조에는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밀실, 야합, 계파, 돈으로 자행하는 하향식 공천을 용납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비민주적 정당의 행위는 정당의 해산사유가 되고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조항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조항이 있다는 사실조차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정당의 비민주적 운영행태와 국회의원의 자율권 포기 및 침해 행위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려면 정당법, 국회법, 공직선거법 등에 준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둘째는 국회의 상습적인 파행 운영이다. 이것은 자율권 행사가 원천 거세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정당의 똘마니, 패거리로 전락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헌법 시행 이후 5회의 대통령선거, 6회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른 22년의 세월 동안에 국회, 국회의원, 정당이 최악의 ‘반국민적 위헌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헌법에 3권분립을 엄격히 규정하고, 국회는 입법부로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 비판하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자율권이 거세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행정부의 비판, 견제의무를 망각한 채 여당의원은 ‘청와대성벽 지킴이’, ‘파벌투쟁꾼’으로 전락하여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어디 헌법 탓인가.
셋째, 선거구 획정과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개헌 논거는 더욱더 말이 안된다. 이것은 헌법사항이 아닌 공직선거법 등 하위법률 개정사항이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면 된다.
네 번째의 논거, 즉 21세기 스마트시대에 맞는 헌법 개정도 헌법 조항을 뜯어보면 고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행 헌법은 평등권 등 기본권조항을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고,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조약도 전향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21세기 스마트시대에도 헌법 운용에 아무런 장애가 없도록 체제와 내용이 갖추어져 있다.
공정 청렴사회 건설과 관련해서도 현행 헌법은 국회의원과 공직자의 청렴의무의 준수와 깨끗한 국가건설에 관한 전향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도대체 헌법에 어떤 조항이 없어서 청렴 공정사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중임제·내각제는 더욱 위험
개헌론자들은 미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대통령 4년 임기에 1회 중임을 허용하는 제도가 대통령 권력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현행 단임제 아래서는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국민적 평가 기회가 없으므로 중임을 허용하여 심판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4년 중임제를 채택했을 경우 첫 임기 4년에 관한 심판의 기회는 있겠지만, 중임에 성공했을 경우 후반기 4년의 치적에 대한 심판의 기회는 언제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이론상 그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다시 3선을 허용하는 개헌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단임제의 폐단을 중임제로 극복하려는 것은 대단히 짧은 생각이다. 오늘의 정치현실에서 중임제가 되면 대통령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이 당선확정 순간부터 중임까지의 8년을 내다보고 권력남용, 정경유착을 자행하여 정치발전을 후퇴시킬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의원내각제도 이들의 관심사항인 듯하다. 그렇지만 내각제는 정당 간의 권력이동이 핵심이다. 의원내각제가 되면 진성당원이 없는 소수기득권자들이 지역주의 기반 위에서 장악하고 있는 비민주적 선거전문 정당들끼리 경쟁하여 정권쟁탈 놀음을 하게 될 것이고, 권력을 쥔 쪽은 장관 등 요직을 독점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그나마 지난 20여 년간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시행해 온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탕평인사 등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남북분단 상황에서 정권쟁탈, 유지를 위한 추악한 소용돌이가 자칫 대한민국의 국기를 위태롭게 할 수가 있다. 이원집정부제도 이와 유사하게 위험성이 있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에 대한 유혹을 느낀다면 이는 더욱 배격해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결단할 때
대통령은 헌법수호의 최고책임자로서 헌법상 허용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정치개혁을 결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수호 책임이란 무엇인가.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여 그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다. 헌법 제8조는 대통령에게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과정이 비민주적이거나 정당이 국회의원에 대한 자율권 행사를 침해한 사실 등이 발견되었을 때는 그 정당의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18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 헌법 8조에 위반되는 비민주적 절차로 결정되었음이 명백하고, 정당이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어떤 노력도 한 바가 없다. 필자는 이 부분에 있어 역대 대통령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에는 정도가 특히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 대통령은 파행 정치의 원인을 헌법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국회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 정치 관련법의 혁명적인 개혁을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응하지 않으면 정부가 만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통과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현행헌법은 완전무결한가.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러나 국가기본법을 아무 때나 리모델링하여서는 안 된다. 현행 헌법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 개정의 절박성이 전혀 없다.
그러나 대통령 유고시에 잔여 임기의 승계에 관한 규정은 문제가 있다.
헌법 제68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 판결 등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다시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고시에 잔여기간 승계자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60일마다 선거를 치러야 한다.
남북분단 현실에서 대단히 불안정,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유고시의 잔임기간 승계 규정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가령, 부통령제 신설 등이다. 그러나 위험요소인 대통령 유고시의 승계 규정 보완을 위해서 지금 ‘원포인트 개헌’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친이계의 개헌 주장은 염치없는 짓
여기에다 하나 더 보탠다면, 이른바 친이(親李)들은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할 자격조차 없다.
개헌론자들의 상당수는 헌정사상 가장 부끄러운 후보공천 과정을 통해서 의원직을 획득하였다. 그 공천과정은 헌법 규정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의원직이 원천무효돼야 할 판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3년간 누릴 것 다 누리고 정권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까 전비(前非)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개헌론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짓이다.
개헌론자들에게 묻는다.
현행 헌법에 민주적 공천 과정과 민주적 정당 운영이 한 점 한 획 바꿀 것 없이 규정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현행 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규범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자세를 가져 본 적이 있는가.
‘3년간 챙길 것 다 챙기고 남의 밥그릇이나 깨려는 식의 야비한 짓’이라는 반론에 대해 양심에서 우러나는 대응을 할 수 있는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개헌 필요성으로 드는 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력을 분산, 완화할 필요가 있다.
② 국회가 정상 운영되지 않고, 여야격돌의 파행사태가 항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정치적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③ 지역주의 정당의 폐해를 혁파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과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가 있다.
④ 양성평등, 기본권,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조항을 보완하여 헌법체제를 21세기 스마트시대에 맞도록 할 필요가 있다.
⑤ 공정 청렴사회 건설을 위한 시대적 요구를 헌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첫번째, 권력 분산과 완화 필요성이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으로의 권한 집중을 현행 헌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천만부당하다. 바로 현행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엄격한 삼권분립,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비판, 견제기능에 관한 조항을 철저히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결과한 것이다.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자율권이야 말로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 비판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이다. 이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은 반드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상향식 방법으로 결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헌법 제8조). 상향식 공천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어야 자율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3년 전 18대 국회의원 후보공천은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이른바 친박계 후보들을 대량으로 배제(친박계에서는 학살이라고 주장)하고, 친이계 중심으로 공천한 하향식 공천이었다.
잘못된 정치가 왜 헌법 탓인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자율권을 행사하여 대통령과 행정부를 제대로 비판, 견제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따름이다. 국회의원들로부터 제대로 비판, 견제받지 않는 대통령은 제왕이 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 아래서 국회는 그야말로 대통령과 행정부의 종속물로 전락하게 된다. 지난 3년간 친이계 의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직간접적 지시와 명령에 따른 것을 우리는 똑바로 목격했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킨 빌미를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고 이를 헌법 탓으로 돌리며 피해 나가는 주장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기 때문에 세세한 항목까지를 조문화할 수 없다. 가령, 헌법 제8조에는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밀실, 야합, 계파, 돈으로 자행하는 하향식 공천을 용납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비민주적 정당의 행위는 정당의 해산사유가 되고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조항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조항이 있다는 사실조차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정당의 비민주적 운영행태와 국회의원의 자율권 포기 및 침해 행위들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려면 정당법, 국회법, 공직선거법 등에 준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둘째는 국회의 상습적인 파행 운영이다. 이것은 자율권 행사가 원천 거세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정당의 똘마니, 패거리로 전락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헌법 시행 이후 5회의 대통령선거, 6회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른 22년의 세월 동안에 국회, 국회의원, 정당이 최악의 ‘반국민적 위헌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헌법에 3권분립을 엄격히 규정하고, 국회는 입법부로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 비판하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자율권이 거세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행정부의 비판, 견제의무를 망각한 채 여당의원은 ‘청와대성벽 지킴이’, ‘파벌투쟁꾼’으로 전락하여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어디 헌법 탓인가.
셋째, 선거구 획정과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개헌 논거는 더욱더 말이 안된다. 이것은 헌법사항이 아닌 공직선거법 등 하위법률 개정사항이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면 된다.
네 번째의 논거, 즉 21세기 스마트시대에 맞는 헌법 개정도 헌법 조항을 뜯어보면 고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행 헌법은 평등권 등 기본권조항을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고, 기후변화협약과 같은 국제조약도 전향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21세기 스마트시대에도 헌법 운용에 아무런 장애가 없도록 체제와 내용이 갖추어져 있다.
공정 청렴사회 건설과 관련해서도 현행 헌법은 국회의원과 공직자의 청렴의무의 준수와 깨끗한 국가건설에 관한 전향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도대체 헌법에 어떤 조항이 없어서 청렴 공정사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중임제·내각제는 더욱 위험
개헌론자들은 미국에서 성공하고 있는 대통령 4년 임기에 1회 중임을 허용하는 제도가 대통령 권력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현행 단임제 아래서는 대통령의 치적에 대한 국민적 평가 기회가 없으므로 중임을 허용하여 심판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4년 중임제를 채택했을 경우 첫 임기 4년에 관한 심판의 기회는 있겠지만, 중임에 성공했을 경우 후반기 4년의 치적에 대한 심판의 기회는 언제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이론상 그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다시 3선을 허용하는 개헌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단임제의 폐단을 중임제로 극복하려는 것은 대단히 짧은 생각이다. 오늘의 정치현실에서 중임제가 되면 대통령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이 당선확정 순간부터 중임까지의 8년을 내다보고 권력남용, 정경유착을 자행하여 정치발전을 후퇴시킬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의원내각제도 이들의 관심사항인 듯하다. 그렇지만 내각제는 정당 간의 권력이동이 핵심이다. 의원내각제가 되면 진성당원이 없는 소수기득권자들이 지역주의 기반 위에서 장악하고 있는 비민주적 선거전문 정당들끼리 경쟁하여 정권쟁탈 놀음을 하게 될 것이고, 권력을 쥔 쪽은 장관 등 요직을 독점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그나마 지난 20여 년간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시행해 온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탕평인사 등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남북분단 상황에서 정권쟁탈, 유지를 위한 추악한 소용돌이가 자칫 대한민국의 국기를 위태롭게 할 수가 있다. 이원집정부제도 이와 유사하게 위험성이 있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에 대한 유혹을 느낀다면 이는 더욱 배격해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결단할 때
대통령은 헌법수호의 최고책임자로서 헌법상 허용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정치개혁을 결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수호 책임이란 무엇인가.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여 그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다. 헌법 제8조는 대통령에게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과정이 비민주적이거나 정당이 국회의원에 대한 자율권 행사를 침해한 사실 등이 발견되었을 때는 그 정당의 해산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18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 헌법 8조에 위반되는 비민주적 절차로 결정되었음이 명백하고, 정당이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어떤 노력도 한 바가 없다. 필자는 이 부분에 있어 역대 대통령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에는 정도가 특히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 대통령은 파행 정치의 원인을 헌법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국회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 정치 관련법의 혁명적인 개혁을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응하지 않으면 정부가 만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통과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 현행헌법은 완전무결한가.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러나 국가기본법을 아무 때나 리모델링하여서는 안 된다. 현행 헌법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 개정의 절박성이 전혀 없다.
그러나 대통령 유고시에 잔여 임기의 승계에 관한 규정은 문제가 있다.
헌법 제68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 판결 등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다시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고시에 잔여기간 승계자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60일마다 선거를 치러야 한다.
남북분단 현실에서 대단히 불안정,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유고시의 잔임기간 승계 규정을 보완할 필요는 있다. 가령, 부통령제 신설 등이다. 그러나 위험요소인 대통령 유고시의 승계 규정 보완을 위해서 지금 ‘원포인트 개헌’을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친이계의 개헌 주장은 염치없는 짓
여기에다 하나 더 보탠다면, 이른바 친이(親李)들은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할 자격조차 없다.
개헌론자들의 상당수는 헌정사상 가장 부끄러운 후보공천 과정을 통해서 의원직을 획득하였다. 그 공천과정은 헌법 규정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의원직이 원천무효돼야 할 판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3년간 누릴 것 다 누리고 정권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까 전비(前非)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개헌론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짓이다.
개헌론자들에게 묻는다.
현행 헌법에 민주적 공천 과정과 민주적 정당 운영이 한 점 한 획 바꿀 것 없이 규정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현행 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규범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자세를 가져 본 적이 있는가.
‘3년간 챙길 것 다 챙기고 남의 밥그릇이나 깨려는 식의 야비한 짓’이라는 반론에 대해 양심에서 우러나는 대응을 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