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夏祥
⊙ 1955년 서울 출생.
⊙ 중앙大 문예창작과 졸업.
⊙ 논픽션 및 다큐멘터리 작가 28년.
⊙ 상훈 및 저서: <오사카 상인들> <신용-도쿄 상인> <개성상인> <이건희> <정주영 경영정신> 등
25권. ‘MBC방송대상 작가상’ 등 다수 수상.
⊙ 1955년 서울 출생.
⊙ 중앙大 문예창작과 졸업.
⊙ 논픽션 및 다큐멘터리 작가 28년.
⊙ 상훈 및 저서: <오사카 상인들> <신용-도쿄 상인> <개성상인> <이건희> <정주영 경영정신> 등
25권. ‘MBC방송대상 작가상’ 등 다수 수상.
올해초 발간된 <미슐랭 가이드 도쿄 2008>은 발간 3일 만에 12만부가 매진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이 年刊誌(연간지)는 1900년부터 발간되어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 구미 각국의 음식점을 평가해 왔는데, 아시아 지역의 음식점을 평가하기는 2008년판이 처음이었다. 그 대상 지역은 일본의 도쿄(東京).
<미슐랭 가이드>는 1년 반의 기간 동안 86명의 비공개 심사원이 수차례 방문하여 그 음식점의 맛과, 서비스, 분위기 등을 중심으로 음식점을 평가, 소개하는 음식점 가이드 북이다. 도쿄판의 경우 일본인 2명을 포함, 전문 조사원 5명이 1500개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보면 별점을 주는 경우는 철저히 음식 맛만 따지는데 그 항목은 재료의 질, 요리의 완성도, 독창성, 가격이다. 서비스나 분위기의 경우는 별점과 별개로 평가하며 포크 마크를 쓴다. 도쿄편의 경우 ‘별 셋’ 레스토랑인데도 포크 마크는 한두 개뿐인 곳도 있었다.
2008년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에서는 별 3개짜리, 즉 만점을 받은 식당이 8군데 탄생했다. 별 3개라는 의미는 그 식당의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그 식당까지 가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의미. 이는 파리의 별 셋 식당이 10개, 런던이 3개, 뉴욕이 1개인 것을 비교해 보면 도쿄의 음식 솜씨가 파리와 막상막하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 식당들은 값이 1인분에 최하 1만5000엔(2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싸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나는 이런 고급 음식점들보다는 일본의 서민들이 그 맛을 인정하면서 관록이 있는 노포를 주로 찾는 편이다.
회전초밥의 원조 ‘겐로쿠(元綠)’
오사카 도톤보리 번화가에 있는 작은 회전초밥집 겐로쿠(元綠)는 초밥이 두 점 놓인 한 접시에 130엔이므로 한국보다 더 값이 싸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게 아니다. 맛은 최상이다. 이 가게가 값이 싸면서도 맛있는 것은 재료가 신선하기 때문이다. 점심 시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고, 손님의 회전이 빠르다.
이 가게는 일본에 240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이 가게의 주인이 일본에서 최초로 회전초밥을 만든 히로이시 요시아키(白石義明ㆍ93세)다. 1947년 그의 나이 33세 때 그는 東(동)오사카에서 겐로쿠라는 작은 생선초밥집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아사히 맥주공장에 갔다가 거기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보게 된다. 그의 머리에 반짝 “저 컨베이어 벨트에 초밥을 얹어서 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다. 그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1958년 회전초밥 시스템을 완성한 후 그 자리에 일본 최초로 겐로쿠 회전초밥집을 열었다.
첫날 25가지 재료의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선보였다. 당시 어지간한 초밥집에서는 25가지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구비하기 어려웠다. 손님이 찾지 않는 생선은 영업이 끝나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전초밥집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눈앞에서 초밥이 돌고 있으면 누군가는 집게 마련이라는 인간 심리 때문이었다.
첫 손님은 근처의 중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빙빙 돌고 있는 초밥을 바라보았다. 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빠르고, 싸고, 맛있다”는 평판도 얻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초밥의 값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가 발명한 회전초밥은 대히트를 쳤다. 첫 번째 회전초밥집을 낸 지 2년 후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이자 땅값이 가장 비싼 도톤보리(道頓堀)에 2호점을 열었다.
몇 년 후 그는 일본 전국에 240개의 지점을 냈다. 지금도 도톤보리에는 그가 문을 연 본점이 있다. 50여년 전 그대로 빠르고 싸고 맛있기 때문에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50년 역사의 오뎅집 ‘다코우메’
오뎅집 다코우메는 1860년, 오사카의 번화가인 도톤보리에서 개업했다. 2층의 작은 목조건물에 1층은 가게이고 2층은 살림집이다. 이 가게는 저녁 6시경이 되어야 영업을 시작하는데 7시가 되면 앉을 자리가 없고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코앞에 무쇠 솥이 걸려 있고, 무쇠 솥 뒤에 조리사들이 국자를 들고 서 있다. 다코우메의 음식은 오뎅, 어묵, 달걀 등으로 이것들을 다코우메 전통방식의 국물에 끓여낸다.
테이블이라야 네 개. 쪽이 떨어진 나무 탁자에 의자가 놓여 있을 뿐 실내 장식에 신경을 쓴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150년 전 옛날 분위기 그대로 영업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 가마솥 속에 끓고 있는 어묵을 주문하면 다 찌그러진 양은 쟁반에 담아주고, 청주를 주문하면 낡은 양은 잔에 한 잔 가득 부어준다. 그것들은 모두 1860년 개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써온, 다코우메와 역사를 함께해 온 것들이다. 맛은 최상이다.
“우리 집 오뎅은 15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끓고 있습니다.”
이 가게 주인의 말이다.(위치: 오사카 도톤보리 입구에서 30m)
543년 전통의 메밀국수집 ‘오와리야(尾張屋)’
메밀국수집 오와리야(尾張屋) 건물은 고색창연하다. 단정한 일본식 전통가옥, 전통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오와리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메밀국수집이다. 교토의 오와리야는 1465년에 과자를 만들던 匠人(장인)이 메밀국수집으로 바꾸면서 영업을 시작했다.
본래 그는 오와리(나고야) 지방에서 교토로 온 사람이었다. 당시 손님은 유서 깊은 절의 승려나 사무라이들이었다. 오와리야가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돈원사라는 절에 오색 메밀국수를 납품하면서부터다.
그러다가 에도 시대에 日王家(일왕가)에 메밀국수 요리사로 들어가 한때 일하면서 영업을 했다. 오와리야는 지금도 일왕가 사람들이 교토에 내려올 때면 찾아오는 명소다. 3년 전에는 현재 일왕의 둘째아들인 아키시노미야 부부가 찾아와 메밀국수를 먹고 갔고, 30년 전에는 현재의 일왕이 교토를 방문했을 때 일행과 함께 20인분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가게의 메밀국수 국물은 홋카이도에서 나는 다시마로 만드는데, 여기에 가다랑어 가루인 가쓰오 부시를 섞어서 만든다. 주인의 말이다.
“시간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우리 집의 노렌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메밀국수 재료는 일본 국내산 중에서도 가장 상급을 사용하고 있으며 첨가물은 일절 없습니다. 메밀국수 본연의 맛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현재 오와리야의 주인은 15대째인 이나오카 덴자에몬(稻崗傳左衛門)이다. 가게의 영업방침은 ‘薄利多賣(박리다매)’. 대표적인 음식은 가케소바(630엔), 기쓰네소바(683엔), 니신소바(청어메밀국수, 1050엔) 등이며 밥 종류도 판다.
재미 있는 것은 근처의 相國寺(상국사)에서 수도하는 스님 10명에게 매일 점심 공양을 무료로 해주고 있단다. (위치: 교토시 中京區 車屋町 通二條 南入)
148년 역사의 청어국수집 ‘마쓰바(松葉)’
교토의 가부키좌 옆에 마쓰바(松葉)라는 4층짜리 메밀국수 집이 있다. 이 가게에서 파는 니신소바(청어메밀국수·메밀국수에 조린 청어를 넣은 음식)는 교토의 명물이다. 니신소바를 제일 먼저 만들어 팔기 시작한 가게가 마쓰바다.
1886년 어느 날 마쓰바의 2대 사장 마쓰노 요산기치(與三吉)가 길에서 사람들이 멀쩡하게 걸어가다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게 된다. 쓰러진 이유는 영양실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은 한해 걸러 흉년이 들어 식량이 크게 부족했다. 사람들은 허기를 면하기 위해 메밀을 삶아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1대 사장은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팔았고, 그것이 2대 사장에게 전수된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는 청어를 잡은 즉시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 후 반으로 나누어 햇볕에 말렸다.
바닷바람에 1주일 정도 청어를 말린 후 간장으로 살짝 조린 다음 메밀국수에 넣은 것이 니신소바의 시작이다. 메밀국수만 가지고는 부족했던 단백질이 청어가 들어감으로써 보강된 것이다.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청어메밀국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맛이 좋아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마쓰바의 메밀국수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교토의 여기저기에 니신소바 집이 들어섰고, 오늘날에는 니신소바가 교토의 명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쓰바의 국물 맛은 싸르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고 담백하다.
“우리 집 메밀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도쿄에서는 물론, 1000㎞ 남쪽 규슈에서도 손님이 찾아오고, 요즘은 한국, 중국, 홍콩, 대만에서도 손님이 옵니다. 그렇게 멀리서 메밀국수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과거와 다른 맛의 메밀국수를 낸다는 것은 손님에 대한 배신이고 실망시켜 드리는 일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맛을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쓰노 다이지 사장은 좀더 맛있는 메밀국수를 만들기 위해 고베학원대학에서 관리영양학을 전공했고, 이후 도쿄의 마쓰야라는 식당에서 3년간 메밀 수타면을 배운 후 23세 때부터 이 가게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니신소바를 처음 만들었을 때인 100여년 전의 그 맛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가게의 목표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생선의 맛도, 메밀의 맛도, 국물의 재료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나 이런 변수를 기술로 극복하여 원래대로의 그 맛을 내기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본래의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우리 가게의 목표이자 우리의 힘입니다.”(위치: 교토시 가와바다 도리 가부키남 좌 옆 건물)
교토 남선사 청송원 ‘탕 두부’
교토 사람들은 예로부터 탕 두부를 즐겨 먹는데, 탕 두부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겨울. 겨울 중에서도 섣달 그믐날 밤이고, 섣달 그믐날 밤 중에서도 눈이 오고 추위로 코끝이 맵싸한 날이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무 식당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교토의 가모가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라시야마 산에서 먹는 탕 두부 맛을 최고로 친다.
섣달 그믐날, 교토에 눈이 올 확률은 5년에 한 번 정도. 그러니까 5년을 기다려 눈이 오는 섣달 그믐날 아라시야마 산에 올라 그 산 중턱의 탕 두부 집에서 코끝이 맵싸한 추위를 느끼며 뜨끈뜨끈한 탕 두부를 먹으면서 가모가와 강변에 허옇게 쌓이는 눈을 바라보는 것. 이것을 교토인들은 최고의 멋으로 친다. 교토인의 높은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탕 두부의 원조는 南禪寺(남선사)라는 절. 그 근처에 가면 지금도 탕 두부 가게가 늘어서 있다. 그중의 한곳이 聽松院(청송원)이다. 청송원은 남선사의 末寺(말사)로 탕 두부의 원조다. 160년 전 절 살림이 어려워 두부를 만들어 팔게 된 것이 그 시작이라 한다.
이 절의 탕 두부는 뚝배기에 두부 한 모가 가라앉아 있고, 그 위에 파란 단풍잎을 띄웠다. 그 옆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손바닥만한 대 소쿠리에 고구마튀김, 가지튀김, 묵과 파초잎에 싼 떡이 나온다. 식단은 단출하나 젓가락을 들고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젓가락을 들었다. 그때 이 절의 스님이 말했다.
“젓가락을 들기 전에 잠깐 정원을 한번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앉아 있는 이 기와 집의 양쪽 처마 아래를 한번 보십시오. 소나무 가지 하나가 흐드러지게 휘어지고 굽어져서 자칫하면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우리의 시야를 즐겁게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정원 너머로 앞산의 스카이 라인이 보이질 않습니까. 정원이 있고, 그 정원을 앞산의 스카이 라인이 포근히 감싸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借景(차경), 즉 경치를 빌려왔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집과 정원을 만든 분은 600년 전 이 절에 살았던 소아미라는 스님입니다. 이제 이 뜨거운 탕 두부를 한입 드십시오. 뜨거운 탕 두부를 드시면서 정원을 감상해 보십시오. 그 소아미라는 스님이 바로 우리 곁에 와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스님의 설명을 들으면 ‘과연’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렇고 그런 두부 한 모지만 정원을 보면서 소아미 스님을 생각하니 두부 맛이 새로웠다.(위치: 교토시 左京區 南禪寺 福地町)
150년 된 여관 ‘와다젠(綿膳)’의 저녁상
교토에는 400~500년 된 전통 여관이 많다. 교토 시청 근처에 있는 여관 와다젠(綿膳)도 150년 역사를 가진 여관이다. 방에 들어가 다다미에 앉으면, 기모노를 차려 입고, 머리를 일본 전통방식인 모모와레(타래머리)로 가꾼 60대의 여인이 들어온다. 시중을 드는 사람(나가이)이다. 나가이는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한다.
“저희 여관을 찾아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저는 손님들의 시중을 들 이 여관의 종업원입니다. 손님들이 계시는 동안 조금도 불편함이 없으시도록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어여삐 봐 주십시오.”
나가이는 늙었으나 정성껏 몸을 가꾸어서 그런지 품위와 우아함이 있다. 나가이가 무릎 걸음으로 다가와 오차를 한 잔씩 따라 준다. 나가이는 다시 무릎 걸음으로 뒷걸음질쳐 문가로 가더니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손님들이 오차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 오차를 다 마시고 나자 여인은 유카다(목욕 옷)를 건넸다.
목욕을 하고 돌아오니 나가이가 문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식사를 올려도 되느냐고 물었다. 곧 식사가 들어왔다. 여관 와다젠의 저녁 식사는 가이세키. 즉 한 상에 음식을 몽땅 차려내는 것이 아니라 코스별로 나오는 음식으로, 손님 각자가 독상을 받는다.
처음 들어온 것은 매실주였다. 식욕을 돋우기 위해 식사 전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이다. 이 술을 한 잔 마셔야 위가 자극되어 위산 분비가 활발해진다. 맛 좋은 매실주를 한 잔 마시자 오차를 한 잔씩 따라 주었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나온 요리는 주로 생선회였다. 손톱만큼 작은 게 한 마리, 소라 한 개, 방어회 몇 점, 오징어회, 무화과 나무 열매가 투명하고 사각 진 접시에 담겨 나왔다. 투명한 접시는 바다를 상징하는 것이고 그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은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었다.
청주를 마시면서 그 음식을 먹었다. 청주 잔이 비워질 때마다 문가에 앉아 있던 여인이 무릎 걸음으로 다가와 술을 한 잔씩 쳐 주곤 다시 뒷걸음질쳐 제자리로 돌아갔다. 두 번째 요리로는 은어 구이와 어린 오리고기 삶은 것, 게살, 국수, 계란말이 등이 나왔고, 세 번째로는 새우 튀김, 고추 튀김, 두부 튀김, 가지 튀김 등 튀김류가 나왔다. 그것을 다 먹고 나자 밥과 국, 반찬이 나왔다. 후식으로 멜론이 나왔다. 그 음식들을 손님이 다 먹을 때까지 나가이는 시중을 들기 위해 무릎을 꿇고 줄곧 대기하고 있었다.
일본의 전통 여관은 품위와 투철한 서비스 정신, 그리고 음식 맛을 파는데 와다젠 여관도 훌륭한 서비스에 높은 수준의 음식을 파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위치: 교토시 中京區 柳馬場六角下ル)
복 요리 집 ‘하돈(河豚)’
오사카에서 가장 번화가인 도톤보리 요코초 골목 안의 부동명왕 신사 바로 앞에 하돈(河豚) 이라는 복집이 있다. 노렌(발)이 걸려 있고 얼핏 보아서는 제법 행세깨나 하는 가정집같이 생긴 집이다. 복집 어항 안에는 살아있는 복어들이 고무공처럼 배에 바람을 잔뜩 집어 넣은 채 遊泳(유영)하고 있다. 저녁에 가면 언제나 손님이 바글바글 만원이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먹는 맛이 이 집의 별미다.
일본에서 복 요리를 먹기 시작한 건 100여년 전. 메이지 시대 때 조슈번(오늘날의 야마구치현) 출신의 시골뜨기 사무라이들인 이토 히로부미(1841~1909)나 일본의 초대 외무대신이 된 이노우에 가오루(1835~1915) 등이 먹기 시작하면서 유행한 음식이다.
복 요리를 코스로 시키자 제일 먼저 복회가 나왔다. 복어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채색이 되어 있는 접시의 가장자리에 놓아 주는데, 세어보면 단 10점이다. 복회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보면 어찌나 얇게 썰었는지 하늘이 비칠 지경이다. 한 점을 입에 넣고 노인처럼 오물오물 씹어보니 담백하고 쫄깃거리지만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無味(무미)에 가깝다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인지 모른다.
두 번째로 복을 살과 뼈째 튀긴 복 튀김이 나왔고, 세 번째는 복 샤브샤브가 나왔다. 복어의 살을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가 겨자 간장에 찍어 먹는데, 이것이 전형적인 일본의 맛이란 느낌이 들었다.
네 번째 나온 음식은 복죽(조수이)였다. 복어 국물에 복어 살과 밥 한덩어리와 숭숭 썬 파와 미나리, 쑥갓 등을 넣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밥이 죽이 될 때까지 끓인 것이다. 복죽이 이 집의 대표 음식이란다.
이 네 코스가 복 요리를 먹는 순서다. 복어 풀 코스는 상당히 비싸지만 이 집에서는 1인분에 50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위치: 오사카 도톤보리 부동명왕 신사 앞)
오사카 라면의 대표 ‘金龍라면’
라면은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일본의 3대 라면은 후쿠오카의 하카다 라면, 홋카이도의 아이누 라면, 오사카의 金龍(금룡)라면을 꼽는다. 그중 가장 라면 맛이 좋은 것이 금룡라면이다.
금룡라면은 오사카 번화가인 도톤보리의 동서남북에 네 개의 가게가 있다. 모두 서서 먹는 가게인데, 이 집이 일본 전국에서 유명한 이유는 맛이 좋고, 값이 싸기 때문이다. 금룡라면 4개의 점포에서 하루 약 4000그릇 정도가 팔린다.
이 집의 라면맛 비결은 국물에 있다. 돼지 뼈를 고아서 만든 국물에 생라면을 넣고 거기에 숙주나물과 파, 손바닥만한 돼지고기 한 점을 얹어서 주는데 담백하고 시원하다. 가격은 500엔인데, 그릇 가득 수북하게 담아준다. 일본의 식당에서는 김치 한 접시에 200~300엔 정도를 받는데, 이 집은 고춧가루를 듬뿍 뿌린 김치를 공짜로 제공한다.
그래서 이 가게는 점심 시간에는 수십 명씩 줄을 서야 하고, 밤 12시경에 가면 밤 12시55분 마지막 전철을 타기 직전에 배를 채우려는 샐러리맨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이한 것은 이 집 김치의 고춧가루는 반드시 한국산을 쓴다는 것.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에 가면 용이 그려진 금룡라면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미슐랭 가이드>는 1년 반의 기간 동안 86명의 비공개 심사원이 수차례 방문하여 그 음식점의 맛과, 서비스, 분위기 등을 중심으로 음식점을 평가, 소개하는 음식점 가이드 북이다. 도쿄판의 경우 일본인 2명을 포함, 전문 조사원 5명이 1500개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보면 별점을 주는 경우는 철저히 음식 맛만 따지는데 그 항목은 재료의 질, 요리의 완성도, 독창성, 가격이다. 서비스나 분위기의 경우는 별점과 별개로 평가하며 포크 마크를 쓴다. 도쿄편의 경우 ‘별 셋’ 레스토랑인데도 포크 마크는 한두 개뿐인 곳도 있었다.
2008년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에서는 별 3개짜리, 즉 만점을 받은 식당이 8군데 탄생했다. 별 3개라는 의미는 그 식당의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일부러 그 식당까지 가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의미. 이는 파리의 별 셋 식당이 10개, 런던이 3개, 뉴욕이 1개인 것을 비교해 보면 도쿄의 음식 솜씨가 파리와 막상막하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 식당들은 값이 1인분에 최하 1만5000엔(20만원) 정도로 매우 비싸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나는 이런 고급 음식점들보다는 일본의 서민들이 그 맛을 인정하면서 관록이 있는 노포를 주로 찾는 편이다.
회전초밥의 원조 ‘겐로쿠(元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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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전초밥의 원조 ‘겐로쿠(元綠)’. |
이 가게는 일본에 240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이 가게의 주인이 일본에서 최초로 회전초밥을 만든 히로이시 요시아키(白石義明ㆍ93세)다. 1947년 그의 나이 33세 때 그는 東(동)오사카에서 겐로쿠라는 작은 생선초밥집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아사히 맥주공장에 갔다가 거기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보게 된다. 그의 머리에 반짝 “저 컨베이어 벨트에 초밥을 얹어서 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다. 그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1958년 회전초밥 시스템을 완성한 후 그 자리에 일본 최초로 겐로쿠 회전초밥집을 열었다.
첫날 25가지 재료의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선보였다. 당시 어지간한 초밥집에서는 25가지 생선으로 만든 초밥을 구비하기 어려웠다. 손님이 찾지 않는 생선은 영업이 끝나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전초밥집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눈앞에서 초밥이 돌고 있으면 누군가는 집게 마련이라는 인간 심리 때문이었다.
첫 손님은 근처의 중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빙빙 돌고 있는 초밥을 바라보았다. 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빠르고, 싸고, 맛있다”는 평판도 얻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초밥의 값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가 발명한 회전초밥은 대히트를 쳤다. 첫 번째 회전초밥집을 낸 지 2년 후 오사카 최대의 번화가이자 땅값이 가장 비싼 도톤보리(道頓堀)에 2호점을 열었다.몇 년 후 그는 일본 전국에 240개의 지점을 냈다. 지금도 도톤보리에는 그가 문을 연 본점이 있다. 50여년 전 그대로 빠르고 싸고 맛있기 때문에 지금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50년 역사의 오뎅집 ‘다코우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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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년 역사의 오뎅집 ‘다코우메’. |
문을 열고 들어서면 코앞에 무쇠 솥이 걸려 있고, 무쇠 솥 뒤에 조리사들이 국자를 들고 서 있다. 다코우메의 음식은 오뎅, 어묵, 달걀 등으로 이것들을 다코우메 전통방식의 국물에 끓여낸다.
테이블이라야 네 개. 쪽이 떨어진 나무 탁자에 의자가 놓여 있을 뿐 실내 장식에 신경을 쓴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150년 전 옛날 분위기 그대로 영업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 가마솥 속에 끓고 있는 어묵을 주문하면 다 찌그러진 양은 쟁반에 담아주고, 청주를 주문하면 낡은 양은 잔에 한 잔 가득 부어준다. 그것들은 모두 1860년 개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써온, 다코우메와 역사를 함께해 온 것들이다. 맛은 최상이다.
“우리 집 오뎅은 15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끓고 있습니다.”
이 가게 주인의 말이다.(위치: 오사카 도톤보리 입구에서 30m)
543년 전통의 메밀국수집 ‘오와리야(尾張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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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3년 전통의 메밀국수집 ‘오와리야(尾張屋)’. |
본래 그는 오와리(나고야) 지방에서 교토로 온 사람이었다. 당시 손님은 유서 깊은 절의 승려나 사무라이들이었다. 오와리야가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돈원사라는 절에 오색 메밀국수를 납품하면서부터다.
그러다가 에도 시대에 日王家(일왕가)에 메밀국수 요리사로 들어가 한때 일하면서 영업을 했다. 오와리야는 지금도 일왕가 사람들이 교토에 내려올 때면 찾아오는 명소다. 3년 전에는 현재 일왕의 둘째아들인 아키시노미야 부부가 찾아와 메밀국수를 먹고 갔고, 30년 전에는 현재의 일왕이 교토를 방문했을 때 일행과 함께 20인분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가게의 메밀국수 국물은 홋카이도에서 나는 다시마로 만드는데, 여기에 가다랑어 가루인 가쓰오 부시를 섞어서 만든다. 주인의 말이다.
“시간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어도 우리 집의 노렌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메밀국수 재료는 일본 국내산 중에서도 가장 상급을 사용하고 있으며 첨가물은 일절 없습니다. 메밀국수 본연의 맛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현재 오와리야의 주인은 15대째인 이나오카 덴자에몬(稻崗傳左衛門)이다. 가게의 영업방침은 ‘薄利多賣(박리다매)’. 대표적인 음식은 가케소바(630엔), 기쓰네소바(683엔), 니신소바(청어메밀국수, 1050엔) 등이며 밥 종류도 판다.
재미 있는 것은 근처의 相國寺(상국사)에서 수도하는 스님 10명에게 매일 점심 공양을 무료로 해주고 있단다. (위치: 교토시 中京區 車屋町 通二條 南入)
148년 역사의 청어국수집 ‘마쓰바(松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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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8년 역사의 청어국수집 ‘마쓰바(松葉)’. |
1886년 어느 날 마쓰바의 2대 사장 마쓰노 요산기치(與三吉)가 길에서 사람들이 멀쩡하게 걸어가다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게 된다. 쓰러진 이유는 영양실조 때문이었다. 당시 일본은 한해 걸러 흉년이 들어 식량이 크게 부족했다. 사람들은 허기를 면하기 위해 메밀을 삶아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1대 사장은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팔았고, 그것이 2대 사장에게 전수된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는 청어를 잡은 즉시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낸 후 반으로 나누어 햇볕에 말렸다.
바닷바람에 1주일 정도 청어를 말린 후 간장으로 살짝 조린 다음 메밀국수에 넣은 것이 니신소바의 시작이다. 메밀국수만 가지고는 부족했던 단백질이 청어가 들어감으로써 보강된 것이다.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청어메밀국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맛이 좋아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마쓰바의 메밀국수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교토의 여기저기에 니신소바 집이 들어섰고, 오늘날에는 니신소바가 교토의 명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쓰바의 국물 맛은 싸르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고 담백하다.
“우리 집 메밀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도쿄에서는 물론, 1000㎞ 남쪽 규슈에서도 손님이 찾아오고, 요즘은 한국, 중국, 홍콩, 대만에서도 손님이 옵니다. 그렇게 멀리서 메밀국수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과거와 다른 맛의 메밀국수를 낸다는 것은 손님에 대한 배신이고 실망시켜 드리는 일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맛을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쓰노 다이지 사장은 좀더 맛있는 메밀국수를 만들기 위해 고베학원대학에서 관리영양학을 전공했고, 이후 도쿄의 마쓰야라는 식당에서 3년간 메밀 수타면을 배운 후 23세 때부터 이 가게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니신소바를 처음 만들었을 때인 100여년 전의 그 맛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가게의 목표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생선의 맛도, 메밀의 맛도, 국물의 재료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러나 이런 변수를 기술로 극복하여 원래대로의 그 맛을 내기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본래의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우리 가게의 목표이자 우리의 힘입니다.”(위치: 교토시 가와바다 도리 가부키남 좌 옆 건물)
교토 남선사 청송원 ‘탕 두부’
교토 사람들은 예로부터 탕 두부를 즐겨 먹는데, 탕 두부가 가장 맛있는 계절은 겨울. 겨울 중에서도 섣달 그믐날 밤이고, 섣달 그믐날 밤 중에서도 눈이 오고 추위로 코끝이 맵싸한 날이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무 식당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교토의 가모가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라시야마 산에서 먹는 탕 두부 맛을 최고로 친다.
섣달 그믐날, 교토에 눈이 올 확률은 5년에 한 번 정도. 그러니까 5년을 기다려 눈이 오는 섣달 그믐날 아라시야마 산에 올라 그 산 중턱의 탕 두부 집에서 코끝이 맵싸한 추위를 느끼며 뜨끈뜨끈한 탕 두부를 먹으면서 가모가와 강변에 허옇게 쌓이는 눈을 바라보는 것. 이것을 교토인들은 최고의 멋으로 친다. 교토인의 높은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탕 두부의 원조는 南禪寺(남선사)라는 절. 그 근처에 가면 지금도 탕 두부 가게가 늘어서 있다. 그중의 한곳이 聽松院(청송원)이다. 청송원은 남선사의 末寺(말사)로 탕 두부의 원조다. 160년 전 절 살림이 어려워 두부를 만들어 팔게 된 것이 그 시작이라 한다.
이 절의 탕 두부는 뚝배기에 두부 한 모가 가라앉아 있고, 그 위에 파란 단풍잎을 띄웠다. 그 옆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손바닥만한 대 소쿠리에 고구마튀김, 가지튀김, 묵과 파초잎에 싼 떡이 나온다. 식단은 단출하나 젓가락을 들고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젓가락을 들었다. 그때 이 절의 스님이 말했다.
“젓가락을 들기 전에 잠깐 정원을 한번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앉아 있는 이 기와 집의 양쪽 처마 아래를 한번 보십시오. 소나무 가지 하나가 흐드러지게 휘어지고 굽어져서 자칫하면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우리의 시야를 즐겁게 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정원 너머로 앞산의 스카이 라인이 보이질 않습니까. 정원이 있고, 그 정원을 앞산의 스카이 라인이 포근히 감싸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借景(차경), 즉 경치를 빌려왔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집과 정원을 만든 분은 600년 전 이 절에 살았던 소아미라는 스님입니다. 이제 이 뜨거운 탕 두부를 한입 드십시오. 뜨거운 탕 두부를 드시면서 정원을 감상해 보십시오. 그 소아미라는 스님이 바로 우리 곁에 와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스님의 설명을 들으면 ‘과연’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렇고 그런 두부 한 모지만 정원을 보면서 소아미 스님을 생각하니 두부 맛이 새로웠다.(위치: 교토시 左京區 南禪寺 福地町)
150년 된 여관 ‘와다젠(綿膳)’의 저녁상
교토에는 400~500년 된 전통 여관이 많다. 교토 시청 근처에 있는 여관 와다젠(綿膳)도 150년 역사를 가진 여관이다. 방에 들어가 다다미에 앉으면, 기모노를 차려 입고, 머리를 일본 전통방식인 모모와레(타래머리)로 가꾼 60대의 여인이 들어온다. 시중을 드는 사람(나가이)이다. 나가이는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한다.
“저희 여관을 찾아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저는 손님들의 시중을 들 이 여관의 종업원입니다. 손님들이 계시는 동안 조금도 불편함이 없으시도록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어여삐 봐 주십시오.”
나가이는 늙었으나 정성껏 몸을 가꾸어서 그런지 품위와 우아함이 있다. 나가이가 무릎 걸음으로 다가와 오차를 한 잔씩 따라 준다. 나가이는 다시 무릎 걸음으로 뒷걸음질쳐 문가로 가더니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손님들이 오차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렸다. 오차를 다 마시고 나자 여인은 유카다(목욕 옷)를 건넸다.
목욕을 하고 돌아오니 나가이가 문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식사를 올려도 되느냐고 물었다. 곧 식사가 들어왔다. 여관 와다젠의 저녁 식사는 가이세키. 즉 한 상에 음식을 몽땅 차려내는 것이 아니라 코스별로 나오는 음식으로, 손님 각자가 독상을 받는다.
처음 들어온 것은 매실주였다. 식욕을 돋우기 위해 식사 전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이다. 이 술을 한 잔 마셔야 위가 자극되어 위산 분비가 활발해진다. 맛 좋은 매실주를 한 잔 마시자 오차를 한 잔씩 따라 주었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나온 요리는 주로 생선회였다. 손톱만큼 작은 게 한 마리, 소라 한 개, 방어회 몇 점, 오징어회, 무화과 나무 열매가 투명하고 사각 진 접시에 담겨 나왔다. 투명한 접시는 바다를 상징하는 것이고 그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은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었다.
청주를 마시면서 그 음식을 먹었다. 청주 잔이 비워질 때마다 문가에 앉아 있던 여인이 무릎 걸음으로 다가와 술을 한 잔씩 쳐 주곤 다시 뒷걸음질쳐 제자리로 돌아갔다. 두 번째 요리로는 은어 구이와 어린 오리고기 삶은 것, 게살, 국수, 계란말이 등이 나왔고, 세 번째로는 새우 튀김, 고추 튀김, 두부 튀김, 가지 튀김 등 튀김류가 나왔다. 그것을 다 먹고 나자 밥과 국, 반찬이 나왔다. 후식으로 멜론이 나왔다. 그 음식들을 손님이 다 먹을 때까지 나가이는 시중을 들기 위해 무릎을 꿇고 줄곧 대기하고 있었다.
일본의 전통 여관은 품위와 투철한 서비스 정신, 그리고 음식 맛을 파는데 와다젠 여관도 훌륭한 서비스에 높은 수준의 음식을 파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위치: 교토시 中京區 柳馬場六角下ル)
복 요리 집 ‘하돈(河豚)’
오사카에서 가장 번화가인 도톤보리 요코초 골목 안의 부동명왕 신사 바로 앞에 하돈(河豚) 이라는 복집이 있다. 노렌(발)이 걸려 있고 얼핏 보아서는 제법 행세깨나 하는 가정집같이 생긴 집이다. 복집 어항 안에는 살아있는 복어들이 고무공처럼 배에 바람을 잔뜩 집어 넣은 채 遊泳(유영)하고 있다. 저녁에 가면 언제나 손님이 바글바글 만원이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간신히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먹는 맛이 이 집의 별미다.
일본에서 복 요리를 먹기 시작한 건 100여년 전. 메이지 시대 때 조슈번(오늘날의 야마구치현) 출신의 시골뜨기 사무라이들인 이토 히로부미(1841~1909)나 일본의 초대 외무대신이 된 이노우에 가오루(1835~1915) 등이 먹기 시작하면서 유행한 음식이다.
복 요리를 코스로 시키자 제일 먼저 복회가 나왔다. 복어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채색이 되어 있는 접시의 가장자리에 놓아 주는데, 세어보면 단 10점이다. 복회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보면 어찌나 얇게 썰었는지 하늘이 비칠 지경이다. 한 점을 입에 넣고 노인처럼 오물오물 씹어보니 담백하고 쫄깃거리지만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無味(무미)에 가깝다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인지 모른다.
두 번째로 복을 살과 뼈째 튀긴 복 튀김이 나왔고, 세 번째는 복 샤브샤브가 나왔다. 복어의 살을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가 겨자 간장에 찍어 먹는데, 이것이 전형적인 일본의 맛이란 느낌이 들었다.
네 번째 나온 음식은 복죽(조수이)였다. 복어 국물에 복어 살과 밥 한덩어리와 숭숭 썬 파와 미나리, 쑥갓 등을 넣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밥이 죽이 될 때까지 끓인 것이다. 복죽이 이 집의 대표 음식이란다.
이 네 코스가 복 요리를 먹는 순서다. 복어 풀 코스는 상당히 비싸지만 이 집에서는 1인분에 50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위치: 오사카 도톤보리 부동명왕 신사 앞)
오사카 라면의 대표 ‘金龍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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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라면의 대표 ‘金龍라면’. |
금룡라면은 오사카 번화가인 도톤보리의 동서남북에 네 개의 가게가 있다. 모두 서서 먹는 가게인데, 이 집이 일본 전국에서 유명한 이유는 맛이 좋고, 값이 싸기 때문이다. 금룡라면 4개의 점포에서 하루 약 4000그릇 정도가 팔린다.
이 집의 라면맛 비결은 국물에 있다. 돼지 뼈를 고아서 만든 국물에 생라면을 넣고 거기에 숙주나물과 파, 손바닥만한 돼지고기 한 점을 얹어서 주는데 담백하고 시원하다. 가격은 500엔인데, 그릇 가득 수북하게 담아준다. 일본의 식당에서는 김치 한 접시에 200~300엔 정도를 받는데, 이 집은 고춧가루를 듬뿍 뿌린 김치를 공짜로 제공한다.
그래서 이 가게는 점심 시간에는 수십 명씩 줄을 서야 하고, 밤 12시경에 가면 밤 12시55분 마지막 전철을 타기 직전에 배를 채우려는 샐러리맨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이한 것은 이 집 김치의 고춧가루는 반드시 한국산을 쓴다는 것.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에 가면 용이 그려진 금룡라면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