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君賢
⊙ 59세. 중앙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美 캔자스주립大 교육행정학 박사.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한나라당 중앙위의장 역임.
⊙ 17·18대 국회의원.
⊙ 59세. 중앙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美 캔자스주립大 교육행정학 박사.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한나라당 중앙위의장 역임.
⊙ 17·18대 국회의원.
-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주기를 맞춰야 한다는 것도 개헌 주장의 한 근거다. 사진은 2008년 총선 유세 모습.
국회에서 개헌논의가 한창이다. 여당에서 개헌의총이 마무리됐고, 개헌 TF팀 구성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반대하는 세력도 있지만, 개헌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개헌을 반드시,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개헌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신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4월 9일, 6개 정당 원내대표가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07년 4월 13일 한나라당은 나경원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개헌의 4대 원칙을 밝히고 18대 국회 개헌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처럼 개헌은 현 여당이 국민과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둘째로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시대에 맞는 분권형 헌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법이란 사람에게 옷과 같은 것이어서 계절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 지당하다. 현행 헌법을 만들었던 때가 추운 겨울이라면 지금은 따뜻한 봄이다. 두꺼운 외투는 벗어 던져야 하는 때다. 25년 동안 입었던 외투를 지금도 계속 입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현행 헌법은 민주화된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이 과도하게 대통령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국정 업무가 집중돼 있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승자독식의 권력 형태가 가장 문제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대통령제가 승자독식(勝者獨食),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형태이기 때문이다. 장관 등 내각이나 정부 산하 기관 및 단체장 모두 대선에서 이긴 정당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가 당연시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중 하나가 영호남 갈등인데, 현재와 같은 구도 내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내각을 모두 대선에서 이긴 정당에서 차지한다면 여야는 끊임없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 내각에 여야가 공동책임을 진다면 책임 있는 정치와 행정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상태는 여야가 끊임없이 물어뜯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현재의 권력집중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대안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 의원내각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대통령이 중임을 하느냐 분권을 하느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대안을 정해 놓고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느 형태가 현재 국내 상황에 가장 바람직할지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 등 일부 세력이 논의의 장에도 아예 나오지 않으려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부패지수가 낮고 청렴지수가 높은 OECD 선진국 중 대부분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스위스와 미국 2개국만이 대통령제인데, 스위스의 경우 7명의 장관이 1년씩 돌아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국민은 대통령이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3권분립이 철저해 견제와 균형이 적절하게 이뤄진다. 우리나라 같은 중앙집권적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은 다원화시대에 뒤떨어져
우리나라는 3권분립이 사실상 안돼 있는 상태다. 국정의 핵심인 예산 편성권이 행정부에 있는데, 행정부, 즉 각 부처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예산 의결권만이 국회에 있는데, 국회가 의결권과 함께 편성권을 가져야 국가예산을 국민의 뜻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편성권 없는 의결권은 힘을 가질 수가 없다.
또 법률안 제출권이 국회의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에도 있다. 법안 제출권이 의회의 고유권한이 아니다. 또 국가 세입세출 결산권도 감사원에 있다. 감사원장 역시 대통령 임명직이다. 국회가 예산에 대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고, 입법권도 제한된다.
셋째, 지도자의 책임 있는 국정수행을 위해 대통령 중임제가 보장돼야 한다. 5년 단임제는 군사정권의 산물이다. 노태우 대통령 때 5년 단임제가 만들어진 이유는 전두환 대통령의 7년에 이어 군부독재가 계속 이어질까 모든 국민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 임기를 제한한 목표는 군부독재를 종결시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군부독재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대통령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잘한다면 당연히 한 번 더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번 더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국민이 선거로 정할 일이다.
또 5년 단임제는 조기 레임덕 현상을 가져온다. 지금 대통령이 집권한 지 3년이 좀 지났는데, 정부나 여당에 청와대 파견근무자를 요청하면 오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인력난이 생길 정도다. 임기 절반만 지나면 레임덕 현상이 체감되는 것이다.
넷째, 다원화, 분권화된 시대에 중앙집권화 위주의 헌법은 개정돼야 한다. 현 헌법은 지나치게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 헌법 전문 130조 중 지방자치에 대한 조항은 단 두 조항(117, 118조)에 불과하다. 지자체에 조례제정권을 준다는 것과 지방의회를 둔다는 것이 전부다. 지방분권화에 대한 조항이 충분히 헌법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헌법에 청소년, 노인 보호에 관한 내용은 있지만 아동과 장애우를 보호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얼마나 다원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법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개헌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왜 지금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는데,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개헌은 개정안이 마련된 후 20일 이상 공고하고, 공고 60일 이내 국회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면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와 동시에 대통령이 공포하면 된다.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합의만 된다면 시간은 두 달이면 가능하다. 총선정국으로 가기 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우리 당에서는 개헌안과 조항까지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마련해 놓은 상태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게 문제
야당 관계자들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개헌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 야당이나 여당 일부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과연 되겠느냐 하는 부정적인 의견만 내놓으면 될 일도 안 된다. 도둑의 눈에는 도둑만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개헌할 마음이 없는 게 문제다.
다섯째, 선거가 너무 잦아 국정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선거가 각각 다른 해에 실시되다 보니 선출직은 선거 준비와 눈치 보기 등으로 책임 있는 정치를 구현하기 어렵다. 그나마 이번에는(2012년) 대선과 총선을 같은 해에 치르게 되지만 현 헌법대로라면 2032년에나 같은 해에 치르게 된다. 20년 동안 총선과 대선이 엇갈리면 정치권의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맞춰야 이런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2009년 6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과도한 사회갈등으로 생기는 기회비용이 약 300조원으로, GDP의 27%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여야 갈등, 영호남 갈등 등은 개헌을 통해서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 있는 주요 정치인들이 대부분 개헌을 한 번씩 이야기했었다.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하려면 18대 국회 초기에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다.
노 전 대통령도 개헌 주장
사실 개헌의 필요성은 국민이나 국회의원보다 권력의 정점에 선 대통령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개헌을 주장했었고, 현 이명박 대통령도 개헌을 원하고 있다. 권한이 집중돼 있는 대통령이 잇달아 개헌을 언급하는 것은 개헌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다만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할 경우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나서지 않을 뿐이다. 어차피 개헌의 당사자인 대통령은 임기연장이나 중임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본인의 안위를 위해 정치적, 정략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개헌은 국회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개혁을 하려면 명분도 중요하지만 이를 따르는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명분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선시대 조광조가 개혁에 실패한 이유도 명분과 이상은 훌륭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력을 규합하지 못해서였다. 정당이란 정치이념과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이상과 명분을 위해서라면 사소한 일에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아직도 반대를 위한 반대, 정략적 반대가 일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제역·물가·주거·일자리 같은 민생 현안이 산적한데 개헌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치의 본질을 무시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국회의 사명은 그런 현안을 당연히 논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개헌과 같은 장기적 비전 역시 함께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개헌은 선택이 아니라 현 세대의 사명이다. 현안과 장기비전 두 가지를 함께해 나가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사실 국민이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헌의 내용과 개헌을 둘러싼 음모 등을 자세히 알기도 어렵다.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의 의무다.
올 초 KBS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69.4%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반대는 18%에 불과하다. 민심이 이 정도라면 개헌은 시대의 요구임이 자명하다.
개헌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다소 있지만, 이번 개헌 논의가 오히려 그동안 계속돼 왔던 당내의 분열 및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개헌 TF팀을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산하에 두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개헌을 논의하는 TF팀은 당연히 당대표 산하에 둬 당 전체가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첫째, 개헌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신뢰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4월 9일, 6개 정당 원내대표가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07년 4월 13일 한나라당은 나경원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개헌의 4대 원칙을 밝히고 18대 국회 개헌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처럼 개헌은 현 여당이 국민과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둘째로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시대에 맞는 분권형 헌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법이란 사람에게 옷과 같은 것이어서 계절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이 지당하다. 현행 헌법을 만들었던 때가 추운 겨울이라면 지금은 따뜻한 봄이다. 두꺼운 외투는 벗어 던져야 하는 때다. 25년 동안 입었던 외투를 지금도 계속 입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현행 헌법은 민주화된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이 과도하게 대통령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국정 업무가 집중돼 있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승자독식의 권력 형태가 가장 문제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대통령제가 승자독식(勝者獨食),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형태이기 때문이다. 장관 등 내각이나 정부 산하 기관 및 단체장 모두 대선에서 이긴 정당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갈이’가 당연시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중 하나가 영호남 갈등인데, 현재와 같은 구도 내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내각을 모두 대선에서 이긴 정당에서 차지한다면 여야는 끊임없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 내각에 여야가 공동책임을 진다면 책임 있는 정치와 행정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상태는 여야가 끊임없이 물어뜯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현재의 권력집중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대안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 의원내각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사실 대통령이 중임을 하느냐 분권을 하느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대안을 정해 놓고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느 형태가 현재 국내 상황에 가장 바람직할지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 등 일부 세력이 논의의 장에도 아예 나오지 않으려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부패지수가 낮고 청렴지수가 높은 OECD 선진국 중 대부분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다. 스위스와 미국 2개국만이 대통령제인데, 스위스의 경우 7명의 장관이 1년씩 돌아가며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국민은 대통령이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 3권분립이 철저해 견제와 균형이 적절하게 이뤄진다. 우리나라 같은 중앙집권적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은 다원화시대에 뒤떨어져
우리나라는 3권분립이 사실상 안돼 있는 상태다. 국정의 핵심인 예산 편성권이 행정부에 있는데, 행정부, 즉 각 부처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예산 의결권만이 국회에 있는데, 국회가 의결권과 함께 편성권을 가져야 국가예산을 국민의 뜻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편성권 없는 의결권은 힘을 가질 수가 없다.
또 법률안 제출권이 국회의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에도 있다. 법안 제출권이 의회의 고유권한이 아니다. 또 국가 세입세출 결산권도 감사원에 있다. 감사원장 역시 대통령 임명직이다. 국회가 예산에 대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고, 입법권도 제한된다.
셋째, 지도자의 책임 있는 국정수행을 위해 대통령 중임제가 보장돼야 한다. 5년 단임제는 군사정권의 산물이다. 노태우 대통령 때 5년 단임제가 만들어진 이유는 전두환 대통령의 7년에 이어 군부독재가 계속 이어질까 모든 국민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 임기를 제한한 목표는 군부독재를 종결시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군부독재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대통령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잘한다면 당연히 한 번 더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번 더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국민이 선거로 정할 일이다.
또 5년 단임제는 조기 레임덕 현상을 가져온다. 지금 대통령이 집권한 지 3년이 좀 지났는데, 정부나 여당에 청와대 파견근무자를 요청하면 오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인력난이 생길 정도다. 임기 절반만 지나면 레임덕 현상이 체감되는 것이다.
넷째, 다원화, 분권화된 시대에 중앙집권화 위주의 헌법은 개정돼야 한다. 현 헌법은 지나치게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다. 헌법 전문 130조 중 지방자치에 대한 조항은 단 두 조항(117, 118조)에 불과하다. 지자체에 조례제정권을 준다는 것과 지방의회를 둔다는 것이 전부다. 지방분권화에 대한 조항이 충분히 헌법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헌법에 청소년, 노인 보호에 관한 내용은 있지만 아동과 장애우를 보호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얼마나 다원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법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개헌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왜 지금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는데,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개헌은 개정안이 마련된 후 20일 이상 공고하고, 공고 60일 이내 국회에서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면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와 동시에 대통령이 공포하면 된다.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합의만 된다면 시간은 두 달이면 가능하다. 총선정국으로 가기 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우리 당에서는 개헌안과 조항까지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마련해 놓은 상태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게 문제
야당 관계자들에게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개헌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 야당이나 여당 일부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과연 되겠느냐 하는 부정적인 의견만 내놓으면 될 일도 안 된다. 도둑의 눈에는 도둑만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개헌할 마음이 없는 게 문제다.
다섯째, 선거가 너무 잦아 국정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선거가 각각 다른 해에 실시되다 보니 선출직은 선거 준비와 눈치 보기 등으로 책임 있는 정치를 구현하기 어렵다. 그나마 이번에는(2012년) 대선과 총선을 같은 해에 치르게 되지만 현 헌법대로라면 2032년에나 같은 해에 치르게 된다. 20년 동안 총선과 대선이 엇갈리면 정치권의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맞춰야 이런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2009년 6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과도한 사회갈등으로 생기는 기회비용이 약 300조원으로, GDP의 27%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여야 갈등, 영호남 갈등 등은 개헌을 통해서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 있는 주요 정치인들이 대부분 개헌을 한 번씩 이야기했었다.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하려면 18대 국회 초기에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다.
노 전 대통령도 개헌 주장
사실 개헌의 필요성은 국민이나 국회의원보다 권력의 정점에 선 대통령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개헌을 주장했었고, 현 이명박 대통령도 개헌을 원하고 있다. 권한이 집중돼 있는 대통령이 잇달아 개헌을 언급하는 것은 개헌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다만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할 경우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나서지 않을 뿐이다. 어차피 개헌의 당사자인 대통령은 임기연장이나 중임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본인의 안위를 위해 정치적, 정략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개헌은 국회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개혁을 하려면 명분도 중요하지만 이를 따르는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명분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선시대 조광조가 개혁에 실패한 이유도 명분과 이상은 훌륭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세력을 규합하지 못해서였다. 정당이란 정치이념과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이상과 명분을 위해서라면 사소한 일에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아직도 반대를 위한 반대, 정략적 반대가 일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제역·물가·주거·일자리 같은 민생 현안이 산적한데 개헌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치의 본질을 무시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국회의 사명은 그런 현안을 당연히 논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개헌과 같은 장기적 비전 역시 함께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개헌은 선택이 아니라 현 세대의 사명이다. 현안과 장기비전 두 가지를 함께해 나가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사실 국민이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헌의 내용과 개헌을 둘러싼 음모 등을 자세히 알기도 어렵다.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의 의무다.
올 초 KBS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69.4%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반대는 18%에 불과하다. 민심이 이 정도라면 개헌은 시대의 요구임이 자명하다.
개헌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다소 있지만, 이번 개헌 논의가 오히려 그동안 계속돼 왔던 당내의 분열 및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 개헌 TF팀을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산하에 두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개헌을 논의하는 TF팀은 당연히 당대표 산하에 둬 당 전체가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